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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브라 차요브나'에 해당되는 글 20

  1. 2023.02.21 도브라 차요브나 2
  2. 2022.11.21 도브라 차요브나, 다시 4
  3. 2019.05.15 두 카페, 프라하
  4. 2018.12.16 토끼의 하루 : 눈 오는 날 프라하에서 4
  5. 2018.12.16 12.15 토요일 밤 : 눈, 세포라, 닭꼬치, 카페들, 글쓰기 2
  6. 2018.06.28 6월의 프라하 사진들 몇 장 2
  7. 2018.05.02 프라하 카페 창문들 2
  8. 2017.09.14 도브라 차요브나 4
  9. 2017.06.14 떠나는 날의 산책 8
  10. 2017.06.11 프라하와 페테르부르크와 드레스덴을 동시에 떠올리며 12
  11. 2017.06.06 두 장 그리려 했지만 비행기 흔들려서 2
  12. 2017.06.06 탑승 기다리며, 도브라 차요브나랑 에벨 4
  13. 2017.06.05 도브라 차요브나에서 4
  14. 2017.06.01 이 자식 왜 이렇게 당당한 거야 ㅠㅠ 14
  15. 2017.06.01 5.31 수요일 : 휴가 와서도 일함, 도브라 차요브나, 예루살렘의 추억, 료샤랑 차 마시면 재밌음, 그의 전략에 희생된 나, 여기까지 그걸 챙겨오다니! 6
  16. 2016.11.26 다채로운 프라하 카페 간판들 8
  17. 2016.09.28 9.27 화요일 낮(1) : 도브라 차요브나, 코스타커피, 결국 또 사고.. 2
  18. 2016.09.27 보스턴 티파티 내가 마신다 2
  19. 2016.09.22 9.21 수요일 밤 : 구시가지, 회사, 아직 미해결, 한국식당, 아녜슈카, 용감한 조지 친구들, 베이크숍, 찻집 6
  20. 2016.09.17 9.16 금요일 저녁 : 악몽, 신시가지에서 아점, 카쉬미르의 향기, 호빗 아니라고 이 악마야, 그래도 막판엔 기사도 발휘 ㅋ 8
2023. 2. 21. 08:13

도브라 차요브나 2022-23 praha2023. 2. 21. 08:13

 

 

 

이른 아침 출근해 이것저것 일하다가, 잠깐 머리 식히려고. 작년 11월 프라하 여행 사진을 뒤적이다 도브라 차요브나 사진 몇 장 올려본다. 

 

 

여기는 16년에 갔을 때 발견한 곳으로 그 이후 내가 무척 좋아하는 찻집이 되었다. 진입로 안뜰의 불상과 각종 향 등을 비롯해 항상 좀 오리엔탈리즘 아닌가 싶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꽉꽉 쌓아놓은 물건들과 수많은 종류의 차들, 제대로 우려 내오는 차를 보면 '뭐 오리엔탈리즘이라 쳐도 나보다 훨씬 많이 아는구만' 싶어서 별로 기분 나쁘지 않고 여기서 차 마시는 것이 즐겁다. 그래서 프라하에 갈때마다 두번 이상 들른다. 

 

 

딱 하나 아쉬운 점은 몇년 전에 비해 점점 인기폭발 힙한 곳이 되고 있는지 이제 항상 사람이 엄청 많고(휴일엔 더욱 그렇고 평일 오후에 가도 바글바글) 시끄러워졌다는 점이다. 그래서 예전처럼 좀 여유있게 앉아 차 마시며 쉬기는 어려워짐. 그래도 여기는 차를 잘 우려줘서 좋다. 이번에 갔을 땐 처음 시켰던 차의 향과 맛이 좋아서 100그램 사오기까지 했다(그런데 내가 우린 것보다 여기서 우려준 게 더 맛있다! 내가 차를 그래도 잘 우리는 편인데... 아마 여기서는 찻잎을 더 많이 쓰는 것 같고, 또 당시 내가 너무 지치고 먹은 게 없었던 터라 온몸으로 차가 쫙 스며드는 느낌이라 더 그랬던 것 같기도 함) 

 

 

그런데 이번에 가보니 프라하에 기존에 못봤던 중국찻집이 상당히 여럿 생겨 있었다. 유행인가 싶기도 함. 버블티가 유행이었던 것처럼. 

 

 

 

사진 몇 장. 이제 다시 노동의 수레바퀴로!

 

 

 

 

 

 

 

여기 오면 항상 바클라바 아니면 할바를 먹는다. 여기는 차 종류가 무척 많아 좋은데 디저트는 거의 없음. 이것들 아니면 생강젤리, 아니면 그냥 샌드위치로 끝이다. 제대로 차만 마셔야 하는 곳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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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1. 21. 02:49

도브라 차요브나, 다시 2022-23 praha2022. 11. 21. 02:49





내가 프라하에서 가장 좋아했던 카페가 세 곳 있는데, 카페 에벨, 카피치코, 그리고 이 도브라 차요브나이다. 여기는 엄밀히 말하면 카페가 아니라 티룸, 전문 찻집이다. 예전부터 매우 좋아했던 곳으로, 제대로 우린 차를 마실 수 있다. 레슬러나 헤비메탈 가수 같은 풍채에 금발 지푸라기 머리와 수염을 땋은 아저씨들이 히피와 무슨 승려를 묘하게 섞어놓은 듯한 스타일로 가게를 운영한다. 불상, 향, 각종 동양화에 도자기 티포트, 잔, 온갖 차들이 널려 있어 얼핏 보면 ‘오우 오리엔탈리즘!’ 하는 기분이 들지만 차 종류도 많고 제대로 우려서 내오기 때문에 앉아 있다 보면 ‘아니 나보다 더 잘 아는 거 같은데 오리엔탈리즘 취소’ 란 생각이 절로 든다.



4년만에 다시 갔다. 여기도 문 닫았을까봐 노심초사했으나 다행히 성업 중이었고 일요일이라 그런지 체코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현지인들이 많이 오니 다행이다, 문 안 닫겠다...








메뉴판이 바뀌었고 차 값은 좀 올랐다. 프라하 물가가 많이 올라서(대부분 원화 대비 코루나 환율이 올라서이긴 하지만) 이제 여기가 더 이상 저렴한 도시가 아니다 ㅠㅠ 오늘 나는 NEPAL ILAM 이란 차를 처음 시켜보고 여기에 바클라바를 디저트로, 할바는 테이크아웃으로 주문. 이 두 가지 디저트는 언제나 시키는 것. 여기 바클라바가 맛있다.









네팔 일람은 찐한 다즐링의 맛이었다. 다즐링 다원 근처에서 수확한다고 하는데 한 봉지 사고픈 향이었다.








바클라바 역시 여기서 주는 게 기름에 절지 않고 적당히 달고 맛있음.




너무 추워서 떨다 들어왔고 눈도 맞고 먹은 것도 없어 정신없었는데 낯익은 등나무 의자에 기대 앉아 차 한 모금, 바클라바 한 입 먹자 몸이 풀리며 잠시 천국의 기쁨이 찾아왔다. 잘 우린 향긋한 차와 카페인이 온몸으로 스며드는 그 기분.



그런데 이곳이 예전보다 훨씬 힙한 곳이 되었는지 꾾임없이 손님들이 왔고 모두들 행복하게 체코어로 소리높여 대화하는데다 여기도 내부가 추워서 차 다 마신 후 한시간만에 나오긴 했다.  




또 가야지. 있어줘서 고마워요 도브라 차요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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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5. 15. 22:08

두 카페, 프라하 2017-18 praha2019. 5. 15. 22:08





도브라 차요브나, 작년 12월 프라하.



메뉴의 설명을 읽고 요기 티를 주문했는데 내 생각보다 너무 향과 맛이 강해서 우유를 모두 넣어야 했다. 원래 차에 우유를 넣는 걸 즐기지 않는 편인데 이건 우유와 꿀을 다 넣어도 맛이 꽤 세고 자극적이었다.







아티잔 카페. 여기는 에벨이나 카피치코만큼은 아니지만 은근히 내가 좋아하는 골목 교차로 카페이다. 아늑해서 글을 쓰거나 스케치하기 좋다. 와이파이는 안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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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2. 16. 03:43

토끼의 하루 : 눈 오는 날 프라하에서 2017-18 praha2018. 12. 16. 03:43




눈이 왔고 여기저기 쏘다니며 하루를 보냈다. 이 스케치는 오후에 우 크노플리치쿠 카페에서 그렸음. 내가 카를교를 별로 안 좋아해선지(복잡해 ㅠㅠ) 조각상에서도 ‘대충!’ 하는 느낌이 막 스멀스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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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이 동네에 있는 카페 우 크노플리치쿠의 창가. 오후에 갔었다.



..



종일 눈발이 날렸다. 중간중간은 꽤나 펄펄 내렸다. 다행히 기온이 그리 낮지 않아 쌓이거나 얼지는 않았다. 우산 놔두고 패딩 모자로 머리 감싸고 나가서 종일 쏘다니기도 하고 지하철과 트램도 몇번 탔다.



나중에 말로스트란스카 역 앞에서 피곤해 멍때리다 트램을 반대 방향으로 타기도 했다. 숙소 쪽이 아니라 어느새 흐라드차니 쪽으로 계속 올라가 프라하 성이 다가오고 있는 것에 깜놀해 중간에 내려서 반대 방향으로 가서 다시 탔음. 뭐냐, 여기 한두번 다닌 것도 아닌데 흑...








원래는 날이 흐리다 해서 아침에 그냥 트램 타고 신시가지의 세포라에 가볼 생각이었는데 그냥 흐린게 아니고 눈이 내리기 시작해서 ‘눈 오는 프라하 쏘다니자’ 병이 도져 캄파와 블타바 강변, 말라 스트라나 골목들을 돌아다니고 백조떼와 오리들을 보고 등등..



이후 지하철과 트램 타고 나로드니 트르지다에 있는 세포라에 가긴 갔다. 근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별로 땡기는게 없어서 암것도 안 삼. 낼 숙소 옮기면 거기서 더 가까우니 다시 가봐야지.



배고파서 근처에서 점심 먹으려다 바츨라프 광장에 들어선 크리스마스 노점 중 한곳에서 닭꼬치(닭고기, 파프리카, 양파, 햄을 끼워 구워줌) 바게트 사서 눈 맞으며 광장의 입식 간이테이블에 서서 먹음. (크리스마스 트리 옆에서 ㅋㅋ) 바게뜨는 맛없어서 거의 안먹고 햄은 빼냈지만 하여튼 잘 먹음.







신시가지라서 가까운 도브라 차요브나에 갔다. ‘요기 티’ 란 것에 도전했는데 카페에서 특별 블렌딩한 인도식 차였다. 각종 향료가 들어 있고 꿀과 우유를 넣어 마시는 거였는데... 차이 티 좋아하는 내게도 좀 셌다. 향료가 너무 톡 쏘고 강해서 ‘흐앙 그냥 다즐링이나 마실 걸 ㅠ’ 하며 슬퍼하였다.



차 마시고 나와서 무스텍 역에서 지하철 타고 말로스트한스카 역에 갔다. 좀 걸어서 나로드니 트르지다에서 트램 타면 한방에 가는데 눈오고 다리아파서 지하철이랑 트램 타려 했던 것이다. 근데 이때 내려서 트램을 반대 방향으로 탔음 흐잉...



한정거장 전인 말로스트란스케 광장에서 내려 숙소까지 걸어내려오며 기념품 가게, 크리스마스 오나먼트 가게 등 구경. 근데 이쁜게 없어 한개도 안샀음. 하긴 여기 몇번을 왔는데 새로울건 더 없지.




숙소에 돌아와 무거운 카메라를 내려놓고 근처에 있는 케익 카페인 우 크노플리치쿠에 와서 얼그레이 마시며 자허 케익 먹고 있다. 가성비도 좋고 여기 케익들 맛있어서 좋아하는 카페이다. 근데 오늘은 빨간 입술 찻잔을 안줌. 힝, 여긴 그 찻잔이 매력인디.



이 카페는 창가가 예쁘다. 봄과 가을엔 이 창가에 빛이 둘어왔고 빨간 트램 지나가는 걸 구경할 수 있는게 묘미였다. 오늘은 겨울이라 일찍 해가 져서 어두컴컴... 난 밝은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크리스마스 장식이 아기자기 이쁘다.



위의 내용까지 쓰고 카페를 나와 숙소로 돌아왔다. 내일 구시가지 쪽으로 방을 옮기므로 가방을 꾸렸다. 대체 어제랑 오늘 구입한 것도 한개도 없는데 왜케 다시 ‘가방 싸기 힘들어 여행성인 우렁집사 플리즈!’를 외치게 되는 거야아ㅠㅠ



말라 스트라나 쪽에는 16년부터 지금까지 세번 묵어봤는데(그 전엔 항상 구시가지에 묵거나 머물렀다) 여기는 확실히 볕과 빛이 매력적인 동네라 그런지 겨울엔 쫌 아쉽다.



가방을 대충 꾸려놓고 나서 근처 수퍼에서 사왔던 두부를 좀 데워서(이 호텔은 전기포트가 없다. 궁하면 통한다고 세면대에 뜨거운 물 받아서 팩째 담가서 미지근하게 데움) 볶음김치랑 같이 저녁 먹음. 추운 것보다도 캄캄해서 나가기 시러서 ㅠㅠ



그저께 비행기에서, 그리고 어젯밤에 아이패드에 저장해둔 이전의 창작노트들(대부분 글 완결 후 쓴 후기 노트)을 다시 읽었다. 블로그 등에서 이웃님들과 글쓰기에 대해 나누었던 글들도 다시 읽으며 나 자신과 쓰는 행위, 가슴과 머리와 손과 마음에 달라붙어 있거나 스쳐지나갔던 글들에 대해 돌아보았다.



원래 오늘 우 크노플리치쿠에는 글을 쓰러 간 거였는데(프라하 올때 노트북은 안 챙겨 왔지만 아이패드용 키보드는 챙겨옴), 생각보다 카페가 어두워서 글을 쓰는 대신 스케치만 그렸다. 집에서야 밤에 글을 많이 쓰는 편이지만 밖에 나가면 빛이 좀 들어와야 글이 잘 써짐.



가방도 꾸렸고 밥도 먹었으니 자기 전까지 글을 조금 써볼까 싶었는데 시차 때문에 너무 졸려온다. 오늘도 새벽에 깨서 뒤척여서 잠이 모자람. 흑, 이 저질체력 하잘것없는 몸뚱이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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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6. 28. 00:47

6월의 프라하 사진들 몇 장 2017-18 praha2018. 6. 28. 00:47





잠들기 전, 작년 6월초 프라하 거닐며 찍은 사진 몇장. 구시가지, 신시가지, 도브라 차요브나 카페, 숙소 등등. 전부 폰으로 찍은 사진들이라 심도는 얕다.



아아 여름 휴가 내고 여행가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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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5. 2. 23:36

프라하 카페 창문들 2017-18 praha2018. 5. 2. 23:36









카페 에벨 창 밖 테이블에 앉아 있던 멋진 진저헤어 여인. 작년 6월.








도브라 차요브나. 이것도 작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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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9. 14. 21:37

도브라 차요브나 2017-18 praha2017. 9. 14. 21:37





프라하는 내가 페테르부르크 다음으로 애정을 품고 있는 도시이다. 특히 이곳의 카페들을 좋아한다. 이 도시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세개의 카페가 있으니 순서대로 카페 에벨, 카피치코, 그리고 이 도브라 차요브나 이다.




도브라 차요브나는 앞의 두곳과는 달리 진짜 차 전문카페이다. 내 눈엔 불상이나 한자 씌어진 족자 등이 좀 우습게도 보이지만 그래도 차 종류도 많고 분위기도 좋다. 향을 피워놓는 것도 나름 맘에 든다.



폰에 남아 있던 도브라 차요브나 사진 몇 장. 그리워라.










여기 오면 할바랑 바클라바를 먹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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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6. 14. 09:24

떠나는 날의 산책 2017-18 praha2017. 6. 14. 09:24




지난주 월요일. 체크아웃 후 택시시간까지 너댓시간이 남았었다. 나는 트램을 탔고,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좀 걷고, 도브라 차요브나와 에벨에서 남은 시간을 보냈었다.


그때 폰으로 찍은 사진 몇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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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정오 조금 넘은 무렵, 좀 이른 티 타임.



여행을 갈 때면 쿠폰과 적립금을 써서 인터넷 면세점에서 포숑 다즐링 홍차를 한 캔씩 사곤 하는데, 이번에 보니 캔 디자인이 바뀌어 있었다. 예전의 납작한 타원형 용기에서 이렇게 칼라풀하고 화려한 원통형 용기로 바뀌었다. 이 바뀐 디자인이 완전히 내 취향 저격이다. 원래 이렇게 선명하고 칼라풀한 색채들을 좋아함 :)



마침 전에 사왔던 다즐링이 다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이것은 그대로 2집으로 들고 내려왔다.





오늘 차를 마시면서 세 개의 도시를 동시에 떠올릴 수 있어 좋았다. 프라하, 페테르부르크, 드레스덴.





이건 프라하 올드타운의 들로우하 거리였는지 두스니 거리였는지 좀 헷갈리는데 하여튼 첫번째 숙소에서 구시가지 골목으로 걸어가다가 발견한 앤티크 가게에서 득템한 아주 조그만 찻잔이다. 사실 찻잔이라기보단 에스프레소 잔으로 추정된다. 꽤나 오래되고 손때묻은 물건인지 금박도 좀 벗겨져 있고 문질러도 지지 않는 얼룩도 좀 있다. 뭐 나는 이만 빠지지 않으면 빈티지도 상관없이 막 쓰는 인간인지라... 그냥 사왔다. (예쁘고 값비싼 거라도 마찬가지... 예쁘다고 모셔놓거나 장식만 하는 일은 절대 없다... 예쁜 건 써야 함~)






받침 접시 밑바닥에는 긁히고 지워진 녹색 글씨가 아직 남아 있다. 체코슬로바키아!!!!! 그러니까 소련 시대 물건이라는 거겠지.



나에게 '체코슬로바키아'는 항상 두가지를 떠올리게 한다. 하나는 소련 시대, 나머지 하나는 마크 벰의 스릴러 소설 '아이 오브 비홀더'이다. 후자는 영화로도 나왔지만 나는 영화보다는 이 원작 소설을 훨씬 좋아했다. 벰의 이 매혹적인 소설에서 '체코슬로바키아'의 '수도/capital'은 일종의 맥거핀이자 가슴 시린 상징으로 등장한다. 그래서 체코슬로바키아란 옛 국가명을 들으면 언제나 자동적으로 아이 오브 비홀더 소설이 생각나곤 한다. 그리고 그 중요한 장면에서 간판에 붙어 타오르는 불길도...




포숑의 다즐링은 noir란 이름에 걸맞게 좀 진한 편이다. 그리고 이 잔은 정말 작았다. 한두모금 마시면 잔이 비었다. 에스프레소가 생각났다가 보드카가 떠오르기도 했다.





보기 즐겁고 프라하의 그 앤티크 가게가 떠올라 행복해지는 예쁘고 낡은 잔이지만 마시기는 조금 불편...





이건 페테르부르크와 프라하와 드레스덴이 한 자리에 모여 있는 사진이다.


접시는 작년 이맘때 페테르부르크에 갔을 때 쇼핑몰에서 충동적으로 구매했던 찻잔에 딸린 받침접시이다. 그때 난 블라지미르스키 대로의 도스토예프스키 호텔에 묵고 있었는데 호텔 바로 옆에 쇼핑몰이 있었다. 거기 종종 갔었다. 거기 붙어 있는 베이커리 카페에도 가끔 갔다. 금색과 파란색 무늬를 보고 화려하니까 기분 전환이 되겠지 하고 샀었는데 나중에 접시를 뒤집어보니 중국에서 만든 거라 막 실망해서 '중국 찻잔!' 하고 짜증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거기 머무는 내내 나는 이 찻잔과 이 접시를 많이 사용했다. 체리도 담아 먹고 조각케익도 담아 먹고 차도 우려 마셨었다. 그때 나는 몸과 마음이 많이 아팠었다. 열흘 예정으로 날아갔다가 머무는 기간을 두번이나 늘려서 3주 넘게 머물렀었다. 백야의 페테르부르크에서, 반쯤은 어둠 속에 잠긴 채 보냈던 시간이었다. 그래서 이 중국 찻잔과 접시를 꺼낼 때마다 그때 생각이 나는 것이다.


빨간색 포장지의 할바는 프라하의 도브라 차요브나 찻집에서 사온 것이다. 저 할바를 보면 도브라 차요브나 마당의 뜬금없지만 이젠 친숙해진 불상과, 찻집에서 풍겨오는 향 냄새가 떠오른다.


그리고 저 빨강하양 포장지의 쿠키는 드레스덴의 어느 카페에서 가져온 것이다. 프라거 거리에서 영원한 휴가님과 만나 구시가지로 가서 야외 테이블에서 점심을 먹은 후 근처의 고풍스러운 카페로 들어갔었다. 나는 홍차, 영원한 휴가님은 에스프레소와 카푸치노를 주문했고 거기에 딸기무스 케익을 추가했다. 차와 커피에 이 쿠키가 곁들여져 나왔다. 영원한 휴가님은 그 자리에서 쿠키를 드셨다. 포장지를 뜯으셨을 때 '아 쿠키였구나' 하고 깨달았다.


나는 케익을 먹고자(ㅋㅋ) 쿠키를 파우치에 챙겼다. 몇년 전부터 여행가서 들어간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포장된 조그만 티푸드나 일회용 설탕, 성냥갑, 냅킨, 물수건 따위를 모으는 버릇이 생겼다. 티푸드는 돌아와서 정말 그 여행이 그리울 때나 차랑 곁들여 먹을 게 정말 없을 때 꺼내 먹는다. 오늘은 드레스덴의 그 카페와 영원한 휴가님 떠올리며 :)









 나에겐 생소한 독일어가 인쇄된 포장지 안에 들어 있는 쿠키.


우습지만 빨간색과 하얀색이라 맘에 든다 :)









개봉해서 다시 접시에..


슬프게도 쿠키는 비행기 타고 또 ktx 타고 건너오면서 귀퉁이가 부스러졌다... 투박한 하트 모양이었던 것 같은데... 맛은 그냥 초코칩 쿠키 맛이었다.


도브라 차요브나의 할바는 내가 좋아하는 맛이다. 먹기 편하게 내가 잘랐다. 찻집에선 저 위에 시나몬 슈거파우더를 뿌려줘서 더 맛있었는데...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체리 :)


이 접시는 재작년인가 페테르부르크 갔을 때 로모노소프 가게에서 사온 찻잔에 딸려 있는 받침접시.






내가 다녀온 곳은 아니지만, 쥬인이 나가사키 다녀와서 선물로 준 기념품 테이블 러너도 함께.













차 한 잔을 마시면서 동시에 세 도시의 기억을 떠올린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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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의 좋은 것들'이 있으니 그 다음엔 '프라하의 나쁜 것들'이 나올 것 같지 않나? 원래 이어서 그리려 했는데 이때 비행기가 흔들리기 시작해 여기까지만 그리고 포기했음. 그래서 이 스케치도 조금 비어 있긴 한데 그냥 이걸로 끝!

 

나쁜 것들이라 해봤자... 돌아오고 보니 어차피 그것들도 여행의 묘미였으므로 일단 좋았던 걸로 미화되기 시작하고 있어서 아마 안 그릴듯 ㅋㅋ

 

근데 그리고 나서 보니 전부 카페야 ㅎㅎㅎ 아, 종소리 있구나 ㅋ

 

그리고 비행기 흔들려서 카피치코랑 안젤라또는 못 그렸음... 다 먹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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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간 후 탑승, 출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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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6. 5. 19:31

도브라 차요브나에서 2017-18 praha2017. 6. 5. 19:31




오전에 체크아웃 후 어제 허탕쳤던 도브라 차요브나에 왔다. 흑, 두어시간 후면 공항으로...





오늘 고른 차가 강하기보단 부드럽고 신선해서 떠나는 날의 차로 딱 좋았다.



이제 에벨에 잠깐 들렀다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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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바츨라프 광장 근처에 있는 단골 찻집 도브라 차요브나에서 료샤랑 차 마시며 이야기 나누던 중...














.. 아니 이눔은 왜 이렇게 당당한 거야아아아아!!!


..





그건 그렇고 어제도 더웠음...


료샤의 전략 때문에 내가 피본 얘긴 어제 메모에 : http://tveye.tistory.com/6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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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전에 쥬인이 찍어달라던 재즈보트 같긴 한데 긴가민가.. 하여튼 강변 산책하다 쥬인 생각나서 찍음)




피곤하게 잤다만 그래도 어제 낮부터 뻗어 쉬어서 너무 힘들고 피로하던 건 약간 가셨다. (그러나 오늘 또 많이 걸어서 물거품이 되었음!!!)



오늘은 조식을 먹었다. 이 호텔에서 6박을 하는데 오늘이 두번째 조식임. 크흑 ㅠㅠ 일욜은 새벽 차 타러 가느라 못먹고 월화는 늦잠 자며 뒹구느라..


료샤랑 같이 조식 먹었다. 료샤 눈이 퀭했다. 어제 내가 타준 맥심도 모자라서 방에 돌아가 한잔 더 타마셨다가 잠이 잘 안왔다고 한다. 바보, 그거 인스턴트 믹스라서 카페인 장난 아닌데 ㅠㅠ


..




오전은 어제보단 덜 더웠다. 조식 먹은 후 강가를 좀 산책하다 료샤는 사업 파트너를 만나러 갔다. '이럴 수가!!' 하고 툴툴대자 료샤가 '야! 나도 양심이 있지 어떻게 맨날 와서 놀아! 일하는 척이라도 해야지!' 한다 ㅠ.ㅠ


료샤가 잠깐 일하러 간 동안 나도 숙소에 돌아와서 일을 좀 했다. 그동안 너무 보기 싫어서 미뤄놨던 업무메일들을 보고 밀려 있던 답메일도 보내고 급한 일은 시스템에 접속해서 확인도 좀 했다. 아아 이게 뭔가 ㅠㅠ 휴가 와서도 일을 하고 있구나 으앙...



..






대충 급한 일만 해놓고 나는 요세포프에서 구시가지 광장으로, 그리고 바츨라프 광장이 있는 신시가지까지 천천히 걸어갔다. 이번 숙소가 좀 외진 곳에 있다 보니 어디든 가려면 생각보다 많이 걸어야 한다. 나름대로 나쁘지 않은 위치라 생각했는데 막상 묵어보니 내가 좋아하는 동네들과는 꽤 떨어져 있었다. 나중에라도 다시 오게 될 기회가 생긴다면 이 호텔에는 묵지 말아야겠다. 주변에도 너무 뭔가가 없다.



펜슬 아이라이너가 다 닳기도 했고 바디로션도 거의 다 떨어져서 테스코의 화장품 코너에 갔다. 매뉴팩투라의 바디로션과 체코 브랜드로 추정되는 매우 저렴한 펜슬 아이라이너를 샀다. 아이라이너 한개에 2천원밖에 안 했다. 질은 물론 매우 별로였지만 그나마 로레알이나 레브론, 부르주아 같은 것도 그어보니 번지는 건 매한가지라 그냥 싼거 사봤음. 싸니까 갈색이랑 은색 두개 샀음!






그리고 숙소 근처 앤티크 가게에서 빈티지 찻잔을 싸게 두개 구입!!! 신난다~~~











..



그리고는 오랜만에 도브라 차요브나에 갔다. 료샤를 여기서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작년에 왔을때도 종종 왔었고 주인 아저씨와도 얘기 나누던 곳이다.





(마당의 불상은 여전히 ㅋㅋ)



그런데 오늘 가보니 모든 점원들이 그 주인 아저씨랑 비슷하게 생긴 탓에(지푸라기 같은 금발을 꽁지로 묶고 수염 기르고 덩치 큼) 과연 내가 이야기 나눴던 진짜 주인 아저씨가 누구였는지 기억이 안 났다. 오늘 내 주문 받고 얘기 나눈 아저씨만 브루넷에 수염이 없었다(고로 나랑 처음 보는 아저씨) 하여튼 그래서 '저 좀 고용해주세요' 란 말은 못하고(ㅠㅠ) 그 가게의 스페셜 블렌딩 홍차 두가지 중 어떤 데 더 마일드한지 물어보고 추천을 받기만 했다.





오늘 내가 마신 차는 '예루살렘의 추억'이란 홍차이다. 이것과 이스탄불의 추억 두개 중 고민하다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아저씨가 '흠, 메인은 같은 건데 전자는 시나몬이고 후자는 카다몬 블렌딩이에요. 시나몬이 아무래도 더 부드럽겠죠' 라고 했고 그래서 나는 전자를 선택했다. 시나몬 향이 꽤 은은하고 좋았다. 시나몬이 블렌딩되어 있지만 보통 이런 계열의 차에 들어가는 카다몬과 클로브가 빠지자 더욱 깔끔한 맛이 났다. 바클라바 시켜서 곁들여 마셨더니 잘 어울렸다.



나중에 료샤가 왔다. 이스탄불의 추억을 마시라고 꼬셨지만 그는 역시나 '싫어!' 하고는 다즐링 세컨드플러쉬를 선택함.



나 : 야! 다즐링 세컨드플러쉬 너 안 좋아하잖아! 그건 내가 좋아하는 거잖아!!! 나의 시그니처 홍차인데!! 원래는 너 아삼 마시잖아!!! 다즐링 마시느니 그냥 이스탄불의 추억 마셔주면 안되냐!!!


료샤 : 어젯밤에 맥심 많이 마셔서 잠 안 왔어! 오늘은 센 거 안 마실거란 말이야! 그러니까 오늘은 여자들이나 마시는 다즐링 마시는 거야!!!


나 : '여자들이나 마시는' 은 뭐야, 이 성차별주의자야!!


료샤 : 알았어, 정정! '토끼나 마시는'!!!!!


나 : 알았어 -_- 다즐링 나도 조금만 따라줘.


료샤 : 넌 다즐링 좋아하면서 왜 여기 오면 맨날 이상한 이름 달린 걸 마시는 거야! 나한테도 강권하고.


나 : 여기서만 마실수 있으니까 그렇지!! 다즐링은 집에서도 우려 마신단 말이야!


료샤 : 어 그거 바클라바야? 나 줘.



그러더니 료샤가 바클라바를 집어서 한입에 홀랑 먹어버렸다!! 악!!! 여기 바클라바 엄청 조그만 거라서 난 아껴먹느라 약간씩 토막내서 먹고 있었는데... 절반도 더 남은거 한방에 먹어버림. (러시아에선 빠흘라바라고 불렀는데 여기 영어메뉴엔 바클라바라 되어 있음)



(겨우 요만한 바클라바.... 여기 거 너무 달지 않아서 딱 내 입맛인데 ㅠㅠ)



(아껴서 이렇게 절반 남겨 놓고 있었는데 이놈이 한입에 저거 홀랑 ㅠㅠ)



내가 원망하는 눈으로 바라보자 료샤가 '설마 지금 바클라바 아까워서 그러는 거야?' 라고 물었다.



나 : 응... 흑...


료샤 : 여기 바클라바 두개 더 주세욥!!!


나 : 그러면 하나는 할바로 바꿔줘...



그래서 나는 료샤의 다즐링도 한 모금 뺏아 마시고 추가로 시킨 바클라바랑 할바도 좀 먹었다. 료샤에게도 예루살렘의 추억을 억지로 마셔보게 했다. 료샤는 눈살을 찌푸렸다.



료샤 : 시나몬...


나 : 초딩!!!


료샤 : 시나몬 좋아하면 늙은 입맛인데...


나 : 어머 너네도 그런 이미지가 있어? 우리 나라도 그런데...


료샤 : 몰라, 내가 안 좋아하니까 늙은 입맛이야.



..




차를 마신 후 우리는 신시가지를 나왔다. 다시 더워지고 있었다. 료샤가 렌트한 차로 강변을 좀 달렸는데 오늘 평일인데도 차가 좀 밀렸다. 내가 멀미를 해서(ㅜㅜ) 결국은 차를 세워놓고 다시 좀 걸었다.



료샤 : 귀신같구만.


나 : 왜?


료샤 : 저번보다 싼 차 빌렸더니 멀미... 크고 좋은 차 타면 멀미 안 하더니...


나 : 이 차가 저번 차랑 다른 거야????


료샤 : 에휴... 저렇게 일자무식인데 어떻게 몸은 귀신같이 반응하는지...



얘기를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난 운전도 할줄 모르고 차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그저 근사한 스포츠카 보면 예쁘다고 감탄하기 일쑤일 뿐이긴 한데... 하여튼 크고 좋은 차 타면 멀미를 덜 하는 것 같긴 함.



나 : 그런데 왜 이번에는 저번보다 싼 차 빌렸어?


료샤 : 전략적으로!!


나 : 왜? 무슨 전략? 나 멀미하게 해서 많이 걷게 하려고?


료샤 : 아니야!!! 이쪽 파트너들이 요즘 낌새가 이상해서 나도 지금 사무실 상태 안 좋은 척 하고 있단 말이야! 그래서 차도 저번보다 좀 안 좋은 걸로 빌린 거야!!!


나 : (눈 가리고 아웅이잖아-_- 네 롤렉스는 어쩌고... 라고 하고 싶었지만 꾹 참음)  네 사업 때문에 내가 멀미를 하게 되었구나 ㅠㅠ


료샤 : 나도 걷는 거 싫어! 덥단 말이야!


나 : 난 덥지만 않으면 걷는 거 좋은데.



..




좀 걷다가 저녁 시간이 되었다. 료샤가 어제의 볶음 너구리를 잊지 못하고 자꾸 한식 타령을 해서 숙소 근처에 있는 한국 음식점에 갔다. 여기도 예전에 가끔 가던 곳이다. 깐풍기와 밥과 된장찌개를 시켜서 같이 먹었다. 깐풍기는 여기 사람들 입맛에 맞게 덜 매워서 좀 교촌치킨 맛이 났다. 먹을 땐 좋았는데 역시 평소 내 식생활보다 간이 셌기 때문에 지금 계속 목마름...



내일 숙소를 옮겨야 해서 방으로 돌아왔다. 씻고 나서 가방을 대충 챙겨놓았다. 오늘도 엄청 걸었다. 8.1킬로!!!





8킬로!!!! 아이 피곤해... 료샤 이녀석의 비즈니스 전략 때문에 나만 멀미하고... 그래서 오늘도 많이 걸었어 ㅠㅠ 다리 아파!!! 어제 쉰 거 도루묵!!



이렇게 많이 걷기도 했고 오늘은 낮잠을 안 잤기 때문에 이제 슬슬 졸린데 료샤가 자기 방으로 와서 윷놀이하자고 한다. 작년에 내가 가져다 준 그 윷을 심지어 싸가지고 오다니 정말 대단한 녀석이다!!!! 그래서 나는 이 메모 올려놓고 잠깐 료샤 방 가서 윷놀이 한판 하고 돌아와 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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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1. 26. 21:26

다채로운 프라하 카페 간판들 2016 praha2016. 11. 26. 21:26

 

오늘은 프라하 골목의 카페 간판들 시리즈.

 

프라하는 그야말로 카페의 도시이다. 어디를 가나 카페가 있다. 그랑 카페부터 조그맣고 아늑한 카페까지 다양하다. cafe라는 이름을 붙인 곳도 있고 kavarna란 이름을 붙인 곳도 있다(kava가 커피). 우리식으로 하면 카페와 커피숍? 그리고 차를 전문으로 하는 찻집은 보통 cajovna(차요브나)라고 한다. caj(차이)가 차. (체코어 표기대로 하면 c 위에 v가 붙어야 되는데 귀찮아서 그냥 c로 씀 ㅠㅠ 아래 간판 사진 보면 제대로 된 표기를 볼 수 있다~

 

사진들 중엔 내가 가본 곳도 있고 안가본 곳도 있다.

 

맨 위는 말라 스트라나에 있는 카페 라운지. 여기서는 아점을 먹었었다. 괜찮은 곳이다.

 

 

이건 릴리오바 거리에 있는 초코 카페. 여기는 내 추억의 장소 중 하나다. 3년 전 프라하에 두달 살았을때 숙소 바로 옆에 있던 카페였다. 동생이랑 쇼콜라 쇼 마시러 갔었고 종종 케익도 사러 갔었다. 여기 초콜릿 맛있다.

 

 

이건 카페 사보이. 전에 몇번 올린 적 있다. 아르누보식 아름다운 카페이고 케익이랑 프렌치토스트가 맛있다.

 

 

이건 흐라드차니에서 네루도바 거리 내려오다 발견한 카페 간판. 여긴 안 들어가봄.

 

 

여기는 미셴스카 골목에 있는 카페 입구. 예전 카피치코가 있던 곳 맞은편에 생긴 카페인데 저 박스 모양 간판이 귀여워서 한번 가보고팠는데 결국 못 가봄.

 

 

이건 우예즈드와 스미호프 중간 쯤의 어느 골목 산책하다 발견.

 

 

여기도 들어가보진 않았는데 스미호프 쪽에 있는 카페이다. 여기는 애묘카페였다. 고양이 사진들이 많았다.

 

 

그 스미호프 근방. 이쪽에 조그맣고 이색적인 카페 간판들이 많았다.

 

어머나 여기도 카피치코가 있네!

하지만 이건 내가 좋아했던 그 미셴스카의 카피치코가 아니고 역시 스미호프 쪽에서 발견한 카피치코. 잘보면 카피치코 33이라고 되어 있다. 아마 여기가 33번지인가보다. 여기도 한번 가볼까 하고 검색을 해봤는데 내부 공간이 별로 내가 좋아하는 타입이 아니어서 가보진 않았다.

 

 

 

이게 진짜 카피치코~

미셴스카 골목 갔을때 없어져서 매우 슬퍼했지만... 말테세 광장 쪽으로 이전한 것을 발견!!

 

 

여기는 신시가지 바츨라프 광장 쪽에 있는 찻집 도브라 차요브나. 여기도 자주 갔다. 안뜰에 불상이 앉아 있는 찻집 :)

 

 

여기는 구시가지 골목 안쪽에 있는 찻집. 황금수탉건물의 찻집이라고 되어 있는데 간판은 그냥 차요브나라고만 되어 있음. 여기도 두어번 갔었는데 개인적으론 여기보단 위의 도브라 차요브나가 더 맘에 들었다.

 

... 아아 그리운 카페들이여 찻집들이여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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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반쯤 꿈 때문에 또 깼는데 뭔가 찝찝한 꿈이었는데 지금은 기억이 잘 안 난다. 하여튼 한시간 쯤 뒤척이다 다시 잠들었다. 다리도 아프고 추워서 몸을 움츠리고 잤더니 일어나도 피곤하다.


조식을 먹는게 나을거 같아서 뜨거운 물로 샤워해 근육통을 좀 풀고 10시에 간당간당하게 내려가 스크램블드 에그와 토마토, 양상추와 감자 위주로 꾸역꾸역 먹음.


짐을 좀 싸고 나갈까 하다 만사가 귀찮아 그냥 나왔다. 내일 떠나니 마지막 날이나 다름없다. 오늘은 무리하지 않고 좋아하던 카페나 가고 저녁엔 가방꾸려야지 싶었다.


바츨라프 광장의 도브라 차요브나에 가서 궁금했던 보스턴 티파티를 마셨고 바클라바를 먹었다. 맛있었다. 그리고 전에 찍었던 그 파란 세라믹 미니잔이 하나에 오천원 이내라 그만 그것도 사고(ㅠㅠ 결국..) 쥬인 주려고 할바도 한개 샀다. 전에 몽골에서 사다준 할바는 맛이 없었지..


주인아저씨와 잠시 얘기나눔. 낼 돌아간다고 하니 조심해서 행복한 귀환이 되길 바란다고.. 그러더니 '안녕히 가세요'라고 한국어로 인사하심. 아저씨 담에 또 보성에 오세요, 와서 녹차 아이스크림 먹고 가세요 ㅋㅋ


어제 너무 와이파이가 안돼서 열터져서 코스타커피에 잠깐 들르기로 함. 가는 길의 도자기 유리 가게에서 그만 오리 앞접시 사버림. 주인아주머니가 러시아분이라 러시아어로 얘기 잠깐 나누고 옴. 덕분에 뽁뽁이를 좀 구걸해 얻음 ㅋㅋ


코스타커피에 가서 크랜베리주스 시켜놓고 앉았다. 의외로 많이 생각날듯한 곳이다. 체인에다 예쁘진 않지만 금연이고 와이파이 됨 ㅋ 근데 오늘은 와이파이가 약한건지 티스토리가 잘 안되는건지 자꾸 오류나서 코스타커피의 명성(ㅋ)에 먹칠을...


나와서 믈레니체에 늦은 점심 먹으러 옴. 3시라 자리는 있는데 벌써 25분째 밥 기다림 ㅠ 단백질이 필요해 닭가슴살구이 시켰다.


먹고 나서 방에 짐 좀 내려놓고 에벨에 가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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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9. 27. 19:27

보스턴 티파티 내가 마신다 2016 praha2016. 9. 27. 19:27




내일 돌아간다. 어제까지 너무 걸어다녀서 오늘은 도브라 차요브나와 에벨 정도만 가고 와이파이의 천국 코스타커피에 잠깐 들르는 정도만 생각 중이다 :)

접때 카쉬미르의 향기 마시며 료샤에게 보스턴 티파티 마셔보라 종용했지만 거부당했다. 사보이의 프렌치 브렉퍼스트와 마찬가지로 궁금한건 결국 해보고 가야 한다. 고로 정오부터 도브라 차요브나 와서 보스턴 티파티 내가 시켜 마심 ㅋ

음.. 스모키 아로마는 안좋아하는데 스모키해요? 라고 물었을때 주인아저씬 별로 안 그렇다 했지만 역시 좀 스모키해 ㅋㅋ

바클라바(빠흘라바)랑 같이 먹음. 오리지널만큼 엄청 달지 않아 오히려 내 입맛엔 맞다(그래도 달아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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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주가 훨씬 지나갔고 나는 다음주 수요일에 돌아가는 비행기를 탄다. 즉 일주일이 채 남지 않았다.

 

 

간밤에도 여러 꿈을 꾸었다. 이주일 전 프라하에 와서는 오랜만에 다시 오는 도시의 아름다움과 향수에 빠져서, 돌아다니느라, 그리고 친구가 와줘서 함께 다니느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다. 보고 걷고 차를 마시고 좋아했던 장소에 가고, 글을 쓰기 시작하고, 내게 힘이 되어주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그것으로 충분히 바빴다. 삼각형 방과 의자 부재의 문제가 제일 골치아픈 정도였다

 

 

그리고 친구는 돌아갔고 나는 구시가지로 숙소를 옮겨왔다. 내가 이전에 머물렀던 곳에서 그리 멀지 않다.

 

 

역시 구시가지는 관광객들로 넘치고 공기 자체가 다르다. 예전에도 그런 걸 느꼈는데, 구시가지는 좀더 화려하고 웅장한 대신 어딘가 차갑고 싸늘하다. 아마도 요세포프와 거대한 고딕식 광장들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말라스트라나 쪽 역시 관광객들이 많지만 이쪽보다는 훨씬 덜하고 그쪽은 좀더 주민들이 많다. 해가 더 잘 들고 좀더 아기자기하고 조금 더, 뭐랄까, 사람 사는 동네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선지 구시가지로 옮겨오자 좀 쓸쓸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아무래도 한국에 돌아갈 날도 가까워지고 휴직 기간도 점점 줄어들고 있어 그런지 좀 불안하기도 하고 마음이 복잡하기도 하다. 아마 그래서 꿈도 꾸고 자다가 깨어나면 한동안 잠이 안 오나보다.

 

 

..

 

 

 

오늘 급여가 들어오는 날이었는데 물론 휴직 중이라 상당 부분 삭감되었고(질병으로 인한 휴직일 경우 초기 3달 동안은 급여의 일부를 좀 받을 수 있다) 작년도 평가 결과도 별로 좋지 않아(뭐 자업자득이다. 작년 하반기에 내가 워낙 방황을 했으니) 더 깎였다. 회사 다니는 내내 성과평가 결과나 등급에 대해 걱정해본 적이 없었는데 아프고 나서, 그리고 작년 같이 특수한 경우 등을 겪고 나니 이런 일이 생기는구나 싶다. 그래서 이번달 수입은 매우 적고, 물론 지출은 많다. 여기 오기 전에 1년짜리 묶어놨던 적금도 한개 풀어서 자금을 좀 조달해 왔다. 이럴 거라고 미리 생각하긴 했지만 확실히 눈에 보이는 숫자가 나타나면 좀 고민이 되기 마련이다.

 

 

나는 8월에 퇴사를 결심했었고 실제로 이를 실행하러 갔었다. 노조의 도움으로 잠시 휴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만 물론 그건 그리 매끄러운 과정이 아니었다. 만일 내가 정말 간절하게돌아갈 생각이었다면, ‘정말 간절하게 이 자리에 남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나는 노조에 이야기하지 않았을 것이고 노조의 도움도 받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어쨌든 임원의 의지에 반하는 행동이었고 노조에 있었던 일을 모두 말하고 도움을 받음으로써 사측에 대해 일종의 스트라이크 행위를 보여준거나 다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의 연차와 나의 위치에서 이 행위는 사실 영리한 건 아니었다. 앞날을 생각한다면, 남는다고 생각한다면. 하지만 그땐 전혀 그런 생각을 할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다시 돌아간다 해도 나는 그렇게 행동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회사와 밀고 당기기를 하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냥 그때 나는 너무 절박했고 떠나기로 마음먹었고 너무나 억울하고 속상했기 때문이다. 의사는 나에게 노조에 얘기한 것은 잘한 행위라고 했다. 나 역시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만일 그때 처음 생각했던 대로 말없이 퇴사하고 떠났다면 그리 타당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억울함과 분노 때문에 무척 괴로워하고 있었을 것이고 그 상처는 쉽게 낫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있자니 아마도 페테르부르크에 갔을 때보다 좀더 객관적이 된 것 같고 좀더 현실적인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한다. 아마도 나는 아직 두려운 것 같다. 통장 잔고. 앞으로의 미래. 새로운 직업에 대한 가능성 여부. 부모님. 나이. . 그냥 모든 것이. 그래서 이러다가 그냥 돌아가게 되는 걸까?’ 하고 자문하게 되기도 하고 그건 자신에게 비겁한 행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나는 여전히 회사에 대한 꿈을 꾸고 회사 사람들에 대한 꿈을 꾸고 있다.

 

 

 

곁에 누가 있어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종종 한다. 아마도 많이 쓸쓸했고 그만큼 자신감도 상실했고 약해진 모양이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성숙하고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그건 일종의 환상이었을 것이다. 사람은 나이를 먹으며 성숙하고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그것을 확장해나가는 가운데 강해질 것이다.

 

 

 

..

 

 

 

 

하여튼..

 

 

오늘은 조식을 먹어보려 했지만 어제 잠이 모자랐기 때문인지 오늘은 아침에 깼다가 자다가를 계속 반복했다. 이불을 두개나 덮고 잤지만 추웠다. 밤 기온이 6~7도니 그럴만도 하다. 그리고 구시가지는 말라 스트라나보다 더 춥다. 예전부터 느낀 점이다.

 

 

늦게 일어났고 어제 폴에서 사온 빵이랑 차를 먹고 나갈까 하다가 몸이 많이 허해진 것 같아 한국식당에 가서 런치를 먹기로 했다. 구시가지 들로우하 거리를 다라 쭉 가다가 베네딕트스카 쪽으로 접어들면 mamy라는 한국 식당이 있었는데 3년 전에 두어번 갔었다. 그때 많이 쓸쓸했던 때라 한국말을 듣고 인사를 했을때 슬며시 위안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숙소에서 600미터쯤 떨어진 거리라 금방 갔다. 예전에 많이 돌아다니던 지역이기도 하고. 많이 변했다. 장사가 잘 되는지 다른데도 분점을 냈다. 그땐 한국음식 위주의 좀 소박한 메뉴와 공간이었다면 지금은 스시와 각종 라멘, 각종 요리 등등 좀 중국식당처럼 굉장히 다양한 메뉴로 바뀌었다. 마케팅도 그렇다. 대신 현지인들이 많이 찾고 아시아인들도 중국사람들이 꽤 있었다. 런치도 전엔 두어가지였으나 이제 스시를 포함해 요일별로 매일 5가지 정도 있다. 그런데 나는 돼지고기 알레르기 때문에...

 

 



계란프라이를 얹어주는 짜장볶음밥 런치가 159코루나여서 그것을 고르고, 거기에 미니 된장찌개를 시켰다. 짜장은 춘장을 볶아 만든 것 같은데 볶음밥에 간장과 참기름이 들어갔는지 좀 짠 편이었다. 전반적으로 간이 세서 아쉬웠지만 어쨌든 오랜만에 밥과 된장찌개를 먹고 나왔다. 한국인이 하는 가게가 잘돼서 좋긴 한데 어쩐지 난 3년 전의 그 가게가 더 좋았던 것 같다. 음식도 그렇고...

 

 

마미에서 나와서 오랜만에 들로우하와 마스나, 리브나 등등 그쪽 길을 걸었다. 이쪽은 좀더 외지고 응달이고 어둡다. 낙서도 더 많다. 가는 길에 체코 포스터와 엽서 가게에 들러 맘에 드는 엽서를 몇장 샀다. 이쪽에서는 아녜슈카 수도원이 가깝다. 그래서 거기 갔다.

 

 

..

 

 

 

내가 프라하에서 가장 좋아하는 두개의 사원. 로레타와 아녜슈카이다. 후자는 매우 오래된 곳이고 돌로 만들어져 있고 아주 소박한 장미창과 아치가 있어 바로크풍의 화려한 로레타와는 완전히 다르다. 아녜슈카에는 중세 성화들과 조각상이 전시되어 있다. 이곳에 내가 비밀스럽게 좋아하는 그리스도 조각상이 하나 있다. 매우 인간적이고 매우 처절하고 또 불완전한 조각상, 진짜 예술가의 세련된 솜씨가 아니라 어딘가 서툴게 만들어진 조각상이다. 나는 사실 아녜슈카에 그 조각상과 장미창의 빛을 보러 가곤 했다. 별로 싸지 않은 입장료를 내고.

 

 

오랜만에 갔더니 많이 변했다. 샵도 생기고 로비도 많이 바뀌고 심지어 코트보관소까지 생겼다. 그러나 슬프게도, 전시품이 몇개 되지 않았다. 알고보니 발트슈테인 궁전 쪽에서 중세를 아우르는 큰 전시를 하면서 거기에 아녜슈카 전시물들이 상당부분 가 있었다. 오늘 산 입장권으로 거기 가서 볼수 있다고 한다. 가보면 되긴 하는데... 주중에 로레타 갔다가 들러볼까 한다. 왜냐하면... 그 그리스도 조각상이 없었기 때문이다. 훨씬 얌전하고 정통으로 만들어진 목각 그리스도상 뿐이었다.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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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녜슈카에서 나와서 그쪽 동네를 잠시 거닐었다. 산책하고 사진 찍기 좋아하던 고적한 장소였다. 그리고 언제나 이곳은 어딘가 싸늘하다. 요세포프의 시나고그들이 있는 곳들이 그렇듯. 그러다 플레이모빌 샵 발견!!! 테스코에 용감한 조지 친구들 사러 갔다가 없어서 슬퍼했었는데 어린이 장난감 가게 진열창에 거대한 플레이모빌이 빵긋 웃고 있었다! 정신없이 들어가 홀린 듯이... 기사와 천사와 악마 모빌을 사버림 ㅠㅠ 망했다. 통장 잔고 보고 슬퍼한 게 불과 두시간 전이잖아 ㅠㅠ 용감한 조지 친구들에 그만 눈이 멀어... 뭐 그렇게 비싼 금액은 아니지만 한푼두푼 모여 이미 유리지갑은 가루먼지로... 이제 정말 아무것도 안 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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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당에서 먹은 짜장볶음밥과 김치 때문에 입안이 안좋아서 차와 케익을 먹으러 베이크숍 프라하에 갔다. 여기는 가격대가 좀 있지만 그래도 빵과 케익이 맛있는 곳이다. 예전에 두달 동안 살때 가끔 가서 빵을 사기도 하고 애플파이나 티라미수를 테이크아웃해오곤 했다. 여기 티라미수는 프라하에서 제일 맛있다. 좀 진하고 두껍고 슬라이스아몬드가 빽빽하게 붙어있다. 이탈리아에서 먹은 티라미수와는 약간 다르지만(도리어 이탈리아에서 먹은 티라미수는 좀더 부드럽고 아이스크림 같고 묽은 제형이 많았음) 맛있다. 오늘 다시 먹으며 느꼈다. 맛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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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숙소에 돌아왔다. 짐과 카메라를 내려놓고 노트북을 들고 다시 나왔다. 와이파이 되는 곳을 찾아.... 며칠 전 갔던 황금수탉 건물의 찻집에 갔으나 자리가 없어 바츨라프 광장 쪽의 도브라 차요브나에 왔다. 료샤가 보스턴 티파티를 안 마시고 내가 카쉬미르의 향기를 마셨다가 피봤던 그곳이다 오늘은 다즐링 히말라야를 시켰다. 내 노트북의 엘지 마크 때문인지 주인이 나에게 한국에서 왔느냐면서 재작년에 tea trip을 갔었다며 보성과 부산, 제주도를 갔다고 한다. 내가 보성 녹차밭 가셨냐고 했더니 그렇다면서 판타스틱했다고 한다. 녹차아이스크림 드셔보셨어요 했더니 그거 못먹었다고 아쉬워한다... 근데 사실 나도 보성 녹차밭 못가봤어 ㅋㅋ

 

 

보스턴 티파티는 좀 강할 것 같아 다즐링 히말라야 시킴. 너무 맘에 드는 푸른색 세라믹 티포트와 조그만 찻잔을 줬는데 이거 너무 갖고 싶다... 하지만 이거 파는 거냐고 물어보지 않을거야 유리지갑 가루... 아 근데 이 찻잔 너무 예쁘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푸른색과 녹색이다 ㅠㅠ

 






 

근데 여기도 와이파이가 왔다갔다 하네. 이 글이 올라갈지 모르겠다.. 이거 올려놓고는 숙소로 돌아가 저녁 대충 먹고 글 좀 쓰다 자려고 한다.

 

 

 ... 찻집에서도 와이파이 끊겨서 나왔는데 라진님 쉑쉑버거 포스팅 때매 버거 먹고파서 버거킹 와서 와퍼 먹고 있음. 히티틀러님 생각도 나네요... 여기서 와이파이가 잡혀서 올려보고 있음. 역시 패스트푸드점과 스타벅스여야 하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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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어제 마신 맥주가 몸에 받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의사가 술 마시지 말랬고 동생도 지금 약을 먹으면서는 술을 마시면 안된다고 했는데 ㅠㅠ 어제 하루종일 속이 쓰렸는데 밤에도 잠이 안 오고 자다가 괴로운 악몽을 꾸고 새벽에 퍼뜩 깨어난 후 너무 괴로웠다. 새벽 4시에 어둠 속에서 절반이 삼각형인 작은 방 침대에 누워 있자니 갑자기 너무 불안하고 무섭고 우울해져서 결국 일어나 불을 켜고 한동안 웹서핑을 하면서 앉아 있었다.



꿈속에서 부모님이 위험에 처했는데 그것을 전혀 모르고 행동하고 계셨고 나는 너무 걱정이 되었었다. 그 위험은 점차 나에게도 다가왔다. 근데 깨고 나서도 자꾸 나쁜 생각이 들었고 전날밤 꿈에도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신 친할아버지가 나오시는 등 뒤숭숭한 꿈을 꿨었기 때문에 밤중이라 그런지 비이성적 생각이 들고 괜히 불안했다(밝을 때 이런 얘기 쓰고 있으면 바보같지 ㅠㅠ)



다시 자면 도로 악몽을 꿀 것 같고 무서워서 졸렸지만 억지로 깨어 있었다. 머리도 아프고 속도 울렁거렸다. 혼자 있는 게 너무 싫어서 잠깐 료샤에게 전화할까 하다가 너무 새벽이라 미안해서 그만두었다. (간밤에 윷놀이를 연속 6판을 하며 승부욕을 엄청 불태우신 후 '빽도'의 부당함을 성토하다 장렬히 산화했음 ㅋ)



프라하 와서 처음으로 불안하고 무서워서 좀 괴로웠다. 술 마시면 안되겠어 ㅠㅠ



새벽 여섯시 넘어서 좀 밝아지자 근거없는 두려움이 가셨고(아무래도 지진 등등 여러가지 뉴스를 봐서 괜히 걱정이 됐나봄) 안대를 쓰고 다시 잤다. 악몽은 안꿨지만 두어시간 후 다시 일어났고 그 후에는 더 자려고 누워 있었지만 못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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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샤는 점심 미팅이 있었다. 원래 나한테 자기 호텔로 아침 먹으러 오라 했는데(우리 호텔에서 가깝지만 좋은 데 묵고 계심 ㅠㅠ) 악몽의 결과 아침에 못 일어나고 끙끙대며 '못 가겠다, 오후에 보자' 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곧 방으로 전화왔다. 간단히 얘기를 하니 짜증을 냈다.



료샤 : 멍충이. 그럴땐 전화를 하든가 오든가. 걸어서 10분 거린데.

나 : 너무 한밤중이라서 ㅜㅜ

료샤 : 애기냐! 무서운 꿈 꾸고 잠 못자고! 레냐도 안 그러는데.

나 : 네가 어제 맥주 줘서 그래 ㅜㅜ 약이랑 술이랑 같이 먹으면 안된댔는데 까먹었어.

료샤 : 어, 맞다. 미안... 나도 그 생각 못했어 ㅠㅠ 나도 예전에 의사가 그랬었는데 ㅠㅠ



그리하여 죄책감을 분담하게 된 료샤는 무지 미안해하더니 많이 아프냐고 물었다. 이제 아프진 않은데 잠이 모자라서 괴롭다고 했더니 그러면 자기 미팅 간 동안 방에 와서 자라고 했다. 삼각형 방 안좋다고 ㅋㅋ (내 생각에도 이 삼각형 방이 간밤 악몽으로 깬 후 못 잔데 일조한 거 같음) 근데 나는 또 배가 고프기 시작했고 어제의 맥주를 해독하기 위해선 뭔가를 먹어야 할 것 같아서 그냥 신시가지 쪽 나가서 아점 먹겠다고 했다. 료샤는 젤라또로 속죄하겠다고 했다(지가 먹고 싶어서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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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램과 지하철을 타고 신시가지 바츨라프 광장 쪽으로 갔다. 이것저것 많은 곳이니 아점 먹은 후 료샤와는 그쪽에 있는 도브라 차요브나(dovra cajovna)란 찻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간만에 박물관 앞으로 나왔는데 박물관은 수리 공사중이었다. 거대하고 기다란 바츨라프 광장을 따라 천천히 내려오다 이전에 자주 들르던 베이커리 카페인 Paul이 있어 거기 들어갔다. 여기 빵이랑 케익이 맛있다. 뺑 오 쇼콜라 먹고팠지만 어제의 나쁜 식생활을 떠올리며 야채와 단백질을 섭취해야 할것 같아서 115코루나짜리 세트를 골랐다. 바게트 샌드위치와 소프트 드링크를 하나씩 고를 수 있다. 닭가슴살과 토마토, 양상추, 디종머스터드가 들어간 양귀비씨 바게트와 사과주스 택해서 아점을 먹었다. 먹으니 두통이 좀 가셨다.



먹고 나서 광장을 따라 좀 걸었다. 도브라 차요브나에 갈까 카바르나 루체르나 카페에 갈까 했는데 후자는 가보니 건물 안쪽 공사 중이라 처음 가려던 도브라 차요브나에 갔다. 여기는 프라하에선 드물게 각종 차들을 우려주는 곳으로, 일본, 중국을 비롯 심지어 우리나라의 인삼, 홍삼차도 있다(이게 젤 비쌈 ㅋ) 그리고 역시나 이쪽 동네들이 그렇듯 불상이 앉아 있음. 아시아 음식이나 동양 차 판다고 무조건 불상 갖다놓으면 힙해지는 건 아니건만 하여튼 3년전과 마찬가지로 불상이 있었음.






세가지 종류 다즐링 중 하나 고르려다 새로운 걸 시도해보기로 했다. 이 집 스페셜 블렌딩으로 동네 이름 붙은 차들이 있었다. 카쉬미르의 향기, 보스턴 티파티, 이스탄불의 기억, 러시안 카라반 등등... 나는 카쉬미르의 향기라는 이름에 또 홀랑 넘어갔다. 각종 열매와 사과와 향신료가 가미된 진하고 끝맛이 씁쓸한 홍차라고 한다. 다즐링을 제일 즐기는 사람에겐 살짝 모험이긴 하다만 그래도 스모키한 건 아닌거 같아서(스모키한 차를 매우 싫어함. 그래서 기문차도 안 마신다) 이것을 고르고 예전 기억을 떠올리며 할바를 디저트로 주문했다. 할바 하면 요네하라 마리가 생각나지... 사실 보스턴 티파티도 너무 궁금했는데 이것은 료샤 오면 먹여보리라 다짐했다.








카쉬미르의 향기가 나왔는데 생각보다 향이 강하고 독특했다. 그리고 끝맛이 많이 씁쓸했다. 내 취향보다 더 진하게 우려져서 나왔기 때문에 생수를 좀 섞어 연하게 만들어 할바 곁들여 마셨다. 할바는 맛있었다. 흑, 이제 이름에 혹하는 짓은 그만 둬야 하나 ㅋㅋ 근데 너무 로맨틱한 이름이야, 카쉬미르의 향기...





료샤가 올때까지 노트북 펴놓고 글을 좀 쓰고 차 마시고 할바를 먹었다. 여기 할바는 포실포실하고 건조하고 달콤하고 견과 맛이 고소하게 느껴진다. 요네하라 마리의 할바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다.



..




오후에 료샤가 왔다. 카쉬미르의 향기를 선택한 이유를 얘길 하자 '로맨틱한 거 다 죽었냐'며 쿠사리 주고... 궁금했던 보스턴 티파티 마셔보라고 했더니 '뻔할뻔자 영국놈들 미국놈들 맛이겠지!' 하면서 그거 안 마시고 지가 좋아하는 아삼 티 마심... 여기까지 왔으면 안 마셨던 신기한 것 좀 마셔보지 ㅠㅠ 그는 내 카쉬미르의 향기를 한 모금 마시더니 '웩!' 하고는 '이럴 줄 알았다!' 라고 했음 ㅠㅠ


그리고는 갑자기 폰을 만지작거리더니 나한테 사진을 한장 보냈다.


나 : 뭐야, 그냥 보여주면 되지.

료샤 : 봐봐~~


사진을 보니.... -_-







나 : 야!!!!!

료샤 : 아까 오다가 이거 보고 딱 너 생각했음!!! 이 티셔츠 가게 여기서 가까운데 같이 가자! 이거 내가 너 선물할게 ㅋㅋ

나 : 싫어! 싫어! 못됐다!!!!! 앜!!!!



그래서 나도 폰으로 답 사진을 하나 보냄.




물론 나의 이 예술적인 답 사진에 그는 눈하나 꿈쩍하지 않음. 오히려 매우 아쉬워함.



료샤 : 입으면 재밌을거 같은데... 내가 사줄게 한번만 입고 사진 찍으면 안되냐... 싫으면 잠옷으로 입어...

나 : 싫어어어어어어!!! 내가 너한테 졸부아들, 노브이 루스끼라고 써 있는 티셔츠 사주면 좋냐! 그걸 잠옷으로 입고 싶냐??

료샤 : 그거랑 다른데 ㅠㅠ



흑흑... 진짜 너무해 ㅠ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호빗은 신체 비율도 안 좋고 발에 털도 났는데 자꾸 나보고 호빗이래 엉엉... 빨리 레냐가 와야 되는데.... 그래야 내 편 들어주면서 '빠빠 자몰치!'(아빠 조용히 해!) 라고 해주는데 엉엉... 레냐는 나보고 여왕이라 해주는데 ㅠㅠ



..



차를 마신 후 다시 우예즈드 쪽으로 왔다. 료샤는 어제의 맥주에 대해 속죄하겠다며 정말로 젤라또를 사주었다. 두가지 맛 먹으라고 했다. 많아서 다 못 먹는다고 하자 자기가 먹어주면 된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어차피 얻어먹는 거 또 도전정신을 발휘하기로 했다.



나 : 나 자두랑 티라미수!

료샤 : 너 분명 후회한다!

나 : 왜! 너 맨날 나한테 배맛 먹어보라 하고 살구맛 뭐 그런거 먹어보라 하면서! 나 자두 좋아하는데...

료샤 : 저게 자두잖아! 색깔 봐! 분명 달다고 할걸!

나 : 괜찮아, 티라미수는 안전하잖아.

료샤 : 커피도 안 마시면서!

나 : 티라미수는 좋아해! 나 도전할 거야!

료샤 : 카쉬미르의 향기 2탄일 걸.

나 : 친구야 너도 도전해봐. 나 아직 안 먹어본 거 있어. 치즈케익하고 초콜릿.

료샤 : 싫어. 나는 스트라치아텔라 먹을거야. 네가 그게 맛있댔잖아.

나 : 그래도... 스트라치아텔라는 나 먹어봤단 말이야. 근데 치즈케익하고 초콜릿은 다 먹을 자신이 없어. 한입씩만 먹어보게 네가 시켜라...

료샤 : 안해! 아까 점심때 디저트로 초콜릿 무스 나왔어. 난 스트라치아텔라!

나 : 친구 맞아? 보스턴 티파티도 안 마셔주고 ㅠㅠ



그리하여 나는 자두와 티라미수, 료샤는 스트라치아텔라 주문.





근데 료샤가 맞았다. 자두 소르베는 너무 달았고 티라미수는 커피맛만 많이 났다. 흑, 프라하에서 젤 맛있는 젤라또 가게라 해서 다 성공하는 게 아니었구나 엉엉...


맛에 대해선 거짓말 못하는 나는 솔직하게 '자두 너무 달고 티라미수 별로다...' 라고 인정했다. 료샤가 '그럴 줄 알았어!' 라고 하더니 자기 스트라치아텔라를 주었다. 그리고 자두랑 티라미수는 자기가 먹었다.


료샤 : 이럴줄 알고 내가 스트라치아텔라 시켰지! 나 되게 기사도 있지 않냐? 막 자두랑 티라미수도 먹어주고!

나 : 너 단 거 좋아하고 커피도 좋아하잖아!

료샤 : 나 네가 망할 줄 알았어! 그래서 너 먹으라고 스트라치아텔라 시킨 거야!

나 : 알았어. 맥주와 보스턴 티파티를 용서할게. 고마워. 친구야 너는 기사도 있는 신사야.



그리하여 젤라또를 해치우신 후... 기사도 넘치는 신사분인 내 친구는 자기 아들을 픽업하러 공항에 갔다. 료샤 사촌 누나가 체코인과 결혼해서 프라하를 자주 드나드는데 오늘 레냐 데리고 와주기로 했다. 나도 같이 갈까 했는데 료샤는 나보고 좀 쉬라고 했다. 공항에 나가서 기다려주면 레냐 버릇 나빠진다고 했다. 그런가?? 철없는 아빠 같은데 가끔은 뭔가 다른 방법으로 애 교육을 시킨다니까...


그래서 료샤는 공항에 가고 나는 언제나처럼 호텔 야외 테라스에 앉아 오늘의 메모를 적고 있다. 좀 있으면 레냐 보겠구나~~



... 오늘밤은 꿀잠 잘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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