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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 13. 22:02

월요일의 알리사 sketch : 지나와 말썽쟁이2020. 1. 13. 22:02

 

 

오늘의 퀵 스케치는 간만에 등장한 알리사. 엄청 피곤하고 우울한 표정으로 멍때리고 계심. 생각없이 아주 빠르게 크로키를 그리면 보통은 그순간의 기분이 그대로 반영된다. 피곤한 월요일을 보낸 결과 토끼의 앞발에서 나온 알리사 크로키도 피곤만땅 표정으로... 얘도 월요일에 실컷 노동에 시달리고 왔나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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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크로키는 수업 받고 있는 병아리 시절 말썽쟁이 미샤. 하필이면 산수 시간... 덧셈 뺄셈까지는 어찌어찌 잘 넘어갔는데 갑자기 분수가 나오고 나눗셈이 나오기 시작... 땡그란 눈만 떼굴떼굴... 춤도 잘 추고 인텔리겐치야 부모님 가풍 덕에 어릴때부터 책도 많이 읽고 다 좋았지만, 레닌과 공산주의 과목이랑 산수 앞에서는 하염없이 작아지고...

 

 

미샤 : 흐앙, 하나도 모르겠어 ㅠㅠ 지나야 나 좀 도와줘...

 

지나 : 엉엉 나도 산수는 모르겠어 우아앙... 숫자 시러...

 

 

절친답게 둘다 숫자에는 약했다고 합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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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퀵 스케치는 재킷 벗어 어깨에 대충 걸친 채 걸어오는 중인 말썽쟁이 미샤. 근데 대충 슥슥 칠하며 그렸더니 (나의 똥손으로 인하여) 재킷이 좀 보따리 같아짐. 이렇게 된 거 그냥 보따리로 바꿀까 ㅋㅋ 선물보따리 메고 지나네 아가한테 가는 길이라고 급변경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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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그린 스케치들. 따로따로인데 그려놓고 끼워맞추니 연결이 되는 것 같아 세 컷을 한 군데 모아놓아 보았다.

 

 

순서대로 이렇게~

 

 

 

 

 

 

뿌루퉁해진 지나 양.

 

 

 

 

친구가 뚱해져 있는 것을 본 말썽쟁이, 즉시 행동에 나서고...

 

 

 

 

 

지나는 다시 낙천주의자로 돌아왔습니다~

 

 

... 그러고보니 미샤는 지나의 우렁이인가 보다 ㅋㅋ 어른 돼서는 육아요정도 되어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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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퀵 스케치는 간만에 등장한 육아요정 모드 미샤. 지나랑 교수님 마르크의 소중한 아들내미 안고 동네 마실 중. 자동차와 사람들과 비둘기 갈매기 등등 전부 궁금해서 눈땡그랗게 뜨고 이건 뭐야 저건 뭐야 이건 왜? 저건 왜? 하고 옹알옹알 종알종알 재잘대는 아가한테 응 이건 그거고 저건 이거야 이건 이래서고 저건 그런 거야 하고 대답도 해주고 길 가다 아이스크림도 사주고 하여튼 이래저래 잘 놀아주고 있음. 그동안 지나랑 교수님은 고된 육아에서 잠시 해방되어 둘이 영화도 보고 데이트 중...

 

(근데 이렇게 써놓으니 미샤 어쩐지 불쌍한 것 같음. 어릴때부터 지나 꼬봉 노릇에 맨날 맛있는거 이것저것 조공해주고 춤출땐 맨날 번쩍번쩍 들어주고... 그러다 육아도 대신 해주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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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퀵 스케치는 에스키모 아이스크림 먹고 있는 말썽쟁이 미샤. 어릴때부터 춤을 춰왔고 나름대로 엄격하게 식이조절을 하는 편이지만 대부분의 러시아인들과 마찬가지로 마로제노예(아이스크림) 앞에서는 맥을 못 춤. 특히 초콜릿 입혀진 에스키모 하드와 부드럽고 달콤한 우유맛의 플롬비르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데 아기 때도, 학생 때도, 성인이 되어서도 이 취향이 변하지 않음 :) 이 녀석은 과일을 좋아하지만 아이스크림에 있어서는 입맛이 보수적이어서 바닐라와 초콜릿을 선호함.

 

 

그림의 배경은 아직 눈땡글이니 발레학교 시절 정도 될 것 같음. 저렇게 좋아하는 에스키모 아이스크림이지만 그래도 절친 지나가 '한입만 줘' 라고 하면 망설이지 않고 나눠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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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카페마에 앉아 구상한 글들이 있었는데 노트북도 말썽을 부리고 또 나도 게으름 피우느라 결국 한 글자도 못 쓰고 블라디보스톡 여행을 마무리하고 있다. 가능하면 돌아가서라도 주말에 좀 써보고 싶다.

 

 

글은 못 썼지만 이미지 크로키만 한 컷 그려보았음. 새해 전야의 알리사. 담배 뻑뻑 피우고 계심. 곱슬머리인데다 내가 똥손이라 얼굴 분간이 잘 안되지만 지나 아님, 알리사임. 머리 색깔이 짙음! 머리는 파마하셨음. 본시 유행에 민감해서 툭하면 헤어스타일을 바꾸는 여인. 그리고 지나는 담배 안 피움 ㅋㅋ

 

 

 

 

알리사 그리고 났더니 어쩐지 허전해서 엄청 퀵 스케치로 추가한 말썽쟁이 미샤. 역시 구름과자 뻑뻑~ 하지만 이거 한개비 피우고 돌아서서 엄청 기침하며 캑캑거렸다는 반전이 있습니다(허세만발 ㅠㅠ) 아무리 잘난척해도 이넘은 우아하게 뻑뻑 피우는 알리사 누님처럼 될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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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오늘의 퀵 스케치는 꼬맹이 미샤랑 지나의 송구영신 카드. 얘네들이 이렇게 병아리였던 건 사실 쏘련 시절이지만 아닌 척하며 2019년을 마무리하고 2020년을 맞이하는 카드로 얼렁뚱땅~

 

 

얘들은 러시아 새해 맞이에 차리는 음식 중 두개 먹고 있음. 미샤는 올리비에 샐러드(감자, 달걀, 오이, 완두콩 등을 마요네즈로 버무린 샐러드), 지나는 만다린(귤)~~ 사실은 샴페인을 쥐어줘야 하는데 꼬맹이들이라 자체검열로 생략하고 아이들 입맛에도 딱 맞는 올리비에와 귤만 그렸음, 근데 올리비에 샐러드 접시 그릴 자리가 마땅치 않아서 숟가락만 들려줬더니 저게 샐러드인지 아이스크림인지 이유식인지 구분이 안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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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엄청 휘리릭 그린 퀵 스케치는 리허설 중인 미샤랑 지나. 그런데 무슨 작품인지 지나 혼자 간절하고 애절한 표정이고 미샤는 나몰라라 미동도 없음. (말썽쟁이 미샤님이 안무한 작품으로 추정됨)

 

 

지나 남편(교수님) : 어휴 심지어 저넘 혼자 잘난척하면서 우리 마누라가 매달리는 역할이라니 ㅠㅠ

 

 

미샤 : 야 이건 현실이 아니라 작품이잖아! 왜 자꾸 리허설 구경와서 궁시렁궁시렁 꿍얼꿍얼이야.

 

 

지나 남편(교수님) : 나도 작품인줄은 아는데... 그치만 내 마누라가 매달리는 역할인 거 싫단 말이야!

 

 

미샤 : 그러면 바꿀까? 내가 매달리는 걸로?

 

 

지나 남편(교수님) : 아니야 안돼! 그건 더 시러!!!!! (저넘이 막 저렇게 애절한 표정으로 매달리면 어쩐지 마누라가 또 토닥토닥해주면서 잘해줄 거 같단 말이야)

 

 

지나 : 이상하다, 저렇게 작품과 현실을 혼동하는 남자가 어떻게 셰익스피어를 전공하고 교수님 노릇을 하고 있지??? 내 남편이니까 그러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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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2. 22. 22:49

계속 가는 것 + 이전의 메모 about writing2019. 12. 22. 22:49

 

 

 

 

오늘의 메모를 적고 난 후 문득 떠올라서 발췌해봄. 예전에 쓴 글에서 트로이와 미샤가 나누는 대화 일부.

 

 

...

 

 

“ 왜 그렇게 자신에게 가혹해? 넌 지금 몇 사람 몫을 하고 있는데. ”  


“ 계속 가야 해. 멈추면 안돼. ”


" 잠깐 멈춰도 돼. 조금 쉰다고 생각해. ”


 " 아니, 난 계속 가야 해. 멈추면 일어나고 싶지 않을 테니까. ”

 

 

..

 

 

 

위의 대화가 포함된 짧은 에피소드를 몇년 전 페테르부르크에 머무를 때 이 폴더에 발췌해 올렸던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이런 메모를 적었었다.

 

 

< ..... 어쩌면 저때 나는 미샤의 입을 빌려 내 얘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긴 진실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어차피 소설쓰기란 거짓말하기이며 거기에 일부의 진실을 숨기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그 반대도 성립할 것이다.... >

 

 

... 노트북이 안돼서 폰으로 적느라 불편하긴 하다만. 저 메모와 소설 에피소드는 아래 링크에... 16년 여름이었다. 소설의 저 에피소드 자체는 12년 겨울에 썼다.

 

- 내가 마린스키 앞을 지날 때마다 생각하는 것, 그가 계속 가야 하는 이유 -

 

 

..

 

 

맨 위 사진은 트로이가 사는 동네에서 미샤네 동네와 극장으로 가는 길 풍경. 모이카 운하. 아래 사진 한장 더. 두 장 모두 지난 7월 밤에 마린스키에서 공연 보고 걸어오며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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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열흘 정도밖에 안 남았다. 그러고보니 오늘이 동지였구나. 팥죽 먹었어야 되는데...

 

 

팥죽도 크리스마스 트리도 없는 연말임. 심지어 주중에 성탄절이 끼어 있어 그냥 빨간날이라는데 의의를 두고 2집에서 쉴 예정이다. 이브날 야근이나 안 하면 다행이다.

 

대리만족으로 홀리데이 시즌 특수 브라이트 레드 룩 미샤 크로키. 빨간색 잔뜩 칠해서 기분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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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2. 18. 22:46

석류 모드 미샤 sketch : 지나와 말썽쟁이2019. 12. 18. 22:46

 

 

오늘의 퀵 스케치는 붉은 계열 톤 온 톤으로 살짝 돌아보고 있는 말썽쟁이 미샤. 감귤룩에 이어 석류룩이라고 내 맘대로 붙여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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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밤, 사랑하는 아내와 오붓하게 차를 마시다가 지나의 남편이자 교수님인 마르크는 옛날 사진첩을 뒤적여 보았습니다. 앨범에는 학창 시절 지나 양의 아리따운 사진들이 많이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단지 자꾸자꾸 사진들에 말썽쟁이 미샤가 등장하는 것만 쫌 별로였습니다. 아무리 동기인데다 학창 시절부터 파트너로 춤을 췄다지만 이 말썽쟁이넘과 지나님은 툭하면 투샷이 나오고 또 툭하면 단체 사진에서도 옆에 붙어 있으니 심기가 안 좋아졌습니다. 말썽쟁이는 교수님보다 조금살짝 더 미남이었기 때문에 그게 쫌 별로였습니다.

 

 

그러다 이 사진을 보고 교수님은 좀 안심하였습니다.

 

 

지나 남편(교수님) : 하하하 미샤가 날라리였을 줄 알았는데 학생 시절엔 은근히 범생이었네. 자기 옆에 있으니까 엄청 주눅들어 보이고 무지 얌전해보이네. 바가지머리에 차려 자세로 얼어 있고... 귀엽네.

 

지나 : (마음 속으로 쫑알쫑알) 저 바가지머리 저때 파리에서 유행하는 헤어스타일이었는데. 쟤가 저러고 와서 학교 남자애들 다 따라서 바가지머리로 바꿨는데... 사진이 위만 찍혀서 그렇지 저때 교장 선생님이랑 장학사 앞에서 찍으면서도 주머니에 손 쑤셔넣고 있었는데... 그 주머니 안에 나 주려고 밀수해온 미제 쪼꼬 숨겨놨었는데... 아무 말 하지 말아야지.

 

 

사랑하는 아내님이 별 말 없이 방긋 웃어주어서 교수님은 더욱 행복해졌습니다. 그러다 다음 사진을 보고 다시 시무룩해지고 말았습니다.

 

 

 

 

지나 남편(교수님) : 으앙 이 사진은 뭐야... 너무 찐하잖아 엉엉.... 범생인 척하더니 역시 저넘은 날라리 바람둥이였어 흑흑 그 손을 내 마누라에게서 당장 떼지 못할까 엉엉...

 

지나 : 그럼 춤을 혼자서 추냐? 나 혼자 어떻게 뺑글뺑글 돌고 훨훨 날아, 사내놈이 꼬옥 잡아줘야지.

 

지나 남편(교수님) : 으앙 근데 이건 그런 우아한 발레 동작 아니잖아.... 오데트랑 오로라랑 지젤 같은 애들 저렇게 찐한 짓 안 하잖아 ㅠㅠ 이거 뭐야 엉엉...

 

지나 : 그러고보니 그렇네... 이건 바부팅이가 안무한 거 연습하다 찍힌 거였네~

 

지나 남편(교수님) : 으아앙... 저넘은 역시 날라리였어... 안무하는 것마다 딥뽀뽀 아니면 저렇게 더듬고 찐하고 흑흑 그것도 꼭 내 마누라랑... 흑흑...

 

지나 : 당신은 바부팅이 앞에서는 한마디도 못하면서 꼭 뒤에서 이렇게 꿍얼꿍얼거리더라.

 

지나 남편(교수님) : 그넘 욕하면 자기가 때리잖아 잉잉...

 

지나 : 그거야 걔는 바부팅이니까~ 내 꼬봉이니까 그렇지롱~

 

 

.. 그래서 지나 남편님은 어쩐지 쫌 서러워진채 남은 차를 다 마시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아내께서 자기는 바부팅이 꼬봉보다는 남편이 백배천배 더 좋다고 해줘서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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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모이카 운하. 딱 3년 전. 2016년 12월. 이때는 아주 추웠다. 모든 운하가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하지만 날씨가 맑아서 산책하기 좋은 날이었다. 올 겨울은 페테르부르크에서도 유례없이 따뜻한 편이라 운하가 아직 이렇게 얼지 않았다고 한다.

 

 

이 운하는 미샤의 운하이다. 이 운하를 따라 쭉 걸어가면 트로이네 집이 있는 고로호바야 거리를 관통하고 시느이 모스트(죄와 벌에서 라스콜리니코프가 건너다 운하를 내려다보는 그 다리이다)와 이삭 광장을 지나고 포나르느이 모스트(거대한 가로등 램프들이 있는 다리이다, 포나리는 램프라는 뜻임)를 지나고 또 계속해서 걸어가다 크류코프 운하 쪽으로 꺾으면 키로프 극장, 지금의 마린스키 극장이 나온다. 물론 민트 블루의 아름답고 고풍스러운 구관이다. 호박색의 화려한 신관은 2005년에 생겼으니 그 당시의 미샤는 그런 신관에 대해서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마린스키 신관은 엄청나게 자본주의적이고 물질적이고 또 아름답고 매끈하고 세련된 건물이니까.  

 

 

예전에 썼던 소설 속에서 미샤는 발레단 신입 시절 처음에는 사도바야 거리에 있는 낡은 아파트에서 극장 동료들 세명과 함께 지내고 1년이 지난 후에는 톱스타 대접을 받아 극장 바로 근처에 있는 넓고 좋은 아파트에서 지나와 둘이 살게 된다. 사도바야 거리에 살 때는 이 운하를 따라 걸어서 극장으로 출근했다. 좋은 아파트에서 지나와 살게 된 후에도 그 집에서 자는 적은 별로 없고 걸핏하면 도시 여기저기를 쏘다니고 또 툭하면 고로호바야 거리에 있는 트로이네 집에서 자고 나왔기 때문에 그때에도 역시 이 운하를 따라 극장에 가곤 했다. 차를 산 후에도 운전이 귀찮은데다 본시 산책을 좋아하는터라 그냥 걸어다니는 경우가 훨씬 많다.

 


 

 

 

페테르부르크, 당시 이름으로는 레닌그라드 토박이답게 미샤도 살을 에는 듯 춥지만 그래도 햇살이 비치는 한겨울에 꽁꽁 언 운하를 따라 걷는 것을 좋아했을 것이다.

 

 

 

그리고 저 붉은 다리(러시아어 이름은 끄라스느이 모스트)를 지나면서 다리 아래 옹기종기 모여 있는 오리들과 갈매기들에게 흑빵을 부숴서 던져주곤 했을 것이다. 새를 좋아하는 애니까.

 

 

다리 아래는 웬만하면 꽁꽁 얼지 않는다. 그래서 새들이 여기 모여 있곤 한다. 저때 나도 저 다리 난간에 기대어 새들에게 흑빵을 좀 던져주었는데 료샤가 강 오염시킨다고 투덜거렸음 -_- 빵은 유기물인데... 그리고 새들이 한순간에 다 찾아서 먹어치우는데 그런 내 말을 잘 들어주지도 않고 막 구박했다 엉엉 ㅜㅜ 그래놓고는 내 빵을 뺏아서 자기도 새들에게 먹이를 줌. 뭐야, 지도 해보고 싶었던 것이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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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스케치는 연습하다가 잠시 쉬는 시간이 되자 돌아보며 빵끗 웃는 지나 양. 어째선지 매우 기분 좋으심. 







그리고 연습실 바닥에 발라당 드러누워 그런 지나를 쳐다보고 있는 말썽쟁이 미샤. 얘는 표정을 보니 딱히 신난 것 같지는 않음... (자기가 안무한 동작들 중 하나를 지나가 계속 틀리고 있는 중이라 지적할까말까 고민하고 있는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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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2. 6. 21:52

고로호바야 거리, 이름들 about writing2019. 12. 6. 21:52

 

 

 

11월 초, 해질녘 페테르부르크 고로호바야 거리. 날씨가 흐려서 석양이나 아름다운 푸른빛은 아쉽지만 없었다. 걸어가면서 폰으로 찍었더니 조금 흔들렸는데 색감도 그렇고 어쩐지 옛날 소련 느낌이라 레닌그라드 시절이라고 최면 주문을 외며 사진 올려봄. 뭐 레닌그라드 시절엔 저런 별 모양 전선 장식은 없었을 것 같지만.

 

 

이 거리는 상당히 길게 뻗어 있다. 쭉 따라서 올라가면 사도바야 거리와 이어진다. 아래로 계속 내려가면 발샤야 모르스카야 거리와 말라야 모르스카야 거리를 가로질러 해군성 공원에 이른다. 네프스키 대로와도 가깝다. 내가 쓴 글들 몇편에 등장하는 트로이가 이 거리 어딘가의 오래된 아파트에 살고 있다. 사도바야 쪽보다는 발샤야 모르스카야 거리와 좀더 가까운 방향에. 소련 시절 이 거리는 제르진스키 거리로 불렸다. 하지만 내 입에는 고로호바야가 더 붙어 있어서 소설 속에서도 딱히 이름을 수정하지는 않았다. 알고 있으니 필요할 때는 언제든 고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기도 하고. 어떤 퇴고 버전에서는 이름을 모두 수정해놓기도 했다.

 

 

그러니 이 소설들 역시 이 거리의 지난한 역사들과 어떤 면에서는 비슷한 면을 띠게 된다. 어딘가에서는 고로호바야가 되고 또 어딘가에서는 제르진스키가 된다. 아마도 이 거리가 몇년 동안 가졌던 이름인 코미사로프스카야로 불리는 버전도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시대적 배경들이야 모두 달라지겠지만. 이것은 소련에 존재하는 다른 무수한 거리들과 도시들, 극장과 건물들의 이름도 마찬가지이다. 페테르부르크가 페트로그라드가 되었다가 레닌그라드가 되고 다시 페테르부르크가 되는 것처럼, 마린스키 극장이 키로프가 되었다가 다시 마린스키가 된 것처럼. 이름이 바뀌고 또 돌아오는 과정들은 너무나도 이 나라의 역사나 삶과 닮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름 또한 어떤 면에서는 렌즈이기 때문이다. 소련 시절 니넬이라는 여자 이름이 유행했던 것처럼. (니넬은 '레닌'의 철자를 거꾸로 뒤집은 것이다)

 

 

이름이 어떻든, 이 거리는 현실 속에서 내가 매년 오가며 자주 걷는 곳이다. 내가 좋아하는 산책 루트와도 겹치고 주로 묵는 숙소와도 가깝다. 동시에 이 거리는 허구의 소설 속에서 트로이와 미샤가 셀수 없이 걷는 곳이다. 트로이는 자기네 집이 이 거리에 있으니까, 미샤는 트로이네 집을 뻔질나게 드나드니까(게다가 여기서 극장까지 도보로 이동하기도 그리 어렵지 않고) 그래선지 이 거리에 대해 나도 애정을 품고 있다 :)

 

..

 

 

(사족) 그러고보니 레닌그라드 시절이라면 도로에 차가 저렇게 많지는 않았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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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코알라 모드 미샤 크로키 두 장. 



먼저 지나 등에 찰싹 붙어서 백허그하며 어리광부리는 표정 짓고 있는 미샤 코알라. 지나 어쩐지 짜증 참고 있는 표정 ㅋㅋ 학생 시절이라 지나가 좀더 누님 포스에 얼굴도 훨씬 사춘기 모드인데다 미샤는 한껏 키도 낮춰서 지나에게 어부바 찰싹 달라붙어 있음. 일하러 가는 엄마나 누나 허리 붙들고 가지 말라고 떼쓰는 꼬맹이 같기도. 






그리고 트로이에게 찰싹 붙어 꿈나라에 가 있는 미샤 코알라. 이넘도 불면증에 시달리는데(미안해 엉엉) 트로이 옆에 있으면 그래도 잘 자는 편임. 코알라 + 고목나무 매미 모드. 



그건 그렇고 똥손이라 트로이는 제대로 그릴 수가 없음. 이나마 얼굴이 나오긴 했는데 솔직히 말해 생각보다 항상 더 잘생기게 그려짐.




트로이 : 야! '생각보다라니! 눈 뜨고 있는 거 그려준 적도 없으면서... 이게 잘생기게 그려준거야? 엉엉.... 토끼 정말 너무해. 



토끼 : 나 똥손이잖아... 너 그리기 너무 힘들어. 그냥 안 그리는 게 젤 편해. 존재감 없어서 그리기 힘들어. 여기서도 그냥 고양이 재워주는 집사 같은 걸로 그린 거야. 



트로이 : 해도 해도 너무해... 나도 서무 시리즈 같은 거 만들어줘... 본편에서 맨날 찌질하고 불쌍하고... 본편 가출해서 내가 멋있고 내가 최고인 시리즈로 갈래.... 거기서는 미샤가 막 날 숭배하고... 



미샤 : 나 본편에서도 너 숭배하는데... 잠도 잘 재워주고... 



트로이 : 숭배의 사전적 의미를 모르는 거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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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2. 1. 22:54

네바 강변의 석조 난간, 글쓰기 about writing2019. 12. 1. 22:54

 

 

네바 강변의 석조 난간. 강 건너편으로 바실리예프스키 섬과 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 쿤스트카메라, 저 멀리로는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사원이 보인다.

 

나는 이 석조 난간을 따라 걸을 때면 갈매기에게 빵을 던져주고 이 위로 훌쩍 뛰어올라 춤을 추고 그런 그를 끌어내린 친구에게 공연히 벌컥 화를 내는 미샤에 대해 생각한다. 물론 나는 언젠가 아주 오랜 옛날, 먼저 난간을 따라 걸었고 그 이후 그 글을 썼다. 그리고 지금은 거꾸로 그 인물과 글쓰기에 이 난간이 따라온다.

 

 

..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미샤는 돌로 된 난간 위에서 몇 발짝 뛰어올랐다. 꼭 맞는 옷을 입고도 무대 위에서처럼 춤을 췄다. 빵조각을 채간 갈매기의 움직임을 그대로 모방해 추고 있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었지만 트로이는 그 재능에 놀라거나 감명을 받을 겨를도 없었다. 그는 난간에 몸을 바짝 기댄 채 두 팔로 미샤의 허리와 골반을 감아 바닥으로 홱 끌어당겨 내렸다. 아마 안드레이 트로이츠키가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완전히 잊은 드문 경우였을 것이다. 트로이는 균형을 잡는 데는 별 재능이 없었으므로 하마터면 미샤와 함께 돌바닥에 넘어질 뻔 했다. 미샤가 재빨리 몸을 뒤로 젖히며 한 손으로 난간을 짚고 한쪽 다리로 트로이의 무릎을 떠받쳐 넘어지는 것을 막았다. 싸늘하고 약한 바람이 불어와 미샤의 머리칼이 검은 깃털처럼 공중으로 가볍게 나부꼈다. 



 
 “ 봐, 위보다 아래가 더 위험해. 넘어질 뻔 했잖아. ”


 “ 너 그 위에서 헛디뎠으면 강으로 떨어졌을 거야. ”


 “ 강이야 헤엄치면 되지만 이건 돌바닥이잖아. ”


 “ 괜찮아, 넌 내 위로 떨어졌을 테니까. ”


 “ 미쳤어? 제대로 넘어질 줄도 모르면서. 뻣뻣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 거짓말이 아냐, 안드레이. 위보다 아래가, 강보다 바닥이 더 위험해. 넌 머리가 깨졌을 거야, 뼈가 부러졌거나. ”



 미샤는 화를 내고 있었다. 까만 눈을 뜨겁게 태우면서 입술을 떨었다. 자기는 그렇게 위험한 짓을 밥 먹듯 하는 주제에 기껏 그가 뒤로 자빠질 뻔한 것을 가지고 화를 내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던 트로이는 그 말을 그대로 해주었다.

 

 

...

 

 

엄밀히 말하면 미샤가 춤을 춘 난간은 이쪽이 아니고 사진 속 강 건너편인 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당시엔 레닌그라드 국립대학교) 쪽에 있다. 미샤는 트로이에게 한소리 들은 후 어쩐지 토라진 채 말도 없이 궁전 교각을 빠르게 걸어서 강을 건너고 이쪽 방향으로 걸어온다.

 

저 짧은 몇 문단이 포함된 파트를 예전에 이 폴더에 발췌해 올린 적이 있다. 앞뒤가 더 붙어 있어 맥락이 좀더 나온다.

링크는 여기 : https://tveye.tistory.com/5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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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엄밀히 말하면 이 당시엔(소련 시절이라) 셀카 개념 같은 건 없던 터라 발레단 친구가 찍어준 투샷 클로즈업이지만 :) 하여튼 둘이 바짝 붙어서 빵끗 웃으며 찰칵~ 미샤 왜 그런지 기분 업되어 윙크에 브이에 미소까지 3종 세트 풀장착~ 지나는 미샤 밀어내고 자기가 카메라 앞으로 나서서 얼굴 들이대고 있음(얘네들은 '뒤로 물러나 얼굴 작게 보이기~' 뭐 그런 스킬 생각 없음 ㅋㅋ 요즘이라 해도 얘들은 굳이 그럴 필요도 없을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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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1. 28. 22:59

겨울운하, 그리고 약간 about writing2019. 11. 28. 22:59





겨울 운하. 짐냐야 까나브까(Зимняя канавка)



내가 좋아하는 장소이다. 에르미타주 겨울궁전 사이에 있어 이런 이름이 붙었다. 로컬들도 사랑하는 장소이다. 아주 작은 운하이지만 매력이 넘친다. 겨울궁전 아치 너머로 네바 강이 보인다.



이 도시의 운하는 나에게 각별하다. 그리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곤 한다. 그래서 전에 쓴 글에 이런 대화를 넣었었다. (예전에 이 폴더에 저 대화를 포함한 파트를 좀 길게 발췌한 적이 있긴 하다. 글쓰기 메모와 함께)




...





 “ 나하고 레닌그라드는 같을지도 몰라. ”


 미샤는 트로이의 귓가에 입술을 마주 댄 채 따스한 숨결을 내쉬며 말했다.


 “ 뿌리가 없어. 돌이킬 수 없이 안이 비었어. 파이프처럼. 운하의 검은 물이 그 안으로 차올랐다가 어디론가 빠져나가. 그래서 사람들을 잡을 수가 없어. 친구를 만들기가 너무 어려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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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1. 28. 22:15

알리사 오랜만에 sketch : 지나와 말썽쟁이2019. 11. 28. 22:15

 

 

오늘의 퀵 스케치는 오랜만에 등장한 알리사. 오늘 내가 힘들었던 하루라 이것이 반영되어 알리사의 메이크업이 찐해지고 색깔도 다크해졌음. 이 사람도 노동노예(..이자 심지어 외노자 ㅋ)라서 이런 기분을 반영하기 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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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퀵 스케치는 발레학교 병아리 시절 눈땡글 미샤랑 지나. 똑같은 포즈로 턱 괴고 똑같이 뾰로통한 표정으로 눈땡글 입술 삐쭉하고 있음. 표정을 보면 레닌의 청년시절이라든지, 훌륭한 공산당 소년단원이 되는 길 뭐 이런 수업을 듣느라 지루해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함. 근데 사실 미샤는 어릴때부터 그런 수업시간이 되면 땡땡이를 쳤으므로 이렇게 나란히 뚜떼한 표정을 짓고 있을 것 같지가 않고... 아니면 소련 프로파간다 영화를 억지로 관람 중일지도 ㅋㅋ

 

 

둘이 동갑내기이지만 역시나 지나가 생일도 빠르고 또 여자애들이 좀더 빠르므로... 지나가 확연히 누님 포쓰~ (그리고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지나가 철없는 말썽쟁이 미샤를 챙기며 누님+엄마 노릇 ㅠㅠ)

 

 

 

 

 

 

요즘 너무 뾰로통하거나 진지하거나, 아니면 눈 감고 있는 미샤만 그려서... 이건 어제 기분전환하려고 그렸던 빵끗빵끗 웃는 꽃핑크 스웨터 차림의 꼬맹이 미샤. 무용수라는 놈이 기럭지가 왜 이렇게 짧은가 하신다면, 아직 병아리라서 그렇습니다 :) 눈땡글 빵끗~ 남자는 역시 핑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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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그렸던 크로키 중 하나. 파란 비니 뒤집어쓰고 파랑빨강 스웨터 입은 채 팔짱 끼고 어딘가 심기 불편한 표정 짓고 계신 말썽쟁이 미샤. 



근데 내가 똥손이라서 그렇지만... 스케치하고 색칠할 땐 그런 생각이 안 들었는데 다 그리고 보니 팔짱 낀 포즈를 제대로 못 그려서 그런가, 넉넉한 스웨터에 심지어 두꺼운 스트라이프까지 집어넣어서 그런가 이게 스웨터가 아니라 쫌 구속복 입혀놓은 느낌이 ㅠㅠ 흑흑 미샤야 미안해... 이넘이 이 세상에서 젤 싫어하는게 묶이거나 못 움직이는 건데 ㅠㅠ 그래서 표정이 뚜떼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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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1. 25. 21:47

세가지 색, 특히 붉은색 sketch : 지나와 말썽쟁이2019. 11. 25. 21:47




선명한 색채들을 좋아한다. 특히 이 세가지 색을 좋아한다. 실제로 옷도 이 세가지 색깔이 많다. 기분이 우울하거나 가라앉을 때면 빨간색을 많이 쓴다. 옷차림이든 포인트든 화장이든. 그림도 마찬가지이다. 



그러고보니 올해는 연중 내내 빨간 립스틱을 주로 바르고 다녔다. 핑크나 연한 색은 거의 바르지 않았다. 아무래도 올해 떠맡은 책임과 업무, 각종 외부 회의들 때문에 좀더 선명하고 강한 인상을 보여야 한다는 이유도 있었다. 기분 탓도 있었고. 올해 가장 많이 바른 빨간색은 맥 루비우와 디어달리아 시덕션이었다. 전자는 차갑고 선명한 색이고 후자는 좀더 밝은 색이다. 이 두가지 색깔이 나의 올해를 여러가지로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아무리 루비우를 발라도 나는 별로 강해보이지 않고... 그냥 빨간 립스틱 바른 눈땡글 토끼 ㅠㅠ)



빨간 스카프 두른 미샤 크로키 그려놓고는 생각이 딴데로 갔다. 하여튼 미샤에게도 이 세가지 색을 가장 많이 쓰긴 한다. 아마 무의식적으로 집어드는 색깔이 거의 항상 이 세가지이기 때문인 것 같음. 그리고 빨간색을 칠하고 있으면 기분이 좀 나아지는 효과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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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크로키는 절친 지나한테 딱 붙어 앉아 볼 뽀뽀하고 있는 미샤. 뺨 마주대면서 귓속말로 뭐라뭐라 속닥거리고 있는 중임. (분명 어리광이나 쓸데없는 농담으로 추정됨) 너그럽게 그걸 또 다 들어주고 있는 아량 넓은 지나 누님.

 

 

 

미샤 : 토끼 이상해. 왜 자꾸 지나 누님이래. 우리 동갑내기인데. 발레학교랑 극장이랑 둘다 동기인데... 그리고 내가 얼마나 진지한 남자인데 어리광이나 쓸데없는 농담이라니... 지나 귀에 대고 뭔가 아주 중요한 정치적이고 문학적인 얘기를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잖아!

 

지나 : 야! 내가 너보다 몇달이나 빨리 태어났고! 정신연령도 너보다 훨씬 높고! 누님 맞잖아! 뭘 꿍얼꿍얼이야! 정치적이고 문학적인 거 좋아하네! 연습 끝나고 무슨 아이스크림 사먹을지 의논하는 거잖아!

 

미샤 : 힝... 지나야, 아이스크림은 정말정말 중요하고 정치적이고 문학적인 주제란 말이야.... 플롬비르 콘이냐 에스키모 하드냐는 정말 일생일대의 난제라고 흑흑...

 

... 그래서 일생일대의 난제이자 매우 정치적이고 문학적인 이 문제에 대해서는 지나 누님이 명쾌하게 답을 내려주었다고 합니다. 그것은 플롬비르도 한개 에스키모도 한개 사서 둘다 반띵해서 나눠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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