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4

« 2024/4 »

  • 28
  • 29
  • 30

 

 

 

작년 11월 하순. 프라하 구시가지 광장. 

 

 

프라하에는 자주 갔었고 몇달 살았던 적도 있었다. 대체로 관광지가 아름다운 도시에서는 첫 여행 때는 이런 유명한 곳에 가면 즐겁고 눈요기가 되지만 그게 반복되면 가능한 한 랜드마크를 피해다니게 되기 마련이다. 프라하에서는 그런 곳이 이 구시가지 광장과 카를 교였다. 그러나 프라하에 며칠 머무르며 도보로 이동하다 보면 결국은 이 광장을 지나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일 때가 많아서 결국은 몇 차례 이상은 다시 찾게 된다. 

 

 

사진은 도착 다음날 오전. 이날은 눈발이 계속 흩날렸고 상당히 음습하고 싸늘한 날이었다. 왼편으로 유명한 오를로이 천문 시계탑이 보인다. 이 시계탑이야말로 가장 피하고 싶은 곳이지만 그래도 맨 처음 갔을 때는 감탄하며 바라보고 즐거워했었다. 

 

 

광장 사진을 올려보는 이유는 지금 쓰고 있는 단편이 바로 이 광장의 저 시계탑 아래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가벼운 소품이라 금방 휙휙 쓸 것 같았지만 요즘 심신이 너무 힘들어서인지 잘 되지 않는다. 아마 너무 가벼운 소품이라 그럴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 인물을 내세워 제대로 된 플롯이 있는 글을 써본 적이 없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아마 나와는 많이 다른 인물, 한없이 단순하고 해맑은 인물이라 그럴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제 주인공이 광장에서 나와서 이십년 동안 짝사랑했던 여자랑 같이 강변으로 걸어가려는 중이다. 

 

 

이 여행 때는 dslr을 한번도 안 꺼내고 내내 폰으로만 사진을 찍었다. 그래서 사진들의 퀄리티는 딱히 좋지 않지만, 프라하에 너무 자주 왔기 때문에 '멋진 사진을 찍고 싶다!'는 욕망이 모두 탈색되었는지 별로 아쉽지는 않다.

 

 

 

 

 

 

 

 

'2022-23 praha'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곧 탑승  (4) 2023.06.03
꿀, 설탕, 레몬  (8) 2023.04.13
프라하  (4) 2023.03.08
프라하 가는 길 공항과 비행기, 카페 메모  (0) 2023.03.04
비오는 날 카피치코  (2) 2023.02.24
:
Posted by liontamer




사진은 구시가지 광장. 프라하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풍경 중 하나인데 역시 아름답긴 하다. 일요일이고 크리스마스 노점들도 늘어서 있어 사람들이 정말 많았기 때문에 가급적 가장자리로 돌아서 가긴 했지만.



오후 2시 즈음 카피치코에서 나왔고 첫 숙소에서 택시를 타고 레테조바 거리의 두번째 숙소로 왔다. 숙소는 위에서 말한 대로 괜찮긴 한데 화장실 물을 내리면 계속 줄줄 흘러서 골치아프다. 아까 리셉션에 얘기했는데 점심 겸 저녁 먹고 들어와보니 물이 멈춰 있긴 했지만 다시 내리니 역시 또 줄줄... 흐앙 안 그래도 소음에 민감한데...



에벨 오려고 나오면서 다시 얘기하려고 했는데 리셉션이 비어 있다. 좀 있다 방에 돌아가서 여전히 물이 안 그치면 다시 말해봐야겠다. 벽에 붙어 있는 거대버튼 식 물내리개(이거 뭐라고 부르는지 생각이 안 나서 내 맘대로 적음)는 도대체 내가 손을 볼 수도 없고(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도 모르겠고) 참 골치아프다.



숙소에는 짐만 풀고 곧장 나왔다. 너무 배고파서.... 편하게 맛있는 거 먹으려고 근처의 믈레니체에 갔는데(예전에도 종종 가던 곳인데 한국인들이 너무 많이 오는 것 빼곤 좋다) 오후 3시 반인데도 이미 만석이었다. 뭐냐... 분점이 생겼다 해서 그곳이 있는 스타로메스트카 지하철역 근처로 가보았다(여기가 숙소에서는 더 가까운 거리였다!) 분점은 아직 덜 알려졌는지 자리가 많았다.




고기요리 주문해서 실컷 단백질을 섭취하고 흑맥주 0.3까지 마시고 나왔다. 육류를 딱히 즐기는 건 아닌데 오늘은 점심때부터 ‘단백질... 동물성 단백질...’ 하고 온몸으로 중얼거리고 있었던 걸 보니 몸에 필요했나봄. 근데 이게 먹을 땐 맛있었는데 이제 무지 목 마름. 술을 거의 안 마시고 특히 맥주는 마시면 배아파서 기피하는데 여기 흑맥주는 마셔도 배가 안 아프다. 오늘은 빈속이라 그랬는지 흑맥주에서 정말 달콤한 캐러멜과 훈연향이 느껴져서 맛있었다.


배를 채운 후 구시가지 광장을 지나갔다. 해가 지고 나면 트리 별의 점등을 하는 모양인지 아름다운 음악이 울려퍼지다가 꼭대기 별에 불이 켜졌다.



예전에 쥬인이랑 ‘보물상자’라고 불렀던 틴 광장과 리브나 거리 사이의 슈퍼마켓에 갔다. 보물상자라 불렀던 이유는 그곳에서 한국 라면과 컵라면을 팔았기 때문이다. 13년에 머무를 때도 종종 가서 라면을 사곤 했었다. 이번 숙소는 취사가 가능해서 라면 한개랑 생수 한병 샀는데 이 수퍼는 좀 비싼 편이다.



틴 광장의 보타니쿠스에 들렀다. 그나마 겨울이라 중국 관광객이 조금은 덜했지만 그래도 우글우글 ㅜㅜ 라벤더 오일이 함유된 거품입욕제 한 병 샀음. 러쉬 버블바가 좋긴 한데 너무 비싸고 헤퍼서 ㅠㅠ 예전에 여기서 배스 솔트도 사서 잘 썼던 기억이 있다.



생수와 카메라(왜 가지고 나갔는지ㅜㅜ) 때문에 어깨 빠질 것 같아 낑낑대며 숙소로 돌아왔다. 퍼질러 앉아 가방을 좀 풀고 나서 띵하고 피곤하고 졸린 상태로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와 바로 옆의 카페 에벨에 갔다. 위의 단락까진 에벨에서 썼다. 카페 에벨에 대한 생각의 파편들로 시작해 오늘 메모로 이어졌는데 전자는 따로 올리려고 듳어냈다.



에벨에서 새로 나온 귀여운 머그를 하나 사서 방으로 돌아옴. 마침 리셉션 직원(매우 친절)이 있어서 화장실 물 졸졸졸에 대해 얘기했더니 미안해하며 내일쯤 수리공이 올 건데 임시방편으로 큰 버튼은 내려가는 거, 작은 버튼을 다시 눌러주면 물 멈추는 거라고 알려주었음. 이제 하결!


.. 인줄 알았는데 양말 등 자질구레한 옷가지를 빨려고 세면대 마개를 막고 물을 좀 받았더니... 그 마개가 안 빠짐 흑흑... 아무리 지렛대를 눌러대도 안 빠짐. 뭔가 내가 모르는 또 다른 요령이 있을까 하고 아무리 봐도 없음 ㅠㅠ 그리고 하도 마개 지렛대를 눌러대서 손가락만 아프고...



다시 리셉션에 가서 얘기할까 하다가 귀찮아서 내일로 미루고 결국 빨래는 욕실에서 하고(욕조는 없고 샤워부스만 있음), 세수는 싱크대에서 했음(레지던스 아파트라 싱크대 있음)



아무래도 오래된 건물이고 일반 호텔이 아니라 4층짜리 방 몇개 없는 아파트다 보니 욕실이 여기저기 부실한 것 같다. 힝... 근데 생각해보니 지금껏 프라하에서 여러 군데의 호텔들을 전전해봤는데 다들 어딘가 좀 부실한 것이 아 여기 괜찮구만 하는 곳이 딱히 없었다. 프라하에서 비싼 곳에 안 묵어봐서 그런가...



졸려온다. 점저를 원체 잘 먹은데다 에벨에서 런던 포그 밀크티를 마셔서 저녁은 굳이 안 먹어도 될듯. 어제는 밤 10시에 잤는데 오늘도 그쯤 잘 것 같다(지금 밤 9시)

:
Posted by liontamer
2018. 5. 1. 21:24

그리운 프라하 2016 praha2018. 5. 1. 21:24






계속 일에 시달리고 지쳐선지 정말 요즘 여행가고 싶어 미치겠다.



사진은 재작년 9월의 프라하. 그땐 아파서 일을 쉬고 있을 때라 3주 가량 머물렀었다. 작년에도 5월말에 프라하 갔었음. 그래선지 요즘 부쩍 다시 가고 싶어 죽겠음. 물론 뻬쩨르도 당연히 ㅠㅠ


캄파.






루돌피눔 근처.






구시가지 광장으로 마무리.




'2016 praha'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양귀비씨 자두 아이스크림  (2) 2018.12.03
2년 전 프라하 풍경 몇 장  (0) 2018.10.26
한적한 흐라드차니  (0) 2018.04.10
나의 에벨  (0) 2018.04.09
카피치코, 로만과 이야기했던 날  (2) 2018.04.05
:
Posted by liontamer
2017. 6. 19. 22:19

걸어가면서 마주친 파랑들 2017-18 praha2017. 6. 19. 22:19





지난 5월 31일. 프라하 구시가지 산책하면서 찍은 여러가지 푸른색들.



프라하는 색채들을 발견하기도 좋고 그들을 한가지 혹은 여러가지 주제로 묶어내기도 좋은 도시이다. 개인적으로야 빨간색을 제일 좋아하니 프라하 빨강 시리즈를 제일 많이 찍은 것 같긴 하지만.. 파랑 시리즈도 꽤 있다. 작년에 갔을때도 파랑 노랑 빨강 녹색 시리즈를 몇개 올렸던 기억이 난다.



오늘은 두어시간 산책하며 만난 파란색들 시리즈.






















'2017-18 praha'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하에서 지상으로  (6) 2017.06.22
녹색의 캄파 공원 거닐다가 + 레냐  (6) 2017.06.21
타는 듯한 색채들  (6) 2017.06.18
드래곤 라떼  (12) 2017.06.17
아주 녹색, 아주 밝은 빛  (10) 2017.06.15
:
Posted by liontamer
2016. 12. 3. 01:21

귀퉁이에 자리 좀 내줌 2016 praha2016. 12. 3. 01:21

 

프라하 구시가지 광장.

하늘만 찍으려 했는데 첨탑이 자기 빼놓는다고 섭섭해 해서 귀퉁이만 좀 등장시켜줌 :)

 

:
Posted by liontamer
2016. 11. 16. 01:01

프라하의 석양과 황혼 2016 praha2016. 11. 16. 01:01

 

지난 9월 하순. 프라하. 저녁.

석양 보러 블타바 강변에 갔었다. 해지는 것을 보고 어둑어둑해졌을때 거리와 골목을 따라 걸어서 숙소로 돌아왔다. 그날 찍은 사진 몇장.

 

 

건너편에 조그맣고 하얗게 보이는 녀석들은 백조들.

저 백조들 보러 저쪽 강변의 캄파 쪽에 갔었는데 그건 나중에 따로 백조 스페셜로 올려보겠다.

 

 

 

 

 

 

이상하게 자기 혼자 건너편으로 헤엄쳐왔던 이 백조. 오리들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갔었다. 그때 오리 따라가던 이 녀석에 대한 포스팅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5249

 

 

 

 

 

 

해가 다 져서 컴컴해졌고 나는 카프로바 거리를 따라 숙소 쪽으로 걸어갔다. 가다가 배고파서 kfc에서 징거버거를 사먹었는데 맛있었다.

이 사진과 아래 사진은 폰으로 찍은 것.

 

 

구시가지 광장을 가로질러 갔다. 여기와 카를 교는 항상 관광객들로 붐벼서 평소엔 피하는 곳인데 그래도 가끔 가면 아름답긴 하다. (처음 프라하에 갔을땐 그저 감탄했었다)

 

'2016 praha'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빛과 그림자에 잠긴 프라하 성에서  (4) 2016.11.17
백조 공주 의상 같아서  (4) 2016.11.16
꿋꿋하게 빈병과 낙서와 새를 찍는다  (6) 2016.11.14
료샤가 유일하게 찍어간 낙서  (12) 2016.11.13
금토끼!  (6) 2016.11.12
:
Posted by liontamer

 

 

어제에 이어.

역시 프라하 도착한 다음날. 처음으로 거리 나갔을때.

말라 스트라나 쪽에서 시작해 구시가지 쪽으로 가서 많이 걸어다녔다. 아무래도 오랜만에 오다보니 첫날은 여기저기 많이 걷게 된다. 그리웠던곳도 가게 되고 안가봤던 곳도 가보게 되고... 이건 페테르부르크도 마찬가지다.

 

햇살 받으며 많이 걸었던 날이었다.

 

말라 스트라나, 페트르진 공원.

 

말라 스트라나. 우예즈드에서 헬리초바 가는 쪽.

 

 

 

 

 

 

 

 

 

 

이건 구시가지 광장의 비둘기들.

 

 

프라하에서 제일 전형적인 풍경 사진이지만.. 그래도 첫날이라 어찌어찌 돌아다니다보니 구시가지 광장에도 갔었다. 이날 비누방울 부는 사람이 있었지. 그 사람은 다른 날도 가끔 왔다. 날씨 좋은 날.

 

맨 처음 왔을땐 너무 아름다워서 감탄했고 이후에는 번잡해서 가능한한 피해다녔지만 오랜만에 오니 역시 반갑긴 했다.

 

 

 

 

 

'2016 praha'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석양  (0) 2016.10.10
집처럼 작고 아늑한 카피치코  (4) 2016.10.10
첫날 거닐며  (2) 2016.10.08
셋의 시선을 뺏은 세 가지  (4) 2016.10.06
프라하의 여러가지 모습들  (6) 2016.10.06
:
Posted by liontamer
2016. 9. 25. 23:41

어젯밤 2016 praha2016. 9. 25. 23:41



구시가지 광장 지나 숙소로 돌아가던 길에 폰으로 찍음

:
Posted by liontamer


펍에서 점심을 먹고 나온 후 너무 배가 불러서 구시가지를 좀 산책하고 오기로 했다. 더웠다. 슈니첼에 감자튀김에 맥주까지 마셔서 배가 터질 것 같았다. 런치 메뉴라 슈니첼의 양이 그리 많진 않았지만 나로선 좀 용량 초과. 그래서 다리는 아팠지만 열심히 걸었다.


구시가지 광장에 갔다. 십년 전 처음 프라하에 와서 이 광장에 들어섰을때 '와 정말 아름답다, 누구랑 같이 와서 봤으면' 이란 감탄을 내뱉었던 곳인데 그 이후 하도 자주 지나다녀서 그 감흥은 많이 퇴색되었다. 지금은 프라하의 좁은 골목들을 더 좋아한다. 그래도 오랜만이라 반가웠다.


얼마 전 영원한 휴가님께서 빌니우스에서 비누방울 부는 청년 사진 올려주셔서 내가 '저도 프라하 구시가지 광장에서 그런 사람 봤어요' 라고 했는데 오늘도 있었다. 비누방울이 영롱하게 떠돌아다녔고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즐거워했다. 영원한 휴가님 생각하며 사진 두 장. 오를로이 천문시계나 광장 풍경 대신 오늘은 비누방울로 낙착.





잘 보면 파란 하늘 위로 떠올라가는 비누방울들이 좀 보여요 :0



..



젤레즈나 거리, 틴 광장, 운겔트, 첼레트나 등등 근방의 유명한 골목들을 빙글빙글 돌았다. 3년만에 와보니 바뀐 곳들도 있었다. 반가운 곳들도 있었다.





운겔트 골목 돌바닥에 비치는 빛이 좋아서.




이것이 프라하 골목의 하늘



그리고 이것이 프라하의 좁고 좁은 골목...



틴 광장에는 내가 좋아하는 곳이 세군데나 있는데 보타니쿠스, 도자기 가게(새와 종, 부활절 달걀 모빌 등을 판다), 그리고 카페 모드리 오렐이다. 셋다 있었다. 여기는 나중에 다시...



한시간 반 정도 돌길을 걸어다녔더니 너무 다리가 아프고 지쳐서 배는 덜 꺼졌지만 그래도 카페 에벨에 가기로 했다. 실은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빨리 에벨에 가고 싶었다.



다시 에벨 앞에 서자 심장이 두근거렸다. 집에 돌아온 것 같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에벨은 똑같았다. 일하던 점원만 달라졌을 뿐이었다. 내가 좋아하던 창가 자리는 누가 이미 차지하고 있어서 전에 이따금 앉던 안쪽 자리에 앉았다. 타이핑하긴 더 편한 자리였지. 그때가 겨울이라 추웠고 지금은 더운 게 다를 뿐.




여자 점원들은 여전히 예쁘고 친절했고 영어도 잘했다. 주민들과 관광객이 반반씩 들르는 곳. 때로는 시끌시끌하지만 특유의 아늑함이 여전히 살아 있는 곳. 커피 향이 좋은 곳. 프라하에서 커피 맛있기로 소문난 곳. 그런데 나는 이 커피 전문점에서 차를 마시고 있으니... ㅠㅠ




나중에 창가 자리가 비어서 한컷 찍었다. 그리운 저 자리 :) 근데 탁자가 낮아서 사실 타이핑하긴 힘들다. 그래도 설레는 자리이다. 추운 날 들렀는데 저 자리 비어있으면 득템한 기분이었지.




에벨은 마법의 공간이다. 3년 전 그때도 나는 이곳에서 새로운 글을 썼고 바닥에서 올라가는 기분을 느꼈다. 그때 쓴 글은 지금도 내게 소중하다.


그리고 여기 앉자 에벨의 마법이 찾아왔다. 아마도 나는 스스로에게 그 마법을 걸어놓았던 것 같다. 페테르부르크에서 돌아와 7월 초에 구상하고는 손도 못대고 있던 글의 얼개를 짜고 에피소드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수첩 네 페이지를 꽉 메웠다. 에벨은 특별한 공간이다.


(메모는 블러로 좀 지웠다. 아직 구상 단계라 ㅋㅋ)



나올때 계산을 하고 팁을 주면서 친절한 점원에게 말했다.


" 이곳은 제가 프라하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소에요. 3년전 여기 잠깐 살았을때 정말 자주 왔어요. 다시 와서 기뻐요. "


점원은 환하게 웃었고 " 다시 와주셔서 저도 기뻐요!!! 또 오세요! 좋은 하루 보내시고요! " 라고 인사를 했다.



..



에벨을 나와서는 무스텍 역까지 걸어가 교통 티켓을 샀고 테스코 옆 나로드니 트르지다 정류장에서 트램 22를 탔다. 너무 다리 아파서 도저히 걸어갈 엄두가 안 나서. 트램은 레기 교를 건너 우예즈드에 도착했다.


숙소에 돌아오니 4시가 좀 넘어 있었다. 좀 쉬다가 책을 들고 숙소 앞 공원에 갔다. 이 공원 계단을 쭈욱 올라가면 유명한 페트르진 타워에 갈 수 있는데 난 워낙 높은 곳도 싫어하고 계단 올라가는 것도, 케이블카도 싫어해서 프라하에 몇번이나 왔고 몇달 살기까지 했지만 거기 안가봤다... 이번엔 숙소 앞인데 가볼지..



하여튼 공원은 계단 조금만 올라가면 되니 올라가서 나무 그늘 벤치에 앉아 책 읽었다. 아주 오랜만에 커트 보네거트의 마지막 에세이 '나라 없는 사람'을 읽었다. 몇년만에 다시 읽는데 다시금 감탄했다. 그리고 내가 보네거트를 좋아했기 때문에 도블라토프도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



여러번 읽은데다 얇은 책이라 한시간만에 다 읽었다. 아까웠다...



책 읽은 후 방으로 돌아와 씻었다. 한국에서 챙겨온 즉석국밥으로 저녁을 먹었다. (그리 짧은 기간은 아니라서 먹을거 조금 싸왔음) 침대에 앉아 책상에서 밥을 먹어보니 책상이 너무 높고 침대에서 멀어서 극히 불편했다. 도저히 노트북을 쓸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궁한 토끼는 이렇게 ㅠㅠ 침대 옆의 나이트 테이블을 이리저리 옮기며 궁리를 하다가...





아무리 해도 공간이 너무 좁고 안 나와서... 책상에 여행가방을 갖다대고 그 가방에 쿠션을 받치고... 바닥에 목욕타월을 깔고 나이트 테이블을 쭉 끌어당겨와 그 위에 노트북을 올린 후 쿠션에 등을 대고 앉아서 타이핑을 하는 중. 근데 이것도 아주 불편해서 도저히 안되겠다... 테이블이 미묘하게 높아서 어쨌든 등을 대고 타이핑이 안된다. 엄청 불편해서 손목이랑 허리랑 등 아프다. 다른 방법을 또 강구해야겠다.



아아 나 불쌍해 이게 뭐야... 아이 궁상맞아 ㅠㅠ 이 방 시러 엉엉....



.. 그래도 즐거운 하루였다. 이제 등이 뽀개질 것 같아서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근데 나이트 테이블 도로 밀어놔야 해 엉엉... 생각보다 무거워 ㅠㅠ

:
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