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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04 00:31

빨강으로 넘쳐나는 도시 2017 praha2018.11.04 00:31

 

 

 

프라하는 색채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는 도시이다. 페테르부르크를 가장 사랑하긴 하지만 안개와 물과 돌의 도시라서 역시 다양한 색채들로는 프라하를 따라갈 수 없다. 프라하에 갈 때마다 다색의 파편들을 보고 즐기고 사진으로 남기곤 한다. 특히 맘에 드는 것은 빨간색이 많다는 사실이다(빨간색 제일 좋아함 ㅋㅋ)

 

 

2017년 5월 31일 사진 폴더에서 꺼내본 프라하의 가지가지 빨강들.

 

 

 

 

 

 

앞에 걸어가고 있던 어떤 여인이었는데 완벽하게 심플한 블랙 & 레드로 배색이 완전 내 스타일이라 뒷모습만 살짝 찍었다. 죄송합니다...

 

 

 

 

 

 

 

이 쇼윈도 앞에 서서 '아아 길쭉길쭉하게 태어나 저 빨간 드레스를 입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잠시 슬퍼했었던 기억이 난다.

 

 

 

 

 

 

 

마지막은 내 까만 운동화와 포석에 떨어진 조그만 빨간 장미 꽃잎 :)

 

 

저 운동화 저땐 새것이었는데 지금은 많이 낡았다. 너무 줄창 신고 다녔더니 ㅠㅠ 역시 가죽운동화는 한계가 있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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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6 21:25

2년 전 프라하 풍경 몇 장 2016 praha2018.10.26 21:25





프라하. 2016년 9월에 3주 가량 머물던 당시 구시가지와 신시가지, 말라 스트라나를 쏘다니며 찍은 사진 몇 장. 작년엔 5월말에서 6월초에 갔었는데 휴가가 짧아서 이때만큼 실컷 쏘다니진 못했다. 하긴 예전에 두어달 살때 많이 쏘다니기야 했다만.



이 당시엔 몸과 마음이 무척 힘들 때였다. 몇달 동안 일을 쉬었다. 6월엔 도망치듯 페테르부르크로 날아갔었고, 8월에 다시 너무 피폐해져서 9월에 프라하로 갔다. (그 결과 적금 하나 깼다) 페테르부르크에서는 거의 움직이거나 숨을 쉬거나 먹기가 어려웠었다. 그래서 2년 전엔 페테르부르크보단 프라하에서 훨씬 많이 걸어다녔다. 하긴 프라하가 산책하기엔 더 편한 곳이다. 골목도 많고 길을 잃기도 좋다. 날씨도 더 낫고. 그래도 여전히 나는 페테르부르크에 더 끌리지만. 어쨌든 이 당시 프라하를 쏘다니며 생각도 많이 하고, 또 동시에 생각을 덜 하기도 했다.



아름다운 도시이다. 지낼 때보다는 떠난 후 더 생각이 나는 곳. 그리고, 카페 에벨이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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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2 22:30

그저 한 단어일 뿐인데 + 장 주네 books2018.10.22 22:30





작년 5월. 프라하 말라 스트라나 산책하다 찍은 사진. 서점이었다. 



별거 아니다. '문 닫았어요' 인 것이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단어이다. closed. 그런데 나는 이 단어를 보면(듣거나 말할 때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반드시, 이런 식으로 시각적으로 보아야 한다) 거의 항상 떠오르는 문장들이 있다.




My heart is in my hand, and my hand is pierced,

and my hand is in the bag, and the bag is shut,

and my heart is caught. 


  .. Jean Genet, Our Lady of the Flowers ..




장 주네의 '꽃의 노트르담'에 나오는 문장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closed란 단어는 없다. 그리고 이것은 심지어 원문도 아니다. 나는 학창시절부터 주네와 와일드를 좋아했는데(뭐 지금도 좋아하지), 장 주네 작품은 우리 나라에 번역된 게 별로 많지 않다. 아무래도 후기 희곡들로 더 유명해져서인지 연극판에서야 좀 나오는 편이고 시집도 두어권 나오긴 했다만 소설들은 도둑일기와 장미의 기적 딱 두권 번역됐다가 그나마도 절판되었다. (장미의 기적은 내가 정말 아끼는 책이다) 



오래 전에 취업을 하고 고정수입이 들어오기 시작하자 아마존이고 어디고 뒤져서 책 사서 읽는게 행복이었다. 장 주네는 프랑스 작가이고.. 나는 불어를 모르고 흐흑... 그런데 그의 미번역 소설들을 너무나 읽고 싶긴 해서 아마존에서 영어번역판들을 주문해 읽었다. 꽃의 노트르담, 장례식, 브레스트의 퀘렐 등이었는데 내가 그의 소설 중 제일 좋아하는 건 브레스트의 퀘렐이지만 가장 시적인 것은 처녀작인 꽃의 노트르담이었다. 



저 문장은 불어에서 영어로 옮겨진 것이다. 그러니 원문의 리듬과 깊이와 아름다움을 알지 못하지만, 나는 번역된 저 문장들에도 심장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저 문장들은 내가 좋아하는 감독인 토드 헤인즈가 90년대에 들고 나왔던 근사한 영화인 '포이즌(Poison)'에도 그대로 인용된다. 헤인즈의 저 영화는 세번째 에피소드가 아예 장 주네의 장미의 기적을 변용한 것이긴 하지만 인용된 저 문장은 꽃의 노트르담에서 가져왔다. 헤인즈는 이후 벨벳 골드마인에서도 꽃의 노트르담에 나오는 문장을 인용했다. 그런데 영어 단어 하나하나 똑같은 걸로 봐서 아마 헤인즈와 난 같은 번역본을 읽은 모양이다. 



따로 떼어놓으니 묘하게 심장을 설레게 하는 문장들인데, 저것은 사실 인간관계와 사랑에 대한 묘사가 아니다. 도둑질의 순간을 묘사한 것이다. 장 주네 소설들에서 도둑질과 범죄와 배신과 욕망은 언어들을 통해 정화되고 마침내 시처럼 아름다워진다.



흑, 장 주네 전집 좀 번역되어 나오면 좋겠다. 예전엔 '불어를 독학해서 장 주네와 랭보를 읽자!' 라고 다짐했건만 역시 이건 역부족이고... 



** 아주 오래 전에 쓴 장 주네에 대한 메모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620


Posted by liontamer






나는 선명하고 강렬한 색채들을 좋아한다. 탁색 계열은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회색이나 겨자색 계열을 싫어한다. 신기한게 이것들은 자신에게도 실제로 잘 안 받는 색깔이기도 하다.



바깥을 돌아다니다 선명하고 아름다운 색깔들을 발견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평소에야 일과 스트레스와 피로에 지쳐 그럴 여유가 별로 없지만 여행을 가면 거리를 쏘다니면서 별다른 것도 아니고 그저 강렬한 색채 한조각을 발견한 것뿐인데도 좀 행복해진다. 아마 이것이 나의 소확행 중 하나인 것 같다. 거리에서 맘에 드는 색깔들을 발견하는 것, 눈에 담고 사진을 찍는 것.



프라하가 은근히 산책하면서 그런 색채들을 발견하기 좋은 도시다. 물론 내가 가장 사랑하는 도시는 페테르부르크이지만 이런 색깔들 발견하는 건 프라하가 좀더 앞선다. 베네치아도 그렇긴 했지만 거긴 가서 일만 줄창 하던 곳이라 그런지 아무래도 추억과 재미가 덜하다. 스페인 같은 데에 가야 마음껏 눈호강하며 멋진 색깔들을 보고 즐길텐데!!! 



지치고 피곤한 수요일이니 작년 6월초에 프라하 쏘다니며 발견했던 색채들 사진 몇 장으로 눈을 식혀본다.



맨 위 사진은 우예즈드의 페트르진 공원 벤치에 앉아 료샤랑 나눠먹은 바질 올리브유 아이스크림이랑 초콜릿 아이스크림. 전자는 내가 고른 거, 후자는 료샤가 고른 거였는데 내가 주문을 하면서 몇백원 아껴보려고 싱글컵 2개로 주문하는대신 더블스쿱을 골랐음. 그래서 한컵에 퍼줬고 료샤가 엄청 툴툴댔다. 자기 초코 아이스크림에 파스타 소스 냄새 뱄다고 ㅋㅋㅋ 난 맛있었는데 ㅎㅎㅎ (억지로 료샤에게 한입 먹이기까지 했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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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4 22:39

캄파의 빛 2017 praha2018.07.04 22:39





프라하. 작년 6월 초. 말라 스트라나 거닐다가 캄파로 접어들었을때. 서서히 석양 무렵으로 접어들기 시작했고 햇살은 서서히 부드러운 붉은 빛을 띠기 시작했다. 



산책하기 좋은 동네. 스며드는 빛이 아름다운 동네. 말라 스트라나와 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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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0 23:01

퐈이아~ 2017 praha2018.06.20 23:01




작년 5월말. 프라하 구시가지 어느 펍 레스토랑 벽에 붙어 있던 재떨이 :) 선명한 빨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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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꺼낸 빈티지 보헤미안 유리컵. 재작년 프라하 골동품점에서 샀는데 꽃병으로 쓰고 있음. 그 가게 주인 아저씨 블론드 장발에 멋있었는데.. 얘기도 많이 하고.. 가게 문 닫는다고 할인판매 중이었는데 작년에 가니 정말 가게가 없었다. 잘 지내실라나..








아주 늦게 일어나 청소하고 목욕하고 늦은 오후 차 마시며 늘어져 있음.







내가 헬싱키에서 제일 맘에 들었던 곳은 아라비아 핀란드 아울렛과 알토 카페였다. 그때 샀던 이딸라 찻잔. 쥬인이랑 재밌었는데 그때가 어언 7년 전이라니 정말 시간이 빠르다




 

 







너무 늦게 일어났더니 차 한잔 마시자 토욜 오후가 다 지나감 ㅠㅠ


Posted by liontamer
2018.05.02 23:36

프라하 카페 창문들 2017 praha2018.05.02 23:36









카페 에벨 창 밖 테이블에 앉아 있던 멋진 진저헤어 여인. 작년 6월.








도브라 차요브나. 이것도 작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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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1 21:24

그리운 프라하 2016 praha2018.05.01 21:24






계속 일에 시달리고 지쳐선지 정말 요즘 여행가고 싶어 미치겠다.



사진은 재작년 9월의 프라하. 그땐 아파서 일을 쉬고 있을 때라 3주 가량 머물렀었다. 작년에도 5월말에 프라하 갔었음. 그래선지 요즘 부쩍 다시 가고 싶어 죽겠음. 물론 뻬쩨르도 당연히 ㅠㅠ


캄파.






루돌피눔 근처.






구시가지 광장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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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3 21:45

종종종 투다다닥 2017 praha2018.04.13 21:45





작년 6월. 프라하 말라 스트라나. 주인의 뒤를 따라서 종종종거리다 투닥투닥 뛰어가던 까만 강아지 :)





투다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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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0 22:25

한적한 흐라드차니 2016 praha2018.04.10 22:25





프라하 흐라드차니. 16년 가을.



프라하 성까지 가는 길은 복작거리지만 막상 로레타와 스트라호프 수도원 쪽으로 나와서 이쪽 흐라드차니 길을 따라 걸으면 의외로 한적하다. 나는 프라하 성은 안 좋아하고 로레타 사원을 좋아한다. 그래서 보통은 시내에서 22번 트램을 타고 포호젤레츠 정거장에서 내려 로레타 사원으로 가서 아름다운 종소리를 들은 후 내키면 스트라호프에 들르고 별로 안 내키면 그냥 그쪽으로 가서 이 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 내려온다(다리 안 아플 때만. 다리 아프면 그냥 다시 트램 타고 내려감)



이 길은 무척 아름답고 정취가 넘친다. 이 길 때문에 예전에 프라하에 두어달 머물때 아예 숙소를 흐라드차니에 잡을까 고민했던 적도 있는데 결과적으로는 여기 숙소 잡았으면 지대가 높아서 다리 쥐나고 추워서 큰일날뻔 ㅋㅋ 여기는 차가 있지 않는 한 이따금 내리막길 산책할때 좋은 것으로... 



격무와 과로 때문에 너무 지쳐서 조금이나마 마음의 여유를 찾아보려고 이 길 사진 찾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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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9 23:33

나의 에벨 2016 praha2018.04.09 23:33





카페 에벨. 프리하. 2016년 가을.



너무 피곤하고 일에 찌들어 있으니 마음의 위안을 위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 한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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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5 21:29

카피치코, 로만과 이야기했던 날 2016 praha2018.04.05 21:29







프라하. 말라 스트라나의 작고 조용한 카페. 카피치코. 이건 작년이 아니고 재작년인 2016년 9월에 갔을 때. 



이 날 카페 주인 아저씨인 로만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마음이 따뜻해졌었다. 낯을 살짝 가리면서도 일단 이야기를 시작하면 따스하게 대해주는 주인 아저씨, 친절한 점원들, 조용하고 아늑한 카페, 맛있는 메도브닉, 홍차 티포트 아래 정성스럽게 받쳐져 나오는 워머. 빛이 들어오는 곳. 나무 테이블과 의자가 소박하고 사랑스러운 곳, 카피치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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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바둑무늬, 빨강 2016 petersburg2018.03.30 23:35





재작년 9월. 프라하. 구시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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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6 22:02

빛 그림자들, 요세포프 2017 praha2018.03.26 22:02




작년 5월말에서 6월초. 프라하.



작년에 열흘 가량 프라하에 갔었는데 이때 첫 숙소는 요세포프, 두번째 숙소는 말라 스트라나에 잡았었다. 이건 요세포프 쪽 숙소에 머물 때. 날씨 좋은 날 산책하며 찍은 빛과 그림자들. 유대교 회당과 다윗의 별, 골목들, 건물들, 오래된 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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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5 22:37

프라하의 어느 자그마한 카페 2016 praha2018.03.25 22:37





이 카페는 2016년 가을에 프라하 구시가지 골목을 쏘다니다 들어갔던 곳이다. 이따금 이 앞을 지나다녔는데 막상 들어갔던 건 한번 뿐이다. 분위기도 그렇고 꽤나 마음에 들긴 했는데 와이파이가 안 돼서(ㅜㅜ) 한번밖에 안 갔다.









여기 앉아 수첩의 메모와 티백 껍질들, 설탕껍질 따위를 정리했다. 나는 원래 이런 거 스크랩하거나 정리하는 아기자기한 성격이 아닌데 이 당시에는 여러가지로 힘들었기 때문인지 작은 일들을 하곤 했다. 유독 이때, 그러니까 2016년 9월 프라하에서는 수첩에 뭔가 적기도 하고 이렇게 가는 카페마다 영수증이나 설탕봉지나 티백 봉지 따위를 꾸준히 붙여놓곤 했다. 지금은? 지금은 또 안 그런다.








왼편에 붙어있는 새랑 태양 합쳐놓은 것 같은 그림 그려진 명함은 카피치코의 주인아저씨 로만이 그려줬던 것이다.







그 작은 카페 간판. 아마 프라하 구시가지의 골목들을 돌아다니다 이 간판 발견한 분들도 있을 거고 들어가보신 분들도 있을 것이다. 내가 앉아 있을때에도 한국 여자분들이 두명 들어왔었다. 나처럼 우연히 발견해 들어온 것 같았다.




프라하의 카페들은 대부분 아늑하고 살짝은 어둡고 또 따뜻하다. 목재 분위기가 많이 난다. 프라하의 카페들은 특유의 매력이 있다. 프라하에 가시는 분들이라면, 맥주만 드시지 말고 골목의 작은 카페들에도 꼭 들러보시길. 프라하는 무엇보다도 산책하기 좋은 곳, 그리고 카페에서 쉬기 좋은 곳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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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 말라 스트라나, 우예즈드. 페트르진 공원.



공원은 언덕길로 이어진다. 언덕을 따라 쭈욱 올라가면 페트르진 언덕과 전망대에 갈 수 있는데 나는 게을러서 맨날 이 공원까지만 올라가곤 했다. 



작년 5월말인가 6월초. 프라하. 료샤가 와줘서 이 근처 맛있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젤라또를 사서 나눠먹으며 벤치에 앉아 석양이 다가올 무렵의 마지막 햇살을 쬐면서 그간 있었던 이야기들을 나누고 비둘기에게 빵부스러기를 던져주고 공원 아래로 지나가는 빨간 트램들을 보았다. 여기는 내가 좋아하는 장소이다. 햇살. 꽃. 녹색. 쉬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빨간 트램들. 빛들. 책 읽기도 좋은 곳.










모르는 분인데 너무 얼굴이 적나라하게 나온 것 같아 블러 처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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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08 21:23

푸른 유리병 2017 praha2018.03.08 21:23





프라하 말라 스트라나의 어느 골목. 작년 6월. 이른 저녁 산책하다가. 



산책하는 사람들 몇몇은 담배를 피웠고, 꽁초를 저 병 안에 버리고 다시 가던 길을 갔다. 



나였다면 향을 피웠겠다 싶은 아름다운 푸른색 유리병이었다. 아니면 초를 하나 넣어두었을 것이다. 아까웠다. 하지만 동시에, 저렇게 담배꽁초 버리는 용도로 길거리 골목에 아무렇게나 놓여진 채였기 때문에 더 아름답게 느껴졌던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Posted by liontamer
2018.01.31 20:43

초여름 프라하 조각들 2017 praha2018.01.31 20:43




작년 6월 5일. 신시가지, 그리고 말라 스트라나를 산책하며 폰으로 찍은 사진 몇 장. 거리. 트램 안에서. 그리고 카피치코. 비를 피해 뛰어들어갈 수 있는 곳. 언제나 아늑하고 따스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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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4 21:28

색채들, 선명하고 찬연한 프라하 2017 praha2017.12.14 21:28






지난 6월 초. 프라하. 말라 스트라나.



날이 너무 추워서 선명하고 밝고 찬연한 색채들이 담긴 사진 몇 장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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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8 22:36

요세포프의 세 마리 비둘기 2017 praha2017.11.28 22:36





5월말. 프라하 구시가지, 요세포프 뒷길의 어느 벤치 곁을 지나다 발견한 비둘기 세 마리. 색깔도 가지각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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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2 22:25

두개의 closed 2017 praha2017.11.22 22:25





지난 6월초, 프라하 골목에서 발견한 두개의 clo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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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6 22:23

색채들 2017 praha2017.09.26 22:23






6월초. 프라하. 말라 스트라나 골목들에서 발견한 색채들.



비둘기조차도 색채와 돌을 딛으며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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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8 21:03

해질 무렵 카를 교와 캄파에서 2016 praha2017.09.18 21:03






처음 프라하에 가는 사람들은 카를 교와 구시가지 광장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곤 하지만 이 도시에 여러번 왔거나 얼마간 머물러 보게 되면 그 두 장소만큼은 가급적 피하게 된다. 사람이 너무 와글거려서...



그래서 요즘은 프라하에 가도 카를 교는 한번쯤 상징적으로 잠깐 가볼 뿐이고 그나마도 끝까지 걸어서 건너지도 않는다. 구시가지 광장이야 걸어서 여기저기 쏘다닐때 할 수 없이 가로질러 가야 할 때가 많이 있지만 카를 교는 필수 노선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6월초. 프라하. 저녁에 말라 스트라나의 숙소에서 카를 교랑 캄파 쪽 산책하며 찍은 사진 몇 장. 근데 이렇게 아래에서 찍으면 카를 교는 근사해 보이긴 해...














Posted by liontamer

 

 

 

아주 오래 전에 나는 스타차일드 시리즈라는 제목의 옴니버스 단편들을 썼었다. 27개의 단편과 두세개의 크리스마스단편, 특별편 등으로 구성된 시리즈였는데 각 단편들은 독립적인 이야기들이었고 그 안에서 완결구조를 지녔지만 결국 등장인물들과 그들의 세계는 점차 친밀해지고 깊어지고 동시에 확장되었다. 시리즈의 끝은 내지 않았다. 중간에 입사를 하게 되었고 회사를 다니면서도 몇편 더 썼지만 시간에 쫓기고 여유를 잃게 되면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나이를 먹고 세상에 스며들게 되면서 거의 자연스럽게 이 시리즈는 더 쓰지 않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시리즈의 주인공은 열여섯 살의 소녀였기 때문이다. 상당한 문제아 소녀. 본명은 미나. 그녀의 펑크 로커 친구가 붙여준 이름은 카르멘. 빨간 곱슬머리와 하늘빛 푸른 눈동자의 작은 소녀. 별명은 펑크 폭력녀. 마약 중독과 가출 경력이 있는 아이. 하지만 부드럽고 달콤하고 격렬한 아이. 결국은 학교로 돌아온 아이. 시인. 카르멘.

 

 

당시 나는 카르멘의 모든 것을 이해했고 그녀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었다. 지금은? 노력한다면. 하지만 이미 그건 자연스러운 시선은 아닐 것이다. 나는 지금도 이 시리즈를 쓰라고 한다면 뒷이야기들을 쓸 수 있지만 아마 그러고 싶지 않을 것이다. 카르멘의 이야기들은 그 순간의 나였기에 쓸 수 있는 글들이었다. 지금의 나라면 조금 다른 식으로 쓰게 될 것이다. 그러면 그건 이미 카르멘의 이야기들이 아닐 것이다. 저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으면서도 다르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방식도 마찬가지이다. 동일하면서도 다르다. 문체도 조금 다르다. 나는 이 시리즈를 통해 단편들을 쓰고 있었다. 나에게 이 시리즈는 단편을 쓰는 연습이었고 무엇보다도 사람들과 그 관계에 대해 쓰는 일이었다.

 

 

전에 몇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미샤를 처음 등장시켰던 것도 이 스타차일드 시리즈의 단편 중 하나였다. 그때 미샤는 뉴욕의 주요 발레단과 협업해 작품을 올리는 소련 레닌그라드의 키로프 발레단 무용수이자 안무가로 등장했고 카르멘의 친구이자 동거인인 펑크 로커 커트와 하룻밤을 보냈다. 미샤는 이 시리즈의 후반부 단편 중 하나에 다시 등장했다. 그 이야기는 전에 따로 발췌해 올린 적이 있다. 바로 미샤가 파리에서 감시를 피해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에피소드였다. 지금 쓰고 있는 본편들의 직전 프리퀄이나 마찬가지의 이야기인데 그 소설을 쓴 게 거의 13~4년쯤 전이었다.

 

 

그러고 보니 미샤가 처음 나왔던 단편의 아주 일부를 발췌한 적이 있다.

http://tveye.tistory.com/5498 몇 발짝 떨어져 있을때, 15년 전

 

 

파리의 미샤에 대한 얘기 대부분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5413 어둠 속에 머물며, 아스토리아 호텔

 

그리고 미샤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고 이 시리즈의 두 주인공 중 하나인 락 가수 커트에 대한 단편도 어느 정도 발췌해 올린 적이 있다. 그건 아래 : 

단 한 잔의 물, Not enough : http://tveye.tistory.com/4774

 

 

아래의 이야기는 시리즈의 14번째 단편이다. 거의 딱 중간 단계의 에피소드이다. 주인공은 카르멘. 그리고 동급생인 데본이라는 소년이다. 글을 썼을 당시는 콜럼바인 총격이 일어난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초반부에 잠깐 등장하는 마크는 카르멘의 동급생이고 이른바 엄친아로 소문난 학교 최고의 인기남이다. 미식축구, 공부, 외모, 집안 다 갖췄음. 카르멘을 좋아해서 집적거리는데 카르멘은 그를 차별주의자에 역겨운 부르주아라 생각해 매우 싫어한다. 이 이야기의 배경에서 카르멘은 집을 나와서 친구인 펑크 로커 커트와 동거하고 있다. (물론 아주 플라토닉한 관계임)

 

 

에피그라프로 인용한 시는 비트족 시인 앨런 긴스버그의 howl이다. 저때도 지금도 내가 무척 좋아하는 시이다. 실은 그래서 미샤가 등장하는 단편 'illuminated wall'에도 다른 일부분을 에피그라프로 썼고 트로이와 미샤가 나오는 소설 초반부에도 마지막 연이 나온다.

 

 

제목인 open up and bleed는 이기 팝의 곡에서 따왔다.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Open Up And Bleed

 

 

 

 

 

 

 

 

I saw the best minds of my generation destroyed by
madness, starving hysterical naked,

who wandered around and around at midnight in the
railroad yard wondering where to go, and went,
leaving no broken hearts,

 ... Allen Ginsberg, Howl ...

 

 

 

 

1981년 6월.

 

 

 

 그 날 아침 카르멘은 소호의 레코드 가게에 들러 래츠의 1972년 라이브 앨범과 커트 트리뷰트 앨범을 샀다. 그 날은 목요일이었고 카르멘은 인디언 화가 레스와 저녁 약속이 있었다.

 

 

 햇살이 보석처럼 찬란하게 쏟아지는 날이었다. 초여름이었고 아침부터 거리에는 활기가 넘쳤다. 지하철역을 나와 학교를 향해 걷고 있는데 클랙션이 울렸다. 마크가 차를 세우고 그녀를 보고 있었다.

 

 

 “ 타, 같이 가자. ” 

 


 “ 됐어. ”

 

 


 “ 요즘 왜 그래? 나하고 정말 말도 안 할 거야? ”

 

 

 

 카르멘은 마크를 가만히 쏘아보았다. 그녀는 자신이 커트의 아파트에 있다는 사실을 엄마에게 고해바친 것이 마크가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자신의 엄마가 얼마나 냉정하고 역겨운 행동을 하는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 커트는 자세히 얘기해주지 않았지만 카르멘은 엄마가 그에게 어떤 식으로 굴었을지 상상하면 화가 나서 토할 것 같았다.

 

 

 그녀는 말없이 차를 지나쳐 걸어갔다. 그러자 마크가 차에서 내려 따라왔고 카르멘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녀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내뱉었다.

 

 

 “ 꺼져. ”

 

 

 마크는 그녀를 돌려세웠다. 화난 얼굴은 아니었지만 카르멘은 그 얼굴에서 엄격하고 순수한 질투를 보았다.

 

 

 마크가 낮고 조용하게 물었다.

 

 

 “ 그 늙어빠진 호모새끼랑도 잤니? ”

 

 

 그녀는 마크의 따귀를 때렸다.

 

 

 그들은 학교로 진입하는 가로수길에 서 있었다. 등교하던 아이들이 수군거리며 시선을 던졌다.

 

 

 카르멘은 불타는 듯한 눈으로 마크를 노려보며 말했다.

 

 

 ‘ 넌 더러운 속물이야. 가서 치어리더들하고나 뒹굴지 그래. “

 

 

 그리고는 그녀는 등을 돌려 걸어갔다, 교문을 들어서기가 무섭게 늘씬한 부르주아 공주들의 공격 목표가 되리라는 것을 확신하면서.

 

 


*          *          *

 

 

 


 그건 그녀의 눈에 있었다. 사로잡힌 듯 절망적이고 뜨겁게 빛나는 눈, 믿을 수 없을 만큼 고독하고 언제나 화난 눈. 죄수들이 감옥 창문 사이로 보는 청명하고도 가혹한 하늘의 광채.

 

 

 

 그는 그녀가 역겹도록 미끈한 귀족 개자식을 후려갈기고 교문을 들어서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눈부신 미모와 명품 브랜드로 치장한 상류층 아가씨들이 그녀에게 시비를 거는 것을, 그녀가 가방으로 상대 여자애들을 두들겨 패지 않으려고 억지로 참는 것을, 지나가던 상담 교사가 그녀를 불러 세워 너덜너덜한 넝마 같은 옷차림에 대해 주의를 주는 것을, 아이들이 홍해가 갈라지듯이 그녀의 옆을 피해 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항상 그랬다. 그는 2년 동안 그녀를 보았다. 한 학기를 빠진 후 돌아온 그녀는 더욱 외롭고 절망적인 모습으로 위선적 얼굴들 사이를 배회하고 있었다.

 

 

 위선. 교만. 허위. 더러운 우월 의식.

 

 

 그는 몇 주 전에도 영사실에 불을 질렀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충분하지가 않았다. 그의 내부에서 분노와 증오가 불처럼 탔다. 그는 위선적인 얼굴들을 증오했고 아름다운 대리석 성처럼 솟은 이 학교를 경멸했다.

 

 

 그건 그녀의 눈에도 있었다. 따돌림 당하고 몰이해되고 거친 울분으로 가득 찬 눈. 하지만 수천수만 명 사이에 끼어 있어도 불꽃처럼 타올라 거리를 텅 비게 만드는 눈.

 

 

 오로지 그녀만이 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오로지 그녀만이 그와 함께 이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는 말없이 그녀와 함께 기하 수업을 들었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되었을 때 식당으로 내려가는 그녀를 붙잡았다.

 

 

 


*          *          *

 

 

 


 “ 뭐야? ”

 

 

 팔목을 빼려고 힘을 주며 카르멘이 돌아섰다.

 

 

 “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 ”

 

 


 “ 해. ”

 

 

 검은 눈이 날카롭게 번쩍였다.

 

 

 “ 여기서는 안 돼. ”

 

 


 “ 그럼 꺼져. ”

 

 

 짜증스럽게 카르멘이 쏘아붙였다. 그녀는 한쪽 어깨에 가방을 메고 있었다. 오후 수업을 빼먹을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고 무척 배가 고팠다. 그리고 잡힌 팔목이 아팠다. 그녀는 상대방과 전혀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

 

 

 “ 잠깐이면 돼. ”

 

 

 그녀는 헐렁한 티셔츠 사이로 들이밀어진 차갑고 딱딱한 물체를 느꼈다.

 

 

 “ 학교에 권총을 가지고 다니는 게 습관이니? ”

 

 

 그녀는 웃음기도 없이 농담처럼 물었다.

 

 

 상대는 대꾸하지 않았다. 더욱더 그녀의 팔목을 아프게 비틀었을 뿐이었다.

 

 

 “ 좋아, 얘기를 하자. ”

 

 

 허리의 맨살에 권총의 차디찬 감촉을 느끼며 카르멘은 걸음을 내디뎠다. 그녀는 발 아래 닿는 땅을 느낄 수가 없었다.

 

 


*          *          *

 

 

 


 그들은 계단들을 지나 본관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은 텅 비어 있었다.

 

 

 “ 얘기해. ”

 

 

 카르멘은 태연한 음성을 내려고 애쓰며 말했다. 그녀는 태어나서 총격전을 경험한 적이 딱 한 번 있었다. 하지만 허리에 총구가 와 닿은 적은 없었다. 아마도 가짜 총일 것이다. 혹은 장전되어 있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직접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 내겐 권총이 두 자루 있어. ”

 

 

 그 음성은 나직하고 부드러웠다. 그녀는 단 한 번도 그 아이가 말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아니, 단 한 번도 그 아이의 얼굴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단지 그의 이름을 알고 있을 뿐이었다. 데본 펠. 그는 따돌림을 당하는 소년이었다. 그에게는 동양인과 흑인의 피가 4분의 1씩 섞여 있었는데 피부색과 혈통에 연연하는 더럽게 잘난 학생들은 언제나 그 사실을 놓고 쑥덕거렸다. 그의 돈 많은 부모는 아들을 아이비리그에 진학시키기 위해 비싼 사립학교에 보냈지만 그건 실수였다. 카르멘은 작년 초에 그가 시비를 걸어오는 남학생 세 명과 싸우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그는 대걸레 자루를 휘어잡고 격렬하게 싸웠다. 그녀는 싸움이 어떻게 끝났는지는 몰랐다. 한참 헤로인에 흠뻑 취해 라커룸으로 어슬렁거리며 들어가던 참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언제나 검은색 옷을 입고 있었다. 그것이 아이들의 놀림과 시비의 또 다른 이유가 되었다. 데본에게는 친구가 한 사람도 없었다. 그는 언제나 혼자 점심을 먹었다. 성적도 좋은 편은 아니었다. 어떤 아이들은 그가 악마주의 교단에 들어 있다고 했고 어떤 아이들은 그가 정신병원 경력이 있을 거라고 떠들어댔다.

 

 

 카르멘은 물끄러미 데본의 얼굴을 응시했다. 그는 짧게 깎은 검은 머리와 가늘고 날카로운 검은 눈, 음울한 입매를 갖고 있었다. 피부는 그을린 듯한 엷은 갈색을 띠고 있었다. 더운 6월 날씨에도 불구하고 목까지 올라오는 검은 재킷을 입고 있었고 등에는 검은색 가방을 메고 있었다.

 

 

 “ 그런데? ”

 

 

 데본은 입술을 거의 움직이지도 않고서 천천히 또렷한 음성으로 말했다.

 

 

 “ 학교 개자식들을 쏴 죽여 버리자. ”

 

 


*          *          *

 

 

 


 그녀의 허리에 닿아 있던 권총은 이제 데본의 가방 속으로 돌아가 있었다. 하지만 데본은 한 손에 길이가 족히 8인치는 되어 보이는 블레이드 나이프를 쥐고 있었다.

 

 

 “ 왜 나한테 그런 말을 하는 거지? ”

 

 

 데본은 천천히 나이프를 펴서 칼날을 햇살에 비춰보며 대답했다.

 

 

 “ 네 눈에 증오가 있어. ”

 

 

 카르멘은 데본의 가방과 나이프를 번갈아가며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를 이해했다. 그의 외로움, 그의 절망, 그리고 그의 분노를, 그의 경멸을 이해했다. 그녀 자신도 기관총으로 얼간이들의 뒤통수를 날려버리고 싶어 했던 적이 있었다.

 

 

 “ 영사실에 불을 지른 것도 너니? ”

 

 


 “ 그래. ”

 

 

 그건 지루하던 학교생활에서 유일하게 재미있었던 일이었다. 2층 영사실에서 불길이 치솟았고 소방차가 학교 안까지 들어왔었다. 아무도 말이 없고 음울한 외톨이 소년이 그런 짓을 했으리라고 추측하지 못했다.

 

 

 그녀는 옥상의 시멘트 바닥에 다리를 뻗고 앉았다. 학교 옥상은 레스의 옥상보다 몇 배는 넓었다. 그리고 밝았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있는 곳이 레스의 옥상이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랬다.

 

 

 “ 언제 할 건데? ”

 

 


 “ 지금. ”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니야. 카르멘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데본의 눈을 보았다. 맹렬하고 음울한 검은 눈. 하지만 낯익은 눈.

 

 

 “ 내가 하지 않겠다면? ”

 

 

 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데본의 입술 양 끝이 희미하게 치켜 올라갔다. 아마도 미소를 지으려고 한 것 같았다. 하지만 카르멘은 그가 웃는 방법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을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8인치 칼날이 그녀의 턱 아래를 부드럽게 스쳤다.

 

 

 “ 연습 삼아 너부터 죽일 거야. ”

 

 

 그녀는 칼날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숨결이 약간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데본은 심각하고 어두운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 내 선의를 거부한다면 너도 저것들하고 다를 게 없으니까. ”

 

 


 “ 네가 선의로 그런다는 건 나도 알아, 데본. ”

 

 

 그는 마치 자기 이름을 처음 듣는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카르멘은 눈을 깜박였다. 데본이 한 말은 아마 옳을 것이다. 그녀의 눈에 증오가 있다. 그녀의 눈에 분노가 있고, 자신에게 칼을 들이대고 있는 소년의 눈과 마찬가지로 절망적이고 음울한 광채가 있다.

 

 

 그것은 고통이다.

 

 

 

 그녀는 가만히 물었다.

 

 

 

 “ 어떤 식으로 죽일 건데? 애들 머리를 총으로 날려버릴 거니? 교장실부터 갈 거니? ”

 


 “ 어떤 놈이든 상관없어. 먼저 마주치는 놈들부터야. 그 자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으니까. 속물들이잖아. ”

 

 

 

 속물. 그녀는 아침에 마크에게 그렇게 말했었다. 더러운 속물.

 

 

 

 그녀가 두려워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 속물들을 가엾게 여기고 있는 것일까? 그들이 머리가 날아가 뇌수와 피를 쏟으며 죽는다 해도 그녀에게는 그들을 위해 준비된 슬픔이 없을 것이다.

 

 

 “ 네 고통 때문이니? ”

 

 

 

 그녀는 그렇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보다 진실하기 위해서는 그녀는 ‘고통’ 대신 ‘고독’이란 단어를 썼어야 했다. 오직 그녀만이 그 두 단어 간의 간극을 알 수 있었다. 오직 그녀만이 데본과 함께 지금 이 옥상 위에 있을 수 있었다. 그녀는 그 사실을 이해했다. 그리고 데본이 절망적으로 그녀를 끌고 올라왔다는 것을 알았다.

 

 

 데본이 휘파람을 불었다.

 

 

 

 “ 네겐 하나하나 설명할 필요가 없어. 너는 교실 복도를 유형 당한 맹수처럼 걸어가고 네 두 눈에는 증오가 있어. 세상의 어떤 자식도 내가 놈들을 쏴 죽인 이유를 알아낼 수 없을 거야. 그건 눈이야, 미나. 눈을 보면 알 수 있어. 너하고 나는 같아. 우린 같은 종족이야. 그래서 너를 부른 거야. 내 총을 집고 함께 내려가서 구역질나는 개새끼들 머리를 쏴버리자. 나와 함께 손에 피를 묻힐 수 있는 건 너 밖에 없어. ”

 

 

 왜 그가 커트와 똑같은 말을 할까? 왜 그가 눈에 대해 얘기할까?

 

 

 

 카르멘은 턱 아래 닿아 있는 8인치 칼날을 두 손가락으로 가볍게 쥐었다. 날카로운 칼날이 손가락을 파고들며 아주 희미하게 핏방울이 솟아올랐다.

 

 

 “ 네가 피에 대해 알고 있니, 데본? 피에 대해 뭘 알고 있다는 거니? ”

 

 

 

 그녀는 데본의 손에서 나이프를 빼앗았다. 그리고 넝마처럼 너덜거리는 얇은 검은색 티셔츠 소매를 걷어 올리고 칼날을 똑바로 세워서 팔의 안쪽, 연하고 부드러운 살을 가위질을 하듯이 단숨에 잘랐다. 쉬익 하고 차가운 금속 날이 예리하게 살을 자르고 지나갔고 달콤한 과일이 썰려 나가듯이 피부와 모세 혈관, 조직과 세포가 순식간에 베이고 갈라지며 새빨간 피가 솟구쳤다. 그녀는 아픔으로 얼굴을 찡그리지도 않았고 두려움으로 떨지도 않았다. 그녀는 다만 창백한 얼굴과 타는 듯한 눈으로 단호하게 자신의 팔을 칼로 그었을 뿐이었다.

 

 

 그녀는 새빨간 피가 뚝뚝 흐르는 하얀 팔을 데본의 눈높이까지 들어올렸다.

 

 

 “ 날 죽여 봐, 데본. 난 네가 전혀 무섭지 않아. 내 피로 네 손을 더럽혀 봐. 자기 피를 묻히지 않고 남을 죽이러 갈 수는 없어. ”

 

 

 그녀는 머리가 윙 하고 돌아갈 만큼 거세게 따귀를 맞았다.

 

 

 데본이 덮쳐 왔다. 그녀의 손에서 나이프를 낚아채 내던져 버리고 온몸으로 그녀를 덮쳐 쓰러뜨렸다.

 

 

 무릎과 두 손으로 그녀를 시멘트 바닥에 찍어 누르며 데본이 끔찍하게 일그러진 음성으로 외쳤다.

 

 

 “ 잘난 체 하지 마, 위선자 계집애야! 그렇게 지껄인다고 널 놓아줄 것 같아? 넌 도피하고 있는 거야. 네 피가 어떻다는 거야, 내가 네 피를 두려워할 것 같아? 나와 함께 가지 않겠다면 입 닥치고 가만히 있어, 비겁한 자식은 필요 없으니까. 난 피를 두려워하지 않아. 수십 억 갤런의 피가 흐른다 해도 땅이 갈라져 인간들을 집어삼켜 주지는 않을 거야. 원한다면 먼저 죽여주겠어, 아예 강간도 해 줄게. 비겁한 인간에겐 그게 어울리니까. ”

 

 

 

 카르멘은 뜨겁고 거친 숨결과 호흡이 불가능할 정도로 아랫배를 짓누르는 무게를 느꼈다. 데본은 그녀의 너덜너덜한 검은 티셔츠를 거칠게 찢었고 검은 레이스 탑도 찢었다. 그녀는 그의 손이 가슴을 움켜쥐는 것을 느꼈다. 데본의 손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차가웠다. 청바지 단추가 벨트와 함께 거세게 뜯겨 나갔다. 그녀는 저항하지 않고 가만히 누워 있었다.

 

 

 “ 그럼 강간하렴. ”

 

 

 그 말이 데본을 멈추게 했다. 그는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이 부르르 떨며 자기 아래 누워 있는 소녀의 얼굴을 보았다. 카르멘의 하늘빛 눈은 크게 열려져 있었고 눈부신 황금빛 햇살이 하느님의 나팔처럼 울려 퍼지는 하늘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눈처럼 창백했고 하트 모양의 입술은 견고하게 닫혀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 자리잡은 깊고 뿌리를 모르는 고독이 그를 멈추게 했다.

 

 

 

 카르멘은 데본의 아래 깔린 채 팔에서 피를 흘리며 대양처럼 펼쳐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이 서서히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지구가 돌고 있었다. 하늘은 둥글고 파랬다. 왜 옛날 사람들은 하늘이 평평하다고 믿었을까? 그들은 눈이 멀었던 걸까? 하지만 사람들은 언제나 눈이 멀어 있었다.

 

 

 그녀는 죽음을 생각했고 자신이 그것에 전혀 무감각하게 누워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아마 그건 무감각이 아닐 것이다. 반응 속도가 느려진 것뿐이다. 심지어 그녀는 데본이 자신을 강간하고 총을 쏘는 순간까지도 무감각할 것이다. 공포를 느끼는 것은 죽고 난 후가 될 것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너무 빨리, 혹은 너무 늦게 공포를 느낀다.

 

 

 그녀는 커트를 생각했다. 그편이 그녀에게는 좋았다.

 

 

 

 데본이 이를 갈며 으르렁거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 더러운 계집애. ”

 

 

 카르멘은 데본의 무게가 자신을 떠나는 것을 느꼈다. 가방에 넣어둔 권총을 꺼내러 간 모양이었다.

 

 

 그녀는 기다렸다. 꼼짝도 않고 누워서 그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는 오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보았다. 데본은 가방 옆에 앉아 두 팔로 무릎을 감싼 채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죽은 사람처럼 창백했다. 그녀는 그에게 연민을 느꼈다.

 

 

 그녀는 나직하게 말했다. 마치 혼잣말을 하듯이.

 

 

 “ 그건 고독이야. 넌 틀렸어, 데본. 두 눈에는 고독이 있어. 그게 전부야. ”

 

 

 데본은 타는 듯한 검은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 두 눈에 뿌리도 바닥도 없는 고독이 있었다.

 

 

 


*          *          *

 

 

 


 그들은 한 시간 정도 그렇게 머물렀다. 카르멘은 시멘트 바닥에 누워 있었고 데본은 두 팔로 무릎을 감싼 채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마침내 데본이 일어섰다. 뻣뻣해진 근육 때문에 낮게 신음을 내뱉으면서 그는 반대편으로 걸어가 바닥에 떨어진 나이프를 주워들었다. 그리고 카르멘을 향해 돌아섰다.

 

 

 “ 피 많이 흘렸잖아. ”

 

 

 그녀는 팔을 보았다. 보기 싫게 벌어진 깊은 칼자국 사이로 다량의 피가 흘러나와 말라붙어 있었다. 시멘트 바닥에도 새빨갛고 작은 웅덩이가 생겨나 있었다. 마치 옥상에서 무서운 살인이 일어난 것 같았다.

 

 

 “ 괜찮아, 아프지 않으니까. ”

 

 


 “ 진짜 이름이 뭐지? ”

 

 

 그녀는 데본의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의 낯익은 눈.

 

 

 “ 카르멘. ”

 

 

 데본 펠은 입술 양 끝을 움직였다. 그는 웃는 방법을 몰랐다. 대신 그는 아무렇게나 뒹굴어 있는 카르멘의 가방을 열었고 포장을 뜯지 않은 레코드 두 장을 꺼냈다. 그는 최근에 나온 앨범은 내려놓고 검은색 재킷에 래츠와 바텀 라인 클럽의 로고가 낙서처럼 휘갈겨진 라이브 레코드를 잠시 살펴보았다.

 

 

 “ 쓰레기 음악이잖아. ”


 “ 그래, 그치만 좋은 쓰레기야. ”


 “ 알아. ”

 

 

 그는 라이브 레코드를 옆에 끼고 자기 가방을 집어들더니 문을 열고 옥상을 내려갔다. 그의 등 뒤로 문이 닫히며 희미한 바람이 일었다.

 

 

 

 카르멘은 잠시 그대로 누워 있었다. 그녀는 옥상에 혼자 남았다.

 

 

 

... 후략 ...

 

- 2002. 1. 23 -

 

 

 

 

...

 

 

 

중간에 사실 커트와 그의 애인 중 한명의 이야기가 좀 끼어들고 후략된 부분에는 카르멘과 커트가 만나 대화를 나누는 부분이 있는데 시리즈 전체와 연관이 있고 이 에피소드 자체와는 크게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뺐다.

 

 

래츠는 이 시리즈의 배경에서 커트가 활동했던 락 밴드 이름이다. (사실 영화 벨벳 골드마인에서 좀 따왔다)

 

 

데본 펠은 이후 이 시리즈 단편에 몇번 더 나온다. (사실 좋아하는 캐릭터였음) 이 녀석이 나오는 크리스마스 에피소드를 예전에 올린 적이 있다. 이 시리즈의 등장인물들 열몇명이 각각 크리스마스 이브를 어떻게 보내는지 쓴 시리즈였는데 데본은 여기서도 혼자 삐뚤어져서 나무 위에 올라가 있음. 그 얘기는 아래 링크(엄청 짧음)

 

http://tveye.tistory.com/4287 : 크리스마스 파편(데본 펠)

 

 

...

 

 

2002년에 썼던 단편이니 진짜 오래 전의 글이긴 하다. 15년!!! 꺅!!!!

(그런데 저때나 지금이나 나에게는 여전히 좀 데본 펠 같은 삐뚤어진 마음이 남아 있다 ㅠㅠ)

 

 

..

 

 


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Posted by lionta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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