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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이번 블라디보스톡 여행에서 득템한 것들. 포숑 다즐링과 쿠스미 미니 티캔들은 인터넷 면세로 샀고 마트료슈카랑 브로치, 러시아 정교 부활절 도자기 달걀이랑 찻잔, 종이봉지에 담겨 있는 홍차는 빠끄로프 사원에 딸린 이콘 샵에서 샀다.

 

 

간만에 마트료슈카 샀다. 두개 사서 좀더 조그맣고 화려한 애는 쥬인에게 주고 나는 세상 순하게 생긴 저 빨간 애 택함. 쥬인에게 간 애는 금색과 흰색과 파란색이다. 쥬인네에는 '마순이'라는 마트료슈카가 있다. 마자 돌림으로 해서 어제 준 애 이름은 '마냐'로 낙착.

 

 

내가 데려온 저 빨간 애는 네개짜리인데다 크기에 비해 색칠도 대충대충, 막내는 얼굴도 완전 대충 그려놓았음 ㅋㅋ (비싼 애들일 수록 장식과 색칠과 세공이 화려하고 들어있는 애들 숫자도 많고 아무리 작아도 얼굴이 섬세함)

 

 

울집은 화정 집이랑 2집에 이미 로조치카, 타마라, 마샤가 있으므로, 얘한테도 러시아 이름 붙여주기로.. 근데 아무리 봐도 너무 순둥해보여서 완전 시골 이름에다 옛날 이름인 '아꿀리나'라는 이름 붙여줌 ㅋㅋㅋ 푸쉬킨의 '귀족아가씨-농부아가씨' 읽으신 분들은 이 이름 유래를 아실 거에요~

 

 

 

하여튼, 세상 순둥하기 그지없는 시골 아가씨 아꿀리나(ㅋㅋ)는 부유하고 세련된 정통 러시아 미인인 마샤 옆에 거대하게 자리잡으심~ 선반 자리 모자라서 속에 있는 애들은 안 꺼냄.

 

 

요즘은 마트료슈카든 천사든 도자기 인형이든, 하여튼 그런 거 살때는 얼굴이 착하게 생긴 애를 고르려는 편이다. 못되거나 영악하게 생긴 애들보단 좀 띨해보여도 착하고 순해보이는 애들이 좋다~ 우리 아꿀리나 참 순해 보여서 좋다 ㅋㅋ

 

 

아꿀리나는 2집으로 데려갈까 했는데 2집엔 또다른 순둥 아가씨 타마라가 이미 가 있고, 또 화정 집에 놓으니 더 어울리는 것 같아서 여기 정착시키는 것으로 함 :)

 

마샤랑 아꿀리나 뒤에서 포스 내뿜고 계신 말 탄 분은 성자 게오르기, 그 옆의 인자한 큰 눈 천사는 금발의 가브리엘 이콘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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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일요일 정오 조금 넘은 무렵, 좀 이른 티 타임.



여행을 갈 때면 쿠폰과 적립금을 써서 인터넷 면세점에서 포숑 다즐링 홍차를 한 캔씩 사곤 하는데, 이번에 보니 캔 디자인이 바뀌어 있었다. 예전의 납작한 타원형 용기에서 이렇게 칼라풀하고 화려한 원통형 용기로 바뀌었다. 이 바뀐 디자인이 완전히 내 취향 저격이다. 원래 이렇게 선명하고 칼라풀한 색채들을 좋아함 :)



마침 전에 사왔던 다즐링이 다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이것은 그대로 2집으로 들고 내려왔다.





오늘 차를 마시면서 세 개의 도시를 동시에 떠올릴 수 있어 좋았다. 프라하, 페테르부르크, 드레스덴.





이건 프라하 올드타운의 들로우하 거리였는지 두스니 거리였는지 좀 헷갈리는데 하여튼 첫번째 숙소에서 구시가지 골목으로 걸어가다가 발견한 앤티크 가게에서 득템한 아주 조그만 찻잔이다. 사실 찻잔이라기보단 에스프레소 잔으로 추정된다. 꽤나 오래되고 손때묻은 물건인지 금박도 좀 벗겨져 있고 문질러도 지지 않는 얼룩도 좀 있다. 뭐 나는 이만 빠지지 않으면 빈티지도 상관없이 막 쓰는 인간인지라... 그냥 사왔다. (예쁘고 값비싼 거라도 마찬가지... 예쁘다고 모셔놓거나 장식만 하는 일은 절대 없다... 예쁜 건 써야 함~)






받침 접시 밑바닥에는 긁히고 지워진 녹색 글씨가 아직 남아 있다. 체코슬로바키아!!!!! 그러니까 소련 시대 물건이라는 거겠지.



나에게 '체코슬로바키아'는 항상 두가지를 떠올리게 한다. 하나는 소련 시대, 나머지 하나는 마크 벰의 스릴러 소설 '아이 오브 비홀더'이다. 후자는 영화로도 나왔지만 나는 영화보다는 이 원작 소설을 훨씬 좋아했다. 벰의 이 매혹적인 소설에서 '체코슬로바키아'의 '수도/capital'은 일종의 맥거핀이자 가슴 시린 상징으로 등장한다. 그래서 체코슬로바키아란 옛 국가명을 들으면 언제나 자동적으로 아이 오브 비홀더 소설이 생각나곤 한다. 그리고 그 중요한 장면에서 간판에 붙어 타오르는 불길도...




포숑의 다즐링은 noir란 이름에 걸맞게 좀 진한 편이다. 그리고 이 잔은 정말 작았다. 한두모금 마시면 잔이 비었다. 에스프레소가 생각났다가 보드카가 떠오르기도 했다.





보기 즐겁고 프라하의 그 앤티크 가게가 떠올라 행복해지는 예쁘고 낡은 잔이지만 마시기는 조금 불편...





이건 페테르부르크와 프라하와 드레스덴이 한 자리에 모여 있는 사진이다.


접시는 작년 이맘때 페테르부르크에 갔을 때 쇼핑몰에서 충동적으로 구매했던 찻잔에 딸린 받침접시이다. 그때 난 블라지미르스키 대로의 도스토예프스키 호텔에 묵고 있었는데 호텔 바로 옆에 쇼핑몰이 있었다. 거기 종종 갔었다. 거기 붙어 있는 베이커리 카페에도 가끔 갔다. 금색과 파란색 무늬를 보고 화려하니까 기분 전환이 되겠지 하고 샀었는데 나중에 접시를 뒤집어보니 중국에서 만든 거라 막 실망해서 '중국 찻잔!' 하고 짜증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거기 머무는 내내 나는 이 찻잔과 이 접시를 많이 사용했다. 체리도 담아 먹고 조각케익도 담아 먹고 차도 우려 마셨었다. 그때 나는 몸과 마음이 많이 아팠었다. 열흘 예정으로 날아갔다가 머무는 기간을 두번이나 늘려서 3주 넘게 머물렀었다. 백야의 페테르부르크에서, 반쯤은 어둠 속에 잠긴 채 보냈던 시간이었다. 그래서 이 중국 찻잔과 접시를 꺼낼 때마다 그때 생각이 나는 것이다.


빨간색 포장지의 할바는 프라하의 도브라 차요브나 찻집에서 사온 것이다. 저 할바를 보면 도브라 차요브나 마당의 뜬금없지만 이젠 친숙해진 불상과, 찻집에서 풍겨오는 향 냄새가 떠오른다.


그리고 저 빨강하양 포장지의 쿠키는 드레스덴의 어느 카페에서 가져온 것이다. 프라거 거리에서 영원한 휴가님과 만나 구시가지로 가서 야외 테이블에서 점심을 먹은 후 근처의 고풍스러운 카페로 들어갔었다. 나는 홍차, 영원한 휴가님은 에스프레소와 카푸치노를 주문했고 거기에 딸기무스 케익을 추가했다. 차와 커피에 이 쿠키가 곁들여져 나왔다. 영원한 휴가님은 그 자리에서 쿠키를 드셨다. 포장지를 뜯으셨을 때 '아 쿠키였구나' 하고 깨달았다.


나는 케익을 먹고자(ㅋㅋ) 쿠키를 파우치에 챙겼다. 몇년 전부터 여행가서 들어간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포장된 조그만 티푸드나 일회용 설탕, 성냥갑, 냅킨, 물수건 따위를 모으는 버릇이 생겼다. 티푸드는 돌아와서 정말 그 여행이 그리울 때나 차랑 곁들여 먹을 게 정말 없을 때 꺼내 먹는다. 오늘은 드레스덴의 그 카페와 영원한 휴가님 떠올리며 :)









 나에겐 생소한 독일어가 인쇄된 포장지 안에 들어 있는 쿠키.


우습지만 빨간색과 하얀색이라 맘에 든다 :)









개봉해서 다시 접시에..


슬프게도 쿠키는 비행기 타고 또 ktx 타고 건너오면서 귀퉁이가 부스러졌다... 투박한 하트 모양이었던 것 같은데... 맛은 그냥 초코칩 쿠키 맛이었다.


도브라 차요브나의 할바는 내가 좋아하는 맛이다. 먹기 편하게 내가 잘랐다. 찻집에선 저 위에 시나몬 슈거파우더를 뿌려줘서 더 맛있었는데...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체리 :)


이 접시는 재작년인가 페테르부르크 갔을 때 로모노소프 가게에서 사온 찻잔에 딸려 있는 받침접시.






내가 다녀온 곳은 아니지만, 쥬인이 나가사키 다녀와서 선물로 준 기념품 테이블 러너도 함께.













차 한 잔을 마시면서 동시에 세 도시의 기억을 떠올린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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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