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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 말라 스트라나, 우예즈드. 페트르진 공원.



공원은 언덕길로 이어진다. 언덕을 따라 쭈욱 올라가면 페트르진 언덕과 전망대에 갈 수 있는데 나는 게을러서 맨날 이 공원까지만 올라가곤 했다. 



작년 5월말인가 6월초. 프라하. 료샤가 와줘서 이 근처 맛있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젤라또를 사서 나눠먹으며 벤치에 앉아 석양이 다가올 무렵의 마지막 햇살을 쬐면서 그간 있었던 이야기들을 나누고 비둘기에게 빵부스러기를 던져주고 공원 아래로 지나가는 빨간 트램들을 보았다. 여기는 내가 좋아하는 장소이다. 햇살. 꽃. 녹색. 쉬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빨간 트램들. 빛들. 책 읽기도 좋은 곳.










모르는 분인데 너무 얼굴이 적나라하게 나온 것 같아 블러 처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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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일. 프라하 말라 스트라나. 우예즈드, 페트르진 공원.




이날 말라 스트라나로 숙소를 옮겨왔고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가게인 '안젤라또'에 갔다. 나는 올리브 바질 젤라또, 료샤는 초콜릿 젤라또를 먹었었다. 그 젤라또 맛있었는데...



우리는 이 공원 벤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고 꽃과 새를 구경하고, 또 계단 아래로 지나가는 빨간 트램과 주민들과 관광객들을 구경했다. 작년 9월에 나는 이곳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곤 했었다.







까마귀 한 마리가 어정거리고 있었다.






그러더니 마치 경치 구경이라도 하는 양 유유히 아래를 응시...





프라하의 빨간 트램은 참 아름답다. 다른 나라들에서도 트램 타봤고 러시아에도 있긴 하지만 프라하 트램이 뭔가 제일 예쁘고 정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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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벌써 6월이 되었다. 이제 프라하 머무는 것도 며칠 안 남았네... 너무너무 아까워라...


..



오늘은 숙소를 옮기는 날이었다. 아침에 체크아웃을 한 후 료샤의 렌트카에 가방을 실어놓았다. 체크인은 두시부터이기 때문이다. 료샤는 오전에 다시 사업 파트너를 만나러 가고(전략적인 수법을 잘 실행하긴 한 건지... 그런 전략을 쓸 거라면 시계도 풀어놓고 가라고 내가 충고해 주었음) 나는 구시가지를 천천히 걸어서 에벨에 갔다.



오늘은 에벨의 여주인이 들렀다, 귀여운 코기와 함께. 카페 에벨의 주인 이름은 에벨인데(ㅎㅎ) 엄청 귀엽고 순한 웰쉬 코기를 키운다. 이따금 가게에 데리고 온다.








이 코기는 너무너무 순해서 손님들 테이블 아래로 슬금슬금 기어와 배깔고 엎드려 있길 좋아한다. 엄청 얌전한데 자기랑 잘 아는 사람이 오면 좋아서 그런지 저음으로 '웡!' 하고 짖는다 ㅋㅋ 오늘도 주인과 친한 것으로 추정되는 손님이 오자 '웡~' 그러면서 막 꼬리치고 난리났음. 아아 너무 귀엽다... 내 옆 테이블이었기 때문에 한동안 넋놓고 코기만 바라보다 잠깐 쓰다듬어주기도 했음. 이쁘다 이쁘다...



..




에벨에 앉아 어제 있었던 일화를 스케치한 후 좀 쉬다가 오후에 나왔다. 아침까지 머물렀던 호텔 앞으로 가자 료샤가 시간 맞춰 왔고 옮기는 숙소로 갔다. 두번째 숙소는 말라 스트라나의 캄파 쪽에 있다. 작년에 머물렀던 우예즈드 그 동네이다. 확실히 이 동네가 더 밝고 사람 사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 호텔은 사이트에 나와있는 이름과 실제 간판이 달라서 우리는 한참 골목에서 왔다갔다 뺑뺑이 ㅠㅠ 좀 고생했음. 여기서는 4박만 하고 월요일에 프라하를 떠나게 된다. 너무너무 아쉽구나...


짐을 대충 풀고 나서 료샤와 말라 스트라나를 함께 거닐었다. 출출해져서 전에 갔었던 카페 알바에 가서 모짜렐라 토마토 페스토 팔라친키(크레페)랑 오렌지에이드를 시켜서 먹었다. 그런데 작년에 만들어준 팔라친키보다 속도 훨씬 적게 들어 있고 오렌지에이드는 너무 싱거워서 쫌 실망했음. 료샤도 투덜투덜...



(진짜로 작년보다 양도 속도 다 적어짐! 나한테도 모자람!!! 료샤는 간에 기별도 안 간다고 툴툴댐-_-)




..






그래서 안젤라또에 갔다. 이 동네 안젤라또가 구시가지 안젤라또보다 목이 좋은지 항상 줄이 엄청 길다. 한참 줄서서 젤라또를 샀다. 료샤는 초콜릿을 먹기로 했고 나는 새로운 메뉴가 나타난 것을 보고 그것을 골랐다. 이름하여 올리브유와 바질!!!!



료샤는 기겁을 했다.



료샤 : 경고하는데!!! 너 그거 입맛 안 맞아도 난 안 먹어줄거야! 내 초콜릿 안 줄거야!!!


나 : 초콜릿 한입, 올리브 바질 한입 번갈아먹으면 맛있을거 같아서 시킨 건데 그러기야?


료샤 : 야! 올리브유랑 바질은 요리용이잖아! 어떻게 그런 걸 젤라또에 넣을 수가 있어! 난 안 먹어!!!


나 : 내가 먹을 거야아아!! 근데 초콜릿 진짜 한 입도 안 줄 거야? 나 저번에도 초콜릿은 안 먹어봤단 말이야!!!


료샤 : 나 혼자 먹기도 모자라!!!!


나 : 이 돼지야! 어제 내 바클라바도 뺏아먹더니만.... 두고보자!



그런데 막상 젤라또를 주문하면서 내가 컵을 따로 달라고 안 했기 때문에 점원이 컵 한개에 두가지를 같이 퍼주었음 ㅋㅋㅋ 료샤는 나보고 '너 일부러 컵 따로 달라 안 한 거지!' 하고 투덜댔다. 그래서 나는 '야! 각각 1개 컵씩 시키면 80코루나인데 한 컵에 두개 퍼주면 75코루나란 말이야!' 라고 큰소리를 쳤다. 그러자 경영학 전공이자 나름대로 전략적이라 자부하는 료샤는 할말이 없어져서 끄덕끄덕했다.



우리는 젤라또 컵을 들고 길을 건너 페트르진 공원으로 올라갔다. 나무 그늘 벤치에 앉아 젤라또를 먹었다.







그늘은 시원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올리브유 바질 젤라또가 맛있었다!!!! 내 입맛엔 잘 맞았다. 료샤가 질색팔색을 했지만 내가 열심히 강권하여 한숟가락을 먹여보았다. 료샤는 '웩! 젤라또에서 파스타 맛이 나!' 하고 투덜대더니 초콜릿 젤라또를 두숟갈이나 급하게 퍼먹었다.



나도 초콜릿 먹어봄. 진하고 맛있었다. 올리브유 바질만 먹으면 정말 쪼끔 요리 느낌도 났지만 그거 서너 스푼 먹고 달고 진한 초콜릿 한 스푼 먹으니 딱 좋았다.









..







젤라또를 먹은 후 벤치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료샤는 작년에 내가 복직한 후 있었던 일들에 대해 물었다. 전화나 메일로는 나누지 못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작년 겨울에 있었던 일들부터 시작해 지금도 역시 회사를 사로잡고 있는 혼란, 나 자신의 고민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료샤도 자기 이야기를 해주었다. 요즘 자기도 권태감에 사로잡혀 있고 가끔은 다른 곳으로 휙 가버리고 싶다는 이야기도 했다. 사업이 정말 잘 안되나 싶었는데 그건 또 아니라고 한다. 어차피 얘가 손대는 건 별로 없고 부자 아빠가 거의 다 하고 있으니... 



전부인인 이라와 함께 사는 레냐는 볼때마다 쑥쑥 크는 것 같은데 항상 옆에 있어주지 못하는 것도 좀 속상하고, 너무나 사랑하는 셰퍼드 네바도 점점 늙어가니 속상하다고 한다. 그리고 여자들과 이따금 데이트는 하는데 별다른 열정도 안 생기고 어떻게든 다시 결혼을 하고 안정적인 삶을 꾸려야겠다는 열렬한 소망도 거의 퇴색된 것 같다고 한다. 그리고는 나에게 '최소한 너는 정말 좋아하는 것들이 뭔지는 알잖아' 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건 가장 해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이다. 나는 정말 좋아하는 것들을 안다. 언제나 그랬다. 좋아하는 것과 미워하는 것을 안다. 하지만 결정을 내리지는 못한다. 지금의 위치와 지금의 삶과 안정을 버리지 못한다. 다른 여러가지가 얽혀 있기도 하다. 그는 정말 좋아하는 것들을 모른다. 딱히 정말로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것을 대지도 못한다. 하지만 하고 싶은 것들은 거의 다 할 수 있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가 반쯤 농담으로, 그리고 반쯤은 진담으로 말했다.



나 : 너는 부르주아고 나는 프롤레타리아라서 그래. 반대였으면 좀 편했을 걸!


료샤 : 싫어! 난 부르주아 할래! 너처럼 뼈빠지게 일하는 거 싫어!


나 : 쳇... (확인사살 ㅠㅠ)



..



늦은 오후에 먹은 팔라친키와 달콤하고 진한 젤라또 때문에 우리 둘다 저녁 먹을 입맛이 없었다. 그래서 결국 나는 그를 따라 타락하였다. 같은 호텔이지만 조금 더 넓고 좋은 료샤의 방에 가서 윷놀이를 이어서 하면서(나 어제 3대 0으로 졌음 ㅠㅠ) 사과주스랑 감자칩 먹었다. 료샤는 맥주랑 감자칩이랑 하리보 젤리 먹었음... (뭐야... 어떻게 맥주랑 하리보를 먹을수가 있느냐...)




(감자칩이랑 맥주 사러 갔던 가게에서 하리보 진열대 발견하고 료샤 흥분...

이 녀석이 세상에서 젤 좋아하는 것은 바로 하리보 젤리~)




나도 맥주 먹고팠지만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꾹꾹 참았다. 대신 근처 가게에서 발견하고 기뻐하며 사온 체리를 좀 씻어서 같이 먹었다.







프라하도 체리 비싸다.... 하벨시장보다는 약간 더 쌌지만 그래도 비싸다... 500그램에 거의 1만원 가까이 한다!!! 료샤는 투덜대더니 '그러니까 뻬쩨르에 왔으면 체리도 더 싸게 먹었잖아! 음식도 훨씬 맛있고!' 라고 했다. 뭐라 반박할 수가 없다.... 나도 솔직히 프라하에선 카페는 좋은데 음식은 별로라서... 차라리 러시아가 낫지...



오늘의 윷놀이 결과 나는 또 3대 1로 졌다... 료샤는 아무래도 작년부터 지금까지 내내 집에서 윷놀이를 연마한 모양이다... 얼마나 기세등등하게 나대는지... 크흑...



..



오늘도 7킬로나 걸었다. 다리도 무지 아프다... 처음 왔을 때보다 확실히 살은 쭉 빠지고 있음... 돌아가면 다시 둥실 두둥실해지겠지만...



내일 날씨가 괜찮으면 로레타에 종소리 들으러 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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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지난 9월초. 프라하.

아마 이틀째인가 사흘째 되던 날이었던 것 같다. 9월이지만 30도를 넘는 매우 더운 날씨였다. 오후에 숙소 바로 앞에 있는 페트르진 공원에 갔었다. 맘 편하게 읽는 에세이 한권과 물 한병, 사과주스 한병, 감자칩 한봉지와 함께.

 

너무 햇볕이 강하고 더웠다. 그나마도 그늘진 벤치를 하나 찾아냈다. 놀이터 옆에 있는 작은 벤치였다. 책 읽기는 좋았는데 이때 날씨가 좀 많이 더워서... 그리고 풀벌레들이 날아다녔다. 그래서 이 벤치는 이 날 하루만 이용했다.

 

 

 

내가 앉은 벤치 맞은편에는 저렇게 테이블 딸린 벤치도 있었는데 남자 혼자 앉아 테이크아웃 피자를 먹고 있었다.

 

 

오직 여행갈때만 챙기는 하루키 수필집 :) 이 사람 소설은 그냥 그렇지만 수필은 내 취향이다. 딱 여행갈때랑 비행기 안에서 읽기 좋다.

 

비둘기가 다가온 이유는..

 

감자칩의 존재를 파악했기 때문!!!

비둘기도 조금 주긴 했다. 근데 소금 뿌려진 거라 비둘기 먹으면 안 좋을거 같아서 반쪽만 뽀샤줬다.

 

 

무단투기!!!

.. 는 당연히 아니고... 떠날때 집어서 휴지통에 버렸습니다 :)

 

 

놀이터 쪽에는 급수대가 하나 있었는데 귀여운 꼬마가 손을 씻고는 막 뛰어갔다.

 

 

놀이터를 보면 천진난만한 동심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나는 어릴때 본 터미네이터2의 영향으로.. 이런 놀이터만 보면 자꾸 사라 코너가 핵전쟁 악몽 꾸던 그 장면이 떠올라버림 ㅠㅠ 흐흑, 이거 트라우마 아니야?

 

 

꼬마 아이가 손씻고 갔던 급수대. 나도 여기서 손 씻었음.

급수대가 아니라 그냥 손씻는 건가?? 하여튼 나도 손만 씻었다.

 

 

공원의 언덕 저너머로 프라하 성이 힐끗 보인다.

이쪽에서 케이블카 비슷한 전차를 타면 페트르진 언덕 꼭대기까지 올라갈수 있는데 나는 너무 게으른 나머지 심지어 바로 앞에 머무르면서도 언덕 꼭대기에 안 올라가봄 ㅠㅠ 예전에 몇달 살았을때도 안 가봄... 게으름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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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어제에 이어.

역시 프라하 도착한 다음날. 처음으로 거리 나갔을때.

말라 스트라나 쪽에서 시작해 구시가지 쪽으로 가서 많이 걸어다녔다. 아무래도 오랜만에 오다보니 첫날은 여기저기 많이 걷게 된다. 그리웠던곳도 가게 되고 안가봤던 곳도 가보게 되고... 이건 페테르부르크도 마찬가지다.

 

햇살 받으며 많이 걸었던 날이었다.

 

말라 스트라나, 페트르진 공원.

 

말라 스트라나. 우예즈드에서 헬리초바 가는 쪽.

 

 

 

 

 

 

 

 

 

 

이건 구시가지 광장의 비둘기들.

 

 

프라하에서 제일 전형적인 풍경 사진이지만.. 그래도 첫날이라 어찌어찌 돌아다니다보니 구시가지 광장에도 갔었다. 이날 비누방울 부는 사람이 있었지. 그 사람은 다른 날도 가끔 왔다. 날씨 좋은 날.

 

맨 처음 왔을땐 너무 아름다워서 감탄했고 이후에는 번잡해서 가능한한 피해다녔지만 오랜만에 오니 역시 반갑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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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10. 8. 01:09

첫날 거닐며 2016 praha2016. 10. 8. 01:09

 

 

9월 7일.

말라 스트라나의 우예즈드에 있는 숙소에 도착한 그 다음날.

원래는 말라 스트라나 쪽만 거닐 생각이었지만 걷다 보니 어느새 마네수프 다리를 건너 구시가지까지 가게 되었다. 이 카페는 에벨에 가다가 전에 안 가봤던 골목으로 꺾어서 발견했던 카페. 나중에 한번 가봤다. 와이파이 안되는 거 빼고 다 좋았던 곳이다. (이 카페 메모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5224)

 

이 카페 사진 빼고 아래 사진들은 모두 폰으로 찍은 사진들.

 

 

 

여기는 마네수프 다리 앞의 공원. 말로스트란스카 지하철역 바로 근처이다. 이땐 아직 다리 건너 구시가지로 넘어가기 전이었다. 생각보다 더워서 여기 벤치에 앉아 좀 쉬고 물을 마시고 점퍼를 벗었다. 하늘이 파랗고 아름다웠다. 바람이 불어왔다. 프라하에 다시 돌아왔네, 그런데 이렇게 날씨가 좋았던 때는 별로 없었는데... 하는 마음이 들었다. 거의 항상 늦가을이나 겨울에 왔었고 쥬인과 왔었던 7월에도 날이 궂었었다.

 

 

벤치에 앉아 하늘과 나무를 보았다.

 

 

여기는 우예즈드 숙소 앞에 있던 페트르진 공원 아래쪽. 이날 늦은 오후에 여기 올라와서 벤치에 앉아 책을 읽었다. 지금은 그때가 언제였나 싶다. 생각해보니 정말 한달 전이네.

 

 

푸른 하늘을 실컷 봐서 좋았다. 한국에서는 낮이나 오후엔 항상 일하느라 실내에 처박혀 있으니 사실 하늘이 파랗고 예뻐도 올려다볼 기회가 별로 없었다. 그리고 갈수록 미세먼지도 심해지고...

 

 

.. 나는 나가 있어야만 마음이 편하고 즐거운가? 도피본능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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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9. 11. 07:45

자다 깼음. TWO. 2016 praha2016. 9. 11. 07:45





너무 아프고 피곤하고 졸려서 9시도 안돼 잠들었다 두어시간 후 퍼뜩 깬 후 더워서 에어컨 틀고 잠 못자고 있음. 기온이 높아서라기보단 호르몬주기 때문에 몸에서 열이 나서 그런듯. 아이고 괴로워...


계속 뒤척이다 그냥 불켜고 에어컨 켜고 잠깐 앉았음. 몸과 머리가 좀 식으면 다시 자야지.


사진은 며칠전.


공원에서 책 읽고 내려오다 발견한 계단 위의 두 남자. 적당한 거리를 둔 채 앉아 있지만 서로 아는 사이. 저 거리보다는 약간 더 친밀한 사이로 보였다. 전체적으로 풍경이 아름다워서 찍었다.





두명.

트램도 두대.

교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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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간밤에는 11시 좀 넘어 잠이 들었다. 방이 좁은 것까지는 괜찮은데 의자가 없어서 너무 불편하다. 바닥에 앉아 나이트테이블에 노트북 놓고 써봤지만 테이블이 높아서 결국 허리와 등이 매우 아팠다 ㅠㅠ


새벽에 꺴다가 다시 자기 반복... 원래는 8시쯤 일어날 생각이었지만 '어차피 여기 조식 별로다!' 란 맘이 들어서 그냥 누워서 더 잤다. 다락방이라 천창으로 들어오는 빛 때문에 6시부터 방이 밝아져서 안대를 하고 좀더 잤다.


10시쯤 뭉기적거리며 일어나 샤워를 하고 대충 화장을 하고 어제의 더위를 생각하며 민소매 미니원피스와 청바지를 끼어입었다. 머리도 올려버렸다. 여기도 여름 날씨....


..



조식 시간은 지나버렸기에 카페 사보이에 가기로 했다. 어제 트램 타고 오면서 보니 지금 숙소에서 골목 두번만 돌면 나오는 가까운 거리였다. 11시에 나왔는데 벌써부터 햇살이 쨍했다.


카페 사보이는 이미 복작거렸다. 여기는 아침 일찍 가야 그나마 한적한 것 같다. 여러가지 아침식사 메뉴가 있었는데 전에 컨티넨탈 브렉퍼스트를 먹어봤으나 이건 좀 양이 많고 맛도 그냥저냥이었고 다른 메뉴들은 햄이나 베이컨이 추가되는가 하면 제일 먹어보고픈 프렌치 브렉퍼스트는 구색은 좋으나 양이 너무너무너무 많을 것 같았다(그리고 꽤 비쌈) 그래서 브렉퍼스트 세트 메뉴 대신 프렌치 토스트와 마리아쥬 프레르의 프렌치 브렉퍼스트 티를 주문했다.






프렌치 토스트가 의외로 굉장히 맛있어서 잠이 확 달아났다. (사진은 앞에 따로 올린 포스팅 참조) 역시 아침에 다량의 당분을 투여하니 정신이 드는 것이다 ㅠㅠ



(카페 사보이의 아르누보식 아름다운 천정과 샹들리에)



(카페 사보이에 비치된 엽서들 몇장 가져옴)


..



천천히 토스트와 차로 아침을 먹은 후 사보이를 나왔다. 카페 사보이는 레기 교 입구 쪽에 있다. 레기 교를 건너면 국립극장과 나로드니 트르지다 등이 열이어 있는 신시가지로 이어진다. 나온 김에 테스코에 가서 플레이모빌이나 사야지 하고 레기 교를 지나 걸어갔다. 해가 정말 눈부셨다. 진짜 더웠다. 선크림 바르고 나오긴 했지만 살이 타는 게 느껴졌다.






(레기 교에서는 프라하 성과 카를 교가 잘 보인다)



..



레기 교를 건너온 후 국립극장 쪽에서 어떤 외국 남자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은행이 근처에 어디 있느냐고 영어로 물어왔다. 그래서 나는 '어,,, 글쎄요, 아마도 바츨라프 광장 쪽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요?' 라고 했다. 남자는 자기가 이미 그쪽에 가봤는데 atm 밖에 없고 수수료가 비싸다고 한다. '어, 나도 은행이 어디 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지도라도 봐드릴까요?' 라고 하자 그제야 그는 '앗, 현지인이 아닌가보군요!' 라고 놀랐다.


아니, 아무리 선글라스 끼고 있어도 그렇지!!! 내 얼굴이 어디가 현지인이오 ㅠㅠ


남자는 덴마크에서 온 사람이었고 나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은행에 가서 코루나를 바꿔야 한다면서 지갑을 보여주었다. 뭐라뭐라 하는데 나중에 유추해보니 이 사람은 100코루나 200코루나들 뿐이었고 1000코루나의 큰 지폐가 필요한 거였다. 나에게 1000코루나 있으면 바꿔달라 했는데 그때 나에겐 큰 지폐가 없었고 사실 길거리에서 돈 바꿔달라는 건 아무리 그 사람이 인상이 좋아보여도 만의 하나 위조지폐일 가능성이 있어서 아마 있어도 안 바꿔줬을 것 같다. 미안해요, 야박해도 어쩔수가 없어요 ㅠㅠ



그래서 미안하다고 하고는 내 생각엔 바츨라프 광장 쪽에 은행들이 몰려 있을거 같은데 도움이 안돼서 안타깝다고 하고 헤어졌다. 남자는 연신 고맙다고 하며 사라졌다.



으음, 역시 여기서도 되풀이되고 있어, 모두가 나에게 길을 물어... 나는 현지인이 아니에요.. 나는 동양인이에요 ㅠㅠ 러시아라면 다민족 국가인데다 중국과 비슷하게 '우리가 세상의 중심이니 우리 말로 말하면 다들 알아들어야지!' 라고 하는 스타일이니 이해한다 치지만 덴마크 남자마저 왜 나를 체코인으로 생각하고 영어로 길을 물어보나요??



혹시 나는 길을 가르쳐주는 성인의 별 아래에서 태어난 토끼인가???


..



국립극장 쪽 골목으로 꺾어 뒷길로 천천히 걸어서 나로드니 트르지다까지 갔다. 큰길로 가면 편하긴 한데 너무 번잡하고 뒷골목이 슬쩍 그늘도 지고 뭔가 음습한 것이 또 걸어가며 새로운 길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이렇게 누가 하얀 개 데리고 산책하는 것도 보고~)



테스코에 갔다. 플레이 모빌 사러 간거였음 ㅠㅠ 3년 반 전에 왔을때 여기서 용감한 조지를 비롯한 몇놈의 플레이 모빌을 샀고 집으로도 데려왔다. 그땐 싸게 샀는데 한국에 돌아오니 구하기도 힘들고 비싸다... 그래서 프라하 가면 테스코 가서 용감한 조지 친구들 데려와야지.. 했는데 으앵... 레고밖에 없어 전부 레고야 ㅠㅠ 플레이모빌은 큰 박스 두어개밖에 없어... 플레이모빌 철수했니? 흑, 난 레고보다 얘들이 더 좋은데...


그래서 용감한 조지의 친구는 데려오지 못하고(ㅜㅜ) 예전에 있을때 뻔질나게 드나들던 지하 수퍼에 가서 음료수와 미니 생수 따위를 샀고 나와서는 트램을 타고 우예즈드로 돌아왔다.



..



짐도 무겁고 너무 더운데다 오늘은 통굽구두를 신었더니 발이 아파서 일단 호텔로 들어갔다. 근데 오후 2시 즈음이라 아직 청소가 안되어 있었고 직원이 옆방 청소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신발을 갈아신고 무거운 카메라를 내려놓은 후 하루키 에세이를 한권 챙겨서 어제처럼 페트르진 공원에 갔다. 어제보다 조금 더 높이 올라갔다.


근데 역시 너무 한낮이라 더웠고 풀벌레가 엄청 많았다. 비둘기들이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바로 앞까지 다가와 둥근 눈으로 '어서 빵이나 과자를 내놓아라' 하는 시선을 마구 쏘아댔다. 나무 그늘 아래 벤치를 찾아내 앉아서 테스코 수퍼에서 사온 사과주스와 감자칩을 먹으며 하루키 에세이를 3분의 1쯤 읽었다. 이건 예전에 여러번 읽은 거긴 한데 여행갈때 이 사람 에세이를 돌려가며 가져와 읽는다. 내게 하루키는 여행갈때 읽는 '수필' 작가라서...


1시간 20분쯤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꾸 풀벌레가 무는 것 같아서(ㅜㅜ)






주민들은 좋아하며 잔디밭에 벌렁 드러누워 일광욕 중... 그러나 일조량이 여기만큼 적은 동네가 아닌 한국 출신인 나로서는 '살 다 탄다!' + '유행성출혈열 무서워!' 란 공포심이 먼저 솟아오르니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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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으로 돌아와서 발을 찬물로 씻고 파자마로 갈아입은 후 침대에 벌렁 드러누웠다. 너무 피곤하고 졸렸다. 햇볕을 너무 많이 쬐어서 그런가. 머리도 좀 아팠다. 에어컨 틀어놓고 누워 있으니 시원했고 졸렸다. 지금 자면 안되는데... 하고 참으며 론리플래닛 프라하편을 좀 읽었다. 3년 전에 들고 갔던 건데 그 이후에도 우리나라엔 개정판 번역본 출간이 안됐다. 그냥 다시 들고 왔다. 그땐 지금 묵는 우예즈드 쪽은 와보지 않았고 근처의 카페 사보이나 말로스트란스케 광장, 캄파와 미셴스카 골목 쪽으로 많이 돌아서....


원래는 숙소에서 매우 가까운 곳에 있는 꽤 유명한 태국 레스토랑인 Noi에 가서 저녁을 먹을까 했는데(팟타이나 새우볶음밥 같은 걸로) 너무 피곤하고 귀찮아서 결국은 컵라면 먹었다. 여기에 아까 테스코 마트에서 발견한 훈제두부를 곁들여 먹었다. 예전엔 두부 구하기도 힘들고 가끔 들어오는 두부도 너무 비싸서 못 사먹었는데 한결 저렴해진 가격으로 밀봉된 그냥 두부와 훈제두부 조그만걸 팔고 있었다!!! 체코어를 못 읽으니 훈제두부는 처음엔 튀긴두부인줄 알고 샀는데 뜯어보니 훈제두부였다. 두부는 베지테리안 코너에 있는데 그래서 꼭 햄처럼 느껴지라고 훈연향 입혀 수입해 파나보다...







어! 이 두부 의외로 맛있어!!!! 기대 안했는데 ㅋㅋ

짬뽕라면에 곁들여 먹으니 불맛 국물에 훈연향 두부라 그런지 나름 잘 어울렸다. 나중에 테스코 가면 또 사와야지. 이거에 푸성귀 좀 곁들이면 그냥 샐러드로 한끼 때울수도 있을듯. (원래 두부 좋아해서 예전에 가끔 1~2킬로 빼고 싶으면 두부 위주로 다이어트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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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나서는 배도 너무 부르고, 이 방이 좁아서 카페에 가서 오늘의 메모와 사진도 정리하고 글도 좀 쓰기로 맘먹고는 노트북을 챙겨서 나왔다.


그런데...


으윽, 이 동네 카페들 다 6~8시에 문 닫아 ㅠㅠ 가려고 찍어놨던 카페 두곳은 모두 문 닫았고... 말로스트란스케 스타벅스는 좀 오래 할거 같아서 거기나 갈까 하고 쭉 걸어올라가다가(은근히 멀다) 옆골목으로 빠졌더니 조그만 카페가 있었다. 그래서 거기 들어가 생강 레모네이드와 애플파이를 주문했는데... 노트북을 폈더니 점원이 '저, 우리 8시에 닫아요...' 라고 한다 ㅠㅠ (그떄가 7시 20분)


엉엉 ㅜㅜ


다른 동네 카페는 좀 더 늦게까지 하는데도 있는데 이쪽 동네는 아무래도 프라하 성과 네루도바 거리 등 관광지랑 가까워서 어두워지면 관광객들이 다 돌아가니 펍이나 레스토랑 아닌 그냥 카페는 저녁이 되면 문을 닫아버리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니 나도 전에는 밤에 카페에 간 적은 거의 없었지... 나도 밤에는 집에서 편하게 글을 쓰는 게 더 좋다고... 이 호텔 방이 이 모양일 줄 누가 알았겠니...





그래서 그 카페에 30분 정도 앉아 있다 일어남 -_- 에잇, 이게 뭐야.



우예즈드 거리를 한참 걸어서 도로 숙소로 돌아왔다. 아이고 다리 아파라...



(걸어오다 찍은 사진 중 맘에 들어서... 카페 사보이 샹들리에와 레기 교에서 찍은 사진 두장, 하얀 개 사진 빼고는 전부 폰으로 찍은 것이다. 카메라가 무거워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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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 돌아오니 진짜 피곤했다. 샤워를 한 후 다시 한번 방의 구조를 잘 살폈다. 어제의 세팅보다 나은 세팅은 어려웠다... 이런저런 조합을 해보았으나 내 몸과는 안 맞았다. 그래서 결국은 '랩탑'이란 말에 걸맞게(ㅠㅠ) 침대 헤드보드에 베개 놓고 등 기대고 앉아 무릎 위에 쿠션이랑 노트북 파우치 올려놓고 이렇게 타이핑 중이다. 그나마 이게 어제보단 편하다. 근데 오래는 안되겠다...


어휴 의자도 없는 방을 주다니 ㅠㅠ 어쩐지 여기가 좀 싸더라 ㅠㅠ 하지만 의자는 당연히 있을 줄 알았지. 의자 없는 줄 알았으면 돈 좀 더 보태서 싱글룸보단 나은 방 얻었을텐데...


(주말이나 다음주쯤 료샤가 잠깐 놀러온다 했는데 이 방을 보면 짜증낼 듯 -_- 나는 부르주아가 아니니까 어쩔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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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몸이 피곤하지 않으면 트램 타고 올라가서 로레타 성당과 프라하 성 쪽에 가볼까 싶다. 이번주까지만 날씨가 좋고 다음주에 비온대서....


근데 아무래도 주말 되기 전에 호르몬 주기가 올 거 같아 ㅠㅠ 그래서 더 피곤하고 졸린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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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9. 8. 23:47

한낮의 페트르진 공원에 앉아 2016 praha2016. 9. 8. 23:47




오늘도 매우 뜨거운 날씨.


카페 사보이에서 아침 먹고 신시가지쪽 갔다가 오후에 페트르진 공원에 가서 책 읽음. 나무 그늘이긴 했는데 풀벌레가 많고 오후 2-3시 즈음이라 더웠다. 이 시간대는 피해야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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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테스코 갔다. 수퍼에서 사온 어린이 사이즈 사과주스와 미니 사이즈 생수, 그냥 소금간된 감자칩 사서 이거 들고 공원 옴. 점심..이라기보단 저녁 먹기 전에...


하루키의 저 에세이 다 읽으면 가져온 책 이제 없는데 ㅠㅠ 저 책도 여러번 읽긴 했다.






이 자리 앉아 한시간 이십분 정도 책 읽음. 풀벌레랑 벌이 막 날아왔고 비둘기도 과자 달라고 왔다.


덥고 지쳐서 방에 와 잠깐 누워 있음. 좀 있다 저녁 먹으러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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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