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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와 죽음'에 해당되는 글 22

  1. 2020.02.09 슈클랴로프 데뷔 10주년 인터뷰(+번역) : 2013년 클립 + 솔로르 바리아시옹 8
  2. 2020.01.26 젊은이와 죽음 커튼콜 사진 몇장(19년 11월, 슈클랴로프 & 콘다우로바) 4
  3. 2019.11.11 젊은이와 죽음 커튼 콜 사진 세 장(슈클랴로프 & 콘다우로바) 2
  4. 2019.11.10 젊은이와 죽음 때문에 삐친 레냐랑 의외의 료샤 4
  5. 2019.11.09 11.8 금요일 밤 : 젊은이와 죽음 보고 들어옴
  6. 2019.10.26 미하일 바리쉬니코프 '젊은이와 죽음' 클립(영화 백야 중)
  7. 2018.11.11 젊은이와 죽음 : 슈클랴로프 & 샤프란 (18.11.3) 6
  8. 2018.11.04 젊은이와 죽음(슈클랴로프 & 콘다우로바 : 2013년 마린스키 공연 클립)
  9. 2017.08.05 면회 - 발광 페인트 토마토 수프 24
  10. 2016.12.10 보드카를 따지 않는 건 죄악, 옷 빌려입기, 위선자 30
  11. 2016.10.12 사제 없는 고해. 심문관의 독백, 혼자 다니는 사람, 집단주의 47
  12. 2016.08.25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화보 몇 장(젊은이와 죽음 등) 4
  13. 2016.04.29 세계 춤의 날 기념 슈클랴로프 화보 잔뜩 4
  14. 2015.08.26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화보 몇 장 : 젊은이와 죽음, 백조의 호수, Infinita Frida, 로미오와 줄리엣, 라 바야데르 4
  15. 2015.05.16 힘든 심신의 위안을 위한 슈클랴로프 사진 몇 장
  16. 2015.04.07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사진 세 장 4
  17. 2015.04.02 목요일의 무용수 사진들 : 슈클랴로프, 비슈네바, 튜튠닉, 예르마코프 등 4
  18. 2015.03.15 오늘 만든 발레 달력(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2
  19. 2015.02.01 발레 화보 : 로파트키나, 비슈네바, 슈클랴로프, 테료쉬키나, 콘다우로바
  20. 2014.11.12 힘든 아침, 슈클랴로프 화보 세 장 4
  21. 2014.10.06 간만에 무용수 화보 몇 장 : 로파트키나, 소모바, 슈클랴로프, 스체파노바 등
  22. 2014.08.16 '젊은이와 죽음' 클립(파루흐 루지마토프 & 디아나 비슈네바), 루지마토프에 대해

 

 

발로쟈 슈클랴로프님의 생일 기념, 옛날 인터뷰 클립을 올려본다. 자막 까는 건 할줄 몰라서, 간단한 번역도 아래에 붙여본다. 오래된 방송 클립이다. 2013년 3월, 자신의 데뷔 10주년을 맞아 베네피스 무대를 가졌을때 '짜르스까야 로자'라는 문화예술 프로그램과 가진 인터뷰와 공연 클립이 담겨 있다.

 

 

이때 그가 올린 것은 1. 라 바야데르 3막 망령의 왕국(파트너 :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도로테 질베르), 2. 젊은이와 죽음(파트너 :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 3. 발란신의 루비(파트너 : 올레샤 노비코바) 였다. 인터뷰 영상에서도 이 순서대로 공연 클립이 조금씩 나온다. 특히 망령의 왕국에선 평소에 보여주지 않는 터번까지 쓰고 나와서 눈호강. 노비코바도 중간에 잠깐 인터뷰를 한다.

 

 

간단한 번역.

 

 

해설 : 2013년 3월 마린스키 발레 페스티벌에서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가 데뷔 10주년 베네피스 공연을 했습니다.

 

- 망령의 왕국 솔로르 바리아시옹 클립 -

 

발로쟈 슈클랴로프 : 솔직히 말하자면 군무(코르 드 발레)는 정말 저와 맞지 않았어요. 전 집중을 못했고 줄도 맞추지 못했거든요. 이건 사람마다 타고 나는 거라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이 혼자 무대에 서는 걸 어려워하거든요, 그런 경우엔 옆에 동료들이 있는 것이 더 편하죠. 그런데 전 완전히 반대였어요. 다른 사람들보다 높이 뛰는가 하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달려가버리고...

 

- 젊은이와 죽음 클립 -

 

 

올레샤 노비코바 : 발로쟈와는 발레학교 시절부터 알았어요. 제가 2학년때 들어왔어요. 제가 한살 더 많죠. 발로쟈는 맨처음에는 중간시험에서 꼴찌를 하더니 반년 후엔 1등을 했어요. 남자애가 그런 경우는 전무후무했죠.

 

 

- 루비 클립 -

 

 

발로쟈 슈클랴로프 : 무용수가 스스로에게 만족한다고 말하는 순간 예술가로서의 삶은 끝난 거고 가만히 쉬러 가야겠죠.

 

 

- 노비코바와의 루비 리허설 클립, 유리 파테예프가 지도 중 -

 

 

발로쟈 슈클랴로프 : 요즘 전 자신의 모든 무대에 대해 만족하는 법이 없어요, 언제나 좀더 잘하고 싶고 더 강렬해지고 싶고 더 설득력 있게 추고 싶어요.

 

 

- 루비 클립으로 마무리 -

 

 

.. 전문을 모두 그대로 옮기진 않았지만 그래도 거의 다 번역함. 맥락상 이런 정도인 것 같은데 좀 틀린 게 있더라도 그러려니... 캡션도 없고 그냥 듣는대로 적다 보니... 이 사람 발음은 쫌 알아듣기 어렵다.. 라고 쓰고 내 노어 실력이 점점 퇴화되어 그렇다고 고백 ㅋㅋ

 

 

..

 

 

인터뷰의 공연 클립들은 너무 감질나니까.. 지난 1월 29일에 마린스키 무대에서 췄던 라 바야데르 3막 솔로르의 바리아시옹 클립으로 마무리. 영상 클립 안에 출처(IRUMA)가 적혀 있다.

 

 

 

 

 

그야말로 최고의 솔로르! 이 사람의 솔로르 무대는 너댓번 이상 마린스키에서 봤는데 볼때마다 점점 더 근사해진다! 특히 3막의 드라마틱한 감동은 이 사람을 능가할 무용수가 없다.

 

 

중간에 넣은 사진은 alex gouliaev가 찍어준 14년 공연 사진. (이때 mezzo에서 이 공연을 녹화하러 왔었다. 그래서 연이틀 공연을 올렸고 둘다 봤었다~ 아쉽게도 공연은 실제 녹화가 이루어진 둘째날보다는 첫째날이 더 좋았었던 기억이 있다. 관객들 반응도 첫날이 더 좋았었고. 하여튼 발로쟈의 솔로르는 그때도 너무 멋졌다) 영상만 올려놓으면 버벅대서 솔로르 사진 한컷 넣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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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에 마린스키에서 보았던 '젊은이와 죽음' 커튼 콜 사진 몇장.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와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

 

 

전에 서너장 올렸기 때문에 중복되는 사진도 있다. 화질은 별로 안 좋음. 나 분명히 맨 앞줄에 앉았는데... 앙코르 커튼 콜 할때는 제일 가운데로 나가서 찍었는데 이때 바꾼 카메라가 손에 안 익었던데다 원체 좋아하는 작품 + 좋아하는 무용수 콤보라 흥분하여 손이 떨렸는지(ㅜㅜ) 사진은 몇장 못 건졌다. 하여튼 그때 찍은 거 몇장만 올려본다.

 

발로쟈, 이 작품 때문에 당신의 진정한 팬이 되었었죠 :)

 

 

 

 

잘 안 보이지만 내가 드린 꽃다발도 있음~~

 

 

 

 

 

 

 

 

 

 

 

 

 

 

 

 

 

이 날은 료샤랑 같이 갔기 때문에 공연 끝난 후 기다리지 않고 숙소로 돌아왔는데, 나중에 발로쟈에게서 메시지가 와서 엄청 감격했었다 :)

 

(아악, 기다릴 걸!!! 하고 마구 자책하였음 ㅋㅋ)

 

 

떠나기 전날 백조의 호수 보러 갔을 때는 끝나고 기다렸다가 만나고 왔는데 정말 이 사람의 다정함과 상냥함은 어디까지인지 감동의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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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로밍은 해왔지만 티스토리 모바일 앱은 해외 나오면 사진 여러 장 올리는게 잘 안돼서, 세 장만 올려봄. 사진 많이는 못 찍었다.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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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어 버전 먼저 그리고 한국어로 옮겼는데 두번째 장부터 애플펜슬 촉이 안 좋아져서 글씨가 엉망임. 첫번째 장과 비교하면 글씨 필감이 완전 다름 ㅠㅠ 근데 이 펜슬은 이러다 다시 또 부드러워지고 그러긴 한다.


세장으로 되어 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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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무용수가 춘 가장 좋아하는 발레 보고 옴. 밤이 늦어 커튼 콜 사진 두 장으로 오늘 메모를 대신한다. 후기는 나중에. 발로쟈, 멋진 공연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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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유튜브 링크 올렸었는데 지워져서 다시 올려봄. 영화 백야 오프닝에 삽입된 클립이라 작품 전체는 아니고 5분 내외로 편집되어 있다.

 

 

나에게 러시아어 전공하게 만든 두가지 이유 중 하나. 도스토예프스키랑 바리쉬니코프 때문에 러시아어 전공했음. 전자는 죄와 벌, 후자는 이 영화 백야(...중에서도 특히 이 오프닝의 젊은이와 죽음!)

 

 

옛날 영화에서 발췌한 클립이라 화질은 아주 나쁘지만... 유일무이하신 바리쉬니코프가 춤을 추신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리.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나는 젊은이와 죽음을 좋아하고 이 작품을 마린스키 무대에서 볼 때면 전율로 미칠 것 같다. 11월에 뻬쩨르 가면 발로쟈 슈클랴로프님이 이거 추는 거 볼 수 있어서 그게 지금 유일한 낙임 ㅜㅜ

 

 

**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가 춘 젊은이와 죽음 영상 클립 링크는 아래

 

https://tveye.tistory.com/8584 (2018년. 파트너 : 크리스티나 샤프란)

 

http://tveye.tistory.com/8564 (2013년. 파트너 :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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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3일 마린스키에서 슈클랴로프와 크리스티나 샤프란이 춘 젊은이와 죽음 영상 클립. 유튜브에 올라왔음. 며칠 전에 슈클랴로프의 2013년 이 공연 클립을 올린 적이 있는데(http://tveye.tistory.com/8564) 그때와 비교해서 보면 더 좋다. 관객이 폰으로 찍었는지 화질은 이게 좀 더 떨어지지만 대신 클로즈업이 많다. 이 사람은 5년 사이에 좀더 성숙해져서 무용수이자 배우로서의 정점에 달해 있는 것 같다. 역시나 가슴이 쿵쾅쿵쾅...  

 

 

위의 링크로 가면 이 발레에 대한 메모와 5년 전 클립을 볼 수 있고, 거기서 또 다른 링크를 따라가면 그 전에 올린 메모를 볼 수 있다.

 

 

크리스티나 샤프란은 전체적으로 좀 미숙하다. 춤과 움직임, 파워의 부족함을 특유의 관능미로 벌충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슈클랴로프와 함께 출 때는 좀 나은데 독무를 추면 부족하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이 사람이 제1솔리스트가 되어 있는 것도 좀 과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하긴 티무르 아스케로프도 프린시펄이지 ㅠㅠ 뭐 샤프란과 티무르 아스케로프는 관능적인 Le Parc에서 같이 출땐 괜찮았다. 그리고 투덜거리고는 있지만 이 젊은이와 죽음에서의 샤프란이 클래식 발레보다는 낫다. 해적의 메도라 등등은 좀 재앙...

 

 

 

 

..

 

근데 발로쟈 너 왜 머리 짧게 잘랐니 ㅠㅠ 짧아도 원체 미남이니 잘 어울리긴 하지만 난 너 머리 더 긴 게 좋은데 흑...

 

..

 

 

 

 

 

 

이 공연 사진 두 장. 슈클랴로프님이 인스타에 올린 것. 사진사는 빅토르 바라노프스키. V. Baranov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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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이 클립은 전에 올린 적 있긴 한데 그땐 유튜브 링크여서 지금은 막혀 있어 다시 올려본다. 롤랑 프티의 '젊은이와 죽음'.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와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가 마린스키에서 춘 것이다. 내가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를 '정말로' 좋아하게 된 첫 작품이기도 했다. 그를 무대에서 처음 본 것은 2006년이었지만 그의 춤과 무대에 온전히 빠져들게 되었던 건 2012년 가을, 마린스키에서 그가 이 작품을 췄을 때였다. 그때도 콘다우로바와 췄다. 콘다우로바도 이 역에 정말 잘 어울린다.

 

위의 영상은 그로부터 몇달 후, 2013년에 그가 데뷔 10주년 기념 공연에서 췄을 때 관객 중 누군가가 찍은 것이다. 슈클랴로프는 그때 라 바야데르 3막의 망령의 왕국, 발란신의 jewels 중 '루비', 그리고 이 젊은이와 죽음을 골랐다. 그러니까, 완벽히 마린스키다운 클래식, 발란신, 그리고 자신의 장기가 가장 잘 드러나는 드라마틱한 작품까지 셋을 골랐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사람은 발란신에는 좀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루비보다는 차라리 다른 걸 췄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만.

 

 

하여튼 난 그 기념공연은 못봤지만 작년에 블라디보스톡 마린스키 분관에서 이 사람의 특별 공연은 봤다. 그때 이 사람은 스메칼로프가 안무해준 '날 버리지 마', '발레 101', '고팍', 그리고 '마르그리트와 아르망'을 췄다. 아주 근사한 무대였고 이 사람의 매력이 최고조에 달하는 작품들이었다. 아무래도 앞의 세개는 혼자서 추는 거라 별다른 세트가 필요없어 솔로 무대 보여주기 적합하니 고른 것도 있다. 하여튼 그때 젊은이와 죽음도 다시 춰줬다면 정말 좋았겠지만 이건 무대 세트에 공이 좀 들어가니 더 어려웠겠지.

 

 

젊은이와 죽음은 항상 나에게 특별한 발레였다. 미하일 바리쉬니코프의 영화 백야가 바로 이 작품으로 시작된다. 내가 러시아어를 전공한 이유 두가지 중 하나가 이 영화인데, 이 영화는 동시에 나에게 발레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해준 작품이기도 했다. 이 영화 비디오(!)를 보았던 당시는 중학생이었고 발레에 대해선 역사나 이론들 정도밖에 몰랐고 당연히 롤랑 프티가 누군지도 몰랐다. 심지어 바흐의 파사칼리아도 여기서 처음 들었다. (바흐는 지금도 내가 아주 좋아하는 음악가는 아닌데 그의 작품 중 제일 좋아하는 것 딱 두곡만 꼽으라면 이 곡과 '인류의 기쁨 되신 주'이다)

 

 

화질 나쁜 비디오 화면으로 어둠과 붉은색과 죽음의 여인, 그리고 격렬하고 처절하게 춤추는 바리쉬니코프를 보았을 때 난 충격을 받았고 거의 사랑에 빠졌던 것 같다. 이 작품의 드라마와 파사칼리아, 콕토의 리브레토와 주인공 청년의 절망적인 춤, 이 모든 것이 나를 온전하게 사로잡았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으면서, 그리고 무수한 발레를 보고 아주 많은 예술작품들을 접하면서 나의 시선과 감각은 변해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여전히 나를 잡아흔든다. 사실 아주 내 취향이다. 취향이란 변하기 마련이지만 본질적인 무언가는 변하지 않고 남는다. 젊은이와 죽음은 나에게 그런 발레이다. 여러 무용수들이 춘 무대를 보았지만 직접 본 무대에서는 슈클랴로프의 춤이 가장 좋았다. 내게 최고의 '젊은이'를 꼽으라면 바리쉬니코프, 누레예프, 그리고 슈클랴로프이다. 비록 전자의 두개는 영상으로만 보았지만.. 

 

 

며칠 전 이 사람이 마린스키에서 이 작품을 다시 췄다. 상대역은 크리스티나 샤프란이었다. 짧은 영상 클립과 사진들을 보니 샤프란은 역시 아직 죽음의 여인을 추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만... 아아 나 정말 이 사람이 추는 이 무대 다시 보고 싶어 미치는 줄 알았다 흐흑... 발로쟈... 엉엉 다음에 갈때 꼭꼭 이 작품 다시 춰줘요...

 

 

이 작품을 너무나 좋아했고 또 나에게 특별한 발레였기 때문에 몇년 전 글을 쓸 때 미샤가 이 춤을 (좀 자기 맘대로) 추는 장면을 집어넣기도 했다. 슈클랴로프의 이 무대를 보러 갔을때 마침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할 때였고 미샤와 춤에 대해 상상하던 무렵이라 더욱 깊게 빠져들 수 있었다. 무대를 보면서 이 작품이야말로 내가 생각하는 미샤와 딱 맞을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강렬하고 비극적이고 격정적이고 너무나도 드라마틱하고, 젊음에서만 나올 수 있는 바닥 없는 절망을 표출할 수 있는 작품. 그것은 내가 생각하고 내가 불러올리고 있던 미샤와 깊게 공명했다.

 

 

하지만 나는 그가 이 춤을 추는 것을 세세히 묘사하지는 않았다. 소설에서는 미샤가 이 작품을 추는 장면이 아주 짧게, 그의 문학 서클 동료였던 알리사의 회상으로 묘사될 뿐이다. 전에 발췌해 올린 적이 있는데 그건 여기 : http://tveye.tistory.com/2390

 


 

 

 

영상 클립만 올리면 좀 아쉬우니 젊은이와 죽음을 추는 슈클랴로프님 화보 한컷. 전에도 올린 적 있다만 좋아하는 화보라서 다시 올려본다. 사진은 alex gouliaev가 찍은 것.

 

극장과 발레의 특성이 그렇듯 실제 무대와 영상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동영상 클립은 슈클랴로프의 실제 무대에서 느껴진 에너지와 드라마, 불꽃을 온전히 전달하지 못해 좀 아쉽다. 무대는보다 격하고 보다 묵중했다. 불꽃이 이는 무대였다.

:
Posted by liontamer
2017. 8. 5. 22:25

면회 - 발광 페인트 토마토 수프 about writing2017. 8. 5. 22:25

 

 

 

 

 

며칠 전 이 폴더에 글쓰기와 시점에 대한 메모를 올린 적이 있다. 몇년 전 쓴 미샤의 수용소 단편에 대한 글쓰기 메모와 일기였다. 제목은 '1인칭 시점을 선택하지 않았던 이유'. 링크는 http://tveye.tistory.com/6836

 

 

그 수용소 단편은 총 3부로 이루어져 있었다. 수용소 간수가 심리적 화자로 등장하는 3인칭의 1부, 미샤의 후원자였던 공산당 고위간부 게오르기 벨스키가 심리적 화자로 등장하는 3인칭의 2부, 그리고 미샤의 절친한 벗 스타니슬라프 일린의 1인칭으로 전개된 3부인데 각 파트별로 꽤 여러 토막을 이 폴더에 발췌해 올린 적이 있다.

 

 

오늘 발췌하는 부분은 2부. 게오르기 벨스키가 모스크바 비밀클리닉에 입원한 미샤를 후원하러 가서 나누는 대화의 일부이다. 이 파트 바로 앞부분을 전에 발췌한 적이 있다. 여기 발췌문 맨 앞 미샤와 벨스키가 재판에 대해 나누는 이야기 몇 문단은 그때 발췌문 맨뒤와 겹치는데, 그걸 잘라버리면 너무 흐름이 끊겨서 그냥 살려두었다.

 

 

 

이 폴더에야 거의 항상 글을 토막토막 잘라 올리고 있으니 이 부분만 독립적으로 읽어도 크게 문제는 없지만 그래도 앞의 상황이 궁금하시다면 http://tveye.tistory.com/6068 (모스크바 요양소, 재판)를 먼저 읽고 이 파트를 읽으면 된다.

 

 

..

 

 

 

게오르기 이바노비치 벨스키는 앞에서 언급한대로 이 소설의 배경인 1970년대~80년대 초반의 소련 공산당 고위 간부이다.

 

파나예바는 모스크바 비밀클리닉에서 미샤를 담당하고 있는 주치의이다.

 

글루크, 슈스코프는 미샤가 1부에서 갇혀 있었던 수용소의 원장과 정신교화 책임자이다.

 

게르만 알렉세예비치 스비제르스키는 역시 미샤의 오랜 후원자인 공산당 고위 당 간부이자 옛 KGB 고위직 출신이다. 이전에 jewels에서 미샤를 파티에 불러낸 인물이기도 하고 이 본편 우주에서 미샤와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드미트리 알렉산드로비치 마로조프 역시 미샤의 오랜 후원자이자 애인인 당 간부이다. 스비제르스키는 모스크바 의원이고 마로조프는 레닌그라드 의원이다. 그는 이 2부의 심리적 화자인 게오르기 벨스키를 정치적으로 발굴한 대부이기도 하다.

 

 

아사예프는 미샤가 춤췄던 레닌그라드 키로프 극장의 발레단 예술감독, 지나는 미샤의 발레학교 동기이자 발레리나 파트너이다. (지나와 말썽쟁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그 두둥실 지나 ㅋㅋ) 울리얀 세레브랴코프와 옥사나 셰먀코바는 극장 동료 무용수들이다.

 

 

...

 

 

위의 사진은 alex gouliaev가 찍은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의 '젊은이와 죽음' 화보.

 

 

..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 왜 오셨어요, 게오르기 이바노비치? ”

 

“ 파리 때문에. 그 외 다른 문제도. ”

 

“ 파리? 모스크바라고 하셨잖아요. ”

 

 

벨스키는 언제까지 미샤와 이런 식으로 대화를 주고받아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엉망으로 뒤엉켜 있는 머릿속에 간단하게 정보들을 밀어 넣기로 했다.

 

 

“ 여기 오기 전에. 글루크가 있는 수용소에 가기 전에. 파리에 갔었잖아. 그 니진스키 트리뷰트 때문에. 그 전에는 뉴욕에 갔었고. 자네 그 파리에서 도망쳤었잖아. 그래서 문제가 생겼지. 돌아와서 재판 받았잖아, 그래서 그 수용소로 보낸 거고. ”

 

 

미샤가 오른손을 뻗어 허공을 두어 차례 휘저었다. 눈에는 여전히 초점이 없었다. 기억을 되살리려는 듯 고개를 뒤로 젖히며 가볍게 흔들자 거무스름한 멍들로 뒤덮인 목덜미가 드러났다. 맞아서 생긴 상처 같지는 않았다. 그곳을 맞았다면 쇄골이 부러졌을 터였다.

 

 

“ 도망치지 않았어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러 갔었을 뿐이에요. ”

 

 

갑작스럽게 미샤가 아주 또렷하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그 비공개 재판에서도 아마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아무도 그를 변호하려고 나서지 않았기 때문에 미샤는 직접 변론을 했다. 극장 동료들 몇몇이 유리한 증언을 해주려고 자원했지만 모두 자격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참석을 금지 당했다. 벨스키는 그 재판의 일지와 보고서를 훑어보았지만 중간 쯤 읽다가 그만두었다. 미샤의 변론 대부분에는 붉은 줄이 그어져 있었고 그나마 끝까지 이어지지도 않았다. 재판관이 그의 발언을 중단시킨 후 휴정을 선언했고 30분 만에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벨스키는 그런 종류의 재판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 아, 그랬을 거라고 생각해. 정말 도망친 거였다면 지금 여기 있지도 않았겠지. 그래도 기억이 되살아난 것 같군. 자네 소환됐을 때 파리에서 시끌시끌했던 건 생각나나? 호텔 앞부터 공항까지 피켓 시위자들이 몰렸었지. 기자들도. 자네 가고 나서 그 시위가 좀 커졌거든. 게다가 이상한 오해가 생겼지. 헛소문이 퍼져서 상황이 좋지 않았어. ”

 

 

“ 무슨 소문이요? ”

 

 

“ 뻔하잖아. 자넬 시베리아 강제노동수용소에 처박았다는 얘기. 벌써 루뱐카에서 총살했다는 얘기. 제국주의자들 입맛에 맞는 얘기들. ”

 

 

“ 그게 제국주의자들 입맛에 맞는 얘기예요? ”

 

 

 

미샤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몸을 가누기가 힘든 듯 점점 어깨가 비스듬하게 기울어지고 있었다. 볼품없이 들쭉날쭉 잘린 검은 머리칼이 한 움큼 이마 위로 흘러내려왔다.

 

 

 

“ 그 얼간이가 이상한 소리를 했는데... 누굴 소환한다고. 하지만 걘 아무 것도 몰라요. 절 좋아한 적도 없었어요. 그러니까 걘 놔주세요. 그 여자 정말 아무 것도 몰라요. ”

 

 

“ 누구 얘길 하는 거지? 그 여자가 누구야? 얼간이는 누구고? ”

 

 

“ 아, 소환 같은 건 없었군요. 어차피 허풍이라고 생각했었어요. 진짜 역겨운 놈이었어. ”

 

 

벨스키는 그가 글루크나 슈스코프 중 한 명을 언급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파나예바가 정해준 10분은 이미 흘러가버렸고 미샤와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결론부터 말해주기로 했다.

 

 

“ 자네 석방될 수도 있어, 회복되면. ”

 

 

미샤는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았다. 거의 무관심한 표정으로 오른손 손가락들을 오므렸다 폈다 하며 왼팔을 들어 올리려고 애쓰고 있었다. 손목이 3센티미터 쯤 올라갔다가 무겁게 툭 떨어지자 짜증도 내지 않고 계속해서 그 무익한 시도를 반복했다.

 

 

“ 왜, 믿지 않아? 내 말인데도? ”

 

 

“ 믿어요. 의원님이 제게 거짓말을 할 이유가 어디 있어요. ”

 

 

“ 그런데 별로 관심이 없나? 수용소가 좋아? 자네 7년형 받았잖아. 다시 돌아가고 싶어? 그 약물 치료 다시 받고 싶을 리가 없잖아. ”

 

 

“ 전 선언문 안 읽을 거예요. 인터뷰도. ”

 

 

미샤가 툭 끊어지듯 거친 음성을 내뱉더니 무겁게 처져 있던 어깨와 허리를 억지로 다시 세웠다. 이마와 목에 파란 핏줄이 돋아 오르며 아랫입술이 덜덜 떨렸다. 벨스키는 파나예바의 경고를 어기고 그의 가슴에 손을 얹어 가볍게 뒤로 밀었다. 미샤는 저항하고 싶은 눈치였지만 벨스키가 조금 힘을 실어 누르자 다시 베개에 몸을 완전히 기댔다.

 

 

인터뷰 할 필요 없어. 그리고 선언문 수준도 아냐. 몇 줄만 읽으면 끝나. ”

 

 

“ 당신들 다 똑같아. ”

 

 

미샤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더니 고개를 돌려 기침을 했다. 베개에 피가 튀었다. 가슴에서 짐승들이 내는 듯 낮게 끓어오르는 소리가 났다. 이제 기침은 하지 않았지만 오른손으로 목을 감싸 누른 채 다시 한 번 피를 토했다. 베개에 쏟아진 피는 그리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발광 페인트처럼 새빨간 색이라 벨스키는 파나예바를 불러야 할지 망설였다. 하지만 지금 파나예바를 부른다면 그녀는 면담을 완전히 중지시킬 것이 분명했다. 그럴 수는 없었다.

 

 

벨스키는 테이블에 놓여 있는 조그만 타월을 미샤에게 건네주었다. 병실에 있는 물품들은 모두 소독을 마쳤을 테니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미샤가 타월로 입과 턱에 흘러내린 피를 닦는 동안 그는 아주 부드럽게 말했다.

 

 

“ 어쩔 수 없잖아. 최소한의 명분은 있어야지. 나나 스비제르스키도, 아니, 드미트리 알렉산드로비치라도 마찬가지야. 서기장이라 해도 그건 어쩔 수 없어. ”

 

 

“ 무슨 명분이요. 거짓말해서 풀려나라고요? 아니면 창녀짓해서? 다른 이름들도 얘기하시지 그래요. ”

 

 

미샤가 몸을 떨었다. 벨스키는 그가 그렇게 감정을 표출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폭발적 열기와는 달리 사석에서의 미하일 야스민은 아주 침착하고 서늘한 인물이었다. 훨씬 어렸을 때도 그랬다. 하긴 그는 미샤가 자기 몸을 가누지 못하는 것도 본 적이 없었다.

 

 

 

“ 자네 지금 아파서 제대로 생각이 안 되고 있어. 그냥 내 제안대로 해. 원한다면 문구도 자네가 써. 싫으면 내가 써서 보여줄 테니 고쳐도 좋아. ”

 

“ 정치국 위원님은 바쁘실 텐데... ”

 

 

벨스키는 온건한 개혁파 의원이었지만 나이 차이가 두 배 가까이 나는 애에게서 그런 비아냥거리는 말을 듣고도 가만히 있을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전혀 화를 내지 않았다. 미샤가 구겨진 타월 위로 다시 피를 뱉은 후 몸을 심하게 떨면서 완전히 옆으로 누웠기 때문이다. 수척한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려 있었다.

 

 

“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지, 많이 아프잖아. 자네 정말 죽을 뻔 했어. 스비제르스키 의원이 들르지 않았다면 아마 죽었을 거야. 난 자네가 죽는 걸 보고 싶지 않아. 이렇게 망가지는 것도. 내가 왜 여기까지 직접 왔겠어. 내가 자네 아꼈던 거 몰라? 3분만 자존심 버려. 그러면 여기서 나갈 수 있어. ”

 

 

“ 지금 보내주실 수 있어요? 리허설에 가야 해요. ”

 

 

 

벨스키는 그를 뚫어지게 내려다보았다. 미샤는 오른쪽으로 몸을 튼 채 창문과 벽 사이의 어딘가를 바라보면서 완전히 달라진 어조로 간청하듯 속삭였다.

 

 

“ 제발 보내주세요. 다시 올 테니까. 이 방으로 다시 오면 되잖아요. 지금은 안돼요. 저한테 약속하셨잖아요, 말 잘 들으면 다시는 그 약 안 먹일 거라고. 주사도 안 놓을 거라고 하셨잖아요. 게르만 알렉세예비치, 제발 놔주세요. 너무 아파요. 내일, 내일 다시 올게요. ”

 

 

“ 정신 좀 차려, 난 그 사람이 아니야. 아무래도 파나예바를 불러야겠군. ”

 

 

미샤가 오른손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다. 손이 타들어가는 듯 뜨거웠지만 여섯 살짜리 어린애처럼 미약해서 슬쩍 움직여도 털어낼 수 있을 정도였다.

 

 

“ 더 이상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이해가 안 가. 난 말을 들었는데. 시키는 건 다 했는데. 당신 말은 다 들었어, 하나 빼고. 내가 그랬잖아. 당 이름으로 창녀 짓 하는 건 못한다고. 이제 상관없어. 그거 계속 놔도, 가둬도, 못 움직이게 해도. 그냥 죽여주면 좋을 텐데 당신 절대 그런 짓은 안 해. 자꾸 날 막아. 이제 그만 가. ”

 

 

게오르기 벨스키는 군 출신이었고 레닌그라드 국립대학 동문 서클과 그 도시의 실권자인 드미트리 마로조프를 통해 정치계에 들어온 인물이었다. 그 냉철한 마로조프가 그를 실질적 후계자로 점찍고 모스크바 권력의 중심지까지 단숨에 밀어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벨스키가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데 있었다. 정치적으로는 점진적 개혁파에 속했고 결코 정적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거나 모함과 숙청이라는 자연스러운 무기를 대놓고 쓴 적도 없는 온건한 인물이었지만 그에게 상처를 입히거나 충격을 가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었다. 마로조프는 벨스키를 정치국으로 입성시켰고 놀랍게도 그의 오랜 정적이었던 게르만 스비제르스키조차도 거기에 방해 공작을 펼치지 않았다. 스비제르스키는 사석에서 벨스키에게 ‘당신 뱃속은 쇠망치로 두들겨 패도 충격을 전부 흡수해버릴 쿠션들로 꽉 차 있다니까’ 라고 노골적인 농담을 건네기까지 했다. 그만큼 그를 놀라게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 게오르기 벨스키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어서 자기 앞에 누워 있는 젊은 죄수, 한때 그가 열렬하게 후원했던 무용수를 한동안 물끄러미 내려다보고만 있었다. 그에게는 드문 일이었다.

 

 

 

미샤가 다시 기침을 했다. 숨을 한 번 내쉴 때마다 반 숟갈 가량의 피가 밀려나왔다. 괴로운 듯 베개에 이마를 부딪쳐댔다. 벨스키는 그의 머리를 가볍게 감싸 진정시키려고 했다. 그러자 미샤가 오른손을 들어 벨스키의 손목을 쳐냈다.

 

 

“ 만지지 마. 제발 내 몸에 손대지 마. 나 좀 놔둬. ”

 

 

벨스키는 더 이상 면담을 계속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을 열고 파나예바를 부르자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던 그녀가 곧장 들어왔다. 파나예바는 미샤를 보더니 벨스키에게 책망하는 시선을 던졌다.

 

 

“ 심문하면 안 된다고 말씀드렸는데... ”

 

 

“ 잠깐 얘기를 나눴을 뿐이야, 소장이 너무 낙관적으로 얘기했던 것 아닌가 모르겠군. 전혀 회복이 안된 것 같은데. ”

 

 

“ 의원님께서 그 면담을 고집하지 않으셨으면 훨씬 나았을 거예요. 10분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그 이상은 집중을 못 해요. ”

 

 

파나예바가 미샤의 자세를 바꿔주고 출혈이 멎도록 조치를 취하는 동안 벨스키는 병실에서 나가는 대신 창가에 선 채 생각에 잠겼다. 주로 자신의 스케줄을 한 번 더 비울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었지만 미샤가 파나예바의 손길은 순순히 받아들인다는 사실에 대해 화를 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뒤섞였다. 어쨌든 그는 5년 이상 미샤를 알았고 가장 강력한 후원자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올가 파나예바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몇 마디 말을 걸었다. 벨스키가 서 있는 자리에서는 내용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미샤의 대답은 잘 들렸다. 체포되기 이전처럼 또렷하고 정확한 발음으로 말했기 때문이다.

 

 

“ 아니, 그건 부다페스트에서였어요. 아사예프가 저와 지나의 호흡을 점검해보고 싶어서 투어 무대에 먼저 올라가게 했죠. 키로프 첫 무대는 12월이었어요. 74년. 폴랴코바가 테라스 장면에서 배경을 바꿨는데 아사예프가 무대가 죽어 보인다고 화를 냈어요. 그 사람 그때 공연 직전까지 계속 화만 냈죠. 진짜 이유는 저와 지나가 금발로 염색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집시 로맨스를 출 작정이냐고 한 시간 동안 설교를 늘어놓았어요. 지나가 빨간 머리 줄리엣이 뭐가 문제냐고 발끈하더니 저에게 아사예프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집시 분장을 하고 추자고 했어요. 걔는 화를 내면 무섭기 때문에 잠깐 집시 의상까지 입어봤는데 그걸 보고 지나가 포기했어요. ”

 

 

 

파나예바가 웃음 섞인 목소리로 다시 뭐라고 속삭이자 미샤가 대꾸했다.

 

 

 

“ 아, 다른 건 다 됐는데 피부색을 바꿔야 했어요. 집시처럼 보이려면 진한 파우더가 필요했는데 마침 다 떨어졌거든요. 그러고 있는데 아사예프가 들어와서 기겁을 하더니 염색 얘길 더 이상 안 했어요. 그래서 원래대로 췄죠. 이후에도 그거 출 때 금발로 물들인 적 없었어요, 단 한 번도. ”

 

 

‘ 로미오와 줄리엣에 대해 얘기하고 있군. ’

 

 

 

벨스키는 잠시 매혹된 채 파나예바와 미샤 쪽에 시선을 던졌다. 자신이 췄던 작품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미샤는 완전히 정상처럼 얘기했다. 파나예바가 백조의 호수에 대해 묻자 미샤는 니나 크류코바와 췄던 첫 무대나 크레믈린, 해외 투어 무대가 아니라 헝가리 춤을 추고 들어간 발레리나가 떨어뜨렸던 머리장식을 밟고 미끄러질 뻔 했던 무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뒤엉킨 머릿속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최고의 찬사를 받은 무대가 아니라 실수를 할 뻔 했던 무대라는 것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벨스키는 미샤가 얘기하는 공연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옥사나 셰먀코바가 고의적으로 장식을 떨어뜨렸다는 소문이 무용계에 파다하게 퍼졌기 때문이다. 당시 셰먀코바는 미샤의 오랜 반대파였던 울리얀 세레브랴코프의 연인이었고 그 서클에서는 끊임없이 각종 방법을 동원해 그를 괴롭히고 있었으므로 꽤 신빙성 있는 소문이었다. 실제로 미샤는 이듬해 볼쇼이로 옮겼는데 벨스키는 세레브랴코프 서클이 그를 조금만 더 심하게 볶아댔으면 더 빨리 옮겨오지 않았을까 하고 아쉬워하기까지 했다.

 

 

벨스키는 자신도 모르게 파나예바가 지젤이나 라 바야데르에 대해 물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미샤 야스민의 알브레히트나 솔로르를 따라갈 무용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무수한 팬들이 미샤의 무게 없는 도약과 고속 회전, 화려한 테크닉에 푹 빠졌지만 벨스키는 항상 그의 진정한 강점은 드라마 배우로서 타고난 연기력과 음악에 대한 완벽한 감각에 있다고 생각해 왔다. 서방 관객들과 전문가들이 그 젊은 무용수 앞에서 넋을 놓았던 것도 당연했다. 그자들이 어디에서 그런 춤을 볼 수 있었겠는가. 볼쇼이나 키로프에서도 그렇게 춤추는 무용수는 없었다. 그런 재능은 유일무이했다. 누구도 토를 달 수 없는 온전한 재능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재능이, 그 완벽했던 육체가 부서지고 찢어진 채 반쯤 마비되어 있었고 무용수답지 않게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명료한 이성은 으깬 토마토 수프처럼 뒤섞여 있었다.

 

 

 

... 

 

 

 

 

이 면회의 후반부 대화를 일부 발췌한 적이 있다. 링크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5589 (체제의 이름, 비행사, 천사 이름 붙은 도시)

 

 

이 링크에 발췌된 이야기에는 이 단편의 다른 파트들에 대한 링크들도 좀 붙어 있다.

 

 

..

 

 

이 발췌문에 붙인 제목은 그냥 충동적으로 여기 나오는 단어들을 조합했음. 원래 이 단편은 1부 1~3장, 2부 1~3장, 3부 1~3장으로만 되어 있어 이런 소제목 같은 건 없기 때문에 여기 발췌해 올릴 때 내 맘대로 대충 붙이고 있다. 주인공이 피 토하고 정신 흐릿해진 상태이니 뭐 어울리는 듯... (미샤 : 뭐 임마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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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
Posted by liontamer



추운 러시아에 잠시 와 있다 보니 이렇게 추웠던 날 썼던 추운 날에 대한 이야기 조금. 아래 에피소드는 종종 조금씩 올렸던 트로이와 미샤의 장편 후반부에서 발췌했다.


에피소드의 앞부분에 생략된 배경은 이렇다. 12월의 추운 겨울날 미샤의 공연을 보러 갔던 트로이는 그날 무대에 올라가지 않았던 지나이다(미샤의 룸메이트이자 꾸준히 파트너로 춤춰온 발레리나)를 만나고 안면이 있는 그녀의 초대를 받아 집에 놀러간다. 즉, 미샤와 지나이다가 함께 사는 아파트이다.

아파트에는 지나이다의 약혼자이자 트로이의 친구(트로이가 영문학과 강사로 일하는 학교의 같은 학과 부교수)인 마르크 카라바노프가 기다리고 있다. 카라바노프는 보드카가 있는데 같이 마실 사람이 없다고 슬퍼하다 트로이를 보고는 반색한다. 그리고...


..


스톨리츠나야는 보드카 상표 중 하나.

스타니슬라프 리보비치는 전에 종종 등장했던 미샤의 절친한 친구이자 볼쇼이 안무가인 스타니슬라프 일린.

트로이츠키는 트로이의 원래 성. 트로이의 원래 이름은 안드레이라서 미샤는 단둘이 있으면 그를 안드레이라고 부름.

넬레츠카는 지나와 미샤의 극장 후배 발레리나.

벨스키는 전에 수용소 이야기에 잠깐 등장했던 정치가이자 미샤의 후원자이다.


..


맨 위 사진은 젊은이와 죽음을 추는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카라바노프는 지나이다가 트로이를 데리고 들어오자 무척 좋아했다. 트렁크 몇 개에 약혼녀의 책과 여름 옷을 챙겨넣던 것도 내팽개치고 부엌으로 달려가더니 반짝거리는 스톨리츠나야 보드카 유리병을 양 손에 움켜쥐고 나와 보란 듯이 흔들었다.


 “ 하늘이 자넬 보내준 거야! 아니, 레닌이 보내줬다고 해야 하나? 저녁에 이게 두 병이나 생겼는데 같이 마실 사람이 없잖아. 지나는 보드카 입에 안 대고, 미하일은 술을 아예 못 마시니... 딤카도 없고 루벤도 없고... 연말이라고 다들 바빠서 들를 생각도 안해. 섭섭한 마음에 모스크바에 전화해서 스타니슬라프 리보비치를 부를 생각까지 했다니까! 스톨리츠나야를 앞에 놓고 뚜껑을 따지 않는 건 죄악이야! 동의하지, 트로이츠키 동지? ”



 “ 어, 그래. 죄악 맞아. ”



 지나이다가 약혼자의 머리를 가볍게 툭 쳤다.



 “ 당신 스타니슬라프 리보비치가 얼마나 술이 센 줄 알아? 대작할 생각 꿈에도 하지 마. 밤새 마셔도 절대 안 취하니까. 딤카도 나가떨어졌어. ”



 “ 그러니까 부르려고 한 거지. 끝까지 안 취하고 남아서 우릴 돌봐줄 사람이 하나 필요해. 당신은 안해 줄 거잖아. 미하일은 옆에서 냄새만 맡아도 취해서 기절할게 뻔하고. 아니, 세 잔까지는 괜찮다고 하지 않았나? 트로이슈카, 자네 조금만 참아줘. 우리 이거 미하일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따자. 그래도 남자들의 의리가 있는데 한 잔은 권해야지. 안 그러면 그 친구 섭섭해 할 거야. 게다가 난 미하일한테 신세진 게 진짜 많아. 새 집 구하는 것도 도와줬고 주택관리국 등록도 빨리 받을 수 있게 도와줬어. 지나랑 편하게 지내라고 자리도 많이 비켜줬고... ”



 “ 안돼, 그 바보한테는 한 방울도 따라줄 필요 없어. 그냥 지금 따. 내가 한 잔쯤 마셔줄게. ”



 “ 지나샤, 파트너를 바보라고 부르는 건 참 무례한 것 같아. 미슈카가 착해서 넘어가는 거지 사실은 별로 기분 좋지 않을 거야. ” 



 “ 바보를 그럼 뭐라고 불러. 얼간이나 멍청이보단 그래도 바보가 어감 상 나아. 꽤 신경써서 불러주고 있는 거야. ”
 


 “ 전혀 몰랐네, 그게 신경써서 불러주는 거였는지. ”



 소리도 없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미샤가 말했다. 카라바노프는 깜짝 놀라서 변명을 늘어놓았다.



 “ 아니, 미하일. 농담이었어. 스톨리츠나야가 생겨서 좋아하다 그런 거야. 기분 나쁜 거 아니지? ”



 “ 기분 나쁘긴. 신경써주고 있었다는 걸 알게 돼서 감동했는데. ”



 지나이다는 어깨를 으쓱하며 파트너에게 곧장 다가가서 코트를 받아주었고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 어쩐지 말도 안 되게 빨리 집에 왔다 생각했어. 분장도 안 지웠네. 가방도 안 가져오고. ”



 “ 분장실에 안 들어갔어. 사람들이 들어와 있다고 넬레츠카가 알려줘서 곧장 뒷문으로 나왔어. 가방이야 안나 미하일로브나가 따로 챙겨놨겠지. ”



 “ 이 코트는 뭐야! 소매가 왜 이렇게 짧아, 이거 케이프야? 여자 코트 아냐? ”



 “ 분장실에 못 들어갔잖아. 넬레츠카가 자기 거 벗어줬어. 아, 결국 그 단추 두 개나 떨어졌군. 치수 큰 거라더니 역시 무리였어, 이오시프 걸 뺏으려고 했는데 안 벗어주잖아. 이 옷 새 거라고 했는데. 단추 달아줘야겠다. ”



 “ 잘한다, 여자 후배 코트나 벗겨 입고 오고 단추도 떨어뜨리고. 그나마 케이프라서 다행이네. 안 그랬으면 어깨 솔기 다 터졌을걸. 다닐로프가 끝나고 면담하자고 했던 거 아니었어? ”



 “ 내일 다시 얘기하기로 했어. ”



 미샤는 트로이를 발견하고 잠깐 눈짓을 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나이다와 카라바노프 때문인지 코트를 벗은 것 외에는 얌전하게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트로이는 그 애가 고로호바야의 집 현관에서부터 옷을 하나하나 벗어 내팽개치며 샤워를 하러 가던 것을 상상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었다. 현관의 황금색 불빛 아래에서 분장을 지우지 않은 그 애의 얼굴은 비현실적으로 아름답고 또 가면처럼 낯설어 보였다. 헐렁하게 늘어진 스웨터 아래로 이바누슈카 무대 의상이 힐끗 보였다.



 ‘ 그때도 그랬지, 지나이다에게 내쫓겨서 레오타드 위에 동료가 빌려준 옷을 입고 우리 집까지 왔었어. 그때 그 살인자가 왔었지. ’



 카라바노프는 의리를 지켜 꿋꿋하게 보드카를 따지 않고 버텼다. 대신 꽤 질이 좋은 캐비아가 담긴 병을 꺼냈고 지나이다를 위해 그루지야 와인도 한 병 가져왔다. 접시에 흑빵과 피클, 살얼음이 껴 있는 훈제 연어 몇 조각과 치즈를 늘어놓았다. 보드카 잔 세 개와 와인 잔 한 개도 꺼냈다. 지나이다는 카라바노프가 테이블을 차리는 동안 별 거리낌도 없이 미샤의 침실로 들어갔다. 물소리가 들려오는 것으로 보아 욕실 문 앞에 서서 미샤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 것 같았다.



 잠시 후 지나이다가 나오더니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조그만 구급상자를 가지고 나와 트로이를 불렀다.



 “ 바보한테 약 좀 발라줘요. 내가 해줘도 되는데 마르크가 삐칠까봐. ”


 “ 어디 또 다쳤어요? ”



 “ 좀 긁혔어요. 바보 정도면 아주 양호한 호칭이란 걸 이제 알겠죠? ”




 트로이가 등 뒤로 욕실 문을 닫고 들어갔을 때 미샤는 거품을 채운 욕조 안에 비스듬하게 누워 있었다. 부글거리는 하얀 거품 때문인지 분장을 모두 지운 얼굴이 해쓱해 보였다.



 “ 어디 긁혔어? ”



 “ 아, 지나가 얘기했구나. 별 거 아닌데. ”



 미샤가 물속에서 몸을 돌려 반쯤 엎드렸다. 견갑골 사이에 길게 벤 상처가 나 있었다. 물에 씻겨나가서 피는 맺혀 있지 않았지만 피부가 양 옆으로 슬며시 벌어져 안쪽의 연한 붉은빛 살갗이 드러나 있었다.



 “ 이게 긁힌 거라고? 벤 거잖아. 누구야? ”



 “ 누구라니? 넌 왜 누구라고 생각해? 커튼 콜 끝나고 내려오다가 무대 장치에 벤 거야. 원래는 톱니를 천으로 씌워놓는데 오늘은 시간이 없었나봐. 끝나고 베어서 다행이야. 의상도 찢어졌거든. ”




 
 트로이는 그의 말을 절반도 믿지 않았다. 미샤도 그의 시선을 눈치 챈 듯 고개를 저었다.



 “ 안드레이. 넌 정말 런던에 안 가길 잘 했어. 요원은커녕 아마추어 탐정도 못 될걸. 내가 아무리 유연해도 이런 각도로 찌르진 못해. ”



 “ 그런 말 한 적 없는데 왜 앞장서서 변명해? ”



 “ 하고 있는데? 눈으로. ”




 
 트로이는 대꾸하지 않고 버튼을 눌러 물을 틀었다. 천정에 달린 샤워기에서 갑자기 물이 쏟아져 내리자 미샤가 미처 피하지 못하고 물을 흠뻑 뒤집어썼다.


 “ 엄청 뜨거워! 말도 없이! ”



 “ 거품을 닦아내야 약을 바를 거 아냐. ”



 “ 오늘 공연 보러 왔었어? ”



 미샤가 욕조에서 일어서며 화제를 돌렸다. 어깨와 등의 물기를 닦아내고 벤 상처를 소독하면서 트로이가 대꾸했다.


 
 “ 그래. ”


 “ 얘기하지 그랬어. 연말이라 표 구하기 어려웠을 텐데. ”


 “ 타마라가 구해줬어. ”


 “ 아, 귀여운 무샤. 그 아가씨 없으면 우린 아무 것도 못해. ”


 “ 벨스키는 왜 온 거야? ”


 “ 게다가 수다쟁이지. 뭐 그게 매력이지만. ”


 “ 난 벨스키에 대해 물었는데, 타마라가 아니고. ”


 “ 무슨 회의 때문에 왔다가 들렀어. 크레믈린 축제 때 지나에게 그랬거든, 레닌그라드에 오게 되면 식사나 같이 하자고. ”


 “ 지나에게? ”


 “ 아, 정말 까칠해졌네. 지나랑 나에게. 됐어? ”


 “ 넌 정치가들과 친한 게 불편하지 않아? 콤소몰에는 발도 들여놓지 않으면서 고위층 인사들과는 잘 지내네. 문화국 쪽도... ”


 “ 전제부터 틀렸네. 친하지 않아, 전혀. 이제 그런 얘긴 그만하지. ”


 “ 친하지 않다고? 고르차긴이 자기 집안에 들여놓고 싶어 하는 걸 보면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


 “ 너 정말 왜 그래? 넌 이 바닥을 잘 몰라. 내가 싫다고 만나지 않아도 되는 인간들이 아냐. 나만 그런 것도 아니고. 밉보이면 무대에 올라갈 수도 없게 만드는 놈들이야. ”


 “ 그것 때문에 친하게 지내? 무대 뺏길까봐? ”


 “ 무슨 대답을 듣고 싶은 거야? 얻어 걸리는 고위직들과 다 잔다고? 내가 여자야? 그런 짓 꿈에도 생각 안하는 인간들이 더 많아, 내가 자달라고 매달려도 절대 안 해 줄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그 자리에서 수용소로 보낼 걸. 넌 동의 안하겠지만, 차라리 자는 게 나아. 솔직하고 깨끗하게. 그냥 자고 끝내는 게 낫다고. 그 인간들 파티에 가고 웃어주고 공연 얘기, 극장 얘기 하고 행사에 끌려 다니는 것보다 백배 낫단 말야. ”


 “ 그런 뜻으로 얘기한 건 아니었어. 흥분하지 마. ”


 “ 그래, 그런 뜻이 아니었겠지. 위선자처럼 군다고 하고 싶었을 테니까. 나도 알아, 잘 아니까 제발 놔둬. 내가 얼마나 더러운지는 나도 아니까, 네 입에서까지 듣고 싶지 않아. 다시는 그 인간들 얘기하지 마. 그 살인자들에게 내가... ”



 미샤가 주먹으로 타일 벽을 꽝 쳤다. 살갗이 터지면서 핏방울이 튀었다. 트로이는 거울이 아닌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바깥으로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기를 빌었다. 그는 목욕 가운을 잡아채 미샤의 어깨에 뒤집어씌우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 난 한 번도, 한 번도 그런 생각해본 적 없어. 넌 위선자가 아냐. 세상 모든 사람이 다 그런 놈이라 해도 너만은 아니란 말야. 그런 바보 같은 생각으로 자신을 괴롭히지 마. ”



 미샤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욕조에서 나왔다. 거울 앞에 선 채 기계적으로 토너와 로션 따위를 얼굴에 부드럽게 문질렀다. 손의 상처 때문에 뺨 위로 피 얼룩이 조그맣게 번지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트로이는 젖은 타월로 그의 손을 감싸 피를 닦아냈다.


 “ 너 옷 다 젖었어. 내 거라도 입고 있어야겠다, 마르크는 나보다 더 작으니까. 방에 가서 줄게. ”



 미샤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렇게 말하고는 타월로 머리를 닦은 후 드라이어로 몇 분 동안 맹렬하게 물기를 말렸다. 침실로 나왔을 때 미샤는 옷장을 뒤지더니 좋아하면서 치수가 큰 스웨터와 바지를 찾아냈다.



 “ 이건 레냐한테 빌렸던 거니까 좀 나을 거야. 좀 짧겠지만 품은 맞을 걸. ”


 “ 동료고 후배고 가리지 않고 옷을 빌려 입고 오는구나. ”


 “ 공산주의 사회에서 이 정도는 기본이지. 나도 내 옷 많이 빌려줬어. 아무도 안 돌려줬지만. 그러니까 나도 갖고 있는 거야. 그래도 넬레츠카 건 내일 갖다 줘야지. 단추 달아서. ”


 


 트로이가 젖은 옷을 벗어 라디에이터에 널어놓고 레냐 핀스키의 옷을 걸쳐 입는 동안 미샤는 옷을 입을 생각도 하지 않고 가운 차림으로 침대에 걸터앉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말갛게 씻긴 얼굴에 부드러운 표정이 떠올랐다.


 “ 뭐해, 옷 안 입고. 마르크가 눈 빠지게 기다려, 저 보드카 빨리 안 따면 저 친구 울지도 몰라. ”


 “ 너희 집이면 좋겠다. 그럼 지금 그냥 잘 수 있을 텐데. ”


 “ 졸리면 그냥 자. 어차피 넌 거의 못 마시잖아. ”


 “ 난 네가 옷 입는 걸 보는 게 좋아. 머리 위로 윗도리 뒤집어쓰면서 팔을 빼는 거. ”


 “ 다 똑같잖아, 너도 그렇게 입잖아. ”


 “ 넌 팔이 끝없이 뻗어 나오는 것 같은걸. ”



 미샤가 일어나 다가왔다. 그의 기다란 두 팔을 뒤로 엇갈려 끌어당기면서 의심할 수 없는 부드러운 저음으로 말했다.



 “ 우리 그냥 방에 있자, 나가지 말고. 마르크는 혼자서도 잘 마셔. ”


 “ 의리를 지켜줘야지. 너 때문에 기다렸는데. ”


 “ 내 파트너 뺏아간 도둑놈에게 무슨 의리. ”


 “ 농담이라도 마르크 앞에선 그렇게 얘기하지 마라, 정말 질투하니까. 한동안 너 의심하느라 잠도 못 잤을 걸. ” 


 “ 아, 하긴. 마르크는 지나가 쓰다듬는 강아지까지 질투하지. ”




..




 

루돌프 누레예프.


신나게 보드카 마시는 이야기인 줄 알았으나 왜 또 이 미샤란 놈은 심각하게 구느냐 하고 크레믈린 흑토끼 운운하시는 분들을 위안하고자...

마르크 카라바노프는 지나이다가 쓰다듬는 강아지까지 질투한다고 해서... 강아지 사진 :)

(소설에서 카라바노프는 처음엔 미샤와 지나이다 사이를 엄청 의심했음... 파트너이자 같이 살기까지 해서ㅠㅠ)


 


그리고 '내가 바보라고?' 하는 미샤의 표정과 오버랩되는 듯한 슈클랴로프의 눈 똥그란 사진. 발레 1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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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
Posted by liontamer

 

 

 

 

(사진은 프라하 로레타 사원에서 내가 찍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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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가끔 발췌했던 트로이와 미샤가 등장하는 장편의 중반부 에피소드 중 하나이다. 지난번에 지나이다가 병실의 미샤를 면회하러 온 이야기(http://tveye.tistory.com/5309)를 올린 적이 있는데 이 에피소드는 그 이야기 직전에 있었던 일과 미샤의 회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미샤는 사적인 일로 운나쁘게 부상을 입고 트로이의 아파트에서 밤을 보낸다. 트로이는 그를 보살펴주고 발췌본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미샤의 오랜 애인이자 주치의인 유리 아스케로프(미샤가 부르는 애칭은 유라)가 들러서 그를 치료해주고 돌아간 직후이다. 트로이는 진통제 약물에 취한 미샤와 이야기를 나누고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 있는 기억들을 들춰낸다. 그리고 미샤가 몇년 전에 있었던 일을 얘기한다. 발레학교를 졸업하기 몇달 전 겪었던 일에 대해.

 

..

 

 

나는 이 소설을 2012년 겨울부터 2013년 초까지 썼다. 당시 나는 몸이 아파서 잠시 일을 쉬고 있었다. 그때도 지금처럼 좀 힘든 일들이 있기도 했다. 물론 지금과는 좀 다르지만. 그리고 2012년 겨울은 '그' 2012년 겨울이었다. 

 

이 소설을 마친 후 얼마 있지 않아 잠시 프라하에 가 있었다. 거기서 이 소설과 현재의 가브릴로프 본편을 잇는 프리퀄을 구상해 쓰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아래 에피소드 중 후반부에서 KGB 심문관 그라도프의 독백 일부를 발췌하며 이런 메모를 남긴 적이 있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것들이 몇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집단으로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수학여행을 비롯해 교련, 운동회, 매스 게임 등등을 모두 싫어했다. '우리'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집단주의의 횡포를 견딜 수가 없다. 아니, 이게 꼭 횡포가 아닐 수도 있다. 순기능적인 면이 강조될 때도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전혀 횡포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내겐 그게 횡포였다.

 

직장에 들어와서도 마찬가지인데. 그나마 우리 회사는 그런 면이 꽤 덜한 편이라 다행이지만. 그래도 부임해오는 임원에 따라 가끔 주말 산행이 생겨나기도 했다. 나는 '조직 문화'라는 이름으로 가해지는 이러한 단체행동이 사실은 강압이며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굳이 주말이 아니라 해도, 본래 회사에서 봄이나 가을에 정례적으로 개최하는 체육대회나 산행도 좋아하지 않는다. 게을러서 그런 것도 있지만, 난 줄을 서서 다 같이 뭔가를 하는 것을 견딜 수가 없다. 그리고 집단 행동을 함으로써 단결력이 강화되고 '우리'라는 끈끈한 정이 생겨난다는 말을 믿지도 않는다. 그래본 적이 없다.

 

어떤 면에서 이것은 상당히 개인주의적인 성향이며 단점이라고 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그 집단 행동을 통해 '우리'라는 이름의 뜨거운 결속력을 획득하고 팀으로서 거듭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그런 쪽에 포함되지 않았다. 단 한번도. 아마 내가 소련 시절에 태어났다면 정치 이념이나 먹고살기 힘든 사회나 그런걸 다 떠나서 그 망할 놈의 집단주의 때문에 미치거나 수용소에 끌려갔을 것 같다.

 

작년부터 쓰고 있는 시리즈의 주인공에게도 그런 성향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 물론 그는 나와는 꽤 다른 인물이지만, '우리'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집단주의를 견뎌내지 못하는 것은 비슷하다. 그래서 보안위원회의 어느 인물은 어느 날 그 애를 불러다놓고 이런 말을 한다. '애'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것이 저 당시 주인공은 아직 학교를 졸업하기 전이었다.

 

 

... 그런데 내가 아주 미워하는 애들이 있어. 정말 마음에 안 드는 놈들, 이토록 선량하고 교양 있는 나조차도 그런 녀석들은 아주 싫다는 생각이 들 정도야. 그건 말이지, 혼자 다니는 놈들이야. 모두가 노래할 때 혼자 침묵하는 녀석, 다같이 컨베이어 벨트를 돌릴 때 혼자 뒤돌아 서 있는 녀석, 동지들끼리 모여 차를 마실 때 길거리로 사라지는 녀석. 가끔 가다 보면 꼭 그런 인간이 있어. 차라리 떠들고 선동하는 놈들이 나아, 왜냐하면 그것들은 항상 여럿이 모여 있으니까. 그리고 무리 짓는 인간들은 언제나 소비에트의 품에 안길 준비가 되어 있는 놈들이야. 문제는 바로 혼자 다니는 애들이야. 도무지 집단에 끼어들지 않는 놈, 미제 자본주의자들의 타락한 정신을 따라가는 놈. 줄을 서는 게 싫다는 이유로 빵과 우유를 사러 가지 않고 꼬박 며칠 동안 처자식을 굶기는 놈, 존경하는 레닌 동지와 레오니드 일리치 동지를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무시해버리는 건방진 놈들. 차라리 소리 높여 욕하는 놈들이 훨씬 나아. 언제나 혼자 있으려고 하는 놈들, 자기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정하며 이 세상에서 혼자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정신 나간 놈들, 그런 놈들이 제일 나빠....

 

 

저 자의 장광설은 이후에도 계속된다. 물론 저 설교가 주인공을 바꿔놓지는 못한다. 저때 꽤 혼이 나고 고생을 하게 되지만 그래도 그 애는 여전히 '혼자 다니는 놈'으로 남는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저날 메모의 전문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1948 (2013.3.22 금요일 저녁 : 여행 준비 중, 혼자, 우리, 집단, 샐러드 등등)

 

 

..

 

 

내가 왜 지금 이 에피소드를 발췌하고 있는 것일까? 사실 이 에피소드는 이 소설에서 가장 우울한 파트 중 하나이고, 또 내밀한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블로그에 올리거나 타인에게 공개하는 건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은 이 이야기가 그때도, 지금도, 아마 이후에도 내겐 중요하다. 여러 측면에서 그렇다. 아마 나는 의사에게 그냥 이 이야기를 소리내어 읽어주고 싶었던 적이 있기도 했을 것이다. 한번쯤은. 물론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언제나 그렇듯 글쓰기란 아주 사적이고 내밀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여기에 올리고 있는지, 솔직히 나도 머리 아프다.

 

모범적으로 말해보자면, 아마 글쓰기가 양날의 검이며 사적인 행위인 동시에 타인을 향한 외침이기 때문이겠지.

 

 

..

 

 

 

언급되는 이름 순서대로. 여기서 표트르 일리치와 레오니드 일리치를 빼고는 모두 내가 만들어낸 인물들이다. 루뱐카와 프시후슈카는 실재했고.

 

표트르 일리치는 표트르 일리치 차이코프스키이다. 미샤는 존경하는 역사 속 인물을 이름과 부칭을 붙여 부르는 버릇이 있다.

 

루뱐카는 모스크바의 KGB 본부 속칭이다.

 

게르만 스비제르스키는 몇차례 언급되었고 서무의 슬픔 시리즈에도 등장했던 공산당 고위 간부이다. 모스크바 쪽 의원이며 KGB 출신으로 미샤의 후원자이자 정부이다.

 

베리야는 스탈린 시절 비밀경찰의 권력자로 온갖 횡포와 수탈, 어린 소녀들에 대한 농락 등 각종 범죄를 자행한 인물이다.

 

드미트리 알렉산드로비치 마로조프는 레닌그라드 쪽 의원으로 역시 고위 당 간부이며 미샤가 소년 시절부터 관계를 맺어온 사람이다. 이 사람의 시점으로 전개된 단편을 몇번 발췌한 적이 있다. 그라도프가 그를 추기경이라고 부르기는 하는데 진짜 추기경은 당연히 아니고 정치계에서 그가 가진 별명 중 하나이다. 서리의 왕도 마찬가지이다.

 

니콜카는 미샤의 정부 중 하나이다.

 

레오니드 일리치 동지는 당시 소련 최고 권력자인 당 서기장 브레즈네프의 이름이다.

 

세르게이 야스민은 미샤의 아버지이다.

 

프시후슈카는 정신교화 수용소이다.

 

 

..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청동기사상. 사진은 alex gouliaev)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30분 쯤 후 미샤가 깨어나 부엌으로 왔다. 주전자 주둥이에 입을 대고 남아 있던 식은 차를 정신없이 마셨다. 갈증이 가시지 않는 듯 식탁 위에 놓여 있는 보드카 병을 움켜쥐더니 입으로 가져갔다. 트로이는 술병을 뺏지도 않고 놔두었다. 이미 비어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 지치고 취해서 내버려두고 싶었지만 미샤가 싱크대로 가서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려고 했기 때문에 의자에서 일어나 저지해야 했다.

 

 

“ 더 토하고 싶어? ”

 

“ 석회질이 마약을 걸러내 줄 거야. ”

 

“ 대신 누가 좋아하는 작곡가처럼 콜레라에 걸려 죽겠지. ”

 

“ 내 앞에서 표트르 일리치를 모독하면 안 되지. 그리고 이건 운하 물이 아냐, 권위 넘치는 레닌그라드 수도국에서 틀어주는 물이야. ”

 

 

트로이는 싱크대를 자기 몸으로 가로막았다. 가스렌지에 주전자를 올려놓고 물을 끓이면서 두통을 견디지 못해 보드카를 한 병 더 땄다. 이고리와 코스챠가 지난번에 싸들고 왔던 술이었다. 미샤가 손을 뻗지 못하게 하려고 손을 높이 쳐들어 병째로 마셨다. 미샤는 술에 흥미를 잃은 듯 끓인 물을 컵에 따르고 식을 때까지 기다렸다. 다시 평소처럼 침착한 모습으로 되돌아온 것 같았다. 이른 새벽이었기 때문에 부엌에 깔려 있던 어둠 위로 푸르스름한 빛이 스며 들어오기 시작했다.

 

 

물을 마신 후 미샤가 의자 옆 바닥에 앉았다. 트로이의 무릎에 기대면서 생각난 듯 말했다.

 

 

“ 좋지 않아, 그렇게 많이 마시는 건. ”

 

“ 많이 마시는 게 아니야. 네가 술이 약한 거지. ”

 

“ 충분히 많이 마시고 있어. 이고리보다 더 심해. ”

 

“ 난 걔들처럼 매일 마시지 않아. ”

 

“ 곧 매일 마시게 될지도 몰라. ”

 

“ 너하고는 상관없는 일이야. 게다가 난 춤을 추는 인간도 아니잖아. ”

 

“ 아... ”

 

 

미샤가 침묵했다. 뜨겁게 달아오른 머리를 기댄 채 두 팔로 의자 다리와 그의 무릎을 끌어안았을 뿐이었다. 그 포옹이 너무 세차고 부드러워서 안드레이 트로이츠키는 갑자기 울고 싶었다.

 

“ 그때 모스크바에서 무슨 일이 있었지? ”

 

 

그는 차마 루뱐카라고 묻지 못했다.

 

 

미샤가 대답해주리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다. 약 기운에서도 어느 정도 풀려나 있었고 평소 같으면 결코 보여주지 않았을 모습을 드러낸 것을 수치스러워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아니, 어쩌면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조금 전에 던졌던 그의 정부들에 대한 쓸모없는 질문들처럼. 차라리 그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볼쇼이에 갔었어, 계약하자고 해서. 문화국에서도 불렀고... 스비제르스키도. ”

 

“ 스비제르스키는 그때부터 알았어? ”

 

“ 아니, 71년인가 콩쿠르 때부터. 그때 후원자였거든. 그래서 그 개자식이 콩쿠르 출신 애들을 모아서 크레믈린 궁전 강당에서 춤을 추게 만들었어. 이틀 연속으로. 문화국 간부들이랑 자기 서클 패거리들 앞에서. 자기 집에서 파티도 하고. 거기서도 춤추게 시키고. ”

 

“ 왜 집에까지 데려가서 그런 걸 시키는 거야? ”

 

“ 그놈들 많이들 그래. 요즘도 가끔 가, 별장들에. 나만 그런 거 아냐, 극장에 있으면 그런 일이 많아. ”

 

“ 베리야 같은 놈들. ”

 

“ 꼭 그런 건 아냐. 그냥 여흥이 필요해서 부르는 경우가 더 많아. 다행히 난 여자가 아니니까 같이 자야 하는 일은 훨씬 덜하지만. ”

 

“ 그럼 볼쇼이는 잠깐이고 내내 당 간부들에게 끌려다닌 거야? ”

 

“ 음, 그래야 했는데 두 번째 날 크레믈린 무대에 안 갔어. "

 

“ 뭐라고 핑계를 대고? ”

 

“ 무슨 핑계가 필요해, 난 학생이었는데. 아직 발레 단원도 아니었는데. 그놈들에게 그럴 권리가 어디 있어. ”

 

“ 그럼 말도 안하고 그냥 숨었어? ”

 

숨지는 않았어. 트레치야코프에도 가고 전에 알던 사람들도 만나고 아르바트에서 놀았어. 내가 어디 있는지 다 알았을 걸. 어두워지니까 누가 나타나서 스비제르스키 집 파티에 데려갔으니까. 심지어 내가 제일 빨리 도착했어. ”

 

“ 그럼 파티에서는 춤춰야 했겠네. ”

 

“ 안 췄어. 도망쳤어. ”

 

 

미샤가 무의식적으로 입을 막았다. 다시 역겨워지는 것 같았다.

 

 

춤추는 것도 모자라서 그 위선자들 옆에 앉아 귀염 받으며 밥 먹고 헛소리 듣고 기념사진까지 찍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정말 돌아버릴 것 같았어. 그래서 의상으로 갈아입으러 갈 때 빠져나와서 정원사 자전거 훔쳐 타고 시내로 돌아왔어. 레닌그라드 역으로 가려고 했는데 가방이랑 지갑을 전부 거기 놔두고 와서 할 수 없이 숙소로 돌아간 거야. 그때 무임승차라도 했으면 좋았을 텐데. 자전거를 팔아치울 수도 있었는데 그날 밤에는 생각을 못했어. ”

 

“ 그래, 가방 챙겨다 준 사람은 있었어? ”

 

“ 없었어. 아침에 자전거를 팔면 되겠다는 생각이 나서 역으로 가려고 하는데 경찰이 들이닥쳐서 차에 태웠어. ”

 

“ 자전거 훔쳐서? ”

 

 

미샤가 그의 무릎을 더 꽉 끌어안았다.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세게.

 

 

“ 이제 그만하자. 졸려. ”

 

“ 얘기해봐. 그럼 훨씬 나아질 거야. ”

 

“ 뭐가? 얘기한다고 변하는 것도 없는데. 기분이? ”

 

“ 그래, 기분이. ”

 

“ 글쎄. 그냥 다시 기절하게 해줘. ”

 

“ 원한다면 귀 막고 있을게. 저쪽에 가서 얘기해. ”

 

“ 왜 그런 어리석은 짓을 해야 돼? ”

 

“ 그럼 네 기분이 좀 나아질 거야. ”

 

“ 교회에 가서 고해하는 것처럼? ”

 

“ 그래. ”

 

“ 사제도 없이 종탑에 대고? ”

 

“ 어차피 무신론자라며. ”

 

“ 문학적 표절인데. ”

 

“ 난 푸쉬킨이 아니니까 좀 봐줘. ”

 

“ 난 푸쉬킨보다 널 더 좋아해. ”

 

 

 

트로이는 의자에서 내려왔다.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미샤의 머리를 감싸안고 성한 쪽 뺨에 입을 맞췄다. 한 손으로 어깨와 등을 쓸자 손바닥에 붕대가 만져졌다. 니콜카를 죽여버렸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유리 아스케로프도. 스비제르스키도. 그리고 마로조프, 이름과 부칭으로 불리는 그 도살자를. 더 이상 물어보지 못했던 다른 무수한 정부들과 애인들을. 그들 모두가 미래에서 온 살인자들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미처 깨닫지도 못하는 사이에 그의 인생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존재를 파괴하고 상처 입히고 마침내 울게 만들고 손에 닿지 않는 곳으로 영영 도망쳐버리게 만들지도 모르기 때문에.

 

 

미샤가 코끝으로 그의 귀를 가만히 비볐다. 때로 그에게는 그런 조그만 동물 같은 면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트로이는 표현하기 힘들 만큼 강렬하게 밀려오는 보호 본능을 느꼈다. 그건 애정보다 더 원시적이고 깊은 감각이었는데 어쩌면 결코 생겨나지 않을 그 자신의 아이와 마주하게 될 때에야 느낄 수 있는 감정일지도 몰랐다.

 

 

미샤가 딱딱한 부엌 바닥에 길게 누웠다. 여전히 트로이의 귀와 목덜미 사이에 머리를 묻은 채 몸을 꼭 밀착시켰다. 두툼하게 감겨진 붕대가 와 닿았다, 비정상적인 열기가 발산되는 맨몸도. 잠옷을 찢어 내던진 후 그는 짧은 복서 팬티 하나 밖에 입고 있지 않았다. 트로이는 담요를 가지러 일어나는 대신 자기가 입고 있던 제니트 티셔츠를 벗어 그에게 덮어씌웠다. 미샤는 셔츠를 입혀주도록 잠깐 머리와 팔을 들었을 뿐 다시 그에게 바짝 기댔다. 다치지 않은 쪽 다리로 그의 다리를 감았다. 한순간 트로이는 아스케로프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나 같으면 할 거야, 그것도 오늘. 그래서 지금 집으로 돌아가는 거야.

 

 

그때 아스케로프의 그 말을 떠올리지 않았다면 안드레이 트로이츠키는 미샤의 부어오른 입을 자신의 키스로 막고 그 고통스러운 기억을 그 애의 마음속 깊은 곳으로 다시 몰아넣었을 것이다. 그 열기가 깊게 찔린 상처에서 나오는 것임을 알면서도 그 애의 뜨겁게 달아오른 몸을 안았을 것이다. 오로지 위안과 평온을 위해. 그것도 미샤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위안을 위해, 귓가에 웅웅거리는 니콜카의 고함 소리들을 잠재우고 전신으로 부드럽게 스며들 이기적 평온함을 위해서. 그건 그와 어둠 속의 그림자들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때마침 유리 아스케로프의 말이 떠올랐고 그는 그 타오르는 애의 몸을 취하지 않았다, 그의 그림자들도 함께 정지했다.

 

 

 

*    *    *

 

 

 

거긴 일반적인 사무실이나 다름이 없었어. 책상이 있고 의자가 있었어. 서랍과 캐비닛이. 회색 벽이 있었어. 그림도 걸려 있었지. 말레비치 모사품이. 거기 그자가 기다리고 있었어. 성은 그라도프. 이름은 몰라. 직위도 계급도. 채찍을 몇 갈래로 꼬아서 맨 위에 이콘 후광처럼 둥그런 머리를 얹어놓은 것처럼 보였어. 그런데 그 실루엣 밖에는 기억이 나지 않아. 키도, 체격도, 얼굴도, 아무 것도. 기억나는 건 채찍 위의 이콘 후광뿐이야. 건드리면 굴러 떨어질 것처럼 보였어.

 

 

심지어 목소리조차 기억나지 않아. 그는 낮고 툭툭 긁히는 어조로 말했는데 그 모든 말들은 타자기로 찍어내는 단어들처럼 하나하나 튀어나와 지루한 공산주의 선언문처럼 눈앞의 잿빛 벽에 등사되는 것 같았어. 나는 그의 말을 듣는다기보다는 읽었어. 어쩌면 그건 주사 때문이었을지도 몰라. 그자의 사무실에 들어오기 직전에 비서실에 앉아 있던 어떤 여자가 내 소매를 걷더니 바늘을 찔러 넣었어.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마치 검역이나 예방접종 같았어.

 

 

그는 맨 처음에 내게 왜 볼쇼이와의 계약을 망설이느냐고 물었어. 그 질문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었어. 그래서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 대답했어. 아직 졸업식도 하지 않았고 다른 극장들과의 면담도 많이 남아 있다고. 그러자 그자가 말했어. 레닌그라드에 남고 싶은 이유가 드미트리 마로조프 때문이라면 굳이 그럴 필요 없다고 했어. 모스크바로 온다면 게르만 스비제르스키가 기꺼이 새 후원자가 되어줄 거라고 했어.

 

 

그때 난 그자를 한 대 치려고 했던 것 같아. 내게 그런 이름들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다는 거야? 난 결코 드미트리 알렉산드로비치에게 내 무대를 봐달라고 한 적이 없어. 만일 그 서리의 왕이 단 한번이라도 학교나 극장에, 콩쿠르에 내 이름을 비추며 압력을 가한 적이 있었다면 난 다시는 그를 보지 않았을 거야. 나와 춤 사이에는 그 어떤 것도 없었어. 스비제르스키는 또 뭐란 말야, 그자가 크레믈린 무대를 억지로 만들어내고 자기 파티에 와서 춤추게 강요한다고 해서 거기 끌려간 애들 전부가 그자의 노예가 되는 건 아니잖아. 걔들은 그저 명령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을 뿐이야. 그 역겨운 인간이 지폐와 금붙이를 쌓아놓고 꼬드긴다 해도 결코 그런 놈을 후원자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을 거야.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야.

 

 

내 주먹은 말도 안 되는 방향으로 날아갔어. 그라도프는 웃기만 했어. 그리고는 캐비닛을 열고 서류철을 꺼냈어. 상투적이지, 안 그래? 꼬박 10분 동안 그는 내 서류를 읽었어, 라디오 방송처럼. 별로 재미있는 내용은 아니었어. 그는 드미트리 알렉산드로비치에 대한 부분은 읽지 않았어, 어쩌면 아예 적혀 있지 않았을지도 모르지. 유라에 대해서는 단 한 줄, 시립병원의 외과의라고 언급했어. 하지만 그게 무슨 뜻인지는 너도 알 수 있을 거야. 그 몇 개의 단어만으로도 한 인간을 서류에서 지워버릴 수 있어. 그리고 서류에 존재하지 않는 인간은 인생에서도 존재하지 않게 되는 거지.

 

 

나는 그들이 증거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어. 그라도프는 그저 드미트리 알렉산드로비치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내 행적을 짜맞추고 있을 뿐이었어. 그래서 난 그 부분에 대해서는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것처럼 굴었어. 내게는 여자 친구들이 많았어. 학교 파트너들도. 그라도프도 그걸 알고 있었어. 그는 별로 흥분하거나 동요하지도 않고서 나중에 확인해보자고 했어. 그런데 그 ‘나중에’란 말이 갑자기 너무 무섭게 느껴져서 난 깜짝 놀랐어. 난 협박에 민감한 편이 아니야,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어. 그런데 그 순간에는 너무 무서워서 기절할 것 같았어.

 

 

그건 내 몸이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야. 다리가 뻣뻣하게 굳어지고 있었어. 그제야 난 내가 그라도프의 말을 듣고 있지 않고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 그의 얼굴은 이콘 후광처럼 단번에 그려 넣은 하나의 원에 지나지 않으며 그 원은 여러 갈래로 꼬인 채찍 위에 얹혀서 좌우로 까딱이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 난 다시 한 번 손을 들어올려 보려고 했어. 하지만 팔이 너무 무거워서 아래로 축 처지기 시작했어.

 

 

그라도프가 내게 의자에 앉으라고 했어, 자기 사무실에서는 누구나 서 있어야 하지만 내겐 특별히 허락해주겠다고 했어. 그런 말을 듣고 의자에 앉을 놈은 세상에 없을 거야. 그런데 난 앉았어. 마치 내 몸이 나와 분리되어 바닥으로 가라앉고 있는 것 같았어.

 

 

그자가 서랍을 열더니 다른 서류를 꺼냈어. 낡고 오래된 종이 뭉치를. 그는 직인이 찍힌 그 서류 앞장을 내게 잠깐 보여주었어. 그리고 내 출신 성분에 대해 말했어. 12년 전 오늘 체포되어 사라진 세르게이 야스민의 서류를 읽었어. 그의 죄목과 재판정에서의 그의 항변, 수용소에서의 불복종과 징계, 치료, 그리고 죽음에 대해 연대기를 읽듯 기술했어. 그때쯤 난 이미 앉아 있는 게 아니라 엎드려 있었어. 의자가 아니라 바닥에.

 

 

그라도프가 다가왔어. 의자에 앉았어. 이콘 후광이 이제 위아래로 까딱거리며 여러 겹의 원으로 변했어. 서류 뭉치로 내 머리를 건드렸어. 종이 한 장이 바닥에 떨어져 바스락거렸어. 난 아마 영원히 그 빛바랜 종이 위에 떠올라온 글자들을 기억하겠지, 갈색의 둥근 커피 얼룩이 핏자국처럼 번져 있는 그 조서의 맨 윗줄에 씌어 있는 이름을. Е 모음이 반쯤 비스듬하게 걸려 있고 М의 끝부분이 반쯤 잘려나간 형태로 타이프된 세르게이 야스민이란 이름을.

 

 

후광을 얹은 채찍이 천천히 몸을 흔들면서 노래하듯 말하기 시작했어. 그건 장조였어, 그것도 4분의 2박자짜리 경박한 춤곡이었어.

 

 

 

 

아, 미하일 세르게예비치 동지. 난 언제나 당과 사회를 비판하고 선동을 일삼는 놈들에겐 연민을 느끼지. 뭐 그놈들을 미워해본 적은 없어, 왜냐하면 그런 놈들 대부분은 구제불능의 알콜 중독자이며 수탉처럼 제 잘난 맛에 취해 사는 얼간이들이기 때문이지.

 

물론 그놈들은 몽땅 잡아들여야 해, 대부분은 재판에 회부할 필요조차 없어. 많은 경우 술병을 빼앗으면 얘기는 끝나. 어떤 놈들은 두들겨 패주면 되고, 어떤 놈들은 좀 귀찮긴 하지만 수용소에 처넣어 버릇을 고쳐주면 돼. 다들 정신을 차려. 선동자들이 가장 쉬워. 나사를 반대로 돌려주기만 하면 최고의 프로파간다 기술자가 될 수 있으니까. 솔직히 말해서 내버려둔다 한들 큰 문제도 없어. 가끔 몇 놈을 붙잡아 들여 본보기를 보여주면 될 뿐, 그냥 떠들게 내버려둬도 괜찮아. 골치 아프게 굴면 그냥 미국 따위 제국주의자 놈들에게 추방해버리면 돼.

 

 

그런데 내가 아주 미워하는 애들이 있어. 정말 마음에 안 드는 놈들, 이토록 선량하고 교양 있는 나조차도 그런 녀석들은 아주 싫다는 생각이 들 정도야. 그건 말이지, 혼자 다니는 놈들이야. 모두가 노래할 때 혼자 침묵하는 녀석, 다같이 컨베이어 벨트를 돌릴 때 혼자 뒤돌아 서 있는 녀석, 동지들끼리 모여 차를 마실 때 길거리로 사라지는 녀석. 가끔 가다 보면 꼭 그런 인간이 있어. 차라리 떠들고 선동하는 놈들이 나아, 왜냐하면 그것들은 항상 여럿이 모여 있거든. 그리고 무리 짓는 인간들은 언제나 소비에트의 품에 안길 준비가 되어 있는 놈들이야.

 

문제는 바로 혼자 다니는 애들이야. 도무지 집단에 끼어들지 않는 놈, 미제 자본주의자들의 타락한 정신을 따라가는 놈. 줄을 서는 게 싫다는 이유로 빵과 우유를 사러 가지 않고 꼬박 며칠 동안 처자식을 굶기는 놈, 존경하는 레닌 동지와 레오니드 일리치 동지를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무시해버리는 건방진 놈들, 차라리 소리 높여 욕하는 놈들이 훨씬 나아. 언제나 혼자 있으려고 하는 놈들, 자기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정하며 이 세상에서 혼자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정신 나간 놈들, 그런 놈들이 제일 나빠.

 

그런데 그런 놈들 중에서도 더 악질적인 애들이 있어. 그건 바로 뭔가 내세울 게 있는 인간이야. 혼자 다니는 놈들 대부분은 병신들이야, 열등감에 사로잡힌 우울증 환자에 지나지 않아. 그런데 가끔 가다 뭔가 잘못된 경우가 있어. 누가 봐도 잘난 놈인데, 미래에 소비에트 영웅이 될 수도 있고 당으로부터 훈장을 받을 수도 있을 만큼 재능이 뛰어난 놈인데 궤도를 잘못 탄 거지.

 

난 그런 놈들을 오랫동안 유심히 관찰했어. 애초부터 우리 안에 끼어 있어야 정상인데 가족이나 환경을 잘못 만나면 그렇게 되는 거라고 결론을 내렸어. 예를 들어, 당원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교육을 잘 받고 콤소몰 경력도 나쁘지 않았던 남자가 당과 서기장과 국가 정책을 비방하며 선동을 일삼는 거야. 맨 처음엔 알콜 중독자가 아닌가, 나사를 조여주면 우리 쪽으로 돌아올 선동가 타입이 아닌가 의심을 해보지만 재판과 심문 결과 그자는 혼자 다니는 놈에 더 가깝다는 게 밝혀지지. 그런 인간을 교정하기 위해서는 수용소의 강제 노동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그래서 그자는 프시후슈카로 후송되지.

 

그럼 그런 인간을 아버지로 두고 자란 아이는 어떻게 되는 걸까? 운 좋게 어릴 때 아버지가 체포되었으니 완전한 악영향을 받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분명히 영향이 있었을 거야. 이미 얼룩이 튀어버린 거야. 그래서 엇나가기 시작하지. 이탈을 반복하고 춤을 핑계로 피오네르 활동과 이념 교육은 완전히 무시하지. 아마 콤소몰에도 가입하지 않으려고 버티겠지. 집단의 신성함 자체를 무시하고 언제나 혼자 생각하고 혼자 머리를 쳐들고 걸어가지. 그런데 재능이 있어, 그것도 눈을 의심할 만큼 분명하고 강력한 재능이. 그런 애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다른 애들이라면 평생 영광으로 생각할 크레믈린 무대와 의원님의 초청을 헌신짝처럼 무시하고 달아나는 젊은이는 과연 우리에게 필요하기나 한 존재일까?

 

혹은, 이 건방진 녀석은 그저 자기를 후원하는 어마어마하게 높은 자리에 계신 각하의 위세를 믿고 까불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런 거라면 일은 간단하지, 각하들은 도처에 존재하며 언젠가는 권좌에서 내려오게 되어 있으니까. 그리고 높으신 분들이야 그런 꼬마들이 조금만 나이를 먹거나 미모가 손상되자마자 다른 애들로 갈아타는 게 습관처럼 되어 있으니까.

 

 

그런데 아무리 봐도 잘 모르겠어, 미하일 세르게예비치 야스민 동지. 네가 어느 쪽인 건지. 아, 넌 그렇게 불리는 걸 싫어한다면서. 볼쇼이에 낸 서류에도 이름을 줄여 기재했던데. 부칭은 약자조차 쓰지 않았더군, 미샤 야스민. 그 볼품없이 짧은 이름이 전부였어. 그게 반동으로 체포되어 죽은 아버지 이름과 연관되는 게 싫어서라면 칭찬할 만한 일이겠지. 그런데 아무래도 그건 아닌 것 같단 말이야.

 

그래, 널 뭐라고 불러야 할까. 미샤라고 부르기는 싫은데. 내가 아는 수많은 미샤들은 전부 모범적이고 착하고 순종적인 남자들이었지. 그건 보수적이고 영웅적인 소련 인민들의 이름이야. 차라리 미하일루슈카나 미슐랴는 어때? 그 드미트리 알렉산드로비치는 어떻게 부르나, 귀여워하며 미셰츠카라고 부를까? 상투적으로 꼬마 비둘기, 작은 태양? 아니면 무대 위의 천사라고? 그래, 아마도 천사라고 부르겠지, 그게 높으신 분 성향에 더 맞을 테니까. 하긴 이름 따윈 아예 부르지도 않을 수도 있어. 그 얼음의 제왕은 자길 놀라게 하는 애들을 좋아하지. 그중 예쁜 애들은 데리고 자고. 계집애든 사내애든 관계없이.

 

오해하지 마, 미하일루슈카. 난 추기경 각하에겐 전혀 악감정이 없어. 우리도 그런 분은 건드리지 않아. 하지만 우리가 그 사람을 받들어 모신다고 해서 너까지 가만히 내버려둘 거라고 믿는다면 그건 오산이야.

 

 

 

 

그라도프가 내 팔을 잡아 일으켰어. 분명 발이 땅에 닿는 게 보였어, 내 발로 걷고 있는데도 다리에 감각이 하나도 없었어. 잿빛 벽 구석에는 문이 하나 더 있었어. 그는 열쇠를 꺼내 문을 열었어. 작은 직사각형 문이 열리자 냉기와 어둠이 뻗어 나왔어. 그 어둠이 너무나도 농밀하고 새까매서 냄새와 질감이 그대로 느껴질 정도였어. 왜 내 발이 바닥을 딛는 것은 느껴지지 않으면서 그 어둠의 촉감은 그토록 생생할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어. 그러나 그 어둠은 내게 낯익었어.

 

 

내 뒤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어. 잠시 어둠 속에 잠겼을 때 그라도프의 숨결이 오른쪽 귓가에 와 닿았어. 건조하고 차가운 바람 같은 숨결이었어. 그는 내게 혼자 움직여 보라고 했어. 걸어보라고, 무대 위에서처럼 회전하고 뛰어올라보라고 했어. 그럴 수 있겠느냐고 물었어. 난 물론 그 개 같은 놈의 말을 무시하려고 했지. 그런데 내가 움직이지 않은 건 그놈의 명령에 불복종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어, 난 말 그대로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어. 심지어 내 힘으로 서 있는 것도 아니었어. 그라도프가 내 양쪽 어깨를 꽉 잡은 채 벽에 기대어 세워 놓고 있는 거였어.

 

 

도처에 어둠이 있었는데 그 어둠은 안팎에서 밀려나오고 있었어. 그때 그라도프가 스위치를 올려 불을 켰지. 그 방은 먼젓번 사무실보다 작았고 정방형이었어. 그건 끔찍한 방이었어. 온통 흰색으로 칠해진 방. 바닥조차 흰색이었어. 벽에는 결박 도구가 고정되어 있었고 이상한 모양의 의자가 하나 있었어. 스위치들과 전선들이 보였어. 방 한가운데에는 크롬으로 도금된 듯한 직사각형의 기다란 테이블이 놓여 있었어. 그리고 또다시, 그 어둠이 밀려들었어. 눈부신 형광등 빛과 정방형의 흰색들 사이에 그 어둠이 있었어.

 

 

안드레이, 나는 그게 뭔지 잘 알아. 그 어둠이 뭔지. 하지만 생각하고 싶지 않았어. 어쩌면 난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계속해서 춤을 추고 있었던 건지도 몰라. 그런데 그라도프가 그걸 알았던 걸까? 그럴 리가 없잖아, 그놈은 그저 독창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관료에 지나지 않아. 그놈이 협박에 사용한 문구들은 모두가 이전에도 신물 나게 써먹었던 표현에 지나지 않아, 분명 그놈들에게는 복사해 돌리는 심문 매뉴얼이 있을 거야. 그라도프는 그 어둠에 대해 아무 것도 몰라. 그 작자는 그저 약물을 썼을 뿐이야. 날 겁주기 위해. 길을 들이기 위해. 혹시라도 미래에 드러날지도 모르는 반항의 싹을 꺾기 위해. 그게 전부야. 하지만 왜 그런 공력을 들이는지 알 수가 없었어, 아직 졸업조차 하지 않은 내게, 극장 계약도 하지 않은 내게. 아마도 내 행동에 꼭지가 돌아버린 스비제르스키가 친분이 두터운 KGB 심문관을 매수해 내 버릇을 고쳐주라고 했던 걸지도 모르지. 아니면 드미트리 알렉산드로비치를 실각시키기 위한 무수한 시도들의 일부였을지도.

 

 

그라도프가 약물에 대해 말했어. 우리 아버지에 대해 말했어. 프시후슈카에서 아버지에게 놓은 주사에 대해, 정신 교정 약물에 대해 설명했어. 우리 아버지는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죽었어, 시체를 발견한 간수는 심장 발작이라고 보고했지. 그때 그는 이미 한쪽 다리와 두 팔을 쓰지 못했어. 정신은 완전히 나가 있었어. 그라도프는 그게 약물 때문은 아니었다고, 그저 우리 아버지가 특이 체질이었을 뿐이며 그건 아마도 심장 발작이 아니라 정신병으로 인한 자살이었을 거라고 했어.

 

 

볼쇼이에 대해 대답한 이후 처음으로 난 입을 열었어. 그 개자식에게 헛소리 집어치우라고 했어. 우리 아버지를 죽인 것은 그 자신이 아니라 그 잘난 당과 소비에트 권력이라고 말했어.

 

 

그라도프는 화를 내거나 꾸짖지도 않았어. 단지 여전히 툭툭 긁히는 목소리로 자기는 여전히 우리 아버지가 자살했다고 믿는다고 했어. 스스로 목을 매거나 뛰어내리지 않았다고 해서 타살이라고 할 수는 없으며 세르게이 야스민은 어리석은 짓을 저질러서 스스로를 파멸로 몰고 간 것 자체에 책임이 있다고 했어. 자신은 언제나 그 약물의 효과에 감탄하곤 했다고 말했지. 만일 그 약물이 듣지 않았다면 그건 우리 아버지의 체질에 문제가 있었을 뿐이라고. 내가 믿지 않는 것 같은데 한번 실험을 해보자고 했어.

 

 

그리고 그자가 다시 주사를 놨어. 이마에. 그는 실험을 통해 확인하고 싶은 게 몇 가지 있다고 했어. 내게 기분이 어떤지 물었어. 손가락을 움직여보라고 했어, 원한다면 눈이라도 깜박여 보라고 했어. 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어. 이콘 후광과 겹쳐진 채찍이 점점 사악하고 거대한 그림자로 변하고 있었어. 입술도 혀도 움직이지 않았어. 살아있는 박제가 된 것 같았어. 정말 박제가 맞았던 건지도 몰라. 그라도프가 나를 벽에 세워놓은 채 짐승 껍질을 벗기듯 옷과 신발을 모조리 벗겼는데 맨살에 공기가 와 닿는 순간 온몸이 그 자리에서 불타 없어지는 것 같았어. 너무나도 아프고 쓰라려서 견딜 수가 없었어.

 

 

 

 

 

...

 

 

 

미샤의 회상은 조금 더 계속되는데 일단 여기까지만... (좀 우울한 얘기들이라)

 

 

그라도프에 대한 미샤의 회상 중 아주 짧은 문단을 먼저 발췌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가브릴로프 본편 프리퀄인 미샤의 수용소 이야기와 함께 발췌했다(나의 이 우주에서 미샤는 여기 발췌된 그라도프와의 기분나쁜 심문 이후 약 8년만에 정신교화 수용소에 수감된다) 그때 발췌했던 얘긴 여기 :

http://tveye.tistory.com/4748  수용소, 심문자들, 유령들, 인체발화, 다시 세 개의 메모

 

이 수용소 프리퀄에 대해서는 전에 몇번 발췌한 적이 있다. 링크는 아래.


<2부 : 게오르기 벨스키와의 면회>

불과 바람, 물과 돌 : http://tveye.tistory.com/4502

 

<3부 : 스타니슬라프 일린과의 면회>

모든 것이 잘못되어 있을때, 수용소 면회실에서의 조우 : http://tveye.tistory.com/4521

푸에테와 이반 왕자와 불새 : http://tveye.tistory.com/3613

농담에 약한 주인공, 타협, 장식품 애완견 샴페인 캐비아 : http://tveye.tistory.com/4468

견딜 수 있을만한 압력, 눈을 돌리고 넘어갈 수 있을만한 더러움 : http://tveye.tistory.com/4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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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무용수 사진 몇장.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와 미하일 바리쉬니코프.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청동기사상. 사진은 alex gouliaev)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청동기사상. 사진은 alex gouliaev)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젊은이와 죽음. 사진은 alex gouliaev)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젊은이와 죽음. 사진은 alex gouliaev)

 

 

 

미하일 바리쉬니코프. 사진은 nina alov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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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아주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
Posted by liontamer



바이에른에서의 새 시즌을 위해 최근 가족과 함께 뮌헨으로 옮겨간 슈클랴로프...

그래도 마린스키 시즌에서 10번 내외 출연하기로 계약이 되어 있다니 다행이다...


간만에 이 사람 화보 몇 장.


젊은이와 죽음. 사진은 Mark Olich.


몇번 얘기한 적 있지만 3년 전 마린스키에서 이 무대를 보고 이 사람을 무용수로서 재평가하게 되었다... 가슴을 미친 듯이 뛰게 하는 무대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역시 젊은이와 죽음. 사진은 Mark Olich.




젊은이와 죽음. 사진은 Mark Olich.





청동기사상. 안무는 유리 스메칼로프.


사진은 alex gouliaev


이번에 가서 본 공연 중 이게 최고였다. 이 사람의 연기는 정말 훌륭했다.




라 바야데르.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와 함께.

미워할 수 없는 드문 솔로르!





이건 china ballet magazine의 사진. 최근 상하이 갈라에서 돈키호테 바질 췄을 때.


이 사람의 바질은 그야말로 귀여움과 생기의 절정.



그러고보니 오늘 올린 사진들은 운좋게도 전부 이 사람의 무대를 직접 본 작품들이다.



마지막은 얼마전 글린카 극장에서 백조의 호수 공연했을 때 그쪽 무용수들과 찍은 연습실 사진. 보통 이런 사진은 미녀들 4명과 함께 찍었으니 남자가 복 터졌다고 할텐데 아무리 봐도 이 사진은 꽃돌이를 둘러싼 저 4명의 아리따운 아가씨들이 복 터진 것으로 보인다... 나의 팬심인가 :)

 

:
Posted by liontamer
2016. 4. 29. 23:51

세계 춤의 날 기념 슈클랴로프 화보 잔뜩 dance2016. 4. 29. 23:51

 

 

4월 29일은 전세계 춤의 날이라고 한다.

 

기념으로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사진과 화보 대방출!

 

최근, 카디프에 투어 갔을 때. 연습하면서 빵끗 웃고 계시는 발로쟈. 저런 수영모 같은 요상망측한 비니를 쓰고도 마냥 해맑고 귀엽구나.

 

며칠 전 스타니슬라프 네미로비치 단첸코 극장에서 백조 추기 전에 찍은 인터뷰 영상에서 '매일 지니고 다니는 세가지는?'이라고 물었을 때 '핸드폰, 미소, 긍정적인 사고'라고 대답한 후 활짝 웃어보이는 게 굉장히 근사했다. 나중에 가능하면 그 영상 링크도 올려보겠다.

 

 

 

젊은이와 죽음

사진은 alex gouliaev

 

아아, 그 화보집... 백야 때까지 한권이라도 남아 있어야 할 텐데 ㅠㅠ

 

 

 

4월 27일 마린스키에서 춘 사랑의 전설

페르하드 역. 메흐메네 바누를 추고 있는 상대는 빅토리야 테료쉬키나.

이 사진 보니 작년 11월에 도쿄에 이거 보러 갔다가 눈 앞에서 이 사람이 부상당하던 슬픈 기억이... 하여튼 슈클랴로프의 페르하드는 멋있었다. 메흐메네와 쉬린 자매가 다 사랑에 빠질만도..

사진은 natasha razina

 

 

 

역시 natasha razina가 찍은 사랑의 전설 사진 하나 더.

 

 

 

이건 나탈리야 오시포바와 함께, 예전에 지젤 리허설 할 때.

 

 

 

지젤 하나 더. 꽤 오래 전 사진이라 얼굴에 애티가 좔좔 흐른다. 상대역은 스베틀라나 자하로바.

 

 

 

발란신의 아폴로.

 

좋아하는 작품은 아니지만 이 사람이 추는 아폴로라면 맨앞에 앉아 보고 싶은데 ㅠㅠ

 

 

 

로미오와 줄리엣. 이것도 몇년 전 사진. 상대역은 알리나 소모바

사진은 alex gouliaev

 

 

역시 소모바와 춘 로미오와 줄리엣 한 장 더.

 

 

 

백조의 호수 지그프리드.

 

 

 

몇년 전 일본 댄스 매거진 표지.

의상을 보니 이것도 백조의 호수 지그프리드. 아직은 소년 왕자에 가까워보이네 :)

 

 

 

돈키호테의 바질.

 

 

돈키호테는 내가 좋아하는 발레니까 두 장 더.

상대역은 예브게니야 오브라초바. 둘이 사귀던 시절인 듯. 둘다 어려서 풋풋... 지금은 둘다 서로 다른 짝을 만나 잘 살고 있다.

 

 

 

날아오르는 바질.

 

맨 위에서 얘기했던 그 인터뷰 영상에서 '당신의 특기는?' 이라고 묻자 이 사람은 또다시 빵끗 웃으며 '날아오르는 거요~' 라고 대답.

 

 

 

이것이 그 영상 캡처 사진 :)

날아오르는 거라고 대답하는 이 사람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리오.

 

 

.. 결론은, 가지 마오 발로쟈..

그리고 그 화보집 내가 갈 때까지 제발 좀 남겨주오...

 

:
Posted by liontamer

 

 

모처럼의 휴일도 다 가고.. 힘을 내기 위해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의 화보 몇 장 올려본다.

먼저 젊은이와 죽음. 상대역은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

 

 

 

역시 젊은이와 죽음.

사진사는 Irina Tuminene

 

 

 

이건 얼마전 유리 스메칼로프가 안무했던 Infinita Frida.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프리다 칼로에 대한 발레이다. 초연은 멕시코에서 했고 최근 페테르부르크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에서 공연. 역시 사진사는 Irina Tuminene.

 

슈클랴로프는 트로츠키 역을 맡았다. 초연에서는 블라지미르 말라호프가 트로츠키를 췄고 페테르부르크 공연에서는 슈클랴로프가 췄다고 한다. 스메칼로프의 말에 따르면 드라마틱한 연기력을 요하는 배역이라 말라호프의 빈 자리를 슈클랴로프로 캐스팅했다고 함.

 

 

 

백조의 호수.

상대역은 빅토리야 테료쉬키나.

 

 

 

로미오와 줄리엣. 상대역은 디아나 비슈뇨바.

 

뒷모습만 나왔지만 좋아하는 캡처 화보이고 실지로 이 2인무에서 이 장면도 좋아한다. 슈클랴로프는 바닥 없는 사랑에 빠진 연인 역에 굉장히 잘 어울린다. 간절함과 애끓는 사랑이 그대로 배어나는 포옹이다.

 

 

 

그리고 이 세 장은 내가 라 바야데르 필름에서 캡처한 것 :) 니키야가 죽고 나서 회한에 몸부림치며 아편 피우다 환각에 빠져들고 있는 솔로르 :) 이 장면 음악도 좋고 몸부림치는 솔로르-슈클랴로프를 보는 것도 좋다. 이 사람이 추는 라 바야데르 무대는 이번 7월까지 치면 세번 봤는데 솔로르 역에 참 잘 어울린다.

 

그건 그렇고.. 원래 솔로르가 이렇게 아편을 피우는 것은 망령의 왕국 씬을 위한 준비과정에 지나지 않는데... 이때 몸부림치며 괴로워하는 슈클랴로프 솔로르는 너무나 근사한 나머지... 무대를 보면서도 '그냥 계속 아편만 피우고 있지... 망령 안 나와도 되는데...' 이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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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서 쉬는 게 쉬는 것이 아닌 주말이다.

몸은 괴롭고 마음은 지쳐서 조금이라도 위안을 얻고자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발레 화보 몇 장.

 

유리 스메칼로프가 안무한 '나르키소스를 위한 레퀴엠' 중.

 

 

 

사진은 svetlana avvakum.

파트너는 빅토리야 테료쉬키나. 그리고로비치의 '사랑의 전설' 중.

 

 

 

사진은 katya kravtzova.

얼마 전 마린스키 발레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젊은 안무가 창작 발표 공연' 중 유리 스메칼로프가 안무했던 '지하왕국의 오르페우스' 중. 상대역은 옥사나 본다레바.

 

 

 

이것도 위와 마찬가지. 역시 사진은 katya kravtzova.

 

 

 

젊은이와 죽음을 리허설 중인 슈클랴로프와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

사진은 alex gouliaev.

 

 

역시 젊은이와 죽음 리허설.

사진은 alex gouliaev.

 

 

마지막 사진도 alex gouliaev.

앙줄랭 프렐조카주의 le parc. 상대역은 올레샤 노비코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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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4. 7. 09:20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사진 세 장 dance2015. 4. 7. 09:20

 

 

할 게 많은데 머리가 복잡해서.. 슈클랴로프 사진 세 장만 보고 이제 미친 듯이 일하려는 중.

신데렐라 2막, 구두 넣은 백팩 메고 신데렐라 찾아다니는 왕자 추는 중.

사진 출처는 마린스키 극장 홈페이지.

 

 

 

이건 최근 끝난 마린스키 발레 페스티벌. 라 바야데르. 상대역은 파리 오페라 극장의 박세은씨 :)

 

 

 

이건 전에 올렸던 사진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진이라 한 번 더 올려본다.

젊은이와 죽음.

사진사는 Alex Gouliaev.

 

이제 일하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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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한 목요일 아침. 집중도 잘 안 되고 어쩐지 으슬으슬하다.

심리적 비타민 공급을 위해 마린스키 무용수 사진 몇 장 + 슈클랴로프 사진 몇 장

 

먼저 디아나 비슈네바

5월에 마린스키에서 ‘20’이란 제목으로 자신의 갈라 무대를 갖는다. 숫자도 그렇고 이 사람 연차를 생각해보니 아마 마린스키 데뷔 20주년을 기념하는 것 같다. 신데렐라 2막을 비롯 모던 발레들을 올린다. 신데렐라는 콘스탄틴 즈베레프와 추고, 그 외에도 블라지미르 말라호프 등 스타들이 나온다.

 

 

 

그리고 지난 겨울에 미국 투어 간다고 마린스키 앞에서 공항행 버스 타러 가는 무용수 사진 두 장. 위는 알렉세이 튜튠닉,아래는 안드레이 예르마코프. 사진은 둘 다 Svetlana Avvakum.

 

튜튠닉은 아직 연차가 얼마 안 돼서 그런지 짐 들고 분주해 보인다. 이에 비해 관록 넘치는 예르마코프 :) 2월에 갔을 때 이 사람과 로파트키나가 춘 안나 카레니나 봤는데 나름대로 멋진 브론스키였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사심 넘치는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사진들.

 

 

 

백조의 호수. 알리나 소모바와 함께.

허벅지에 오데트 올려놓기~ (잘한다~ 짝짝짝~)

 

 

 

작년 댄스 오픈 페스티벌 때 흑조 2인무.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와 함께.

사진은 Katya Kravtsova.

 

 

이건 마린스키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사진.

웨인 맥그리거의 인프라 추는 중. 상대는 옥사나 스코릭.

이 작품은 음악도 좋고 무용도 좋았다. 그리고 심리적인 흐름이나 짜임새도 좋은 작품이었다. 슈클랴로프의 솔로, 소모바의 솔로가 특히 마음에 들었다.

 

 

 

이건 젊은이와 죽음 리허설 사진. 간명한 포즈 사진 한 장이지만 전신에 넘쳐흐르는 긴장감과 격렬한 표정, 이 모든 것이 금방이라도 시위에서 날아갈 듯한 화살처럼 느껴진다.

사진은 Alex Gouliaev.

 

 

마지막으로 라 바야데르 3막. 니키야를 잃고 괴로워하다 아편을 피우며 환각에 빠져드는 솔로르.

이건 내가 영상에서 캡처했다 :)

이 영상 촬영이 있었을 때 마린스키에서 무대를 봤는데, 아편 피우고 흐느적거리며 괴로워하는 연기를 하는 이 사람이야말로 미의 결정체였다!! 그래서 넋놓고 바라봄... (그러다 료샤에게 또 쿠사리 먹음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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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메모에서 적은 대로(http://tveye.tistory.com/3569), 2015년 달력 만들었다. 올해는 때를 좀 놓쳐서.. 올해 4월부터 시작했더니 내년 6월까지라 이게 올해 달력인지도 좀 애매하긴 하지만.

 

포토북이나 달력 만들어주는 사이트에서 발레 화보들 편집해서 만들었다. 모레쯤 배송될 듯.

사진들은 웹에서 얻은 게 대부분이라.. 배포는 절대 하지 않고 그냥 나 혼자 집에 걸어놓고 보려고..(소심 ㅠㅠ)

매월 아래 위 두 장씩이다.

오늘은 너무 피곤하고 귀찮아서 대충 비슷비슷한 레이아웃으로 사진 몇장씩 집어넣고 재빨리 해치웠다. 갈수록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왜 이렇게 어깨랑 손가락이 아프지 ㅠㅠ

 

화보의 주인공은 모두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나름대로 월별 주제도 있긴 있지만... 없는 것도 있다. 사진들이 크기나 형태가 천차만별이라 레이아웃 맞추는 게 좀 귀찮아서 크기 맞는 것들끼리 짜맞추다 보니.

 

월요병으로 몸부림치는 힘든 일요일 밤이니 마음의 위안을 위해 달력 중 몇 장만 이미지 올려본다.

 

 

 

 

 

 

 

 

 

 

 

 

** 추가 : 도착한 달력 사진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3587

 

** 몇년 전에 만들었던 포토 달력은 아래

http://tveye.tistory.com/608 : 2010년 러시아 달력
http://tveye.tistory.com/401 : 2009년 먹거리 달력

.. 이후에도 거의 매년 만들긴 했는데 따로 포스팅은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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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병을 달래는 마린스키 무용수 화보 몇 장.

 

말이 필요없는 최고의 발레리나, 울리야나 로파트키나로 시작.

마린스키 브 콘탁테 페이지에서 얻어온 사진. 캡션이 달려 있긴 한데 노어라서.. 2013년 3월의 제13회 마린스키 국제 발레 페스티벌 때, '한여름밤의 꿈' 무대 화보이다. 사진사는 Gene Schiavone.

 

 

 

그리고 아름다운 디아나 비슈네바. 분장실 사진 두 컷.

이건 비슈네바의 페이스북에서 얻은 것 같은데 긴가민가..

난 분장실이나 연습실의 무용수들 사진들을 매우 좋아한다.

 

 

 

 

이제부터는 사심 가득한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화보 몇 장 :)

이건 최근 뉴욕 투어. 백조의 호수 추는 중.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와 함께.

아무리 봐도 지그프리드가 백조들보다 더 예쁜 건 반칙이지만.. 어쨌든 눈호강!!

사진사는 Jack Vartoogian.

 

 

 

역시 Jack Vartoogian의 사진 한 컷 더.

테료쉬키나 오데트를 안고 있는 슈클랴로프 지그프리드..

 

잘못했어, 오데트야.. 나 용서해줘 ㅠㅠ 나는 많이 예쁘니까 좀 용서해줘 ㅠㅠ 나처럼 예쁜 왕자 어디 가서 구하기 쉽지 않아... 저 영국 가봐, 왕세자가 66살이야..

 

 

 

테료쉬키나 오데트를 떡하니 허벅지에 올려놓고 포즈 잡는 슈클랴로프 지그프리드.

 

이걸 잘해야 진짜 마린스키 지그프리드임!!! 이거 못하면 좀 빈정 상함.. 이거랑 로트바르트 날개 멋있게 뜯는 거.. 게스트 무용수가 마린스키 와서 지그프리드 출 때마다 유심히 보는데 확실히 이 두 개가 좀 약함 ㅋㅋ 슈클랴로프는 물론 잘한다 :)

 

 

뉴욕 투어 갔을 때. 백조 리허설 중인 슈클랴로프와 빅토리야 테료쉬키나.

사진은 Natalie Keyssar.

역시 리허설 사진들은 날 끌어당기는 뭔가가 있다.

 

 

마지막은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와 함께 춘 젊은이와 죽음.

사진은 Alex Gouliayev.

전에도 쓴 적 있지만 내가 슈클랴로프를 무용수로서 재평가하게 된 무대였다. 그전까지는 귀엽고 반듯하고 예쁜 무용수였다면 이 무대를 직접 본 후 배우로서의 그의 역량을 평가하게 되었음.

얘가 추는 이 무대 다시 한번 바로 앞에서 보고 싶다. 원체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하고. 롤랑 프티의 모든 작품들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이 작품만은 매우 좋아한다.

태그의 '젊은이와 죽음'을 클릭하면 전에 이 발레에 대해 올렸던 포스팅, 사진, 영상들을 볼 수 있다. 덧붙여 writing 폴더에 발췌했던 미샤와 이 작품에 대한 짧은 대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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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1. 12. 09:56

힘든 아침, 슈클랴로프 화보 세 장 dance2014. 11. 12. 09:56

 

 

젊은이와 죽음.

사진사는 Alex Gouliaev.

원체 좋아하는 발레이기도 하고, 마린스키에서 봤던 이 사람의 무대는 정말 좋았다. 다시 가서 보고 싶다.

무대 미술도 그렇고, 슈클랴로프의 저 포즈와 표정도 그렇고.. 굉장히 아름다운 사진이다.

 

* 젊은이와 죽음에 대한 예전 포스팅들은 아래를..

파루흐 루지마토프와 디아나 비슈네바의 젊은이와 죽음 : http://tveye.tistory.com/3035 

국립발레단 젊은이와 죽음(김용걸) : http://tveye.tistory.com/2403 

젊은이와 죽음에 대한 얘기 + 누레예프, 바리쉬니코프, 슈클랴로프 영상 : http://tveye.tistory.com/2389 

젊은이와 죽음을 추는 슈클랴로프 짧은 클립 : http://tveye.tistory.com/2087 

젊은이와 죽음에 대해 삽입한 짧은 글 : http://tveye.tistory.com/2390

 

 

 

로미오와 줄리엣.

파트너는 예브게니야 오브라초바. 오브라초바는 지금은 볼쇼이 프리마 발레리나로 춤추고 있다.

아마도 슈클랴로프 최고의 배역.

 

 

로미오와 줄리엣 한 장 더. 역시 예브게니야 오브라초바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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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의 마무리는 좋아하는 무용수 화보들 몇 장으로 :)

 

말이 필요없는 울리야나 로파트키나. 지난 토요일 슈클랴로프와 곱사등이 망아지에 나왔다. 무지 보고 싶었지만.. 이렇게 마린스키 트위터에 올라온 사진으로 위안을...

 

 

 

다닐라 코르순체프. (아마도) 울리야나 로파트키나.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배역인 로트바르트 역으로는 콘스탄틴 즈베레프.

 

사진사는 Mark Olich.

 

 

아마 이 사진도 Mark Olich가 찍은 듯한데 긴가민가..

(수정 : Alexander Neff의 사진으로 확인)

 

곱사등이 망아지.

금발머리 여왕은 알리나 소모바.

뒤에 흐릿하게 실루엣만 나온 건 바보 이반 역의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흐릿하게 나와도 그의 미모는 가려지지 않는다~ 이거 출때는 꼭 머리를 저렇게 곱슬곱슬하게 부풀리고 나오는 듯. 귀엽다.

 

 

 

이건 지난 런던 투어 때. 다른 작품을 무대에 올렸던 이반 바실리예프와 나탈리야 오시포바와 함께.

찍사는 Yuri Smekalov. 이거 슈클랴로프가 스메칼로프랑 바실리예프, 오시포바를 찍어준 버전도 있었다.

그런데 이반 바실리예프.. 너 구도를 잘못 잡고 선 것 같아 ㅠ 하필 옆쪽으로 서서.. 심지어 슈클랴로프 옆에 서다니 ㅠ

사진만 보면 바실리예프가 연상 같지만.. 동안인 슈클랴로프가 실제로는 더 나이 많다 ㅠ 그래도 이반 바실리예프는 이번에 공훈예술가가 되었지. 좋은 무용수이다.

 

 

 

이건 앙줄랭 프렐조카주의 Le Parc 중에서.

사진사는 Alex Gouliaev. 아래 사진들은 모두 그의 사진들.

주역을 춘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이 사진에 나온 상대역은 최근 마린스키의 주목받는 신성 율리야 스체파노바. 외모도 강렬하고 춤도 잘 춘다. 다만 지난번 라 바야데르에서 망령 3인무에 나왔을 때는 내 마음에는 좀 들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 나오는 슈클랴로프는 너무 예쁘장한 소년 같아서 여자들을 유혹하고 다니기보다는 자기가 유혹에 홀랑홀랑 넘어갈 것처럼 보이긴 한다 ㅠ 나중에 올레샤 노비코바와 춘 유명한 파이널에서도 그렇고.. 외모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무대에서 이런 역을 출 때면 좀 여자한테 휘둘릴 것 같은 인상이다..

지금이야 나이도 젊고 원체 로맨틱하고 드라마틱한 타입이니 괜찮지만 어쨌든 이 사람도 점점 나이를 먹게 될테니 예쁜 외모가 어떻게 보면 살짝 고민거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괜한 생각인가. 본인은 아주 만족하고 있으려나 ㅎㅎ

 

 

 

사랑의 전설. 페르하드 역을 추는 슈클랴로프.

 

사진사는 역시 Alex Gouliaev.

위에서도 얘기했듯 동안에 예쁘장한 외모라 그런지 콧수염 붙이고 나오면 어딘가 어색하다.. 가끔은 라 바야데르 때도 수염 기르고 나오는데.. 아무리 봐도 별로 안 어울린다. 안나 카레니나에서 브론스키 출때도 그렇고.

 

 

 

이어지는 사랑의 전설. 이 사람은 바가노바 출신에 정통 페테르부르크 식 아름다움을 중시하는 편이라 포즈가 깨끗하고 아름답다.

 

사진사는 Alex Gouliaev.

 

 

 

젊은이와 죽음. 내가 이 사람을 다시 평가하게 된 계기가 된 작품이다.

 

사진사는 역시 Alex Gouliaev.

 

 

젊은이와 죽음 한 컷 더.

 

사진사는 Alex Goulia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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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루지마토프와 비슈네바가 췄던 젊은이와 죽음 영상 클립. 아쉽게도 이게 비슈네바 등장/퇴장 부분까지만 편집되어 있어 앞부분과 아주 중요한 뒷부분은 잘렸지만.. 그래도 둘의 춤은 아주 근사하다.

 

이 당시에는 아직 둘이 헤어지기 전이었던 것 같다. 90년대 후반에 페테르부르크에 있다가 돌아올 때가 되었을 때 몇 달 더 있다 가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품었는데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루지마토프의 젊은이와 죽음 광고가 붙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못 보고 돌아와서 무척 슬펐었다. 그 당시 췄던 클립인 것 같다.

 

젊은이와 죽음은 내가 무척 좋아하는 작품이다. 내가 러시아어를 전공하게 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전에 바리쉬니코프, 누레예프, 슈클랴로프 버전 영상 링크도 올린 적 있는데 위의 루지마토프 버전과 비교해 보면 다들 느낌이 다르다.

 

루지마토프의 춤을 보면서 다시금 느끼는 것은, 이 사람은 정말 유일무이한 무용수라는 것이다. 물론 바리쉬니코프와 누레예프는 길이 남을 위대한 무용수이다. 하지만 이 사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루지마토프의 육체는 아주 유연하고 가볍고 채찍처럼 휘감겨든다. 이 작품 같은 경우도 다른 무용수들이 췄던 버전과 비교해보면 이 사람이 몸을 쓰는 방식은 상당히 느낌이 다르다.

 

중앙아시아 출신인데다 상당히 가부장적이며 남성적인 사고 방식을 지녔고 전성기 내내 자기본위적이라는 평을 들었던 나르시스트이지만, 무대 위에서 뒤틀리고 날아가고 뛰어오르는 루지마토프의 육체는 일반적인 마초 남성 무용수와는 달리 매우 양성적이고 우아하고 부드럽고 가볍다. 저런 육체와 도약과 움직임 앞에서는 오직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2년 전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무용수이자 안무가 주인공을 되살려 냈을 때 루지마토프의 움직임과 그 육체적 특성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디아나 비슈네바. 이 당시는 아직 한창 젊을 때라 성숙한 느낌은 덜하지만 그래도 볼만하다. 둘의 케미스트리도 좋고...

 

관련 사진 몇 장.

 

 

 

 

 

** 이전에 올렸던 젊은이와 죽음 에 대한 포스팅들은 아래..

 

국립발레단 젊은이와 죽음(김용걸) : http://tveye.tistory.com/2403

젊은이와 죽음에 대한 얘기 + 누레예프, 바리쉬니코프, 슈클랴로프 영상 : http://tveye.tistory.com/2389

젊은이와 죽음을 추는 슈클랴로프 짧은 클립 : http://tveye.tistory.com/2087

젊은이와 죽음에 대해 삽입한 짧은 글 : http://tveye.tistory.com/2390

 

** 사족

 

이전에 페테르부르크에서 간만에 극장 박물관에 갔을 때였다. 박물관 다 돌고 내려와 샵에 갔다가 점원 할머니와 이런저런 얘길 나눴다. 누레예프 책갈피랑 이런저런 책을 권해주시고 비슈네바 엽서를 권해주셔서 루지마토프 엽서 없나요? 했더니 할머니가 무지 반가워했다.

 

" 아, 그 사람 건 지금 없는데.. 루지마토프를 좋아해? "

" 네, 옛날에 여기 살때부터 좋아했어요. 그 사람 무대 너무 멋졌어요. "

" 훌륭한 무용수지. 좋은 사람이고. 정말 훌륭해. "

 

할머니는 계속해서 '훌륭한'이란 형용사를 반복했다.

 

" 여기 자주 왔는데.. 요즘은 조금 뜸하지만. 지금 어디 사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래도 매년 와. 좋은 사람이지. "

 

극장과 박물관에서 일하는 할머니들과 얘기하는 건 가끔 참 즐겁다 :)

 

** 태그의 파루흐 루지마토프 를 클릭하면 그간 이 사람에 대해 올린 글이나 영상, 사진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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