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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0. 2. 17:34

로툰다 카페, 5년 전 오늘 2017-19 petersburg2022. 10. 2. 17:34

 

 

 

 

어제는 6년 전 이맘때 프라하 사진, 오늘은 5년 전 이 날, 페테르부르크. 아스토리야 호텔 로툰다 카페 사진. 10월은 페테르부르크를 여행하기에 11월보다도 더 최악의 날씨다. 17년에는 일 때문에 너무너무 바빠서 여름휴가를 갈 수 없었고(18년도 마찬가지긴 했지만), 어쩌다보니 10월 초에 일주일 좀 넘게 다녀왔다. 아마 추석이 끼어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는데 이때 여행을 앞두고 정말 빡치는 인사발령을 받아서(엄청 힘든 업무를 떠맡게 되었음) 무지무지 기분 나쁜 채 여행을 왔었다. 그리고 머무는 내내 매일매일 하루도 빼놓지 않고 비가 주룩주룩 왔다 ㅠㅠ 결국 햇살을 한번도 못봤음. 그래서 호텔에서 많이 놀았다. 여기는 내가 좋아하는 아스토리야의 로비 카페 로툰다. 이곳은 모든 것이 훌륭하다(가격 빼고. 하지만 우리 나라 물가를 생각하면 여기는 아주 훌륭했다. 지금은 환율이 올라서 이 동네 물가도 예전보다 비싸진 것 같다)

 

 

망할넘의 푸틴... 빨리 전쟁이 끝나고 더 이상의 희생자가 생기지 않기만 바라는데 갈수록 상황이 더 안 좋아지고 절망적으로 변하니 마음이 무척 아프고 속상하다. 

 

 

사진은 노트북 들고 늦은 애프터눈 티 마시러 내려갔을 때. 보통은 잘 차려입은 남녀, 비즈니스 논의를 하러 온 수트맨들, 그리고 나 같은 투숙객들이 들르는데, 나를 포함한 후자는 옷을 대충대충 입고 내려오게 되어 우아한 분위기에 딱 맞진 않지만... 그래도 뭐 투숙객이잖아 싶다... 이 날은 메도빅과 다즐링을 주문. 여기는 차를 시키면 로모노소프 도자기 세트에 제대로 된 레몬과 이 호텔 카페의 시그니처인 플로랑틴 쿠키(이름이 이거 맞았던 거 같은데 긴가민가. 하여튼 매우 맛있음), 잼과 꿀을 아름답게 세팅해준다. (우유는 줬는지 안 줬는지 헷갈리는데 사진엔 안 보인다 나는 원래 우유를 넣어 마시지 않아서... 아마 달라고 하면 줄 것이다) 이 카페를 너무나 좋아한 나머지 나는 저 로모노소프 시리즈의 찻잔과 종지, 디저트 접시를 하나하나 사 모았다 :) 아스토리야를 떠올리려고. 

 

 

 

 

 

 

 

 

 

이렇게 노트북을 가지고 내려가서 종종 글을 쓰기도 하고, 때로는 아이패드를 들고 내려가 스케치를 하기도 했다. 이 당시는 스트레스 때문에 1일 1스케치를 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이 사진에서 제일 잘 나온 건 노트북의 월페이퍼네... 저 월페이퍼 사진은 프라하에서 찍었던 건데 ㅎㅎ 

 

 

 

 

 

 

창 너머로는 니콜라이 1세 기마상이 보이고 몸을 좀 틀면 이삭 성당도 보이는데 사진엔 안 나왔다. 이삭 성당은 사실 아스토리야보다는 그 옆의 앙글레테르 호텔에서 더 잘 보인다. 

 

 

 

 

 

 

아스토리야의 시그니처 빨간 차양. 이 차양은 눈에 잘 띄기 때문에 브레이브버드님과 엽님을 만날 때도 이 아래에서 만났다. 료샤와도 종종 여기서 만나곤 했다. 이제 이 차양 아래에서 그렇게 친구들과 다시 만나게 되는 때가 언제가 될지 잘 모르겠다. 

 

 

사진은 역시 당시 가지고 다니던 아이폰 6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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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8. 24. 20:28

로툰다 카페, 좋아하던 자리 2017-19 petersburg2020. 8. 24. 20:28

 

 

 

페테르부르크 아스토리야 호텔의 1층 로비 라운지 카페 로툰다. 빛이 들어오면 굉장히 아름답고 아늑하다. 낮에 애프터눈 티를 마실 때도 좋고, 저녁 늦게 내려가 칵테일을 마시거나 간단한 스낵을 먹으며 스케치를 하거나 책을 읽기에도 좋은 곳이다. 내가 이 도시에서 가장 좋아하는 카페 중 하나이다. 아무래도 아스토리야 호텔 카페이기 때문에 다른 카페들보다 가격대가 높긴 하지만 그럴 가치가 있는 곳이다.

 

 

거의 항상 창가의 이쪽 자리에 앉는다. 이 자리는 료샤랑 레냐와 자주 앉던 자리이고 혼자일 때는 여기 아니면 한두 테이블 뒷쪽 창가에 앉는다. 역광인데다 샹들리에 때문에 어둡게 나왔다만 빛이 잘 드는 카페이다. 카페만큼은 그랜드 호텔 유럽보다 여기가 더 좋다. 디저트도 이쪽이 더 훌륭한 편이다.

 

 

료샤가 며칠 전 여기 갔다고 한다. 놀러 간 건 아니고 일 때문에 티타임 미팅을 하러 갔는데 내 생각이 났다고 한다. 이제 그는 본치 카페와 여기 로툰다, 그리고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의 지하 카페에 가면 항상 내 생각이 난다고 한다. 나도 볶음너구리 컵라면과 맥심 모카골드, 그리고 흑당밀크티를 보면 료샤 생각이 난다. 이 얘기를 했더니 료샤가 '넌 왜 먹을 것 앞에서만 내 생각이 난다는 거야!' 하고 툴툴댔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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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1. 11. 03:57

돌아오는 길에, 비가 주룩주룩 2017-19 petersburg2019. 11. 11. 03:57





비가 이렇게 주룩주룩 왔다. 운하 따라 걸어서 호텔 돌아오는 길에 그래도 폰으로 한장 찍음. 이삭 성당이랑 아스토리야 호텔.






흑흑 사흘이 넘었는데 비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저 빨간 차양 내내 걷혀 있음 ㅠㅠ 으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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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5. 16. 20:51

아스토리야, 비오던 날 2017-19 petersburg2019. 5. 16. 20:51





비오는 날, 창 밖으로 보이는 이삭 성당의 황금 쿠폴. 작년 가을, 아스토리야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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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2. 25. 22:29

내가 사랑하는 빨간 차양들 2017-19 petersburg2019. 2. 25. 22:29




페테르부르크. 아스토리야 호텔의 빨간 차양들. 밝을 때 봐도 좋지만 어스름에 잠길 무렵이나 어둠 속에서 조명을 받을 때도 좋다. 나에게 내밀한 행복을 느끼게 하는 아 도시 풍경 중 하나이다. 갇혀 있는 기분이 들때 보면 마음 속 작은 위안이 되기도 한다.



이 사진들은 재작년 가을에 갔을 때 찍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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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페테르부르크. 그랜드 호텔 유럽. 



오랜 옛날 처음 이 도시에서 지낼때는 가난한 학생이었기 때문에 꿈의 호텔로 생각했던 곳이다. 여기랑 아스토리야 호텔 두 곳이 그렇다. 이 호텔에 대해 품었던 소녀의 로망에 대해서는 예전에 petersburg diary 폴더에도 메모를 올린 적이 있다(https://tveye.tistory.com/4390



최근 들어서는 아스토리야에 가느라 여기는 몇년 간 묵지 않았었다. 카페랑 바에만 갔다. 그러다 지난 가을에 오랜만에 가서 며칠 묵었다. 그 사이 인테리어나 어메니티 종류, 서비스 스타일 등이 좀 바뀌어 있었다. 



전반적인 인테리어와 스타일은 아스토리야가 좀 더 내 취향이긴 하다. 하지만 그랜드 호텔 유럽에는 이곳만의 뭔가가 있다. 아스토리야보다 좀더 고풍스럽고 내겐 좀더 옛날 생각이 나는 곳이다. 아마 옛날에 이 호텔 로비에는 편지 부치러 종종 드나들었고 아스토리야에는 들어가볼 엄두를 못 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오래 전 미샤를 처음 만들어내고 단편에 등장시키던 무렵, 나는 그에게 아스토리야 호텔에 가서 창 너머로 뛰어내릴까 말까 고민하게 만들었었다. (나중에 다시 가서 찬찬히 보니 아스토리야 호텔이 내 생각처럼 고층 건물이 아니어서 드라마틱한 효과가 좀 경감되었음) 세월이 지나고 다시 그를 등장시키게 되었을 때 나는 그랜드 호텔 유럽, 당시에는 그냥 '에브로빠'(유럽)이라 불린 이곳을 도입부 배경으로 썼다. 이 사람을 등장시킨 글들에서 두 호텔은 모두 동시에 에로스와 죽음의 공간이기도 했다. 그 느낌은 서로 다르지만...






네프스키 대로의 지하보도 앞에서 꽃 팔던 아주머니에게 레냐가 동전을 한주먹 건네주며 냉큼 사서 나에게 주었던 하얀 장미 :) 레냐의 장미이다.





창 너머로는 유명한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홀 건물이 보인다. 레닌그라드 필하모닉이라고 하면 더 귀에 익으려나. 바로 쇼스타코비치의 레닌그라드 교향곡이 초연된 곳이다. 예전에 종종 음악 들으러 가곤 했다. 좀더 윗층의 전망 좋은 방에 묵게 되면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피의 구세주 사원) 쿠폴도 보일 것 같은데 나는 그 정도 형편은 안돼서... 




창 너머 풍경 클로즈업. 



이 호텔은 한쪽으로는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다른쪽으로는 예술광장(푸쉬킨 동상 있는 그곳)을 면하고 있고 대각선 방향에는 미하일로프스키 극장이 있다. 그리고 예술광장을 건너면 러시아 박물관(루스키 무제이)이 있다. 그야말로 최고의 위치이다. 하지만 아스토리야는 에르미타주랑 마린스키, 청동기사상에 더 가깝다는 강점이 있어 둘을 비교하기가 어렵다. 나는 예전에는 여기가 네프스키 중심이기도 하고 그리보예도프 운하, 루스키 무제이, 극장 등등이 다 모여 있어 더 좋다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모이카 운하 따라 산책하거나 마린스키 쪽 가기에는 아스토리야의 위치가 더 맘에 들게 되었다. 이것도 때에 따라 다르지만... 하여튼 그랜드 호텔 유럽에 묵으면 첫날 시인에게 인사를 하러 갈 수 있고, 아스토리야에 묵으면 황제에게 인사를 하러 갈 수 있다. 





그런데 이 화려한 꽃무늬 커튼만은 정말 내 취향이 아니어서 올 때마다 '아 제발 커튼은 좀 바꿔주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쪽보다는 심플하고 흰색/푸른색/붉은색 리넨과 나무 바닥의 아스토리야가 좀 더 취향임. 하지만 꽃무늬와 오리엔탈 스타일을 좋아한다면 단연 이쪽. 



그치만 여기 램프 스탠드는 내 취향이다 :) 이런 스탠드 하나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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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 30. 22:33

이삭 광장에서 2017-19 petersburg2019. 1. 30. 22:33





가을의 페테르부르크. 작년 가을에 도심의 이삭 광장에서 찍은 사진 두 장. 이름 그대로 이삭 성당 앞의 광장이다. 황금빛 돔의 이삭 성당과 파란 하늘 한 컷.







그리고 (비싼거 빼곤 다 좋은) 아스토리야 호텔 지붕과 구름도 한 컷. 여기는 그랜드 호텔 유럽과 더불어 나의 소녀의 로망 중 하나였던 호텔. 로망은 둘다 이루었다만... 동행이 없다는게 슬픔 크흑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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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1. 17. 00:40

도시 중심에서 2017-19 petersburg2018. 11. 17. 00:40





시느이 모스트(푸른색 교각)에서 바라본 아스토리야 호텔과 이삭 성당 전경. 지난 9월. 아이폰 6s.







같은 장소에서 찍은 니콜라이 1세 기마상.




.. 나의 소중한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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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1. 13. 23:20

아아 다시 저기로... 2017-19 petersburg2018. 11. 13. 23:20





아으 넘 힘들어.. 노동노예 착취혹사..



나, 나는 다시 저기로 가서 며칠 그냥 잠만 자고 뒹굴고파 ㅠㅠ 아스토리야 뻬쩨르.. 그리워 ㅠㅠ







흐엉 다시 가고파 일 안하고 뒹굴고파..



현실은 지금도 예산심의 단톡방 보며 대기 중 ㅠㅠ 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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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0. 29. 13:42

창 너머로 보이던 사원 2017-19 petersburg2018. 10. 29. 13:42






호텔 방 창 너머로는 이삭 성당이 보였다. 아스토리야에서 방을 업그레이드해준 덕이다. 사실 이삭성당은 옆에 있는 앙글레테르 호텔 방에서 보는 전망이 더 탁 트여 있긴 하지만, 그래도 아스토리야가 좀더 좋다(그리고 더 비싸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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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색채와 이 날씨야말로 페테르부르크에서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것이다. 툭하면 비오고 흐리고 춥고... 내가 날씨 좋을때 주로 사진들을 많이 찍어서 그렇지 원래 이런게 일상이고 이래서 여기 사람들이 그토록 여름과 백야 타령을 하는 것이다. 이해해 엉엉...



사진은 지난 9월, 아스토리야 호텔 방 창가에 앉아 찍음. 창 너머로 이삭 성당 쿠폴이 보여서 좋았다 :) 비오고 있었던 건 쫌 안 좋았지만.







창가에 앉아 호텔로부터 생일이라고 축하와 함께 받은 케익 곁들여 차 한 모금 마시고 나갔다. 진짜 생일이 아니라 여권에 기재된 생일 :) 차 마시는 동안 비가 그쳐서 좋아하며 놀러 나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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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계속 비가 왔었다.



백화점 구경 갔다가 숙소 돌아가는 길에 찍은 발샤야 모르스카야 거리 사진 세 장












자주 등장하는 빨간 차양 :) 숙소인데다 여기 안 묵더라도 좋아하는 풍경이라 이래저래 많이 찍음. 빨간 차양 좋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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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9. 18. 20:13

잘 쉬다 가요, 아스토리야 2017-19 petersburg2018. 9. 18. 20:13







새벽에 깨서 뒤척이다 다시 잠들었는데 회사 꿈을 복잡하게 꾸고 하늘도 좀 날고 등등 엄청 피곤하고 깊게 자다가 알람 때문에 깜놀해 일어남. 조식 먹지 말고 좀더 잘까 하다 그래도 오늘 떠나는데 밥은 먹어야지 하고 세수만 하고 내려가 밥먹음.



방에 돌아와 욕조에 몸을 좀 담가 정신을 차린 후 화장품과 세면도구 등 나머지 짐을 쌌다. 핵핵 너무 피곤해.... 가방 싸는거 너무 힘들어 엑엑헥헥...



여유 있을줄 알았으나 체크아웃 시간인 정오 딱 맞춰서야 가방 두개 끌고 나옴. 안녕, 엿새 동안 잘 쉬었어 좋은 방아.. 울집도 이랬음 좋겠다옹...



체크아웃하고 가방 맡겨놓고 청동기사상이랑 네바 강변, 궁전광장, 모이카 운하 등등 산책 후 너무 다리 아프고 어때 아파서 헉헉대며 고스찌에 런치 먹으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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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토리야 호텔 빨간 차양들. 브레이브버드님과 엽님 첨 뵐때도 저 빨간 차양 아래서 만났음.



좋은 호텔이다. 역사적이기도 하고 (러시아 기준으로 보면) 서비스도 좋고 예쁘고... 비싼거 빼면 이 동네에선 완벽... 로비 카페도 레스토랑도 방 인테리어도 딱 내 취향이다. 빨강과 터키블루. 나무 바닥 등등..







여기는 거장과 마르가리타에서 흡혈귀에 놀란 극장 간부 림스키가 혼비백산해 레닌그라드행 기차를 타고 내빼서 덜덜 떨며 숨어 있었던 곳이다.



오래전 그 장면 읽으며 ‘오와 아스토리야 호텔 되게 좋은가봐 꼭 가보고 싶다.. 근데 가난한 유학생이니 꿈도 못꾸겠지’ 하고 슬퍼했었다(그 책 첨 읽은 때가 바로 러샤 기숙사 시절이라 ㅋㅋ) 그러니 그랜드 호텔 유럽과 함께 여기도 소녀의 꿈이 이루어진 경우라고 해야 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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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9. 16. 01:54

김릿 마시는 중, 기나긴 이별 2017-19 petersburg2018. 9. 16. 01:54





많이 걸어다닌 하루였다. 료샤랑 레냐와 함께 노바야 골란지야(New Holland) 공원에 산책하러 갔었고 돔 끄니기에도 갔었다. 둘은 료샤 아부지와 저녁 먹고 온대서 나 혼자 숙소 로비 카페에서 우하(러샤 생선수프) 먹고 김릿 한잔 마시는중. 오기 전에 다 마셔야 쿠사리 안 듣는데 ㅋㅋ






김릿이 메뉴에서 없어져서 물어봤더니 만들어줄 수 있다 함. 일년에 한번 여기 와서만 마시는데 없으면 서운했을 뻔.. 무척 힘들던 재작년 겨울에 여기서 김릿을 마셨는데 그때 기억 때문인지 작년도 올해도 이 카페 창가에 앉아 저녁에 김릿 한잔 마시게 된다.






물론 레이먼드 챈들러. 기나긴 이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번에 올렸지만 김릿과 바에 대한 문단 두개를 다시 발췌해본다. 너무나 명문이라. 김릿과 수많은 바들은 모두 챈들러에게 감사해야 함!! 나같이 술 잘 안마시는 자조차도 마시게 되자나!!



..




We sat in the corner bar at Victor’s and drank gimlets. “They don’t know how to make them here,” he said. “What they call a gimlet is just some lime or lemon juice and gin with a dash of sugar and bitters. A real gimlet is half gin and half Rose’s Lime Juice and nothing else. It beats martinis hollow.”



..




“I like bars just after they open for the evening.  When the air inside is still cool and clean and everything is shiny and the barkeep is giving himself that last look in the mirror to see if his tie is straight and his hair is smooth.  I like the neat bottles on the bar back and the lovely shining glasses and the anticipation.  I like to watch the man mix the first one of the evening and put it down on a crisp mat and put the little folded napkin beside it.  I like to taste it slowly.  The first quiet drink of the evening in a quiet bar – that’s wonderful.”


“I sat down two stools away and the barkeep nodded to me, but didn’t smile.
            “A gimlet,” I said.  “No bitters.”
He put the little napkin in front of me and kept looking at me.  “You know something,” he said in a pleased voice, “I heard you and your friend talking one night and I got me a bottle of that Rose’s Lime Juice.  Then you didn’t come back any more and I only opened it tonight.”
“My friend left town,” I said.  “A double if it’s all right with you.  And thanks for taking the trouble.”

He went away.  The woman in black gave me a quick glance, then looked down into her glass.  “So few people drink them around here,” she said so quietly that I didn’t realize at first that she was speaking to me.  Then she looked my way again.  She had very large dark eyes.  She had the reddest fingernails I have ever seen.  But she didn’t look like a pickup and there was no trace of come-on in her voice.  “Gimlets I mean.”
            “A fellow taught me to like them,” I said.
            “He must be English.”
            “Why?”
“The lime juice.  It’s as English as boiled fish with that awful anchovy sauce that looks as if the cook had bled into it.  That’s how they got called limeys.  The English – not the fish.”
“I thought it was more a tropical drink, hot weather stuff.  Malaya or some place like that.”
“You may be right.”  She turned away again.
The bartender set the drink in front of me.  With the lime juice it has sort of a pale greenish yellowish misty look.  I tasted it.  It was both sweet and sharp at the same time.  The woman in black watched me.  Then she lifted her own glass towards me.  We both drank.  Then I knew hers was the same drink.”



.. 레이먼드 챈들러, 기나긴 이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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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9. 14. 19:59

종잡을 수 없는 날씨 2017-19 petersburg2018. 9. 14. 19:59






어제 숙소 근처 정류장에서 버스 기다리며 찍음. 이때 비오고 있었음!



오늘도 예보는 종일 비라고 해서 카메라 안들고 나왔는데 점심 먹으며 창 밖을 보니 하늘은 아직 파랗네.. 비야 오지 마라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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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여행을 오면 날짜감각이 없어진다. 오늘이 수요일인가 싶었는데 목요일이다. 가만히 보니 어제 메모 제목을 또 화욜이라 달아놔서 헷갈렸음. 바꾸어놨다. 흑, 목욜인줄 알았으나 수욜이면 더 좋았을텐데 엉엉 계속 놀고 싶은데...



어제 공연 보느라 늦게 와서 새벽 두시에 잠들었다. 잠 모자란 상태로 조식 먹으러 내려갔는데 앞서 쓴것처럼 생일축하 받고 케익도 받아서 신남(다 쳐다봐서 쫌 창피하기도..) 음력에 윤달이라 주민등록 생일이 실제 태어난 날보다 근 두달 빠르게 되어 있어 항상 손해봤다는 입장인데 이렇게 벌충 :) 고마워요!!!



아스토리야의 서비스는 계속되어 오후에 들어왔을때 샴페인과 초콜릿을 갖다주었다. 꼬마워요... 생각해보니 예전에 그랜드 호텔 유럽에 첨 묵었을때도 이맘때라 샴페인 받았던 기억이 있다. 비싼 가격 지불한건 잊고 서비스에 감동하고 있는 조삼모사 나 ㅋㅋ ㅠㅠ



​하여튼 그래서​ 오늘 메모의 메인 사진은 아스토리야 호텔 :) 이삭 성당 절반도 같이~~



..




비온다 해서 이런날은 박물관~ 하며 버스 타고 판탄카에서 내려 파베르제 박물관에 갔다. 아아 휘황찬란하고 섬세하고 화려한 보석달걀들과 세공품들이여... 아아아아아아... 아으아아 이쁘다아아 ㅠㅠㅠ 폰으로 사진 많이 찍었는데 그건 나중에 따로..





전시 다 보고 나오는데 의외로 박물관 카페가 상당히 모던하고 이뻐서(+ 빨간색이라서) 창가 테이블에 앉아 30분 정도 쉬며 이 카페 시그니처라는 무알콜 파베르제 칵테일 마심. 이름 때매 내심 이쁜 달걀 모양의 장식이라도? 하고 기대했는데 그냥 유리잔에 평범하게 나옴 흑... 망고가 메인인 벨리니 맛이었다. 맛있긴 한데 난 망고 별로 안 좋아해서.. 잉잉 쫌 싼거 마실걸.. 시그니처래서 딴거보다 비쌌는디...







그래도 카페가 이쁘니 용서함~~



..



오후 늦게 본치 카페에 갔다. 어중간한 시간이라 한적했다. 창가 자리 득템했다가 너무 빛이 많이 들어와서(비왔다가 오후에 갰다) 중간 자리로 옮김. 역시 내가 좋아하는 빨간 테이블 자리 :)



배고팠다. 긴쌀밥 곁들인 치킨커리가 오늘의 메뉴라 해서 시켰는데 고수이파리를 진짜 아낌없이 얹어줌 ㅠㅠ 우앙.. 고수 한쪽으로 밀어놓고 먹음. 글고 코코넛과 파인애플이 들어가 넘 달았음. 흑, 유럽이든 러샤든 인도음식점 아닌데서 카레 시키면 안되는데.. 하여튼 배고파서 다 먹음.



먹고서 오늘의 스케치를 하고 있자니 료샤가 일 마치고 왔다. 호텔에서 생일 챙겨준 얘기했더니 사나이의 경쟁심이 일었는지 장미 세송이 사줘서 매우 기쁨 ㅋ






같이 모이카 운하변 따라 걸어서 호텔로 돌아왔다. 얼음이 거의다 녹아 있어서 료샤가 아까워하며 이거 빨리 따야 한다고 했음. 그래서 생일 아닌데 생일 축하하며(ㅋ) 샴페인 따서 나눠 마셨당. 아침에 받은 케익이랑 조식 테이블에서 가져왔던 복숭아랑 같이~








흑, 휴가 안 끝나면 좋겠다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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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9. 13. 18:07

진짜 생일은 아니지만 ㅎㅎ 2017-19 petersburg2018. 9. 13. 18:07




아침부터 서프라이즈들 :)



주민등록과 여권 생일은 오늘인데 사실 난 음력 생일이라 매년 바뀌고(올해는 10월) 실제 태어난 날은 윤달이 껴서 11월이다. 그래서 오늘 날짜는 그냥 숫자일 뿐임.



근데 하여튼 회사 후배들로부터 막 기프티콘들이 오고 ㅋㅋ 조식 먹고 있는데 스태프들이 갑자기 불꽃 얹은 케익 들고 와 노래 불러줌 :)) 으악 고마워요 ㅎㅎ 차마 음력이라 말 못하겠네!



그래서 그 케익 싸준거 들고 방에 왔음. 피곤하고 온몸이 아프고 밖에 비도 오는데 그래도 아침부터 기분 좋당! 심지어 케익 싸준 박스마저 너무 뽀대난다.. 이뿌다..






결국 나가기 전에 한입 먹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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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9. 12. 23:08

디아나 비슈뇨바(디저트) 2017-19 petersburg2018. 9. 12. 23:08






이 아름다운 자태의 주인공은 보석함이 아니고 디저트이다. 이름은 디아나 비슈뇨바. 정말이다 :)



올초였던 것 같은데 아스토리야 호텔에서 비슈뇨바 이름을 붙인 이 디저트를 신메뉴로 내놓았다. 비슈뇨바를 뮤즈로 헌정한 디저트인데 실지로 첨 나왔을때 비슈뇨바랑 인터뷰도 하고 사진도 찍었다. 사진만 봐도 너무 예뻤다. 디아나도 너무 아름다운데 그녀 이름 단 디저트도 아름답다니 꼭 먹어봐야지 했었다.



(사실 더 레파에도 전에 나온 비슈뇨바 디저트가 있는데 그것도 먹어보고픔)





사실 난 여기서 머랭과 딸기, 크림으로 만든 안나 파블로바에 덴 적이 있다. 좋아하는 디저트긴 한데 아스토리야에선 바질과 올리브유를 뿌려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머랭과 크림 특성상 이쁘게 먹을수가 없다 ㅋ



오늘 여기로 숙소 옮기고 나서 카페 내려와 디아나 비슈뇨바 시킴. 으아 이거 비싸다.. 디저트 중 젤 비싸.., 950루블!! 만오천원 넘어! 아무리 아스토리야 호텔이라지만 여기 디저트 보통 8-9천원 내외인데.. (물론 일반 카페는 훨씬 싸다)



그런데 일단 나오자 예쁜 자태에 반하고, 또 생각보다 커서 놀라고, 이 정도 양과 다양성, 정성과 맛이라면 이 가격이 전혀 아깝지 않다!







뚜껑과 케이스도 먹을 수 있다는데 일단 맨나중으로 미룸. 너무 많아보여서 이걸 어케 다먹나 남은건 싸줄수 있나 고민했는데 막상 먹어보니 정말 선물상자 같았다. 하나하나 수수께끼같은 이쁜 것들이 먹을때마다 새로운넘이었다!



하얗고 얇게 슈가코팅한 베리들, 흰 머랭 쿠키들, 마스카르포네 치즈볼, 새콤한 과일절임이 숨겨진 방울토마토 모양 핑크볼, 견과 플로랑틴(아 이거 이름 맞나 모르겠어 헷갈리), 게다가 맨아래 숨겨진 시나몬 뿌린 사과절임까지.. 어느것 하나 과하게 달지 않은데다 뭔가 쫌 달거 같으면 새콤한 베리와 과일핑크볼이 있어 금세 입안이 정리된다.



오오 이것은 비슈뇨바 이름이 아깝지 않은 근사한 디저트다! 다양한 종류의 단것들이 놀랍게도 잘 어우러진다. 어느것 하나 너무 세지 않아서 정말이지 조화로운 발레를 보는 기분! 이렇게 여러가지를 요렇게 이쁘게 플레이팅하다니... 정말 많은 정성이 들어간 걸 먹는 기분이라 좋다. (러시아에서 아름다운 다저트 플레이팅이라니 정말 놀랍구나 ㅋ)



애프터눈티세트 시키면 맨날 제대로 못먹는 나로선 이거야말로 애프터눈티세트 완벽한 대용 디저트다! (가, 가격도 ㅠㅠ)



맛은 별 기대 안했고 그저 비슈뇨바에게 헌정된 디저트니까 먹어보고픈 거였는데 의외로 맛있었다. 디저트 본연의 행복감을 느끼게 해줌. 둘이 와서 이거 하나 시켜서 먹으면 가격도 그렇고 양도 그렇고 딱 좋을 거 같다.



.. 쓰고 나니 디저트 얘기가 책이나 발레 리뷰보다 더 길어!!



..



하여튼 아스토리야는 좋다. 그랜드 호텔 유럽에서 약간의 실망감과 함께 체크아웃했는데.. 오오 방도 6층의 스튜디오룸으로 업그레이드해주었다(작년처럼), 글고 디저트 디아나 비슈뇨바도 근사하다.



오늘은 여기 와서 첨으로 발레 보러 간다. 시즌이 막 시작되는 시기라 발레가 거의 없다 ㅠㅠ 마린스키는 말미에 딱 하나 끊었고(그래도 슈클랴로프님 나옴), 앞의 두개는 미하일로프스키다. 흑..



오늘은 신데렐라인데 미하일로프스키의 새 버전 궁금하긴 하다. 여기는 의상 등에 돈을 많이 쓰고 화려하니.. 문제는 빅토르 레베제프가 왕자인데 이넘 예전에 나무토막 연기로 날 넘 실망시켜서... 그치만 얘랑 아내인 아나스타시야 소볼레바 페어가 나오니 케미를 기대해보련다.



남은 차 마신 후 방에 가서 좀 쉬다가 극장에 가야겠다.


..



거의 다 먹은 후 연분홍 토슈즈 색인 케이스 귀퉁이 톡 깨서 먹었는데 화이트 초콜릿이었다. 이거 뭐야 나 화이트 초콜릿 안좋아하는데 맛있어...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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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3. 24. 22:33

가을 오후의 이삭 광장 2017-19 petersburg2018. 3. 24. 22:33

 

 

작년 10월초. 페테르부르크. 이삭 광장.

 

 

아스토리야 호텔 빨간 차양.

 

 

그리고 여기 카페 창가에 앉아 바라본 풍경 몇 장.

 

 

 

 

 

 

 

 

어스름에 잠긴 이삭 성당.

 

 

 

 

다시, 아스토리야 호텔 빨간 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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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3. 22. 22:11

김릿, 겨울 2016 petersburg2018. 3. 22. 22:11





2016년 12월. 겨울. 저녁. 아스토리아 호텔 카페 로툰다.



나는 김릿을 마셨다. 필립 말로와 테리 레녹스의 칵테일. 눈이 찔끔거리도록 시큼하면서도 톡 쏘는 맛. 차갑고 인정사정 없는 맛. 



작년 가을에 갔을 때도 여기서 다시 김릿을 주문해 마셨는데 이때 마셨던 맛은 나지 않았다. 아마도 겨울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혹은, 이때 너무나 황폐하고 힘들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저 순간의 김릿과 같은 맛은 아마 결코 다시 느끼지 못할 것이다.




..




김릿과 레이먼드 챈들러, 그리고 저때의 메모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5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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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2. 12. 23:41

RED / 빨강 2017-19 vladivostok2018. 2. 12. 23:41





역시 가장 좋아하는 색 :)



블라디보스톡, 페테르부르크, 여기 시골 동네랑 서울에서 이것저것 빨강들 모음





여기저기 다 걸쳐져 있긴 한데 블라디보스톡 사진이 3장으로 젤 많으니 블라디보스톡 폴더에 넣는다





맨아래 빨간 목도리는 금손 쥬인이 짜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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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 페테르부르크. 페테르부르크. 뻬쩨르부르그. 뻬쩨르. 삐쩨르. 사랑하는 도시.


그리고 그 사랑하는 도시에서 특히 사랑하는 장소 몇 군데.



청동기사상.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






이삭 성당과 아스토리야 호텔의 붉은 차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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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도시 :)



아스토리아 로툰다 카페.






아아 욕조 있는 집으로 다시 이사가고프다 ㅠㅠ






(원래 내가 좋아하는 장미향 배스밤을 사려 했는데 점원이 이거 신제품이라고 꼬셔서 사보았음)







(녹으면 이렇게... 핑크색과 연한 붉은빛 마블링이... 확실히 이런 건 파란색 계열이 예쁘긴 하다만 ㅋㅋ

이놈은 좀 클린코튼 향 비슷한 게 났다. 나쁘진 않았으나 나는 장미향 쪽이 더 좋긴 했음)





(그려놓고 보니 꼭 가운데 손가락 같아 ㅠㅠ 아니에요 세어보세요 검지에요 ㅋㅋ)




흐흑 료샤에겐 말로는(특히 러시아어로는) 이길 수 없어 ㅠㅠ



그치만 그 수염 에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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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앞의 이삭 광장에서 찍은 호텔 전경. 빨간 차양들만 나왔지만^^;)

 



어제 완전히 녹초가 되어 뻬쩨르 도착. 어제는 료샤가 시간이 안돼서(얘는 왜 항상 내가 오는 날이랑 출장이랑 겹치는 거야 -_-) 그냥 호텔 픽업을 요청했다. 나이를 먹을수록 공항에서 호텔 가는 교통비는 아끼지 않게 됨...



어제 픽업을 나온 기사는 젊은 남자였는데 내게 러시아어 발음이 매우 좋다고 칭찬을 해주었다. (그 얘기를 오늘 료샤에게 했더니 이 자식이 '그래 맞아 너는 발음이나 억양 자체는 괜찮아. 근데 우다레니예-강세-가 틀려. 그리고 갈수록 문법도 얼버무려!' 라고 한다 흐흑... 진실이므로 뭐라 할 수도 없음 엉엉)





호텔에 도착한 게 밤 열한시 무렵이라 씻고 어쩌고 하다가 새벽 한시쯤에야 잠자리에 들었다. 여섯시간 시차가 나니까 하루를 꼬박 샌 것이나 다름없다. 너무 피곤했다. 시차 때문이라기보다는 언제나처럼 잠든지 네시간 만에 깼다가 도로 자고 아침부터는 한두시간마다 자다깨다 반복했는데 피로가 쌓여서 자고 또 잤다. 열시 반쯤에야 억지로 일어났다. 꽤 추웠다. 다음주부터 난방을 해준다는데 잘못 걸렸어 흐흑... 춥잖아. 생각해보니 예전에 페테르부르크 기숙사에서 살때도 이맘때가 젤 추웠다. 난방 해주기 직전인데 날씨는 이미 초겨울!



조식도 포함 안되어 있고 제일 저렴하고 환불 안되는 방을 예약했다. 맨날 늦잠자고 게으름부리고 아침은 조금밖에 못먹으니 조식 놓치는 경우가 너무 많기도 하고... 그러나 이 호텔은 조식이 아주 근사하므로 살짝 아쉽다. 한번쯤 돈내고 먹어볼까 했지만 꽤 비싸고 작년 겨울에도 먹어봤으니 그러지 않기로 했다. 오늘처럼 한시가 다 되어 나섰을 때는 더더욱 조식 포함 안 시킨게 잘한 일임 ㅠㅠ



...



나왔더니 가랑비 흩뿌리고 엄청 춥고 쌀쌀하고 음습함. 긴 티셔츠에 카디건에 니트 재킷을 입고 재킷에 달린 후드까지 덮어쓰고 스카프 둘렀는데도 추웠다. 청바지 한장은 안되겠구나 ㅠㅠ 일단 도보 10분 거리의 고스찌에 갔다.




여기는 런치메뉴가 있어서 좋다. 올리비에 샐러드와 양배추 수프, 비프 스트로가노프, 녹차를 골랐다. 합쳐서 380루블! 팁까지 합쳐도 8천원! 게다가 맛도 뛰어나다. 이 동네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레스토랑/카페라 올때마다 자주 들르는 곳이다. 료샤와 레냐도 여기를 좋아한다. 오늘은 미니 나폴레옹 케익도 디저트라고 같이 주어서 더 좋았다. 시큼한 맛이 감도는 양배추 수프도 무척 맛있고 따끈했다. 식전빵도 고소하고 맛있었다. 아아 맨날 시골에서 식판밥이랑 컵밥만 먹었지 엉엉...





훈제치킨이 들어간 올리비에 샐러드. 여기 올리비에 샐러드 무척 맛있다. 소박하면서도 느끼하지 않다.





옛날엔 안 좋아했지만 지금은 매우 좋아하게 된 양배추 수프. 시큼한 맛이 매력. 생긴건 꼭 미역국에 두부 띄워놓은 것 같다만... 저 하얀 건 스메타나(사워크림). 안에는 잘게 썬 감자도 들어있고 여기는 특이하게 삶은 달걀 반쪽도 들어있다! 발음법 표기상 '시치' 'shchi' 라고 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시이'에 가깝게 발음된다. '쉬'와 '시' 사이 어딘가에 있는 발음인데 이거 발음이 나에겐 좀 어렵다 ㅠㅠ 어떨땐 되고 어떨땐 안된다. 오늘은 그만 '쉬'라고 발음해서 점원이 '아하, 양배추 수프요?' 하고 알아맞췄다 흑...



...



밥을 먹은 후 네프스키 거리를 따라 좀 걷다가 너무 춥고 비까지 와서 그냥 물건만 좀 사서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발샤야 코뉴셴나야 거리의 로모노소프 샵에 가서 찻잔 한세트랑 접시 하나를 샀다. 엄청 조금 샀구나! 하고 자가칭찬... 을 하기는 어려운게 찻잔이 쪼끔 가격대가 있었음(그래도 우리 나라 들어오는 것에 비하면...)



그리고는 항상 첫날에 하는 의식대로 네프스키에 있는 카톨릭 성당에 초 켜러 갔는데 공사 중이라 못 들어갔다 ㅠㅠ 근처의 러쉬 매장에 가서 입욕제를 산 후 버스를 타고 호텔로 되돌아왔다. (공항 면세점 붐벼서 취소했었으나 호텔 방 욕조를 보고 머리가 멍해져서 결국 사버림. 이게 뭐야 엉엉.. 면세가 더 쌌는데...)



방에 돌아와 입욕제를 풀고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자니 노곤하고 좋았다. 아아 욕조 있는 집에서 살고파라.... 화정으로 이사온 후부턴 집에 욕조가 없고... 시골의 2집도 오피스텔이라 욕조 없다 엉엉... 나는 욕조가 좋은데...



...





목욕을 한 후 호텔 로비 카페로 내려가 다즐링과 메도빅을 시켜놓고 글을 조금 썼다. 어머나, 한동안 못 쓰던 글조차 여기 오니 몇줄이라도 쓸 수가 있네 엉엉어엉엉 역시 나는 회사 때문에 글을 못 쓰고 있는 거였다... 아름다운 도시의 아름다운 카페에 앉자 글이 써진다!!! (하지만 비싸다는 것이 함정!)



(이삭 성당 앞 장미가 아직도 피어 있었다. 너무 반가웠다. 추워져서 다 져버렸을 줄 알았는데 아직 덜 시들었다!)




글을 쓰며 료샤를 기다렸다. 료샤는 주말에 노보시비르스크(!) 출장을 갔다가 오늘 돌아오는 거였다. 노보시비르스크도 여기서 비행기로 몇시간 걸린다. (그래도 얘는 비즈니스석 타잖아 흐흑) 사무실에는 안 가고(왜냐면 얘는 자기가 보스니까ㅠㅠ) 집에 가서 가방 풀고 옷만 갈아입고 카페로 왔다. 6월초에 프라하에서 헤어졌으니 4달 만이었다.



앗! 뭔가 바뀌었다! 헤어 스타일! 맨날 짧게 잘라 세우던 스타일이었는데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다!(나는 긴 머리를 좋아하는 편이라 맨날 머리 한번 길러보라고 했었음 ㅋ) 그것까진 좋은데... 수염도 세트로 기르고 있는 거였다! 끄악.... 남자는 수염이라며 자기 되게 멋있지 않냐고 자뻑에 취해 있다... 너 수염 안 어울려 ㅜㅜ



료샤는 날 보자마자 볶음너구리 타령을 해댔다... 너 그게 진짜 맛있었구나... 매운데도...



그래서 밖에 나가 저녁 먹는 대신 그냥 방에 올라왔다. 료샤는 방을 보더니 '웬일로 네가 이렇게 좋은 방을 얻었냐!' 라고 한다. '몰라, 호텔에서 업그레이드해줬어. 젤 싼 방 했는데..' 라고 하자 '비수기라 그렇지. 누가 이런 구질구질한 시즌에 여길 오냐!' 하고 비웃는다 흐흑....



좋은 방이라 하는 이유는... 이 방에는 소파가 있어어!!! 3인용 소파 1개 2인용 소파 3개!!!! 기다란 테이블도 있고... 그리고 옷장 칸은 따로 문이 있고!!!!!!게다가 6층이다.






료샤는 볶음너구리를 보고 매우 기뻐하였다... 컵라면보단 사실 라면 버전으로 볶아먹는게 더 맛있지만 그래도 맛의 큰 차이는 없다. 그래서 료샤에게는 볶음너구리를 끓여서 손수 비벼주고(!! 나는 진정한 친구!), 나는 카페에서 메도빅도 먹고 으슬으슬해서 차에 꿀과 레몬까지 타서 먹었더니 밥 생각이 없어서(사실 먹을 것도 없다. 이번에는 료샤랑 레냐 줄 것만 챙겨오고 나 먹을 건 유부우동 작은 컵라면 하나 가져왔는데 별로 먹고 싶지 않았다) 그냥 어제 호텔에서 웰컴 선물로 차려놓았던 과일접시에서 서양배를 먹었다. (이미 아침에 서양자두 두알이랑 미니사과 한알을 먹었음)



료샤가 하필 자기가 좋아하는 배를 먹냐고 투덜투덜... 파란 사과 아니면 포도, 키위도 있는데 왜 배를 먹냐고 한다. 이 자식아, 볶음너구리 사다줬잖아! 서양배 별로 맛도 없구먼 ㅠㅠ 난 저녁 대신 먹고 있는데!!!



(그 과일접시엔 원래 이런 것들이 있었으나 아침에 자두랑 미니사과는 해치웠음)

(맨 위에 있는 것이 료샤가 탐내던 서양배 -_- 뒤집어놓아서 동그래 보이네)



그러자 자기는 볶음너구리 먹으면 매우니까 과일접시의 배를 보고 아 저거 먹으면 되겠다 하고 나름대로 계산을 했던 거라고 한다 ㅠㅠ 그러나 내가 맥심을 꺼내서 보여주니 불만이 쏙 들어갔다. 열렬한 볼뽀뽀와 사랑 고백을 받았다 ㅋㅋㅋ (누누이 말하지만 얘는 맥심 믹스만 갖다주면 사랑 고백을 쏟아놓는다 ㅋㅋㅋ 료샤에게서 사랑 고백을 받고프다면 맥심을 준비하세요)



그래서 오늘 사온 (비싼) 찻잔을 심지어 이놈의 맥심 타주는 용도로 개시하였다. 흑... 나도 아직 안 마셔본 새 찻잔... 심지어 인스턴트 커피믹스로 개시....



(맥심으로 개시된 나의 새 찻잔. 맨 아래는 마침 할인 중이어서 산 접시)



료샤는 행복해하며 볶음너구리를 해치우신 후 맥심을 마시고 나는 서양배를 먹고 물을 마시며(뭐야 이게 ㅋㅋㅋ) 편안한 소파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아 방 업그레이드해주니 참 좋구나(들인 돈은 다 까먹고 방 업그레이드해줬다고 좋아하는 역시 조삼모사 토끼 ㅠㅠ)



료샤는 더 늦게까지 놀고 싶어했다. 나도 더 놀고 싶었지만 얘도 출장 다녀왔고 내일 아침엔 또 조찬 미팅 따위가 있다고 해서 '이제 들어가랏!' 하고 등 떠밀어 보냈다. 료샤는 '쳇, 간만에 좋은 방 얻어놓고 내쫓냐!' 라고 툴툴댔지만 진실은 '아 조찬 미팅 가기 시러ㅠㅠ' 임. 조찬 미팅까지 가야 한다면 제발 수염 깎고 가라고 슬슬 달래보았지만 그는 자신의 멋있음을 과시할 거라면서 수염 안 깎을 거라고 한다 ㅠㅠ 수염도 어울리는 사람이 있고 안 어울리는 사람이 있다고 ㅠㅠ 료샤는 원망스럽게 나를 바라보며 레냐랑 한통속이라 한다. 레냐도 '아빠 수염 싫어' 라고 했단다 ㅋㅋㅋ



하여튼 수염모드로 나타난 료샤는 조금 전에 돌아가고 나는 이제 오늘 메모를 적고 있다. 날씨는 아주 안 좋고 바깥 구경은 별로 안 했지만 즐거운 하루였다. 아아 회사를 안 가니 이렇게 좋은 것을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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