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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3. 20. 22:15

모스크바 요양소, 재판 about writing2017. 3. 20. 22:15

 

 

아래 발췌한 글은 이전에 가끔 올렸던 미샤의 수용소 이야기 일부이다. 소설은 레닌그라드 수용소의 1부, 모스크바 요양소의 2,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수용소 간수 흘레브니코프, 2부는 미샤의 후원자인 정치가 게오르기 벨스키가 심리적 화자로 등장하고 3부는 미샤의 친구인 스타니슬라프 일린이 1인칭 화자로 등장한다. 1~3부 모두 토막토막 발췌해 올린 적이 있다.

 

아래 글은 2부의 거의 도입부이다. '거의'라는 말을 쓴 이유는 이 앞에 벨스키와 요양소장이 나누는 대화가 몇장 있기 때문이다. 유력한 정치가이자 미샤의 예술적 후원자 중 하나인 게오르기 벨스키가 미샤의 병실을 찾아와 이야기를 나눈다.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내가 만들어낸 가상의 존재들이다.

 

게오르기 이바노비치는 벨스키의 이름과 부칭이다.

 

게르만 알렉세예비치는 스비제르스키의 이름과 부칭이다. 이 사람에 대해서는 전에 여러번 발췌한 적이 있다. 역시 정치가로 미샤의 후원자이며 벨스키와는 달리 미샤와 끈끈하고 격렬한 관계를 맺고 있다.

 

러시아 이름과 부칭을 함께 부르면 존칭의 의미가 된다.

 

 

..

 

 

내가 그를 수용소에 보내고 어둠 속으로 밀어넣고 고통을 겪게 한 것은 그때 그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내가 그때 써야 했던 것이 그런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접근방법은 무수하게 달라질 수 있다. 문체도, 시점도, 심지어 사건이나 플롯, 슈젯조차도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궁극적인 것은 변하지 않는다. 아직은.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햇살이 밝고 뜨거운 여름 오후였지만 병실은 서늘했고 어둑어둑했다. 창문은 커튼으로 완전히 가려져 있었고 불도 꺼져 있었다. 모이세예프는 스위치를 올려 천정의 등을 켰다. 밝은 빛이 몰려들어오자 담당 의사인 올가 파나예바는 얼굴을 살짝 찌푸렸지만 벨스키 쪽을 힐끗 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모이세예프는 곧 나갔지만 파나예바는 병실에 남아 있고 싶어 했다. 벨스키가 단독 면담이 필요하다고 얘기하자 그녀의 표정이 조금 더 일그러졌다.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며 파나예바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 10분. 더는 안 됩니다. 너무 가까이 다가앉거나 피부 접촉을 하지 마세요. 심문이 아니라 순수한 면담이라고 하셨기 때문에 허가해 드리는 겁니다. 다그치거나 소리를 지르셔도 안 됩니다. 아직 정상이 아니에요. 저는 문 밖에 있을 테니 조금이라도 이상한 징후가 보이면 부르세요. ”

 

 

 게오르기 벨스키는 흥미로운 시선으로 파나예바를 응시했다. 그녀는 일반적인 의사처럼 이야기하지 않았다, 마치 아픈 자기 아이를 돌보는 어머니처럼 굴었다. 하긴 이전에도 미샤는 많은 여자들로부터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았으므로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심지어 벨스키의 아내도 미샤를 좋아했다. 미샤가 볼쇼이에서 춤췄던 77년에는 한 달에 두 번 가량은 그를 집으로 불렀고 직접 저녁을 만들어 먹이기까지 했다. 정작 친아들 두 명에게는 그렇게 살갑게 대한 적이 없었으므로 벨스키는 그녀가 뒤늦게 젊은 무용수를 향한 사랑에 빠졌다고 놀리곤 했었다.

 

 

 “ 당신은 이해 못해요. 걔에게는 엄마처럼 보살펴 줄 사람이 필요해요. 제대로 된 가족의 사랑도 못 받고 컸으니 안됐잖아요. ”

 

 “ 레닌그라드에 어머니가 있는데. ”

 

 “ 어릴 때부터 기숙학교에 있었잖아요. 형제도 없고. ”

 

 

 그는 아내가 이번 사건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그는 크레믈린이나 정치국, 의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결코 집에서 말을 꺼내지 않았고 아내도 정치 문제에 대해서는 간섭하거나 자기 의견을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이번 일만큼은 아내가 분명히 한 마디 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알고 있는 것만은 분명했다. 심지어 벨스키는 그녀가 낮게 숨을 몰아쉬며 ‘오, 이 가엾은 것. 어쩌면 좋아’ 라고 중얼거리는 것을 얼핏 들었던 것 같았지만 물론 모른 척하고 지나쳤다.

 

 

 파나예바는 거의 연극적 제스처에 가까울 정도로 두드러지게 손목을 들어 올려 시계를 보더니 병실을 나갔다. 그녀는 문을 닫지도 않았다. 아마도 고의적이었을 테지만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던 모이세예프가 고개를 살짝 저으며 문을 밀어 닫았다.

 

 

 미샤는 몸을 반쯤 일으킨 채 고개를 창 쪽으로 돌리고 있었다. 벨스키가 의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문가 쪽으로는 눈 한 번 돌리지 않았다. 침대 등받이가 비스듬하게 세워져 있는데다 가슴에 띠가 채워져 있는 것을 보니 스스로 몸을 일으킨 것 같지는 않았다. 아마 마비 증세를 완화하기 위해 자세를 바꿔주고 있는 것 같았다. 다리는 모포에 덮여 보이지 않았지만 윤곽을 보니 왼쪽 무릎을 세우고 있는 듯 했다.

 

 

 벨스키는 침대 쪽으로 다가갔다. 이름을 불렀을 때에도 미샤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목소리를 조금 높여 이름과 성을 함께 부르자 미샤가 어깨를 희미하게 움찔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벨스키는 굳이 모이세예프나 파나예바의 설명을 듣지 않더라도 미샤가 어떤 모습일지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그는 전에도 약물 쇼크를 일으켜 며칠 동안 사경을 헤맸던 환자를 본 적이 있었다. 게다가 사진. 그 문제의 사진이 있었다. 하지만 사진 속에서 그는 눈을 감고 있었고 전혀 의식이 없었다. 벨스키는 차라리 사진이 나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완전히 텅 비고 초점이 없는 눈을 마주하자 잠깐 욕지기가 일었다.

 

 

 “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는군. 날 알아보겠나? ”

 

 “ 게오르기 이바노비치. ”

 

 

 미샤가 그의 이름을 천천히 발음했다. 말을 한다기보다는 음절을 조약돌처럼 내뱉었지만 그렇게 끔찍한 목소리는 아니었다. 여전히 나직하고 부드러운 저음으로 말했다. 다만 훨씬 작고 약하게 속삭였을 뿐이었다. 스카프를 입에 대고 말하는 것 같았다.

 

 

 “ 그래도 눈이 보이긴 하는 것 같군. 다행인데. ”

 

 

 “ 목소리를 아니까요. ”

 

 

 미샤가 벨스키 쪽으로 몸을 좀 더 돌렸다. 느리게 감기 버튼을 눌러놓은 것 같은 움직임이었다. 그리고는 허리를 세워 똑바로 앉으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벨스키는 어깨를 잡아주려다 파나예바의 경고를 떠올리고 한 발짝 물러나 의자에 앉았다.

 

 

 “ 아니, 그냥 기대 있는 게 좋겠는데. 의사가 억지로 움직이면 안 된다고 하더군. ”

 

 

 미샤는 그 말을 무시하고 결국 똑바로 일어나 앉았다. 무리한 움직임 때문에 창백했던 얼굴에 희미한 핏기가 돌았지만 곧 사라졌다. 벨스키는 침대에 고정된 띠가 가슴을 팽팽하게 압박할 것을 우려해 고리를 풀어주려고 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몸이 너무 야위어서 마음만 먹는다면 띠에서 그대로 빠져나와 바닥에 내려설 수도 있을 것 같았다.

 

 

 “ 왜 오신 거죠? ”

 

 

 심지어 그런 상황에서도 미샤 야스민은 여전히 단도직입적이었다. 벨스키는 총살대나 전기의자에 끌려가도 그런 식으로 굴 거냐고 묻고 싶었지만 최근 그가 받았던 약물 교화를 생각하며 말을 바꿨다.

 

 

 “ 모이세예프가 아무 말 안 해주던가? ”

 

 “ 그게 누구죠? ”

 

 “ 여기 소장. ”

 

 “ 소장 이름은 글루크인데. ”

 

 

 벨스키는 잠시 그 젊은이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 여긴 레닌그라드가 아니야. 일주일 전에 모스크바로 옮겨왔잖아. 수용소가 아니라 요양소야. 기억 안 나나? 조금 전까지 같이 있었던 여자는 자네 담당 의사고. ”

 

 “ 올가예요. ”

 

 

 미샤가 잘못된 문법을 정정해 주듯 참을성 있고 부드러운 어투로 말했다.

 

 

 “ 그래, 올가. 글루크의 수용소에 여의사가 있을 리가 없잖아. ”

 

 “ 왜 모스크바에 와 있지? ”

 

 

 미샤는 정말로 이해가 가지 않는 듯 오른손을 이마에 갖다 댔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는 무대 위에서 발레리나를 상대로 마임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벨스키는 그의 왼팔이 아무런 힘도 없이 베개 위에 늘어져 있는 것을 보면서 모이세예프가 마비 증세에 대해 꽤 교묘하게 설명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른팔은 제대로 쓸 수 있다고 했지만 왼쪽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었다. 다리를 움직일 수는 있지만 일어서거나 걷지는 못한다고 했다. 아마 혼자서 몸을 완전히 뒤집을 수도 없는 상태인 것 같았다.

 

 

 “ 자네 아주 아팠었어. 며칠 의식이 없었지. 스비제르스키 의원이 센터에 들렀다가 그걸 보고 이쪽으로 옮긴 거고. 그 얘기는 못 들었나? ”

 

 

 그 이름을 듣자 미샤가 눈에 띄게 몸을 움츠렸다. 멍하게 눈을 깜박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 꿈이었던 것 같은데. ”

 

 “ 혼수상태였으니까 그렇게 느껴졌을지도 모르지. ”

 

 “ 함께 오셨어요? ”

 

 “ 아니. 게르만 알렉세예비치가 오는 편이 더 좋았을까? ”

 

 

 미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팽팽하게 당겨졌던 입술이 서서히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을 보니 안도한 것 같았다. 벨스키는 그 건방진 젊은이가 누군가를 두려워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다. 아니, 그런 기색을 보일 수 있을 거라고는.

 

 

 “ 왜 오셨어요, 게오르기 이바노비치? ”

 

 “ 파리 때문에. 그 외 다른 문제도. ”

 

 “ 파리? 모스크바라고 하셨잖아요. ”

 

 

 벨스키는 언제까지 미샤와 이런 식으로 대화를 주고받아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엉망으로 뒤엉켜 있는 머릿속에 간단하게 정보들을 밀어 넣기로 했다.

 

 

 “ 여기 오기 전에. 글루크가 있는 수용소에 가기 전에. 파리에 갔었잖아. 그 니진스키 트리뷰트 때문에. 그 전에는 뉴욕에 갔었고. 자네 그 파리에서 도망쳤었잖아. 그래서 문제가 생겼지. 돌아와서 재판 받았잖아, 그래서 그 수용소로 보낸 거고. ”

 

 

 미샤가 오른손을 뻗어 허공을 두어 차례 휘저었다. 눈에는 여전히 초점이 없었다. 기억을 되살리려는 듯 고개를 뒤로 젖히며 가볍게 흔들자 거무스름한 멍들로 뒤덮인 목덜미가 드러났다. 맞아서 생긴 상처 같지는 않았다. 그곳을 맞았다면 쇄골이 부러졌을 터였다.

 

 

 “ 도망치지 않았어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러 갔었을 뿐이에요. ”

 

 

 갑작스럽게 미샤가 아주 또렷하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그 비공개 재판에서도 아마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아무도 그를 변호하려고 나서지 않았기 때문에 미샤는 직접 변론을 했다. 극장 동료들 몇몇이 유리한 증언을 해주려고 자원했지만 모두 자격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참석을 금지 당했다. 벨스키는 그 재판의 일지와 보고서를 훑어보았지만 중간 쯤 읽다가 그만두었다. 미샤의 변론 대부분에는 붉은 줄이 그어져 있었고 그나마 끝까지 이어지지도 않았다. 재판관이 그의 발언을 중단시킨 후 휴정을 선언했고 30분 만에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벨스키는 그런 종류의 재판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 아, 그랬을 거라고 생각해. 정말 도망친 거였다면 지금 여기 있지도 않았겠지. 그래도 기억이 되살아난 것 같군. 자네 소환됐을 때 파리에서 시끌시끌했던 건 생각나나? 호텔 앞부터 공항까지 피켓 시위자들이 몰렸었지. 기자들도. 자네 가고 나서 그 시위가 좀 커졌거든. 게다가 이상한 오해가 생겼지. 헛소문이 퍼져서 상황이 좋지 않았어. ”

 

 “ 무슨 소문이요? ”

 

 “ 뻔하잖아. 자넬 시베리아 강제노동수용소에 처박았다는 얘기. 벌써 루뱐카에서 총살했다는 얘기. 제국주의자들 입맛에 맞는 얘기들. ”

 

 “ 그게 제국주의자들 입맛에 맞는 얘기예요? ”

 

 

 미샤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몸을 가누기가 힘든 듯 점점 어깨가 비스듬하게 기울어지고 있었다. 볼품없이 들쭉날쭉 잘린 검은 머리칼이 한 움큼 이마 위로 흘러내려왔다.

 

 

..

 

 

 

 

 

 

이 면회 후반부의 대화를 약간 발췌한 적이 있다. 그건 여기 :

http://tveye.tistory.com/5589 (체제의 이름, 비행사, 천사 이름 붙은 도시)

 

 

..

 

 

맨 위 사진은 프라하 성 이르지 성당. (성 게오르기)

아래 사진은 프라하 아녜슈카 성당 사진. 둘다 작년에 내가 찍은 것.

 

 

..

 

 


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
Posted by liontamer
2016. 12. 5. 00:33

밤, 흉터와 얼룩 about writing2016. 12. 5. 00:33

(사진은 프라하, 아녜슈카 수도원)

 

 

 아래 글은 약 2년 전에 쓴 단편 Night의 중반부에서 발췌한 매우 짧은 에피소드와 그 소설에 대한 메모이다. 사실 이 메모는 전에도 한번 올린 적이 있다만... 이 단편은 가브릴로프 본편에 차후 삽입하기 위해 먼저 쓴 글이다. 가브릴로프 시립극장 오케스트라 단원 코즐로프와 새로 온 감독인 미샤의 관계를 다룬다.

 

..

 

Night에 대한 메모(되풀이)

(2016. 8월에 이 소설의 다른 부분 발췌하면서 덧붙였 메모를 다시 붙인다)


 

 약 2년쯤 전에 나는 가브릴로프 본편을 시작했다가 잘 풀리지 않아서 그 본편에 삽입될 에피소드 하나를 독립된 단편으로 먼저 썼다. 지방 소도시인 가브릴로프의 시립극장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나의 주인공 미샤가 그곳 오케스트라의 실력자이자 수석 바이올리니스트인 로만 코즐로프와 의견 충돌을 일으킨 후 하룻밤을 보내고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되는 이야기였다. 이야기는 코즐로프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코즐로프는 이 본편의 외전 격인 서무의 슬픔 시리즈 때문에 어린 애인에게 폭 빠진 다혈질의 흑염소 아저씨(ㅜㅜ)이자 바이올린 깡패로 등극하게 되었지만 원래 본편에선 그런 막가파 캐릭터는 아니었다(아무래도 서무 시리즈 때문에 코즐로프가 제일 웃기게 변한듯... 손해봤어 ㅠㅠ)



 하여튼 그 에피소드는 생각보다는 좀 길어서 실제 본편이 씌어졌을 때는 좀 손을 봐야 할테지만 지금으로선 그냥 독립적인 단편으로 존재하고 있다. 제목은 매우 단순하게도 '밤'(night) 이었는데 다른 제목을 굳이 붙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냥 누군가가 누군가를 만나 밤을 보내고 사랑에 빠지는 무수한 이야기 중 하나일 뿐이니까. 우습지만 이 이야기를 처음 발췌했을 때 후반부에 둘이 사과파이 먹는 장면을 인용했기 때문에 종종 '사과파이 단편'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있다. (서무 시리즈에서 왕재수가 사과파이를 좋아하는 걸로 설정된 건 사실 이 단편 때문이다)



 이 단편은 전에 사과파이 에피소드나 미샤가 백조 솔로를 추는 씬, 그리고 전반부 1~2장 전체를 발췌한 적이 있다. 그냥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술을 못 마시는 미샤가 보드카를 실컷 퍼마시고 인사불성이 되어 코즐로프의 집에서 밤을 보내는 얘기다. 어떤 이야기들이든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간단해지는 법이다.

 

..

 

 

그리고 12월의 짧은 메모

 

아래 발췌한 내용은 Night의 중반부. 코즐로프와 미샤가 밤을 보내면서 일어나는 아주 짧은 이야기이다. 별 내용은 없는데... 하여튼 공개 블로그라 자기검열을 조금 하고... 표현이나 두어가지를 좀 손봤음. 19금은 아니고 15금..? 글쎄다, 14금 정도.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나는 미샤를 똑바로 뒤집었다. 환한 램프 불빛 아래로 그의 몸을 좀 더 끌어당겼다. 미샤는 이제 옆으로 돌아눕거나 버둥거리지 않았다. 머리를 베개에 기댄 채 가만히 있었다. 램프 스탠드 아래 하얗게 뻗어 있는 맨몸 위로 황금빛과 붉은빛 그림자가 부드럽게 번져왔다. 맨 처음 극장에서 마주친 순간부터 난 밝은 빛 아래에서 그 몸을 보고 싶었다. 화보로 본 적은 있었다. 극장 계집애들의 스크랩북에는 별의별 사진들이 다 있었다. 몸에 착 달라붙는 타이츠를 입은 모습도, 상체를 드러낸 채 아랍 팬츠 차림으로 머리에 우스꽝스러운 깃털을 꽂고 아라베스크를 하는 모습도, 스파르타쿠스의 가죽 튜닉을 입고 몸 대부분을 노출한 채 도약하는 모습도 전부 봤다. 하지만 손바닥만 한 평면 화보와 진짜 육체 사이에는 결코 채워지지 않는 거리가 있었다. 아마도 그게 욕망의 깊이일지도 모른다.

 

 자식의 몸은 얼굴보다도 더 하얗고 미끈했다. 역겹도록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정말 조각 같았다. 박물관이나 궁전에 세워놓는 종류의, 대리석을 새기고 깎아 만든 조각상. 그런데 그건 온전하지 않았다. 화보에서 봤을 때보다, 국영채널 필름에서 봤을 때보다 야위었고 근육도 훨씬 줄어들어 있었다. 어쩌면 카메라와 조명의 트릭일지도 모른다. 어차피 난 너무 근육질의 사내애보다는 낭창낭창하고 날씬한 애들이 더 좋으니까 상관없었다.

 

 그 애의 피부는 계집애처럼 하얗고 매끄러웠다. 아마 타고 났을 것이다. 황실 찻잔처럼 고왔다. 그러나 거기에 흠집이 있었다. 여기저기. 목덜미 아래, 가슴팍 언저리, 허리 부근, 늑골 뒤편, 등과 어깨. 거무스름하게 변색되고 희미해지고 있었지만 어쨌든 멍 자국들이 가득했다. 왼쪽 골반 위로 붉은색과 잿빛이 뒤섞인 상처가 작고 두툼한 뱀처럼 길게 돌출되어 있었다. 뾰족한 징이 가득 박힌 군화로 제대로 걷어 채였거나 나이프로 저민 흔적처럼 보였다. 끔찍한 상처였다. 아마 아직 다 아물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건 온전하지 않은 몸이었다. 무너지고 짓밟히고 부서진 몸이었다. 그제야 나는 그 애가 왜 필사적으로 몸을 빼내려고 했는지, 왜 불을 끄고 싶어 했는지 알 것 같았다.

 

 미샤는 내가 자기 몸을 샅샅이 살펴보고 만지도록 내버려 두었다. 골반의 상처에 입술을 대고 키스했을 때는 몸서리를 쳤다. 흥분해서가 아니었다. 몸이 뻣뻣하게 굳어졌으니까. 결국 나는 참지 못하고 얼간이처럼 물었다.

 

 “ 아파? ”

 

 “ 어떨 것 같은데? ”

 

 “ 아플 수도 있겠네. 30바늘은 꿰맸겠는데. ”

 

 “ 음, 거긴 그냥 놔둬. ”

 

 “ 아파서? ”

 

 “ 아니. ”

 

 “ 나쁜 기억 때문에? ”

 

 

 내가 왜 그런 바보 같은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난 그저 자식을 덮치고 싶을 뿐이었다. 단숨에 집어삼키고 싶을 뿐이었다. 고문을 당했던 아이를 위로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런데 내 입술은 다른 식으로 혼자 춤을 추고 있었다.

 

 

 “ 글쎄. 사실 기억나는 건 없어. ”

 

 “ 그럼 키스하게 놔둬. ”

 

 “ 왜? 난 별로야, 거기 손대는 거. ”

 

 “ 좋아질 테니까. ”

 

 “ 당신이? ”

 

 “ 네가. ”

 

 “ 이상한 논리잖아. ”

 

 “ 이 상황에서도 논리가 생각나나? ”

 

 

 나는 그 끔찍한 상처를 혀로 천천히 핥았다. 우툴두툴하게 부풀어 오른 그 흔적을 입술과 혀로 애무하자 마치 상처를 핥아주는 짐승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계속해서 핥고 입 맞춘다면 정말 나아질지도 모른다. 상처가 아물고 흉터조차 남지 않을 것이다. 좋아질 것이다. 더 이상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을 것이다.

 

 거긴 그냥 놔둬. 별로야, 거기 손대는 건.

 

 그토록 완벽하고 근사한 육체를 가졌던 아이, 그토록 뜨겁게 달아오르고 그토록 사랑스러운 아이가 자기 몸에 대해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건 어쩐지 기분 나쁘고 화가 났다. 어디든 놔둘 수 없었다. 모든 곳을 손대고 모든 곳을 애무하고 싶었다. 어느 곳을 건드리든 좋아지기를, 불덩어리처럼 달아올라주기를 원했다. 그 예쁜 입에서 거긴 놔두라는 말이 나오게 만든 놈들, 저 공작새 같은 애로 하여금 환한 불빛 아래 흉터와 얼룩이 드러날 게 두렵고 부끄러워서 램프를 끄고 싶게 만든 개자식들을 죽여 버리고 싶었다. 분명 이전에는 단 한 번도 자기 몸에 대해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애였을 테니까.

 

 

...

 

 

(사진은 alex gouliaev, 발란신의 '돌아온 탕자'를 추는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

 

 

이 단편은 예전에 여러 부분을 발췌해 올린 적이 있다. 이야기의 순서대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물론 중후반부는 중간중간 빠져 있지만)

 

맨 앞 부분(Night : 코즐로프와 미샤의 이야기 중에서) : http://tveye.tistory.com/4118

숙취로 고생하는 미샤와 차이코프스키에 대한 대화 : http://tveye.tistory.com/3253

아침, 여분의 수완, 바느질 : http://tveye.tistory.com/3465

다들 똑같아지면 재미없음, 싫지 않은 것과 보통과 별로 사이 : http://tveye.tistory.com/5087

백조 솔로를 추는 미샤 : http://tveye.tistory.com/3146 

사과파이를 먹는 코즐로프와 미샤 : http://tveye.tistory.com/3165

 

..

 


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
Posted by liontamer
2016. 10. 1. 19:26

2016 praha2016. 10. 1. 19:26




집에 가는 길.

잠이 모자라서 지하철 타면 정신놓고 존다 =.=


프라하 골목과 건물들, 성당 등 스며드는 빛 사진 몇장.






​​







:
Posted by liontamer




벌써 2주가 훨씬 지나갔고 나는 다음주 수요일에 돌아가는 비행기를 탄다. 즉 일주일이 채 남지 않았다.

 

 

간밤에도 여러 꿈을 꾸었다. 이주일 전 프라하에 와서는 오랜만에 다시 오는 도시의 아름다움과 향수에 빠져서, 돌아다니느라, 그리고 친구가 와줘서 함께 다니느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다. 보고 걷고 차를 마시고 좋아했던 장소에 가고, 글을 쓰기 시작하고, 내게 힘이 되어주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그것으로 충분히 바빴다. 삼각형 방과 의자 부재의 문제가 제일 골치아픈 정도였다

 

 

그리고 친구는 돌아갔고 나는 구시가지로 숙소를 옮겨왔다. 내가 이전에 머물렀던 곳에서 그리 멀지 않다.

 

 

역시 구시가지는 관광객들로 넘치고 공기 자체가 다르다. 예전에도 그런 걸 느꼈는데, 구시가지는 좀더 화려하고 웅장한 대신 어딘가 차갑고 싸늘하다. 아마도 요세포프와 거대한 고딕식 광장들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말라스트라나 쪽 역시 관광객들이 많지만 이쪽보다는 훨씬 덜하고 그쪽은 좀더 주민들이 많다. 해가 더 잘 들고 좀더 아기자기하고 조금 더, 뭐랄까, 사람 사는 동네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선지 구시가지로 옮겨오자 좀 쓸쓸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아무래도 한국에 돌아갈 날도 가까워지고 휴직 기간도 점점 줄어들고 있어 그런지 좀 불안하기도 하고 마음이 복잡하기도 하다. 아마 그래서 꿈도 꾸고 자다가 깨어나면 한동안 잠이 안 오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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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급여가 들어오는 날이었는데 물론 휴직 중이라 상당 부분 삭감되었고(질병으로 인한 휴직일 경우 초기 3달 동안은 급여의 일부를 좀 받을 수 있다) 작년도 평가 결과도 별로 좋지 않아(뭐 자업자득이다. 작년 하반기에 내가 워낙 방황을 했으니) 더 깎였다. 회사 다니는 내내 성과평가 결과나 등급에 대해 걱정해본 적이 없었는데 아프고 나서, 그리고 작년 같이 특수한 경우 등을 겪고 나니 이런 일이 생기는구나 싶다. 그래서 이번달 수입은 매우 적고, 물론 지출은 많다. 여기 오기 전에 1년짜리 묶어놨던 적금도 한개 풀어서 자금을 좀 조달해 왔다. 이럴 거라고 미리 생각하긴 했지만 확실히 눈에 보이는 숫자가 나타나면 좀 고민이 되기 마련이다.

 

 

나는 8월에 퇴사를 결심했었고 실제로 이를 실행하러 갔었다. 노조의 도움으로 잠시 휴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만 물론 그건 그리 매끄러운 과정이 아니었다. 만일 내가 정말 간절하게돌아갈 생각이었다면, ‘정말 간절하게 이 자리에 남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나는 노조에 이야기하지 않았을 것이고 노조의 도움도 받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어쨌든 임원의 의지에 반하는 행동이었고 노조에 있었던 일을 모두 말하고 도움을 받음으로써 사측에 대해 일종의 스트라이크 행위를 보여준거나 다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의 연차와 나의 위치에서 이 행위는 사실 영리한 건 아니었다. 앞날을 생각한다면, 남는다고 생각한다면. 하지만 그땐 전혀 그런 생각을 할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다시 돌아간다 해도 나는 그렇게 행동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회사와 밀고 당기기를 하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냥 그때 나는 너무 절박했고 떠나기로 마음먹었고 너무나 억울하고 속상했기 때문이다. 의사는 나에게 노조에 얘기한 것은 잘한 행위라고 했다. 나 역시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만일 그때 처음 생각했던 대로 말없이 퇴사하고 떠났다면 그리 타당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억울함과 분노 때문에 무척 괴로워하고 있었을 것이고 그 상처는 쉽게 낫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있자니 아마도 페테르부르크에 갔을 때보다 좀더 객관적이 된 것 같고 좀더 현실적인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한다. 아마도 나는 아직 두려운 것 같다. 통장 잔고. 앞으로의 미래. 새로운 직업에 대한 가능성 여부. 부모님. 나이. . 그냥 모든 것이. 그래서 이러다가 그냥 돌아가게 되는 걸까?’ 하고 자문하게 되기도 하고 그건 자신에게 비겁한 행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나는 여전히 회사에 대한 꿈을 꾸고 회사 사람들에 대한 꿈을 꾸고 있다.

 

 

 

곁에 누가 있어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종종 한다. 아마도 많이 쓸쓸했고 그만큼 자신감도 상실했고 약해진 모양이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성숙하고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그건 일종의 환상이었을 것이다. 사람은 나이를 먹으며 성숙하고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그것을 확장해나가는 가운데 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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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오늘은 조식을 먹어보려 했지만 어제 잠이 모자랐기 때문인지 오늘은 아침에 깼다가 자다가를 계속 반복했다. 이불을 두개나 덮고 잤지만 추웠다. 밤 기온이 6~7도니 그럴만도 하다. 그리고 구시가지는 말라 스트라나보다 더 춥다. 예전부터 느낀 점이다.

 

 

늦게 일어났고 어제 폴에서 사온 빵이랑 차를 먹고 나갈까 하다가 몸이 많이 허해진 것 같아 한국식당에 가서 런치를 먹기로 했다. 구시가지 들로우하 거리를 다라 쭉 가다가 베네딕트스카 쪽으로 접어들면 mamy라는 한국 식당이 있었는데 3년 전에 두어번 갔었다. 그때 많이 쓸쓸했던 때라 한국말을 듣고 인사를 했을때 슬며시 위안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숙소에서 600미터쯤 떨어진 거리라 금방 갔다. 예전에 많이 돌아다니던 지역이기도 하고. 많이 변했다. 장사가 잘 되는지 다른데도 분점을 냈다. 그땐 한국음식 위주의 좀 소박한 메뉴와 공간이었다면 지금은 스시와 각종 라멘, 각종 요리 등등 좀 중국식당처럼 굉장히 다양한 메뉴로 바뀌었다. 마케팅도 그렇다. 대신 현지인들이 많이 찾고 아시아인들도 중국사람들이 꽤 있었다. 런치도 전엔 두어가지였으나 이제 스시를 포함해 요일별로 매일 5가지 정도 있다. 그런데 나는 돼지고기 알레르기 때문에...

 

 



계란프라이를 얹어주는 짜장볶음밥 런치가 159코루나여서 그것을 고르고, 거기에 미니 된장찌개를 시켰다. 짜장은 춘장을 볶아 만든 것 같은데 볶음밥에 간장과 참기름이 들어갔는지 좀 짠 편이었다. 전반적으로 간이 세서 아쉬웠지만 어쨌든 오랜만에 밥과 된장찌개를 먹고 나왔다. 한국인이 하는 가게가 잘돼서 좋긴 한데 어쩐지 난 3년 전의 그 가게가 더 좋았던 것 같다. 음식도 그렇고...

 

 

마미에서 나와서 오랜만에 들로우하와 마스나, 리브나 등등 그쪽 길을 걸었다. 이쪽은 좀더 외지고 응달이고 어둡다. 낙서도 더 많다. 가는 길에 체코 포스터와 엽서 가게에 들러 맘에 드는 엽서를 몇장 샀다. 이쪽에서는 아녜슈카 수도원이 가깝다. 그래서 거기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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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프라하에서 가장 좋아하는 두개의 사원. 로레타와 아녜슈카이다. 후자는 매우 오래된 곳이고 돌로 만들어져 있고 아주 소박한 장미창과 아치가 있어 바로크풍의 화려한 로레타와는 완전히 다르다. 아녜슈카에는 중세 성화들과 조각상이 전시되어 있다. 이곳에 내가 비밀스럽게 좋아하는 그리스도 조각상이 하나 있다. 매우 인간적이고 매우 처절하고 또 불완전한 조각상, 진짜 예술가의 세련된 솜씨가 아니라 어딘가 서툴게 만들어진 조각상이다. 나는 사실 아녜슈카에 그 조각상과 장미창의 빛을 보러 가곤 했다. 별로 싸지 않은 입장료를 내고.

 

 

오랜만에 갔더니 많이 변했다. 샵도 생기고 로비도 많이 바뀌고 심지어 코트보관소까지 생겼다. 그러나 슬프게도, 전시품이 몇개 되지 않았다. 알고보니 발트슈테인 궁전 쪽에서 중세를 아우르는 큰 전시를 하면서 거기에 아녜슈카 전시물들이 상당부분 가 있었다. 오늘 산 입장권으로 거기 가서 볼수 있다고 한다. 가보면 되긴 하는데... 주중에 로레타 갔다가 들러볼까 한다. 왜냐하면... 그 그리스도 조각상이 없었기 때문이다. 훨씬 얌전하고 정통으로 만들어진 목각 그리스도상 뿐이었다.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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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녜슈카에서 나와서 그쪽 동네를 잠시 거닐었다. 산책하고 사진 찍기 좋아하던 고적한 장소였다. 그리고 언제나 이곳은 어딘가 싸늘하다. 요세포프의 시나고그들이 있는 곳들이 그렇듯. 그러다 플레이모빌 샵 발견!!! 테스코에 용감한 조지 친구들 사러 갔다가 없어서 슬퍼했었는데 어린이 장난감 가게 진열창에 거대한 플레이모빌이 빵긋 웃고 있었다! 정신없이 들어가 홀린 듯이... 기사와 천사와 악마 모빌을 사버림 ㅠㅠ 망했다. 통장 잔고 보고 슬퍼한 게 불과 두시간 전이잖아 ㅠㅠ 용감한 조지 친구들에 그만 눈이 멀어... 뭐 그렇게 비싼 금액은 아니지만 한푼두푼 모여 이미 유리지갑은 가루먼지로... 이제 정말 아무것도 안 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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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당에서 먹은 짜장볶음밥과 김치 때문에 입안이 안좋아서 차와 케익을 먹으러 베이크숍 프라하에 갔다. 여기는 가격대가 좀 있지만 그래도 빵과 케익이 맛있는 곳이다. 예전에 두달 동안 살때 가끔 가서 빵을 사기도 하고 애플파이나 티라미수를 테이크아웃해오곤 했다. 여기 티라미수는 프라하에서 제일 맛있다. 좀 진하고 두껍고 슬라이스아몬드가 빽빽하게 붙어있다. 이탈리아에서 먹은 티라미수와는 약간 다르지만(도리어 이탈리아에서 먹은 티라미수는 좀더 부드럽고 아이스크림 같고 묽은 제형이 많았음) 맛있다. 오늘 다시 먹으며 느꼈다. 맛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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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숙소에 돌아왔다. 짐과 카메라를 내려놓고 노트북을 들고 다시 나왔다. 와이파이 되는 곳을 찾아.... 며칠 전 갔던 황금수탉 건물의 찻집에 갔으나 자리가 없어 바츨라프 광장 쪽의 도브라 차요브나에 왔다. 료샤가 보스턴 티파티를 안 마시고 내가 카쉬미르의 향기를 마셨다가 피봤던 그곳이다 오늘은 다즐링 히말라야를 시켰다. 내 노트북의 엘지 마크 때문인지 주인이 나에게 한국에서 왔느냐면서 재작년에 tea trip을 갔었다며 보성과 부산, 제주도를 갔다고 한다. 내가 보성 녹차밭 가셨냐고 했더니 그렇다면서 판타스틱했다고 한다. 녹차아이스크림 드셔보셨어요 했더니 그거 못먹었다고 아쉬워한다... 근데 사실 나도 보성 녹차밭 못가봤어 ㅋㅋ

 

 

보스턴 티파티는 좀 강할 것 같아 다즐링 히말라야 시킴. 너무 맘에 드는 푸른색 세라믹 티포트와 조그만 찻잔을 줬는데 이거 너무 갖고 싶다... 하지만 이거 파는 거냐고 물어보지 않을거야 유리지갑 가루... 아 근데 이 찻잔 너무 예쁘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푸른색과 녹색이다 ㅠㅠ

 






 

근데 여기도 와이파이가 왔다갔다 하네. 이 글이 올라갈지 모르겠다.. 이거 올려놓고는 숙소로 돌아가 저녁 대충 먹고 글 좀 쓰다 자려고 한다.

 

 

 ... 찻집에서도 와이파이 끊겨서 나왔는데 라진님 쉑쉑버거 포스팅 때매 버거 먹고파서 버거킹 와서 와퍼 먹고 있음. 히티틀러님 생각도 나네요... 여기서 와이파이가 잡혀서 올려보고 있음. 역시 패스트푸드점과 스타벅스여야 하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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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9. 21.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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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이 부실로 사진이 1장 이상은 오류나서.. 레이아웃으로 4장 합쳐봄 ㅠㅠ

돌과 빛의 오래된 사원.. 내가 좋아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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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