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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9. 11. 21:15

수프 비노에서 점심 먹음 2017-19 petersburg2018. 9. 11. 21:15






다행히 수프 비노는 영업 중이라 좋아하는 해물 루꼴라 파스타로 점심 먹음. 평일 낮이라 20% 할인도 받음. 근데 오늘도 알렉세이가 없었다 ㅠㅠ







내 꽃무늬 빨강까망 원피스랑 수프 비노의 이쁜 타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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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 내일 하루만 더 지내고 나면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야 한다. 생각하니 괴롭구나.



낮 열두시 마린스키 신관 발레 공연 티켓을 끊어두었었다. 료샤와 레냐도 갈까 했었는데 이것도 현대 발레이고 또 레냐가 보기에는 너무 플롯이 없어서(사실 레냐보다 료샤가 걱정 ㅋ) 그냥 나 혼자 보러 가기로 했다. 대신 내일 낮 공연은 불새니까 레냐도 볼만해서 같이 가기로 함.



아침에 보니 파란 하늘이 손톱만큼 보였다.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지만 실낱같은 희망을 품었다.



극장에 갔는데 하늘이 보이기 시작해서 부디부디 공연 끝나고 나와서도 날씨가 개어 있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다. 제바아아알... 네바 강변 한번이라도 걷게 해주세요오오... 아직 청동기사상도 보러 못 갔다고요...



오늘 공연은 마린스키 무용수이자 젊은 안무가인 일리야 쥐보이가 안무한 현대발레 '사계'(THE FOUR SEOSONS)였다. 작년 여름에 젊은 안무가 워크숍 공연에서 쥐보이가 Seasons란 제목으로 이 발레의 초안을 올린 적이 있었다. 그때는 2~30분 정도였던 것 같다. 당시에도 막스 리히터의 음악과 쥐보이의 안무가 잘 어우러져서 느낌이 괜찮았었다. 극장에서도 그렇게 여겼는지 2막짜리 발레로 전곡을 써서 안무하게 해주었고 몇달 전 초연을 했었다.




내가 리히터를 좋아하기도 하거니와, 쥐보이의 안무도 우아하고 감성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와서 본 세가지 공연 중 오늘 공연이 제일 맘에 들었다. 그러니까, 프렐조카주의 Le Parc보다는 쥐보이의 이 작품이 좀더 내 취향이었다. 물론 주역을 춘 무용수가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이기도 했지만. 하여튼 오늘 공연은 꽤 좋았다.

(커튼콜 사진은 다 번져서 안 올린다... ㅠㅠ 3층 앞줄에 앉아서 너무 멀기도 했고 조명이 너무 밝았다 ㅠㅠ)



..



공연을 보고 나왔는데... 빗방울이 약간씩 떨어지고 있었다. 흐흑... 료샤랑 레냐가 기다리고 있었다. 차를 타고 호텔 앞으로 왔는데 그때 다시 개면서 하늘이 보였다. 나는 '아아... 하늘이 보여, 제발 네바 강변을 산책하자' 라고 징징거렸다.



우리는 해군성 공원을 지나 청동기사상 쪽으로 갔다.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지만 저 멀리에는 파란하늘도 좀 보였다. 표트르에게 인사한 후 길을 건너 네바 강변을 따라 거닐었다. 아아... 그래도 네바 강변 걷긴 하는구나 엉엉... 석양 보는 거라면 더 좋겠지만 엉엉 이게 어디야...










네바 강변을 쭉 따라 걷다가 에르미타주 쪽으로 틀었다. 궁전광장으로 가니 오늘이 바이커 축제일이었다. 그래서 광장에 수많은 오토바이들 집결. 가죽점퍼의 라이더들 우글우글. 내가 또 이런 걸 좋아해서(ㅋㅋ) 넋놓고 그 해골과 가죽 패션과 멋있는 오토바이들을 보고 있는데 료샤가 '야!' 하면서 날 확 잡아끌었다. 사람 많은데 들어가면 밟힌다고 ㅋㅋ 레냐는 '쥬쥬가 좋아하는 해골 옷이 많아!' 하고 소리를 쳤다 ㅋㅋ



..



그런데... 아틀라스 발을 만지며 소원을 빌고 막 내려오는 순간부터 빗방울이... 아니야 아니야... 나는 이 사실을 필사적으로 부정하고 싶었지만 비가 오기 시작했다..



(비와서 카메라 집어넣고 폰으로 찍음. 우중충해진 거리 ㅜㅜ)




료샤의 차는 호텔 앞에 세워두었으므로 그리로 가야 했다. 그러나 나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또 금방 그치지 않을까? 우리 그리보예도프 운하 따라 조금만 걸으면 안될까?' 하고 불쌍하게 부탁했다. 료샤는 툴툴댔지만 레냐는 '그래그래!' 하고 내 손을 잡아끌었다.




우산 쓰고 그리보예도프 운하 쪽을 따라 걸어가는데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 앞에서 비가 또 그쳤음. 그래서 우리는 미하일로프스키 정원을 좀 산책했고 다시 운하를 따라 나왔다. 나온 김에 좀더 걸어서 카잔 성당 쪽을 지나서 수프 비노에 갔다. 여기는 전에 bravebird님이 소개해주셔서 알게 된 곳인데 목소리가 다정하고 매력적인 알렉세이가 있는 곳이다. 료샤랑은 안 갔었다. (알렉세이 얘기하면 또 쿠사리 줄 게 뻔해서 ㅋ) 하지만 레냐랑 료샤도 배가 고프다 했고 나는 극장에서 먹은 빵 한조각 파인애플 몇조각이 전부라 정말 배가 고팠다. 수프 비노는 음식이 맛있고...



알렉세이가 있을까 궁금해하며 쭉 걸어서 수프 비노에 갔다. 그런데 슬프게도 알렉세이가 없었고 모르는 남자가 있었다. 생각해보니 전에도 알렉세이는 주말에는 근무를 안했던 것 같음 ㅠㅠ 알렉세이 말고도 안면 있는 점원이 두엇 있긴 한데 오늘 가게 보던 남자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아는 얼굴이었음 알렉세이에게 안부 전해달라고 하고팠는데 ㅠㅠ





하여튼 배고프고 너무 지쳐서 생강 레모네이드랑 치킨 수프랑 해산물파스타를 주문했다. 료샤는 핀란드식 우하(크림이 들어가는 생선수프. bravebird님이 여기 핀란드 우하를 좋아하심. 내 입맛엔 조금 짠 편이라 나는 치킨수프가 더 좋았다), 탕수치킨 비슷한게 곁들여진 볶음밥을 시켰고 레냐는 버섯파스타를 시켰다. 수프는 나랑 나눠먹었다. 이곳의 치킨 수프는 긴 쌀이 가득 들어 있고 무척 따뜻해서 꼭 닭곰탕에 밥 말아먹는 기분이라 몸이 따뜻해진다. 작년 여름에 너무 힘들때 여기서 그 수프 먹고 감동받은 기억이 있다.... 그때 음식을 별로 못 먹던 때였는데...



료샤도 레냐도 음식이 맛있고 분위기도 좋다고 했다. 료샤는 보통 이렇게 조그만 카페 같은 음식점엔 잘 오지 않는다(여기는 테이블이 5개 뿐이고 아주 작다) 사실 덩치 큰 료샤가 앉기에는 의자도 좀 좁은 편이었지만 음식이 맛있고 음악도 좋다면서 의외로 좋아했다. 다 먹은 후 레냐를 위해 치즈케익을 시켜주었다. 작년에 먹었을때 맛있었던 기억이 나서. 레냐는 무척 좋아했다.


..



나와서 걸어나오다 카잔 성당 앞 벤치에 앉아 잠시 쉬었다. 분수를 보면서. 오래전 미샤가 등장하는 illuminated wall 단편은 이 장소를 배경으로 시작되어 궁전광장의 원주 아래에서 끝난다. 레냐는 작년에 내가 이 분수 앞 벤치에 앉아 그 단편 이야기를 해준걸 기억하고 있었다. 벤치에 앉는데 레냐가 '쥬쥬가 쓴 글에서 미샤랑 레냐-자기랑 이름 똑같아서 잘 기억함-가 여기서 만났어 그치. 레냐가 여기서 아이스크림 먹었어 그치?' 하고 갑자기 떠올려서 반갑고 귀여웠다.





(그 단편에서 화자인 레냐는 이 벤치 중 하나- 잘 보면 오른쪽의 분홍색 옷 입은 분 앉아 있는 저 벤치-에 앉아 책 읽고 있는 미샤와 마주친다)





분수를 보고 있는데 아까 궁전광장에 모여 있던 바이커들이 우르르 몰려 지나갔다. 네프스키 대로를 꽉 채웠고 차들이 다 멈췄다.



우리는 엘리세예프스키 상점에 가서 과자들과 케익 구경을 했다. 뭘 사지는 않았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호텔 쪽으로 돌아왔다. 료샤는 항상 차를 가지고 다니므로 버스를 타는 일이 거의 없다. 심지어 버스 요금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있어 나랑 레냐가 '바보!' 하고 소리쳤다. (버스 요금이 작년 겨울보다 더 올라서 지금은 40루블임)



호텔 로비에서 잠시 쉬었다. 나는 석양을 보고팠지만 흐려서 실패했다. 대신 황혼녘의 모이카 운하를 좀 거닐었다. 중간에 레냐가 다리 아프다고 했다. 나도 다리가 아팠다. 오늘 많이 걸었다. 나 때문에 어린 레냐가 많이 걸어서 미안해졌다. 안아주고 싶었지만 이제 레냐는 내가 안기에는 너무 크고 무겁다. 곧 나만큼 커질 것이다. 료샤는 예전같으면 레냐를 안아주거나 업어주었겠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이제 다 큰 소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레냐도 이제 '아빠, 다리 아파 업어줘'라고 떼를 쓰지 않는다. 그냥 '다리 아프다, 좀만 쉬었으면' 이라고 말한다. 레냐는 많이 컸다...



내가 '레냐야 미안해. 내가 오랜만에 뻬쩨르 와서 산책하고 싶었는데 너무 많이 걸었나봐. 다리 많이 아프지?' 라고 묻자 레냐는 '나는 금방 안 아파져! 나는 건강해!' 하고 소리치더니 갑자기 '쥬쥬가 집에 안 갔으면 좋겠어. 그러면 맨날 이렇게 같이 걸을 수 있는데. 그러면 하루에 이렇게 많이 안 걸어도 되는데' 라고 한다. 레냐는 빵긋빵긋 웃으며 그렇게 말했는데 나는 갑자기 그 말에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꾹 참았다.






..




우리는 방에 돌아왔다. 레냐는 많이 걸어서 피곤했는지 침대로 기어올라가 살풋 잠이 들었고 나는 료샤와 소파에 앉아(방 업그레이드해준 거 다시 생각해도 참 좋다 ㅋㅋ) 얘기를 좀 나누었다. 감자칩과 하리보 젤리를 깔아놓고 석류 주스를 마셨다. 료샤는 맥주 마시고 싶어했지만 레냐 태우고 운전해야 하므로 나와 주스 나눠마셨다. 그는 몹시도 맥주를 마시고 싶어했다. 그래서 '에이. 여기 방 하나 잡아서 자고 갈까' 하고 정말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는 정말 방을 잡았다. 아니... 여기는 무려 아스토리야 호텔인데... 운전 안하고 맥주 마시고프다는 이유로 즉석에서 방 잡아서 자고 갈 수 있는 부르주아 녀석이 부럽구나... 나는 여기 묵어보려고 환불도 안되는 가장 저렴한 요금 간신히 찾아서 그나마도 큰맘먹고 예약한 거였는데...



료샤는 나보고 오늘 얼마나 걸었는지 확인해보라고 했다. 앱을 보니 8.8킬로나 걸었다. 많이 걸었다. 나는 극장도 갔었기 때문에 료샤랑 레냐보다 더 많이 걸었던 것이다. 료샤는 나에게 몸살날지도 모르니 자라고 했다.



우리는 좀더 이야기를 나누었다. 료샤는 레냐를 살살 깨웠다. 레냐가 집에 가기 싫다고 막 울려는데(이럴땐 아직 아기 같음 ㅋㅋ) 료샤가 아래층에서 자고 갈거라고 하자 '쥬쥬도?' 하고 빵끗 웃는다 ㅋㅋ 아니야 레냐야. 나는 여기서 자고 너는 아빠랑 다른 방에서 자는 거야 ㅋㅋㅋ



료샤랑 레냐는 아래층에 자러 가고 나는 씻고 나와 오늘의 메모를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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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7. 8. 29. 22:33

수프 비노, 작년 6월 2016 petersburg2017. 8. 29. 22:33





작년 6월. 페테르부르크. 카잔스카야 거리의 수프 비노.




여기는 bravebird님의 소개로 알게 된 곳이다. 로컬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 그리고 따뜻하고 아늑한 곳, 나직하고 부드럽고 조용한 목소리의 알렉세이가 있는 곳이다.




2015년 여름에 처음 갔었다. 작년 6월에 거의 도망치듯 페테르부르크로 날아와 3주 정도 머물렀다. 수프 비노에 두어번 갔고 알렉세이와 다시 대화를 나눴다. 그때 이야기를 나누다가 '전 좀 긴 휴가를 얻었어요.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었어요' 라고 말했고 알렉세이는 매우 부드럽고 조용한 특유의 목소리와 선량한 눈빛으로 '그랬군요' 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 대답보다는 눈빛과 목소리 때문에 남모를 위안을 받았다. 그건 살짝,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의 묘지 사이를 거닐며 종소리를 들을 때 느끼는 평온함과 위안의 느낌에 가까웠다.



수프 비노. 사진 몇 장.




사족 : 이곳의 치킨 수프는 매우 맛있다. 파스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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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어제 불편한 자리에 앉아 공연 보면서 너무 무리했는지 온몸이 아프고 쑤셨다. 정오 넘어서까지 멍하게 누워 있었다. 그런데 바깥 날씨가 좋았고 일기예보를 보니 내일부터 비가 온다고 해서 오늘 바리쉬니코프 전시랑 수도원에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억지로 일어났다.

 

..

 

 

 

 

일어나긴 했는데 이래저래 나오니 두시 반이 넘어 있었다. 날씨가 좋다 못해 엄청 덥고 뜨거웠다. 땀이 날 정도였다. 아무것도 안 먹었기 때문에 근처 봐두었던 몇개 베이커리 카페에 들렀으나 다들 사람이 엄청 많았다. 인기 많은 곳들인가보다. 그래서 좀 걸어가다가 카잔스카야 거리로 이어지길래 수프 비노에 가기로 했다.

 

지난번에 갔을 땐 알렉세이가 없었는데 오늘은 있었다. 혼자 가게를 보고 있었다. 처음엔 아는 체는 안하고 그냥 인사를 한 후 저번에 먹었던 닭고기 수프와 루꼴라 해산물 파스타, 생강 레모네이드를 주문했다.

 

 

 

다 먹은 후 조용한 목소리가 매력적인 알렉세이에게 살며시 물었다.

 

나 : 제 실수가 아니라면, 알렉세이 맞죠?

알렉세이 : 맞아요, 알렉세이.

나 : 혹시 저 기억하세요? 작년 여름에 왔었는데.

알렉세이 : 네. 사실 들어왔을때 알았어요! 그때 와서 같이 얘기하고 블로그로 알게 된 친구 얘기하셨죠.

나 : 맞아요. 그 친구도 기억하시나요?

알렉세이 : 네, 얼마 전에 왔었어요! 기억해요!

나 : ㅎㅎ 그 친구랑 저랑 여기서 2주 전에 드디어 만났답니다.

알렉세이 : 정말요? 인터넷으로만 안다고 하셨잖아요. 만난 적 없다고.

나 : 네! 그래서 우리 만나면 꼭 페테르부르크에서 만나자고 했는데 그게 이루어졌어요. 같이 여기 오고 싶었는데 시간이 안 맞아서 그 친구는 먼저 따로 오고 저도 얼마전에 왔는데 그땐 당신이 없었어요.

알렉세이 : 아, 그랬구나... 저 없을 때 오셨었군요!

나 : 네, 그때 비와서 춥고 아팠는데 저 닭고기 수프 먹고 엄마 생각이 났고 몸이 따뜻해져서 좋았어요.

알렉세이 : 그 말 들으니까 저도 기분이 좋아요.

나 : 친구는 한번밖에 못왔다고 굉장히 아쉬워했어요. 얘기 많이 나눴냐고 물어보니 별로 못했다고 했어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또다시 인사를 하며 얘기를 하기로 했어요 :)

알렉세이 : 너무나 기뻐요. 여기를 기억해준다는 것, 그리고 여기를 다시 찾아주신다는 게요. 친구분도 잘 기억해요.

나 : 그 친구의 닉네임은 독수리고 저는 토끼에요 ㅋㅋ

알렉세이 : 그래서 독수리와 토끼가 만나게 된 것이군요!

나 : 네, 우리는 이삭 성당 앞에서 만났답니다.

알렉세이 : 너무 근사한 얘기네요! 근데 당신은 어떻게 노어를 그렇게 잘 하세요?

나 : 아니에요, 많이 잊어버렸어요 ㅠㅠ

알렉세이 : 아니에요, 노어를 정말 잘해요. 어디서 배우셨어요?

(외국인이라 그렇게 생각한 것임. 진짜 잘해서 그런건 아닐듯 ㅋㅋ)

나 : 전 노어랑 노문학 전공했고 옛날에 여기서 조금 살았어요. 요즘은 1년에 한번쯤 꼭 와요. 페테르부르크가 제 2의 고향 같아요.

알렉세이 : 왜 제2의 고향이에요?

나 : 음, 여기가 너무 아름다웠고... 러시아 문학과 극장이 좋았고... 그냥 도시랑 사랑에 빠졌어요. 부러워요,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에 살고 계시는 것이.

알렉세이 : 우리 도시를 좋아해줘서 저도 기뻐요. 그리고 저를 기억해주고 여기를 기억해줘서도 기뻐요! 러시아 문학을 좋아하신다니 그래서 아까 러시아어로 책을 읽고 있었군요

나 : 네, 도블라토프 좋아해요.

알렉세이 : 우와, 좋은 작가죠.

나 : 그리고 도스토예프스키도요. 기억하세요? 작년에 왔을때 제 친구가 당신이 알렉세이 까라마조프 연상시킨다고 했던 거

알렉세이 : (웃음) 네!

나 : 친구 얘기가 다시 나와서 말인데, 친구랑 여기서 다시 보고팠는데 시간이 안돼서 먼저 돌아갔어요. 저도 며칠 후 돌아가거든요. 그 친구가 꼭 안부인사를 전해달라고 했어요.

알렉세이 : 제 안부도 꼭 전해주세요!

나 : 그리고, 작년처럼 이번에도 저랑 같이 사진 한장만 찍어주세요 :) 친구에게 보내주려고요.

알렉세이 : 그럼요~ 좋아요.

 

그래서 우리는 내 핸드폰으로 좀 웃긴 셀카를 찍었다. 자세가 엉거주춤해서 내 얼굴이 좀 웃기게 나왔다만... 하여튼 bravebird님~ 문자로 사진 보내드렸어요 :)

그때 다른 손님이 왔다, 그래서 나는 알렉세이에게 '저 또 올게요~' 라고 인사했고 알렉세이도 '다시 오시기로 한 거예요~ 또 봐요!' 하고 인사를 나눴다.

 

이곳과 조용한 목소리의 알렉세이를 알게 해주신 bravebird님 고마워요. 다시 얘길 나눈 알렉세이는 작년보다 몇배로 더 좋았어요 ㅎㅎ

 

..

 

수프 비노에서 나와 카잔 성당 앞으로 간 후 버스를 타고 판탄카 근처 시티은행에 가서 다시 돈을 찾았다. 생각보다 돈을 많이 쓴거 같다. 근데 어차피 이번에 온 것 자체가 유리지갑 가루이므로... ㅠㅠ

 

전시 보러 갈 시간은 모자랄 것 같아서 그냥 수도원에 가기로 했다. 료샤에게 연락이 와서 수도원에서 보자고 했다. 그리고는 아무 생각없이 22번 버스를 탔는데... 아뿔싸... 22번은 트롤리버스만 수도원에 가고 나머지는 다른 버스가 가는데 생각없이 버스를 탄 것이다. 보통땐 버스가 오면 무조건 노선도를 잘 읽어보고 타는데 오늘은 좀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점점 버스는 이상한 곳으로 가고... 돌아서 가나 싶었지만 체르니셰프스카야 지하철역을 지나고 또 한번도 안와본 거리 이름이 줄줄이 나오기 시작하자 그때 깨달았다. 완전 잘못 탔네... 내려서 반대방향 차를 타고 네프스키 대로로 도로 가야 수도원 가는 버스를 타려나보다...

 

그래서 포춈킨스카야 거리(전함 포템킨 그 이름이다)에서 내렸더니 타브리체스키 공원이 있었다.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인데 마침 공원이 있어서 거기 잠깐 들어갔다. 영국식 정원인데 토요일이라 수많은 가족들이 나와서 잔디밭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공원을 좀 거닐었는데 덥고 목마르고 엄청나게 아이스크림이 먹고팠다. (원래 공원에 오면 러시아 아이스크림이 먹고프다) 다시 네프스키 대로로 나가 수도원으로 갈 생각을 하니 갑자기 너무 힘들어서 료샤에게 연락을 했다.

 

나 : 친구야, 버스를 잘못 타서 듣도보도 못한 곳에 왔어... 무슨 포춈킨스카야 거리에서 내려서 무슨 타브리체스키 공원에 있어.

료샤 : 아이고 이 멍충아! 웬 포춈킨스카야 거리! 수도원이랑 완전 다른 쪽이잖앗!

나 : 잉 ㅜㅜ 나는 외국인이잖아 ㅠㅠ

료샤 : 바부팅이. 거기 울집에서 가까워. 레냐랑 그리로 갈게.

 

료샤는 스몰니 사원 근방에 살고 있다. 대충 지리를 보니 정말 스몰니랑 가까운 것 같긴 했다. 그래서 공원에 잠시 앉아 햇살 쬐며(좀 땀흘리며 ㅠㅠ) 친구를 기다렸다. 가만히 앉아 있자니 내가 먹을 거라도 잘 주게 생겼는지 비둘기 몇마리가 어정거리며 다가왔다. 먹을 거 없어 ㅠㅠ

 

 

..

 

료샤가 잠시 후 차를 몰고 왔다. 레냐가 막 뛰어왔다. 햇살 뜨겁다고 야구모자에 앙증맞은 선글라스까지 껴서 진짜 귀여웠다. 료샤도 모스크바 출장 다녀오느라 며칠만에 보는 거였다. 레냐가 역시나 찰싹 안기며 좋아했다.

 

레냐 : 쥬쥬우~~ 하얀 옷 입었어, 아이 좋아~

나 : 엥, 내가 하얀 옷 입는 게 좋니?

레냐 : 쥬쥬 하얀 옷 입은 거 첨 봤어. 아이 좋아 아이 예뻐~

료샤 : 거봐! 맨날 해골 티셔츠 따위 입지 말고 꽃무늬랑 그런 블라우스랑 뭔가 파진 옷을 입으라 했잖아!

나 : -_- 마지막 단어는 못 들은 것으로... (레냐의 귀를 막아라 ㅋㅋ)

(오늘 그 잔무늬가 있는 흰 블라우스를 입고 나왔었다. 근데 어깨가 헐렁해져서 안에 얇은 캐미솔을 받쳐 입었다만 좀 패여 있긴 했다. 여기서나 입지.. 하긴 돌아가면 도로 살쪄서 블라우스가 헐렁하지 않을지도 ㅋㅋ)

료샤 : 얼굴도 좀 나아졌네. 역시 너는 뻬쩨르가 몸에 맞아. 그냥 여기 계속 있지...

나 : 나도 그러고 싶네 ㅠㅠ

료샤 : 수도원 갈 거야?

나 : 아니, 나 너무 피곤해 친구야...

료샤 : 그럼 모이카 쪽에 맛있는 식당 있는데 거기 밥먹으러 가자.

나 : 그래그래~

 

..

 

 

그래서 나는 료샤 차를 타고 편안하게... 네프스키 대로로 나갔는데... (료샤가 얘기한 모이카 운하 쪽 식당으로 가기 위해서는 네프스키 대로를 통과해야 함) 편안해지려다가...

 

료샤 : 으잉? 이게 뭐야!

레냐 : 아빠! 도로에 사람들이 걸어다녀!!!

 

네프스키 중간까지 왔을 때였다. 그러니까 딱 가스찌니 드보르와 유럽호텔 부근이었는데 거기서부터 차량 통제를 하고 있었다. 알고보니 오늘이 '알릐예 빠루사'(진홍색 돛배 - 유명한 러시아 낭만소설 제목인데 여기서 연루되어 매년 진홍색 돛을 단 스웨덴 범선이 네바 강에 들어오고 그날은 여름 축제날이다) 축제일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졸지에 가스찌니 드보르부터 네프스키 대로는 차 없는 거리가 되었고 사람들이 너도나도 대로로 쏟아져나와 걷고 있었다.

 

 

 

료샤가 막 짜증을 쏟아내려는데 나랑 레냐는 흥분해서 '우와! 네프스키에 차가 없어! 우와! 우리도 나가자!' 하고 뛰쳐나갈 기세였다. 료샤는 한숨을 푹푹 쉬었다.

 

료샤 : 어휴! 이게 뭐야!

나 : 료슈카!!! 나 네프스키에 사람 없는 거 첨봐!!!!

료샤 : 뭐가 그렇게 신기해! 너 옛날에 승전기념일 때 네프스키에서 깔려죽을 뻔 했다며!

나 : 아 맞다. 옛날옛날에 그런 적 있다. 그때도 차량 통제했지. 그치만 그땐 인파 때문에 무서웠는걸. 이거봐, 사람들이 너무 편하게 걸어다녀. 친구여, 차 어디 세워놓고 우리도 잠깐 도로로 나가면 안되니?

 

료샤는 뭐라뭐라 투덜댔지만 하여튼 차를 카잔 성당 뒤쪽 어딘가로 끌고 가서 댔다. 경찰 아저씨와 또 한참 뭐라뭐라 했다. 골치아픈 건 차 주인에게 맡겨두고 나는 레냐랑 뛰쳐나갔다.

 

레냐 : 쥬쥬~ 우리 아이스크림 먹어?

나 : 응, 아이스크림 먹어!

레냐 : 아이 좋아~

나 : 오늘 안 먹었어?

레냐 : 응, 아까 사달랬는데 아빠가 쥬쥬 만나면 분명히 아이스크림 먹을 거니까 그때 먹어야 한댔어.

나 : 너네 아빠가 참 나를 잘 아는구나 ㅠㅠ 가자, 아이스크림 사줄게~

 

나는 레냐 손을 잡고 아이스크림 가판대로 갔다. 레냐는 딸기가 든 마그낫 아이스크림(외제)이 맛있다며 그걸 골랐고 나는 '에스키모 레닌그라드스꼬예 아이스크림'을 골랐다. 료샤는 덥다면서 콜라를 골랐다.

 

레냐 : 쥬쥬는 신기해.

나 : 왜?

레냐 : 러시아 사람 아닌데 러시아 아이스크림 좋아해. 에스키모 먹어. 울 엄마아빠같아. 울 엄마아빠도 에스키모 좋아해.

(에스키모는 소련 때부터 내려오는 전통적 러시아 아이스크림임 ㅋ)

나 : 난 러시아 마로제노예(아이스크림)가 제일 좋아. 레냐가 좋아하는 마그낫이랑 하겐다즈보다 에스키모랑 다샤가 더 좋아.

레냐 : 정말? 하겐다즈보다? 진짜?

나 : 응. 제일 맛있어, 에스키모랑 다샤. 에스키모는 다 맛있어. 콘이랑 하드랑 이 세모난 레닌그라드스꼬예랑.

레냐 : 쥬쥬 옛날 사람 같아.

료샤 : 쥬쥬 옛날 사람 맞어! 아빠 또래야!

레냐 : 아빠는 아저씨고 쥬쥬는 아가씨인데! 내 약혼녀인데!!

료샤 : 쥬쥬가 나보다 두살이나 나이 많...

(내가 잽싸게 그의 입을 틀어막음 -_- 이 자식이... 사랑엔 나이도 국경도 없다고 누누이 말하지 않았느냐!)

 

 

이것이 그 에스키모 레닌그라드스꼬예. 은박지로 싸여 있으니 진짜 촌스러워 보인다 ㅋㅋ 하지만 맛있다. 너무 달지 않고 우유맛도 많이 나고.

 

 

우리는 차 없는 네프스키 대로로 나가서 햇살을 쬐며 도로를 거닐고 사진을 좀 찍었다. 나는 뜨거운 도로 위에 앉아보았다. 잠깐 눕기까지 했다. 료샤가 혀를 찼다.

 

료샤 : 어휴 너 뭐해... 왜 누워 ㅠㅠ

나 : 네프스키에 차가 없으니 좋아서... 내가 언제 이렇게 해보겠니~

료샤 : 레냐가 따라하잖아! 레냐야 눕지 마! 옷 버려!

레냐 : 쥬쥬는 하얀 옷인데도 누웠는데 ㅠㅠ

료샤 : 쥬쥬는 어른이잖아!

레냐 : 어린이 싫어, 어른 할래 엉엉...

나 : 레냐야 내 무릎에 앉아.

 

그래서 나는 네프스키 대로에 가방을 베고 누웠고 무릎에 레냐를 앉힌 채 파란 하늘과 눈부신 태양, 하늘 위로 깔려 있는 트롤리버스와 트램 전선들, 솟아오른 건물들을 잠시 바라보았다. 바닥에서 열기가 올라왔지만 누우니까 신기하게 좀 시원했다. 무릎에 앉아 있는 레냐는 따스했다. 그리고 옆에 철퍽 주저앉아 콜라를 벌컥벌컥 마시며 촌스럽니 어쩌니 하고 있는 료샤가 웃겼다. 친구야, 명품 선글라스 끼고 명품 재킷 입고 바닥에 퍼질러 앉아서 콜라 마시며 사레들리는 네가 더 웃기거든!!

 

..

 

잠시 후 우리는 일어났고 카잔 성당 분수 앞 벤치로 갔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벤치에 앉아 바람을 쐬며 분수를 구경했다. 레냐가 물었다.

 

레냐 : 쥬쥬, 왜 여기가 제일 좋아?

나 : 몰라. 옛날에 처음 왔을때부터 여기가 좋았어. 그래서 내가 한국에 돌아간 후에 너무너무 뻬쩨르가 그리워서 소설을 하나 썼는데 배경이 바로 이 벤치였단다.

레냐 : 우와, 정말?

나 : 응. 그리고 있잖아, 주인공 말고 주인공 친구가 있는데. 이야기를 이끌고 가는 사람이거든. 그 남자 이름이 레냐였단다 :)

레냐 : 우와아! 나야? 내 이름 붙인 거야?

나 : 아니, 그때는 너네 아빠도 알기 전이었고 레냐는 태어나기 전이었어. 근데 레냐라는 이름이 좋아서 붙였어.

레냐 : (으쓱으쓱) 히히히... 레냐는 착해? 레냐는 뭐하는 사람이야?

나 : 레냐는 마린스키 극장 무용수였단다.

레냐 : 슈클랴로프처럼!

나 : 슈클랴로프처럼 ㅋㅋ

레냐 : 우와아... 그러면 주인공은? 주인공 이름은 뭐였어?

나 : 미샤. 그 사람도 마린스키 무용수였단다.

레냐 : 내 친구도 미샤 있어, 세명이나 있어.

나 : 응 그래그래. (젤 흔한 이름이니 ㅜㅜ)

레냐 : 그러면 그건 무슨 이야기야? 레냐랑 미샤가 여기서 아이스크림 먹어? 우리처럼?

나 : 음, 옛날옛날인데, 1970년대였는데, 지금처럼 여름이었어. 레냐는 우리처럼 길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먹었어.

레냐 : 에스키모?

나 : 아마 그랬겠지? 옛날이니까. 그래서 레냐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여기로 왔는데 이 벤치에 친구인 미샤가 앉아서 책을 보고 있었단다.

료샤 : 너처럼! 너 공원에 앉아 책보는 거 좋아하잖아.

나 : (엥, 듣고 있었던 거니?) 응, 나처럼. 미샤는 나처럼 이 자리를 좋아했단다. 그래서 분수 앞에서 책을 읽고 있었어.

레냐 : 레냐가 미샤한테도 아이스크림 나눠줬어? 친구는 나눠먹어야 되는데.

나 : 어.... 내가 그 생각은 못해서 안 썼는데... 다음에는 꼭 그렇게 쓸게. 근데 미샤는 아이스크림을 잘 안먹었어. 케익도.

레냐 : 왜애? 그건 쥬쥬랑 틀리네?

나 : 응, 미샤는 무용수라서 단 걸 안 먹었단다.

료샤 : 쳇. 나 그놈 누군지 알아. 그 배나무 거리에 사는 놈! 극장까지 걸어가는 놈, 차도 없고... 축구도 안 한다는 그 불쌍한 녀석.

나 : 어머 너 그거 기억하는구나! (예전에 거리 이름 짓는다고 료샤에게 지금 쓰는 가브릴로프 본편 얘길 잠깐 했었음. 그 얘기들은 맨 아래 링크 추가)

료샤 : 당연하지! 배나무 거리에 살고 축구도 안 하는데 얼마나 불쌍하냐! 기억하지!

레냐 : 아빠, 자꾸 끼어들지 마! 그래서 미샤랑 레냐는 뭐했어?

나 : 미샤는 그때 어딜 가야 했는데 가기가 싫었어. 그래서 안 가고 여기 앉아서 책을 보고 있었는데 레냐가 걱정이 돼서 '친구야, 거기 가보렴' 그랬단다.

레냐 : 레냐는 착해. 미샤는 나쁘다. 말 안들으면 나쁘댔는데.

나 : 미샤는 나쁜게 아니고 옳지 않은 일을 시키는 걸 좋아하지 않았을 뿐이야.

레냐 : 옳지 않은 일이 뭐였는데?

나 : 미샤는 극장에서 관객들을 위해 춤을 추는 무용수인데 높은 사람들이 불러서 자기네 집에 와서 춤을 추라고 했거든.

레냐 : 그건 나쁘다!

료샤 : 뭐가 나빠, 요즘도 다 그런데. 그게 인생인데.

나 : (애기 앞에서 참 좋은 얘기 하는구만 -_-)

레냐 : 아빠, 조용히 해! 그래서 미샤는 안가?

나 : 응, 안가고 레냐랑 미샤는 궁전광장으로 갔단다.

레냐 : 그래서?

나 : 미샤는 높은 사람 집에 가서 춤추는 대신 궁전광장의 알렉산드르 원주 아래에서 이렇게 지나가는 사람들 앞에서 멋있는 춤을 췄단다.

레냐 : 이야!! 나는 미샤가 좋아!

료샤 : 분명히 kgb가 잡아갔을거야 -_-

나 : (그건 그렇긴 하지만... 애기 앞에서 제발 ㅠㅠ)

레냐 : 그래서?

나 : 춤을 춘 다음에 미샤랑 레냐는 사도바야 거리로 걸어가서 블린을 먹었단다. 끝!

레냐 : 우와, 너무너무 좋은 이야기야! 아빠, 우리도 블린 먹어!!!

 

료샤는 모이카 운하 쪽의 근사한 레스토랑 어쩌고 하며 투덜거렸지만 레냐도 그렇고 나도 갑자기 블린이 먹고팠다. 그리고 료샤도 갑자기 '너네 때매 나도 블린 먹고 싶어지잖아!' 하고 이상해했다.

 

그래서 우리는 료샤의 고급 차는 그대로 세워놓고 근처의 체인점에 가서 블린을 왕창 시켜먹고 행복해했다 :)

 

 

.. 아이스크림 먹던 레냐와 저 벤치에 앉아 책 읽던 미샤의 이야기는 전에 writing 폴더에 올린 적 있다. illuminated wall이란 제목이다. 그 이야기는 여기서 읽을 수 있다 : http://tveye.tistory.com/3385

.. 카잔 성당 분수 앞 벤치와 미샤에 대한 얘기 추가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4059

 

.... * 배나무 거리와 미샤에 대해 료샤가 한 말들

- 그가 배나무 거리와 미샤에 대해 알게 된 경위 : http://tveye.tistory.com/3187,

- 그가 배나무 거리의 미샤와 축구에 대해 투덜댄 경위 : http://tveye.tistory.com/3249

- 그가 배나무 거리의 미샤에게 축구 대신 다른 것을 요구한 경위 : http://tveye.tistory.com/3386

 

..

 

내일 날씨가 좋으면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에 가기로 했는데... 제발 비가 안 오게 해주세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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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계속 비가 내리고 추웠다. 아침에 커튼을 젖혀보니 유리창에 이렇게 빗방울이 맺혀 있었다. 바람이 불고 있었다. 아아, 이거 6월 맞느냐.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자정 전에 잠자리에 든 후 물론 중간에 자다깨다 하긴 했지만 그래도 도합 8시간 이상 잤다. 계속 자고 싶었지만 억지로 일어나서 조식을 먹으러 내려갔다. 먹은 게 별로 없어 그런지 살도 빠지고 얼굴도 퀭하고 힘도 없고 감기 기운도 있는 것 같아서 일단 내려가 탄수화물을 퍼넣고 연한 홍차를 한 잔 마시고 두번째 홍차에는 꿀과 레몬을 투하해 마셨다.

 

방에 돌아와 회사 메일을 접속했다. 계속 안되다 오늘에야 성공했는데 업무 메일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었고 급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인계해주고 간 일들은 하나도 처리되어 있지 않아 관계자들이 모두 나에게 문의하고 있었다 ㅠㅠ

 

몸과 마음의 안위를 위해서는 회사 메일도 가차없이 무시해버려야 하는데..

 

이 와중에 작년 성과평가 결과도 나왔다. 딱히 좋지 않다. 상반기는 좋지만 하반기는 별로였다. 그것도 당연한 것이 하반기 중간에 지방 발령이 났고 내 업무는 반토막이 났고 나 역시 방황을 했으므로... 그렇다고 이의를 제기할 내용이 없는 건 아니지만 지금 상황에서 공연히 이의를 제기해봤자 나에게만 손해가 될 게 뻔해서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 기분이 그리 좋은 건 아니지만 어쩔수 없다. 나도 작년 말에 방황했으니까. 그렇게 치면 올해 역시 결과가 그리 좋을 것 같진 않지만 뭐 그만두려고까지 했는데 그러면 어때.

 

회사 생각, 있었던 일 생각, 돌아갈 생각을 하면 다시금 답답해지고 머리가 아파온다. 그냥 여기 어딘가 숨고 싶다. 아침에 블라지미르 성당 종소리를 듣고 있으면 아무데나 사원 종지기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도 불쑥 든다. (이런 마음 때문에 예전에 쓴 글에서 미샤가 자기는 교회 종 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게 했었던 걸지도...)

 

(그 얘기 발췌한 적도 있었다. 여기 : http://tveye.tistory.com/3221)

 

 

계속 비가 왔다. 방에만 있기는 아까우니 나가야 하는데 날씨가 너무 괴로웠다. 원래 비오는 날엔 무제이!

무제이는 박물관이다. 여기 오면 항상 궂은 날에는 루스끼 무제이(러시아 박물관)에 간다. 2시쯤 나서며 어차피 버스 타고 가니까 카잔 성당 앞에서 내려 돔 끄니기 가서 카페 징거(cafe singer)에 들러 늦은 점심 먹고 곧장 러시아 박물관 가서 2시간 정도 보면 되겠지 하고 계산을 했다.

 

그래서 돔 끄니기에 갔는데 월요일인데도 불구하고 징거 카페는 만석이었다. 배도 고프고 피곤했다. 아무것도 안 먹고 박물관을 돌아다닐 기력은 없었다. 초코바도 하나 챙겨왔으니 전 같으면 그냥 박물관 갔겠지만 지금은 몸이 많이 지쳐 있으니 그러지 않기로 했다. 어디 가서 밥먹나 하다가 작년에 bravebird님이 추천해주셔서 한번 가봤던 수프 비노에 가기로 했다. 마침 카잔성당 쪽이니 위치도 가까웠다.

 

..

 

 

천천히 카잔스카야 거리를 따라 내려갔고 근 1년만에 수프 비노에 갔다.

 

 

 

작년에 인사를 나누었던 조용한 목소리의 매력적인 알렉세이가 없어 아쉬웠지만 이곳 분위기는 여전히 평온하고 차분했다. 뭘 먹을까 하다가 치킨 수프와 해산물 루꼴라 파스타, 생강 레모네이드를 주문했다. 작년엔 핀란드식 우하와 탕수소스 치킨 덮밥 같은 걸 먹었는데 그때 음식은 사실 내 입맛엔 짠 편이었다. 그런데 오늘 먹은 음식들은 정말 너무 맛있었다. 치킨 수프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오늘은 제일 양이 적은 수프를 고르다 보니, 그리고 몸이 힘드니 산성의 토마토 수프나 크림 수프 말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수프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그냥 시킨 거였다. 그런데 이 수프가 정말 영혼의 닭고기 수프였다...

 

 

겉으로는 평범한 치킨 수프..

 

그러나 여기에는... 긴 쌀이 가득 들어 있었고 허브 우끄롭(이게 아마 '딜'인 것 같은데 좀 긴가민가 하네), 축축한 빵조각과 길게 찢은 닭고기가 들어 있었다... 그 맛은 잘 끓인 닭곰탕에 밥을 좀 말아놓은 것 같기도 했고 우끄롭의 향미가 느끼함을 잡아주었다. 그리고 내 입맛에도 그렇게 짜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엄마의 맛이 났다. 사실 우리 엄마는 삼계탕이나 닭곰탕 같은 거 안 끓여주는 편이었고 나도 식당에서 그런거 딱히 즐기지 않는데 이상하게도 그랬다. 집의 맛이랄까...

 

아마 계속 춥고 힘들고 아팠기 때문일 것이다. 몇달 동안 지방 본사에서 일하면서 집2나 근처에서도 제대로 된 밥을 먹지 않고 살았기 때문에, 주말에 화정의 집1로 돌아와도 피곤하고 귀찮아서 예전처럼 요리를 해먹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니까 누가 정성들여 끓여준 수프나 국을 먹어본지 오래돼서 그런지도 모른다. (만취해 돌아왔을떄 엄마가 황태국 끓여오셨지만 그건 예외로 치자)

 

수프는 사실 아주 쉬우면서도 어려운 음식이다. 수프를 잘 끓이는 것은 어렵다. 먹을만한 수프는 끓일 수 있지만 맛있는 수프는 좀처럼 끓이기 어렵다. 그런데 저 수프는 맛있었다. 수프 비노라는 이름이 어쩌면 수프 때문일지도 몰라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작년 초 얼어붙은 채 들어갔던 두셰브나야 꾸흐냐에서 먹었던 핀란드 우하가 생각났다. 그런 맛이었다. 몸을 데워주고 어쩐지 위안을 주는 맛.

 

고깃국물을 좋아하지 않는 나인데도 저 수프를 끝까지 다 먹었다. 기름지지도 않았다. 원래 러시아에서 먹은 닭고기 수프는 항상 기름이 둥둥 떴는데... 정말 닭곰탕처럼 잘게 찢은 하얀 고기가 들어 있었다. 쌀 때문에 밥을 먹은 기분이었고 몸이 따스해졌다. 그리고 좀 행복해졌다.

 

그리고 해산물 루꼴라 파스타가 나왔다. 첨엔 치즈가 가득 얹혀 있어 '아...'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일 파스타를 원했기 때문이다. 토마토 소스 베이스였고 치즈를 헤쳐보니 파스타는 푸실리였다. 평소 푸실리를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어서 다시 한번 '아...' 했지만...

 

 

 

이 파스타도 정말 맛있었다!

해산물이 특별히 많이 들어 있지도 않았다. 새우와 홍합이 전부였다. 토마토 소스, 푸실리, 그리고 치즈. 그런데 진짜 맛있었다. 사실 러시아에서는 맛있는 파스타를 먹어본 적이 없는데 이건 맛있었다. 놀라웠다. 작년에 먹었던 핀란드 우하와 치킨 덮밥은 잊어버렸다. 여기 오면 파스타를 먹어야 한다!

 

수프와 파스타를 먹고 나니 현기증도 좀 가시고 몸도 따스해졌다. 러시아 박물관 가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이곳에 좀 더 앉아 있다 가고 싶었다. 워낙 작은 곳이라(테이블이 4~5개 뿐이다) 계속 손님들이 오지만 않는다면 노트북 들고 와서 글을 쓰고 싶은 곳이다.

 

입을 정리하기 위해 얼그레이 홍차와 치즈케익을 시켰다. 티포트와 찻잔 중 택일하게 되어 있어(전자가 당연히 더 비쌈) 포트를 선택했고 당근케익, 판나코타, 치즈케익, 아이스크림만 있어서 치즈케익을 시킨 거였다. 근데 티포트가 엄청 컸다! 2인용인가보다... 앞으로는 그냥 잔으로 시켜도 될 것 같다. 마셔도 마셔도 줄지 않는 마법의 포트와 찻잔!

 

그리고 치즈케익은 블루베리가 샌드되어 있고 초콜릿 시럽이 뿌려져 있어 또다시 '아..' 했다. 블루베리 치즈케익을 안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케익조차 아주 맛있었다. 많이 달지도 않았고 삭 녹았다.

 

(옆자리 커플이 '케익 뭐 시키지' 하고 고민하자 다른 옆자리 여자 손님들이-아마 단골인 듯- 여긴 당근케익이 최고에요! 라고 했고 커플은 옳다구나 하고 당근케익 주문. 아, 나도 나중에 그거 주문해봐야 하나... 근데 난 당근케익을 별로 안 좋아하지. 토끼인데 왜 안 좋아할까...)

 

 

 

 

차는 뜨거웠고 케익은 부드러웠다. 몸이 노곤해졌다. 글을 쓰고 싶은 곳이었다. 이렇게 맛있고 소박하고 조용한 곳이라니. 그런데 너무 작아서 손님들이 자꾸 오니까 자리를 계속 차지하고 글을 쓰기에는 미안한 곳이다. 흑...

 

작년 처음 왔을 땐 알렉세이가 좋았는데 오늘은 음식과 공간 자체가 좋았다. 이곳을 소개시켜주신 bravebird님 감사해요.

 

 

.. 그건 그렇고 내 다른 옆자리에 앉은 엄마 아빠 어린 여자애가 있었다. 러시아 가족이었는데 이들도 수프와 파스타와 차를 시켰다. 근데 이들도 나처럼 닭고기 수프를 시켰고... 내가 그토록 행복하게 먹은 수프는 여자아이 입맛엔 안 맞았다. 그 이유는... 우끄롭 때문이었다. 아이는 울상이 되어 징징댔고 엄마는 엄하게 '수프를 다 먹지 않으면 밥도 없고 차도 디저트도 없다!' 하고 말했다. 아이는 훌쩍이며 수프를 떠먹었고 숟가락으로 가능한 한 열심히 조그맣고 가느다란 파란 이파리들을 옆으로 밀어냈다.

 

아, 나도 이해해... 아이 입맛엔 싫을 수밖에... ㅠㅠ 나도 어릴 때 엄마가 콩밥 해주면 싫었어. 지금도 콩밥 안좋아해. 검은콩도 두부도 다 좋아하지만 밥에 든 콩은 싫다. 특히 푸른 완두콩 든 밥이 싫다. 후각이 예민해선지 밥에 든 콩은 너무 비리게 느껴졌었다. 그리고 허브 중에서도 고수 등 너무 센 건 안 좋아한다. 우끄롭도 향이 강한 편이니 아이들은 싫어할수도 있다.. 가엾은 녀석...

 

하여튼 소녀는 꾸역꾸역 수프를 먹었다. 나중에 내 치즈케익이 나오자 소녀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부모님에게 수프 먹었으니 디저트 시켜달라 졸랐다. 그 가족은 과연 판나 코타가 뭘까 하고 궁금해했다. 슬며시 내가 설명해줄까 하는 맘이 들었는데 마침 점원이 와서 알려주었고 소녀는 그것을 골랐다. 엄마는 '판나 코타 하나 주세요' 라고 한 후 '우끄롭은 빼고요~' 라고 덧붙였고 가족은 하하 웃었다. 나중에 나온 판나 코타 역시 맛있었는지 아이는 그제사 웃기 시작했다.

 

..

 

 

차와 케익까지 먹고 나서 수프 비노를 나왔다. 시간도 어중간하고 몸도 피곤해서(대체 언제까지 피곤할 것인가... 대체 이제껏 얼마나 힘들었기에 그런 것인가) 러시아 박물관은 포기하고 그냥 돔 끄니기에 갔다. 루키야넨코의 쉐스또이 다조르(여섯번째 경비대)를 사려고. 이것이 다조르 시리즈의 완결판이고 작년에 나왔다는데...

 

 

-- 여기서부터 한 문단은 아주 조금 스포일러. 국내 미출간본(빠슬레드느이 다조르, 노브이 다조르)까지 읽은 분은 거의 안계시겠지만 그래도 이 시리즈 마지막 알기 싫으신 분은 스킵하세요. ...

 

 

'안톤 고로제츠키의 마지막 이야기'라고 되어 있어 너무 조마조마해서 맨 뒷장을 들춰봤다. (고로제츠키 죽으면 안 사려고... 십년 넘게 읽어온 시리즈인데 주인공이 죽어버리는 걸로 끝나면 너무 속상하니까 안 사려고..) 다행히 죽진 않는데... 안 죽지만 그에게는 참 나쁜 일이 일어나는 걸로 끝나는 분위기라 기분이 확 다운됐지만 그래도 일단 샀다. 흑, 작가 너무해 엉엉...

 

 

...

 

 

그리고는 재미있는 동화책 한권과 소련 시절 지어진 레닌그라드 명소가 표기된 지도가 있어 그것도 같이 샀다. 후자는 글쓸 때 도움이 될것 같아서.

 

..

 

책을 산 후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이번엔 루빈슈테인 거리 쪽을 따라 뒷길로 돌아서 숙소로 갔다. 내가 쓴 글의 우주에서는 이 루빈슈테인 거리에 미샤의 오랜 애인인 유라가 의사로 일하는 병원이 있다. 실제의 루빈슈테인 거리에는 병원 대신 바와 레스토랑, 그리고 말르이 드라마 극장이 있다. 요즘 뜨는 동네라 괜찮아보이는 카페와 식당들이 많았다. 조만간 가봐야겠다.

 

..

 

방에 돌아와서는 씻고서 동화책을 읽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어서 한동안 침대에 드러누워 끝까지 다 읽었다. 선물용으로 산 건데 내것도 하나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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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워서 카디건을 입고 스카프를 담요처럼 덮고 있다가 결국 원피스를 꺼냈다. 체크무늬 단추 원피스로 끈을 잡아매는 로브 스타일이다. 분명 외출복으로 샀지만 이제 이 원피스는 실내가운으로 변하고 말았다. 넉넉한 편이라 파자마와 티셔츠 위에 걸치고 끈을 느슨하게 매니 그냥 가운이다... 그래도 한결 따뜻하다.

 

8시 즈음 배가 고파져서 어제 수퍼에서 사온 미모자 샐러드(감자, 달걀, 당근, 치즈, 마요네즈 등으로 버무려 겹겹이 쌓은 샐러드. 올리비에랑 좀 비슷하지만 이건 잘게 다져서 층을 쌓는다)와 체리를 좀 먹었다. 어쨌든 오늘은 부실하나마 조식도 먹었고 점심은 수프와 파스타로 잘 먹었고 차와 케익도 먹고 저녁은 샐러드와 체리도 먹었으니 세끼 다 챙겨먹었다. 스스로 칭찬하는 중.

 

근데 샐러드와 체리가 많아서 샐러드는 반만 먹었고 체리는 4분의 1만 먹었다. 미국 체리가 아니고 러시아 쪽 체리이다. 체리 종류가 몇가지 있는데 잘못 사면 신 품종이 걸리기 때문에 어젠 점원에게 물어봐서 단 것으로 골랐다. 이 체리는 맛있었다.

 

 

 

..

 

회사 메일을 보고 평가 결과를 보고 또 일도 좀 해서 그런지 다시금 마음이 좀 무겁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다. 현실적으로야 돌아가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이미 나에게는 매우 불리한 상황을 만들어놓은 것 같기도 하고 그건 사실 나 자신의 무의식이 바랬던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한편으로 든다. 돌아갈 길을 막아서 떠날 수 있게 하려고 그랬던 걸까? 잘 모르겠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봐도 그때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지 모르겠다. 여전히 나는 부당한 처사를 겪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계속 회의를 품고 있었고 고민하고 있었지만 이번에 병가를 내고 떠나오게 만든 마지막 직접적인 원인은 그것과는 좀 다른 것이었다. 아마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난 지금도 괴로워하며 그냥 일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고보면 인생은 놀라운 것이다. 항상 생각지 않은 일이 일어나고 그것에 따라 뭔가가 변한다.

 

하긴 그래봤자 얼마 후면 지금처럼 다 닳아서 결국 비슷한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르겠지만.

 

...

 

생각하지 말자. 잘 먹고, 걷고 보고, 글도 좀 쓰고... 다시 숨을 쉬러 왔으니까. 종소리를 듣고 바람을 맞고 강변을 걷고 석양을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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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