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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0. 13. 16:47

노란 자두잼과 버터토스트 2023 warsaw2023. 10. 13. 16:47

 
 
 
오늘은 재택근무를 했다. 그래서 집에서 아침을 챙겨먹을 수 있었고 며칠 전부터 먹고 싶었던 자두잼 얹은 버터토스트 조식에 성공했다 :)
 
 
왼편이 자두잼. 이것은 영원한 휴가님이 빌니우스의 자두나무에서 떨어진 노란 자두들을 정성들여 손질해 직접 만드신 잼이다. 바르샤바에는 자두가 많았는데 폴란드는 자두가 특산물인지 각종 자두와 자두잼 케익, 초콜릿, 음료를 팔았다. 빌니우스에도 여러 종류의 자두가 있는 모양이었다(바르샤바랑 가깝긴 하다) 우리는 식당에서 메뉴판을 보다가 '미라벨 자두'라는 것을 읽고는 그 종류의 자두 주스나 뭐 그런 걸 먹어보려고 슈퍼와 가게를 다녔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과연 미라벨 자두는 무엇일까 궁금했다. 이후 빌니우스에 돌아간 영원한 휴가님이 '찾아보니 미라벨 자두는 호두알만큼 조그만 노란 자두라는데 아무래도 저 잼을 만든 자두가 그거 같아요'라고 얘기해주셨다. 그래서 '빌니우스 노란 자두잼'으로 부르던 저것에 '수제 미라벨 자두잼'이라고 부제를 붙여주었다.
 
 
어서빨리 저 자두잼을 먹고팠는데 사실 내가 게으르다보니 빵에 버터나 잼을 발라서 먹는 일이 생각보다 많지 않고, 빵은 조식이라는 개념이 박혀 있어서(저녁으로는 안먹음) 여행에서 돌아온 후 좀처럼 기회가 없었다. 출근하면 이른 아침에 보통 빵이나 과일, 견과로 때우긴 하지만 사무실에 앉아서 먹어야 하니 간편한 빵을 먹지 버터, 잼 같은 걸 발라서 먹는 노력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바르샤바 여행에서 아침 먹으러 갔던 어느 카페에서 내준 버터 토스트가 의외로 너무 맛있어서 그 기억이 많이 났다. 그래서 며칠 전 귀가하면서 빵집에 들러 웬만해서는 사지 않는 식빵까지 샀다. (바게트 같은 걸 더 좋아하고 식빵은 옛날부터 별로 안 좋아했음. 정성들여 토스트하는 게 귀찮은데 식빵은 토스트를 안하면 맛이 없어서...)
 
 
오늘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업무 시작하기 전에 정성들여 식빵에 버터를 발라 에어프라이어에 토스트를 하고(이것도 매우 드문 일임. 나는 게을러서 에어프라이어를 도통 써먹지 않는다. 기껏 한달에 두어번 연어 구워먹는 게 전부), 이럴때를 위해 아껴둔 twg 다즐링 티를 우렸다. 왜 아껴놓느냐면, 집에서는 웬만하면 찻잎으로 직접 우려 마시기 때문에 티백은 쓰지 않고, 사무실에서는 그럴 여유가 없으니 티백들을 놓고 먹는데 솔직히 말해서 일하면서 마시는 차는 그야말로 정신차리고 빨리 일하려고 마시는 거라서 고급 티백 대신 트와이닝, 아마드, 그리고 좀더 신경쓸 경우 로네펠트 티벨롭 정도를 마시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것보다 좀 좋은 찻잎으로 리넨 주머니에 채워둔 티백은 뭔가 애매하다. 집에서야 티백 마시느니 티포트에 제대로 차를 우리는 게 낫고. 여름 프라하 여행 때 면세에서 twg 티백 세트를 샀는데 그중에서도 별로 안 좋아하는 민트나 디카페인만 마시고 좋아하는 다즐링은 아껴놓았음. (가격대야 똑같지만 민트나 뭐 그런 건 딱히 좋아하는 차가 아니니 대충 마셔도 오히려 별로 안 아까움) 다즐링은 후딱 우려마시려니 사무실에서는 아까워서.
 
 
그리고 노란 자두잼 병을 꺼냈다. 영원한 휴가님이 오븐으로 병을 소독해 밀봉해놓아서 뚜껑을 여니 뽁 소리가 났다. 
 
 
설탕을 많이 쓰지 않아 자두잼이 시큼할 거라는 얘기를 하셨기에 '그러면 무화과잼이랑 같이 먹지요~' 하며 역시 선물해주셨던 앙증맞은 무화과잼도 꺼냈다. 그게 사진 오른쪽. 과연 자두잼은 새콤했지만 버터를 잔뜩 발라 구운 토스트에 얹자 은근히 그 새콤함이 잘 어울려서 굳이 무화과잼을 개봉하지 않아도 됐다. 그래서 무화과잼은 그대로 냉장고로 귀가. 
 
 
 

 
 
 
미라벨 자두로 추정되는 노란 자두잼. 수제!!!
 
 
 

 
 
 
버터 토스트 만들려고 심지어 이즈니 버터를 샀음. 좀 더 저렴한 버터도 아무 상관 없었을텐데, 나처럼 자주 먹지 않는 사람에겐 컵으로 소분되어 있어야 그나마 낭비가 적어서... (컵 대신 그냥 종이포장 소분된 것들도 많은데 나는 또 게으르고 손에 묻히는 걸 싫어해서 종이포장 버터를 별로 안 좋아함) 과연 비싼 버터를 양심의 가책을 느낄만큼 왕창 발라서 구운 토스트는 맛있었고(바르샤바 수크레 토스트만큼 맛있었다. 그 토스트도 버터를 엄청 발라 구웠다), 자두잼이 훌륭한 앙상블을 이루었다. 
 
 

 
 
이른 아침이고 오늘은 좀 흐려서 어둡게 나왔다 ㅠㅠ 
 
 
그런데 식빵 딱 한 장만 저렇게 반 갈라서 먹은 것처럼 위장하고 있지만 사실 두 장을 해동했고.. 다른 한 장은 식지 말라고 에어프라이어에 그대로 넣어둔 것이었다. 눈가리고 아웅.
 
 
 

 
 
영원한 휴가님 고마워요!
 
 

 
 
 
그건 그렇고 이건 제대로 기원을 거슬러올라가면 빌니우스에서 온 자두잼이니까 빌니우스 폴더로 가야 하나 싶지만, 바르샤바에서 받아왔으니까 바르샤바 폴더에 올려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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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3. 10. 11. 16:32

원래 있었던 듯, 티포트의 여행 2023 warsaw2023. 10. 11. 16:32

 

 

 

" 저 자리에 두니까 원래 여기 있었던 것처럼 보여서 놔두고 갈까봐 걱정인데요. " 라고 영원한 휴가님께서 말씀하셨다. 다과와 티포트, 컵과 물병을 놓아두는 저 진열대 한가운데 살포시 놓아둔 하늘색 러브라믹스 티포트 얘기였다. 영원한 휴가님은 저 티포트를 빌니우스의 필리모 거리에 있는 엘스카 카페에서 골라 상자에 꼭꼭 넣어 캐리어에 태우고 이른 아침버스로 국경을 넘어 바르샤바까지 가져오셨다. 내가 프라하의 헤드샷 커피를 따라서 샀던 똑같은 색깔의 찻잔에 맞춰서. 

 

 

이 사진을 찍기 전날 오후 우리는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더위와 습기에 지쳐 조금 일찍 숙소로 돌아왔다. 카페에서 차를 마시는 대신 편안한 호텔 방에서 티타임을 하기로 했다. 이케아 느낌이 물씬 나는 타원형의 하얀 테이블 위에 호텔 방에 비치되어 있던 찻잔과 접시를 세팅하고 전기포트에 물을 끓이고, 빌니우스에서 온 23년산 퍼스트플러쉬 다즐링을 저 러브라믹스 포트에 정성들여 우렸다. 빌니우스의 또다른 카페에서 온 초콜릿 팅기니스와 바르샤바의 저렴한 슈퍼마켓 체인인 비에드론카에서 사온 너무 익은 무화과 두 알을 곁들여 차를 마셨다. 바르샤바에서 매일 차를 마셨지만 그 순간의 티타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차를 마신 후 나는 러브라믹스 티포트를 저 자리에 올려두었다. 너무 딱 들어맞았고 심지어 그 뒤에 있는 메뉴바 안내문마저도 보라색이라 컬러까지 잘 어울렸다. 그래서 '원래 여기 있는 것처럼' 보여서 숙소 옮길 때 놔두고 갈까봐 걱정이었다. 이틀 후 나는 숙소를 옮겼고 티포트를 뽁뽁이로 싸서 상자에 잘 넣어서 다음 숙소로 가져갔다. 바르샤바 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그리고 화정으로 비행기와 택시를 타고 잘 귀가했다. 나랑 티포트 둘다. 

 

 

(사진을 잘 보면 영원한 휴가님과 내 여행가방도 한구석에 나란히 나와 있음. 티포트는 저 가방 두 개를 다 섭렵했음)

 

 

 

 

 

 

빌니우스 선물 한보따리. 팅기니스 두 덩어리와 수제 자두잼은 이때 냉장고에 들어가 있어서 이 떼샷에서 빠졌음 ㅜㅜ 왼편 상단의 박스가 저 티포트가 든 상자. 

 

 

 

 

 

 

잊을 수 없는 바르샤바 카페 자이칙 분점 개장 인증 샷 :) 그런데 지금 생각해도 저때 홍차를 매우 잘 우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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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일요일 오후 티타임. 어제 영원한 휴가님께서 주신 빌니우스 초콜릿들과 파제르 게이샤 초콜릿, 그리고 체리들과 함께~

 

 

 

이쁜 찻잔토끼 그림(금손!), 빌니우스에서 온 초콜릿 캔디들, 파제르 게이샤 초콜릿 캔디, 그리고 영원한 휴가님께서 도서관에서 보시곤 내 생각이 나서 정성들여 구해주신 케익 먹는 토끼 그림책(꺅)

 

 

 

이 그림책 엄청 귀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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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8. 10. 17. 22:37

세상천지 딱 한 송이 뿐인 장미 2017-19 petersburg2018. 10. 17. 22:37





지난 9월. 페테르부르크에서 재회한 레냐가 네프스키 대로 지하보도 옆의 좌판에서 나에게 사준 하얀 장미 한 송이 :) 열살짜리 꼬마의 마음이 가득 담긴 세상에서 딱 한 송이 뿐인 최고 예쁜 장미였다. 



호텔 방에 소중하게 가지고 돌아와 생수병에 꽂아두었다가 살짝 시들무렵 꽃송이만 떼어내서 유리잔에 띄워놓고 체크아웃할 때까지 매일 장미 보며 행복해했다. 고마워 레냐야~










레냐가 이 장미 선물해줬던 얘긴 여기 : http://tveye.tistory.com/8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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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