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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다시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을 때 나는 오래 전에 구상했던 인물을 어떤 곳으로 보내려고 했다.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도시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전형적인 소도시. 그곳에는 생각 끝에 가브릴로프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런데, 최근 몇년 동안 이 폴더나 서무의 슬픔 폴더에 수차례 언급했듯 그 글을 쓰기가 어려웠다. 쉽지 않았다. 그래서 워밍업으로 단편, 중편, 꽤 길고 복잡한 장편, 심지어 추리소설 외전도 쓰고 패러디인 서무의 슬픔 시리즈도 썼다. 



그 사이에 어느새 '가브릴로프 본편'이라고 부르게 된 그 원래 쓰려던 글도 조금씩 쓰기는 했다. 약 120페이지 정도. 이 소설의 구조와 플롯을 생각해보자면 아주 적은 분량이고 아무런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겨우 4장으로 이루어진 1부를 마쳤을 뿐이었고 거기서는 주요 인물들 몇몇에 대한 스케치만 그려놓았을 뿐이었다. 그리고는 회사를 비롯해 여러가지 외적, 내적 어려움을 좀 심하게 겪었고 그 이후 글을 쓰기가 너무 어려워졌다. 심적으로 어느 정도 회복된 후에도 글을 다시 이어쓰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이 가브릴로프 본편은 2부 첫장의 몇페이지 정도에서 멈추었다. 이따금 써놓은 글들을 다시 훑어보고 메모와 노트 등을 다시 읽고 추가로 떠오르는 생각들과 플롯 등을 덧붙여놓기도 했다. 내가 이 글을 다시 쓰게 될 거라는 사실은 알고 있다. 해가 지고 밤이 오고 다시 해가 뜨리라는 것을 아는 것처럼. 그냥 아는 것이다. 그런데 에너지가 모자란다. 



아래 발췌한 에피소드는 그 얼마 안되는 분량의 1부 4장 초입과 마지막 부분이다. 1부 전체에서 이 4장만 분위기가 좀 다르고 등장인물의 성격도 다르다. 수용소를 거친 후 어찌어찌 풀려나 가브릴로프 시립극장 예술감독으로 부임해 온 미샤가 그 소도시(서무의 슬픔 시리즈에서는 미샤의 패러디인 왕재수가 맨날 '시골!'이라고 부르는 바로 그곳)의 작은 광장 카페에서 한 여자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녀는 화가이다. 이름은 키라. (이 이름은 니진스키의 딸에게서 따왔다. 성격이나 배경 등의 연관은 없는데 등장인물들 이름 지을 때 마침 눈 앞에 니진스키의 일기 영어본과 러시아어본이 둘다 있었음) 가브릴로프 본편의 인물들은 웬만하면 거의가 다 패러디 외전인 서무의 슬픔 시리즈에 나왔는데 중요 인물 중 두명은 등장시키지 않았었다. 그중 하나가 이 사람이다. 본편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인물이다. (... 그렇게 구상했는데 결국 아직까지는 이 1부 4장에만 등장했음 ㅠㅠ 미안해 키라야...)



조금씩 다시 에너지를 모아보려고 노력 중이라, 키라와 미샤가 만나는 장면과 헤어지는 장면을 좀 발췌해 본다. 후반부의 이콘 박물관 파트 일부는 몇년 전에 이 폴더에 좀 발췌해 올렸던 적이 있다. (http://tveye.tistory.com/3408) 그때는 이 파트를 쓰고 난 직후였다. 그런데 그 이후 이 글이 거의 멈춰버렸어 엉엉...



위의 사진은 지난 9월 페테르부르크에 갔을 때 모이카 운하 난간에 앉아 있던 비둘기 두마리 찍은 것. 이야기 서두에 하얀 비둘기가 등장하기 때문에 가져와 봤다. 어차피 가브릴로프는 가상의 도시이고... 미샤는 레닌그라드, 즉 지금의 페테르부르크에서 왔으니까. 




...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그 검은 눈의 청년이 말을 걸어왔을 때 키라는 그가 외지인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는 동사의 어미를 질질 끌지도 않았고 단모음과 장모음을 정확히 구분했다. 강세와 억양, 말투, 그리고 단어조차 달랐다. 소위 ‘수도’ 식으로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대다수의 가브릴로프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모스크바와 레닌그라드 말투를 구분할 수가 없었다. 키라는 오직 한 가지만을 이해했다. 그가 대도시에서 왔다는 것. 



 그는 옆자리가 비어 있는지, 그리고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거기 앉아도 되는지 물었을 뿐이었다. 무의식적으로 키라는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야외 테이블은 꽉 차 있었다. 따스하고 찬란한 가을 오후였고 말라야 안겔스카야 광장의 그 작은 카페는 언제나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대다수는 가브릴로프 시립대학 학생들이었지만 교수들도 종종 왔고 산책하던 주민들도 목을 축이러 들르곤 했다. 스카프로 머리를 싸맨 노파들도 가끔 차 한 잔을 시켜놓고 천사상을 바라보며 한두 시간씩 앉아 있곤 했다. 



 “ 네, 앉으세요. 빈자리니까요. ”


 “ 고마워요. ”



 가벼운 인사와 함께 남자가 곁에 앉았다. 김이 오르는 찻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을 때 비둘기가 날아왔다. 과자 부스러기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찬 것이 분명했다. 어쨌든 티타임이었으니까. 흰색의 자그마한 놈이었다. 머리에는 검정색 얼룩이 있었고 날개 끝이 회청색이었다. 비둘기는 잠시 테이블을 살피더니 찻잔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에 실망한 나머지 접시를 콕콕 쪼았다. 하지만 날아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키라와 검은 눈의 남자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테이블에 날개를 접고 얌전히 앉았다. 



 “ 이곳 분이 아니군요. ” 


 “ 네, 어떻게 아셨죠? ”


 “ 여기선 빈자리가 보이면 물어보지 않고 그냥 앉거든요. ”


 “ 일행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


 “ 그래도 일단 앉아요. 늦게 온 사람이 다른 의자를 가져오면 되니까요. ”


 “ 합리적이군요. ”


 “ 그리고 하나 더 있어요. ”


 “ 뭐죠? ”


 “ 비둘기를 쫓지 않았어요. ”


 “ 저쪽에 앉아 있는 사람들도 쫓지 않던데요. 빵도 던져주고. ”


 “ 이 녀석이라면 쫓았을 거예요. 흰색이니까요. 우리 동네에서는 하얀 새는 인기가 없거든요. ”


 “ 내륙 도시라서 그런가보군요. 갈매기가 많은 곳이라면 안 그럴 텐데. ”



 
 키라는 자기도 모르게 웃었다. 냅킨으로 덮어 두었던 샌드위치를 끄집어내 흑빵 귀퉁이를 조금 잘라 새에게 던져주었다. 비둘기는 서두르지도 않고 천천히 다가와 빵 부스러기를 쿡 쪼아 먹고는 다시 테이블 구석에 자리를 잡고 졸기 시작했다.  



 “ 인기 없는 녀석치곤 많이 얻어먹은 것 같은데요. ”


 “ 먹을 게 많은 계절이에요. 가는 데마다 널려 있거든요. 숲도 그렇고. ”


 “ 그렇군요. ”



 남자가 미소를 띠었다. 눈과 입으로 웃었다. 그리고는 부드럽게 말했다.



 “ 제 이름은 미샤예요. ”


 “ 전 키라예요. ”


 “ 만나서 반가워요. 혹시 제가 방해가 된 건 아니겠죠? ”



 미샤는 테이블 위에 펼쳐져 있는 스케치북을 보면서 그렇게 물었다. 키라는 고개를 저었다.



 “ 아니에요. 다 그렸는걸요. 심심풀이예요. ”


 “ 화가라고 생각했는데요. ”


 “ 글쎄요, 미대생일 수도 있잖아요. ”


 “ 학생은 아닐 거예요. ”


 “ 왜 그렇게 생각하셨죠? ”


 “ 머리 색깔 때문에요. 여기 대학은 교칙이 엄한 것 같던데요. ”



 키라는 붉은색과 자주색, 오렌지색과 푸른색이 뒤섞인 자신의 짧은 머리칼을 무의식적으로 쓸어 넘겼다. 그녀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미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 미안해요, 기분 상하게 하려고 했던 건 아니에요. 스케치하는 걸 봤어요. 학생처럼 그리지 않았거든요. ”


 “ 화난 게 아니에요. 잠깐 의심했을 뿐이에요. ”


 “ KGB일까봐요? ”


 “ 네. 하지만 아니에요. ”


 “ 어떻게 확신하시죠? ”


 “ 보안요원들은 그런 식으로 그림을 보지 않거든요. 애초에 관심이 없어요. ”



 키라는 식어버린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덧붙였다.



 “ 그리고, 전 그런 사람들이 와서 감시할 만큼 대단한 사람이 아니고요. ”


 “ 대단한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 스케치는 근사해요. ”



 입 발린 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의 시선은 목탄으로 휘갈긴 천사상 스케치에 못 박혀 있었다. 키라는 목덜미가 화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가 스케치북을 넘기지 않기를 빌었다. 




... 중략 ...





 키라는 고개를 들어 천사상의 머리와 어깨, 날개 위에 다닥다닥 앉아 있는 새들을 보았다. 언제나 그렇듯 비둘기와 참새들뿐이었다. 까마귀는 보통 울타리나 나뭇가지 위에 앉곤 했다. 



 그녀가 반쯤 남은 샌드위치와 스케치북을 가방에 넣는 동안 미샤는 천사 앞으로 갔다. 손을 뻗어 천사의 발아래 조각된 덤불과 칼과 방패, 꽃과 열매를 만졌다. 그 부분은 이미 200년 동안 소원을 비는 사람들의 손을 타서 반질반질하게 닳아 있었다. 날개 귀퉁이는 벌써 수십 번 이상 떨어져나갔는데 5년 전 시 의회에서는 매년 날개를 땜질해야 하는 천사상 때문에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미신을 조장하는 저 낡아빠진 유물 따위는 귀퉁이가 떨어지든 다리가 부러지든 이제부터는 그냥 놔두자고 결정했다. 시민들은 반발했지만 의회는 강경했다. 그래서 천사는 왼쪽 날개 끝이 떨어져 나간 채 남았지만 신기하게도 그 이후부터는 더 이상 날개를 떼어내거나 부수는 사람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키라가 그 얘기를 해주자 미샤는 재미있어 했다. 그리고 수도원의 천사상과 이콘들에 대해서도 물었다. 



 “ 수도원에 있는 건 훨씬 작아요. 그래도 제일 오래됐죠. 청동으로 된 것 말고도 대리석, 테라코타, 나무로 된 조각상이 하나씩 있어요. 흑단과 상아로 만든 성물도 하나 있는데 그건 전시실에 있죠. 이콘도 많고요. ”


 “ 수도원은 많이 먼가요? ”


 “ 아뇨, 구시가지에서 그렇게 멀지는 않아요. 그래도 여기서부터 걸어가면 한 시간 가까이 걸리긴 하겠네요. 어쨌든 강도 건너야 하고 숲으로 들어가야 하니까요. 대신 이콘 박물관은 가까워요. 공원을 따라가다가 포나르나야 거리 쪽에서 길을 건너면 되거든요. ”


 “ 극장 거리 쪽이요? ”


 “ 아, 맞아요. 드라마 극장 옆에 있어요. 거기도 옛날에는 교회였는데 지금은 박물관이거든요. 작아서 눈여겨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죠. 전 공방이 그 뒤에 있어서 가끔 가요. 오늘도 원래 가려고 했었죠. 궁금하시면 같이 가도 좋아요. 네 시 반에 문을 닫지만 저랑 가면 들여보내 줄 거예요. 안내원 할머니와 친하거든요. ”


 “ 데려가 주신다면 좋겠네요. 안내원들과 친한 건 중요한 덕목이죠. ”



 키라는 미샤와 함께 광장을 나왔고 함께 이콘 박물관을 향해 걸어갔다. 키라는 그가 왼쪽 다리를 약간 끌면서 걷는다는 것을 포나르나야 거리와 극장 거리 교차로에 다다를 무렵에야 깨달았다. 눈치 챘다면 더 천천히 걸었을 텐데 하고 후회했다. 그녀는 키가 껑충하게 컸고 보폭도 넓은데다 사내아이처럼 빨리 걷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함께 박물관에 들어갔고 텅 빈 전시실에서 이콘을 보았다. 미샤는 이콘에 대해 잘 아는 것 같았고 굳이 하나하나 설명해줄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는 그에게 전시실 구조를 가르쳐 주었다. 미샤는 제일 먼저 검은 천사 전시실로 갔다. 조각상과 키라가 들려준 이야기 때문에 궁금했던 것 같았다. 그 이후 그리스도와 성모 전시실로 갔다. 키라는 그가 다리를 절면서도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고 움직이는 것에 놀랐다. 전시실 마룻바닥은 툭하면 삐걱거렸기 때문이다. 



 키라가 옆방 사무실에서 안내원 노파와 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성모 전시실로 돌아왔을 때 미샤는 긴 의자에 앉아 벽에 등을 기댄 채 자고 있었다. 작은 창문 사이로 밀려들어오는 석양 때문에 꼭 붉은 모포를 덮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잠시 키라는 다시 스케치북을 꺼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녀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애쓰며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미샤의 머리를 감싸 자기 어깨에 기대 주었다. 오래된 교회 건물이라 벽은 틈새로 가득했고 냉기가 스며 나왔기 때문이다. 그녀는 낯선 남자와 그렇게 몸을 마주 대고 앉아본 적이 없었다. 어깨를 빌려준 적은 더욱 없었다. 키라는 그가 어린아이처럼 잔다고 생각했다. 미동도 없이, 암흑처럼 깊게, 온몸이 사모바르처럼 뜨겁게 달아오른 채. 그의 몸이 너무 뜨거워서 꼭 전시실 한복판에 모닥불을 피워놓은 것처럼 느껴졌다. 그에게서는 검은 숲의 흙과 나무, 무겁게 깔려드는 야생 꿀의 냄새가 났다, 그리고 그 모든 체취와 어울리지 않는 차갑고 인위적인 냄새도 났다. 약간 소독약 냄새 같기도 했고 금속 냄새 같기도 했다. 키라는 하얀 가운과 수술대를 떠올렸고 어쩐지 소름이 끼쳐서 몸을 가만히 떨었다. 



 미샤는 그녀에게 자연스럽게 몸을 기댄 채 10분 정도 더 잤다. 키라는 그가 오랫동안 제대로 된 잠을 잔 적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녀 자신이 불면증에 시달린 적이 많았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해가 점점 기울어졌다. 창으로 스며들던 빛이 거의 사라져서 어두컴컴해졌을 때 미샤가 눈을 떴다. 한동안 자신이 어디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지만 키라가 어깨를 빌려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 몸을 똑바로 일으키면서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 고마워요. ”



 
 그때 키라는 갑자기 울고 싶어졌다. 아마도 그가 미안하다고 하지 않고 고맙다고 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왜 그런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들은 함께 박물관을 나왔다. 키라가 동료들과 저녁 약속이 있다는 얘기를 기억하고 있었던 미샤는 그녀를 작업실까지 데려다 주었다. 전시도 하느냐고 물었다. 



 “ 겨울에 할지도 몰라요. 소규모지만. 친구들과 같이 할 거예요. 전 아직 개인전은 해본 적이 없거든요. ”


 “ 회화만 하는 거 아니죠? ”


 “ 전시는 거의 회화 쪽이긴 한데, 가끔 잡지 삽화를 그려요. ”


 “ 보여줄 수 있어요? 다음에 만나면. ”


 “ 언제든 작업실로 오세요. 제 친구들도 소개시켜 드릴게요. 좋은 사람들이에요. ”


 “ 분명 그럴 것 같군요. ”


 “ 미술 쪽을 공부하신 건가요? 아니면 역사? ”


 “ 전 극장에서 일해요. ”


 “ 아... 드라마 극장? 배우예요? ”


 “ 아뇨, 가브릴로프 극장. 아직 일을 시작하진 않았지만. 드라마 배우는 아니에요. 그냥 극장 쪽에 오래 있었어요. ”
 


 키라는 그가 말하는 ‘오래’가 대체 몇 년을 얘기하는지 궁금했다. 미샤는 자신 또래거나 더 어려 보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며칠 후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키라는 작업실로 곧장 올라가는 대신 계단 모퉁이의 창문 너머로 그가 박물관을 지나쳐 가브릴로프 극장 쪽으로 걸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가 배우가 아니라는 사실에 흐릿한 아쉬움을 느꼈다. 동시에 그를 어디에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외모와 말투, 몸가짐을 지닌 사람을 한 번 보고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그랬다면 그녀는 이미 그를 그렸을 것이다. 백지마다 스케치를 가득 채웠을 것이다. 마치 그 카페에서 그녀가 몰래 그를 스케치했던 것처럼. 그가 다가오기 전, 빈자리에 앉아도 되는지 묻기도 전에. 그가 천사상 곁을 지나쳐 카페로 들어왔을 때, 차를 주문하기 위해 줄을 서 있을 때. 비밀스럽게, 천사상을 그리던 목탄과 연필로, 맨 마지막 페이지를 펼쳐서. 



 비둘기를 그렸어야 했어.



 키라는 입안으로 그렇게 되뇌며 작업실로 올라갔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한 손으로는 연필을 쥔 채 그 하얀색과 회청색의 작은 비둘기를 그려보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새가 어떻게 생겼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사실 그녀는 계속해서 그 젊은 남자, 극장에서 일하고 까마귀에 대해 궁금해 하고 천사상의 발치를 만져보던 청년, 왼쪽 다리를 무겁게 끌면서도 소리 없이 걷고 웃을 때는 눈과 입술로 조용히 웃는 남자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





중략 부분에서 키라와 미샤는 천사와 까마귀와 가브릴로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건 나중에 이 글을 다시 쓰게 되면 한번 올려보겠다.


:
Posted by liontamer

 

 

 

 

에르미타주와 겨울 운하 사이에서 발견한 고양이 한 마리. 아마 에르미타주에 사는 고양이 같다.

 

 

우리의 흰양말 냥이, 어정어정 걸어가는 비둘기 발견, 슬금슬금 따라가기 시작.

 

 

 

 

 

 

 

 

꽤 가까워짐...

 

 

 

 

 

그리고는 비둘기가 포르르 날아가서 냥이 혼자 이렇게 :)

 

:
Posted by liontamer
2018. 9. 24. 23:37

이곳이 페테르부르크입니다 2017-19 petersburg2018. 9. 24. 23:37

 

 

 

 

어젯밤 늦게서야 DSLR 메모리카드를 꺼내서 사진 정리함. 이번엔 카메라는 많이 안 썼기 때문에 600여 컷 정도밖에 안 찍었다. 다 핸드폰 때문이다. 전에는 폰카가 너무 후져서 항상 카메라로 찍느라 2천컷 정도씩은 찍었는데 그렇다고 그걸 다 제대로 건지는 것도 아니긴 해서.

 

 

하여튼 얼마 안되는 DSLR 사진들 넘겨보다가, 너무나 페테르부르크, 그러니까 뻬쩨르다운 사진 한 컷 :) 모이카 운하 돌난간에 무심한듯 시크하게(ㅋㅋ) 앉아 있는 비둘기. 석양 즈음의 햇살이 부서지는 운하. 꼭 껴안고 있는 연인들. 그 뒤로 아른거리는 빨간 교각(끄라스느이 모스뜨). 비둘기가 아니라 갈매기였으면 쫌더 뻬쩨르 느낌이었겠지만 이 동네엔 갈매기만큼 비둘기도 많고 까마귀도 많으니까 :)

 

 

이거 찍고 나서 잠시 후 저 비둘기는 날아가고 저 자리에 위풍당당한 까마귀가 날아와 앉았다. 그 사진은 나중에 따로~

 

:
Posted by liontamer
2017. 11. 28. 22:36

요세포프의 세 마리 비둘기 2017-18 praha2017. 11. 28. 22:36





5월말. 프라하 구시가지, 요세포프 뒷길의 어느 벤치 곁을 지나다 발견한 비둘기 세 마리. 색깔도 가지각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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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9. 26. 22:23

색채들 2017-18 praha2017. 9. 26. 22:23






6월초. 프라하. 말라 스트라나 골목들에서 발견한 색채들.



비둘기조차도 색채와 돌을 딛으며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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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6. 26. 23:39

프라하 세 장 2017-18 praha2017. 6. 26. 23:39











피곤했던 하루라 일찍 자려고 누웠지만 한시간 넘게 잠 못이루고 있음. 그냥 평소대로 자정 즈음이 되어야 잠들듯.


잠 안와서 폰에 있는 프라하 사진 몇장 올려봄. 6.5. 떠나던 날 오전에 산책하며 폰으로 찍은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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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3. 30. 22:34

2016 praha2017. 3. 30. 22:34

 

 

새는 멀리 떨어져 홀로 있었다. 마치 오래되고 유명한 시에서 나온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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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 30. 20:11

얼어붙은 운하의 비둘기들 2016 petersburg2017. 1. 30. 20:11

 

 

어제의 프라하 새 사진에 이어 오늘도.

 

지난 12월. 페테르부르크.

프리모르스카야 지하철역 근처 운하. 많이 추워서 운하 수면은 꽁꽁...

이 근처에는 바다가 있어서 갈매기도 많이 날아온다. 근데 이 사진엔 비둘기들만 있네.

 

 

 

 

 

 

비둘기들아 춥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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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12. 18. 08:19

추운 나라 고양이와 비둘기 2016 petersburg2016. 12. 18. 08:19




시차 적응도 다 안되고 또 새집이라 잠자리가 바뀌어서 새벽에 깬후 두어시간 넘게 못 자고 있음. 다시 잠 청하면서.. 페테르부르크 거리에서 발견한 고양이와 비둘기.

추울텐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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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10. 15. 23:15

비둘기야 너는 아니? 2016 petersburg2016. 10. 15. 23:15

 

 

그리보예도프 운하.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피의 구세주 사원) 앞 운하 난간에 도도하게 혼자 내려앉아 있던 비둘기.

 

비둘기야, 넌 여기가 어딘지 아니? 여기는 페테르부르크에서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나야. 관광객들이 전부 여기로 몰려들어 사진을 찍어.

 

 

비둘기 : 나랑 무슨 상관~ 몸치장이나 하련다~ 빵이나 좀 주지..

 

 

비둘기 : 아이 발 저려..

 

 

..

 

그건 그렇고 비둘기도 페테르부르크의 조그만 상징 중 하나다. 페테르부르크 그림엽서나 만화엽서에 종종 등장한다. 비둘기가 많긴 하지.. 근데 어느 나라 어느 도시를 가도 비둘기는 많다...

 

그래도 한두마리만 있으면 괜찮아... ㅠㅠ 특히 가만히 앉아 있거나 걸어다닐땐 괜찮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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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9. 26. 04:56

우리들은 까마귀님이시다 2016 praha2016. 9. 26. 04:56






숙소 근처 나무 아래에서 발견한 까마귀





두마리..






옆으로 오는 비둘기 막 위협.. 비둘기 도망갔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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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지난 6월 19일.

오전엔 비가 많이 왔었고 추웠다. 이날 숙소를 옮겨야 했고 카페인과 약 때문에 갑자기 좀 가슴이 북받치듯 아파서 고생했었다(그 이후 빈속에 카페인 절대 섭취하지 않기로 함) 그리고 오후에는 마린스키 신관에서 라두 포클리타루의 3악장 심포니와 사샤 발츠의 봄의 제전을 보러 갔었다.


이 사진들은 공연 보고 운하 따라 숙소까지 걸어오며 찍은 것들. 이날 공연은 그다지 맘에 들지 않았지만 산책하며 돌아오는 길은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코스라서 그럴지도. 마음의 위안을 얻는 곳이다.



맨 위 사진은 숙소 거의 근처까지 왔을때 찍은 것. 여기는 운하변이 아니라 발샤야 모르스카야 거리의 어린이 도서관 앞이다. 간판과 안뜰을 바라보고 있던 노부인의 뒷모습이 어쩐지 가슴에 남아 찍어두었다. 어쩌면 붉은 계통의 옷차림 때문일지도(내가 좀 빨간색을 좋아해서 ㅠㅠ)












마지막은 역시 새 두 마리로 :)


그러니까 비둘기라도 푸드득 날아오지 않고 이렇게 아장아장 걷고 있으면 괜찮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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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8. 13. 21:37

추웠을 때 사진 보면서 더위 쫓는 중 russia2016. 8. 13. 21:37

 

 

아아 더워.. 정말 너무해..

2015년 2월 페테르부르크, 추웠을 때 사진 또 몇장 투척..

얼어붙고 눈 쌓인 네바 강 풍경 몇 장. 주로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가던 길과 요새 안에서 찍은 사진들.

 

 

 

 

 

 

 

 

 

 

 

 

 

 

 

 

이건 궁전광장에서 빠져나와 운하 쪽으로 가는 길. 길이 꽁꽁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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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테르부르크를 떠나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날이었다. 나는 료샤랑 레냐와 함께 궁전광장과 네바 강변, 그리보예도프 운하변 등을 거닐고 있었다.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먹었다. 나는 언제나처럼 사진을 찍었다.

이 사진을 찍을 때 레냐가 '쥬쥬, 왜 아무것도 없는 하늘을 찍어?' 하고 물었다.


나 : 저기 갈매기가 날아가고 있어.

료샤 : 야! 저렇게 높이 있는데 줌 당겨도 나오지도 않겠다!!

(흑흑, 그의 말대로... 엄청 조그맣고 흐리게 나왔음)

레냐 : 쥬쥬는 새를 좋아해. 지나가다 새가 있으면 꼭 찍어.

나 : 청둥오리가 좋은데 이번엔 거의 못봤어. 레트니 사드에서만 봤어. 갈매기도 날아갈때 보면 좋아. 

료샤 : 야, 너는 짐승은 다 좋아하잖아! 개, 고양이도 찍잖아! 그리고 길거리에서 짐승 간판이랑 조각도 다 찍잖아!

나 : 어, 맞어... 뱀 같은 거 아니면 좋아...

레냐 : 쥬쥬는 착해~ 동물을 좋아하면 착해~

나 : 그치, 나 착하지~~

료샤 : 야! 동물 좋아하면 뱀도 좋아해야지!!!

나 : 뱀은 징그럽잖아 ㅠㅠ

레냐 : 뱀은 안 좋아해도 돼~~ (너그럽게 허락해줌 ㅋㅋ)

료샤 : 뱀도 동물인데 왜!!

레냐 : 아빠! 뱀은 다리 없잖아!


.. 레냐는 내 편 :)





그러다 비둘기가 어정어정 걸어가고 있어 찍었더니...


료샤 : 야! 비둘기떼 날아오면 피하면서 왜 한마리 있을땐 맨날 찍냐!

나 : 비둘기떼 날아오면 박테리아 무서워서 ㅠㅠ




그러다 랜드마크 중 하나인 이 청동사자상 앞으로 오자 레냐가 먼저 내 소매를 잡아당겼다.


레냐 : 쥬쥬! 사자 있어, 얼른 찍어~~

나 : 고마워~~ 찰칵! (그래서 이 사진 찍음)

료샤 : 야! 너 이 사자 올때마다 찍었잖아! 여태 찍은 거 다 합치면 백장은 찍었겠다!

나 : 어제 사자랑 오늘 사자는 다르단 말이야!!!

료샤 : 문학 전공자 피곤해. 궤변만 늘어놔.

나 : 나 문학 전공자 아니거든요! 우리 학교는 노문학 아니고 그냥 노어과였거든요!

료샤 : 근데 왜 노어가 엉망이야!

나 : 엉엉...

레냐 : 아빠! 쥬쥬는 외국인이잖아! 우리 말 엄청 잘하는 거야! 아빠는 한국말 하나도 못하잖아!!


.. 레냐는 역시 내 편 :)





그리고는 레냐가 또 이 식당 간판 보면서 갈매기 있으니까 찍으라고 채근. 그래서 이 간판도 예전에 많이 찍은 건데 또 찍음 :)

..



그리고는 료샤가 며칠 전에 대상포진 걸린 후 전화해가지고는 자기네 다차에 다람쥐도 있고 무슨무슨 새도 있고 뱀도 있다고 놀러오라고 했다. 야, 뱀 때문에 너네 다차 안 가!!!!

(그 대상포진 얘긴 여기 : http://tveye.tistory.com/5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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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니 사드(여름 정원) 후문에는 연못이 하나 있는데 여기엔 갈매기 비둘기 까마귀 오리들이 날아올 뿐만 아니라 백조 한쌍이 유유히 떠다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날 엽님과 함께 레트니 사드에 갔는데.. 백조를 보여드리려 했으나..

 

저놈의 백조들이 전혀 우아하지 않게 기다란 모가지를 꼬며 저러고 있었음 ㅠㅠ 우아하고 유유히 수면을 유영하는 백조따윈 간곳 없고... 백조의 호수는 어데로...

 

 

앗, 이제 좀 헤엄쳐보려나??

 

 

하지만 다시 모가지를 쭉 빼고..

 

백조 이러기야!

 

 

그래, 난 백조보다 갈매기 오리가 더 좋앗~

갈매기가 훨씬 우아하다!!!

 

 

심지어 박테리아 온상 비둘기가 더 낫네!!! (사진발도 잘 받고 ㅋㅋ)

백조! 너희는 우리를 실망시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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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늘이 정말 아름다웠다. 어느 계절이든 페테르부르크의 하늘과 구름은 정말 아름답다.

 

..

 

생각보다 오래 머무른데다 긴옷과 짧은옷을 많이 싸왔고 책들도 늘어났다. 찻잔이나 홍차 등의 부피도 있고 가방도 무거워서 트렌치코트와 긴옷 몇점 책 몇권은 우체국에서 일반 소포로 부쳐버릴 생각을 하고 아침에 낑낑대며 짐을 들고 중앙우체국으로 갔다. 호텔에선 10~15분 걸어가면 되는 거리이고 옛날에 있을때도 두어번 부쳐본 적이 있다.

 

근데 오늘 운이 없었다. 여기는 아직도 무게 다는 창구, 상자 사고 포장하는 창구, 돈 내는 창구, 부치는 창구 등이 다르고 복잡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하필 내가 갔을때 15분 후 쉬는 시간이었다 ㅠㅠ 하여튼 줄을 서서 일단 상자를 샀더니 상자 주는 아줌마가 네장의 서류를 쓰라고 했다. 상자값을 낸 후 서류를 열심히 썼다. 그러나 다 쓰고 나자 쉬는 시간이 되었고... 소포 부치는 창구는 아직 쉬는 시간이 아니라서 그리로 갔더니 그 아줌마가 내걸 안 받아주겠다는 것이다 -_- 뭐냐... 그래서 그럼 어디로 가야 해요? 하고 물어보니 자기도 모른단다. 자기한테 묻지 말라 함.

 

너무 짜증이 났다. 많이 좋아졌지만 역시 이럴때면 옛날 생각이 나면서 '망할놈의 러시아!' 하고 버럭버럭 화가 나는 것이다.

 

한시간 기다렸다가 첨에 박스 받은 아줌마에게 다시 물어볼까 했는데 화도 나고 덥고 배도 고파서 그냥 상자 들고 호텔로 돌아와 컨시어지에 물어보았다. 호텔 측에 부탁해서 부쳐달라고 할수 있나 싶어서. 그러나 페덱스와 디에이치엘 이용하게만 해줄수 있다는 것이다. 근데 이 짐은 그냥 한달 걸려서 선박운송해도 되는 짐이고.. 디에이치엘로 보내느니 내가 그냥 오버차지 물고 비행기 타고 가지!!!

 

하여튼 그래서 도로 방에 상자째 갖다놓음. 내일 아침 10시쯤 우체국 도로 들고가봐야겠다. 너무 짜증이 나서 그냥 비행기에 들고 탈까 생각도 해봤는데 내일 숙소를 또 옮겨야 해서 가방을 싸다 보니 이 짐은 부치지 않으면 참 난감해질 것 같다. 아우 그 망할놈의 우체국 가기 싫어 -_-

 

..

 

우체국 때문에 좀 빈정상한 후. 그래서 밥도 못 먹고(-_-) 곧장 버스 타고 블라지미르 거리로 갔다. 오전에 부지런히 에르미타주에 다녀오신 엽님을 만나 우크라이나 식당 쉬녹에서 점심을 먹은 후 함께 판탄카 운하를 따라 쭈욱 걸어내려가 레트니 사드에 갔다. 놀랍게도 날씨가 좋아서 레트니 사드 가기 좋은 날이었다.

 

옛날에 좋아하던 아이스크림인 다샤를 팔고 있어 좋아하며 벤치에 앉아 그것을 까먹음.

 

 

(공원에선 역시 아이스크림!)

 

날씨가 참 좋았다. 후문 연못에 백조, 갈매기, 청둥오리들이 모여 있었다. 백조는 기다란 머리를 마구 꼬며 뭔가를 주워먹느라 전혀 우아하지 못해 우리를 실망시켰다.

 

눈부신 날이었다. 햇살과 하늘, 물 색깔이 환상적이었다. 아무런 필터도 보정도 없는데도 갈매기와 오리, 비둘기 사진 색감이 이렇게 나와서 좋아서 올려본다. 아마 내가 빛이 많은 사진을 좋아해서 그런가보다 :)

 

 

 

 

우리는 공원을 걸었고 분수를 보았고 크르일로프와 동물들 동상 앞 벤치에 앉아 잠시 쉬었다. 그리고 물론, 내가 좋아하는(ㅋㅋ) 아폴로도 다시 보고 인사했다.

 

(그런데 내가 아폴로 뒷모습 찍는 걸 보고 어떤 할머니가 막 웃으며 농담하셔서 난 좀 뻘쭘해지고 ㅠㅠ 하지만 뒷모습도 아름다운 아폴로라고요!)

 

..

 

이후 우리는 후문으로 나와 마르스 광장을 지나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 쪽으로 나왔다. 보통 레트니 사드 갈때 이용하는 코스이다. 날씨가 좋아서 사람이 많았고 사원의 황금빛 푸른빛 쿠폴은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났다.

 

 

..

 

엽님은 마린스키 신관에서 쥬얼즈 공연이 있었다. 버스 타고 가다 나는 먼저 내렸고 아쉬운 작별을 했다. 만나서 반갑고 즐거웠어요! 한국 잘 돌아가시고 서울에서 다시 조우해요 :)

 

..

 

들어오다 그 일본라멘집에서 대충 가라아게동과 메론소다를 먹었다. 배가 고파서라기보단 방에 와서 챙겨먹기 귀찮았다. 사실 너무 목이 말라서 평소 좋아하지도 않는 메론소다를 정신없이 마셨다.

 

방에 와서는 갑자기 피곤해져서 늘어져 있다가 디카페인 티를 마시고 가방을 챙겼다. 내일 숙소를 옮긴다. 여기 와서 5일을 더 연장해서 그렇게 된 것이다. 사실 그냥 7월까지 계속 있고 싶다만... 더 이상 있다가는 적금까지 깨게 생겼음.

 

내일의 목표는..

1. 아침에 우체국에 가서 더이상 빈정 상하지 않고 저놈의 소포를 잘 처리하는 것.

2. 숙소를 다시 잘 옮기는 것.

3. 슈클랴로프님의 지젤을 보는 것...

 

오늘은 자정 전에 자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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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9. 9. 21:16

하얀 새, 까만 새, 얼룩 새 다 모여라~ russia2015. 9. 9. 21:16

 

 

다리 많은 것들과 다리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무한공포증이 있지만.. 이와는 반대로 지나가다가 새나 고양이, 강아지 보는 것은 좋아한다 :) 그래서 가끔 사진도 찍는다.

 

(비둘기는 박테리아를 흩뿌릴까봐 그냥 옹기종기 모여 있거나 걸어다닐 때만 괜찮긴 하지만...)

 

이번 여름에 페테르부르크 갔을 때 여기저기서 마주쳤던 새 사진들 우르르~ (이전에도 몇번 한마리 두마리 올리긴 했지만)

 

이놈은 비둘기인가... 비둘기치고는 참으로 하얗고 예쁘구나.

 

(새 종류 구분 잘 못함 ㅎㅎ)

 

 

 

눈을 크게 떠야 숨어 있는 새를 찾을 수 있어요~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의 강변에서 :)

 

 

 

 

 

얘들은 햇볕 받으며 자다가..

 

 

 

 

 

여기부터는 레트니 사드의 연못가에서..

 

이 연못가에서는 새들 모이도 주고 물통도 설치해놔서 새들이 많이 온다. 갈매기, 까마귀, 청둥오리, 비둘기, 참새 등이 모여들고... 연못에 풀어놓고 키우는 백조도 한 쌍 있음.

 

 

 

청둥오리 친구 두 마리 동동동..

이를 부러워하며 지켜보는 하얀 갈매기..

갈매기 : 아이 부러워...

 

 

 

그때 친구 갈매기 멋있게 등장

 

새로 온 갈매기 : 친구야~ 너는 외롭지 않다~

갈매기 : 이야~~

 

 

오리들은 이쪽에 옹기종기..

한겨울에 얼음 사이로 모여 있던 걸 생각하니 참 다행이다..

(난 청둥오리를 좋아함~)

 

 

 

레트니 사드 연못의 백조 한 쌍~

도도하게 둥둥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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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8. 19. 08:51

연못의 비둘기 한 마리 russia2015. 8. 19. 08:51

 

 

레트니 사드 후문으로 들어가면 연못이 나온다. 백조도 한 쌍 있고 오리도 있고 갈매기들도 날아오는 곳이다. 거기 혼자 분위기 잡고 있던 비둘기~

 

이제 오늘 하루도 힘을 내서 일하자... 아침부터 후덥지근하네 헥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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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7. 30. 13:25

무심한 듯 시크하기만 한 게 아니라... russia2015. 7. 30. 13:25

 

 

알렉산드로프스키 공원. 내 맘대로 해군성 공원이라고 부르는 곳.

이 날은 간만에 해가 쨍 났다. 산책하다가 마주친 풍경.

 

팔에는 문신을 하고 선글라스를 끼고 헤드폰 밖으로도 꽝꽝거리는 락음악이 흘러나올 정도로 시끄러운 음악을 듣고 있는 청년이었지만... 그는 이렇게 비둘기에게 빵조각을 먹여주고 있었다. 무척 다정해 보여서 잠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나도 모르게 사진 찍고는 양해를 구했다. 시크하게 허락해준 아름다운 청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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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7. 29. 10:11

비둘기가 날아와 앉았다 russia2015. 7. 29. 10:11

 

 

7월 20일. 그리보예도프 운하 따라 걷다가 찍은 사진 두 장.

비둘기가 이렇게 날아와서...

 

 

.. 난간에 내려앉았다 :)

뒤로 보이는 사진 인쇄된 막은 공사장 가림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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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7. 28. 17:36

빗물에 비친 구름, 비둘기와 참새 russia2015. 7. 28. 17:36

 

 

어제 돌아와서 오늘 출근했는데 하루종일 정신 못차릴 정도로 졸리고 피곤하다..

사진은 옮겨놓긴 했는데 아직 정리는 못함. 첫날 네바 강변 산책하다 찍은 사진 세 장만 먼저..

 

고여 있는 빗물에 비친 구름 :)

 

 

 

강변의 비둘기. 발이 참 빨갛다. 겨울엔 이 빨간 발이 너무 안스러워 보였는데 여름이라 이제 그렇게 안 보임.

 

 

 

그리고 참새~

참새는 하도 포르르 포르르 날아다녀서 사진 찍기 힘든데 어찌어찌 이놈은 오래 앉아 있어서 작게나마 찍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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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4. 15. 09:11

겨울 나라의 새들 russia2015. 4. 15. 09:11

 

 

지난 2월, 페테르부르크.

산책하다가 마주친 새들 사진 몇 장 :)

 

 

 

 

 

 

 

 

 

 

이건 궁전 교각 건너가다가 다리 난간 사이로 찍었다. 네바 강은 꽁꽁 얼어 있었지만 군데군데 이렇게 얼음 녹은 곳도 있어서 사이사이에 오리들이 동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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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3. 2. 15:04

비둘기 발 시려~ russia2015. 3. 2. 15:04

 

 

지난 2월 14일. 페테르부르크 미하일로프스키 공원.

오전 산책 나갔었다. 눈도 오고... 추웠다.

그러니까.. 비둘기도 분명 발이 시렸을 거야!! 저 빨간 발을 보니 어쩐지 더 추워 보인다!! 추우니 저렇게 목도 집어넣고 가슴깃털도 부풀리고...

 

 

 

 

비둘기 : 어휴, 이 동네는 겨울이 너무 길어서 먹고 살기 쉽지 않아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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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8. 15. 21:21

새들도 산책 중 russia2014. 8. 15. 21:21

 

 

페테르부르크. 모이카 운하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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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테르부르크, 해군성 공원.

 

'외투', '코', '대장 불리바', '네프스키 거리', '감찰관' 등의 작품을 남긴 위대한 19세기 러시아 작가 니콜라이 고골 흉상. 그러나 그의 머리 위에서 한가로이 쉬고 있는 비둘기들 :)

 

** 푸쉬킨 동상 위에서 놀고 있는 새들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2352, http://tveye.tistory.com/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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