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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보스토크'에 해당되는 글 88

  1. 2024.02.13 블라디보스톡의 카페들 2
  2. 2024.02.12 블라디보스톡으로 가는 아브로라 2
  3. 2022.05.21 4년 전 블라디보스톡 사진들 (많다) 2
  4. 2020.01.08 반짝이는 쿠폴들, 비둘기 얼마나 발 시려웠을까 2
  5. 2020.01.07 겨울날 늦은 오후, 바다
  6. 2020.01.03 알록달록 테이블 + 좋아하는 카페들의 특징 4
  7. 2020.01.02 블라디보스톡, 짧은 휴가 마치고 탑승 기다리는 중 2
  8. 2020.01.01 새해의 블라디보스톡 사진 몇장
  9. 2020.01.01 1.1 수요일 밤 : 새해, 어쩌다보니 두번이나 블라디보스톡에서, 역시 방향치, 게다가 컴맹, 여행의 마무리
  10. 2019.12.31 12.31 화요일 밤 : 송구영신, 빠끄로프 사원에서 초를 켬, 추억의 영화, 이렇게 한 해를 마무리한다 4
  11. 2019.12.30 12.30 월요일 밤 : 세개의 목표 클리어, 눈 오는 날 돌아다니고 들어옴 6
  12. 2019.12.30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눈보라!
  13. 2019.12.30 눈 펄펄, 카페마 2
  14. 2019.12.29 집토끼 본성
  15. 2019.12.28 얼어죽는 것보단 나으니까요 2
  16. 2019.12.28 12.28 토요일 밤 : 블라디보스톡 잘 도착, 적어놓고 보니 이것저것 그래도 했네 3
  17. 2019.12.28 소르베 바다
  18. 2019.03.14 온통 부드러운 푸른빛
  19. 2019.03.03 얼어붙은 바다 위를 걸으며
  20. 2018.10.24 잘못 내렸던 곳
  21. 2018.08.29 블라디보스톡 카페들과 호텔 창가에서
  22. 2018.08.28 5월의 블라디보스톡 산책 사진 몇 장
  23. 2018.06.29 블라디보스톡 바다 사진 3장 6
  24. 2018.06.15 짧은 휴식의 순간들, 블라디보스톡의 기억 2
  25. 2018.05.30 월요일 한낮의 빠끄로프 공원
2024. 2. 13. 09:25

블라디보스톡의 카페들 2017-19 vladivostok2024. 2. 13. 09:25

 

 

 

어제 블라디보스톡과 아브로라 항공 얘기를 썼더니 그리워져서. 블라디보스톡에는 공연을 보러 2번, 그외 여행을 3번 갔는데 통틀어 가장 날씨가 좋고 즐거웠던 여행은 18년 5월의 여행이었다. 이때 아마 연휴가 끼어 있었던 것 같다. 서울 사무실에 트렁크를 끌고 가서 저녁 근무 마치고 밤 비행기를 탔다. 날씨가 좋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모든 것이 완벽했다. 공연 보러 간 건 7~8월이라 너무 더웠고 새해맞이는 춥디 추운 12월이라 나름대로의 정취는 있었지만 역시 5월이 제일 좋았다. 

 

 

당시 갔던 카페 사진들 몇 장. 화질 좋은 건 DSLR, 화질이 좀 어둡고 상대적으로 번지는 건 아이폰6S. 

 

 

카페는 판탄카, 카페마, 말라꼬 이 묘드, 토르토니야. 이 중 겉으로만 그럴싸하고 값비싸지만 어딘가 좀 부족한 느낌이었던(추웠고 아늑한 기분이 안 들었음) 말라꼬 이 묘드 빼고는 모두 마음에 들어서 이전과 이후에도 여러번 갔다. 이 카페들이 여전히 남아 있어야 할텐데. 네 카페 모두 중심지와 숙소 근처여서 가기도 편했다. 카페마는 지점이 두세군데 있었는데 내가 제일 좋아한 곳은 사진 속의 스베틀란스카야 지점. 알록달록 테이블이 너무 이뻤다. 디저트는 그냥저냥이었지만 커피가 매우 부드럽고 맛있었다(안 마시는 커피 마시게 한 곳) 카페마에서는 나중에 홍차도 한 봉지 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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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행공포증이 있어서 공항이나 비행기에 설레는 타입이 전혀 아니다. 여행이든 출장이든 여러 이유로 비행기는 많이 탔지만 이런 비행이 즐거웠던 적은 거의 없다. 그래서 비행기 사진도 별로 올리지 않는 편인데, 이 사진들은 문득 저 당시의 좋았던 여행이 떠올라서 올려본다. 이 경로로 날아가는 것도 좀처럼 쉽지 않으므로. 
 
 
2017년 12월 말이었다. 나는 혼자 날아가서 블라디보스톡에서 연말과 새해를 맞았다. 블라디보스톡에는 공연을 보러도 가고 그냥 놀러 가기도 하고 이렇게 새해맞이를 하기도 해서 짧은 기간 동안 다섯번이나 갔었다. 원체 가까워서 그런 것도 있다. 마지막으로 다녀온 것은 2020년 초였다. 이후 코로나와 전쟁으로 블라디보스톡 가는 길이 막혔다 ㅠㅠ 비행기도 심지어 세 종류를 타봤다. 대한항공, 티웨이, 그리고 이 아브로라 항공(영어식으로는 오로라 항공이지만 러시아어로는 아브로라라고 읽는다) 당시 한참 여행 프로그램에 블라디보스톡이 나와서 한국 관광객들이 많아질 무렵이었고 비행 후기도 많았는데 이구동성 '으악 오로라 항공 너무 후졌어요! 러시아 비행기 최악이에요!' 였다.
 
 
그런데 나는 막상 이 비행기를 타보니 별로 실망스럽지가 않았다. 일단 비행기 자체는 예전에 아에로플롯을 워낙 여러번 타본 탓에 '뭐 비슷하구만' 하는 느낌이었고, 최악의 기내식이라고 난리였던 소박한 칠면조 샌드위치조차도 '어 의외로 맛있어' 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한항공은 3시간이 걸리지만 아브로라는 2시간 좀 넘으면 블라디보스톡에 도착했다! (이게 러시아 항공이라 북한을 통과해 지름길로 가기 때문이라고들 하는데 진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이거 타고 가니 정말 빨리 도착해서 좋았고 '아 지금 북한 통과하나?' 하는 신기한 기분도 들었다) 하여튼 그래서 나의 오로라 항공, 아브로라 탑승은 나쁘지 않았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기류는 무지막지했는데 이건 대한항공이든 티웨이든 아브로라든 다 똑같았다)
 
 
이미 6년도 전의 기억이다만, 이때 여행이 참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겨울의 블라디보스톡은 살이 엘 정도로 추웠고 호텔도 까마득한 언덕에 있어서 무지 힘들었지만 여행 자체는 정말 즐거웠다. 그래서 나중에 새해맞이하러 또 갔었다. 다시 이럴 기회가 또 있을지 모르겠다. 
 
 
2017년 12월 29일. 블라디보스톡으로 날아가는 아브로라. 사진 여러 장. 
 

 
 

 
 
 
 

 
 
 
 

 
 
 
이 샌드위치와 비행기에 대한 메모도 스케치로 그려놓았던 적이 있다. 아래에. 그림을 보니 저때는 머리가 뽀골뽀골이었나보다. 그리고 저때 옷차림을 보니 지금처럼 둥실둥실해지기 전이다 ㅠㅠ (못입게 된 파란색 금패딩 코트 착용...) 
 
 
moonage daydream :: 와글바글, 악명높은 샌드위치라며, 그냥 철퍽 (tistory.com)

와글바글, 악명높은 샌드위치라며, 그냥 철퍽

​​ 위의 두 스케치는 비행기 안에서 그렸음 ​ 저녁 6시에 도착했고 먹은것도 별로 없어서 근처 레스토랑에나 갈까 했지만 춥고 언덕 오르막이라 포기.. 근데 벌써 배가 꺼졌어ㅠㅠ 빨리 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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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이었고 블라디보스톡의 바다는 얼어붙어 있었다. 
 
 
그건 그렇고 아직도 이 오로라 항공, 즉 아브로라가 살아남아 있는지 잘 모르겠네... 코로나를 거치면서 여기저기 원체 변화가 많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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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예전 여행 사진들 뒤져보다가. 2018년 5월 블라디보스톡 폴더를 보니 분명 이때 DSLR로 찍은 사진들도 있었는데 그것들을 집 PC에 옮겨놓지 않은 모양인지 폰 사진들만 여럿 모여 있었다. 그런데 폰 사진들을 보니 또 느낌이 새로웠다.



블라디보스톡은 아무래도 가깝다는 이점이 있어서 꽃돌이 슈클랴로프님 공연 보러 두번, 그냥 놀러 세번이나 다녀왔는데 그중에서도 이 18년 5월의 짧은 여행이 가장 즐거웠다. 이때는 바쁜 업무에 짓눌려 있다가 5월 무슨 황금연휴 시기에(아마 어린이날이나 석탄일이 끼어 있었던 것 같음) 한밤중 비행기를 타고 가서 3박 4일인가 놀다 왔던 기억이 난다. 통틀어 이때 날씨가 가장 좋았던 때라(나머지는 7월 두번, 12월 두번이었던 듯) 돌아다니기도 좋았고 맘에 드는 카페를 여럿 발굴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어서 즐거웠던 것 같다.



이 당시 폰은 아이폰 6S였는데 뭔가 이때 사진 찍을때 설정을 잘못했는지 필터를 잘못 넣었는지 전반적으로 색감이 좀 어둡게 나왔다. 실제로는 무척 햇살이 좋고 밝은 날씨였다. 마지막 돌아오는 날에만 비가 왔던 것 같음.


여행 기분 되살려보려고. 폴더에 있던 사진들 여럿 그냥 막 방출. 뱅기 타고 가는 것부터 호텔 방, 면세 쇼핑 결과물, 카페, 사원 뭐 이것저것. 이때 발굴했던 카페들은 내내 내가 좋아하는 곳들로 남았는데 코로나 때문에 마지막으로 갔던 게 20년 1월이니 그 이후 지금까지 아직 버티고 있을지 잘 모르겠다 ㅠㅠ 다 폰 사진들이라 화질은 감안해야 함.


 

 

 




이때 탔던 것은 아브로라 항공. 하도 악명높아서 긴장했으나 나에겐 그냥 아에로플롯 2탄이었음. 심지어 여기서 내준 치즈 샌드위치도 맛있게 먹음. 아브로라 항공은 러시아 항공이라 북한 영공을 통과해서 2시간 남짓 걸리는데 대한항공 타면 3시간 걸렸다. 그래서 '가격도 싸고 시간도 덜 걸리고 차라리 낫구만' 하는 생각마저 했음. 그런데 지금이야 물론 전쟁때문에 러시아 항공사들은 운항을 다 멈췄고 언제 다시 갈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


 

 




한밤중 비행기를 타서 새벽에 블라디보스톡 공항에 도착해 택시를 타고 시내까지 들어왔다. 이때는 도심의 그나마 가장 좋다는 현대 호텔에 묵었음. (그치만 오래된 곳이라 5성이라 해도 별로 좋지 않음 ㅜㅜ 조식도 별로였는데 이건 나중에 두번이나 더 묵었지만 역시 별로였다) 그 현대 호텔은 18년 말인지 19년엔 롯데 호텔로 바뀌었는데 다음에 묵어보니 위 사진의 내부 인테리어는 그대로였다. 이름만 바꿨음.


 

 




그래서 이때는 와이파이 비번에 현대가 적혀 있음.




 




이때 면세로 이런 것들을 질렀나보다 :)

 

 

 




빠끄로프 사원도 이때 처음 갔었다. 이 여행 통틀어 가장 좋았던 순간이었다. 사원은 고요했고 공원에는 연두색 나뭇잎들이 가득했고 부드럽고 찬란한 햇살이 일렁였다. 공원에서 어떤 남자가 개랑 놀고 있었다. 나는 벤치에 앉아 햇볕을 쬐고 비둘기와 개를 구경했다.


 

 




 

 




여기 바다는 정말 조그맣고 별볼일 없다만 그래도 이렇게 한가운데만 툭 잘라내서 구도를 잡아 찍으면 이쁘다 :) 그런데 나에게 이 바다는 이런 찬란한 푸르름보다는 한겨울에 꽝꽝 얼어붙었을 때 눈보라와 바람을 맞으며 걸었던 기억이 더 강한 곳이다.




 




바닷가 공원에도 당연히 산책을 갔었다.


 

 




 



 

 

 




이건 그전에 왔을 때 발굴했던, 내가 좋아하는 케익 카페. 여기는 관광지에 있지만 2층이라 한국인들에겐 별로 알려지지 않았는지 로컬들이 많이 왔다. 그래서 여기 블로그 올릴 때도 카페 이름을 안 올렸었다 ㅋㅋ


 

 

 




뜬금없이 다시 면세 결과물 한컷. 이때는 또 한참 블러셔에 필 꽂혀 있을때라 온갖 브랜드의 핑크, 레드 계열 블러셔를 사고 있었음. 저 캔메이크 블러셔는 딱 저 색상만 국내에서 구하기 힘들었는데 가운데 빨간색이 탐나서 면세에서 샀었다. 저때는 한참 지방 본사에서 과로에 시달리며 매일 길 위의 인생을 살 때라 스트레스 때문에 색조 화장품을 진짜 엄청 자주 이것저것 샀었다. 코로나 이후 마스크를 쓰게 되고 또 서울 사무실에서 일하게 되면서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제 색조 화장품을 거의 안 사고 립스틱도 맨날 바르는 것만 바름. 이사하면서 립스틱과 블러셔도 수십개 처분함. 근데 이 사진 보니까 갑자기 '앗 다음주 출근할때 블러셔 해볼까' 하는 맘이 잠깐 들었지만 아침에 밑화장과 아이라이너만 대충 하고 후다닥 나가는고로 아마 안 할거 같다 ㅋㅋ


 

 

 




그리고 거리와 골목 산책하며 찍은 사진들도 몇 장.






 

 

 

 

 




이때 발굴했던 카페 :0 시르니키가 맛있었다. 나중에도 종종 갔다.

 




 




그리고 카페마. 여기가 블라디보스톡에서 가장 그리운 카페이다. 커피 안 마시는 나에게 커피 마셔보게 하는 드문 곳. 카페 에벨 외엔 거의 여기 뿐인 듯.


 

 




그러다 갑자기 슬프게, 돌아가는 길 공항 의자랑 기내 캐리어로 급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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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지난 12월 31일, 블라디보스톡 빠끄로프 사원 갔을 때. 사원의 예쁜 쿠폴들이 새파란 하늘 아래 반짝이고 있었다. 무척 추운 날씨였지만 날이 맑았다.

 

 

 

 

 

기도 마치고 나와서 사원 한바퀴 돌며 찍음.

 

 

 

 

 

그러다 눈 위에 찍힌 비둘기 발자국 발견.. 으엉 얼마나 발 시려웠을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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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0. 1. 7. 22:49

겨울날 늦은 오후, 바다 2017-19 vladivostok2020. 1. 7. 22:49

 

 

 

블라디보스톡. 지난 12월 28일 오후. 바다는 얼어 있었지만 표면이 질척했다. 며칠 후에 눈보라가 몰아쳤고 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떨어져서 이 날보단 얼음이 더 두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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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게으른 여행자인 나는 새로운 곳들을 연거푸 쏘다니는 것보다는 같은 곳들을 여러번 가면서 좋아하는 장소들을 만드는 쪽을 더 즐기는 타입이다. 이런 장소들의 수위를 차지하는 것은 역시 카페들이다. 페테르부르크에는 본치와 아스토리야의 로툰다, 고스찌 같은 곳들이 있고 프라하에는 카페 에벨과 카피치코, 도브라 차요브나가 있다. 블라디보스톡도 어쩌다보니 공연 보러, 혹은 연말 도피 등으로 여러번 다녀왔고 여기에도 좋아하는 카페들이 생겼다. 카페마도 그 중 한곳이다. 다행히 아직 우리 관광객은 별로 없다(그래서 사실 여기다 올릴때도 카페 이름 적는 거 고민하곤 함... ㅎㅎ) 로컬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커피 맛이 좋은데 나는 커피를 안 마시지만 여기서는 카푸치노나 라떼를 마시는 적도 있다. 홍차도 종류가 많아서 이번에 갔을때는 잎차를 좀 사왔다.

 

여기는 재작년 겨울에 갔을때 발굴한 곳인데 분점이 두어군데 더 있지만 가장 중심지의 이곳이 제일 분위기가 좋다. 앉아서 차나 커피를 마시고 메모를 하거나 스케치를 하기에는 창가 쪽 구석 테이블이 편하지만 내가 이 카페에서 은근히 제일 좋아하는 스팟은 바로 한가운데에 있는 알록달록 동심원의 목조 테이블이다. 파이처럼 잘 분할해 파스텔톤 알록달록 색채로 칠해진 저 동심원은 잘 보면 커피 로스팅과 각종 향에 대한 그림이다. 저 테이블 때문에 이 카페가 더욱 매력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위에서 언급했던 각 도시의 내가 좋아하는 카페들에는 이런 작고도 특별한 포인트들이 있다. 이 카페는 저 알록달록 테이블이고, 본치 카페에는 새빨간 2인용 원형 테이블이 있고 에벨에는 터키블루의 오래된 방석이 딱 하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딱 하나씩만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색채가 근사하다는 것. 내가 좋아하는 카페들은 대부분 아늑하고 따뜻한 스타일, 어두컴컴한 편이라 해도 창문 등으로 빛이 아주 잘 들어오는 지점이 절반 이상 확보되어 있는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이것만으로는 모자라고 거의가 저런 조그만 포인트가 있다. 물론 나한테만 킬링 포인트이고 다른 사람들에겐 그저 인테리어의 일부일지도 모르지만 ㅎㅎ(에벨의 파란 방석은 잠깐 안 보였을 때 점원에게 물어봐도 그게 뭔지 잘 모르던 기억이 있다 ㅋㅋ)

 

 

이번에 갔을때 저 테이블이 안 보여서 '아아 아쉽다 좋아하던 테이블이었는데, 젤 이뻤는데 왜 치웠을까' 하고 섭섭했었다. 그래서 창가에 앉아 메모했던 포스팅에도 그 테이블 없어졌다고 슬퍼하는 글을 썼었다.

그 글은 여기 : (https://tveye.tistory.com/9806)

근데 커피 다 마시고 나가려다 홍차 사려고 다시 홀 가운데를 가로질러 가다가 문득 살짝 왼편 자리에 그대로 있는 저 테이블 발견! 없어진 게 아니고 내가 눈보라에 멍해진 상태로 들어와 시야가 좁아져서 못 본 거였다! 색깔만 좀 바랬을 뿐 그대로 있었다. 무지 반가웠다 :)

 

 

 

 

그대로 있어줘서 고마워요~ 알록달록 테이블!~

 

 

** 작년 봄에 폰이 아니라 제대로 된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여기 : https://tveye.tistory.com/8317 이때는 카메라 렌즈도 달랐고 또 지금만큼 목조 테이블 빛이 바래기 전이라 좀더 칼라풀하다.

 

** 이 카페에 앉아 그린 스케치도 두 장 있다. 첫번째 링크의 두번째 그림엔 저 알록달록 테이블도 색칠하며 그렸고(근데 내가 칠한 건 좀더 유아틱해 보임 ㅋㅋ), 두번째 링크의 역시 두번째 그림은 이 카페의 한쪽 면을 옮겨본 스케치였다(커피원두랑 찻잎봉지들과 각종 커피용품들 진열장 등등 :) 이번에 갔을땐 스케치는 안했고 그냥 글쓰기 메모만 좀 했다. 메모하거나 스케치하기 좋은 카페이다. 그래서 내 맘에 드는 곳인가보다.

 

https://tveye.tistory.com/7987

 

카페, 쇼핑, 맛있는 거

​ 오늘 하루는 요렇게 보냄 ​ 아아 계속계속 놀고만 싶다!

tveye.tistory.com

https://tveye.tistory.com/7498

 

블라디보스톡 한장 요약, 맘에 드는 카페, 나타난 쟁반

​ 돌아와서 간신히 씻고 짐 대충 풀고 내일 새벽 기차 타고 내려갈때 끌고 갈 작은 여행가방에 화장품이니 필수품이니 쑤셔넣고 이제 자려는 중 자기 전에 오늘 블라디보스톡 카페와 공항에서 그린 스케치 세 장..

tvey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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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보스톡 공항에 와 있다. 사오십분 후 탑승 예정.

 

짧은 휴가였지만 이 동네에서 보내는 걸로는 또 긴 휴가이가도 했다. 폰으로 찍은 사진 몇 장으로 이번 여행 마무리. 먼저 눈덮인 바다.

 

 

 

 

 

새해 트리 장식 :)

 

 

 

 

 

 

눈이 잔뜩 왔음

 

 

 

 

 

숙소 창 밖 아침 풍경.

 

 

 

 

 

이건 첫날 바다. 눈오기 전.

 

 

 

 

 

빠끄로프 사원

 

 

 

 

 

잘 쉬고 이제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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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pc로는 사진이 잘 안 올라가서 폰으로 올려보는 오늘 사진 몇 장. 전부 폰으로 찍었다. 추우니 폰이 제일 편하다. 이번 여행에서 카메라 들고 나가서 찍은 사진은 첫날 바닷가 갔을 때 외엔 없음. 아, 어제 호텔 방 창 너머로 찍은 석양 사진 몇장도 있긴 하구나.

 

 

중앙광장 앞, 스베틀란스카야 거리.

 

 

 

 

나무와 건물에 반쯤 가려진 프레오브라젠스키 사원.

 

 

 

 

문제의 그 우보레비치 거리와 굼 안뜰. 오른편 위를 잘 보면 굼 간판이 보인다.

 

이 사진은 빛이 들어와서 오른쪽 아래에 조그맣게 무지개가 두 개 생겼다. 새해 첫날 사진에 무지개가 들어와서 어쩐지 운 좋아질 거라고 믿고 싶다 :)

 

 

 

 

얼어붙은 바다. 첫날보단 더 꽝꽝 얼어붙었지만 여기까지 걸어나오는 길은 눈이 녹아서 질척질척했다. 물론 바다 위를 걸으며 찍는 것이다. 근데 이때 손꾸락이 꽁꽁 얼어서 결국 여기까지 갔다가 돌아나옴.

 

 

 

 

그러나 악착같이 마로제노예(아이스크림) 사먹음. 이것도 생긴 건 초콜릿 씌워놨지만 유지방 높은 플롬비르 아이스크림임. 저 초콜릿 코팅은 살짝 누가바 코팅 같음. 맛있어서 한입에 홀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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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0년 새해 첫날이다. 2018년과 마찬가지로 새해를 블라디보스톡에서 맞았다. 새해를 외국에서 맞은 것은 옛날에 러시아어 연수를 가서 기숙사에서 살았던 페테르부르크 시절 이후에는 재작년과 올해 두번 뿐이고 모두 블라디보스톡이었다. 블라디보스톡이 특별한 곳이어서가 아니고, 일단 가까운데다 비슷한 거리의 다른 나라들에 비해 많이 비싸지 않고 또 러시아이기 때문에 그런 거긴 하다.

 

 

원래 11월까지는 여기 올 계획이 없었는데 몇주 전 회사 일이 꼬이면서 너무 기분이 다운되었고 또 그 일 때문에 2월 여행도 취소하게 되면서 답답함을 이기지 못해 '아 블라디보스톡이라도 좋으니 잠깐 나가야겠다 못살겠다 못해먹겠다 정말' 하면서 예약을 한 거였다. 이미 재작년 이 시기에 왔을때 눈보라의 매운 맛을 보았으나... 여름엔 너무 무덥고 습해서 힘들었고 제일 좋았던 건 역시 5월에 왔을 때였던 것 같다. 사실 12월과 1월은 좀 최악인데 하여튼 그냥 왔다.

 

 

근데 확실히 매년 한살 한살 먹으면서 체력이 달라짐. 원래부터 저질체력이었지만 2년 전보다 훨씬훨씬 돌아다니기가 힘들었고 다리도 무지무지 아팠다. 어차피 여러번 왔던 동네이기 때문에 새로운 곳을 개척해야겠다는 의지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그런 것은 날씨 좋을때!), 또 여행 자체보다는 회사와 업무에 지쳐서 조금이라도 나와 있고 싶어서 온 것이므로 매일 몇시간만 돌아다니고 일찍 숙소로 돌아와 쉬면서 보냈다.

 

 

사진은 스베틀란스카야 거리와 중앙광장 쪽에 있는 프레오브라젠스키 사원. 그런데 여기는 수리 중이라 방벽으로 가로막혀 있었고 분명 어딘가 들어가는 문이 있을 것 같긴 한데 못 찾았다. 어제 빠끄로프 사원에 갔었지만 오늘은 새해니까 새해의 초를 켜고 싶었는데 결국은 그냥 밖에서 쿠폴 사진만 찍고 포기함. 티스토리가 버벅대서 그런지 호텔 방 와이파이가 안 좋아서 그런지 사진이 잘 안올라가서 이 메모에는 이 사원 사진 한장만 첨부한다.

 

 

간밤에 여기 시간으로 신년을 맞이했다. 러시아는 땅덩어리가 넓어서 한 나라 안에서도 시차가 있다. 블라디보스톡은 우리나라보다도 한시간 빠르므로 여기서 제일 먼저 신년 방송이 나온다(그러니 생방송은 불가능할듯) 열한시에 푸가쵸바 등을 비롯한 오래된 스타들이 나와서 하릴없는 농담따먹기와 조금은 촌스러운 쇼를 하고, 11시 55분이 되면 푸틴 대통령(ㅜㅜ)의 신년사가 나온다. 정말 너무너무너무 촌스럽고 권위적이지만 하여튼 티비화면 전체에 크레믈린이 비춰지고 곧 푸틴이 클로즈업으로 등장, 송구영신을 주제로 모범적인(+사랑하는 조국 러시아 만세 레퍼토리) 연설을 한다. 이러다가도 원래 11시 59분쯤 되면 이 사람 말도 끝나야 하지 않나 싶지만 정말 딱 맞게 12시까지 연설을 마치고, 그 직후 크레믈린 종탑의 시계가 클로즈업 되면서 열두번 종이 뎅뎅 친다. 종 치는 게 끝나면 러시아 국가가 울려퍼진다. 이것보단 제야의 종 치는 행사가 더 낫지 않나 싶다가도... 그것도 딱히 매력적인 것 같지는 않은 것 같고... 그래도 우리는 펭수가 타종을 했다며... 펭수 나오는 게 푸틴 독무대보단 낫지 않나 싶다.

 

 

한시간 더 버텨서 우리나라 시간으로 신년 맞는 것까지 보려고 했으나 너무 졸려서 결국 제야의 종 치기 전에 잠들었다. 너무 피곤해서 오늘 조식은 건너뛰고 늦잠 잤다. 열시 반까지 자고 일어나 어제 빵집에서 사온 크루아상과 방에 비치된 저렴이 티백 홍차로 대충 배를 채우고 밖에 나갔다. 새해 첫날이니 바다에 가려고. 벌써 두번 다녀왔지만 하여튼 신년이니까.

 

 

호텔 앞에서 길을 건너면 우보레비치 거리가 나온다. 이 거리를 따라 쭉 내려가면 스베틀란스카야 거리가 나온다. 그런데 나는 여태 바보처럼 여기 벌써 수차례나 왔음에도 불구하고, 게다가 이 호텔에는 세번째 묵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 우보레비치 거리가 굼 백화점 안뜰로 통한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음. 아 난 정말 방향치다... 얼어붙은 내리막길을 따라 조심조심 내려가면서 멀리 보이는 바다를 보고 있었는데 문득 '? 저 간판은 되게 굼 간판이랑 똑같네... 여기 또다른 분점이? 말르이 굼은 이쪽이 아닐텐데..' 하고는... 옆을 보니 낯익은 안뜰이 나오고...

 

 

으윽 나는 왜 이렇게 방향치인가... 그러면 며칠 전에 저기서 밥 먹고, 또 추다데이에서 화장품 쇼핑을 한 후 낑낑거리며 돌아나와 세묘노프 거리를 등반해 올라온 게 완전 뺑뺑이 돈 거였다는 뜻임!!! 그냥 이쪽으로 나왔으면 우보레비치 거리를 가로로 등반해 올라오면 바로 호텔이었거늘... (물론 도로를 무단횡단해야 한다는 위험이 있긴 하다)

 

 

자신의 하잘것없는 방향감각에 어이없어하며 들어온 김에 안뜰을 한바퀴 돌았다. 역시 모든 가게가 문을 닫았음. 이미 2년 전에 왔을때도 1월 1일엔 웬만한 곳은 다 문을 닫는다는 걸 겪었으므로 그러려니 했다. 옛날에 페테르부르크에 있을때도 물론 그랬다. 다들 명절은 보내야 하니까.

 

 

스베틀란스카야 거리로 내려왔다. 먹을만한 곳들은 모두 문을 닫았다. 경험으로 수프라는 오늘 문을 연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여기는 사실 혼자 가서 먹기엔 너무 널찍하고 또 음식 양도 많아서 망설였다. 그러다 그저께 갔던 식당도 문을 연 것을 발견하고 거기 들어갔다. 한국인들이 계속 들어왔다. 모든 식당이 문을 닫았으니 다들 여기로.... 그래서 음식이 매우 늦게 나왔다. 가면 또 언제 먹겠느냐 싶어서 좋아하는 우하를 또 먹어야지~ 하고 우하랑 해산물 올리브유 구이를 시켰다. 우하는 그저께가 더 실하고 맛있었다. 오늘은 손님이 많아선가 내용물이 좀 덜했고 간도 좀 덜했다. 하지만 올리브유와 마늘과 허브를 잘 써서 구운 오징어/새우/관자/감자 구이는 무척 맛있었다.

 

 

나와서 꽁꽁 언 바다를 좀 거닐었다. 너무 추웠기 때문에 조금만 걷고 돌아나옴. 카메라 놔두고 폰만 가지고 나왔는데 폰 사진 몇장 찍느라 장갑 안꼈더니 손가락이 땡땡 얼었다.

 

 

오늘 문을 연다고 적혀 있었던 카페마에 들러 차를 마실 생각이었는데 길을 건너다 생각이 바뀜. 춥고 다리아프고 지쳐서 '아아 카페마 그저께 갔잖아... 들어가서 쉴래' 하고 게으름이 승리함. 오른편으로 가면 카페마, 왼편으로 가면 숙소 가는 길이었는데 왼편으로 방향 틀었음. 들어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플롬비르 아이스크림 한개 사먹음. 춥다고 카페 포기하고 방에 들어가면서 꽁꽁 언 아이스크림 사먹는 나...

 

 

방에 돌아오니 세시가 좀 넘어 있었다. 뜨거운 물로 거품목욕을 하고 나와서 티백 차를 우려 마시고 좀 늘어져 있었다.

 

 

내일 돌아가야 하므로 가방을 꾸렸다. 이번엔 별로 산 것들도 없고(나뚜라 시베리카 목욕제품/핸드크림 몇개, 로모노소프 찻잔 딱 두개-기록적으로 조금 샀다!-, 그리고 홍차와 초콜릿 몇개가 전부임), 짧은 여행이라 짐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면세에서 산 향수와 이번 쇼핑물품 중 깨지기 쉬운 것들만 뽁뽁이로 좀 싸고 옷가지들도 내일 입을 거 빼고 모두 트렁크에 구겨넣었다. 근데 이번에 옷을 조금밖에 안 챙겼는데... 그런데도 안 입은 옷들이 몇개 있고.... 날씨가 추우니 껴입고 거동하기 쉬운 옷을 자꾸 다시 입어서 그렇다... 흑흑, 여행 갈때는 생각한 옷들의 절반만 챙겨야 한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되새김.

 

 

지난번 윈도우 업뎃과 복구 과정에서 오류를 일으켜 부팅이 안됐던 노트북을 회사 전산팀 동료의 도움으로 포맷하고 vpn 등을 깔아놓았는데 그저께 또 어째선지 업뎃 과정에서 오류가 나고.. 복구를 눌렀더니 기껏 깔아준 프로그램들이 모두 삭제되고 되살리는 법도 모르겠음. 한글이 날라가서 제일 불편해짐... 원래 오늘 일찍 들어왔으니 글을 좀 쓸 생각이었는데 한글이 안되고 워드도 안되니(게다가 워드는 잘 못씀...)... 결국 이리저리 뒤지다 한글 체험판 30일짜리 다운받음. 아 이게 뭐야 엉엉... 이 노트북이 몇년 전에 산 거라 윈도우 8이 깔려 있는데 요즘 이게 종료를 앞두게 되어 그런지 업뎃하다 지 혼자 오류를 많이 일으키는 것 같다. 이걸 다시 회사에 들고 가서 도움을 요청하려니 너무 미안한데... 흐흑... 컴맹은 너무너무 힘들구나.

 

 

하여튼 급한대로 체험판 한달짜리 다운받아 놨으니 오늘의 메모를 마친 후 그걸로 좀 써봐야겠음.

 

 

내일은 2시 반 비행기이다. 11시에 택시를 예약해두었다. 블라디보스톡 공항은 원체 작아서 사실 도착만 하면 수속도 금방 하고 탑승까지 할일이 없어서 좀더 늦게 나가도 되긴 하는데 그래도 뱅기 탈땐 혹시 모르니 그냥 11시에 나가기로 함. 일어나서 씻고 조식 먹고 가방 남은 거 꾸리면 나갈 시간이 될 것 같다. 옛날에는 여행가면 아침 일찍 나와서 근처 돌아다니다 체크아웃을 했지만 지금은 그런거 없음... 게다가 춥고... 새해 연휴라 문 연 곳도 없음.

 

 

이렇게 이번 블라디보스톡 여행을 마무리한다. 돌아가면 다시 무지무지 바쁘고 골치아픈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어떻게든 되겠지. 새해의 다짐 이것저것은 주말에... (미루기 신공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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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의 마지막 날이다. 매년 이맘때면 느끼는 것인데 갈수록 시간이 흐르는 속도가 빨라진다. 그만큼 나이를 먹는다는 증거겠지.

 

 

사진은 숙소 창 너머로 바라본 블라디보스톡 바깥 풍경. 바다가 정면으로 보이는 방이 아니어서 좀 아쉽지만 가능한한 줌을 당겨서 바다 쪽만 찍어봄. 석양 무렵이었고 창 밖으로 보이는 겨울 바다가 평온하고 아름다웠다. 이 순간 하나만으로 이번 연말 여행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본다. 추웠고 어제는 눈보라도 쳤고 여러번 왔던 곳이라 새로울 것도 없고 역시 혼자 와서 별다른 재미도 없었지만, 가만히 창가 소파에 다리를 뻗고 기댄 채 창 너머로 부드럽게 석양이 내리는 바다와 눈으로 뒤덮인 작은 도시의 작은 거리를 내려다보면서 올해의 마지막 날을 보내는 것은 나름대로 행복했고 또 좋았다. 아마 최근 몇년 간 계속 그래왔지만 올해는 특히 너무 정신없이 살았고 일과 사람들에 치어 무척 시달리고 또 지속적인 환멸로 괴로웠기 때문에 이런 작고 조용한 평온함이 소중하게 느껴진 것 같다.

 

 

 

 

..

 

 

조식을 먹고 좀 쉬다가 옷을 잔뜩 껴입고(오늘은 영하 20도 전후로 추웠다) 호텔을 나섰다. 추우니까 내일로 미룰까 하다가 그래도 한 해의 마지막 날이니 송구영신의 의미로 빠끄로프 사원에 다녀왔다. 빠끄로프 사원은 오케안스키 대로를 따라 쭉 올라가야 해서 날씨 좋을 때도 다리 아프고 힘들다. 맞바람이 몰아치는 한겨울 날씨에 눈길을 따라 걸어올라가는 것은 물론 아주 힘들다. 그래도 하여튼 낑낑대며 올라갔다. 껴입은데다 양말도 두개 신고 부츠를 신고 마스크까지 썼기 때문에 생각만큼 춥지는 않았다.

 

 

 

 

 

오늘이 더 춥긴 했지만 차갑고 청명한 날씨라 눈보라치던 어제보다는 훨씬 나았다. 하늘이 새파래서 사원의 금빛과 푸른빛 쿠폴이 반짝거리며 빛났다.

 

 

사원에 들어가 삼위일체 성화와 십자가의 예수님 앞에서 각각 초를 켰다. 가족과 소중한 사람들,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 기도했다.

 

 

 

 

사원에서 나와 오케안스키 대로를 따라 걸어내려갔다. 좋아하는 펠메니 식당에 갔다. 올리비에 샐러드는 어제 먹었으니 오늘은 보르쉬와 펠메니를 먹으려고. 그런데 마침 런치 메뉴가 있어 샐러드, 수프, 펠메니, 후식의 조그만 빵이 나오는 세트가 330루블밖에 하지 않았다. 종류도 여럿이라 고를 수 있었다. 시골식 샐러드(과연 이것은 무엇일지 의문했는데 양배추와 오이를 채친 것이었다), 보르쉬, 오징어 펠메니, 감자빵을 골랐고 거기에 허브티를 추가했다. 각각의 양이 적어서 네개 다 먹으니 딱 배부르고 좋았다. 맛있었다. 여기는 재작년에 왔을 때도 12월 31일에 식사를 했던 곳이기도 했다.

 

 

늦은 점심을 먹은 후 좀 다른 쪽 길로 돌아나왔다. 호텔 근처에 새로 생긴 조그맣고 이뻐 보이는 카페가 있어 거기 가보았는데 겉보기만 예쁠 뿐 안이 썰렁하고 먹을 것도 거의 없어서 그냥 나와 예전부터 좋아하던 다른 카페에 갔다. 러시아는 특히 새해가 큰 명절이라 전야를 맞이하는 31일부터는 영업하는 데가 별로 없다. 여기도 6시까지만 한다고 되어 있고 오늘은 요리도 디저트도 안되고 오로지 커피와 차만 된다고 했다. 몸을 녹이려고 마살라 차이 티를 시켜서 마셨다. 좋아하는 카페였는데 오늘따라 오디오 스피커에 문제가 있는지 계속 퍽퍽 소리가 났고 나중에 스피커가 정상이 되자 내가 너무 싫어하는 노래가 나와서 '아 오늘은 아닌 거 같다' 하고 생각하며 30분 정도 앉아 차만 마시고 나왔다.

 

 

방으로 돌아와 씻고서 창가에 앉아 차를 마셨다. 그저께 사왔던 에클레어가 한개 남아 있어서 그것을 곁들여 차를 마시며 창 너머 풍경을 바라보았다. 오후에 돌아왔으니 글을 좀 써볼까 했지만 소파에 앉아 창 너머를 바라보며 쉬는 게 좋아서 석양이 어두워질때까지 그렇게 있었다.

 

 

저녁을 대충 챙겨 먹은 후 티비를 틀어보니 마침 새해 단골영화인 '운명의 아이러니'를 해주고 있었다. 거의 도입부였다. 이 영화는 러시아어 공부한 사람들이라면 다 아는 유명한 영화이다. 마치 크리스마스 시즌에 헐리우드 영화로 나홀로 집에를 해주는 것처럼, 소련 시절 빅 히트를 친 새해 영화라 이 시즌이면 꼭 해준다.

 

 

 

 

내용은 12월 31일에 친구들과 바냐(러시아 사우나)에 갔다가 취해버린 남자 주인공이 인사불성 상태로 레닌그라드행 비행기를 타면서 모든게 꼬이는 로맨틱 코미디이다. 즉, 이 남자는 모스크바의 모 거리 모 번지 모 아파트 ㅇㅇ호에 사는데 알고보니 레닌그라드에도 똑같은 거리 똑같은 주소 똑같은 아파트 똑같은 방이 있으며 심지어 내부 구조까지 똑같고 열쇠마저 잘 맞는 것이었다. 영화 시작할때 너무나도 소련다운 이런 상황에 대해 풍자 영상도 나온다만 기본적으로는 완전 로맨틱 코미디이다. 졸지에 레닌그라드에 온 이 남자는 자기 집인줄 알고 취해 잠이 들고... 그러다 원래 집주인인 아리따운 여인이 등장하고.... 등등. 러시아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이 영화를 좋아하는데, 특히 후반부에 여주인공인 나쟈가 눈 펄펄 내리는 레닌그라드 시내를 배회하는 장면을 좋아한다.

 

 

그냥 앞부분만 대충 볼까 하다가 오랜만에 보니 재밌어서 결국 끝까지 다 봤다. 사실 집에 이 영화 dvd도 있는데 ㅎㅎ 이 영화를 보면 항상 오랜 세월 전 새해 휴가 시즌에 쥬인과 함께 기숙사 방에 앉아 조그만 브라운관 티비로 이걸 재밌게 봤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 추운 방과 허름한 부엌에 있던 법랑 냄비, 좁고 불편한 침대가 생생하게 떠오른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어느새 올해가 한시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여기는 서울보다 한시간 빠르다. 창 너머로는 폭죽 터뜨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추운 날씨에 며칠 동안 두꺼운 차림으로 쏘다니다 보니 몸이 피곤해선지 벌써 너무 졸려온다. 그래도 카운트다운은 봐야지. 오늘은 따로 준비한 샴페인도 없고 초도 없다. 대신 들어오면서 사온 과일즙(콤포트)을 유리잔에 따라서 마시면서 러시아 방송으로 제야 프로그램을 보고 있다. 옛 가수들(알라 푸가쵸바도 방금 나와서 노래를 불렀음)도 나오고 심지어 아까 광고를 봤을땐 니콜라이 치스카리제가 무용수들과 함께 나와서 노래하는 장면이 있었다.

 

 

 

이렇게 2019년이 다 갔다. 원래 한 해를 마무리할때는 좀 진득하게 앉아서 일년을 반추해보고 이것저것 적어보는 편인데 오늘은 여행을 와 있기도 하고 또 생각지 않게 추억의 영화를 보는 바람에, 그리고 졸려오기도 해서 찬찬히 생각하기가 어렵다. 올해는 주로 일 때문에 힘들었다. 초기에 새로 맡은 일과 주변 상황 때문에 너무 힘들고 우울하고 괴로울 때 아주 짧은 단편을 하나 쓰고 조금 나아졌는데 돌이켜보니 최근 몇 년 사이에 처음으로 완성한 단편이라 아주 작고 가벼운 글이지만 그게 나에게 많이 소중하다.

 

 

내년에는 좀더 여유있고, 좀더 용기있고, 좀더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송구영신.

 

 

여기 들러주시는 모든 분들도 얼마 안 남은 2019년 잘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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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많이 내렸다. 어쩐지 어제까지 날씨가 멀쩡하다 했지.

 

 

조식 먹고 와서 소파에 기대어 조금 게으름 피우다가 창 밖을 보니 눈이 펄펄 내리고 있었다. 나가보니 눈보라 수준이어서 금세 눈이 두텁게 쌓였다. 함박눈이라 푹신푹신했지만 내일 기온이 영하 20도 가까이 내려간다고 하니 이제 저 눈은 몽창 빙판으로 변할 것이다. 숙소가 오르막에 있으니 조심조심해서 걸어야 함. 블라디보스톡은 스베틀란스카야나 알레우츠카야 거리 외엔 시내 거리들도 경사가 꽤 있는 편이라 이렇게 눈 오는 겨울엔 걷기가 좀 힘들다.

 

 

오늘은 좋아하는 카페에 가고, 새로운 카페를 하나 발굴하고, 새로운 곳에서 점심을 먹어보는 아주 소박한 목표를 가지고 나갔다. 날씨가 아주 안 좋았지만 세개 다 성공했음. 거기에 더해 눈보라 치는 바닷가에도 잠깐 들렀음 ㅋㅋ

 

 

카페마에 가서 잠시 앉아 라떼를 마시고 글쓰기 메모를 조금 했다. 이 카페에서는 커피 원두뿐만 아니라 다양한 찻잎도 팔고 있어서 홍차를 세 팩 샀다 :)

 

 

 

 

카페마 계단을 따라 내려오면서 찍은 중앙광장과 스베틀란스카야 거리 풍경. 이때도 물론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었다.

 

 

배가 슬슬 고파져서 아드미랄 포킨 거리에 있는 새로운 식당에 가보았다. 식당이야 예전부터 있었고 내가 처음 가보는 곳인데 우하를 먹고 싶어서 간 것이었다. 약간 뻬쩨르의 고스찌를 연상시키는 아늑한 인테리어였다. 킹크랩 살을 얹어주는 올리비에 샐러드와 맑은 우하(생선수프), 그리고 오렌지와 애플민트 에이드를 주문해서 먹었는데 음식이 맛있었다. 좀 비싸긴 했지만 그래도 우하가 무척 맛있었고 해산물도 많이 들어있는데다 특히 두툼한 관자는 은은한 단맛마저 나서 국물 한방울까지 다 먹음. 역시 크림 든 핀란드 우하보다는 정통 맑은 우하가 내 취향~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친 후 눈보라 치는 바다를 쫌 보고 싶어서(대체 왜 ㅠㅠ) 약간 걸어서 바닷가로 나가보았다. 으악 정말이지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눈발이 몰아쳤다. 그래서 잠깐 바다를 본 후 돌아서 나왔다.

 

 

카페마에 앉아 새로운 글에 대한 메모를 좀 했기 때문에 빨리 방에 돌아가 뭔가 적고 싶어졌다. 그래서 숙소로 방향을 돌렸다. 돌아오는 길에 들르려고 찍어둔 베이커리 카페에 갔다. 흘롑 이 말라꼬라는 이름의 체인인데 여기가 라꼼까보다 백배 나았다! 자리는 간소하고 평범했지만 딸기 타르트가 무척 맛있었다. 가게 이름이 '빵과 우유'이고 아이스크림 가게도 따로 가지고 있어서인지 우유맛 크림이 무척 맛있었다. 카페마에서 라떼를 마시느라 홍차를 안 마셨기 때문에 차 한 잔과 딸기 타르트를 시켜서 먹고 몸을 좀 녹였다.

 

 

 

차와 타르트를 해치운 후 다시 밖으로 나왔다. 여기는 돌아가기 전날 시간이 되면 들러서 흑빵이랑 쿠키 류를 좀 사갈까 싶은데 과연 1월 1일에 영업을 할지 잘 모르겠음.

 

 

근처 편의점에 들러 생수, 초콜릿과 티백홍차 등 자질구레한 것들을 좀 샀다. 여기가 가격이 비싼 편인데 이런 날씨엔 그래도 제일 가까우니까... 그리고는 다시 언덕 등반.... 아아아 눈보라를 맞으며 등반...

 

 

 

방에 돌아와서는 욕조에 들어가 거품목욕을 했다. 그러자 너무너무 온몸이 노곤해져서 침대로 기어들어가 잠깐 졸았고 이후에도 좀 누워서 게으름 피웠다. 이렇게 게으름 피운 결과 카페마에서 구상한 글은 한 줄도 시작 못했고, 대충 저녁거리 때운 후 이제서야 노트북 켜서 오늘의 메모 적고 있음. 자기 전에 조금이라도 써보면 좋겠는데....

 

 

이제 올해도 딱 하루 남았다....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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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2. 30. 14:29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눈보라! 2017-19 vladivostok2019. 12. 30. 14:29

 

 

 

역시 예상대로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다!!!

 

 

스베틀란스카야 거리랑 바다 풍경.

 

 

 

 

쌩쌩 펄펄!!

 

 

 

 

 

비둘기들에게 먹이 주고 있는 아주머니. 바람 때문에 길에 쌓인 눈이 회오리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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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2. 30. 11:40

눈 펄펄, 카페마 2017-19 vladivostok2019. 12. 30. 11:40

 

 

 

눈이 엄청 펄펄 내린다. 눈보라 수준!!! 오전에 빠끄로프 사원에 다녀오려 했는데 날씨가 극악이라 오르막길 걸어올라갈 자신이 없어 포기하고 좋아하는 카페에 옴. 일년에 한번쯤 커피 마신다 :) 여기 커피는 부드럽고 맛있다.

 

 

 

 

 

근데 안타깝게도 가운데에 있던 칼라풀한 테이블이 그냥 단색 원목 테이블로 바뀜 ㅠㅠ

 

 

 

 

 

 

 

 

 

다샤님이 주신 노트 개시 :))

 

 

앉아서 좀 쉬다가 점심 먹으러 가야겠다. 근데 눈이 좀 그치면 좋겠는데...

 

 

..

 

 

추가 : 나오기 직전에 홍차를 좀 사면서 안쪽 홀을 다시 찬찬히 둘러보니 그 동그랗고 칼라풀한 테이블이 그대로 있었다 :) 기분 좋아져서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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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2. 29. 22:09

집토끼 본성 2017-19 vladivostok2019. 12. 29. 22:09

 

 

 

오늘 오후는 너무 피곤해서 호텔 방에서 뒹굴뒹굴. 방이 좀만 더 이쁘고 아늑하면 딱 좋은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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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2. 28. 21:05

얼어죽는 것보단 나으니까요 2017-19 vladivostok2019. 12. 28. 21:05

 

 

 

 

저 패딩은 재고 세일할때 저 색만 남아 있어서 예비로 사뒀던 건데 더 두터운 금패딩은(색깔은 푸른 계열인데 큰맘먹고 비싸게 주고 산거라서 금을 붙여 금패딩이라 불렀었음) 요 몇년 새 내가 과로로 둥실해져서 꼭 끼어버려서 포기했더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음. 근데 정말 내 얼굴에 안 받는 색임 흐헝... 메이크업 톤도 도저히 맞출 수가 없음. 그냥 조금 더 얇더라도 검정 패딩이나 페일핑크 패딩 입고 올걸 그랬나 후회 막심 ㅠㅠ 갈색 어그도 엄마가 예전에 호주 패키지 다녀오시면서 사다주신 것인데 아주 따뜻하긴 하다만 내 옷들과는 사실 색 맞추기가 애매하다.

 

 

그치만 블라디보스톡은 추우니까.... 안에 옷도 껴입어야 하고... 어차피 칭칭 동여매고 다니면 얼굴은 보이지도 않고 멋진 그이랑 온것도 아니니까. (그이는 대체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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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심란한 꿈을 꾸다 알람 울리기 직전에 깼다. 간밤에 여행가방을 꾸려서인지 꿈에서 무슨 피난 가방 같은 걸 챙겨야 했다. 전쟁까진 아니지만 세상이 반쯤 무너져가고 있었다. 배터리와 케이블을 챙기면서도 주변 세계의 에너지가 고갈되었는데 이것들이 아무짝에 소용없지 않나 했다.


어제 카자흐스탄 여객기 추락 기사도 읽었고 또 일 때문에 너무 고생하며 스트레스 받았는지 총체적 난국과 절망 속에 빠진 꿈을 꾸게 된 것 같음. 깨기 직전엔 연못 앞에 선 채 가방과 케이블과 멸망에 대해 생각하며 심란해 했다. 아마 그래서 알람 울리기 전에 자기 보호 본능으로 깨어난 것 같다.


5시 20분에 일어났다. 너무나도 잠이 모자랐다. 낑낑대며 대충 세수하고 최소한의 화장만 하고 택시를 불러 공항에 갔다. 9시 반 비행기였는데 연말이라 공항이 붐벼서 시간이 딱 맞았다.


사람이 많아서 스마트 체크인, 스마트 백 드랍을 했다. 근데 어렵진 않지만 역시 나는 구식인지 사람이 해주는게 더 좋다 ㅠㅠ


체크인과 짐 부칠때까진 오래 걸렸지만 2터미널은 그래도 보안검색과 출국수속이 빠른 편이라 시간이 모자라진 않았다. 다 떨어진 화장품과 향수 등 인터넷으로 주문해놨던 면세품을 찾은 후 너무 졸리고 온몸이 아파서 기운 차리려고 게이트 근처 카페에 잠시 앉아 차 마시고 평소 매우 싫어하는 머핀을 시켜서 좀 먹었다.


비행기는 다행히 별로 흔들리지 않았다. 입국수속도 빨리 마쳤다. 택시로 시내의 숙소까지 왔다. 오는 길에는 바다를 지나치게 되는데 오늘 날이 맑아서 얼음낚시하는 사람들이 많아 창 너머로 그 풍경 보는 재미가 있었다.


연말이라 사람이 많아선지, 시간대가 안 좋았는지, 아니면 내가 예약한 요금이 지난번보다 저렴했기 때문인지, 전에 두차례 줬던 방보다 좁고 또 낡은 방을 받았다. 이쪽은 수리를 안했는지 지난번 방들에 비해 모든게 낡았다 ㅠㅠ 전망도 바다는 조금밖에 안보임. 제일 저렴한 기본 룸인듯. 그치만 성수기에 내가 묵었을때보다 요금이 훨씬 저렴하니 당연한 것 같기도 하다. 하여튼 이 방은 그냥 울회사 근처 비즈니스 호텔 같음 ㅠㅠ


짐을 내려놓고 바닷가에 갔다. 배고파서 블린집 가서 닭가슴살/치즈/버섯/토마토 속을 넣은 블린과 차로 점저 먹음. 근데 여러번 와서 먹긴 했지만 여기 블린집은 사실 그렇게 맛있지 않은 편인데 블라디보스톡 최고 관광 맛집이 되어 있고(방송 때문이야ㅠ) 한국인들 필수코스이고... 게다가 비싸다. 블린 원래 이렇게 비싸지 않은데... 아마 제일 시내라 더 그럴듯.

 



바다는 얼긴 했지만 표면은 좀 질척했다. 추위가 덜해서 그렇다. 바다 위를 좀 걸었고 이후 좋아하는 케익 카페에 가서 차 한잔, 체리 무스 치즈케익 한조각 먹음.


들어가려다 추다데이에 들렀는데 내가 좋아하는 시베리카 브랜드 제품은 거의가 사라졌고 역시나 아가피야 할머니만 드글드글... 도대체 이 아가피야 할머니도 왜케 인기가 많아졌는지 잘 모르겠다. 호기심에 나도 한두개 전에 사봤지만 별로였음... 다른 브랜드가 더 좋은데 관광객들이 할머니만 찾으니 많이 안 갖다 놓나보다. 하여튼 원래 쓰던 헤어팩과 거품입욕제는 있어서 그거 건짐.



그러곤 그냥 들어갔어야 했는데 큰 수퍼에 들르는 바람에 짐이 무거웠고(생수를 사느라ㅠㅠ) 어깨랑 다리가 너무 아팠다. 이 동네 호텔들은 다 오르막에 있어서 올때마다 넘 힘들다.


수퍼에서 산 우유맛 하드 먹고(이게 저녁 대용!) 목욕을 한 후 가방을 풀었다. 블라디보스톡은 한국보다 한시간 빨라서 금세 하루가 간 기분이 든다.


많이 피곤하고 지쳤으니 오늘은 늦지 않게 자야겠다. 내일부턴 흐리고 바람도 세게 불고 더 춥고 저녁엔 눈발 날린다 함. 그래서 오늘 힘들지만 바닷가 갔었음. 그냥 근처의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죽치며 쉴까 했는데 좋은 날씨만큼 귀한게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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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2. 28. 16:08

소르베 바다 2017-19 vladivostok2019. 12. 28. 16:08

 

 

 

 

 

잘 도착. 숙소에 짐 풀고 나와서 간단히 점저 먹고 얼어붙은 바다 약간 산책. 확실히 올 겨울이 덜 추운지 바다가 얼긴 했지만 재작년처럼 꽝꽝 언 느낌은 아니고 좀 소르베 얼음 같다. 그래도 걸어다니기에 위험하진 않음.

 

영하 10도 좀 안되는데 오늘은 날이 맑고 바람이 안 불어서 별로 안 춥다. 일기예보가 그 사이 변해서 내일과 모레 흐리고 눈온대서 맑을때 잽싸게 바다에 왔음.

 

 

 

 

 

 

 

 

 

산책 마치고 차 한잔 마시고 있다. 오늘은 새벽에 일어난데다 어제까지의 과로가 겹쳐 피곤하니 일찍 숙소로 들어가 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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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3. 14. 21:50

온통 부드러운 푸른빛 2017-19 vladivostok2019. 3. 14. 21:50

 

 

엄청 피곤하고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 와중이라 심신의 위안을 위해 부드러운 푸른빛으로 가득한 바다 사진 세 장 올려본다. 2017년 7월, 블라디보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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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3. 3. 23:08

얼어붙은 바다 위를 걸으며 2017-19 vladivostok2019. 3. 3. 23:08




이게 어느덧 일년도 훨씬 전의 일이다. 작년 1월 1일. 블라디보스톡. 여기는 겨울에 바다가 언다. 꽁꽁 언 바다 위로 눈이 쌓여 있고 사람들이 그 위를 걷는다. 젊은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썰매를 태워주러 나온다. 



맨 처음 얼어붙은 바다를 보았던 것은 오래 전 페테르부르크에서였다. 그때 앳된 쥬인과 나는 꽁꽁 얼어붙고 눈으로 뒤덮인 바다 위에 나가 사진을 찍었고 역시나 얼어붙은 네바 강 위를 걸어서 건넜었다. 



저때 기분이 무척 좋았었다. 매우 추웠지만 하늘이 파랬고 바다와 하늘과 눈이 맞닿아 하나가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좋았던 때를 생각하며 기분을 달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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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0. 24. 22:54

잘못 내렸던 곳 2017-19 vladivostok2018. 10. 24. 22:54





블라디보스톡. 작년 여름. 숙소가 외곽이었고 처음 갔을 때라 지리를 몰라 시내 나갈때 버스 잘못 타고 잘못 내렸었다. 그래서 낯선 동네(주거지) 돌아다니고 구경하다 이 지하보도 건너서 다시 버스 타고 숙소로 돌아갔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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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침부터 무지 바빴다. 어제 오후에 평온했던 대가를 치렀다. 그나마도 지금은 좀 한숨 돌림.

 

 

어제 블라디보스톡 산책 사진들에 이어, 오늘은 5월 블라디보스톡 갔을때 들렀던 카페 사진 몇장 + 숙소 창가에서 마신 발찌까 맥주 한잔과 다음날 마셨던 차 한잔 사진 등등. 어제 올린 사진들은 아이폰으로 찍은 것, 오늘 올리는 것들은 DSLR로 찍은 거라서 화질이나 심도가 쫌 다르긴 하다. 대신 DSLR은 필터나 조리개 같은 거 안 건드리고 그냥 찍음. (귀찮음 ㅋ)

 

카페마. 판탄까. 말라꼬 이 묘드. 우흐 뜨이 블린. 그리고 현대호텔(이제 롯데호텔로 바뀐다 함)에서 머문 방의 창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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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은 죽어라 일만 하며 보냈다. 40도 폭염인데 냉방도 안되는 사무실에서 야근하고 주말에도 일하고 집에서도 일하고 등등등...

 

오늘은 이상하게도 오후에 잠시 평온해져(아마 내일 또 호떡집에 불난듯 바빠지겠지) 잠시 지난 5월 짧게 블라디보스톡 다녀왔던 사진 뒤적여봄. 그때 찍은 사진 몇장. 전부 폰으로 찍은 것들이다. 그때는 카메라 들고 가긴 했는데 무거워서 별로 안 찍었고 대부분 폰으로 찍었다. 뭐 블라디보스톡이 페테르부르크나 프라하 같은 곳은 아니니까.

 

좀 칼라풀하면서도 평화로운 분위기 사진들 몇장 골라봄.

 

 

그건 그렇고 요즘 블라디보스톡 너무 여행지로 인기많아졌음 ㅠㅠ 안 그래도 가면 한국사람 많은데 갈수록 더 많아지는 듯하다. 힝..

 

 

 

 

 

 

 

 

 

 

마지막은 역시 아이스크림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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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6. 29. 13:41

블라디보스톡 바다 사진 3장 2017-19 vladivostok2018. 6. 29. 13:41

 

 

 

너무너무 놀러가고픈데 바쁜 시즌이라 언제 급한 일이 생길지 몰라 긴 휴가를 낼 수가 없는 여름이다. 금요일이라 더더욱 놀러가고프고, 최근 뻬쩨르 다녀온 후배가 점심 먹으면서 후기 들려주어서 더더욱 가고파지고... 흐흑..

 

 

5월에 샌드위치 데이 하루 휴가내서 휘리릭 다녀왔던 블라디보스톡 바닷가 사진 세장으로 약간찔끔 자가위안 :) 블라디보스톡은 작은 도시이고 바닷가도 참 작다. 5월에 갔던게 세번째로 간 거였는데 어째 갈때마다 점점 한국사람들이 늘어난다 흐흑...

 

 

 

우와 나같으면 무서워서 저렇게 못 앉아 있을텐데~

 

 

갈매기들이 다닥다닥 옹기종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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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경우 여행을 다녀오면 가장 오랫동안 남는 것은 짧지만 부드럽고 따스했던 휴식의 순간들인 것 같다. 특히 스며드는 햇살과 나무 테이블, 카페의 빨간색, 적당히 진하게 우려진 차와 달콤한 케익 같은 것들. 혹은 잎사귀들 사이로 거미줄처럼 빛이 일렁이는 공원 벤치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쐬며 새들을 보는 것. 뭐 그런 것들. 게으른 천성이라 그런가보다. 



5월에 번개치기로 블라디보스톡에 갔을때 별로 쉬지는 못했다. 너무 시간이 짧아서 계속 여기저기 쏘다녔다. 하루에 카페도 여러군데 갔는데 실은 시간이 아까워서 그랬다. 원래같으면 하루에 카페 한두곳만 잡아서 느긋하게 늘어져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원에도 가고 바닷가에도 가고 이것저것 먹고 물건도 사고 하여튼 시간없어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느라 정작 제대로 쉰 순간은 별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아와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이런 순간들이다. 이를테면 아침에 나가기 전에 잠깐 호텔 방 창가에 앉아 방에 비치된 유리잔에 티백 차 우려마시면서 에클레어 먹고 창 너머로 바다를 좀 보고 책을 읽었던 아주 짧은 시간(20분 가량밖에 안됐던듯) 같은 거. 이 순간이 너무 좋아서 그냥 오늘 나가지 말고 방에서 내내 뒹굴까 하는 생각마저 했었다. 그런데 사흘 반밖에 안 있으면서 하루를 통으로 호텔방에서 보내기는 너무 아까워서 결국 나가긴 했지.



(이런 말을 했더니 료샤가 '너는 원래 집순이잖아! 게으르고 또 게으른 방콕 집토끼~' 하고 놀렸음. 반박 안됨. 맞는 말임 ㅋㅋ)












카페마.




판탄카 카페.



블라디보스톡에서 맘에 드는 카페를 발견할 때마다 '어 여기도 잠깐 와서 지낼만한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시내에 바글거리는 한국사람들을 보면 금세 '아니야 아니야' 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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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5. 30. 22:49

월요일 한낮의 빠끄로프 공원 2017-19 vladivostok2018. 5. 30. 22:49




지난주 월요일 한낮. 블라디보스톡. 



빠끄로프 사원에 가서 초 켜고 기도하고 심신 정화 후 바로 뒤의 공원을 좀 산책하고 벤치에 앉아 쉬었다. 이번 블라디보스톡 여행에서 제일 행복했던 순간 중 하나였다. 점심 시간이라 샌드위치 사와서 공원 벤치에 앉아 비둘기한테 부스러기 던져주며 먹는 사람들도 있었고 저렇게 신문 보는 아저씨도 있었다. 강아지랑 나와서 원반 놀이하던 아저씨도 있었다. 월요일 한낮에 회사가 아니라 타국의 공원에 앉아 햇볕을 쬐고 바람을 맞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니 무척 행복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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