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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쉬클리야로프'에 해당되는 글 259

  1. 2018.02.09 생일 축하해요 블라지미르 & 알료샤, 친절한 꽃돌이님
  2. 2017.12.17 로마에서 돌아온 미샤, 빨강, 소련 군가, 우주비행사 (15)
  3. 2017.12.11 두 남자의 대화, 미샤의 재판과 유배에 대한 경위, 커피의 비밀 (16)
  4. 2017.12.09 크리스마스 분위기 조금씩, 티 타임 (2)
  5. 2017.12.03 12.3 일요일 밤 : 2집에서도 달력 넘김, 애지중지하던 쇼핑백, 브리타 복귀? 월요병 (2)
  6. 2017.11.26 일요일 오후, 2집에서 차 한 잔 + 슈클랴로프님 등 (6)
  7. 2017.10.22 열받은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미샤 + 춤과 담배와 알콜 (18)
  8. 2017.10.15 미샤의 안무 데뷔 - 루슬란과 류드밀라 (22)
  9. 2017.09.24 2집의 일요일 오후 + 오전의 별다방 (4)
  10. 2017.09.22 9.22 금요일 밤 : 진료, 마음에 대한 이야기들, 지나간 토요일, 새로 만든 달력 (6)
  11. 2017.09.17 9.17 일요일 저녁 : 가버린 일요일, 꿈, 좀 울적해짐, 달력 만들었음, 로르샤흐 테스트, 노동노예 이 바보 (4)
  12. 2017.09.10 일요일 오후 차 마시며, 부활절 찻잔, 노어바보ㅠㅠ (20)
  13. 2017.09.04 9.4 월요일 밤 : 오전엔 일하고 오후엔 내려오고, 피나는 거 너무 싫다, 지치고 피곤 (2)
  14. 2017.09.01 9.1 금요일 밤 : 달력 넘김, 오늘은 스케치로 대신함
  15. 2017.08.27 여름 블라디보스톡 시내 + 마린스키 분관 사진 몇 장 (8)
  16. 2017.08.19 붉은 수탉 티포트, 체코슬로바키아랑 중국 애들과 함께, 토요일 오후 (6)
  17. 2017.08.06 블라디보스톡 공연 떠올리며, 슈클랴로프 화보와 사인으로 2집 장식 + 티타임 (6)
  18. 2017.08.05 면회 - 발광 페인트 토마토 수프 (26)
  19. 2017.08.05 8.5 토요일 밤 : 더워 죽겠네, 토요일 금방 가버림, 헥헥 (4)
  20. 2017.08.01 8.1 화요일 밤 : 피곤한 꿈, 황당했지만 화내기도 어렵고, 아침의 작은 기쁨, 8월 (6)
  21. 2017.07.31 슈클랴로프 커튼 콜 :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 아주 짧은 메모 + 좀 아쉬운 오시포바 + 꽃 (2)
  22. 2017.07.30 극장과 꽃의 기억 (4)
  23. 2017.07.28 썸머 파인애플 블렌디드, 틴트를 비롯, 꽃돌이를 용서한 레냐 (10)
  24. 2017.07.25 슈클랴로프 블라디보스톡 인터뷰(+ 영상클립 조금) : "저의 가장 중요한 스승은 바로 인생이죠" (6)
  25. 2017.07.24 슈클랴로프 Ne me quitte pas 커튼콜 사진 몇 장 (4)




2월 9일은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 꽃돌이님의 생일이다. 그리고 귀염둥이 아들 알료샤도!



생일 축하해요 발로쟈!!!!





 

..

 

인스타에도 축하포스팅 올렸는데 친절하고 다정하신 꽃돌이님이 답글도 달아주셔서 팬의 가슴은 녹아내림 :)

 

 



 

생일이랑 최근 오네긴 데뷔 축하해요, 글고 서울 오시는 거 기다립니다~ 라고 했더니 또 친절하게 답글 :) 아아 꽃돌이님은 너무나 좋다~

 

생일 축하해요!!

Posted by liontamer






오늘의 이야기는 트로이와 미샤가 나오는 장편 후반부에서 발췌했다. 4부 19장 앞부분에 일어나는 일이다. 1976년 7월. 소련 레닌그라드. 미샤는 키로프 극장 수석무용수이며 몇달 전에는 안무가로도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7월에 키로프 발레단이 유럽 투어를 떠나고 미샤도 거기 포함된다. 동베를린과 마드리드, 로마.




그의 친구이자 애인인(정작 그 누구도 이 관계를 확언한 적은 없다만) 트로이는 레닌그라드 국립대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트로이의 소꿉친구 알리사는 이미 런던으로 떠난 후이다.




발췌한 이야기는 간단하다. 미샤가 유럽 투어를 다녀온다. 로마에서 돌아온 미샤는 자기 집이 아니라 트로이의 집으로 향한다. 트로이는 귀가했을 때 빨간 페인트를 뒤집어쓰고 잠들어 있는 미샤를 발견한다. 둘은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조금 더.




이 이야기의 앞부분은 전에 조금 떼어내 발췌한 적이 있다.


http://tveye.tistory.com/5222  빨간 페인트, 자고 났을 때 옆에서 책을 읽고 있으면...





그때 서두에 올렸던 짧은 인물 소개 메모를 다시 붙여본다. 둘의 대화에 언급되는 인물들이 좀 있어서.




언급되는 아사예프는 당시 키로프 발레단 예술감독, 알렉세이 파블로비치는 발레학교 시절 미샤의 은사, 카라바노프는 미샤의 발레 파트너인 지나이다의 약혼자이자 트로이의 학교 동료 교수이다.


니나 크류코바는 키로프 발레단의 오래된 최고 스타 발레리나(현재의 울리야나 로파트키나나 옛날의 갈리나 울라노바 같은 급), 마할린은 그녀의 동료 파트너이자 인민예술가이다. 딤카 아르부조프는 키로프 오케스트라의 수석 바이올리니스트이다 물론 이들은 모두 내가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이다





위의 메모에 이어, 일린(미샤는 스탄카 라고 부른다)은 jewels와 dolls, 미샤의 수용소 이야기 등에 쭉 등장했던 볼쇼이 극장 안무가이자 미샤의 친구이다.



미샤가 못마땅하게 언급하는 벨스키와 스비제르스키에 대한 이야기는 지난주에 발췌한 적이 있다. (http://tveye.tistory.com/7411 (두 남자의 대화, 미샤의 재판과 유배에 대한 경위, 커피의 비밀)




미샤가 얘기하는 유라는 유리 아스케로프라는 의사이다. 그의 오랜 애인이기도 하다. 유리 아스케로프는 서무 시리즈에도 잠깐 등장한 적이 있다. 그리고 이 about writing 폴더에도 이 사람이 등장하는 글을 몇차례 발췌한 적이 있다. 주로 미샤 때문에 골치썩는 장면이었음 ㅠㅠ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일린이 떠난 후에도 미샤는 잘 견디는 것처럼 보였다. 징계를 받았던 것은 시즌 막바지였기 때문에 그렇게 큰 영향은 없었다. 그는 백야 축제로 복귀해 호평을 받았으며 새 작품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7월에는 지나이다와 함께 크레믈린 궁전 무대에 올라갔다. 그건 전적으로 모스크바 축제였고 볼쇼이가 주관하는 행사였지만 이반 노비코프는 나름대로의 계획이 있었고 미샤와 지나이다를 레닌그라드의 특급 스타로 조명했다. 그들은 볼쇼이 출연진들과 함께 백조의 호수를 췄고 일린은 지나이다에게 나타샤 왈츠를 맡겼다. 모스크바 관객들은 루슬란과 류드밀라를 매우 좋아했고 미샤를 볼쇼이 무대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행사 개막일에는 브레즈네프가 당 위원들과 함께 나타나 백조의 호수를 관람하고 리셉션에도 얼굴을 내밀었다. 이후 트로이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미샤에게 최고 권력자에 대해 물었다. 이미 전에도 다른 행사에서 브레즈네프를 본 적이 있었던 미샤는 별다른 관심 없는 어조로 대꾸했다.



 “ 텔레비전에 나올 때와 똑같아. 멍청하고 따분한 늙은이야. ”




 “ 공연에 관심은 있어? ”




 “ 그럴 리가. ”



 미샤는 정치인들 얘기를 할 때마다 짓는 딱딱한 가면 같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 벨스키는 좀 의외였어. 어머니가 가브릴로프 극장 무용수였대. 극장에 대해 잘 알더라구. 계속 놔주지 않아서 정말 좀이 쑤셔 죽을 뻔 했어. ”




 “ 왜 도망 안 쳤어? ”




 “ 다른 테이블엔 스비제르스키가 있었으니까. 호랑이를 피해 악마 소굴로 갈 수는 없잖아. ”




 트로이는 게오르기 벨스키가 마로조프의 지지를 업고 세력을 키운 인물이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스비제르스키와는 자동적으로 정적 관계에 놓여 있을 것이 분명했다.



 “ 어떻게 그 둘이 함께 조직위원회에 들어 있었던 거야? ”




 “ 그 행사가 극장이나 관객을 위한 게 아니니까. 둘 다 뭔가 지저분한 속셈이 있었겠지. 알고 싶지 않아. ”




 적어도 두 명의 고위 관료와 잠자리를 갖는 인물의 입에서 나올만한 얘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미샤가 스비제르스키를 얼마나 혐오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트로이는 입을 다물었다. 벨스키야 워낙 가정적인 정치인으로 소문나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 그래도 일린과 다시 만나서 반갑긴 했겠네, 간지 얼마 안 되긴 했지만. ”




 “ 스탄카? 지나와 최종 리허설 할 때 밖에 못 봤어. 10분 정도. ”




 “ 축제 끝나고 모스크바에 며칠 더 있다 왔잖아. ”




 “ 그 사람은 폐막한 날 애들 데리고 소치에 갔어. 나름대로 괜찮은 아빠야. ”




 미샤는 일린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얘기하려고 하지 않았다. 크레믈린 행사를 마치고 돌아온 후 열흘 만에 그는 다시 해외 투어를 떠났다. 동베를린과 마드리드, 로마였다. 아사예프는 그를 뉴욕을 비롯한 북미 투어 팀에 넣고 싶어 했지만 당국에서는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유럽 투어를 떠나기 사흘 전 미샤는 보안위원회 지부에 불려가 온종일 사상 재교육을 받았고 다음날은 근교의 집단농장에서 개최된 콤소몰 행사에 끌려갔다. 그런 일에 동원될 때면 언제나 그렇듯 우울하고 지친 모습으로 돌아온 미샤에게 트로이는 그가 도망치지 않고 행사를 견뎠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당분이 가득한 뭔가를 먹을 자격이 있다고 달랬다. 미샤는 알렉산드르 파블로비치의 이름을 운운하는 대신 트로이가 주는 대로 설탕을 녹인 차를 마시고 견과가 올라간 모코 케익을 두 조각 먹은 후 매일 밤마다 하던 운동과 스트레칭도 모두 거르고 시끄러운 락 음악을 좀 듣다가 자버렸다. 





 

*   *   *




 
 미샤는 해외 투어를 마치고 공항에서 곧장 트로이의 집으로 왔다. 카라바노프에게 집을 구하는 동안 자신과 지나이다의 아파트에 와 있으라고 얘기해두었기 때문이다. 카라바노프의 질투심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인 것 같았다.



 트로이가 새로 쓰는 논문 때문에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을 잔뜩 껴안고 돌아왔을 때 미샤는 이미 아파트에 와 있었다. 커다란 트렁크와 소파 사이의 카펫 바닥에 모로 누운 채 둘둘 말린 재킷을 베고 잠들어 있었다. 재킷 외에는 옷도 벗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운동화도 한 짝은 그대로 신고 있었다. 트로이는 그를 깨우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얇은 담요만 덮어 주었다. 뭔가 이상해서 자세히 봤더니 머리 색깔이 바뀌어 있었다.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었는데 제대로 된 미용사의 손을 거친 것이 아니고 꼭 페인트를 뒤집어쓴 것 같았다. 재킷과 카펫 바닥 위에도 붉은 얼룩이 점점이 묻어 있었다. 공연용 스프레이를 뿌린 후 머리를 감지 않은 건가 싶었다.




 30분 쯤 후 미샤가 일어났다. 기계적으로 스트레칭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가 소파에 앉아 자료를 뒤지고 있는 트로이를 뒤늦게 발견하고 반가워했다. 눈에 띄게 좋아하는 표정이라 트로이는 웃었다.




 “ 그렇게 반가워하는 얼굴은 처음 봐. ”




 “ 자고 일어났을 때 네가 옆에서 책을 보고 있으면 좋아. ”




 “ 왜? ”




 “ 좋은데 이유가 필요해? ”




 미샤가 트로이의 무릎에 쌓여 있는 책과 논문 뭉치들을 흥미롭게 내려다보았다. 그는 언제나 트로이의 공부에 관심이 많았지만 문학 이론서나 논문을 직접 읽지는 않았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너무 어려워, 네가 얘기해주는 게 더 좋아’ 라는 말을 주문처럼 사용해 트로이가 그것들을 설명해주도록 만들었다. 아마 이콘 복원가나 딤카 아르부조프, 그 외 수많은 지인들에게서도 그런 식으로 다른 분야의 지식을 얻어낼 것이다.




 잠시 후 미샤는 그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를 한 후 샤워를 해야겠다며 옷을 벗기 시작했다. 트로이가 머리를 어루만지자 생각났다는 듯 외쳤다.




 “ 아, 손대지 마. 빨간 거 묻을 거야! ”




 “ 벌써 묻었어. 이게 뭐야? 염색약이야? ”




 “ 페인트. 다행히 유성은 아니야. ”




 “ 왜 머리에 빨간 페인트로 물을 들였어? ”




 “ 로마 호텔에서 나오는데 공산주의 반대자가 달려들어서 끼얹었어. ”




 “ 너한테? 하고많은 단원들 중에 왜 하필이면 널? ”




 “ 차라리 나였으면 좋았게. 니나를 노린 거였어. 오토바이로 칠 뻔 했어. 상상이 돼? 니나한테 그런 짓을 하다니! ”




 미샤는 소름이 끼치는 듯 몸을 떨었다. 정부에게 칼을 맞고 앙숙 무용수와 치고받고 싸워서 어깨가 반쯤 내려앉고도 자기 몸에는 별 신경도 쓰지 않는 주제에 크류코바가 페인트를 뒤집어쓸 뻔 했다고 분노하는 미샤를 보니 좀 우스웠다. 규정된 남성성에 대해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는 애였지만 어릴 때부터 받은 교육이 너무 뿌리 깊었기 때문인지 미샤는 여자들에 대해서는 언제나 깍듯했고 소위 기사도에 가까운 태도를 지켰다. 항상 아웅다웅하면서도 지나이다가 원하는 것은 전부 들어주곤 했다.




 과격한 이탈리아 민주주의자 청년은 오토바이에 ‘소련 공산당을 추방하라’로 추정되는 글귀가 적힌 깃발을 매달고 호텔 앞으로 득달같이 달려왔다. 애초부터 공격 대상은 니나 크류코바였는데 그건 전날 뉴스에서 키로프 발레단의 공연을 다루면서 인민예술가이자 대스타인 그녀와의 인터뷰를 짧게 내보냈기 때문이었다. 크류코바는 마할린과 이야기를 나누며 나오고 있었고 미샤는 아사예프와 함께 바로 뒤에 있었다. 그 이탈리아 청년이 선동적인 구호를 외치며 오토바이를 크류코바 쪽으로 곧장 몰고 왔을 때 미샤가 잽싸게 그녀를 낚아채 사고를 면했다. 공격자는 분노로 으르렁거리며 미리 준비해 온 빨간 페인트를 한 통 가득 퍼부었는데 크류코바를 감싸고 넘어진 미샤와 급하게 그를 부축하려고 했던 마할린이 그 희생자가 되었다.




 “ 그래서 그자는 잡혀갔어? ”




 “ 호텔 경비원들이 끌고 간 것 같아. ”




 “ 너 안 다쳤어? ”




 “ 범퍼에 살짝 들이받혔어. 멍만 좀 들고 괜찮아. ”




 미샤가 바지를 내리고 오른쪽 허벅지를 보여주었다. 시퍼렇게 퍼져 있는 멍을 보고 트로이가 한숨을 쉬었다.




 “ 오토바이에 받히고서 한다는 말이 멍만 들고 괜찮다고? 내일 병원에 꼭 가라. ”




 “ 괜찮아, 가벼운 타박상이야. 니나가 받혔으면 뼈가 박살났을 거야. 완전히 정면이었거든. 나쁜 자식. ”




 “ 그래, 니나는 페인트 세례에서 무사했어? ”




 “ 다행히! ”




 뿌듯한 듯 활짝 웃는 그 얼굴을 보니 더 이상 화도 낼 수가 없었다. 트로이는 대체 왜 보통 사람에게는 평생 한두 번 생길까 말까 한 나쁜 일들이 자기 앞에 있는 애에게는 그렇게 연이어 일어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 그래도 머리에만 묻었네. ”




 “ 아냐, 온몸에 다 뒤집어썼어. 진짜 빨갱이가 따로 없었어. 그 인간 목표가 반쯤 달성된 거지. 그나마 마할린은 등짝에만 뒤집어썼고. 비행기 시간이 빠듯해서 씻지도 않고 공항까지 갔어. 차에서 얼굴은 좀 닦았지. 난 그냥 탑승하려고 했는데 아사예프가 욕을 하면서 날 붙잡는 거야. 그 꼴로 어떻게 비행기를 탈거냐고. 그래서 ‘왜요, 적위군 같잖아요.’ 라고 했다가 더 욕먹었어. ”




 “ 그럼 감독한테 그런 말을 하고도 욕을 안 먹을 줄 알았어? ”




 “ 이상하군, 서방 제국주의자의 공격에 저항한 진짜 공산주의 애국자로 표창이라도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럼 내 서류도 좀 나아질 텐데. ”




 “ 그런 걸로 나아질 거였으면 애초에 뉴욕에 보내줬겠지. 그래도 옷은 갈아입었네. ”




 “ 트렁크를 부쳐버려서 옷이 없었어. 그래서 아사예프가 로마 공항에서 한 벌 사줬어. 그 인간 화장실까지 따라 들어와서 내가 얼굴을 씻는지 안 씻는지 감시했어. 머리도 감으라고 닦달했는데 탑승 시간이 다 돼서 그것까진 못했어. ” 




 “ 용케 비행기 화장실로 끌고 가지는 않았네. ”




 “ 그러려는 낌새가 보였어. 자기 옆자리에 끌어다 앉히는 거야! 타자마자 자는 척 했지. 비행기 화장실은 너무 좁단 말야. 물도 잘 안 나오고. ”




 트로이는 말썽쟁이 수석무용수를 챙겨야 하는 아사예프가 안됐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밀려나왔지만 꾹 참았다. 미샤가 옷을 다 벗고 돌아섰다. 뒷목덜미와 팔꿈치와 손목 뒤에도 빨간 얼룩이 잔뜩 묻어 있었다.




 “ 너 왼쪽에 아직 운동화 신고 있어. ”




 “ 아, 어쩐지 불편하더라니. ”




 “ 얼마나 피곤했으면 신발도 다 안 벗고 바닥에서 잤어? ”




 “ 공항에 내려서 약을 좀 잘못 먹었어. 노란 건 한 알만 먹어야 했는데. 집에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겠어. ”




 한동안 끊었던 진통제를 다시 먹은 것을 보니 오토바이에 들이받힌 게 아프긴 했던 모양이었다. 트로이는 욕조에 그를 밀어넣고 물을 틀었다. 온수는 나오지 않았지만 더운 여름이었기 때문에 미샤가 레닌그라드 수도국을 향해 퍼붓는 현란한 비난을 들을 수 없다는 게 좀 안타까웠다.




 “ 놔둬, 내가 씻을 수 있어. ”




 “ 뒤통수는 잘 안 지워질걸. 두피까지 빨갛게 물들었어. ”




 “ 적위군 맞네. ”




 트로이는 어린 시절 길에서 주운 흙투성이 강아지를 씻겼을 때와 비슷한 집중력을 발휘해 미샤를 씻겼다. 머리에서 붉은 물이 끝도 없이 줄줄 흘러내렸다. 뒷목과 팔꿈치, 손목 등 노출된 부위 외에도 생각지도 않았던 곳 여기저기에 페인트 얼룩이 스며들어 있었다. 심지어 눈썹과 속눈썹에서도 붉은 물이 흘러내렸다. 욕조는 금세 온통 새빨갛게 변했다. 눈에 들어간 비누 거품을 손등으로 문질러 닦아내며 미샤가 무심하게 혼잣말을 했다.



 “ 피 같아. 유라가 그랬지, 앞으로는 더운 물을 채워놓고 하라고. 잘 드는 칼을 고르라고 했지, 안 그러면 고생만 하고 병신처럼 깨어날 거라고. ”




 “ 너 지금 뭐라고 했어? ”




 “ 어, 근데 정말 보기 싫은걸. 욕조가 엄청 더러워. 왜 유라가 화냈는지 알 것 같아. ”





 
 트로이는 호스를 내려놓았다. 미샤의 어깨를 잡아 거칠게 자기 쪽으로 돌렸다. 왼쪽 어깨 때문에 미샤가 낮게 비명을 질렀다.



 “ 아파! ”




 “ 다시는 그런 말 하지 마. 그런 생각 하지도 마. ”




 
 미샤가 그의 손에서 어깨를 빼내려고 잠깐 몸부림쳤다. 트로이가 놔주지 않자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 농담이야, 유라는 의사잖아. ”




 “ 농담이라도 안돼. 내 말 들어, 절대 그런 말 하지 마! 한번만 더 그런 얘길 하면 가만 두지 않을 거야! 기억도 하지 마. 생각조차 하지 마. ”




 “ 무슨 얘길 하는지 모르겠어, 안드레이. ”




 트로이는 미샤가 끝까지 잡아떼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미샤는 이고리가 얘기했다는 것도, 그가 아스케로프와의 대화를 엿들었다는 것도 모를 테니까. 분노와 공포가 뒤섞여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자신이 언젠가부터 미샤의 어깨를 거세게 잡아 흔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약속해, 무조건. 그런 짓 안 할 거라고. 상상도 안 할 거라고. ”




 “ 어... 약속할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약속할게. 안드레이, 제발 그만해. 멀미가 나려고 해. "



 미샤가 그의 팔에 코와 뺨을 비볐다. 심하게 놀랐는지 목소리가 갈라져 나왔다. 트로이는 흔드는 것을 멈췄지만 어깨를 놔주지는 않았다. 미샤가 온몸에 소름이 돋는 듯 부르르 떨면서 속삭였다.




 “ 그만해, 안드레이... 네가 화내면 정말 무서워. ”




 “ 설마. 넌 사람들이 화낸다고 무서워한 적이 없어. ”




 “ 네가 화내는 건 무서워. 이제 그만해. 뭐든 약속할게. ”




 트로이는 미샤를 놔주었다. 욕조 전체가 새빨간 얼룩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는 몸서리를 치며 호스로 물을 끼얹었다. 미샤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스펀지로 박박 문지른 후 다시 물을 부었다. 마침내 더 이상 붉은 물이 흘러나오지 않게 되었을 때 그는 미샤에게 타월을 건네주었다. 미샤는 욕조에서 나오지도 않고 타일 벽에 바짝 기대선 채 머리와 몸을 오랫동안 닦았다. 젖어서 뒤엉킨 속눈썹 아래로 동그래진 눈을 치켜뜨면서 이따금 트로이를 쳐다보았다. 정말 겁에 질린 것 같았다. 까맣게 팽창된 눈동자 아래로 커다란 물방울들이 고여 뺨을 타고 목덜미로 툭툭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트로이는 잘못 본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젖은 머리에서 떨어지는 물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문을 열고 나갔다. 옷장을 뒤져 미샤의 옷을 가지고 다시 욕실로 들어갔다. 미샤는 아직도 벽에 기댄 채 욕조 안에 서 있었다. 손등으로 눈과 뺨을 누르고 있었다. 이제 가장할 수 없을 만큼 끊임없이 물방울이 흘러 떨어지고 있었다. 꽉 깨문 입술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트로이는 여전히 그게 머리에서 떨어지는 물이라고 착각하기로 하며 옷을 내밀었다.



 “ 빨리 입고 나와, 찬물로 씻었잖아. ”




 미샤가 고개를 돌린 채 옷을 받아 입었다. 티셔츠 위로 다시 물방울이 떨어지며 둥글게 얼룩이 생기기 시작했다.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된 트로이가 욕조로 들어가 그를 데리고 나왔다. 허리를 끌어당겨 안으며 머리를 쓸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타월로 닦아냈는지 물기가 별로 없었다.



 “ 미안해, 미셰츠카. ”




 “ 이제 화 안내? ”




 “ 화가 났던 게 아냐. 그냥 놀랐던 거야. 이제 그러지 않을게. ”




 “ 아니, 화났었지. 소리, 소리도 지르고. ”




 미샤가 몸을 떨었다. 얼굴과 셔츠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트로이는 그가 모르핀에 취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자신의 앞에서 그렇게 우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 미안해.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 그랬어. 내가 잘못 생각했어. ”




 “ 그래, 잘못 생각한 거야. 뭔지는 모르지만. ”




 
 그 와중에도 미샤는 아무 것도 모른다는 듯 고집스럽게 잡아뗐다. 트로이는 더 이상 그를 추궁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 애가 우는 순간만큼 불행하고 비참한 느낌이 드는 때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타일 벽에 머리를 들이받아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는 미샤를 데리고 침실로 갔다. 조금이라도 어색함을 감추기 위해 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리고 셔츠의 젖은 부위도 말려주었다. 그는 미샤가 의식적으로 손목 안쪽을 등 뒤로 감추는 것을 보았지만 모르는 척 했다. 그 애의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부어오르고 있는 것도 모르는 척 했다. 드라이어를 껐을 때 미샤가 침대에 누우면서 목쉰 음성으로 말했다.



 “ 책 읽어, 안드레이. ”




 “ 무슨 책? ”




 “ 아무 거나. 내가 잠드는 동안 책 읽고 있어. 논문이라도. ”




 “ 자고 일어났을 때 읽고 있는 게 좋다면서. ”




 “ 둘 다 같아. ”




 트로이가 지루한 이론서와 논문집을 가지고 와 침대에 앉자 미샤가 그의 무릎 위로 머리를 디밀었다. 졸음 때문인지 몸이 벌써 따스해지고 있었다. 하긴 언제나 쉽게 뜨거워지는 몸을 가진 애였다. 트로이는 별 말 없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10여분 쯤 지났을 때 미샤가 무겁게 잠에 취한 목소리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 우리 아버지도 그랬지. 자고 일어나면 책을 읽고 있었어. 뭐든 많이 읽었어. 어떨 때는 날 무릎에 뉘어 재우면서도 책을 읽었지. 자장가를 부르면서도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놀라웠어. 존경스러웠다고 해야 하나. ”




 “ 무슨 노래를 불러주셨는데? ”




 “ 소련 군가. 봉쇄 시절 전방에 계셨거든. ”




 “ 군인으로 키우고 싶으셨나보네. ”




 “ 글쎄, 한 번도 못 물어봤어. 내가 어떤 사람이 됐으면 좋겠느냐는 얘기, 한 번도. ”




 “ 넌 뭐가 되고 싶었는데? ”




 “ 우주 비행사. 가가린. 당연하잖아. ”




 그 말을 제대로 끝내기도 전에 미샤의 머리가 시트 위로 툭 떨어졌다. 눈이 가로로 긴 선을 그리며 감겨 있었다. 트로이는 한동안 그 자리에 앉아 계속해서 이론서와 논문집을 읽었다. 가끔 소련 군가 중 아는 노래가 있는지 기억해보려고 애썼다. 하지만 생각나는 거라곤 피오네르 행진곡 뿐이었다. 그것도 후렴구 밖에 기억나지 않았다.




...









중간에 트로이가 '이고리가 얘기한 것'에 대해 떠올리는 장면이 있는데, 그 이야기는 전에 따로 발췌한 적이 있다. 아래 링크.


http://tveye.tistory.com/3825 표절에 대해, 춤추는 푸쉬킨에 대해 트로이와 이고리가 나눈 대화




맨 위 사진부터 오늘 포스팅에 올린 사진은 모두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청동기사상에서 예브게니의 광란 장면 추는 중. 촬영은 alex gouliaev.









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Posted by liontamer





아주 오랜만에 글을 발췌해 본다. 새로 쓴 글은 아니고, 몇년 전 썼던 미샤의 수용소 이야기 중반부의 한 파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2부 3장.




이 파트의 앞부분 일부는 전에 조금 발췌해 올렸던 적이 있다. 수용소에서 약물 교화를 받다가 쇼크로 사경을 헤매게 된 미샤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의 후원자 중 하나였던 정치가 게오르기 벨스키가 또 다른 후원자이자 일종의 정적인 게르만 스비제르스키와 만나게 된다.




전에 발췌했던 부분은 스비제르스키가 약속 장소에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벨스키의 상념을 묘사한 앞부분이었다.

그 발췌 링크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6282

(여우와 호랑이와 추기경, 물과 돌의 도시에 잡힌 아이)




전에 앞부분 올렸을 때 기재했던 간단한 설명 메모가 있어 여기에 조금 더 줄여서 다시 올려본다.




... 2부는 공산당 유력 간부이자 미샤의 후원자이고 결국은 그를 빼내 자신의 고향인 가브릴로프의 극장으로 보내는 게오르기 벨스키가 심리적 화자로 등장한다. 벨스키의 회상에서 등장하는 또다른 인물인 드미트리 마로조프 역시 미샤의 오랜 후원자이며 노회한 정치인이다. 이 사람이 1인칭 화자로 등장하는 소설이 내가 몇년 전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기로 마음먹고 미샤를 소환했던 그 단편이다. 그 단편도 종종 발췌한 적이 있다. 
 
 
 
포스팅 제목의 여우와 호랑이와 추기경은 내가 미샤의 주요 후원자인 이 정치인 셋에게 붙인 별명이다. 순서대로 벨스키, 스비제르스키, 마로조프이다. 이 별명들은 소설 속에서도 소련 인민들과 공산당 정치판에서 회자되는 것으로 설정했다. 본편 패러디 외전인 서무의 슬픔 시리즈에서도 가브릴로프 kgb국장인 스페호프는 툭하면 스비제르스키를 호랑이라고 부른다 ..




이번에는 2부 3장 전체를 올려본다. 그러다 보니 전에 올렸던 벨스키의 상념 부분이 조금 겹치는데, 별 상관은 없다. 사실 그 부분이 있어야 뒷이야기도 잘 연결이 된다.



이 수용소 경장편은 미샤가 수용소에서 직접적으로 약물교화를 겪는 1부, 모스크바 클리닉으로 옮겨진 미샤를 면회하는 벨스키의 이야기와, 벨스키와 스비제르스키의 비밀대화를 묘사한 2부, 그리고 미샤를 면회하러 간 일린의 이야기를 그린 3부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 발췌한 2부 3장은 중반부에 해당한다. 여기서 나는 미샤가 체포된 여러가지 이유 중 일반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에 대해, 그리고 재판 경과와 그의 가브릴로프 유배에 대한 배경에 대해 썼다.



이 수용소 이야기는 A4 200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 경장편이지만 구조와 내용상 여러가지 시점과 조금씩 다른 문체로 썼다. 이 2부 3장까지는 프라하에서 썼다. 특히 이 벨스키와 스비제르스키의 대화는 주로 카페 에벨에 앉아서 썼었다. 1부나 2부의 1, 2장, 3부가 상당히 고통스러운 작업이었다면 이 2부 3장은 쓰기 즐거운 파트였다. 아마 미샤가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내가 이런 대화를 쓰는 것을 즐기는 편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사악한 크레믈린 아저씨 게르만 스비제르스키에 대해 쓰는 것 자체는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그렇다고 내가 그 인간 사촌은 정말 아닙니다 ㅠㅠ)



스비제르스키가 '추기경', '노인네' 라고 칭하는 인물은 미샤의 후원자인 레닌그라드 정치인 드미트리 마로조프이다. 나는 미샤를 불러와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이 사람과 미샤가 비행기에서 나누는 대화들과 이 사람의 기억들로 구성된 단편 Frost를 썼었다. 그 단편도 일부를 여러번 발췌한 적이 있는데 맨 아래 링크를 달아보겠다.



루뱐카는 전에도 여러번 설명한 적 있지만 KGB의 별명이다. 게르만 스비제르스키는 KGB 독일 방첩지부를 지휘했던 경력이 있고 소설에서 묘사되는 현재에도 여전히 KGB의 숨은 실세로 군림하고 있다.



스비제르스키의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크라베츠, 제믈랴코프, 뉴욕 사건 등에 대해서는 예전에 전문의 약 7~80% 정도를 올렸던 Dolls에서 좀더 자세한 경위가 나온다. 그 소설 링크들도 맨 아래 달아보겠다.  



게르만 스비제르스키에 대해서는 본편보다는 본편을 위한 데이터 구축용 half 소설에서 많이 발췌했었다. 그 링크들도 생각나는 거 몇개만 맨 아래에.... (뭐야, 링크만 붙이다 끝나겠어)



맨 위 사진은 마린스키 연습실의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글만 올리면 좀 휑해서 :)




..





*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벨스키는 단 한 번도 게르만 스비제르스키와 허물없는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었다. 스비제르스키는 그에게 편하게 말을 놓았지만 벨스키는 여전히 존대어를 고수했다. 나이 차이 때문은 아니었다. 스비제르스키는 그보다 기껏해야 서너 살 위였으니까. 그보다는 스비제르스키가 정계에 비교적 늦게 진출한 그에 비해 한참 선배 정치인이라는 이유가 더 그럴 듯 했다. 게르만 스비제르스키는 젊은 시절부터 KGB 해외 지부에서 잔뼈가 굵었고 그때부터 오랫동안 탄탄한 경력을 쌓아왔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스비제르스키는 오랫동안 드미트리 마로조프의 반대파에 속해 있었고 스타일도 매우 달랐다. 현장 요원 출신인 스비제르스키는 무자비하고 공격적인 인물로 유명했고 정보력과 매수, 숙청을 주무기로 삼았다. 그의 뒤에는 모스크바 노멘클라투라 세력과 KGB가 버티고 있었는데 정계에서는 스비제르스키가 서기장의 큰 약점을 쥐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그에 비해 개혁파이자 교묘하고 비밀스러운 음모 추진의 대가로서 추기경이란 별명까지 얻은 마로조프는 원한다면 언제든 정치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고 레닌그라드 대신 모스크바를 자기 것으로 만들 수도 있었지만 안개 속의 실권자로 남아 있는 편을 선호했다. 대신 그 레닌그라드 추기경은 벨스키를 모스크바로 보냈고 짧은 기간 내에 그를 상층부로 진입시켜 놓았다. 
 
 


 일반적인 예상에 따르면 게르만 스비제르스키는 벨스키가 정치국에 진입하기도 전에 그를 짓밟고 매장시키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어야 했다. 어쨌든 벨스키는 가장 위협적인 정적의 후계자인데다 놀랄 만큼 빠르게 세력을 구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비제르스키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1976년에는 꽤 중요한 행사였던 크레믈린 여름 축제의 조직위원장을 맡은 후 벨스키를 위원으로 추천하기까지 했다. 사람들이 놀라서 이유를 물었을 때 스비제르스키는 벨스키가 중앙위원들 중 극장에 대한 조예가 가장 깊은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틀에 박힌 대답을 했다. 물론 그 묘사에 더 들어맞는 인물은 드미트리 마로조프였지만 벨스키 역시 부모가 극장 출신이었으므로 틀린 말은 아니었다. 게르만 스비제르스키 역시 그쪽으로는 전문가 수준의 지식과 열정을 자랑하는 인물이었는데 특히 발레를 좋아해서 70년대 초부터는 모스크바 콩쿠르를 조직해 직접 후원하고 있었다. 
 


 
 벨스키는 당시 스비제르스키가 자신을 끌어들인 이유를 적어도 두 가지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 그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스비제르스키는 마로조프에 대한 증오와는 별개로 벨스키에게는 뚜렷한 적대감을 내세우지 않았고 실제로 지금까지 크게 부딪친 적도 없었다. 벨스키 역시 그를 진짜 적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게르만 스비제르스키가 정말로 누군가를 파멸시키려고 마음을 먹는다면 살아남을 상대는 거의 없었다. 몇 년 전 드미트리 마로조프가 정치국에서 서기국으로 옮겼을 때 정계에서는 마침내 스비제르스키가 오랜 라이벌을 몰아내고 승리를 거뒀다는 얘기가 오갔다.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마로조프에게는 자신만의 계산이 있었다. 벨스키는 마로조프가 자리를 옮겼을 때 스비제르스키가 전혀 기뻐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같은 모스크바 의원이었고 문화예술 정책과 관련된 각종 위원회들에도 함께 관여하고 있었기 때문에 벨스키는 정치국 회의를 제외하고서도 스비제르스키와 얼굴을 맞댈 일이 잦았다. 미샤가 볼쇼이에 있었던 1977년에는 극장에서 더 자주 마주치곤 했다. 당시 이반 노비코프는 미샤를 볼쇼이로 데려오기 위해 벨스키와 스비제르스키에게 동시에 로비를 진행했으므로 별로 놀랄만한 일도 아니었다. 
 


 
 미샤에게는 벨스키나 스비제르스키 외에도 공공연한 지지와 후원을 내세우는 고위직 인사들이 이미 여럿 있었는데 모스크바로 옮겨오자 그들의 수는 더 늘어났다. 레닌그라드에서와 마찬가지로 볼쇼이에서도 미샤 야스민의 열광적 팬들은 순식간에 불어났는데 전통적인 발레 애호가들과 잘생긴 무용수에게 넋을 놓는 아가씨들 외에도 교양인으로 자처하는 노멘클라투라들의 비중이 갈수록 커졌다.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무용수에 대한 그들의 열광에는 분명 유행에 따르는 부르주아 아가씨들 같은 측면도 있었지만 그래도 그건 무엇보다도 재능 때문이었다. 예술에 대한 조예가 깊지 않은 사람들이라 해도 지금 무대 위에 있는 젊은 청년이 다른 무용수들과는 확연하게 구별된다는 것, 그 춤에서는 도저히 눈을 뗄 수 없다는 것, 똑같은 옷을 입히고 똑같은 분장을 시켜서 수백 명 사이에 세워놓아도 단숨에 그를 찍어낼 수 있으리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재능이 전부는 아니었다. 한때 벨스키는 마로조프가 왜 그렇게 오랫동안 그를 후원했는지, 그 많은 애인들 중 왜 하필이면 스캔들을 몰고 올 가능성이 가장 큰 상대를 그렇게 아끼는지 의문했었다. 그가 아는 마로조프는 결코 감상적인 인물이 아니었고 무대 위의 예술가와 현실 속의 젊은 사내아이를 동일시할 만큼 얄팍한 교양의 소유자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벨스키는 전에도 미샤의 무대를 수차례 본 적이 있었고 그 재능에 감탄했지만 이후 크레믈린 축제 개막 리셉션에서 그를 직접 만났을 때에야 왜 그 냉철하고 비밀스러운 드미트리 마로조프가 그 무용수에게 깊은 애정을 품고 있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게오르기 벨스키는 단 한 번도 도착자들의 욕망이 작용하는 방식을 제대로 이해해본 적이 없었다. 그는 지극히 정상적인 남자였고 여자들과의 접촉이 어려웠던 군 시절에도, 혹독했던 비행 훈련 시절에도 결코 남자들에게 성적 충동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사단 내에 비밀스러운 관계를 맺고 있는 동료들이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챘을 때도 그는 밀고하거나 소문을 퍼뜨리지는 않았지만 그게 매우 비정상적인 행위이며 일종의 질병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랬기 때문에 그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며 정치적 롤 모델인 드미트리 마로조프가 여자들뿐만 아니라 몇몇 남자 애인들을 거느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웬만해서는 놀라는 일이 없는 그조차도 조금 충격을 받았다. 게르만 스비제르스키 같은 경우는 물론 달랐다. 스비제르스키는 무자비한 학살자라는 이미지 외에도 난잡하고 폭력적이며 가학적인 바람둥이라는 평판이 워낙 파다했기 때문이다. 그는 은사의 성적 취향에 대해 아무런 도덕적 판단을 하지 않으려고 애썼고 아마도 그런 도착적 욕망에 사로잡히는 사람들의 경우 적어도 둘 중 하나는 태어날 때부터 남성성이 결핍된 존재, 잘못된 육체를 입고 태어났을 뿐 실지로는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지닌 존재일 거라고 결론을 내렸다. 물론 벨스키가 아는 마로조프는 결코 그런 인물이 아니었으므로 그 결론은 상대 애인들을 향한 것이 되었다. 
 
 


 그는 리셉션 테이블에서 미샤 야스민을 만났을 때 그 결론을 폐기했다. 적어도 미샤에게는 그 판단이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아무런 노력 없이도 타인을 매료시키고 끊임없이 자극을 가하는 부류의 사람들이 있었다. 그 자극의 종류는 매우 다양했고 어떤 경우에는 부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도 있었지만 정계에서 제대로 출세하기 위해서는 그런 타고난 힘이 필요했다. 마로조프와 스비제르스키, 물론 벨스키에게도 그런 힘이 있었다. 그리고 종류는 달랐지만 미샤에게도 그런 힘이 있었다. 상대방을 순식간에 사로잡고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힘. 그 젊은 무용수에게서 발산되는 성적 자력이 너무 강렬해서 벨스키는 왜 그가 그렇게 많은 팬들을 몰고 다니는지 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5년이 지난 지금도 벨스키는 미샤가 왜 그렇게 주변 사람들에게 강력한 반응을 불러일으키는지 정확히 규정하기 어려웠다. 사람들은 그를 격렬하게 원하거나 격렬하게 미워했다. 중간은 없었다. 그게 다양하게 뒤섞인 혈통에서만 나올 수 있는 외모의 아름다움 때문인지, 아주 강인하고 단단하면서도 때로는 사춘기 소년 같고 때로는 양성적으로 느껴지는 그 무용수의 육체 때문인지, 혹은 언제나 정면을 똑바로 바라보는 그 찌르는 듯한 시선과 결코 타인 앞에서 겁먹거나 물러서지 않는 태도 때문인지 똑바로 가늠하기가 힘들었다. 단 한 가지만은 분명했다. 미샤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심신을 산란하게 만들었는데 완벽하게 정상이며 성적 도착과는 거리가 먼 벨스키도 그 자력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애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적이 거의 없고 미샤 야스민의 경우라면 정식 후원 입장조차 밝힌 적이 없는 드미트리 마로조프는 딱 한 번, 벨스키와 대규모 예술행사 추진 관련 회의를 진행하다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 야스민? 걘 불로 만들어진 애야. 가슴을 갈라보면 불과 바람 밖에 없을 걸. 그런데 레닌그라드에 꽉 잡혀 있어. 물과 돌의 도시에. ”
 
 


 벨스키는 오랫동안 그 마지막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한 달 전 미샤가 파리에서 그런 논란을 일으키고도 순순히 소환되어 재판에 회부되기 전까지는. 그때 그는 충분히 남을 수도 있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실패했다면 선례에 따라 요원들이 그를 죽였을 수도 있으니까. 실지로 파리 측 보안위원회 책임자 겐나디 마슬로프는 모스크바에서 허가만 내려온다면 기꺼이 사살 명령을 내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유럽 예술계와 그 잘난 서방 언론들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때 파리에는 드미트리 마로조프가 있었다. 아마 결코 그를 살해하게 내버려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당국이 마지막 순간 방침을 바꿔 미샤를 파리에 보내도록 배후에서 힘을 쓴 장본인이었으니까.
 


 
 한밤중에 사라졌을 때 미샤는 디나 로쉬의 도움을 받아 곧장 프랑스 정부에 망명 신청을 할 수도 있었다. 프랑스가 싫었다면 미국이나 영국 대사관으로 갈 수도 있었다. 파리에는 그를 위해 모든 위험과 어려움을 무릅쓸 사람들이, 그것도 디나 로쉬를 필두로 한 예술인들뿐만 아니라 상당히 힘 있는 인사들이 많이 있었다.
 


 
 미샤는 춤과 무대 외에는 아무 것도 모르는 일반적인 무용수들과는 달랐다. 상당히 똑똑한데다 순발력이 좋은 애였다. 영어와 프랑스어 양쪽으로 꽤 수월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고 다년간의 투어와 협업, 페스티벌 등을 통해 친해진 미국과 유럽 각국 지인들이 있었다. 냉전 분위기가 완화되었던 시절 외국어라고는 단 한 마디도 모르고 바깥에 아는 사람이라고는 이전에 망명한 친척이나 유태계 서클 외에는 아무도 없는 사람들도 우후죽순처럼 이민 신청을 했었던 것을 떠올려보면 미샤는 서방 세계에 남아도 전혀 어려움을 겪을 타입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 재능. 아마 각국 최고의 극장들에서 붉은 카펫을 깔아놓고 돈다발을 안기며 그를 서로 끌어가려고 경쟁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남지 않았다.




 
 
 감시를 따돌리고 디나 로쉬의 아파트로 사라졌던 그날 밤 요원들은 결국 그의 행방을 찾아내지 못했다. 새벽이 다 되어갈 무렵 겐나디 마슬로프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감시 요원들에게 징계를 내렸고 행여 그 건방진 놈이 정말 망명이라도 한다면 일주일 이내에 최정예 요원들을 파견해 가장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암살해주겠다고 펄펄 뛰었다. 파리든 런던이든 뉴욕이든, 심지어 도쿄나 홍콩으로 도망친다 해도 눈 깜짝할 사이에 찾아내 팔다리를 자르고 두 눈을 도려낸 후 살가죽을 벗겨버리겠다고 이를 갈았다. 막상 미샤가 이른 아침이 되어 제 발로 호텔까지 돌아왔을 때 마슬로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것이 아니라 더욱 분노했다. 아마 당의 허가를 받아 합법적으로 그 배반자를 죽여 버릴 수 있는 기회를 영영 놓치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격렬한 사랑과 격렬한 증오. 겐나디 마슬로프는 물론 후자에 속했다.



 벨스키는 마슬로프를 비롯한 강경파들이 어리석게 대응했다고 생각했다. 미샤에게는 이미 비슷한 전적이 많았다. 그때도 그는 몇 번이고 사라져버릴 수 있었지만 언제나 돌아왔다. 돌아온 그를 호텔 방에 가두고 당일로 다가온 공연에 출입 금지시킨 것도 멍청한 조치였다. 그 화제의 공연이 예술감독 없이 올라갔는데, 그것도 국제 예술계로부터 그토록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인물이 자기 작품을 지휘할 수 없게 되었는데 언론이 가만히 있을 리가 만무했다. 그래도 그때까지는 상황이 그렇게 엉망은 아니었다. 미샤를 파리에서 소환한 후 비공개 재판에 회부했을 때부터 모든 것이 돌이킬 수 없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스비제르스키는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다. 그 철저하고 계산적인 인물에게는 드문 일이었다. 보좌관과 비서는 눈에 띄지 않았고 경호원들도 바깥쪽 홀에 배치되어 있었다. 벨스키도 자기 경호원들을 홀에 남겨두고 들어갔다. KGB 요직 출신답게 스비제르스키는 언제나 도청을 비롯한 보안 문제에 각별히 관심을 기울였기 때문에 그 카페의 작은 방은 완벽하게 깨끗할 것이 분명했다. 물론 그 ‘완벽‘이라는 것은 관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벨스키가 테이블에 앉았을 때 스비제르스키가 인사도 없이 불쑥 말했다.



 “ 당신이 해결해야겠어. 난 내일 회의 안 들어가니까. ”



 “ 발의하신 분이 들어가지 않으면 누가 진행한다는 건지. ”



 “ 돔브로프스키가 할 거야. 파리 대사관 경력이 있으니까. 크라베츠는 제믈랴코프를 밀겠지만 그놈이야 당신이 맡을 수 있겠지. ”



 “ 왜 빠지려고 하시는지 모르겠군요. 그 친구를 모스크바 센터로 옮긴 장본인에다 내일 회의 소집도 주도하신 분이. ”



 “ 내 손으로 루뱐카에 찬물을 끼얹을 수는 없지 않겠나. 아무리 그 병신들이 천치 같은 짓을 저질렀다지만 내일 회의에서 발언하는 건 또 다른 문제지. 더 이상 개입하면 역효과야. ”



 “ 루뱐카가 진짜 문제는 아닐 텐데요. 의원님은 지금은 보안위원회 직접 관할이 아니니까. 죄수와의 가까운 관계 때문에 발언 취지를 의심받을 수는 있겠군요. 제믈랴코프가 그런 식으로 접근하려고 하겠죠. ”




 스비제르스키는 화도 내지 않았다. 매처럼 날카로운 눈매에 차가운 웃음을 잠깐 흘리며 대꾸했을 뿐이었다.



 “ 당신 지금 날 떠보고 있는 건가? 그 전에 레닌그라드에 가서 그 노인네에게 왜 내일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지 물어보지 그래. ”



 물론 벨스키는 그 도발에 넘어가지 않았다. 그는 스비제르스키가 아직도 미샤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마로조프의 신경을 긁기 위해서라고 믿어 왔다. 그 가학적인 카사노바는 어린 애인들을 좋아했고 항상 상대들을 갈아치웠기 때문이다. 벨스키는 애초부터 마로조프가 아니었다면 게르만 스비제르스키는 미샤를 손대지도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폭군 같은 인물이라면 훨씬 고분고분하고 사랑스러운 상대를 골랐을 것이 분명했다. 미샤 야스민은 물론 그런 성격과는 거리가 멀었다. 



 “ 제믈랴코프야 별 문제되지 않을 겁니다. 크라베츠는 물러서지 않을 거고. ”



 “ 물론 그렇겠지, 이게 다 그 얼간이 작품이니까. 그놈은 애초부터 문화나 예술이란 단어가 붙은 것들은 전부 싫어했어. 할 수만 있다면 볼쇼이건 키로프건 전부 탱크로 밀어버리고 레닌 동상이나 세워댔을 걸. 트레치야코프와 므하트에 들어가는 예산이 아깝다고 전부 폐쇄하고 싶어 하는 놈이야. 시대착오적인 병신 같으니. ”



 “ 크라베츠는 예술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아예 관심이 없는 부류죠. 그건 서로 다릅니다. 그래서 좀 의외였죠, 왜 걜 그렇게 없애고 싶어서 안달이었는지. 그 비공개 재판부터 시작해서 프시후슈카까지 전부 크라베츠가 주도했잖아요. 7년형이라니. 게다가 약물 교화. 뭘 얼마나 대단한 배반 행위를 했다고. 콜리마가 아직도 남아 있었으면 거기 처박았을지도 모르겠군요. ”



 “ 그 재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



 “ 글쎄요, 게르만 알렉세예비치, 당신이 아는 것만큼만 알고 있겠죠. 우리 둘 다 거기 들어가지 않았으니까. ”



 “ 아니, 난 당신보다는 더 알지. 그쪽은 항상 그럴걸. ”




 스비제르스키는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잠깐 침묵했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어서 왼쪽의 갈색 눈 밖에 보이지 않았다. 유리 안구를 박아 넣은 듯 움직임이 없는 눈동자였지만 안쪽 깊은 곳에서 얼음 같은 분노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 프시후슈카는 제믈랴코프가 밀었지. 7년 때리게 만든 것도 그놈이고. 어차피 그 정도 썩고 나오면 머리가 돌아버리지 않더라도 몸이 굳어서 춤 같은 건 완전히 끝장이니까. 크라베츠는 그런 식으로 생각할 머리도 없어. 그놈은 단순해. 무조건 죽이고 싶어 했으니까. 그놈 구미대로 돌아갔으면 재판 당일 밤에 끌고 가서 총살했을 걸. 덮어씌울 혐의야 수도 없이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 ”



 “ 그자가 그랬던 게 당신 때문인가요, 아니면 드미트리 알렉산드로비치 때문인가요. ”



 “ 흠, 둘 다겠지. 요즘 그 얼간이가 아프가니스탄 때문에 기고만장해져 있으니까. 당신의 그 추기경이 걜 파리로 보냈잖아. 진짜 문제가 시작됐던 뉴욕에도. 그걸로 옭아매고 싶었겠지. ”



 “ 그럼 당신은? ”



 “ 나야 유명하지 않나? 모스크바에서 나만큼 걜 대놓고 후원한 사람이 또 어디 있다고. 발 뺀 척 하고 있는 당신도 물론 그놈 수첩에 적혀 있겠지. 멍청한 놈, 그 과신이 얼마나 갈지 두고 보면 알겠지. 어차피 이번 건 마무리되면 그놈도 버티기 힘들 걸. ”



 “ 그래도 총살시키려고 했다니 어이가 없군요. 즉결 처형이라면 스파이나 테러 죄목을 씌워야 했을 텐데. 크라베츠가 아무리 당신들을 끌어내리고 싶어 했다 해도 그건 너무 무모한데요. ”



 “ 악연이 있거든, 그 얼간이와 우리 깜찍한 꼬마 사이에. ”




 이미 20대 중반인데다 이제 자격을 박탈당하긴 했지만 연방을 대표하는 공훈예술가였던 인물에게 그런 호칭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물론 벨스키는 꼬투리를 잡지 않았다. 어쨌든 스비제르스키는 마로조프와 마찬가지로 미샤를 소년 시절부터 알아왔던 사이였다.




 “ 무슨 악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죽이려고 한 걸 보니 꽤 앙심을 품은 모양이군요. ”



 “ 뉴욕에서 스파이 짓 시키려고 했는데 걔가 거부했거든. ”



 “ 지난 2월에요? ”



 “ 아니, 77년에. 기억 안나나? 볼쇼이 오고 얼마 안돼서 뉴욕에 갔었잖아. ”



 “ 그때 기껏 3일 정도 머물렀던 것 같은데. 훈련도 받지 않은 아마추어가 대체 뭘 할 수 있다고. ”



 “ 아, 할 수 있는 게 있었지. 국무성의 고위직 인사 하나를 포섭하고 있었거든. 예쁜 사내애들을 좋아하는 취향이었지. 미제 자본주의자는 자기 욕망에 아주 충실해. 우리에게 그걸 숨기지도 않았어. 조건을 한 대여섯 가지는 걸었는데 그 중에 죽었다 깨나도 미국에서는 못 가져볼 볼쇼이 무용수도 들어있었던 거지. 대놓고 걜 찍었어, 이름까지 박았으니까. 아니면 왜 걔한테 그렇게 빨리 뉴욕행 허가를 내줬겠나, 키로프에 있는 동안 번번이 그쪽 투어는 금지 당했었는데. 그런 출신 성분에 그보다 더 지저분한 서류를 가진 앨 몇 달 만에 금세 뉴욕으로 보내준 게 볼쇼이 이름값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면 당신 아직 배워야 할 게 많은데. ”



 “ 윌리엄 모튼 얘기인 것 같군요. 그때 크라베츠가 뉴욕에서 그 미사일 프로젝트 추진하다 실패했죠. 그때까진 보안위원회 쪽에 있었으니까. 당신과도 관계가 나쁘지 않았죠. ”



 “ 난 분명히 그자에게 충고해줬다네. 그 말썽꾸러기를 그쪽으로 굴릴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말라고. 절대로 말 안 들을 거라고 말야. 어찌나 머리가 나쁜지 내 말을 안 믿더군. 내가 사심 때문에 그러는 거라고 굳게 믿었지. 대가리에 똥만 들어찬 병신 같으니. ”



 “ 물론 미하일이 말을 안 들었군요. ”



 “ 당연히 안 들었지. 크라베츠 면전에서 자기한테 한 번만 더 그런 명령을 내리면 그 양키 놈 물건을 물어뜯어서 잘라버릴 거라고 대들었다던데. 그 예쁜 입에서 어찌나 지저분한 욕지거리가 쏟아져 나왔는지 크라베츠가 꼭지가 돌아서 걜 몇 대 두들겨 팼지. 두 시간 뒤에 공연이 있어서 제대로 패지도 못했지만. ”



 “ 강제로 보낼 배짱은 없었나보군요. ”



 “ 당신은 정말 미셴카를 아직도 잘 모르는군. 걘 정말 자기가 말한 그대로 했을걸. 크라베츠는 얼간이 천치지만 그 자식이 대드는 걸 보고 그 정도는 깨달았던 거지. 그래서 그때부터 무시무시하게 앙심을 품은 거야. 자기가 멍청해서 작전을 말아먹어놓고 그 책임을 걔한테 돌린 거지. 병신 같은 놈, 어차피 모튼은 안 될 카드였어. 걜 수십 번 안겨줬어도, 모튼이 기밀을 내줬어도 그 닭대가리로는 아무 것도 제대로 못 해냈을 거야. ”


 

 “ 크라베츠는 사람을 제대로 다룰 줄 몰라요. 아마 미하일도 그래서 더 발끈했겠죠. ”



 “ 글쎄. 걘 누가 명령하든 말 안 들었을 걸. 내가 시도 안 해본 줄 알아? 그전에 이미 런던에서 비슷한 경우에 써먹어보려고 했어. 다짜고짜 칼질부터 해댔지. ”



 “ 당신을 찌르려고 했다고요? ”



 “ 설마. 아무리 야수 같은 꼬마라도 내게 그런 짓은 못하지. 하긴 감히 내가 보는 앞에서 자기 가슴에 칼을 쑤셔 넣으려고 했으니까 더 용서가 안 될 일이지만. 발레 무대 따윈 아무 것도 아니야, 그 조그만 것이 얼마나 드라마틱하게 굴 수 있는지 상상도 못할 걸.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지. ”



 “ 자해하려고 했던 것 말인가요? ”



 “ 아니, 내 명령에 복종하지 않은 게. ”   




 
 벨스키는 잠시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도자기 잔을 집어 들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는 커피보다는 차를 선호했고 이렇게 늦은 오후에는 둘 다 입에 대지 않았다. 어쨌든 커피는 훌륭했다. 게르만 스비제르스키가 어떤 인간이든, 그의 취향만은 언제나 최상이었다. 그런 면에서는 드미트리 마로조프와 비슷했다. '같은 나무에서 자란 두 개의 열매죠.' 이전에 모스크바에서 어느 외교 행사에 불려갔을 때 미샤가 그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맥락은 기억나지 않았지만 미샤가 벨스키와 함께 있을 때 그 두 사람에 대해 언급했던 것은 그때가 유일했다.



 “ 그 사진. ”



 잔을 내려놓으면서 벨스키가 불쑥 말했다. 스비제르스키는 표정이 변하지도 않았다. 그 말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 해결하라고 등을 떠미시니 움직이기는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럼 솔직하게 얘기해 주시죠. 당신 작품이라고 생각되는데. ”



 스비제르스키는 코웃음을 쳤다.



 “ 크라베츠야 그렇게 믿고 있겠지. 당신은 아니잖아. 누가 그랬는지는 잘 알고 있을 텐데. ”



 “ 글쎄요, 그건 걜 레닌그라드 센터에서 모스크바로 이송할 때 찍혔어요. 당신이 바로 그 자리에 있었는데 그런 사진을 찍어서 유출할 배짱이 있는 자가 과연 있기나 할지 모르겠군요. ”



 “ 왜, 당신이 그렇게 했다고 인정은 못하나? ”



 “ 전 그럴 만한 위인이 못 됩니다. 어떻게 감히 게르만 알렉세예비치 당신 앞에서. ”



 “ 당신은 그럴 만한 위인이 못 되는 게 아니라 그런 스타일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이지. 그걸 보면 그 노인네와는 닮지 않았어. ”




 스비제르스키의 갈색과 푸른색 양쪽 눈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반쯤은 부드럽게까지 느껴지는 표정이었는데 벨스키는 그 눈빛을 볼 때마다 베를린과 런던에서 암살 명령을 내리던 순간도 저랬을 거라고 생각하곤 했다.




 “ 모르는 척 구는 건 그만 두시지. 추기경이 한 짓이잖아. 재판 정보 흘린 것도, 파리 쪽 계속 쑤셔댄 것도 전부. 딱 그 작자 스타일이지. 절대 앞으로 나서지 않아. 자기 손을 더럽히는 일도 없지. 당신의 드미트리 알렉산드로비치께서 최근 20년 동안 없앤 놈들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 난 비교도 안돼. 그런데도 피칠갑을 하고 온갖 욕을 먹는 건 전부 이쪽이지. 참 존경스럽단 말이야. ”



 “ 그분은 그런 일에 개입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파리에서 돌아온 후 완전히 손을 뗐어요. ”



 “ 누군들 좋아하겠나. 그런 일이라고 했지. 그게 누구인지가 중요하지. 그 작자가 손을 떼? 마누라와 자식들이라면 몰라도 그놈에게선 절대 손 못 뗄 걸. 그 작자가 10년 동안 그 조그만 귀염둥이를 얼마나 역겹게 끼고 돌았는지 모르나? 그리첸코가 벌써 2월에 그걸로 엮어서 두들겨보려고 했었지. 분수를 모르고 나대다가 크라스노다르로 쫓겨났지만. ”




 벨스키는 스비제르스키가 내뱉는 문장들에서 주어를 마로조프 대신 화자 자신으로 바꿔도 무방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게르만 스비제르스키가 미샤를 자신의 정부로 만든 것은 마로조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을지도 몰랐다. 어쨌든 그로서는 결코 관여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었다.



 “ 하여튼 사진 잘 찍었던데. 서방 부르주아들 심금을 울리다 못해 갈갈이 찢어놓을 정도로. 모마나 퐁피두에서 소장하고 싶을 거야, 추기경에게 그거 찍은 놈 미국으로 보내라고 해. 퓰리처라도 안겨줄지 누가 아나. 난 개인적으로 그 사진 별로 마음에 안 들지만. 그 뻔한 피에타 구도라니, 완전히 숨넘어간 것처럼. 뭐 일부러 그렇게 찍었겠지, 반체제 예술가에 인권 탄압이 합쳐지면 껌벅 죽는 그 위선자들 발칵 뒤집어놓으려고. ”



 “ 그렇지 않아도 벌써 뉴욕에서는 그걸로 기습 전시를 열었죠. 사진에 판화, 비디오 아트를 섞어서. 피에타 버전으로 팸플릿 찍어낸 것도 있었고. 하긴 우리 대사관들에도 그 팸플릿들 수도 없이 투척됐으니 잘 아시겠군요. 구도가 마음에 안 드신다니 유감이지만. 하필 들어서 옮길 때 찍혔더군요. ”



 “ 구도가 마음에 안 드는 게 아냐. 그 자식이 진짜 죽은 것처럼 찍혀서 그렇지. 실제로 보면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어. 좀 궁금하긴 한데, 나중에 그 사진 보면 그 녀석이 어떻게 반응할지. 뭐 뻔하지, 화내고 삐치겠지. 또 칼질이나 안 하면 다행이지. ”



 “ 그런 비참한 상태에 빠진 걸 몰래 찍어 배포해서? ”



 “ 예쁜 구석이 하나도 없게 찍혔으니까. 무대에 올라가는 놈들 다 똑같은 거 모르나? ”



 “ 2월부터 올라가지 않았죠. ”



 “ 올라가게 될 거야. ”



 “ 글쎄요. 회복되기나 할지 모르겠군요. 최악의 경우는 그 친구가 죽는 거죠. 그럼 아주 불쾌한 상황이 벌어지겠죠. 미국 놈들은 말할 것도 없고. ”





 
 벨스키는 파리와 런던 측과 진행되다 이 사건을 빌미로 중단된 몇 가지 비밀 협상에 대해 굳이 언급하지는 않았다. 스비제르스키는 그 이상으로 잘 알고 있을 터였다.




 “ 죽지는 않을 거야. ”



 “ 아직 깨어나지 못한 걸로 아는데. 거의 일주일째 의식이 없는데 어떻게 그리 확신하시는지. ”



 “ 해독제고 뭐고 전부 중단시켰거든. 놔두면 일어날 거야. 질긴 놈이라서. ”



 “ 부작용 일으키는 체질인 건 어떻게 아셨는지 모르겠군요. 그라도프 보고서에도 그런 내용은 없던데. 아니, 애초부터 왜 루뱐카 심문실에 들여보냈던 건지도 모르겠고. 그때 어린애였잖아요, 열일곱 살이었나. ”



 “ 일종의 예방책이었던 거야. 이런 일에 대한. ”



 “ 그럼 별 소용이 없었던 셈이군요. ”



 “ 아니, 적어도 7~8년은 막았으니 효과가 아예 없지는 않았지. 당신은 걔가 약물을 얼마나 무서워했는지 모를걸. 진짜 웃기는 놈이야. 칼을 쑤셔 넣고 총알을 박아 넣는다 해도 눈 하나 깜짝 안할 놈이 그 주사는 끔찍하게 두려워했어. 자기 힘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게 무서웠던 거겠지. 그러니 제믈랴코프는 크라베츠에 비하면 머리가 잘 돌아가는 놈이야. 제대로 된 처벌을 때린 거니까. ”



 “ 그라도프에게 걔 버릇을 고쳐주게 했던 게 당신이었나요? ”



 “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는데. ”



 “ 해독제에 부작용 일으키는 것까지 알고 계시니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요. ”



 “ 내가 그라도프에게 걜 보내지 않았을 수도 있지. 손봐주라는 명령 따위 내리지 않았을 수도. 사실 그라도프가 해독제를 썼을 때는 큰 문제가 없었어. 카첸카도 딱 두 시간 분량만 계산해서 놨고 다른 것과 섞지도 않았거든. 약효가 꽤 오래 갔다는 것 빼고는 모두 완벽했지. 그 친구는 다른 건 몰라도 그쪽으로는 진짜 프로였어. 어쩌면 내가 그 건방진 꼬마를 따로 불러서 그걸 다시 썼을지도 모르지. 그 조그만 게 일반적인 애들과는 완전히 다르게 반응한다는 걸 알았을지도 모르고. ”



 “ 그 ‘완전히 다르게‘ 란 건 어떤 반응이었죠? ”



 “ 일어나는 데 다른 애들보다 두세 배는 더 오래 걸렸지. 깨어났을 때도 정신은 계속 오락가락하고 몸은 아예 못 가눴어. 그때도 해독제 맞고 쇼크 일으켰지. 그 망할 놈의 라브로프가 그걸 계속 쓰지만 않았어도 그 정도로 엉망이 되지는 않았을 거야. ”



 “ 무용수로서의 재능을 아끼셨던 걸로 아는데 왜 그렇게 대하셨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그때 몸이 망가질 수도 있었을 텐데. ”



 “ 그런 체질인 걸 알았다면 아마 그렇게 안 했겠지. 하긴, 알았어도 달라질 건 없었을지도 모르겠군. 걘 정말 재미있는 애거든. 그렇게 빨리 쇼크를 일으켰던 건 아마 샴페인에 탔기 때문이었을 거야. 라브로프도 알콜 계열 약물을 섞었더군, 그래서 그 꼴이 된 거야. 그때 샴페인 한 잔으로도 완전히 맛이 갔었으니까. 손끝 하나 움직이지 못했지. 울다가 화내다가 부탁하다가 소리 지르고, 또 울었다가 화내고 기절하고. 그래도 계속 반항했지. 어디서 그런 성깔이 나오는지. 나중에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주제에 극장까지 기어가서 리허설에 들어가던데. 다음날인가 무대에도 올라갔어. 조그만 게 그렇게 깜찍한 근성을 보여주는데 내버려둔다는 게 더 이상하지 않나. ”




 벨스키는 치밀어 오르는 혐오를 숨기지도 않은 채 불쑥 말했다.




 “ 너무 많은 얘길 해주시는군요. 지금 얘기 절반만 알려져도 아주 곤경에 처하실 텐데 절 너무 믿는 것 아닌지. ”



 “ 내가 당신을 믿는다고? 설마. ”




 스비제르스키의 눈에 다시 그 부드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이번에는 입술 한쪽이 함께 치켜 올라갔다.




 “ 추기경의 사진과 내 샴페인. 둘 다 같은 거야. 뭐 당신이 마침내 개심해서 그 노인네 등에 칼이라도 꽂는다면야 얘긴 달라지겠지만. 게다가 그 사진을 제외하더라도, 뉴욕 쪽 시위 배후에 당신도 한 발 들여놓고 있다는 것쯤은 알아. 그러니 당신에 대한 내 신뢰를 너무 맹신하지 않는 게 좋을 걸. ”



 “ 누가 당신을 무턱대고 믿겠습니까, 그러다가 그리첸코 꼴이 나라고. 조만간 크라베츠도 같은 배를 탈 것 같은데. ”



 스비제르스키는 이제 웃지도 않았다. 믿을 수 없게도 아직까지 김이 오르고 있는 뜨거운 커피 쪽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조그만 잔에 위스키를 따라 벨스키에게는 권하지도 않고 훌쩍 마셨다.




 “ 자, 어떻게 하겠나. 돔브로프스키는 아직도 추방 카드를 포기 못하더군. 멍청한 놈. 지금 상황에서 추방하면 그건 진짜 영웅을 만들어주는 꼴이지. 뭐 죽어버리는 것보다야 상황이 나을 수도 있겠지만. 살아 있는 영웅보다 더 무서운 건 순교자 나부랭이니까. ”



 “ 차라리 파리에서 망명을 했으면 서로 편했겠죠. 그때까진 배반자에 미친놈이라고 몰아붙일 수 있었으니까. ”



 “ 아, 역시 당신은 그 노인네와 한통속이야. 차라리 망명? 벌써 몇 놈을 그렇게 보내줬는데. 게다가 걘 그놈들과 또 달라. ”



 “ 다를 게 또 뭐가 있다고요. 솔제니친이나 브로드스키도 내쫓은 판에. ”



 “ 다르지, 우리 꼬마는 작가 나부랭이가 아니잖아. 무대에 올라가는 놈이지.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나, 카메라가 아주 예뻐할 걸. 게다가 춤추는 놈 치곤 너무 똑똑해서 탈이야. 미국 놈들이 얼마나 좋아하면서 자기들 프로파간다에 내세우겠나. 자본주의자들에겐 잘난 얼굴, 잘빠진 몸매면 전부 끝나. 아, 하나 더 있군. 섹스라면 사족을 못 쓰지. 2월에 그 녀석이 뉴욕에서 올렸던 공연이 왜 그렇게 이슈가 됐겠어. 그런 놈을 망명하게 내버려두는 건 멍청한 짓이야. 양키들 체제 선전의 귀염둥이가 될 걸. ”



 “ 정말 그렇게 믿는 건 아니시겠죠. 어느 쪽이든 프로파간다에 집어넣으면 도망칠 성격인데. ”



 “ 본인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관계없어. 우리도 썼잖아, 이 행사 저 행사 많이도 끌고 다녔지. ”




 벨스키는 시계를 힐끗 보았고 반쯤 마신 커피 잔에 손을 뻗으려다 그만두었다. 왜 스비제르스키의 잔에서는 아직도 김이 오르고 있는데 자신의 커피는 미지근하게 식어버렸는지는 수수께끼에 가까웠다. 아마 게르만 스비제르스키에게는 상대방을 미세하게 깔아뭉개는 수십 수백 가지의 방법이 있을 터였다. '그래봐야 10년. 더는 못 갈 걸.'  벨스키는 평온한 마음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 이제 가봐야겠군요. 제믈랴코프가 좀 떠들게 내버려둘 겁니다. 어차피 이제 안 먹힐 게 뻔해요. 그 사진 이후 상황이 많이 바뀌었으니까요. 의원들 사이에서도 좀 너무했다는 분위기고. 예술가란 놈들이 정신 나간 짓거리 하는 게 하루 이틀이 아닌데 그렇게 유망한 애를 그 정도로 망가뜨릴 필요가 있냐는 거죠. 어떻게 보면 걔한테는 사진 공개된 게 행운이죠, 강경파 내에도 동정표가 모였으니까. 쿨리마코프야 무조건 풀어주자고 하겠지만 그 양반이야 물러터진데다 옛날부터 너무 열광적인 걔 팬이었으니 설득력이 없겠죠. ”



 “ 물론이지. 게다가 풀어줘 봤자 키로프에선 절대 안 받아줘. 발레단 명부에서도 완전히 삭제됐어, 무용수든 안무가 쪽이든 전부. 다닐로프가 지금 얼마나 전전긍긍하고 있는지 아나. 극장 애들 전부에게서 그놈과 반체제 불온사상에 대한 대화를 나눈 적도 없고 전복적인 행동은 더더욱 한 적 없다는 서약서까지 받았지. 뭐 다닐로프가 받아주고 싶다고 애원을 해도 돌려보낼 일은 없을 테지만. 절대 안 되지. 우리 꼴이 뭐가 되라고. ”



 “ 뭐 이미 체면이야 구겨질 대로 구겨졌죠. ”




 
 타이의 주름을 바로잡으며 벨스키가 말을 이었다.



 “ 내년이 가브릴로프 300주년이에요. 극장은 100주년이고. 4월에 맞춰 새 건물 짓고 있지요. 행사 크게 진행할 겁니다. 먀흐킨에겐 그럴만한 능력이 없으니 새 예술 감독이 필요하겠죠.  ”



 “ 아, 당신 고향 말이지. 그 촌구석. 하긴 당신 덕에 요즘 환골탈태하기 시작했다지. 볼쇼이나 키로프도 성에 안 차서 자꾸 딴 짓을 하던 놈을 그 시골에 처박아 놓으면 견딜 수나 있을지 모르겠군. 뭐 난 반대 안 해. 당신이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 하여튼 내일 해결하면 그놈한테도 가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곧 깨어나겠지. ”



 “ 직접 가시지 않고요? 그 프시후슈카에서 끌어내셨으면서. ”



 “ 내가 그랬다는 걸 알면 다시 칼질이나 해대겠지. 그 성깔이 어디 가겠나. 하긴 한동안 그 손에 뭘 제대로 쥘 수나 있을지 모르겠군. 난 일주일 쯤 모스크바 비울 예정이야. 잘 알고 있을 텐데. ”



 “ 그 베를린 건 때문이겠죠. 보안위원회 쪽은 이제 손 떼신 것처럼 행동하시더니. 역시 급한 일이 터지니 그쪽에서도 전문가를 필요로 하나보군요. ”




 
 “ 다 알면서 아무 것도 모르는 양 신사적으로 구는 게 당신 특기지. 하긴, 그래서 내가 당신을 좋아하지. ”




 벨스키는 그 색깔이 다른 두 눈에서 조롱의 기색을 읽으려고 했지만 게르만 스비제르스키의 매처럼 날카로운 얼굴은 아주 침착하고 무감각한 가면을 씌워놓은 것처럼 변해 있었다. 그 역시 선호하는 표정이기도 했다.




 그는 간단한 인사 후 방을 나왔다. 나가는 길에 카페 여주인에게 커피의 비밀에 대해 묻고 싶은 충동이 살짝 일었지만 물론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





프시후슈카는 정신교화 수용소의 속어이다.




이 소설을 쓸 때 (참 쓰잘데없이) 각주를 몇개 달았었는데 스비제르스키가 언급하는 '트레치야코프', '므하트', '브로드스키'에 대한 것도 있어 옮겨놓는다. 다 아는 건데 뭣하러! 라고 하신다면 흐흑 죄송합니다.



트레치야코프 : Государственная Третьяковская Галерея
  - 국립 트레치야코프 미술관
  - 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미술관과 더불어 러시아의 대표적인 미술관. 모스크바의 상인 트레치야코프가 소장품들을 전시하기 위해 만든 미술관으로 1918년 국유화되었으며 11세기~ 20세기 초의 13만점 이상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 므하트 : МХАТ
  - 모스크바 예술극장(Московский Художественный Академический Театр)의 약자.
  -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극장으로 1898년 스타니슬라프스키와 네미로비치 단첸코에 의해 창립되었으며 체호프와 고리키를 비롯해 리얼리즘을 지향하는 현대극들을 주요 레퍼토리로 하고 있다.



* 브로드스키
  - 이오시프 브로드스키(1940~ 1996)
  - 소련 출신 시인. 영어식 이름은 조지프 브로드스키. 사회 기생충이라는 죄목으로 체포된 후 1972년 소련에서 추방되었고, 1980년에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198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




그리고 참고로 맨 위에서 언급했던 본편과 데이터 구축용 소설들의 링크들 몇개 줄줄이. dolls 빼고는 전부 토막토막이라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거나 완결되는 글들은 아니다. 하지만 조각조각 읽어도 큰 문제 없음. 그래도 각각의 소설 내에서는 가급적 시간 순서로 링크를 늘어놓았다.




Dolls


01. 에벨리나 http://tveye.tistory.com/6960
02. 미샤 http://tveye.tistory.com/6964
03. 일린 http://tveye.tistory.com/6969
04. 에벨 http://tveye.tistory.com/6972




Frost (모스크바행 비행기 안의 드미트리 마로조프와 미샤)


마지막 동작이 완성되지 않은 춤, 운하를 건너는 미샤  http://tveye.tistory.com/4485
그가 읽었던 불가코프의 문장, 비행기에서, 거장과 마르가리타  http://tveye.tistory.com/4572
타협과 질서의 또다른 이름 http://tveye.tistory.com/6018
미네르바 조각상, 깊은 연못 http://tveye.tistory.com/5650
미샤의 신입 시절, 싸움의 이유, 붉은 장미와 하얀 눈  http://tveye.tistory.com/5469




수용소 장편(이 발췌문이 속한 글)



수용소, 심문자들, 유령들, 인체발화, 다시 세 개의 메모(1부) http://tveye.tistory.com/4748 
체제의 이름, 비행사, 천사 이름 붙은 도시(2부 2장) http://tveye.tistory.com/5589


<3부 : 스타니슬라프 일린과의 면회>
모든 것이 잘못되어 있을때, 수용소 면회실에서의 조우 http://tveye.tistory.com/4521
푸에테와 이반 왕자와 불새 http://tveye.tistory.com/3613
농담에 약한 주인공, 타협, 장식품 애완견 샴페인 캐비아 http://tveye.tistory.com/4468
견딜 수 있을만한 압력, 눈을 돌리고 넘어갈 수 있을만한 더러움 http://tveye.tistory.com/4341




별장의 미샤와 스비제르스키 (데이터 구축용 half)



춤, 레닌그라드 아이 http://tveye.tistory.com/4620
온천수, 주치의 http://tveye.tistory.com/6317
베를린, 적과 아군 http://tveye.tistory.com/4693 
새벽, 연습실의 미샤 http://tveye.tistory.com/6138




트로이와 미샤의 이야기에서


그라도프의 고문 - 사제 없는 고해,심문관의 독백, 혼자 다니는 사람 http://tveye.tistory.com/5348

(이건 스비제르스키와 벨스키가 '그라도프'의 고문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이 있어서. 좀처럼 속을 드러내지 않는 미샤가 트로이에게 그라도프로부터 당한 고문에 대해 토로하는 장면이다)




...






<마지막으로, 짧은 메모>





나는 몇달 째 글을 쓰지 못했다. 생활도, 일도, 몸과 마음도 많이 지쳐 있어서 그럴 수도 있다. 혹은, 에너지가 모자라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새 업무를 맡고 나서는 전보다 더욱 쉽게 지친다. 마음 속으로는 언제나 글에 대해 생각한다. 그러나 생각과 정말로 쓰는 것 사이에는 아주 깊고 또 아주 얕은 간극이 존재한다.



어제 이 수용소 이야기를 비롯해 본편들을 좀 추려 읽었다. 내가 꽤 긴 이 파트를 오늘 전문 발췌하고 또 연관된 예전 글들 링크도 줄줄이 올린 것은 아마도 그럼으로써 자신을 돌아보고 다시 글을 쓰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 들어서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른다. 나에게는 이러한 행위가 유의미하다. 마치 이 폴더가 자신을 돌아보고 글쓰기에 대해 생각하고 이따금 방문자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통로가 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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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Posted by liontamer





고대하던 주말이 왔다. 녹아내린 치즈처럼 철푸덕...




이번주에는 피곤해서 화정 안 올라가고 2집에서 쉬고 있다. 2집은 좀 우울하고 갇힌 느낌이기 때문에 기분 전환을 위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조금 내 보았다 :) 어제 길에서 모아온 빨강까망 열매들과 소나무 가지, 옆회사 구내식당에서 얻어온 분홍장미 등등(전부 다 얻어왔네 ㅋㅋ)









소나무 작은 가지랑 빨간 마가목 열매, 그리고 여름에 프라하의 앤티크 가게에서 싼 가격에 사온 '체코슬로바키아' 빈티지 찻잔이 은근히 잘 어울린다 :)






오전에 별다방에서 조식 먹은 후 근처 파이 가게까지 걸어가서 딸기 타르트 사왔다. 오늘따라 엄청 먹고팠음. 빨간색이 이쁘다~






그래서 찻잔도 빨간 찻잔 선택 :))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님 화보도 칼라풀하고 즐거운 곱사등이 망아지의 이바누슈카 화보로 :)









이건 아침. 10시 반 즈음 일어나 동네 최고 핫스팟 별다방 갔음. 사실 집에 먹을 게 하나도 없었다 ㅠㅠ 이번주 내내 너무 혹사당하며 일해서...









차가운 샌드위치는 먹기 싫고, 따뜻한 건 별로 먹을 만한 게 없고(지난번 먹은 올리브 모짜 모찌는 별로였음), 별 기대 안했지만 하여튼 색깔이 예쁘다는 이유로 새로 나온 크리스마스 스콘을 먹어보았다. 녹차반죽이랑 쌀반죽으로 만들었다고 해서 아예 기대 안 했음. 스콘을 쌀로 만들면 무슨 소용이 있어!







맛은 별로였다. 딱히 쌀이나 녹차 맛이 많이 나진 않았고 밀가루 스콘이랑 비슷했는데 사실 스타벅스는 스콘이 맛없는 편이라서... 하여튼 아침에 배채우려고 먹었다. 귤 한알 가져가서 같이 먹었음.



그래도 녹색 빨강이라 크리스마스 느낌은 좀 났다.





파이 가게에서 딸기 타르트 포장 기다리며. 조그만 트리가 귀여웠다.



Posted by liontamer




아침 기차로 2집 내려왔다. 2집에서도 12월로 달력을 넘겼다. 달력 만들 때 12월은 가급적 파티 분위기나 화려한 사진을 넣는다. 여기 달력 12월은 모스크바 메트로폴 호텔 광고 화보 찍었던 디아나 비슈뇨바와,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의 갈라 무대 앙코르 장면에서 장미꽃잎 폭포 떨어지는 장면이다. 장미꽃잎 폭포 아래 꽃돌이 슈클랴로프님도 있음. 오른쪽에서 세번째의 하얀 의상 입고 고개 쳐들고 계신 분 :)





기내용 작은 캐리어가 총 3개 있다. 하나는 옛날부터 있던 바퀴 두개짜리 손잡이 고장난 후진 놈, 하나는 약간 돈 좀 주고 샀던 놈, 나머지 하나는 최근 쥬인이 생일선물로 준 것이다. 그런데 그 세놈이 지금 모두 2집에 있는 관계로(화정 올라갈때는 주로 사무실에 가거나 국회에 가거나 병원에 갔다가 가므로 캐리어 끌고 가기가 어렵다) 오늘은 쇼핑백에 최소화한 짐을 넣어왔다. 마음이라도 좀 위안해보려고 아스토리야 호텔 쇼핑백에 넣어옴. 흑, 이거 아껴놓고 한번도 안쓰던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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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티타임 사진과 스케치에서 썼듯 아침 일찍 기차 타고 내려와서 별다방에서 아침 먹고 2집 들어와 씻고 청소한 후 두어시간 가까이 이른 낮잠을 잤다. 자고 났더니 머리가 어찌나 아픈지... 더 자고 싶기도 했고... 차를 안 마신 상태라 그랬던 것 같다. 일어나서 끙끙대며 차를 우려 마셨더니 좀 정신을 차렸는데... 그러고 나니 어느덧 오후 네시... 으아아앙..



저녁을 먹고 나서 어마어마하게 쌓여 있는 쓰레기를 버리러 잠깐 내려갔다 왔다. 브리타 간이정수기라도 살까 생각 중이다. 예전엔 집에 정수기가 있었는데 요금 아까워서 반환한 후 매주 생수를 마트에서 주문해 마시는데 내가 물을 많이 마시는 편이라 이것도 만만치 않고, 또 페트병이 너무 많이 나온다. 매일 한두개씩 가지고 내려가 버리면 좋을 것을 게으른 나는 쌓고 쌓아서 비닐봉지가 터질때쯤 투덜거리며 이것들을 분리수거하러 내려간다. 종이쓰레기도 마찬가지이다... 그러고보니 내가 너무 쓰레기를 많이 양산하고 환경오염에 일조하는 것 같아서 가책도 된다. 심지어 화정 집과 여기 2집 두곳에서 쓰레기 양산 중. 페트병 생수 안 그래도 안전성도 문제 많다는데 다시 브리타를.... (솟아오르는 러시아의 추억)




쓰레기 버리고 들어가는 길에 보니 오피스텔 입구 쪽 나무에 이렇게 조그만 크리스마스 장식이 되어 있어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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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아악 월요병 대폭발 으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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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기차로 2집 내려옴.


낮잠 자기 전에 애프터눈 티까지 성공...






기분전환 하려고 슈클랴로프님 화보 액자도 다른 사진으로 교체. 기념으로 바가노바 발레학교 그려진 찻잔 꺼내서...











오늘 별다방에서 아점 먹고 나오면서 사본 제주 감귤 치즈케이크. 흑, 기대 안 했지만 역시나 별로였음. 맛없고 느끼하고... 결국 남겼다.





지난번 러시아 갔을 때 얻어온 사바까.루 잡지. 디아나 비슈뇨바가 표지에 있어서 :)




오늘 바꾼 슈클랴로프님 화보. 왼편은 신데렐라의 왕자, 오른편은 돈키호테의 바질.




얼마전 별다방에서 샀던 빤짝이 티코스터. 빨간색도 있었는데 그건 나중에 사야지 했더니만 품절됨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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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오늘 아침 10시. 2집 동네 최고 핫스팟 별다방...


귤은 내가 챙겨온 것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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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발췌하는 글은 a4 3장 정도로 꽤 짧은 장면이다. 에피소드 전체가 아니라 일부이고 실질적인 사건이라기보다는 트로이와 미샤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이전에 이 장면 다음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 따로 올렸던 적이 있다. 그 링크는 글 아래에 달아보겠다.

 

 

배경은 1976년 초. 소련 레닌그라드. 지금의 상트 페테르부르크. 트로이의 작은 아파트 안이다. 예전에 여러번 등장했던 볼쇼이 안무가 스타니슬라프 일린이 키로프 극장 게스트 안무가로 초빙된 직후이다. 일린은 문화국과 윗분들이 키로프로 밀어넣은 '모스크바' 안무가이므로 키로프 윗선에서는 당연히 그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사실 일린이 온 것은 미샤와 지나이다를 위한 작품을 안무하라는 미션을 받았기 때문인데 소설에서는 자세히 묘사하진 않았다. (..사실은 미샤를 모스크바로 낚아가려는 그쪽 윗분들과 볼쇼이 측의 밑밥깔기....)

 

 

하여튼 새로운 것에 목말라 있던 미샤는 일린과 그의 작품, 그가 무용수를 대하는 태도 등에 감명을 받는다. 그래서 같이 작업을 하게 되는데 그게 그리 호락호락하진 않다.

 

 

미샤에게는 극장 내부 적들도 많은데 그 중 대표적인 인물이 울리얀 세레브랴코프 라는 남자 무용수이다. 정통 소련 무용수, 고전적이면서도 늘씬하고 근육질이고 강건한 왕자님/혁명영웅 스타일의 미남자이다. 미샤보다는 10여년 이상 선배이고 공훈예술가인데 미샤가 입단했을 때부터 그를 눈엣가시처럼 미워해 많이 괴롭혔다. (저수지에도 빠뜨리고...) 열받은 지나가 그의 여자친구인 옥사나의 허리를 비틀어 쥐어짠 적도 있음.

 

 

발췌된 부분은, 일린이 새로 안무해주는 작품인 '백야' 연습을 하다가 트로이의 집에 들른 미샤가 그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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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화보는 아르춈 옵차렌코. 볼쇼이 무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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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탄카는 미샤가 일린을 부르는 애칭이다.

 

 

나타샤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소설의 여주인공이다. 여기서 일린이 안무하는 춤은 유명한 나타샤의 첫 무도회 장면이다.

 

 

고리키는 그 '막심 고리키'이다.

 

 

프로파간다 발레는 말 그대로 프로파간다 목적을 띤 발레이다. 소설도 그림도 발레도 연극도 영화도 이런 거 많았다. 소련 시절 유명한 발레들 중에도 많다.

 

 

...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미샤는 고개를 젖히며 어깨를 한쪽으로 돌렸다. 작년에 다쳤던 곳이 계속 아픈 것이 분명했다. 얼굴을 찡그리며 몇 차례 어깨를 돌리더니 손가락으로 아픈 부위를 꾹꾹 눌렀다. 트로이는 끓는 물을 채운 보온병을 스팀 타월로 둘둘 말아 그에게 건네주었다. 미샤는 티셔츠를 벗더니 어깨를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수증기 때문에 흰 살갗이 금세 빨갛게 달아올랐다.

 

 

 트로이는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 붉게 달아오른 어깨와 팔 위에 입을 맞추고 싶었다. 하지만 그때 미샤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 오늘 스탄카가 세레브랴코프를 자기 세션에 출입 금지시켰어. ”

 

 


 “ 무슨 세션? 백야에 그 작자도 나와? 그 나스첸카 첫사랑 역이야? ”

 

 “ 아니, 백야가 메인이긴 한데 45분 정도 밖에 안돼. 하루 공연 무대로는 모자라지. 짧은 거 두 개가 더 있어. 하나는 톨스토이. 전쟁과 평화지. 그건 나타샤의 독무야. 나머지 하나는 고리키의 인생을 모자이크한 프로파간다 발레고. 어쨌든 당국의 비위를 맞춰주긴 해야 하니까 스탄카가 끼워넣은 거야. 오늘 그 두 개 오디션을 봤거든. 연차와 급수에 관계없이. ”

 

 “ 백야는 너와 지나이다로 정해진 거야? ”

 

 “ 응. 오디션 없이. ”

 

 “ 세레브랴코프는 왜? ”

 

 “ 그 고리키를 추고 싶어 했으니까. 그자는 스탄카를 싫어하지만 어쨌든 포노마레바가 밀어주고 있으니까 같이 작업하는 게 이득이라고 생각했겠지. 게다가 고리키 역이라면 구미가 당겼을 거고. 얘기했잖아, 프로파간다 발레로 뜬 놈이라고. ”

 

 “ 그럼 일린에게 건방지게 굴 리가 없잖아. 왜 출입 금지당한 거야? ”

 

 “ 백야 때문에 나도 그 방에 같이 있었거든. 오디션 보러 온 세레브랴코프는 그것 때문에 꼭지가 돌았지. 난 이미 역을 받았으니까. 그 작자는 해석도 괜찮았고 춤도 꽤 잘 췄어. 아마 곱게 나갔으면 스탄카가 고리키를 줬을 거야. 근데 그 얼간이가 나가면서 내 쪽으로 왔지. ”

 

 “ 그리고? ”

 

 “ 백야 하나로는 성이 안 차느냐, 나타샤 역 때문에 온 것 같은데 굳이 오디션을 보지 않아도 역을 받을 거라고 비아냥댔지. 무도회 드레스를 입고 토슈즈를 신을 수 있을 테니 좋겠다고 하던데. 넌 그런 모습을 상상할 수가 없다고 했지만 그자는 아주 상상이 잘되는 모양이었어. ”

 

 

 미샤가 휘파람을 불었다. 별로 기분이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 재수 없게 스탄카가 그 말을 들었거든. 그래서 정색을 하면서 세레브랴코프를 내쫓았어. 앞으로 자기 세션에는 발을 들여놓지 말라고 했지. 고리키는 레냐에게 줬고. ”

 

 “ 나타샤는? ”

 

 “ 니넬한테 줬어, 아마 넌 걜 모를 거야. 작년에 들어온 애라서. 설마 스탄카가 정말 그걸 나한테 줬을 거라고 생각했어? ”

 

 “ 추고 싶지는 않았어? ”

 

 “ 글쎄, 백야 하나만으로도 머리가 터질 것 같고 드레스는 더 싫지만. 솔직히 말하면 추고 싶긴 하지. 그 작품 모스크바에서 봤었거든, 아주 재미있는 역이야. 하지만 세레브랴코프는 그런 뜻으로 한 얘기가 아니었으니까. 스탄카가 아니었다면 난 그때 화를 내야 했을지도 몰라. 그래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 ”

 

 “ 그럼 화가 나지 않았단 말야? 그렇게 비열하게 구는 놈한테? ”

 

 “ 좀 열받긴 했지. 근데 어차피 난 그놈을 볼 때마다 구역질이 나니까 크게 다를 것도 없었어. 내가 열받는 것과 대놓고 화를 내는 건 좀 다른 거야. 그런 상황에서 화를 내지 않으면 입장이 아주 이상해져. ”

 

 “ 일린이 끼어들지 않았다면 싸웠겠네. ”

 

 “ 한 대 갈겨야 했겠지. 포노마레바와 놀아나서 역을 따냈다는 것과 계집애 역을 추려고 안달이 났다는 건 완전히 다른 얘기니까. ”

 

 

 타월로 싼 보온병을 어깨 위로 굴리면서 미샤가 바닥에 벗어놓았던 코트 주머니를 한 손으로 뒤져 담배를 꺼냈다.

 

 

 “ 끊었던 거 아냐? ”

 

 “ 어차피 세 개비 이상 피우지도 못하는데 끊어봤자 무슨 소용이 있어. 알콜이랑 똑같아. ”

 

 “ 몸에서 안 받는 게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해. 건강에 좋지 않을 테니까. 춤에도 방해가 될 거야. ”

 

 


 “ 춤 자체가 비정상적으로 몸을 학대하는 거야. 발끝으로 서고 근육을 비정상적으로 잡아 늘이고 뼈가 부러질 만큼 휘어대는 거라구. 그깟 술 몇 잔, 담배 몇 개비 따위 더한다고 달라질 게 뭐가 있어. ”

 

 


 “ 춤 때문에 머리가 아프거나 필름이 끊기지는 않잖아. ”

 

 


 “ 춤도 가끔 그래. ”

 

 

 

 미샤가 보온병을 내려놓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깊게 연기를 빨아들이며 눈을 감았다. 광대뼈 아래로 뺨이 살짝 패이며 콧대가 두드러지게 솟아올랐다. 트로이는 라이터와 보온병을 한쪽으로 밀어버렸다. 그의 곁으로 다가가 미간과 콧등에 입술을 가져갔다. 미샤는 잠시 호흡을 멈췄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연기를 훅 뿜어버렸다.

 

 

 “ 미안, 간접 흡연시켜서 ”

 

 


 “ 전혀 미안한 것 같지 않은 표정인데. ”

 

 


 “ 어차피 넌 나보다 열 배쯤 더 마시잖아. ”

 

 

 트로이는 그의 손에서 담배를 빼앗았다. 카펫에 구멍이 나든 말든 개의치 않고 한 모금 밖에 피우지 않은 담배를 비벼 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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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음 이야기를 전에 발췌한 적이 있다. 사실은 바로 다음은 아니고... 위의 분위기대로... 트로이와 미샤의 19금 장면이 조금 있는데 그부분 지나간 후.... 세레브랴코프와의 언쟁이 생각보다 깊이 마음속에 남아 있었던 미샤가 평소에 잘 드러내지 않았던 속내를 토로하고 자신의 춤과 교조주의, 강령에 대해 얘기하는 장면이다. 그 링크는 아래 :

 

http://tveye.tistory.com/4720 : 교조주의, 강령으로서의 예술, 세 개의 메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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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얀 세레브랴코프와 미샤의 악연에 대해서는 전에 몇번 발췌한 적이 있다. 사실 세레브랴코프 쪽에서 일방적으로 괴롭히는 편이긴 했다만... 하여튼 페름에서의 싸움과 저수지 사건에 대한 두가지 이야기 링크를 각각 아래. 하나는 트로이와의 대화, 나머지 하나는 미샤의 후원자인 드미트리 마로조프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었던 단편에서 가져왔다. 둘다 같은 페름 투어에서 일어났던 일인데 미샤는 트로이에게는 저수지 사건만 얘기하고 마로조프에게는 치고받고 싸운 얘기만 한다.

 

http://tveye.tistory.com/3594 미샤의 첫 번째 시즌, 돈키호테, 축구팀과 군대처럼

 

http://tveye.tistory.com/5469 미샤의 신입 시절, 싸움의 이유

 

 

맨날 당하는 미샤가 답답해서... 세레브랴코프의 여자친구이자 역시 미샤의 적인 옥사나가 패악을 부리자 발끈해 그녀를 혼내주는 정의의 여자사람 친구 지나이다의 이야기도 있었음. 그건 아래

 

http://tveye.tistory.com/6176 의리 넘치는 파트너 지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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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을 무시하는 듯한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화보 한 장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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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Posted by liontamer








예전에 이 폴더에 미샤와 그의 극장 동기 레냐(내 약혼자 아님), 그리고 궁전광장과 백야, 페테르부르크에 대한 단편 Illuminated wall 전문과 배경 사진들을 올린 적이 있다. (http://tveye.tistory.com/3385)



그 단편은 아주 오래 전, 페테르부르크에 대한 향수를 담아서 썼던 글인데 초창기에 내가 구상했던 미샤가 등장했다. 거기 등장하는 미샤는 지금 내가 쓰고 있는 미샤와는 많이 닮은 동시에 약간은 다른 면도 있다.



그 단편은 1975년 여름, 소련 레닌그라드(지금의 페테르부르크)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권력자의 별장에 춤추러 오라는 명령을 받은 미샤는 그것을 어기고 백야의 레닌그라드 거리를 쏘다니고 궁전광장에서 춤을 춘다. 그때 그는 동료인 레냐에게 자신이 푸쉬킨의 원작을 바탕으로 안무를 할 거라고 얘기하고 광장에서 그 춤의 일부를 보여준다. 그 작품은 푸쉬킨의 '루슬란과 류드밀라'였다. 나의 옛 단편에서 미샤는 루슬란의 적수인 악당 로그다이의 춤을 보여준다.



나는 그 이야기를 잊지 않았다. 내 마음속에서 언제나 미샤가 처음으로 안무하게 되는 발레는 그 '루슬란과 류드밀라'였다. 루슬란과 로그다이, 파를라프, 라트미르 4인의 기사들만 등장하는 40분짜리 단막 발레.



몇년 전 다시 글을 쓰고 미샤를 불러낸 후, 나는 장편 하나를 썼다. 미샤의 친구이자 애인인 트로이가 심리적 화자로 나오는 꽤 긴 소설이었는데 거기서 나는 미샤가 루슬란과 류드밀라를 안무하게 했다. 아래 발췌한 부분은 미샤가 그 작품을 안무하는 과정 일부와 작품을 실제로 무대에 올리는 장면이다. 이 소설은 발레계 인물이 아닌 트로이의 시점에서 전개되므로 안무 과정 자체에 대해서는 여기 나온 정도만 적었다.



...




루슬란과 류드밀라는 푸쉬킨이 불과 스무살때 썼던 근사한 작품이다. 어린 시절 러시아 동화로 읽은 분들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도 잘 읽어보면 그냥 동화는 아니다. 꽤나 멋지고 매력적인 작품이다.




안 읽으신 분들을 위해 아주 간단한 줄거리(스포일러 있습니다) : 영웅 루슬란이 아름다운 왕녀 류드밀라와 결혼식을 올린다. 그러나 결혼식장에서 수염 기른 마법사 체르노모르가 나타나 류드밀라를 납치한다. 류드밀라의 아버지는 비탄에 빠져 루슬란을 탓하고, 류드밀라를 구해오는 남자에게 그녀와 결혼하게 해주겠다고 한다. 그리하여 4명의 기사가 길을 떠난다. 주인공인 루슬란. 음침하고 파괴적인 로그다이. 좀 비겁한 파를라프. 세속적이고 선량한 라트미르. 이야기는 이 네명의 모험을 번갈아 보여주고, 동시에 마법사의 성에 갇혀버린 류드밀라의 모험도 같이 그려낸다(사실 류드밀라 얘기가 제일 재미있고 생기넘친다. 푸쉬킨은 생기 넘치는 씩씩한 아가씨 묘사를 참 잘한다) 이러저러하여 루슬란은 결국 마법사를 물리치고 류드밀라를 구해낸다. 그 와중에 루슬란을 죽이려고 달려들던 로그다이는 결투에 패해서 죽고(물귀신에게 영혼 끌려감 ㅠㅠ), 라트미르는 온갖 여색과 사치를 즐긴 끝에 도를 깨쳐서 소박한 인생을 살아가게 되고, 비겁한 파를라프는 마녀의 도움으로 막판에 루슬란을 궁지에 몰아넣고 류드밀라를 탈취하려다 결국 실패하게 된다.



미샤는 이 재미나는 이야기 전체를 어린이 발레처럼 안무하는 대신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 그가 어떻게 안무했는지는 아래 발췌본에 나와 있다.



...



에피소드 도입부에 언급되는 알렉산더 트로치는 영국 현대 작가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레딩 감옥의 발라드'는 전에 올린 적이 있다.



보리스 아사예프는 키로프 발레단 예술감독, 이반 노비코프는 볼쇼이 발레단 행정감독이다. 물론 여기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 내가 만들어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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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위 화보는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사진은 David Paitschad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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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미샤는 런던에 가기 전에 딱 한번 트로이의 집에 찾아왔다. 알렉산더 트로치의 소설과 오스카 와일드의 ‘레딩 감옥의 발라드’ 때문이었다. 트로치 소설에 대해서는 30분 정도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맨 처음 함께 읽었던 책이었기 때문에 얘기가 잘 통했다. 미샤는 레딩 감옥의 발라드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트로이에게 시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달라고 청했다. 그는 와일드 작품을 가져왔을 때는 항상 그랬다.



 “ 낭송 테이프 구해다줄까? ”




 “ 난 네가 읽어주는 게 더 좋아. ”



 미샤는 잠시 소파에 앉아 트로이가 시를 읽어주는 것을 듣다가 창가로 가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본 적이 없는 동작이었지만 아마 백야 안무의 일부일 거라고 생각하며 트로이는 계속해서 시를 읽었다.



 한참 읽다가 트로이는 입을 다물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큰 소리로 물었다.



 “ 그게 뭐야? 그게 춤이야? ”



 미샤는 그의 말이 들리지도 않는 듯 계속해서 움직였다. 전신을 너무 지독하게 경련하며 바닥에 몸을 굴리고 있어서 트로이는 순간 그가 간질 발작이라도 일으킨 것이 아닌가 하는 공포에 질렸다.



 “ 어디 아파? ”



 무릎으로 바닥을 찧어대면서 미샤가 말했다.



 “ 신경 쓰지 말고 계속 읽어. ”


 “ 그게 백야야? ”


 “ 아니, 루슬란과 류드밀라야. 그냥 읽어. ”


 “ 왜 와일드를 들으면서 푸시킨 시를 춰? ”


 “ 도움이 돼. 제발 읽어. ” 
 




 그래서 트로이는 떨리는 음성으로 계속 읽었다. 나중에는 아예 등을 돌리고 읽었다. 낭송을 끝내고 뒤를 돌아보니 미샤가 소파에 거꾸로 누워 머리를 바닥에 댄 채 손을 까딱거리고 있었다.



 “ 일린의 새 작품이야? ”




 “ 내가 만드는 거야. 좀 됐어. ”




 “ 안무를 한다고? ”




 “ 응, 5월에 올릴 거야. ”




 “ 전혀 몰랐다, 그쪽에도 관심 있는 줄은. 일린 때문에 자극받았어? ”




 “ 아니, 작년 여름에 골자는 잡았는데 계속 정신이 없어서 손 놓고 있었어. ”




 “ 지금이 제일 바쁜 거 아냐? ”




 “ 바쁘지. ”




 미샤는 바닥으로 미끄러져 내려와 다리를 길게 뻗고 스트레칭을 하기 시작했다. 셔츠가 말려 올라가며 등이 반쯤 노출되었다. 팽팽하게 당겨진 근육 사이로 척추 마디들이 가지런하게 튀어 올랐다. 트로이는 얼굴을 찌푸렸다.




 “ 뼈가 다 불거지네, 너무 무리하고 있는 거 아냐? 잘 챙겨먹고 다녀. ”




 “ 바빠서 그래. 백야 올리고 나면 나아질 거야. ”




 “ 백야에 런던도 모자라서 그 오싹한 춤까지. ”




 “ 별로 오싹하지 않아, 아까 그 부분만 좀 그래. ”




 “ 무슨 장면이었는데? ” 




 “ 비겁한 짓이 일어나는 장면. 그래서 기분 나쁘게 느껴지는 거야. ”




 “ 루슬란과 류드밀라라며? ”




 “ 아, 근데 류드밀라는 안 나올 거야. 아까 그건 파를라프의 춤이야. ”




 “ 뭐, 자고 있는 사람 칼로 찌르고 여자 뺏는 그 놈? ”




 “ 응, 기분 나쁘게 출 만하지? ”
 




 트로이는 창가로 가서 전날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사왔던 치킨 샌드위치와 며칠 동안 굴러다니고 있던 오렌지를 가져왔다.



 “ 좀 먹어라, 맛은 별로 없을 테지만. ”




 
 미샤가 샌드위치를 집어 들었다. 포장지를 벗기고 반으로 쪼갰지만 입에 가져가지는 않고 바닥에 내려놓았다.



 “ 왜, 변했어? 차가운데 놔둬서 괜찮을 텐데. ”




 “ 있다가 먹을게. ”




 “ 그럼 오렌지라도 먹어. ”




 미샤가 오렌지 껍질을 까서 먹기 시작했다. 잔소리를 듣기 싫어서 기계적으로 먹는 게 분명했지만 어쨌든 뭔가를 입에 넣고 있었으므로 트로이는 더 이상 얘기하지 않았다. 얼굴이 더 갸름해져서 얼핏 돌아보면 우물처럼 깊은 눈만 보일 지경이었다. 한동안 가위질도 하지 않았는지 길게 자라난 머리칼이 귀를 덮고 목덜미까지 흘러 내려와 있었다. 구겨진 셔츠와 낡은 청바지를 입고 바닥에 앉아 오렌지를 먹고 있는 그 야윈 모습을 보니 근육질의 클래식 무용수라기보다는 미국 음악 잡지에나 나오는 깡마른 락 가수에나 어울릴 것 같았다. 저질스럽고 별 뜻도 없는 가사로 노래하고 기타를 치고 가죽옷을 입고 그루피들과 난잡하게 뒤엉키고 타락한 자본주의 제국의 소산인 마약이나 찔러 넣는 인간들. 그러나 미샤 뿐만 아니라 그와 갈랴와 이고리, 다른 친구들도, 심지어 알리사까지도 그자들의 음반을 모았다.



 “ 일린과는 그래도 잘 맞는 것 같네. 이제 집에도 잘 들어가고. ”



 트로이는 자신이 왜 그 이름을 입에 올리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할 수만 있다면 스타니슬라프 일린을 완전히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이 비이성적인 질투에 사로잡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미샤를 볼 때마다 그 조그맣고 사근사근한 남자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 스탄카는 좋아. 얘기가 잘 통해. ”




 “ 지나가 불편해 하지 않아? ”




 “ 지나는 남자들과 잘 지내. 나하고도 사는데 뭐. ”




 “ 그 사람은 혼자 온 거야? 가족은 없어? ”



 그는 차마 ‘그 자식하고도 같이 자고 있어?’ 라고 묻지 못했다.



 미샤는 그의 소리 없는 질문을 눈치 채지 못한 듯 했다. 하긴 알아차렸어도 내색하지 않을 게 뻔했다.



 “ 혼자 왔어. 공연 날 모스크바에서 애들이 올지도 모르지만. ”




 “ 애들? 결혼했어? ”




 “ 했었지, 두 번. 애들은 첫 부인한테서 난 거고. 큰 애가 벌써 열 살인가 그럴 걸. ” 




 “ 별로 애 아버지처럼 안 보이던데. ”




 “ 뭐 자기가 키우지는 않으니까. 그래도 바가노바에서 특강해주는 거 보니까 어린애들 잘 다루던데. ”




 
 그래서 미샤가 고집을 부려도 잘 받아넘기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일린이 이성애자라는 사실에 희미한 안도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확신은 서지 않았다.



 “ 지금 안무하는 그 춤도 일린이 도와줘? ”




 
 미샤가 반쯤 먹은 오렌지를 남은 껍질에 싼 채 샌드위치 옆에 내려놓았다. 손바닥에 씨앗을 두어 개 뱉더니 바닥에 놓고 무심하게 굴렸다.



 “ 아니. 스탄카와 나는 많이 달라. ”




 “ 잘 맞는 줄 알았는데? ”




 “ 스탄카가 잘 맞춰주는 거지. 춤에 접근하는 방식은 달라. ”




 “ 일린이 감상적이라는 거야? ”



 미샤가 조금 놀란 듯 고개를 들어 그를 응시했다.



 “ 아, 예리한데. 어떤 사람은 솜사탕처럼 부드럽다고 했지. ”



 물론 트로이는 마로조프와의 대화를 엿들었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 백야 자체가 감상주의에 경도되어 있는 소설이잖아. ”




 “ 음, 스탄카가 그런 쪽을 좋아하긴 하지. 착하고 밝아, 사람을 잘 믿고 포용력도 있고. ”




 “ 그럼 왜 페트루슈카는 그렇게 만든 거야? ”




 “ 나한테 맞춰준 거지. 페트루슈카는 그 사람 원래 작업과는 색깔이 많이 달라. ”




 “ 난 네가 그렇게 우울한 걸 추는 게 싫어. ”




 미샤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하지만 말은 하지 않았다. 창백하고 야윈 얼굴이 낯설고 쓸쓸하게 보였다. 종종 그 얼굴에는 따뜻한 피와 살로 이루어진 인간이라기보다는 정교하게 세공된 짐승 조각상을 연상시키는 표정이 떠오를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그는 갓 스무 살이 된 청년이 아니라 세월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오래된 사원의 유물처럼 보였다. 트로이는 그런 순간을 목격하는 것이 두려웠다. 그건 아무리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없는 거리였기 때문이다.



 막 트로이가 오한으로 몸을 움츠렸을 때 미샤가 다가와 그의 이마 위에 입을 맞췄다. 부드럽게 머리를 쓸면서 뺨을 비볐다. 
 


 “ 런던 갔다 와서 봐. ”



 미샤가 외투를 껴입고 혹한의 거리로 나간 후 트로이는 천천히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거실 바닥에는 반쯤 먹은 오렌지, 두 개의 매끄러운 씨앗, 그리고 반으로 쪼갠 채 입도 대지 않은 샌드위치가 놓여 있었다. 소파 팔걸이에는 미샤가 잊고 간 흰색 울 스카프가 걸쳐져 있었다. 그는 차나 커피도 없이 샌드위치를 모두 먹어치우고 남은 오렌지 반쪽도 먹었다. 그리고 두 개의 오렌지 씨앗도 알약처럼 털어 넣은 후 씹지 않고 삼켰다.



 그날 밤 그는 그 울 스카프를 두르고 잤다. 무겁게 밀려드는 야생 꿀 냄새를 맡으면서. 꿈속에서 그는 암청색 단추가 세 개 달린 흰 스웨터 위로 짙은 녹색 목도리를 느슨하게 늘어뜨린 채 눈보라와 안개 속을 걷고 있는 미샤 야스민을 보았다.




 ...




 5월에 미샤는 안무가로 데뷔했다. 일린이 총연출을 맡아 세 개의 모던 발레 작품을 소개한 ‘새로운 발레의 밤’에서 마지막 순서로 ‘루슬란과 류드밀라’를 올렸다. 막이 올라가기 직전까지 강력한 후원자들이나 팬들조차도 미샤가 안무를 시도하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품고 있었다. 뛰어난 무용수와 뛰어난 안무가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기 때문이다.



 안전한 데뷔 방법은 유명한 원작을 간단하게 손봐 재안무한다거나 짧고 서정적인 음악을 써서 무용수의 움직임에 초점을 맞춘 가벼운 소품을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미샤 야스민은 4명의 젊은 무용수를 기용해 팽팽한 플롯의 40분짜리 드라마를 만들었다. 가벼운 음악 대신 보로딘과 무소르그스키를 사용했고 순수한 움직임 자체를 위한 동작은 전혀 쓰지 않았다. 무용수들의 모든 움직임은 철저하게 주제와 플롯에 따라 흘러갔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미샤의 첫 안무작이 일린의 스타일과 비슷할 것이라고 내다보았지만 막상 무대에 올라온 작품은 완급 조절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도 없다는 듯 40분 내내 격정적으로 내달렸다. 그 작품은 잘 짜인 연극처럼 시종일관 관객들의 감정을 철사처럼 죄어대며 흥분 상태로 몰아갔다. 그 무대에서 부드러운 로맨스나 우아한 감상주의는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지만 미샤는 젊은 안무가가 빠지기 쉬운 무모하고 비논리적인 실험주의도 피해갔다. 독설가인 루바노프스카야조차 ‘매우 성공적인 데뷔작’이라는 표제와 함께 미샤가 소위 ‘새로운 춤’이란 이름으로 자행되는 무의미한 연출가의 자기 독백에 매몰되지 않고 제대로 된 이야기를 알맞은 형식으로 풀어냈다고 평가했다.



 미샤는 푸시킨의 그 유명한 서사시 전체를 다루지 않았다. 수염 기른 마법사 체르노모르도, 동굴의 은자와 황야의 거대한 머리도, 마녀 나이나도 등장하지 않았다. 가장 아이러니컬한 사실은 제목과는 달리 미샤의 작품에 류드밀라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미샤는 오직 네 명의 기사들만을 골랐다. 루슬란, 로그다이, 라트미르, 파를라프. 납치된 류드밀라를 찾아 떠난 경쟁자들. 주인공은 여전히 루슬란이었고 그의 존재는 작품 전체의 축을 이루고 있었지만 미샤는 4명의 인물들에게 동등한 무게를 부여했다. 격정적인 2인무와 4인무, 독무를 통해 발레는 그 인물들에게 내재된 감정의 본질을 그렸다. 전형적인 영웅 주인공인 루슬란의 용기와 고결함, 파멸로 치닫게 될 로그다이의 증오와 분노, 환락에서 벗어나 소박한 삶을 택하는 라트미르의 중용과 우정, 그리고 언제나 도망치면서 기회를 노리는 파를라프의 비겁함과 공포.



 그건 자칫하면 매우 작위적이고 추상적인 묘사로 끝나버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미샤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 무대를 보면서 트로이는 왜 미샤가 자신은 일린에게 의지하지 않는다고 그토록 단호하게 얘기했는지 알 것 같았다. 미샤에게는 추상적인 개념과 감정을 매우 구체적으로 형상화해내는 능력이 있었다. 오랫동안 트로이는 미샤의 그 능력이 자신의 육체와 움직임에 한정된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 날 루슬란과 류드밀라를 보면서 트로이는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샤는 인간 내부로부터 실질적인 움직임을 끄집어내고 형식을 부여할 줄 알았다. 그건 창작자의 능력이었다. 관객들은 리브레토가 적힌 팸플릿을 읽지 않고도 루슬란과 로그다이, 라트미르와 파를라프가 왜 그런 식으로 움직이는지, 그들이 표출하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이해했다. 그건 논리적이고 계산적이라기보다는 직관적으로 날아오는 메시지들이었다.



 미샤는 루슬란을 추지 않았다. 고전적이며 우아한 레오니드 핀스키에게 그 역을 주었다. 2년 선배이자 성격 연기에 능한 안톤 볼로호프에게 까다로운 파를라프 역을 맡겼고 약간 수도사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잘생긴 이오시프 본다렌코에게 라트미르를 추게 했다. 미샤 자신은 로그다이를 췄다. 트로이는 그 어둡고 파괴적인 배역이 미샤에게 매우 잘 어울린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가 무대 위에서 죽거나 고통을 당하는 역을 출 때마다 관객들이 그토록 강력한 열광에 빠져드는 것이 싫었다. 루슬란과의 격투에서 살해당하는 그 검은 기사의 최후가 너무나 냉혹하고 처참해서 트로이는 가슴 깊이 공포를 느꼈다. 그 두려움이 지나치게 실질적이고 불쾌하게 와 닿았기 때문에 며칠 후 미샤를 만났을 때 왜 너는 항상 무대에서 죽는 역을 고르느냐고 묻기까지 했다.




 “ 그런 역은 몇 개 없는데... 고전 레퍼토리는 아사예프가 맡기는 거고. ”




 “ 네가 안무한 것도 그랬잖아. 로그다이를 췄잖아. ”




 “ 음, 난 사실 파를라프를 출까 했어. 근데 아사예프가 루슬란을 추든가 로그다이를 추지 않으면 무대에 올려주지 않겠다고 협박했어. 루슬란은 레냐에게 주기로 약속했었거든. ”




 “ 넌 파를라프를 추기엔 너무 눈에 띄어, 어울리지도 않고. 관객들도 이입이 잘 안됐을 걸, 등 뒤에서 칼을 꽂는 겁쟁이 야스민은. ”




 “ 언제나 비겁한 자가 끝까지 살아남아. ”



 미샤는 예의 플라스틱 케이스에서 하얀 알약을 꺼내 삼킨 후 덧붙였다.



 “ 하긴 로그다이를 제일 먼저 안무하긴 했어. 가장 쉬웠고. 제일 어려웠던 건 라트미르였어. 이오시프가 아니었으면 스탄카에게 춰달라고 했을지도 몰라. 이젠 나무토막처럼 뻣뻣해져서 어려웠겠지만. ”




 발레는 다채로운 감정들을 호소력 있게 표출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흘러갔다. 종반부에서 로그다이는 살해당해 어두운 강물 속으로 사라지고 라트미르는 우정의 키스와 함께 루슬란과 작별했다. 주인공 루슬란은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류드밀라에 대한 사랑으로 무장한 채 환희에 차 퇴장하고 어둠이 가득한 무대 위에는 슬금슬금 기어나와 주변을 배회하는 파를라프만이 남았다.



 미샤가 류드밀라를 등장시키지 않은 것은 일린이 나스첸카의 첫사랑을 생략했을 때와는 달리 매우 영리한 선택이라는 평을 받았다. 루바노프스카야는 예의 그 평론에서 무대에 등장하지 않는 류드밀라의 존재야말로 작품 전체를 끌고 가는 보이지 않는 힘이라고 썼다. 그녀는 보통 미샤에게 적대적인 입장이었으므로 공연이 정말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었다. 세레브랴코프는 믿었던 루바노프스카야의 호의적 평에 당황했다. 그녀가 유일하게 지적한 것은 미샤가 데뷔작을 통해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는 욕구에 사로잡혀 가끔 과격한 연출을 선보였다는 것뿐이었다.



 관객들은 그 작품에 매료되었다. 젊은 무용수의 첫 안무작에는 과분할 정도로 열정적인 호응이 쏟아졌다. 꽤 많은 사람들이 보리스 아사예프에게 루슬란과 류드밀라를 계속해서 키로프 무대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편지를 썼다. 아사예프는 그 반응에 흡족해하며 6월말 백야 축제에 그 작품을 다시 올리기로 결정했다. 이반 노비코프는 그리고로비치와 함께 오직 그 공연을 보기 위해 5월에 다시 레닌그라드에 들렀는데, 아사예프를 구슬려 크레믈린 축제와 볼쇼이 무대에서 각각 한 번씩 루슬란을 올리기로 했다. 볼쇼이에서 밀어 넣은 일린 때문에 자존심이 상했던 보리스 아사예프로서는 ‘우리 골칫거리’가 ‘우리 자랑거리’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그는 미샤에게 괜찮은 작품을 하나 더 안무한다면 다음 시즌 무대에 올려주겠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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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발췌본은 사실 두가지 장에서 각각 가져왔다. 앞부분의 트로이와 미샤의 대화, 그리고 뒷부분의 미샤의 데뷔 이야기 사이에는 미샤의 런던 공연과 알리사의 이야기, 그리고 일린이 미샤와 지나를 위해 안무해준 백야에 대한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 여기서는 루슬란과 류드밀라에 대한 이야기만 발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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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샤의 루슬란과 류드밀라 안무에 대해서는 전에 세가지 정도의 이야기를 올린 적이 있다.



http://tveye.tistory.com/3385 : 빛나는 벽(illuminated wall) 전문.



http://tveye.tistory.com/5589 : 벨스키와의 면회
(여기서 미샤가 '그 순진하고 무해한 루슬란'이라고 말하는 것이 바로 이 작품이다)



http://tveye.tistory.com/6138  : 별장의 스비제르스키와 미샤.
(게르만 스비제르스키가 미샤의 수첩을 훔쳐본 후 그의 춤연습을 보면서 루슬란과 류드밀라에 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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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와 미샤의 대화에 등장하는 '페트루슈카'는 일린이 미샤의 영국 무대를 위해 안무해준 솔로이다. 포킨의 원작을 각색해 꼭두각시 인형 페트루슈카의 독백 장면만 재안무한 작품인데 물론 이것도 내가 만든 버전임. 미샤가 일린과 함께 이 작품을 연습하는 장면과, 영국에서 이 공연을 보고 알리사가 소회를 밝히는 장면을 각각 발췌한 적이 있다. 링크는 아래.


http://tveye.tistory.com/6544 페트루슈카를 연습하는 미샤와 일린


http://tveye.tistory.com/5178 알리사의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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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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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기차를 타고 2집에 내려왔다. 오후의 차 한 잔.







지난주에 내 기분이 조금이라도 좋아졌으면 좋겠다고 후배들이 깜짝선물했던 빨간 장미꽃다발이 나를 맞이하여 주었다. 2집에 들어가면 장미가 있다는 사실 덕에 들어올 때 덜 우울했다.



장미꽃다발이 꽤 컸기 때문에 줄기 아래를 잘라내고 시든 잎사귀들도 쳐낸 후 3등분 해서 각각 꽃병과 페리에 병과 아주 조그만 푸딩 유리병에 나누어 꽂았다. 2집은 원룸이지만 책상 위에도, 침대 곁 테이블 위에도, 텔레비전 옆에도 붉은 장미가 자리잡고 있게 되었다. 붉은 장미는 신이 내린 완벽한 선물 같은 존재이다.







기분 전환하고 싶어서 초여름에 프라하 갔을 때 에벨에서 사왔던 조그만 잔 꺼냈음. 원래는 에스프레소 잔이지만 난 그냥 찻잔으로도 쓴다. 조금씩 조금씩 부어서 마신다.


















장미꽃과 꽃돌이 슈클랴로프님은 항상 잘 어울림 :)





이건 오전에 별다방 들렀을 때. 무료 음료 쿠폰 기한이 오늘까지라 들렀다.





집에서 싸온 빵 약간과 바나나, 그리고 차이 티로 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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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가를 하루 내고 진료를 받으러 다녀왔다. 다음주말에 여행을 가야 하므로 일주일 정도 당겨서 예약을 잡았었는데 결과적으로는 그 사이에 인사발령 빅엿으로 많이 심란해져 있었으므로 차라리 잘했던 것 같기도 하다.

 

 

발령과 그로 인한 분노와 억울함, 그리고 결국 감정을 참지 못하고 임원에게 '당신이 나에게 상처를 주고 있어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 일 등을 이야기했다. 상사가 나에게 분노가 너무 많으니 그것을 누그러뜨리고 가서 조직문화를 바꾸라 했을때 더욱 화가 났던 이야기도 했다. 의사는 내가 지금 화가 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나는 자신이 미성숙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임원이 전화를 걸어왔을때, 그의 말을 일단 들은 후 조곤조곤 얘기를 했으면 더 나았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때 너무 화가 나고 작년의 상처가 도로 터지는 듯해서 그렇게 할수가 없었다. 자신이 미성숙하게 행동했다는 건 알지만 다시 그 순간이 오면 나는 똑같이 말할 거라고 했다. 오히려 더 솔직하게 화를 내지 못한 게 안타까운 심정이라고도 말했다. 의사는 이미 지나간 일이니 한번으로 족하고 다음에는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고 한다.

 

 

어쩌면 나는 의사에게서 '임원에게 그렇게 쏘아붙인 건 네가 잘한 일이다'라는 인정을 받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미성숙하다고 인정했을때 '사실은 그렇지 않고 오죽하면 네가 그랬겠니, 네가 그렇게 행동한 건 잘한 거다'라는 반응을 원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걸 보면 역시 나이를 먹어도 아직 어린애 같다니까.

 

 

자신이 계속 화가 나 있고 속상하고 억울한 느낌이 든다는 것, 그리고 그건 발령의 부당한 절차와 더불어 격무 자리에 또다시 땜빵처럼 던져졌다는 사실, 소모품처럼 느껴진다는 사실, 작년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아 더욱 화가 나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의사는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차차 나아지기를 바란다고. 그리고 여전히 치료를 받고 있는 나를 '쟤 이제 괜찮으니 굴리자'라고 판단하고 다시 격무부서로 보낸 회사에 대해서는 고개를 저었다. 일하다 너무 힘들어지거나 필요하다면 진단서를 다시 써줄테니 매주나 2주마다 병원에 오라고 했다.

(그런데 막상 다음 진료는 한달 후로 잡았음. 여행도 가야 하고, 인수인계도 받고 새 업무도 시작해야 하고 국정감사도 겹쳐서 ㅜㅜ)

 

 

2주마다 와도 된다고 하는 의사의 말이 한편으로는 고맙고 한편으로는 심란하기도 했다. 지난번 진료때 나는 나아진 것 같으니 약을 줄이고 싶다고 했고 의사는 당분간 줄이지 말자고 했었지...

 

 

이 썩을놈의 회사... 날 좀먹고 있어!!

 

 

..

 

 

오전 진료라서 빈속으로 지하철 타고 멀리 시내까지 나갔었다. 끝나고 근방에서 뭔가를 먹을까 하다 귀찮아서 그냥 다시 지하철 타고 화정으로 돌아왔다. 티푸드를 사서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오니 한시 즈음이었다. 반나절 동안 화정에서 강남까지 횡단하고 다녀온 것이다. 배가 고팠지만 입맛은 없었다. 그래서 라면을 끓여먹었고(저녁보단 점심때 먹는게 낫겠지 싶어서) 차를 우려 마셨다. 책을 읽고 누워서 좀 쉬었다.

 

 

연휴 여행용 가방을 약간 꾸렸다.

 

 

내일은 쥬인 만나기로 했다.

 

 

..

 

 

지난주말에 만들었던 10월~ 내년 9월 달력이 도착했다. 슈클랴로프님 사진으로 편집해 만들었다.

 

 

 

 

 

이건 맨 뒷장. 여기엔 디아나 비슈뇨바 사진을 넣었음.

 

그리고 서비스로 끼워주는 엽서달력 한장이 있어서 거기에는 루돌프 누레예프 사진을 넣어서 만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화보이다.

 

 

이건 달력 표지. 지젤의 알브레히트를 추는 슈클랴로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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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저녁이다. 언제나처럼 일요일은 토요일보다 좀 늦게 일어나게 되고, 또 토요일보다 금방 날려버리게 되는 날이다.

 

자다깨다 엄청 뒤척였다. 꿈을 복잡하게 꾸었다. 쫓기기도 하고 날아올라가기도 했다. 도망치기도 하고 오직 개념으로 상상해 내가 쥐고 있다고 구현해내는 총을 든 채 실재하지도 않고 물질적으로 장전되어 있지도 않은 총알을 발사했다. 총을 쏘면서 '총알이 나갈 것이다. 이것이 이루어질 것이다' 라고 되뇌었다. 그런데 꿈속에서 그게 효력을 발휘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날아서 도망갔다.

 

..

 

 

어제는 바깥에 나가 햇볕 쬐고 걷고 자질구레한 것들 지르면서 마음을 많이 진정시켰다. 그러자 오늘은 분노는 거의 가라앉고 그 다음 단계인 울적함이 찾아왔다. 그렇다고 전처럼 굉장히 힘들고 괴로운 정도는 아니다. 그냥 좀 우울하고 기분 나쁜 정도이다.

 

아마 이번주에 가서 부서 사람들 만나고 새로 가게 될 부서 사람들과도 이야기 나누면 좀 나아질 것이다. 새로 가게 될 곳의 부서장과도 잘 아는 사이이고 좋은 분이기도 하다. 그저 임원이나 인사 쪽 간부들을 마주하면 다시 분노가 치밀어서 확 터뜨려버릴 것 같아 그게 좀 걸릴 뿐이다.

 

갑작스런 인사발령 소식에 부서 동료들과 후배들이 많이 슬퍼하고 또 같이 화를 내고 어쩔줄 몰라 해주었다. 진심어린 톡과 문자와 전화들이 왔다. 고마웠다.

 

...

 

 

오늘은 늦게 일어나서 점심에 가까운 아점을 먹은 후 차를 마시면서 옛날 비정상회담을 다시보기로 좀 보고 쉬었다. 그리고 화정 집의 달력이 올해 9월로 끝났기 때문에 포토사이트에 들어가서 10월부터 1년치 달력을 좀전까지 편집해 만들었다. (언제나처럼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님 스페셜) 아마 주중에 받아볼 수 있을 듯.

 

 

예전에 만들었을땐 보너스로 몇장을 더 넣어줬기 때문에 12월로 끝나지 않고 점점 3월, 7월, 9월 등으로 늘어났는데 요즘은 이 보너스를 안 준다 -_- 전에는 엄청 열심히 레이아웃도 잡고 사진들도 잘 편집해서 넣었는데 갈수록 귀찮아져서 그냥 한달에 사진 한장으로 때워넣었다. 한장이든 두장이든 네장이든 슈클랴로프님은 미의 화신이니 뭐 어때!

 

 

 

(특히 마음에 들어서 집어넣은 화보. 바이에른 오페라극장에서 찍은 사진. 사진사는 david paitschadse. 출처는 슈클랴로프님 공식 홈페이지 shklyarov.com)

 

...

 

 

종종 가는 게시판에 로르샤흐 테스트 링크가 올라왔다. 엄청 옛날에 해보고 안해봤는데 지금은 어떨지 궁금해서 해봄.

 

링크는 여기 : http://rorschach-inkblot-test.com/

 

내 결과는 이렇다. 이게 너무 옛날식 테스트라 귀에 걸리기도 하고 코에 걸리기도 하지만, 지금 내 상황을 보면 좀 맞는 구석이 있기도 하다. mbti 테스트와도 조금 부합하는 부분이 있고.

 

 

(노란 밑줄 그어봄 :  그래서 내가 회사를 확 못 그만두고 돌아와서 이렇게 낑낑대고 있는 것이야!!!!)

* 이게 진짜 심리상담 툴을 그대로 가져온 게 아니고 온라인으로 하는 거라 재미 성격이 더 강하다. 딴 사람들 결과 보니까 다 비슷비슷함 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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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출장 끊어놓고 오후 늦게 2집 내려갈 건데... 이 와중에도 내일까지 제출하라는 자료들 생각이 나서 그걸 오늘 밤이나 내일 아침에 작성해서 보내야 하나 하고 있음. 으악 ㅠㅠ 이 망할 노동노예... 그렇게 착취당하면서도 왜 이러는 거야 엉엉... 그냥 하지 말란 말이야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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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 진하게 차 우려 마셨다. 간밤에 유혹에 빠졌지만 안 먹고 지켜낸 녹차 쉬폰 케익이랑 같이 ㅎㅎ



지난 달력에서 뜯어낸 슈클랴로프님 화보로 액자 장식. 백조의 호수(파트너는 빅토리야 테료쉬키나), 그 옆은 Le Parc. 사진은 alex gouliaev.







2집에도 틈날때마다 찻잔을 좀 갖다놓긴 했지만 역시 한계가 있어서 몇개 없음. 오늘은 부활절 찻잔 꺼냄. 이쪽 면에 그려진 게 러시아 정교 부활절 과자인 파스하.






이건 정교 부활절 케익인 쿨리치. 위의 파스하와 쿨리치 모두 예전에 썼던 부활절 단편 Jewels에서 어린 라라와 아냐가 좋아하며 먹었던 것들이다 :)



접시에 그려진 건 알록달록 부활절 달걀들 ㅇㅇㅇㅇㅇ
















오늘은 그래도 조금이나마 유익한 일을 했음. 얼마전 사놓고 방치해놓고 있던 요즘 러시아어 주요 생활 표현들 50개 정도 열심히 읽어보았음. 모르는 거 많음!!! 역시 흐흑 나는 책상물림... 괜히 료샤가 나보고 '노어바보' 라고 하는게 아니었다... 간만에 소리내서 노어들 읽어보는데 우다례니예(강세)도 다 엉키고 어버버버...



러시아어 공부하는 분들 중 현지 친구들이 있거나 여행갈 일 있으신 분들, 이 책 추천합니다. '네이티브가 가장 많이 쓰는 러시아어 표현 300'. '핸드폰 배터리 다 나갔어' 등등 유용한 표현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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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집 달력도 9월로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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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거의 매일 스케치로 일상의 주요 내용을 남기다 보니 fragments의 메모는 중복되는 부분이 많아 점점 짧아지는 경향이 있다. 어차피 스케치에도 줄줄이 뭘 쓰고 있으니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다.


(귀가해서 스케치를 먼저 하고, 나중에 그날의 메모를 적는 순서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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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무실 쪽에서 업무 관련 고객을 만나 세부적인 안내를 해주고 컨설팅을 해주는 약속이 잡혀 있었다. 덕분에 새벽 기차를 타지 않은 건 장점. 대신 서울까지 나가서(화정에서 가는 게 꽤 시간 걸림) 그분을 만나 열성적으로 면담을 한 후 녹초 상태로 배를 채우고 용산역까지 가고, 기차에 시달리며 2집에 돌아오는 여정이 좀 힘들긴 했다. 뭐 새벽 기차를 탔다면 아침 9시부터 본사 사무실에 앉아 내내 일하고 있었을테니 그것보다는 나을 거라고 위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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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몬 주기가 임박했다. 전신이 부어오르고 쑤시고 아프고 잠도 잘 못 잔다. 몸에서 열이 후끈후끈 난다. 오늘은 멀미와 두통이 너무 심했다. 참다가 결국 좀전에 두통약 한 알을 먹었다.



생리대 파문 때문에 못살겠다. 안그래도 매달 이놈의 통증 때문에 돌아버리겠는데 -_- 사실 그놈이 그놈 저놈이 저놈이란 생각이 들긴 한다. 다들 화학물질 써서 만드는 건데 몸에 나쁠수밖에 없잖아. 알면서도 어쩔수가 없어 ㅠㅠ



지난주부터 드럭스토어들 다 돌아다녔는데 하도 난리가 나서 나트라케어도 없고 꾸준히 쓰던 유기농본 시리즈도 없다 ㅜㅜ 오늘 택시 타고 오다가 2집 근처 올리브영에서 내렸더니 시골이라 그런지 나트라케어 중형이 딱 두개 남아 있어 둘다 집어왔다. 그런데 오버나이트, 대형, 소형 다 필요하다고 ㅠㅠㅠ 해외에서 직구라도 해야 하나... 게다가 나트라케어라고 괜찮을 거란 보장도 없고... 여태 나쁜 거 계속 써왔는데 이제와서 바꾼다 한들 몸이 나아지겠나 하는 막가파 생각도 든다 -_-



정말 이것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크나큰 고통... 같은 여자들도 통증과 고통의 편차가 워낙 크고 고통을 느끼는 방식이나 부위, 기간도 가지각색이다. 심지어 평생 생리통이란 걸 모르고 살았다는 사람도 한두번 만나본 적이 있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여자들은 모두 너무나도 부러워서 눈이 쏟아질 것 같은 표정이 됨!) 이 고통을 모르는 남성들은 심히 행복하도다 ㅠㅠ 축복이도다 남성들이여.... 이거 하나 때문이라도 반드시 반드시 환생하면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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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출근하면 일 엄청 쌓여 있음. 몰라, 어떻게 되겠지.



성과평가 결과에 대한 이의 제기와 거부 이후 뭔가 맘속이 삐뚤어진 느낌이다. 사실 거의 99.999% 안되리라는 걸 알면서 시도했던 거고 행위 자체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던 거니까 기분나쁠 필요는 없는데 그건 이성적인 판단이고 어찌됐든 인간이므로 기분 자체는 좋지 않은 것이다. 상처를 입긴 입었다. 그리고 요즘 쏟아지는 일들과 여전히 부조리하게 진행되는 상황들 때문인지 많이 지친 상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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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집 들어오면서 찍은 풀꽃 사진 한 장. 시골이라 공터도 많고 잡초도 무성하다. 심지어 오늘은 민들레도 보았다. 민들레는 보통 봄에 피고 지는데 왜 아직도 살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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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9월이 되었다. 달력을 넘겼다. 화정 집의 슈클랴로프님 달력은 이 9월로 끝나기 때문에 다시 달력을 만들어야 한다. (그 이유는 포토사이트에서 달력 만들때 첨에 보너스로 몇장을 더 끼워줘서... 12월에서 끝나지 않고 나머지 몇월을 더 만들기 때문에 이게 점점 중간에 끊어지게 됨) 2집에 내려가면 거기 달력도 넘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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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종일 성과워크숍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오전에는 자료를 만들어 보내고 오후엔 개진상 민원전화로 후배가 거의 멘탈붕괴 상태가 되어 손을 후들거리고 심장이 떨려서 엉엉 우는 바람에 내가 바꿔서 한바탕 하고 처리하느라 워크숍은 절반 정도밖에 참석하지 않았다. 정색하고 거센 태도로 그 폭탄을 처리하고 있는 그 처참한 모습을 목격한 성과부서 워크숍 담당자는 도저히 나에게 교육받으러 들어오라고 말할 수 없었음 ㅋ

 

 

이 이야기는 오늘 스케치에 자세히 그리고 썼으니 여기서는 생략. 그냥 오늘 메모는 이 스케치들로 대신한다. 뭔가 더 쓸 기력 없음. 스케치 링크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manage/post/7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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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저녁에 귀가했고 이제 쉬는 중이다. 내일은 토요일이고 쥬인 만나러 시내 나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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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보스톡에 다녀온지 한달 반 정도가 지났는데 벌써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짧은 일정이기도 했고 주로 슈클랴로프 공연 보느라 별로 돌아다닌 데도 없고 사진도 많이 안 찍었다.



폰 사진들 정리하다 그때 찍은 것들 몇장 추려 올려본다. 위의 몇장은 엄청 덥고 뜨거웠던 날 시내 나갔을 때 찍은 거리 구석구석들. 아래 몇장은 블라디보스톡 마린스키 프리모르스키 분관.
















이건 슈클랴로프님 곱사등이 망아지 보러 간 날, 극장 카페에서 주문해 먹었던 케익. 슬프게도 맛은 별로였다.







리플렛. 맨위에 진하게 적혀 있는 그분의 이름 :)








봐도봐도 멋있는 그분~








공연 다 보고 나와서, 극장 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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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앙증맞은 붉은 수탉 티포트도 7월에 블라디보스톡 갔을 때 로모노소프 샵에서 건져온 것이다. 이것으로 블라디보스톡에서 사온 도자기들은 끝. 티포트가 자그마하고 거름망이 들어 있지 않아 2집에 가져다 놓고 방치하다 오늘 처음 썼다. 수탉 찻잔들은 전부 화정 집에 있다만 어차피 그 수탉 찻잔들은 이 포트와 크기가 비등비등해서 차 마실 때는 모양 빼곤 어울리지 않을 듯해서...












티포트가 너무 작으니까 찻잔도 앙증맞은 미니 사이즈 꺼냄. 이건 프라하의 앤티크샵에서 건져온 오래된 '체코슬로바키아' 찻잔. 에스프레소 잔 크기라서 진짜 작다.







찻잔 색깔이랑 분위기에 맞추려고 중국 찻잔 받침 접시 꺼냄 ㅋㅋ 작년에 페테르부르크에서 샀는데 러시아 찻잔인 줄 알고 샀으나 알고보니 중국제품이라 툴툴대며 '중국 찻잔!' 하고 부르고 있음. 그러나 꽤 예쁘긴 하다. 가끔 이렇게 받침접시만 따로 꺼내 디저트 접시로도 활용.








별다방이 너무 시끄러워서 일찍 귀가해 창가 테이블에 앉아 차 마시고 스케치를 좀 하고 글도 약간 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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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체 더워서 2집 tv 곁에 있던 액자의 사진을 바꾸었다. 원래 슈클랴로프와 비슈뇨바의 신데렐라 흑백 화보였는데 더우니까 곱사등이 망아지에서 슈클랴로프의 바보 이반이 깊은 바다로 들어가 반지 찾아오는 씬으로 바꿈. 내가 좋아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보면 시원하게 느껴진다.






차 마실 땐 창가 테이블로 잠시 이동 :) 더위 쫓는 중. 이번 블라디보스톡에서 사인받아온 프로그램도 같이.







더우니까 시원한 파란색의 비류자(터키석) 찻잔. 진짜 터키석으로 된 게 아니고 그냥 이름이...




















이건 2년 전에 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신관에서 곱사등이 망아지 파이널 막 내릴 때 내가 직접 찍은 사진. 이때는 파트너가 알리나 소모바였음.









아아 일요일이 다 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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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이 폴더에 글쓰기와 시점에 대한 메모를 올린 적이 있다. 몇년 전 쓴 미샤의 수용소 단편에 대한 글쓰기 메모와 일기였다. 제목은 '1인칭 시점을 선택하지 않았던 이유'. 링크는 http://tveye.tistory.com/6836

 

 

그 수용소 단편은 총 3부로 이루어져 있었다. 수용소 간수가 심리적 화자로 등장하는 3인칭의 1부, 미샤의 후원자였던 공산당 고위간부 게오르기 벨스키가 심리적 화자로 등장하는 3인칭의 2부, 그리고 미샤의 절친한 벗 스타니슬라프 일린의 1인칭으로 전개된 3부인데 각 파트별로 꽤 여러 토막을 이 폴더에 발췌해 올린 적이 있다.

 

 

오늘 발췌하는 부분은 2부. 게오르기 벨스키가 모스크바 비밀클리닉에 입원한 미샤를 후원하러 가서 나누는 대화의 일부이다. 이 파트 바로 앞부분을 전에 발췌한 적이 있다. 여기 발췌문 맨 앞 미샤와 벨스키가 재판에 대해 나누는 이야기 몇 문단은 그때 발췌문 맨뒤와 겹치는데, 그걸 잘라버리면 너무 흐름이 끊겨서 그냥 살려두었다.

 

 

 

이 폴더에야 거의 항상 글을 토막토막 잘라 올리고 있으니 이 부분만 독립적으로 읽어도 크게 문제는 없지만 그래도 앞의 상황이 궁금하시다면 http://tveye.tistory.com/6068 (모스크바 요양소, 재판)를 먼저 읽고 이 파트를 읽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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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오르기 이바노비치 벨스키는 앞에서 언급한대로 이 소설의 배경인 1970년대~80년대 초반의 소련 공산당 고위 간부이다.

 

파나예바는 모스크바 비밀클리닉에서 미샤를 담당하고 있는 주치의이다.

 

글루크, 슈스코프는 미샤가 1부에서 갇혀 있었던 수용소의 원장과 정신교화 책임자이다.

 

게르만 알렉세예비치 스비제르스키는 역시 미샤의 오랜 후원자인 공산당 고위 당 간부이자 옛 KGB 고위직 출신이다. 이전에 jewels에서 미샤를 파티에 불러낸 인물이기도 하고 이 본편 우주에서 미샤와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드미트리 알렉산드로비치 마로조프 역시 미샤의 오랜 후원자이자 애인인 당 간부이다. 스비제르스키는 모스크바 의원이고 마로조프는 레닌그라드 의원이다. 그는 이 2부의 심리적 화자인 게오르기 벨스키를 정치적으로 발굴한 대부이기도 하다.

 

 

아사예프는 미샤가 춤췄던 레닌그라드 키로프 극장의 발레단 예술감독, 지나는 미샤의 발레학교 동기이자 발레리나 파트너이다. (지나와 말썽쟁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그 두둥실 지나 ㅋㅋ) 울리얀 세레브랴코프와 옥사나 셰먀코바는 극장 동료 무용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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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은 alex gouliaev가 찍은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의 '젊은이와 죽음' 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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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 왜 오셨어요, 게오르기 이바노비치? ”

 

“ 파리 때문에. 그 외 다른 문제도. ”

 

“ 파리? 모스크바라고 하셨잖아요. ”

 

 

벨스키는 언제까지 미샤와 이런 식으로 대화를 주고받아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엉망으로 뒤엉켜 있는 머릿속에 간단하게 정보들을 밀어 넣기로 했다.

 

 

“ 여기 오기 전에. 글루크가 있는 수용소에 가기 전에. 파리에 갔었잖아. 그 니진스키 트리뷰트 때문에. 그 전에는 뉴욕에 갔었고. 자네 그 파리에서 도망쳤었잖아. 그래서 문제가 생겼지. 돌아와서 재판 받았잖아, 그래서 그 수용소로 보낸 거고. ”

 

 

미샤가 오른손을 뻗어 허공을 두어 차례 휘저었다. 눈에는 여전히 초점이 없었다. 기억을 되살리려는 듯 고개를 뒤로 젖히며 가볍게 흔들자 거무스름한 멍들로 뒤덮인 목덜미가 드러났다. 맞아서 생긴 상처 같지는 않았다. 그곳을 맞았다면 쇄골이 부러졌을 터였다.

 

 

“ 도망치지 않았어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러 갔었을 뿐이에요. ”

 

 

갑작스럽게 미샤가 아주 또렷하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그 비공개 재판에서도 아마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아무도 그를 변호하려고 나서지 않았기 때문에 미샤는 직접 변론을 했다. 극장 동료들 몇몇이 유리한 증언을 해주려고 자원했지만 모두 자격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참석을 금지 당했다. 벨스키는 그 재판의 일지와 보고서를 훑어보았지만 중간 쯤 읽다가 그만두었다. 미샤의 변론 대부분에는 붉은 줄이 그어져 있었고 그나마 끝까지 이어지지도 않았다. 재판관이 그의 발언을 중단시킨 후 휴정을 선언했고 30분 만에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벨스키는 그런 종류의 재판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 아, 그랬을 거라고 생각해. 정말 도망친 거였다면 지금 여기 있지도 않았겠지. 그래도 기억이 되살아난 것 같군. 자네 소환됐을 때 파리에서 시끌시끌했던 건 생각나나? 호텔 앞부터 공항까지 피켓 시위자들이 몰렸었지. 기자들도. 자네 가고 나서 그 시위가 좀 커졌거든. 게다가 이상한 오해가 생겼지. 헛소문이 퍼져서 상황이 좋지 않았어. ”

 

 

“ 무슨 소문이요? ”

 

 

“ 뻔하잖아. 자넬 시베리아 강제노동수용소에 처박았다는 얘기. 벌써 루뱐카에서 총살했다는 얘기. 제국주의자들 입맛에 맞는 얘기들. ”

 

 

“ 그게 제국주의자들 입맛에 맞는 얘기예요? ”

 

 

 

미샤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몸을 가누기가 힘든 듯 점점 어깨가 비스듬하게 기울어지고 있었다. 볼품없이 들쭉날쭉 잘린 검은 머리칼이 한 움큼 이마 위로 흘러내려왔다.

 

 

 

“ 그 얼간이가 이상한 소리를 했는데... 누굴 소환한다고. 하지만 걘 아무 것도 몰라요. 절 좋아한 적도 없었어요. 그러니까 걘 놔주세요. 그 여자 정말 아무 것도 몰라요. ”

 

 

“ 누구 얘길 하는 거지? 그 여자가 누구야? 얼간이는 누구고? ”

 

 

“ 아, 소환 같은 건 없었군요. 어차피 허풍이라고 생각했었어요. 진짜 역겨운 놈이었어. ”

 

 

벨스키는 그가 글루크나 슈스코프 중 한 명을 언급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파나예바가 정해준 10분은 이미 흘러가버렸고 미샤와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결론부터 말해주기로 했다.

 

 

“ 자네 석방될 수도 있어, 회복되면. ”

 

 

미샤는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았다. 거의 무관심한 표정으로 오른손 손가락들을 오므렸다 폈다 하며 왼팔을 들어 올리려고 애쓰고 있었다. 손목이 3센티미터 쯤 올라갔다가 무겁게 툭 떨어지자 짜증도 내지 않고 계속해서 그 무익한 시도를 반복했다.

 

 

“ 왜, 믿지 않아? 내 말인데도? ”

 

 

“ 믿어요. 의원님이 제게 거짓말을 할 이유가 어디 있어요. ”

 

 

“ 그런데 별로 관심이 없나? 수용소가 좋아? 자네 7년형 받았잖아. 다시 돌아가고 싶어? 그 약물 치료 다시 받고 싶을 리가 없잖아. ”

 

 

“ 전 선언문 안 읽을 거예요. 인터뷰도. ”

 

 

미샤가 툭 끊어지듯 거친 음성을 내뱉더니 무겁게 처져 있던 어깨와 허리를 억지로 다시 세웠다. 이마와 목에 파란 핏줄이 돋아 오르며 아랫입술이 덜덜 떨렸다. 벨스키는 파나예바의 경고를 어기고 그의 가슴에 손을 얹어 가볍게 뒤로 밀었다. 미샤는 저항하고 싶은 눈치였지만 벨스키가 조금 힘을 실어 누르자 다시 베개에 몸을 완전히 기댔다.

 

 

인터뷰 할 필요 없어. 그리고 선언문 수준도 아냐. 몇 줄만 읽으면 끝나. ”

 

 

“ 당신들 다 똑같아. ”

 

 

미샤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더니 고개를 돌려 기침을 했다. 베개에 피가 튀었다. 가슴에서 짐승들이 내는 듯 낮게 끓어오르는 소리가 났다. 이제 기침은 하지 않았지만 오른손으로 목을 감싸 누른 채 다시 한 번 피를 토했다. 베개에 쏟아진 피는 그리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발광 페인트처럼 새빨간 색이라 벨스키는 파나예바를 불러야 할지 망설였다. 하지만 지금 파나예바를 부른다면 그녀는 면담을 완전히 중지시킬 것이 분명했다. 그럴 수는 없었다.

 

 

벨스키는 테이블에 놓여 있는 조그만 타월을 미샤에게 건네주었다. 병실에 있는 물품들은 모두 소독을 마쳤을 테니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미샤가 타월로 입과 턱에 흘러내린 피를 닦는 동안 그는 아주 부드럽게 말했다.

 

 

“ 어쩔 수 없잖아. 최소한의 명분은 있어야지. 나나 스비제르스키도, 아니, 드미트리 알렉산드로비치라도 마찬가지야. 서기장이라 해도 그건 어쩔 수 없어. ”

 

 

“ 무슨 명분이요. 거짓말해서 풀려나라고요? 아니면 창녀짓해서? 다른 이름들도 얘기하시지 그래요. ”

 

 

미샤가 몸을 떨었다. 벨스키는 그가 그렇게 감정을 표출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폭발적 열기와는 달리 사석에서의 미하일 야스민은 아주 침착하고 서늘한 인물이었다. 훨씬 어렸을 때도 그랬다. 하긴 그는 미샤가 자기 몸을 가누지 못하는 것도 본 적이 없었다.

 

 

 

“ 자네 지금 아파서 제대로 생각이 안 되고 있어. 그냥 내 제안대로 해. 원한다면 문구도 자네가 써. 싫으면 내가 써서 보여줄 테니 고쳐도 좋아. ”

 

“ 정치국 위원님은 바쁘실 텐데... ”

 

 

벨스키는 온건한 개혁파 의원이었지만 나이 차이가 두 배 가까이 나는 애에게서 그런 비아냥거리는 말을 듣고도 가만히 있을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전혀 화를 내지 않았다. 미샤가 구겨진 타월 위로 다시 피를 뱉은 후 몸을 심하게 떨면서 완전히 옆으로 누웠기 때문이다. 수척한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려 있었다.

 

 

“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지, 많이 아프잖아. 자네 정말 죽을 뻔 했어. 스비제르스키 의원이 들르지 않았다면 아마 죽었을 거야. 난 자네가 죽는 걸 보고 싶지 않아. 이렇게 망가지는 것도. 내가 왜 여기까지 직접 왔겠어. 내가 자네 아꼈던 거 몰라? 3분만 자존심 버려. 그러면 여기서 나갈 수 있어. ”

 

 

“ 지금 보내주실 수 있어요? 리허설에 가야 해요. ”

 

 

 

벨스키는 그를 뚫어지게 내려다보았다. 미샤는 오른쪽으로 몸을 튼 채 창문과 벽 사이의 어딘가를 바라보면서 완전히 달라진 어조로 간청하듯 속삭였다.

 

 

“ 제발 보내주세요. 다시 올 테니까. 이 방으로 다시 오면 되잖아요. 지금은 안돼요. 저한테 약속하셨잖아요, 말 잘 들으면 다시는 그 약 안 먹일 거라고. 주사도 안 놓을 거라고 하셨잖아요. 게르만 알렉세예비치, 제발 놔주세요. 너무 아파요. 내일, 내일 다시 올게요. ”

 

 

“ 정신 좀 차려, 난 그 사람이 아니야. 아무래도 파나예바를 불러야겠군. ”

 

 

미샤가 오른손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다. 손이 타들어가는 듯 뜨거웠지만 여섯 살짜리 어린애처럼 미약해서 슬쩍 움직여도 털어낼 수 있을 정도였다.

 

 

“ 더 이상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이해가 안 가. 난 말을 들었는데. 시키는 건 다 했는데. 당신 말은 다 들었어, 하나 빼고. 내가 그랬잖아. 당 이름으로 창녀 짓 하는 건 못한다고. 이제 상관없어. 그거 계속 놔도, 가둬도, 못 움직이게 해도. 그냥 죽여주면 좋을 텐데 당신 절대 그런 짓은 안 해. 자꾸 날 막아. 이제 그만 가. ”

 

 

게오르기 벨스키는 군 출신이었고 레닌그라드 국립대학 동문 서클과 그 도시의 실권자인 드미트리 마로조프를 통해 정치계에 들어온 인물이었다. 그 냉철한 마로조프가 그를 실질적 후계자로 점찍고 모스크바 권력의 중심지까지 단숨에 밀어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벨스키가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데 있었다. 정치적으로는 점진적 개혁파에 속했고 결코 정적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거나 모함과 숙청이라는 자연스러운 무기를 대놓고 쓴 적도 없는 온건한 인물이었지만 그에게 상처를 입히거나 충격을 가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었다. 마로조프는 벨스키를 정치국으로 입성시켰고 놀랍게도 그의 오랜 정적이었던 게르만 스비제르스키조차도 거기에 방해 공작을 펼치지 않았다. 스비제르스키는 사석에서 벨스키에게 ‘당신 뱃속은 쇠망치로 두들겨 패도 충격을 전부 흡수해버릴 쿠션들로 꽉 차 있다니까’ 라고 노골적인 농담을 건네기까지 했다. 그만큼 그를 놀라게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 게오르기 벨스키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어서 자기 앞에 누워 있는 젊은 죄수, 한때 그가 열렬하게 후원했던 무용수를 한동안 물끄러미 내려다보고만 있었다. 그에게는 드문 일이었다.

 

 

 

미샤가 다시 기침을 했다. 숨을 한 번 내쉴 때마다 반 숟갈 가량의 피가 밀려나왔다. 괴로운 듯 베개에 이마를 부딪쳐댔다. 벨스키는 그의 머리를 가볍게 감싸 진정시키려고 했다. 그러자 미샤가 오른손을 들어 벨스키의 손목을 쳐냈다.

 

 

“ 만지지 마. 제발 내 몸에 손대지 마. 나 좀 놔둬. ”

 

 

벨스키는 더 이상 면담을 계속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을 열고 파나예바를 부르자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던 그녀가 곧장 들어왔다. 파나예바는 미샤를 보더니 벨스키에게 책망하는 시선을 던졌다.

 

 

“ 심문하면 안 된다고 말씀드렸는데... ”

 

 

“ 잠깐 얘기를 나눴을 뿐이야, 소장이 너무 낙관적으로 얘기했던 것 아닌가 모르겠군. 전혀 회복이 안된 것 같은데. ”

 

 

“ 의원님께서 그 면담을 고집하지 않으셨으면 훨씬 나았을 거예요. 10분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그 이상은 집중을 못 해요. ”

 

 

파나예바가 미샤의 자세를 바꿔주고 출혈이 멎도록 조치를 취하는 동안 벨스키는 병실에서 나가는 대신 창가에 선 채 생각에 잠겼다. 주로 자신의 스케줄을 한 번 더 비울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었지만 미샤가 파나예바의 손길은 순순히 받아들인다는 사실에 대해 화를 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뒤섞였다. 어쨌든 그는 5년 이상 미샤를 알았고 가장 강력한 후원자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올가 파나예바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몇 마디 말을 걸었다. 벨스키가 서 있는 자리에서는 내용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미샤의 대답은 잘 들렸다. 체포되기 이전처럼 또렷하고 정확한 발음으로 말했기 때문이다.

 

 

“ 아니, 그건 부다페스트에서였어요. 아사예프가 저와 지나의 호흡을 점검해보고 싶어서 투어 무대에 먼저 올라가게 했죠. 키로프 첫 무대는 12월이었어요. 74년. 폴랴코바가 테라스 장면에서 배경을 바꿨는데 아사예프가 무대가 죽어 보인다고 화를 냈어요. 그 사람 그때 공연 직전까지 계속 화만 냈죠. 진짜 이유는 저와 지나가 금발로 염색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집시 로맨스를 출 작정이냐고 한 시간 동안 설교를 늘어놓았어요. 지나가 빨간 머리 줄리엣이 뭐가 문제냐고 발끈하더니 저에게 아사예프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집시 분장을 하고 추자고 했어요. 걔는 화를 내면 무섭기 때문에 잠깐 집시 의상까지 입어봤는데 그걸 보고 지나가 포기했어요. ”

 

 

 

파나예바가 웃음 섞인 목소리로 다시 뭐라고 속삭이자 미샤가 대꾸했다.

 

 

 

“ 아, 다른 건 다 됐는데 피부색을 바꿔야 했어요. 집시처럼 보이려면 진한 파우더가 필요했는데 마침 다 떨어졌거든요. 그러고 있는데 아사예프가 들어와서 기겁을 하더니 염색 얘길 더 이상 안 했어요. 그래서 원래대로 췄죠. 이후에도 그거 출 때 금발로 물들인 적 없었어요, 단 한 번도. ”

 

 

‘ 로미오와 줄리엣에 대해 얘기하고 있군. ’

 

 

 

벨스키는 잠시 매혹된 채 파나예바와 미샤 쪽에 시선을 던졌다. 자신이 췄던 작품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미샤는 완전히 정상처럼 얘기했다. 파나예바가 백조의 호수에 대해 묻자 미샤는 니나 크류코바와 췄던 첫 무대나 크레믈린, 해외 투어 무대가 아니라 헝가리 춤을 추고 들어간 발레리나가 떨어뜨렸던 머리장식을 밟고 미끄러질 뻔 했던 무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뒤엉킨 머릿속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최고의 찬사를 받은 무대가 아니라 실수를 할 뻔 했던 무대라는 것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벨스키는 미샤가 얘기하는 공연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옥사나 셰먀코바가 고의적으로 장식을 떨어뜨렸다는 소문이 무용계에 파다하게 퍼졌기 때문이다. 당시 셰먀코바는 미샤의 오랜 반대파였던 울리얀 세레브랴코프의 연인이었고 그 서클에서는 끊임없이 각종 방법을 동원해 그를 괴롭히고 있었으므로 꽤 신빙성 있는 소문이었다. 실제로 미샤는 이듬해 볼쇼이로 옮겼는데 벨스키는 세레브랴코프 서클이 그를 조금만 더 심하게 볶아댔으면 더 빨리 옮겨오지 않았을까 하고 아쉬워하기까지 했다.

 

 

벨스키는 자신도 모르게 파나예바가 지젤이나 라 바야데르에 대해 물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미샤 야스민의 알브레히트나 솔로르를 따라갈 무용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무수한 팬들이 미샤의 무게 없는 도약과 고속 회전, 화려한 테크닉에 푹 빠졌지만 벨스키는 항상 그의 진정한 강점은 드라마 배우로서 타고난 연기력과 음악에 대한 완벽한 감각에 있다고 생각해 왔다. 서방 관객들과 전문가들이 그 젊은 무용수 앞에서 넋을 놓았던 것도 당연했다. 그자들이 어디에서 그런 춤을 볼 수 있었겠는가. 볼쇼이나 키로프에서도 그렇게 춤추는 무용수는 없었다. 그런 재능은 유일무이했다. 누구도 토를 달 수 없는 온전한 재능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재능이, 그 완벽했던 육체가 부서지고 찢어진 채 반쯤 마비되어 있었고 무용수답지 않게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명료한 이성은 으깬 토마토 수프처럼 뒤섞여 있었다.

 

 

 

... 

 

 

 

 

이 면회의 후반부 대화를 일부 발췌한 적이 있다. 링크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5589 (체제의 이름, 비행사, 천사 이름 붙은 도시)

 

 

이 링크에 발췌된 이야기에는 이 단편의 다른 파트들에 대한 링크들도 좀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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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발췌문에 붙인 제목은 그냥 충동적으로 여기 나오는 단어들을 조합했음. 원래 이 단편은 1부 1~3장, 2부 1~3장, 3부 1~3장으로만 되어 있어 이런 소제목 같은 건 없기 때문에 여기 발췌해 올릴 때 내 맘대로 대충 붙이고 있다. 주인공이 피 토하고 정신 흐릿해진 상태이니 뭐 어울리는 듯... (미샤 : 뭐 임마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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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Posted by liontamer

 

진짜 덥다. 올해 여름이 작년보다 훨씬 더운 것 같다. 나는 웬만하면 절대 에어컨을 틀어놓고 자는 일이 없는데 간밤에는 새벽에 두어시간 꺼 놓은 것을 제외하면 내내 제일 약하게 해놓고 틀어두고 잤다. 그런데도 춥지가 않았다. 그런데 2집 있는 동네와 그 근방은 오늘 거의 38도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헉!!!! 그나마 35도였던 여기가 나은 것인가 ㅠㅠ

 

 

자다깨다 정신없이 꿈꾸고, 또 도로 잠들고 등등 늦게 일어났다. 밥도 대충 먹고 차를 우려 마신 후 책을 좀 읽다가... 거실이 너무 더워서 할수없이 침실로 갔다. 거실 에어컨은 원래 이 오피스텔에 붙박이로 달려 있는 작은 벽걸이 휘센인데 가스가 다 된건지 후진 건지 너무 풍력이 약해서 파워냉방으로 해놔도 정말 하나도 안 시원하다. 침실에 달아놓은 벽걸이 에어컨은 근 10년 전 쥬인이랑 같이 살때 샀던 조그만 건데 그게 훨씬 시원하다!

 

 

그래서 결국은 오후 4시쯤 침실로 대피했는데 침실은 말 그대로 침대랑 화장대 밖에 없어서 필연적으로 드러눕게 되고... 침대에서 어제 사온 장 주네 시집을 좀 읽다가 사르르 잠이 들었다. 아흑...

 

거의 7시 다 되어 침대에서 기어나옴. 너무 덥고 피곤해서 그냥 라면 끓여먹고 자폭했다. 그러고 나니 어머나 토요일이 다 갔네 흐흑 여름 싫어라아아아아아!!! 더우니까 아무 것도 못하겠다. 글도 못 쓰겠고...

 

..

 

 

 

 

화정 집의 달력도 이제 8월로 넘어갔다...

 

8월 달력 위의 사진은 곱사등이 망아지, 아래 사진은 백조의 호수를 추는 슈클랴로프님.

Posted by liontamer


꿈을 너무너무 피곤하고 리얼하게 꿔서 아침에 깨고 나서도 멍했다. 심지어 아침에 30분 간격으로 자다깨다 했는데 이 꿈은 계속 이어서 꿨다. 내용은 블라디보스톡인지 아니면 비슷한 근방인지에 가족끼리 여행을 갔는데 4일 묵으면서 이틀은 여기 나머지 이틀은 저기에 묵어야 하는 거였다. 그런데 인터넷 사이트로 예약을 했더니 실제로 가보자 장소도 완전 외딴 곳이었고 숙소가 있다고 되어 있는 곳엔 무슨 펍 같은 것만 있고 등등등...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심지어 이동수단도 없고 원래 있던 방은 비워줘야 하고 등등, 무슨 스킨헤드 문신족들도 나오고 등등...



이번에 블라디보스톡 갔을때 숙소 때문에 좀 고생하긴 했는데(레지던스 아파트인줄 알았는데 그냥 주거용 아파트 중 하나를 빌려서 여행사에서 운영하는 거라 도착했는데 아무도 없어 무작정 현관에서 기다려야 하는 등등) 그 기억이 남아 있었던 것 같다.



..




사무실에 갔는데 어제의 그 전화 진상 고객에게서 메일이 와 있었다. 오늘 오전 11시 전에 방문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오늘 안 올 줄 알았는데 -_-



하여튼 그래서 나는 필요한 서류와 지침들과 양식, 지켜야 할 기준 등등을 모두 프린트했다. 이 사람은 완전 사악하다기보단 말귀를 좀 못 알아듣고 자기 말만 하고 프로페셔널하지 못하게 일을 하기 때문에 진상 고객에 가깝게 여겨지는 부류였다. 그래서 아예 하나하나 짚어주며 엄격하고 강력하게 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도착했다고 해서 로비에 내려가 보니... 이 사람은 어린 아들을 데려온 것이었다.



나는 너무나 황당했다. 이게 사교모임도 아니고, 그렇다고 본인이 속한 회사나 커뮤니티도 아니고, 엄연히 나와는 업무 때문에 만나는 관계이며 게다가 상당히 포멀한 자리에 가까운데도 불구하고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과자봉지와 장난감을 껴안은 어린 아들(일곱살이라는데 귀엽긴 했다)을 데리고 와 자기 옆에 앉히는 거였다.



'일하는' 여성으로서 비록 미혼자이며 아이는 없지만 육아를 하며 일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이를 맡기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란 것도 알기에 가급적 가치판단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오히려 평소에는 그쪽 편을 들어주려고 애쓰기도 한다. 오늘도 두가지 생각이 거의 비슷하게 오갔다.




1. 오죽 아이 맡길 데가 없고 힘들었으면 여기까지 데려왔겠어...


2. 그래도 어떻게 프로페셔널한 회의를 하는 자리에 심지어 사전 양해도 없이 애를 데리고 떡 나타나서 심지어 나와 이야기를 나눌 때도 옆에 앉혀놓을 수가!! 이것은 그냥 경우가 없는 것이다!!!!




당연히 어린 아이에게는 이런 회의가 이해도 안 되거니와 지루하기 그지없으니 곧 찡찡대고 부스럭거리고 엄마한테 음료수 뽑아달라고 하고.... 꿈지럭꿈지럭... 그런데 이분은 이러한 게 너무나 당연한 듯 앉아 있고 심지어 나에게 아이를 데려와서 미안하다거나 불편하더라도 조금만 부탁한다는 양해도 구하지 않았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는 충분히 '아이는 잠시 다른 곳에 맡기고 오시면 좋겠네요' 라든지, '아이가 있으면 업무 이야기를 하기가 어려우니 다음에 오시지요' 라고 해도 되는 거였다. 하지만 그랬다가 또 갑질하느니 어쩌느니 하는 얘기를 들을 수도 있는 직업이라(공무원 아닙니다 -.-)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가 장난감 달라고 해서 그 손님이 잠시 차에 간 동안 아이와 눈맞추고 놀아주기도 했다. 아흑...



아이가 떡하니 보는 앞에서 그 엄마에게 이건 잘못하신 거니까 이렇게 하면 안되고! 앞으로 이렇게 하시면 안되고 등등 아주 엄격하게 경고를 할 수는 없었다. 모르겠다, 일은 일이니까 그렇게 했어야 하는 건지도 모른다. 근데 나는 도저히 아이가 옆에서 꼼지락거리며 엄마만 보고 있는 상황에선 그렇게까지 엄격하게 말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애를 봐줄 누군가와 같이 온 것도 아니고... 우리 회사에 생판 모르는 애를 맡겨놓을 데도 당연히 없고...




지금도 두가지 생각이 동시에 든다. 오죽하면... + 그래도 이건 아니지...




... 하여튼 경우 없는 사람인 건 맞는 것 같다. 정 어쩔 수 없었으면 오면서 먼저 애 봐줄 사람이 없어 할수없이 아이를 데려가야 할거 같은데 괜찮으냐고 물어볼 수는 있지 않은가. 근데 사전 통화를 하면서도 그런 얘긴 일언반구 없었음.



일하는 분야 특성상 자신의 세계에 빠져 살고 또 이기적인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이 분야 특성이겠거니 하고 그냥 이해하려고 애쓰는 편인데 그래도 이건 좀 심한 것 같아 ㅠㅠ



하여튼 필요한 얘기는 다 전달했다. 다만 원래 생각했던 강도보다 훨씬 부드럽게 말했기 때문에 좀 찝찝하다. 향후 또 골치아프게 굴면 그땐 얄짤없이 '안됩니다!' 를 외쳐야지 ㅠㅠ



..




이에 비해 아침 출근길에는 작지만 미소 떠오르는 일도 있었다.


2집 동네 유일한 핫스팟 스타벅스에 대해선 여러 차례 올렸다. 여기 점원들도 첨엔 일을 너무 못했는데 이제는 숙련된 사람들도 꽤 있다. 그리고 항상 웃는 얼굴의 친절한 점원이 하나 있는데, 오늘 아침에 출근하다 들러서 바나나 한개를 사니까 갑자기 점원이 '오늘은 티는 주문 안 하세요?' 하고 물었다. '어머 기억하시는군요' 라고 하자 '그럼요' 라고 하며 생글생글 웃었다. 웃는 모습이 참 예뻤다.



진짜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런 데서 기분이 좋아지곤 한다.



그래서 나도 일하면서 가급적 고객들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작은 것도 기억하고 인사를 나누려고 노력하는 편이긴 한데... 윽, 그래도 오늘 아이 데리고 온 분은 좀 심했어 ㅠㅠ



..



8월이 되었다. 어찌나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지...


작년 딱 이맘때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맘때 당시 인사부장이자 선배와 만나 굉장히 많이 울었고 전화로도 많이 울었고 회사로 잠깐 돌아와서 임원과 잊을 수 없는 면담도 했었다. 그 상처는 아직 너무 생생하게 남아 있어서 아마 아물기 힘들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결국 다시 이 자리에 돌아와 일하고 있으니 인간이란 묘하다.


하여튼 달력 넘겼다. 주말에 화정 가면 거기 달력도 넘겨야지.








2집의 슈클랴로프님 달력 8월은 라 바야데르 백스테이지에서 대기 중인 모습.



(... 가끔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어서... 이 달력들은 내가 편집해서 직접 만든 거라서.. 시판하는 곳은 없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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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8일 블라디보스톡 마린스키 극장에서 열린 An evening with Vladimir Shklyarov 공연. '발레 101', '고팍', '날 버리지 마'에 이어 휴식시간 후 프레드릭 애쉬튼의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공연. 파트너는 나탈리야 오시포바.



나는 슈클랴로프의 아르망을 2년 전 마린스키에서 보았는데 그때도 무척 좋았지만 이번 공연도 참 좋았다. 춤이 좀 더 원숙해졌고 예전보다 '로미오'보다 '아르망'에 더 가까웠다. 아름답고 정열적이고 격렬했다.



다만 마르그리트 역의 나탈리야 오시포바는... 뭐랄까, 그냥 내가 오시포바가 딱히 취향에 안 맞는 무용수라 그런지도 모르겠는데 '아름다워야 할만큼 아름답지가' 않았다. 이게 외모에 대한 얘기는 아니다. 예전에 슈클랴로프와 춘 빅토리야 테료쉬키나 역시 흔히 말하는 '미인' 무용수는 아니지만 처연한 마르그리트였는데 오시포바는 마르그리트 배역의 춤도 꽤 잘 추고 드라마틱한 연기도 열심히 하는데도 불구하고 어쩐지 '마르그리트 역을 연기하는 오시포바'란 느낌이 들었다. 하긴 생각해보면 그녀는 지젤을 출 때도 '처절한 지젤을 연기하는 오시포바' 느낌이긴 했다.



그리고... 사실 맨처음 마르그리트가 입고 나오는 어깨를 드러낸 드레스는 오시포바랑은 좀 안 어울렸다 ㅠㅠ 그 드레스는 우아하면서도 고혹적이고 화려한, 그리고 산전수전 다 겪은 화류계와 사교계의 여왕에게 어울리는 의상인데 오시포바가 입자 '뭔가 우아하지 않다...' 란 느낌이 들어서 살짝 아쉬웠다.



뭐 오시포바가 우아한 스타일의 무용수는 아니니까... 그래도 설정상 마르그리트의 원숙한 아름다움 앞에 모두가 조아려야 하는데 처음 파티 장면을 보면 '안 예쁜데 다들 조아린다...' 란 생각이 들고, 새파란 프록코트 차림 아르망 역의 슈클랴로프가 나타나 공작새처럼 춤을 추기 시작하면 '진짜 예쁜 애는 여기 있네, 얘한테 다들 조아려야겠네...' 하는 생각이 절로 드니 이것은 팬심도 물론 있었겠지만... 그만큼 오시포바가 좀 눈에 안 찼다. 오시포바 팬들 죄송합니다. 저는 테료쉬키나 마르그리트가 더 나았어요. 그래도 보금자리 장면과 마지막 죽음 장면에선 오시포바도 특유의 파워풀하고 드라마틱한 연기력으로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여튼 커튼 콜 사진 몇 장. 이때도 맨앞 가운데 앉긴 했는데 플래쉬 안 터뜨렸더니 다 번져서 건진 사진 거의 없음 ㅠㅠ 그래도 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는 관객들이 박수치면 나중에 따로 하늘색 커튼 앞으로 나와주기 때문에 그때 사진 많이 건지는데 여기는 그런게 없고 그냥 무대 위의 모습만 찍어야 해서... 솜씨없고 렌즈 나쁜 나는 그냥 망했음.



맨 위 사진은 흔들렸지만... 내가 바친 꽃을 안고 있어서 :) 저 꽃다발 중 새빨간 장미다발이 내가 바친 것이다~~



아래 커튼 콜 사진 몇 장 더. 화질은 기대하지 마세요 ㅠㅠ













와아 꽃다발 드리는 시간~~










꾸벅~~


저 새빨간 장미 꽃다발이 내가 바친 것 :)





하지만... 바가노바와 마린스키에서 트레이닝받은 기사도 넘치는 슈클랴로프님은 언제나처럼... 자기가 받은 꽃다발을 파트너 발레리나에게 바치고 ㅠㅠ 흐흑..



으앙 오시포바 좋겠당! 뽀뽀도 받고 :)


(실제로 둘이 절친한 사이이다. 사실 오시포바는 한두달 전에 로열발레단에서 처음으로 이 역으로 데뷔했는데 그때 원래 연인인 세르게이 폴루닌과 추기로 했다가 공연 직전에 폴루닌이 갑자기 부상당하는 바람에 부랴부랴 연락해 슈클랴로프가 급하게 날아와 아르망을 춰주었다.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자체가 지금 로열발레단과 마린스키 정도에서만 공연하고 있어 이 배역을 출 수 있는 무용수들이 귀하고 특히 오시포바는 그때가 첫 무대라서 호흡이 맞는 파트너가 필요했는데 슈클랴로프가 선뜻 가서 춰준 것이다. 그래서 이번 슈클랴로프 무대에 오시포바가 보은으로 와서 춰준 것도 조금 있긴 한듯. 훈훈~~~ 기자간담회할 때랑 사인회할때도 둘이 꽤나 친하게 조잘거리며 얘기 나눴다)





그래도 내 꽃 오시포바에게 준 건 조금살짝 아깝긴 해 ㅎㅎㅎ








빼먹지 않는 손등 키스~~~





오시포바도 웃음 가득 :)))








마지막은 다시... 멋있게 절하시는 슈클랴로프님으로...



아흑... 공연 볼 땐 너무 좋았는데 지금은 다시 시골에서 일하고 있어어어~~


Posted by liontamer
2017.07.30 19:49

극장과 꽃의 기억 2017 vladivostok2017.07.30 19:49

 

 

 

 

어느새 블라디보스톡에 다녀온지 열흘이 넘게 지났다. 원체 짧은 일정이라 그야말로 정말 공연만 본 거나 다름없는 여행이었다. 목표 자체가 그거였으니 만족한다. 좋아하는 무용수가 주역으로 나오는 두시간짜리 발레를 보고, 다음날은 그의 기자간담회에 갔다가 얘기나누고 화보에 사인받고, 그 다음날은 그의 이브닝 특별 무대를 본 후 또 사인을 받고 얘길 나누었으니 복 터진 여행이었음.

 

 

프리모르스키 마린스키 극장 근처에 숙소를 잡아서 시내 구경은 하루밖에 못 나간데다 숙소 있는 동네는 원체 구식이고 또 갈데가 없어서 이번 블라디보스톡 여행은 딱 두개로 요약할 수 있다. 극장과 꽃.

 

 

위의 사진은 7.18 이브닝 무대 후 사인회 때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와 나탈리야 오시포바가 사인해준 프로그램. 이때 사진 두 장에 더 사인을 받았다. 슈클랴로프는 그때 내가 보여준 황금신상 사진에 깜짝 놀라 '이거 어디서 났어요?' 라고 되묻고는 언젠지 기억도 안난다며 진짜 오래전이라고 막 웃었다. 즐거운 기억이다. 그보다 더 근사한 기억은 그의 무대 자체였고. 나는 극장에서 그의 무대를 그래도 꽤 많이 본 편이지만 이번 무대는 손에 꼽힐만큼 좋았다.

 

 

 

 

역시 극장. 블라디보스톡의 프리모르스키 마린스키 분관 한쪽에 진열되어 있던 지젤 1막 의상. 시골 처녀 지젤이 이 옷 입고 종종종 등장해 (사기꾼) 알브레히트와 손잡고 춤을 추고 꽃을 따며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꽃점을 치고... 흑흑 생각하니 또 불쌍한 지젤... 울컥!!

 

 

 

 

이건 18일 슈클랴로프 공연 때. 1막에선 소품 세개를 췄고 두번째 막에선 마르그리트와 아르망을 췄다. 누레예프와 폰테인을 위해 프레드릭 애쉬튼이 안무해준 이 작품은 리스트의 피아노곡 라이브에 맞춰 펼쳐진다. 그래서 피아니스트가 나와 두다다다당 하고 연주~ 나는 피아노도 리스트도 그닥 좋아하지 않지만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이 작품엔 꽤 잘 어울린다. 누레예프도 과잉의 무용수였고 리스트도 과잉의 화려한 음악가이니.... 어쩐지 잘 어울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슈클랴로프는 두다당거리는 건반 멜로디에 맞춰 격렬한 아르망을 보여주었다.

 

 

 

블라디보스톡 가서 공연만 보러 다녔으니 극장은 알겠는데 꽃은 뭐냐고 하신다면..

 

 

블라디보스톡은 마을 여기저기 들꽃이 많았다. 특히 주거지에 가면 무성하게 들꽃들이 자라나 있었고 종류도 여러가지여서 그거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이건 18일에 버스 잘못 타서 내렸을 때 돌아다녔던 동네에서 찍은 들꽃 사진. 아파트 건물 주변에 만발해 있었다.

 

 

Posted by liontamer

 

 

 

나는 본래 입맛이 한결같은 편이고 커피도 안 마시고 너무 차가운 것도, 너무 단 것도 싫어해서(특히 음료수 단 걸 싫어한다) 스타벅스든 커피빈이든 어딜 가도 보통은 그냥 따뜻한 홍차를 마신다. 비록 싸구려티백 담가주는 별로인 홍차라도... 그런데 스타벅스에서 신메뉴가 나왔다면서 그걸 마시면 별 세개를 준다고 영업문자가 왔고 읽어보니 파인애플, 복숭아, 나머지 하나가 있었다. 딴 건 그닥 맘에 안 들었지만 복숭아 베이스로 한 것은 그렇게까지 달아보이지 않았고 기본이 유스베리 티라서 좀 가벼울 것 같았다.

 

 

그래서 병원 근처 스타벅스에 들르면서 사이렌오더를 했는데 하필 그 지점에는 복숭아 베이스의 그 녀석이 다 떨어지고 없었다. 그래서 그냥 파인애플 블렌디드를 주문했는데 이것은 나의 실수!!!

 

 

위의 세가지 이유 + 여기에는 코코넛 밀크가 들어감!!

 

 

코코넛 밀크 안 좋아함... 커리에 들어가는 것도 안 좋아하고... 나한테 코코넛 밀크는 몸에 바르는 것임 ㅠㅠ

 

 

코코팜 같은 것이 씹혔고 엄청 달았다. 다행히 내가 매장에 들어가자 막 음료 제조를 시작하던 참이라 얼음 적게 넣어달라고 부탁해서 생각만큼 차갑진 않았지만 역시... 이건 내 입맛보다 너무 달았다.

 

 

흑... 별에 혹해서 맛없는 거 시켰다.. 심지어 비싸 ㅠㅠ 흑흑 나는나는 조삼모사..

 

 

음료수는 절반이나 남겼다. 아까워라!!!

 

 

 

 

 

그렇습니다... 저는 알고 있었지요... 그 체리 틴트를 지르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ㅠㅠ

 

오늘 돌아오면서 그 체리 틴트를 질렀고... 그 옆에 있던 톤다운된 부드러운 핑크빛 립스틱도 같이 질렀고... 빤짝빤짝 매니큐어도 한개 덤으로 샀다.... 아흑...

 

 

1. 톤다운된 로즈핑크 립스틱은 언제나 유용한 데일리 립스틱이다! 고로 사도 된다.

 

2. 체리 틴트는 원래 사려고 했던 것이다. 내 얼굴에 잘 받는다!

 

3. 나는 네일은 안 바르고 여름에 샌들 신을 때 페디큐어만 바르는데 게으름둥이라서 색깔 두세개로 나고 있었다. 그런데 그 핫핑크가 지겨우니 이제 좀 빤짝빤짝으로 바꿔보자! 그리고 이 매니큐어는 3500원이니까 괜찮아!!!

 

 

.. 라고 하염없이 자기정당화를 하였습니다 흐흑..

 

 

 

 

 

레냐가... 나를 용서한 것에 이어 불구대천의 원수 슈클랴로프님도 용서했다!!! 그 이유는....

 

 

 

... 이래서라고 한다 ㅋㅋ

 

난 갈색머리 레냐도 좋은데... 이건 다 료샤가 너무 애를 놀려서 그래 ㅠㅠ 내가 딱히 금발머리를 좋아하는 게 아니야! 블론드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긴머리를 포니테일로 묶은 락커 스타일 남자에게 좀 혹하는 경향이 있는데 보통 그런 스타일은 블론드에게 어울리기 때문이야!!!

 

하여튼 덕분에 레냐는 갈색머리 공포증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ㅋㅋ

 

 

하지만... 실은 이렇다 ㅋㅋㅋ

 

 

Posted by liontamer

 

 

 

 

지난 7월 17일, 마린스키 블라디보스톡 분관 소극장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마린스키 발레단의 유리 파테예프 예술감독,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나탈리야 오시포바가 참석. 나는 그의 화보집 사인회로 알고 갔었는데 그게 아니고 기자간담회여서 블라디보스톡 언론사들에서 많이 참석했다. 내가 찍은 사진들은 다 번져서... 마린스키 측에서 찍은 사진 몇장 올림.

 

 

아래 영상클립 두개는 기자간담회 중 내가 핸드폰으로 찍은 건데, 슬프지만 맨앞줄이 아니었던 관계로, 그리고 사실 내가 폰 영상을 찍어본 적이 없어서 좀 흔들린다. 처음 클립은 중간에 갑자기 줌을 당겨서 웃기기도 하다 ㅎㅎ 내가 찍은 클립은 그가 이번 18일의 이브닝 갈라 무대에서 고른 네개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들과 스타 무용수로서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인터뷰 영상클립 1.

 

 

인터뷰 영상클립 2.

 

 

... 

 

아래 내용은 블라디보스톡 신문사에서 게재한 그날의 인터뷰. 실제 인터뷰는 더 길었고 질의답변도 더 길었지만 요점들만 정리되어 있다. 일단 노어로 된 기사 그대로 발췌한다. 러시아어 아시는 분들은 읽어보시면 재밌어요. 나중에 시간나면 번역해보겠다. 기자간담회 재미있었다. 이 사람은 말을 참 잘한다. 유머도 넘치고 :)

 

 

(이 기자간담회 끝나고 그분에게 가서 화보집 사인 받고 얘기나눴음~~)

 

 

 

Владимир Шкляров: «Жизнь — мой самый главный учитель»

Премьер Мариинского театра — о балете, Владивостоке и семейной жизни

 

17 июля 2017 

 

 

 

 

 

 

Накануне творческого вечера Владимира Шклярова, который пройдет на Приморской сцене Мариинского театра в рамках II Международного дальневосточного фестиваля «Мариинский» 18 июля, корреспондент PRIMPRESS поговорил с премьером театра.

 

Звезда балета мирового уровня рассказала о своих любимых партиях, графике работы, семейной жизни и фестивале во Владивостоке.

 

 

– Большинство хореографов прошлого и настоящего ставили балеты на женщин, то есть в центре внимания, как правило, женские партии, мужскому же танцу отводится второстепенное значение. Какая роль ваша любимая и почему? И, конечно, какой балет вы любите более всего?

 

- Балет — это искусство для балерины, безусловно, я с этим соглашаюсь. Что касается любимого спектакля, мне очень важно, кто мои партнеры по сцене, будь то женщина или мужчина (например, в балете Григоровича «Спартак» партнерство заключается в противостоянии Спартака и Краса), от партнеров зависит «любимость» спектакля. Если я чувствую отдачу, импульс, вижу глаза, которые зажигаются и зажигают меня, то, безусловно, от этого поднимается градус спектакля и ты вдруг начинаешь быть способен на такие вещи, которых даже близко никто не видел на репетициях в зале.

 

– По какому критерию выбираете репертуар? Есть ли четкий план, расписанный по годам? Или беретесь за роли спонтанно, в зависимости от предложений хореографов?

 

– Если говорить про текущий сезон, который мы вместе с моей женой (Мария Ширинкина— солистка Мариинского театра) провели как бы между Санкт-Петербургом и Мюнхеном — Валерий Абисалович Гергиев дал такую возможность, — я могу сказать, что, конечно, это было здорово — потанцевать новый репертуар, поработать с новыми хореографами. Могу сказать, что в этом сезоне я уже станцевал 10 премьер: абсолютно новых спектаклей и новых редакций — это очень много для артиста балета, огромная работа и колоссальный труд. Прекрасно, когда известно расписание на год вперед, но не всегда так получается, есть и спонтанные решения.

 

На сегодняшний день осталось не так много спектаклей, которые я хотел бы станцевать. Конечно, мечты есть! Мне бы очень хотелось познакомиться со спектаклями Кеннета Макмиллана «Манон», «Майрленг», конечно, «Ромео и Джульетта» в его хореографии. Также Джон Крэнко, в этом сезоне нам выпала возможность станцевать его балет «Ромео и Джульетта», конечно, хочется дальше станцевать и «Онегина», и «Укрощение строптивой». Также очень надеюсь, что все сложится и мы станцуем «Анну Каренину» Кристиана Шпука, поработаем с Уэйном Макгрегором. Следующий год – 15-летие моей творческой деятельности в Мариинском театре, планов много, пока раскрывать не буду. Надеюсь сделать новую интересную программу и показать ее не только в Санкт-Петербурге, а, возможно, привезти и во Владивосток.

 

 

– Кто ваши учителя? Имеется в виду Учителя с большой буквы.

 

–Жизнь – это самый главный учитель

 

– Вас называют баловнем судьбы, почему? Согласны ли вы с этим утверждением?

 

– Мне сложно с этим согласиться, поскольку за всей этой легкостью стоит огромная работа в зале, просто так ничего не бывает. Это задача артистов — выходить на сцену и давать зрителю ощущение легкости, вызывать восхищение.

 

– Опишите кратко ваш обычный рабочий день. Наверное, большая часть каждого дня отводится занятиям и репетициям?

 

– Бывают разные периоды, бывает много спектаклей, бывают более спокойные периоды. Вообще не люблю рано просыпаться, потому что я – «сова». Дни строю по-разному: либо иду на репетицию, либо к массажисту, либо к доктору, либо бегу покупать любимой жене цветы и подарки для сына Лешки. Очень люблю делать приятные сюрпризы своим любимым, своей семье.

 

– Есть довольно известные танцовщики, которые говорят, что репетировать и заниматься нужно минимально, есть и другие, они говорят, что нужно заниматься 8-10 часов ежедневно. Сколько часов и как часто нужно заниматься, чтобы достичь вершин в профессии балетного танцовщика, исходя из вашего успешного опыта?

 

– Я отношусь к той категории танцовщиков, которые ленятся. (Смеется.) Конечно, хотелось бы работать еще более усердно, но порой занимаюсь в зале не так активно, как хотелось бы педагогам, моим балеринам. Однако я всегда отвечаю за свои танцы, все люди разные, кому-то нужно десять репетиций, кому-то две. Самое важное – это результат на сцене. Ну, ленюсь, ленюсь, что тут говорить – ленивый! (Смеется.)

 

 

 

– Каких выступлений вы ждете больше всего, на каких площадках вам нравится выступать самому? Есть ли разница в публике, в том, как и где вас принимают, в чем она?

 

– Не имеет никакого значения, на каких площадках выступать, я считаю, что нужно об этом поменьше думать, а больше заниматься своей работой и стараться быть честным перед зрителями. Выходя на сцену, нужно показывать то, на что ты способен, не объяснять, что у тебя что-то болит, что ты не выспался и вообще прилетел накануне и прочее. Важно быть в форме и быть честным перед самим собой, зритель в любом уголке земли это чувствует.

 

– Вы являетесь премьером Мариинского театра и Баварской оперы. Это положение подразумевает сложнейший график, множество перелетов. Как удается сохранить гармонию в семье, силы на спектакли и ваш совершенно солнечный позитивный настрой?

 

– Действительно, у меня сложный график работы, но я могу сказать однозначно, что у меня золотая жена и у нас прекрасный ребенок, моя семья дает мне силы и энергию, чтобы двигаться дальше. Я стараюсь максимально, насколько возможно, проводить время с семьей. Моя жена – балерина, весь сезон мы танцуем вместе, уже сложился устойчивый дуэт. Мне грех жаловаться! Могу сказать, что это здорово. В таком ритме мне жить гораздо проще. Сложно, когда этого нет. (Смеется.)

 

– Ваша программа, которая заявлена на ll Международном дальневосточном фестивале «Мариинский» во Владивостоке, довольно разнообразна. Что вы хотите рассказать приморской публике в свой первый приезд на Приморскую сцену Мариинского театра?

 

– Мне очень хочется привлечь как можно больше людей в театр и популяризировать балет как самостоятельный вид искусства. Я станцую три соло в дивертисменте и выйду в премьерном спектакле «Маргарита и Арман», в котором мы с Наташей (прима-балерина Лондонского королевского балета Наталия Осипова) буквально месяц назад станцевали в RoyalOperaHouse в Лондоне, была очень хорошая критика. Спасибо огромное Наташе за то, что она откликнулась и поддержала меня и Мариинский театр.

 

– Да, на фестивале вы представите дальневосточную премьеру балета «Маргарита и Арман» в рамках творческого вечера 18 июля, и вашей Маргаритой будет прима-балерина Лондонского королевского балета, мировая звезда балета Наталия Осипова. Расскажите немного о предстоящем событии, о вашем партнерстве в этом спектакле и в целом о творческом вечере.

 

– Что касается соло – это наиболее яркие номера, которые я исполняю: это балет «101» Эрика Готье – очень веселый номер, который всегда публика принимает на ура, «Гопак» - это шлягер уже многие годы! И композиция под музыку очень известного французского барда Жака Бреля, которую будет исполнять оперная певица Приморской сцены Мариинского театра, я пока не знаю, кто это. Номер очень глубокий, непростой, и сам синтез оперного голоса и балетного танца – это интересно, плюс Юра Смекалов (артист и хореограф Мариинского театра) поставил очень талантливо! Надеюсь, что этот номер позволит зрителям посмотреть на балет другими глазами. Собственно, это неклассические номера в исполнении классического танцовщика. Ну а спектакль «Маргарита и Арман» Аштона, который был поставлен для Марго Фонтейн, балерины, которой было уже довольно много лет по балетным меркам, и молодого эмоционального и яркого танцовщика Рудольфа Нуреева. Конечно, прикоснуться к этому шедевру мечтает каждый артист, и я не исключение. Я безумно счастлив, что удастся показать этот спектакль во Владивостоке!

 

– Что для вас участие в фестивале «Мариинский» во Владивостоке?

 

– Мне это безумно интересно. Когда Валерий Абисалович предложил мне участие в фестивале «Мариинский» во Владивостоке, то я не раздумывал и даже отменил два концерта в Мексике, чтобы прилететь и станцевать в спектакле «Конек-Горбунок», затем возникла идея творческого вечера – это очень здорово. Для меня счастье привлекать небалетную публику и быть полезным для театра и Дальнего Востока в целом.

 

Отдельное спасибо хочу сказать Александру Злотникову, который очень помог состояться этой поездке во Владивосток.

 

Posted by liontamer






슈클랴로프 이브닝 공연. 7월 18일 블라디보스톡 마린스키 분관.


세번째 레퍼토리였던 Ne me quitte pas (날 버리지 마). 유리 스메칼로프가 작년에 이 사람을 위해 안무해준 작품이다. 커튼 콜.



이날 이 공연 특히 아주 좋았음. 작년 이맘때 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에서 봤을 때보다 이번 무대가 더욱 절절하고 심금을 울렸다.



하얀 의상 때문에 빛이 너무 번져서 내가 찍은 커튼 콜 사진은 건지고 건진게 이것들 뿐이다 흐흐흑.....





















이 작품까지 보여준 후 1막이 끝났다. 막간 후 마르그리트와 아르망을 공연했기 때문에 1막 마친 후 앞에 나왔던 다른 무용수들도 같이 나와서 인사를 했다 :)



..



내가 찍은 사진 화질이 너무 안 좋으니... 마린스키 블라디보스톡 분관 측에서 찍어서 올린 사진 세 장 추가.











왼편 여인이 노래를 부른 소프라노 성악가. (이 작품은 여성 소프라노가 무대 왼편에서 ne me quitte pas 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 슈클랴로프가 무대를 가로지르며 춤을 춘다) 오른편 좀 잘렸지만... 이 작품의 안무가이자 슈클랴로프의 절친한 친구인 유리 스메칼로프 :)




Posted by lionta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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