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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쉬클리야로프'에 해당되는 글 281

  1. 2018.07.16 천사같은 꽃돌이님 (2)
  2. 2018.07.14 7.14 토요일 밤 : 흰 장미, 극동 페스티벌, 발로쟈 보러 가려 했지만, 아까워라
  3. 2018.07.01 7.1 일요일 밤 : 달력 넘김, 게으른 주말, 비 (1)
  4. 2018.06.18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화보 한컷
  5. 2018.06.13 오후
  6. 2018.06.12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 데뷔 15주년 축하해요
  7. 2018.06.12 6.12 화요일 : 북미정상회담, 15주년 축하해요 발로쟈
  8. 2018.04.12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화보 세 장 + 마샤랑 셋이 사진 찍었을 때 기억 (4)
  9. 2018.04.08 정교 부활절 티타임, 꽃차, 분홍장미, 슈클랴로프님 돈키호테 화보
  10. 2018.04.06 4.6 금요일 밤 : 이야기, 주체, 갑, 까마귀의 영혼, 완전 녹초! (1)
  11. 2018.04.01 4.1 일요일 밤 : 작은 것들, 향기, 부활절, 달력 넘김
  12. 2018.03.10 토요일 오후 차 한 잔 + 장미 + 토야 등등 (4)
  13. 2018.03.05 3.5 월요일 밤 : 일터로 돌아옴, 무지무지 피곤, 꽃돌이님도 보고 이웃님도 만나 즐거웠다 (2)
  14. 2018.03.05 무도회는 끝나고 ㅠㅠ
  15. 2018.03.05 다시 콩쥐가 되어 일하러 가는 중 (2)
  16. 2018.03.04 3.4 일요일 밤 : 블라지미르, 마샤 고마워요! 유니버설 갈라 막공, 팬의 행복 (10)
  17. 2018.03.03 3.3 토요일 밤 : 블라지미르 & 마샤 무대 두번째 날, 커튼콜 사진 몇장 (2)
  18. 2018.03.03 스콘 아점 먹고 나옴
  19. 2018.03.03 3.2 금요일 밤 : 슈클랴로프님 부부 무대 보고 옴, 유니버설 발레단 스페셜 갈라 (6)
  20. 2018.03.01 뒹굴뒹굴 하루, 환영해요 발로쟈 & 마샤
  21. 2018.03.01 휴일 차 한 잔 + 슈클랴로프님 서울 입성, 쿠마 패밀리 (4)
  22. 2018.02.20 콩쥐토끼는 죽어라 일해서 꽃돌이님을 보러 갈거야 ㅠㅠ (8)
  23. 2018.02.09 생일 축하해요 블라지미르 & 알료샤, 친절한 꽃돌이님
  24. 2017.12.17 로마에서 돌아온 미샤, 빨강, 소련 군가, 우주비행사 (15)
  25. 2017.12.11 두 남자의 대화, 미샤의 재판과 유배에 대한 경위, 커피의 비밀 (16)
2018.07.16 23:07

천사같은 꽃돌이님 sketch fragments 2018.07.16 23:07




결국 오늘 마린스키 메일로 29일 슈클랴로프님의 신데렐라 발레 티켓 취소신청서를 보냈다. 페테르부르크의 본진 마린스키는 항상 서비스가 좀 늦는데 오히려 블라디보스톡 마린스키 분관은 현지 서비스도 그렇고 뭐든 더 빠르고 친절한 편이다. 최근에 생기기도 했고 아무래도 분관이다 보니 고객만족도에 더 신경쓰는듯. 메일 보낸지 한시간만에 당신의 취소요청이 승인되었습니다 하고 답멜이 오고 표가 취소되었다 엉엉...



아이고 슬퍼라 엉엉...





엉엉 발로쟈 엉엉... 



그런데 인스타에 위의 그림을 올렸더니 슈클랴로프님이 너무 친절하게 댓글을 달아주셔서 팬심은 또 두근거리고... 정말이지 이분은 춤도 잘추고 얼굴도 이쁘고 마음씨마저 천사가 아니더냐~ ​



(댓글 달아줬다고 또 금세 맘의 위안을 얻고는 캡처 떠놓고 있는 나는나는 넘버원팬 ㅋㅋㅋ)



흑흑 고마워요 발로쟈... 월말 블라디보스톡 공연은 못가지만 그래도 언제가 됐든 무대 보러 다시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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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너무 빨리 지나간 토요일. 

 

간밤에도 더워서 중간에 좀 깼었다. 그리고는 9시 쯤 일어나 양치를 하고 세수를 하고... 도로 침대로 기어들어와 벌러덩 드러누워 뒹굴거리다 까무룩 다시 잠들었다. 열한시 넘어서 일어났다.

 

여름이면 원체 맥을 못 추기도 하거니와 아침에 맘먹고 벌떡 일어나 씻고 밥을 먹든 차를 마시든 하지 않으면 계속계속 자고만 싶어진다. 평일에야 출근을 해야 하니 알람과 함께 낑낑거리며 어떻게든 일어나지만 휴일에는 그냥 뒹굴뒹굴... 아마 오늘도 등짝이 쑤시지 않았으면 마냥 더 누워 있었을 것 같다. 그나마도 수확은 낮잠을 안 잤다는 것!!

 

조그만 흰 장미 세 송이 아직 쌩쌩한데 놔두고 내일 2집 내려가려니 너무 아깝다. 그렇다고 가지고 내려가려니 택시 타고 기차 타고, 짐도 많은데 장미 세 송이까지 건사하기는 또 힘들고 ㅠㅠ 아아 아까워.... 그냥 얘들도 말려야겠다 ㅠㅠ 내일 아침에 매달자... (근데 써놓고 나니 뭔가 범죄소설 같다. 매달아....)

 

블라디보스톡 마린스키 분관에서 올해 여름에도 극동 페스티벌을 연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마린스키 본진에서 더 많이 오고... 물론 우리의 꽃돌이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님도 오신다. 7월말에 블라디보스톡 마린스키 분관에서 신데렐라의 왕자님을 추신다... 라트만스키 신데렐라는 예전에 마린스키에서 봤지만 콘스탄틴 즈베레프 왕자로 본 터라 슈클랴로프님의 근사한 왕자를 너무나 보고프다. 비슈뇨바와 춘 무대가 dvd로 나와있지만 영상으로는 모자라...

 

 

그래서 블라디보스톡 마린스키 트윗과 인스타에 이 사실이 공지되자마자(근 한달전인가 싶음) 나는 거의 자동적으로 사이트에 들어가 젤 좋은 자리를 끊어두었었다. 그리고는 비행기랑 숙소도 예약을 걸긴 했는데 여름 피크 시즌이라 이미 항공권은 비싼 것만 남아있었고 그나마 숙소도 시내의 괜찮은 곳은 다 동나 있었다. 아악 블라디보스톡 왜케 사람들 많이 가게 된거야 ㅠㅠ 흑흑 다 방송이랑 예능 때문이여...

 

 

하지만 7월말이란 시간이 너무 어정쩡했다. 업무 때문이다. 예산 심의는 8월말까지 계속된다. 사실 난 블라디보스톡이 아니라 뻬쩨르나 프라하에 다시 가고팠지만 2~3일 다녀올 곳은 아니다. 블라디보스톡은 휴가 하루이틀만 내고 후딱 갔다가 후딱 공연보고 올 수 있어 장점이 있긴 했지만, 여길 다녀오면 올해 다른 곳을 가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경제적으로도 그렇고 이것저것...

 

 

그래서 고민고민하다 결국 블라디보스톡 7월말 가는 건 포기. 숙소도 취소. 비행기도 취소. 그런데 차마 아직 슈클랴로프님의 왕자님 티켓은 아직 취소 신청을 안했다(마린스키는 사이트에서 표를 예매하면 그냥 취소되는게 아니고 이른바 '취소신청서'를 써서 보내야 함) 흑흑....

 

 

9월초에 조금 여유가 생기니 그때 뻬쩨르 가려고 예약을 해두긴 했으나 그때는 딱 시즌오프 기간이라 마린스키고 미하일로프스키고 공연이 없다 흑... 아... 아.... 슈클랴로프님 다시 서울 좀 오세요 ㅜㅜ

 

 

맨 위 흰 장미 세 송이 사진 뒤로 꽃돌이 슈클랴로프님이 점프하고 계심. 흑, 표 취소하기는 싫고 아깝고 엉엉...

Posted by liontamer




달력을 넘겼다. 7월이 되었다. 


달력은 언제나처럼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상대역은 나제즈다 바토예바. 로미오와 줄리엣 화보. 오른편 청동기사상 사진은 내가 재작년 백야 때 페테르부르크에서 찍은 것.



...



새벽 3시 넘어서 잠들었다. 11시 좀 안되어 일어났다. 그리고 오후에 한시간 반 정도 곤하게 잤다. 이번 주말은 정말 집에서 쉬고 책 읽고 뒹굴거리며 게으름 부렸다. 원래 머리를 하러 갈까 했는데 비도 오고 귀찮아서 그냥 맘껏 게으름 모드였다. 그런데도 지금이 금요일 밤이면 좋겠다!!! 아 내일 출근하기 싫어라!!!



주말 내내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집에서 쉴때 비오는 건 괜찮은데 내일 출근할 땐 제발 비 안 왔으면 좋겠다. 



여름 휴가 가고 싶어 미치겠음. 아... 아... 백야의 뻬쩨르... 아... 아.... 카페 에벨.... 아....



Posted by liontamer
2018.06.18 23:36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화보 한컷 dance2018.06.18 23:36





피곤한 월요일 하루는 슈클랴로프님의 얼마전 이탈리아 갈라 공연 화보 한컷으로 마무리. 출처 등은 위의 캡션에.

Posted by liontamer
2018.06.13 14:26

오후 tasty and happy2018.06.13 14:26




선거일이라 회사 안 감. 사실 지금 예산심사 때문에 바쁜 시즌이라 오늘 출근해야 할수도 있다고 각오했었다. 다행히 쉰다. 주중이라 화정 안 가고 2집임. 부디 이번 주말에도 출근안해도 되길..


















Posted by liontamer





어느덧 마린스키 데뷔 15주년이 되어 내일 기념공연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을 추는 발로쟈. 축하축하축하해요!!! 재능과 열정, 매력을 모두 갖춘 최고의 무용수!!

















인스타에 올리자마자 확인하고 고맙다는 답을 달아준 천사같은 꽃돌이님 :)) 발로쟈,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길! 춤을 춰줘서 고마워요!!!!!




Posted by liontamer



중간중간 북미정상회담 챙겨보고 일하면서 하루가 갔다. 딱 이 정도 결과가 나올 거라는 예상은 했는데 그와는 별개로 드라마틱해보이긴 했다. 미디어가 지금처럼 활성화되지 않았던 옛날엔 이런 식의 쇼잉과는 좀 다른 방식이었겠지. 서로 정교하게 쇼를 연출하면서 패를 굴리고 있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폰을 켜놓고 중간중간 내용을 체크하고 악수와 회견장 장면은 실시간으로 몰래 보게 되는 것이다. 


..



사진은 곱사등이 망아지에서 바보 이반을 추는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올해가 이 사람의 데뷔 15주년이라 내일 마린스키에서 기념무대로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을 한다. 정말정말 너무 가서 보고 싶었다. 캐스팅도 환상적이라 줄리엣은 아내인 마리야 쉬린키나(둘의 눈에서 얼마나 불꽃이 튀고 꿀이 떨어질꼬), 티볼트는 유리 스메칼로프, 머큐시오는 김기민씨(!), 그리고 블라지미르 포노마료프가 줄리엣의 아부지로 등장하신다. 아아아아아아....



발로쟈, 15주년 축하해요!



..



화정에서 사전투표를 하고 내려와서 내일은 그냥 2집에서 쉰다. 쉬어서 다행임. 아직 몸이 부실하고 피곤한 상태라서. 






Posted by liontamer




간만에 꽃돌이님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화보 세 장.



로미오와 줄리엣. 디아나 비슈뇨바와 함께.





아내인 마리야 쉬린키나와 함께 사랑의 전설 리허설 중. 정말이지 둘이 같이 있으니 사랑스러움이 두배가 되는 다정하고 이쁜 커플이었음 :) 발로쟈와 마샤 둘다 무지 친절하고 상냥했다!!!!



지난번 유니버설 발레 갈라 공연 첫날, 끝나고 기다리다 만났을때 '마샤랑 당신이랑 셋이 사진 찍어도 돼요?' 라고 묻자 '그럼요 그럼요' 하더니 저쪽에서 노보셀로프랑 얘기 중이던 아내에게 '마셴카~ 일루와 같이 사진 찍어~' 하고 부르던 발로쟈. 목소리에서 사랑이 퐁퐁 느껴졌음. 마셴카라는 애칭을 얼마나 다정하게 부르는지 :) 마샤 좋겠다~~~





이건 최근 바이에른에서 데뷔했던 존 크랑코의 오네긴. 나는 이 사람이 오네긴보단 렌스키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지만(뭐 사실 내가 렌스키를 좋아하고 오네긴을 싫어하기 때문이지 ㅋ) 화보도 그렇고 짧은 영상 클립도 그렇고 역시 이 사람은 탁월한 무용수일 뿐만 아니라 원체 드라마틱한 배우이기 때문에 엄청 멋있는 오네긴이었다!!!!!



아악 이런 오네긴이라면! 내가 타치야나라면 이 사람의 오네긴 앞에서 나는 편지 따위 조각조각 찢지 않을 것이야! 늙은 장군 남편 따위, 명예 따위 내팽개치고 '오오 오네긴님 드디어 이제서야 나의 매력에 빠지셨군요~' 하며 기뻐 날뛰며 와락 안길 것이야!!!! (이렇게 푸쉬킨의 명작을 난도질 ㅋㅋ)



Posted by liontamer





언제나처럼 이른 아침 기차 타고 2집 내려왔다. 몇시간 못 잤는데 기차 안에서 한시간 반 정도 완전히 정신잃고 졸아서 그런지 2집 와서는 오늘 낮잠을 안 잤다. 이렇게 잘 버텨서 밤에 빨리 잘 잤으면 좋겠는데...



러시아 정교 부활절이다. 그래서 화정 집에서 부활절 찻잔 하나 더 가지고 내려왔음. 








지난번 블라디보스톡 가면서 인터넷 면세로 샀던 포숑 홍차. 원래 항상 마시는 포숑 느와르 다즐링만 주문하려다 이게 포장이 너무 예뻐서 속는셈 치고 같이 샀었다. 그런데 막상 개봉해서 향을 맡아보니 내 취향엔 너무 달콤하고 자욱해서 '으윽...' 하며 안 마시고 있었는데 오늘은 분홍 장미도 사오고 조금이라도 따뜻한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서 우려 보았음.







8월 이름 달고 있는 차이다. 마셔보면 좀 그런 느낌이다. 






내 취향엔 좀 달고 꽃향기가 강한 편이라 스트레이트 다즐링을 좀 섞어서 우렸더니 나름대로 마실만 했다. 








오늘은 계란 색칠을 못해서... 그냥 비슷한 애들로 모아두었음 :) 맨 앞 폴란드 토끼 빼고는 다 러시아 애들.








개신교 집안에서 태어나 개신교 세례를 받았으나... 쥬인이 준 카톨릭 묵주도 가지고 있고... 러시아 갈때마다 정교 사원에 가서 초 켜고... 짬뽕... 하여튼 하나두개 모은 정교 물품들 :)








부활절 빨간 달걀 찻잔.










그냥 기분 내려고 곁들인 빨간 수탉 티포트 :)






어제 먹고 남았던 몽슈슈 치즈케익 오늘 들고 내려와 남은 거 다 퍼먹음. 신묘하게도 어제보다 덜 달고 더 맛있게 느껴짐... 무엇인가... ㅋㅋ














내일부터는 지옥행군이 기다리고 있고 업무 스트레스가 장난아닐 것이다. 그래서 기분 전환하려고 오늘 꽃도 사고 이것저것 사진도 많이 찍고... 슈클랴로프님의 흑백 사진을 끼워두었던 액자도 칼라풀하고 즐거운 돈키호테 사진으로 바꾸었다.








이게 원본 사진. 마린스키에서 예전에 올린 사진. 이리나 콜파코바 기념공연이었던 돈키호테 1막에서 반짝거리는 케미를 보여주었던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와 빅토리야 테료쉬키나. 내가 최근 몇년 간 본 마린스키 돈키호테에서 테료쉬키나를 능가하는 키트리는 없었음.








들어오면서 샀던 분홍장미. 잘 보면 분홍 미니장미 여러 송이 달린 거 한 대랑, 커다란 연분홍 장미가 섞여 있다. 품종이 다르다 :)



Posted by liontamer

 

 

근 2주만에 화정 집 귀가. 뒤늦게 4월 달력 넘김.

 

..

 

 

아침 일찍 일어나 srt를 타고 수서까지 갔다. 기차 안에서 너무 피곤하게 잤다. 온몸이 쑤시고 아팠다. 이렇게 아프고 졸리더니 오늘에야 그날이 시작되었다. 그래도 월요일보단 낫지... 주말 끼고 아프면 되니까 ㅠㅠ 그런데 오늘 여기저기 좀 돌아다닌데다 지하철에서도 자리가 없어 서 있어야 했고 가는 데마다 에스컬레이터가 고장나 있는 등 좀 고생해서 다리가 너무너무 아팠다. 다라이에 몸을 조금 담그고 났더니 마비될듯한 통증은 좀 가셨지만 그래도 여전히 욱신욱신!

 

 

진료를 받았다. 의사가 좀 빨리 오라고 해서 평소 주기보다 앞당겨서 갔던 것이었다. 부서 이동과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불안감 등등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의사는 새 상사가 이쪽 일을 모르는 게 오히려 나에게는 나을 거라고 한다. 나에게 갑질을 하지 않을테니 동등한 관계가 될거란 얘기였다.

 

나는 둘다 아무것도 모르니 좌충우돌할 것 같고 내 책임이 더 커지는 것 같아 불안하고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하지만 의사가 왜 그렇게 얘기하는지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있다. 나 역시 이렇게 갑들에 대해 민감하고 울컥하는 내 성격이 아마도 스스로가 갑이 되고 싶어하는 무의식이 있어서인가 싶기도 하다.

 

 

그런 생각을 하면 쫌 우울하다. 아니, 나는 갑이 되고 싶은 게 아니라 주체가 되고 싶고 자기 결정권을 갖고 싶은 거야 라고 되뇌어본다 해도 마찬가지이다. 작금의 사회와 현실, 그리고 조직에서 주체가 되고 자기 결정권을 갖는다는 것은 갑이 된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나는 시혜를 베푸는 자가 되고 싶은 것일까 하고 스스로를 돌아본 적도 많다. 현장의 예술가들이나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서 가치를 찾았고 일이 힘들어도 거기서 보람과 기쁨을 느꼈는데 지금 업무는 일차적으로는 갑들을 응대하다 보니 똑같은 힘든 일을 당해도 지금이 더 어렵다. 그런데 그건 며칠전 술자리에서 상사가 '그건 이러나저러나 현장 사람들에겐 우리가 갑이니까 덜 속상해서 그럴걸' 이란 말의 그럴싸한 포장일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껏 오랫동안 일해오면서 현장에 대해 자신을 갑으로 여겨본 적이 없고 그렇게 행동한 적도 없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그건 그렇게 원했던 것, 그렇게 믿고 싶었던 것일 뿐 현실적으로는 어쨌든 뭔가를 가졌기에 나눠주는, 즉, 상대방에게는 갑으로 보이는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그들을 위해 일하고 도와주고 이로 인해 그들이 좋은 성과를 냈다는 연락을 받았을때 마치 내가 뭔가를 해낸듯 기뻐하고 보람차 했었던 것은 어쩌면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크게 보면 지금 업무도 갑들을 상대하고 모든 일을 총괄하는 일이므로 전체적으로는 결국 현장에 도움을 주는 일이다. 하지만 나는 보다 직접적이고 보다 친밀한 관계, 손으로 만질 수 있고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거리를 원하는 것 같다. 미묘한 문제이다.

 

 

진료를 마친 후 지하철을 타고 근처 백화점에 갔다. 격무 때문에 도저히 다음주말 공연 보러 갈 시간이 나지 않아 지젤 티켓을 취소했더니 오늘 카드값 취소 통보가 왔다. 그러자 이 조삼모사 바보는 '그래! 어차피 표값도 취소됐는데 열받으니 큰맘먹고 좋은거 하나 사~' 하고는... ㅠㅠ 백화점 나스 매장에 가서 무려 신상이라 할인도 안되는 반짝반짝거리는 하이라이팅 파우더를 샀다 ㅠㅠ 아흐아흐아흐... 그런데 정말 예쁘고 반짝거리고 질도 좋아서 '그래! 내 인생 무슨 낙이 있어! 나는 까마귀인데! 반짝이는 거 하나로 행복해지면 그만이지! 어차피 취소한 표값보단 싸잖아!' 하고 무한 자기정당화를 하였다...

 

 

 

 

 

불빛 아래라서 색감이 정확히 안 나왔는데 사진처럼 피치살구색이라기보단 은은한 핑크빛이 도는 하이라이팅 펄 파우더이다. 제품명은 카프리. 이거랑 좀더 샴페인 골드 컬러에 가까운 포르 드 프랑스 두개를 놓고 비교해 보았는데 뺨과 코에 테스트해보니 내가 보기에도 그렇고 매장 직원이 보기에도 그렇고 이쪽이 더 잘 어울려서 이걸로 고름. 뭐 원래 골드나 코랄, 애프리콧은 잘 안 받으니까 ㅠㅠ

 

이게 사사삭 부드럽게 발리고 피부에 잘 스며들고 반짝반짝 예쁘다. 노화를 조금이라도 가려주는 효과가 있음 ㅋㅋ 요즘은 로드샵 제품들이 워낙 잘 나와서 웬만한 색조들은 큰 차이가 없는데 확실히 나스 블러셔랑 하이라이터는 색도 그렇고 질도 더 좋긴 하다. 아니 뭐 나한테는 그런 것 같다고 ㅋㅋ(이렇게 지름을 계속 정당화하고 있다)

 

 

...

 

 

오후에는 내년도 예산안 작성에 대한 교육이 있어 거기 갔다. 너무 피곤해서 대충 듣고 나오려 했지만 막상 이제는 상사도 바뀌고 이래저래 기댈 곳도 없으니 잘 들어둬야겠다 싶어서 앞자리에 앉아 열심히 폰에 메모를 하며 듣고... 끝나고는 따로 질문도 여러개 하고 나왔다. 아흐...

 

 

경의선을 타야 했는데 아슬아슬하게 전철 놓침. 그 덕에 20분 넘게 기다리고... 막상 탔을 땐 자리도 없고. 다리도 쑤시고 그날 때문에 온몸은 끊어지는 듯...

 

 

돌아오니 너무나 배가 고팠다. 다라이에 몸을 잠깐 담가 온몸의 피로와 미세먼지를 좀 씻어낸 후 저녁을 막 먹었다. 집이 추워서 보일러를 올렸다. 며칠 전까진 2집 너무 더워서 에어컨 켰었는데 이게 뭔가...

 

 

엄청 졸려온다. 내일은 쭉 뻗어 쉬어야겠다. 일요일에 다시 내려가야 하고 다음주부터는 지옥행군....

 

Posted by liontamer





카톨릭과 개신교 부활절이었다.



내내 일과 갑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여 있었는데 금요일의 부서이동과 상사 변동 등의 어택까지 추가되어 완전히 넉아웃 상태가 되었었다. 어제도 쉬고 오늘도 쉬었다. 늦게 잤지만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 별다방에 가서 아침도 먹고 글도 조금 쓰고 미세먼지에도 불구하고 산책도 좀 했다. 부활절 달걀도 비록 대충대충이지만 두 알 칠해서 장식도 했다. 기분 전환을 위해 자잘한 일들을 했다.



아껴두고 있었던 미니 샤워젤도 꺼냈다. 아스토리야 페테르부르크 호텔의 샤워젤임^^; 저 호텔은 페라가모 어메니티를 쓰는데 저 투스칸 소울 비앙코 디 카라라 시리즈로 되어 있다. 이 향기가 정말 내 취향이다. 부드럽고 달콤하면서도 따스하고 과하지 않은 화이트 머스크 향이다. 저게 너무 맘에 들어서 향수를 구하려고 했는데 우리 나라에는 아예 안 들어오고 러시아에서도, 면세에서도 못 찾았다. 드럭스토어에도 페라가모 향수는 많지만 저 라인은 없다. 백화점에도 없다 ㅠㅠ



저 라인 향수 파는 직구 사이트를 하나 찾긴 했는데 비싸서 포기 ㅠㅠ 20만원 넘었던 것 같음. 흐흑... 하여튼 작년에 여행에서 돌아오면서 샤워젤이랑 샴푸, 린스 두어개 챙겨왔는데(ㅜㅜ) 너무 아까워서 가만히 모셔두었다. 하지만! 나 지금 매우 빡쳐 있다! 이때 안 쓰면 언제 써! 좋아하는 향기만큼 기분을 풀어주는 건 없다!!!



...







장미랑 프리지아가 이제 시들어가고 있음 ㅠㅠ 프리지아가 더 먼저 시들고 있다 흑...



...







급조하여 만든 부활절 달걀. 이런거 만들 생각을 안 했던데다 2집엔 재료가 하나도 없어서 안쓰는 은색 아이라이너랑 버건디 매니큐어로 대충 칠하고 굴러다니던 다이소 스티커로 마무리 ㅋㅋ 그래도 부활절 토끼랑 계란 완성.



...





4월이 되었다. 어제 도착한 달력으로 바꾸었다. 역시나 멋있는 꽃돌이 발로쟈 슈클랴로프님.







표지랑 뒷장만 찍어봄 :) 뒷장 레이아웃 편집할 때 졸면서 했더니 사진 한 장이 삐져나와 있음.



...



잠이 모자라서 늦은 오후에 한시간 반 정도 낮잠 잤다. 그러니 오늘 밤에도 늦게 잘 것 같다. 그래도 금욜날 빡쳐서 월욜 휴가를 냈으므로 낼도 늦잠 잘 것임. 월요병 없다! 몰라, 낼 업무 전화 와도 안 받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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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집에서 쉬는 주말. 아침엔 별다방 가서 샌드위치와 신상 딸기음료로 아점먹고, 장 좀 봐서 돌아와 청소랑 빨래 하고 차 우려 마시며 쉬고 있음










지난 주말 발로쟈와 마샤 알현으로 받아온 사인 >.<











Daria님이 전에 선물해주신 귀염둥이 토야랑 알폰스 무하의 사라 베르나르 엽서.












아침 별다방. 어제 질렀던 넘들 중 핫핑크 립밤과 딸기핑크 블러셔 시도해봄. 나쁘지 않음. 봄 느낌도 나고. 립밤은 완전 딸기사탕 색깔임 ㅋㅋ






이제 늦은 낮잠을 자게 될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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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기차 타고 일하러 시골 본사 내려옴.



잠을 네시간 남짓밖에 못 잤다. 새벽 네시 되기 전에 깨어 다시 못 자다 너무 몸이 쑤시고 피곤해서 다라이에 들어가 거품목욕을 하고는 다섯시 좀 넘어 나섰다.



카카오택시가 안 잡혀서 버스 정류장까지 갔다. 다행히 잠시 후 택시를 잡을 수 있었다. 비오고 캐리어까지 있어 택시 아니었음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기차에서 계속 잘 줄 알았지만 안대를 썼는데도 3-40분 정도 꾸벅거리며 존 게 전부였다. 사흘 동안 공연 보고 꽃돌이님 보느라 좋았으나 현실로 돌아오니 재투성이 콩쥐 노동노예 옥토끼...



일이 정말 아주 많았다. 그리고 오늘따라 온갖 다른 부서에서 해결해야 할 일들을 다 나에게 문의해왔다.




나중엔 너무 짜증도 나고 힘들어서 마지막으로 전화한 타부서 후배에게 그런건 그쪽에서 좀 알아보라, 그리고 ㅇㅇ는 인사부서 담당이고 ㅇㅇ는 사업총괄부서 담당인데 왜 뭐만 있음 다들 나에게 전화하느냐고 했더니 그쪽으로 물어보면 나한테 다시 돌린다고 함. 빡침. 좀 야단쳐놓고 나니 또 맘이 안좋음 ㅠㅠ




일도 많고 힘들고 잠도 부족하고, 꽃돌이님 볼때는 엄청 좋았지만 확실히 체력이 달려서 오늘따라 더 피곤했던것 같다. 그러고보니 그날 직전이기도 함. 오늘 좀 많이 자면 좀 나을 듯.



갑 오브 갑과 또 피곤한 통화를 하고 한시간쯤 늦게 퇴근하며 생각.. 아니 내가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이렇게 일때매 스트레스받고 회사의 앞날을 걱정하지?!!! 토끼는 배부르고 등따시면 되는데!!!



하여튼..,



오늘 블라지미르랑 마샤는 뻬쩨르로 돌아갔다. 흐흑 또 와요!!!



지난 사흘간의 공연과 꽃돌이님과의 짧지만 벅찼던 해후 등 차분히 써보고픈데 오늘은 너무 피곤하다. 근데 또 꿈만 같네 ㅎㅎ 그분은 너무나 다정하고 친절하심. 마샤는 더 다정!!



그리고 꽃돌이님네 본 것도 좋았지만 덕분에 푸른난초님 만나서 또 좋았다 :)) 우리 또 봐요!



..



사진은 2집. 3월로 달력 넘김. 청동기사상의 예브게니 역 슈클랴로프님.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던 그분 무대 중 하나. 또 보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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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05 22:00

무도회는 끝나고 ㅠㅠ sketch fragments 2018.03.05 22:00





으앙 다시 노동노예 옥토끼로 복귀 으아앙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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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05 06:35

다시 콩쥐가 되어 일하러 가는 중 fragments2018.03.05 06:35






콩쥐/신데렐라의 행복한 사흘은 눈녹듯 사라지고 몇시간 못잔채 새벽 기차 타고 일하러 시골 본사 내려가는 중. 비도 주룩주룩.


안대 쓰고 좀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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낼 새벽에 일어나 기차 타야 하니 짧게...



정오에 이웃님과 서초동 쪽의 티룸에서 조우하여 애프터눈 티로 밥 겸 차를 해치우고, 3시의 유니버설 발레 스페셜 갈라 공연에 갔다. 오늘이 마지막날 ㅠㅠ



사흘째라 무용수들 몸이 제일 유연하고 여유있는 느낌이었다. 두아토 작품들은 몇개만 좋아하는데 멀티플리시티도 거기 들어간다(첼로 파트는 약간 취향에서 벗어난다만 그래도 무대 자체는 좋았음) 그리고 돈키호테는 볼때마다 행복하다



블라지미르와 마샤의 로미오와 줄리엣, 블라지미르의 발레101을 연속 3일 봐도 전혀 물리지 않음 아아 아아 또 오세요



끝나고 기다렸다가 트렁크 끌고 나오시는 슈클랴로프님 부부에게 작별인사함. 너무나 사랑스럽고 다정하고 친절하신 두분. 사인도 또 받고 ㅎㅎ 포옹도 했어요 꺅 :)



또 오시라고 부탁부탁함 :)



리뷰는 주말쯤 시간날때 써보려는데.. 아아 너무 벅차고 설레서 리뷰고 뭐고 그냥 행복 :)) 발로쟈, 마샤! 아이 좋아 아이 설레 ㅋㅋ



고마워요 블라지미르, 마샤!! 낼 편안한 비행 하시길!!! 또 와요!!!! 한국에 팬 많아요 이번 기회로 더 늘어났어요!!!



유니버설 발레단도 멋진 레퍼토리와 열정적 무대 고마워요 갈라 공연 그렇게 다양하면서도 탄탄하게 올리기 어려운데! 멋졌습니다 다음달 지젤 기대할게요







저는 또다시 성공한 팬이 되었습니다 >.<



푸른난초님 어제오늘 즐거웠어요! 조심해 가시고 다음에 또 뵈어요!!!



..



이제 노동지옥이 돌아온다아아!!! 그래도 콩쥐토끼는 단오절 그네를 타고 왔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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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유니버설 발레단 갈라, 슈클랴로프님 부부의 무대 보고 이제 지하철 타고 귀가하는 중.



오늘도 남아서 인사하고팠지만 몸이 넘 피곤하기도 하고 사실 오늘 또 기다리고 있으려니 쫌 부끄러워서(ㅋㅋ) 꽃만 따로 창구 통해 전달해드렸음.



오늘 무대도 좋았다. 유니버설 무용수들도 오늘 좀더 몸이 풀린 느낌이었다. 마지막의 화이트 슬립은 공연시간 때문인지 어제 보여주었던 인트로 영상 파트를 삭제했다.



발로쟈의 발레 101은 볼때마다 정말 즐겁다. 무대를 너무나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가지고 논다. 그리고 그와 마샤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너무나 섬세하고 사랑스럽고 청순해서 봐도봐도 물리지 않는다. (팬심 대폭발 중 ㅋㅋ)



극장에서 블로그 이웃님과 막간에 조우해서 엄청 반가웠다. (참으로 놀라운 공통점! 많이 뵙진 않았으나 여태 내가 블로그 통해 만난 여자분들은 하나같이 이뿌시다!!! 신기방기!!!!)



성공한 팬이 되신 걸 축하드려요, 우리 내일 뵈어요!!!







앞으로 가서 찍긴 했지만 화질은 매우 엉망 ㅜㅜ



흐흑 낼이 벌써 마지막 공연이야 우엉엉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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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03 16:52

스콘 아점 먹고 나옴 tasty and happy2018.03.03 16:52





늦게 일어나 스콘이랑 귤로 아점.. 이라기보단 점심 먹고 느지막히 나와 오늘 공연 보러 가는 길


사인받아서 뿌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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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와줘서 고마워요 발로쟈, 마샤!!! 멋진 무대는 더더욱! 그의 발레 101은 정말 역시 다시 봐도 명불허전이었고(전에 봤던 무대보다 더 코믹해졌다!~) 둘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정말로 로미오와 줄리엣 자체~

 

유니버설 발레단 스페셜 갈라 공연 자체도 상당히 좋았다. 보통 갈라 공연은 좀 가볍게 이것저것 짜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유니버설 갈라는 묵직한 모던도 들어 있고 그게 또 꽤 좋아서 살짝 의외였다. 기분 좋은 의외 :) 하긴 돌이켜보니 유니버설은 이제껏도 그랬고 예전 갈라 때도 꾸준히 꽤 괜찮은 모던 무대를 보여줬었다.

 

리뷰는 나중에 몰아서 써보겠음(근데 과연 ㅠㅠ)

 

 

두 분이라 꽃다발도 두개 :)

 

 

공연도 늦게 끝났는데 정신나간 퇴끼는 기다리고 기다려 두분께 인사도 하고 사인도 받았습니다 :) 꽃돌이님에게 '저 기억하세요?' 하니까 '그럼요~' 라고 해주셔서 감격으로 거의 승천^^;

 

 

 

 

(오늘 프로그램이 까만색이라... 거기 대신 예전 마린스키에서 본 라 바야데르 프로그램에 꽃돌이님 사인 받음. 두분이 같이 나온 사랑의 전설 엽서에도 받았는데 그건 나중에~)

..

 

늦게 돌아와서 이제 자려는 중인데 설레서 잠이 잘 안 올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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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잠깐 동네 나가서 식료품과 다이소 살림살이 사온 것 외엔 맘껏 뒹굴뒤뒹굴






발로쟈, 마샤! 한국 오신 걸 환영해요 :) 이전에도 온 적 있지만 그래도 또또 환영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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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엄청 늦게까지 자고 또 자다 일어남. 슈클랴로프님 부부 서울 입성과 낼부터의 갈라 공연 기념으로 사진집 꺼내 보면서 차 마심 :))



사진집은 재작년에 페테르부르크에서 나온 것이다. 사진작가는 알렉스 굴랴예프. 이거 사려고 열심히 판탄카에 있는 서점을 찾아갔었다. 비싸긴 하지만..


작년에 블라디보스톡 공연할때 저 무거운 책 낑낑대며 들고 갔는데 꽃돌이님 사인도 받고 얘기도 나누는 등 보람있었음 :)





미모의 아내이자 파트너 발레리나 마리야 쉬린키나 :)





로미오!



내일 볼 수 있당















어제 다이소에서 추가 득템한 코리락쿠마(쿠냐) 파우치 + 안대. 퇴끼 안대라고 생각했는데 강아지인가???



악 잘 보니 꼬랑지가 길어! 퇴끼 아니고 강쥐였다





쿠마 쿠냐 파우치 하나씩 꿰차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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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유니버설 발레단에서 공지한 공연 일정을 보니 슈클랴로프님 부부가 3.2~3.4 사흘 연속으로 출연하신다!!! 언제 나올지 몰라 일단 사흘 다 끊어놨는데... 이제 꼼짝없이 사흘 내내 공연 보러 가야 할 거 같다! 



그런데... 쌓여 있는 일들이 발목을 잡는다... 아앜 나는나는 콩쥐토끼 ㅠㅠ 신데렐라 부엌데기... (노동노예로 혹사당하는 것까지만)



괜찮앗! 두꺼비도 황소도 요정대모도 없지만 나는나는 넘버원 코리안 팬이니까 꼭 가야지~



... 발레 관심있는 분들은 꼭 가보세요. 슈클랴로프님 부부가 아니더라도 갈라 구성이 꽤 좋습니다. (최근 몇년 동안 국립발레단보다 유니버설 발레단 공연을 더 좋아해온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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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9일은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 꽃돌이님의 생일이다. 그리고 귀염둥이 아들 알료샤도!



생일 축하해요 발로쟈!!!!





 

..

 

인스타에도 축하포스팅 올렸는데 친절하고 다정하신 꽃돌이님이 답글도 달아주셔서 팬의 가슴은 녹아내림 :)

 

 



 

생일이랑 최근 오네긴 데뷔 축하해요, 글고 서울 오시는 거 기다립니다~ 라고 했더니 또 친절하게 답글 :) 아아 꽃돌이님은 너무나 좋다~

 

생일 축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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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야기는 트로이와 미샤가 나오는 장편 후반부에서 발췌했다. 4부 19장 앞부분에 일어나는 일이다. 1976년 7월. 소련 레닌그라드. 미샤는 키로프 극장 수석무용수이며 몇달 전에는 안무가로도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7월에 키로프 발레단이 유럽 투어를 떠나고 미샤도 거기 포함된다. 동베를린과 마드리드, 로마.




그의 친구이자 애인인(정작 그 누구도 이 관계를 확언한 적은 없다만) 트로이는 레닌그라드 국립대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트로이의 소꿉친구 알리사는 이미 런던으로 떠난 후이다.




발췌한 이야기는 간단하다. 미샤가 유럽 투어를 다녀온다. 로마에서 돌아온 미샤는 자기 집이 아니라 트로이의 집으로 향한다. 트로이는 귀가했을 때 빨간 페인트를 뒤집어쓰고 잠들어 있는 미샤를 발견한다. 둘은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조금 더.




이 이야기의 앞부분은 전에 조금 떼어내 발췌한 적이 있다.


http://tveye.tistory.com/5222  빨간 페인트, 자고 났을 때 옆에서 책을 읽고 있으면...





그때 서두에 올렸던 짧은 인물 소개 메모를 다시 붙여본다. 둘의 대화에 언급되는 인물들이 좀 있어서.




언급되는 아사예프는 당시 키로프 발레단 예술감독, 알렉세이 파블로비치는 발레학교 시절 미샤의 은사, 카라바노프는 미샤의 발레 파트너인 지나이다의 약혼자이자 트로이의 학교 동료 교수이다.


니나 크류코바는 키로프 발레단의 오래된 최고 스타 발레리나(현재의 울리야나 로파트키나나 옛날의 갈리나 울라노바 같은 급), 마할린은 그녀의 동료 파트너이자 인민예술가이다. 딤카 아르부조프는 키로프 오케스트라의 수석 바이올리니스트이다 물론 이들은 모두 내가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이다





위의 메모에 이어, 일린(미샤는 스탄카 라고 부른다)은 jewels와 dolls, 미샤의 수용소 이야기 등에 쭉 등장했던 볼쇼이 극장 안무가이자 미샤의 친구이다.



미샤가 못마땅하게 언급하는 벨스키와 스비제르스키에 대한 이야기는 지난주에 발췌한 적이 있다. (http://tveye.tistory.com/7411 (두 남자의 대화, 미샤의 재판과 유배에 대한 경위, 커피의 비밀)




미샤가 얘기하는 유라는 유리 아스케로프라는 의사이다. 그의 오랜 애인이기도 하다. 유리 아스케로프는 서무 시리즈에도 잠깐 등장한 적이 있다. 그리고 이 about writing 폴더에도 이 사람이 등장하는 글을 몇차례 발췌한 적이 있다. 주로 미샤 때문에 골치썩는 장면이었음 ㅠㅠ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일린이 떠난 후에도 미샤는 잘 견디는 것처럼 보였다. 징계를 받았던 것은 시즌 막바지였기 때문에 그렇게 큰 영향은 없었다. 그는 백야 축제로 복귀해 호평을 받았으며 새 작품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7월에는 지나이다와 함께 크레믈린 궁전 무대에 올라갔다. 그건 전적으로 모스크바 축제였고 볼쇼이가 주관하는 행사였지만 이반 노비코프는 나름대로의 계획이 있었고 미샤와 지나이다를 레닌그라드의 특급 스타로 조명했다. 그들은 볼쇼이 출연진들과 함께 백조의 호수를 췄고 일린은 지나이다에게 나타샤 왈츠를 맡겼다. 모스크바 관객들은 루슬란과 류드밀라를 매우 좋아했고 미샤를 볼쇼이 무대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행사 개막일에는 브레즈네프가 당 위원들과 함께 나타나 백조의 호수를 관람하고 리셉션에도 얼굴을 내밀었다. 이후 트로이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미샤에게 최고 권력자에 대해 물었다. 이미 전에도 다른 행사에서 브레즈네프를 본 적이 있었던 미샤는 별다른 관심 없는 어조로 대꾸했다.



 “ 텔레비전에 나올 때와 똑같아. 멍청하고 따분한 늙은이야. ”




 “ 공연에 관심은 있어? ”




 “ 그럴 리가. ”



 미샤는 정치인들 얘기를 할 때마다 짓는 딱딱한 가면 같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 벨스키는 좀 의외였어. 어머니가 가브릴로프 극장 무용수였대. 극장에 대해 잘 알더라구. 계속 놔주지 않아서 정말 좀이 쑤셔 죽을 뻔 했어. ”




 “ 왜 도망 안 쳤어? ”




 “ 다른 테이블엔 스비제르스키가 있었으니까. 호랑이를 피해 악마 소굴로 갈 수는 없잖아. ”




 트로이는 게오르기 벨스키가 마로조프의 지지를 업고 세력을 키운 인물이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스비제르스키와는 자동적으로 정적 관계에 놓여 있을 것이 분명했다.



 “ 어떻게 그 둘이 함께 조직위원회에 들어 있었던 거야? ”




 “ 그 행사가 극장이나 관객을 위한 게 아니니까. 둘 다 뭔가 지저분한 속셈이 있었겠지. 알고 싶지 않아. ”




 적어도 두 명의 고위 관료와 잠자리를 갖는 인물의 입에서 나올만한 얘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미샤가 스비제르스키를 얼마나 혐오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트로이는 입을 다물었다. 벨스키야 워낙 가정적인 정치인으로 소문나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 그래도 일린과 다시 만나서 반갑긴 했겠네, 간지 얼마 안 되긴 했지만. ”




 “ 스탄카? 지나와 최종 리허설 할 때 밖에 못 봤어. 10분 정도. ”




 “ 축제 끝나고 모스크바에 며칠 더 있다 왔잖아. ”




 “ 그 사람은 폐막한 날 애들 데리고 소치에 갔어. 나름대로 괜찮은 아빠야. ”




 미샤는 일린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얘기하려고 하지 않았다. 크레믈린 행사를 마치고 돌아온 후 열흘 만에 그는 다시 해외 투어를 떠났다. 동베를린과 마드리드, 로마였다. 아사예프는 그를 뉴욕을 비롯한 북미 투어 팀에 넣고 싶어 했지만 당국에서는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유럽 투어를 떠나기 사흘 전 미샤는 보안위원회 지부에 불려가 온종일 사상 재교육을 받았고 다음날은 근교의 집단농장에서 개최된 콤소몰 행사에 끌려갔다. 그런 일에 동원될 때면 언제나 그렇듯 우울하고 지친 모습으로 돌아온 미샤에게 트로이는 그가 도망치지 않고 행사를 견뎠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당분이 가득한 뭔가를 먹을 자격이 있다고 달랬다. 미샤는 알렉산드르 파블로비치의 이름을 운운하는 대신 트로이가 주는 대로 설탕을 녹인 차를 마시고 견과가 올라간 모코 케익을 두 조각 먹은 후 매일 밤마다 하던 운동과 스트레칭도 모두 거르고 시끄러운 락 음악을 좀 듣다가 자버렸다. 





 

*   *   *




 
 미샤는 해외 투어를 마치고 공항에서 곧장 트로이의 집으로 왔다. 카라바노프에게 집을 구하는 동안 자신과 지나이다의 아파트에 와 있으라고 얘기해두었기 때문이다. 카라바노프의 질투심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인 것 같았다.



 트로이가 새로 쓰는 논문 때문에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을 잔뜩 껴안고 돌아왔을 때 미샤는 이미 아파트에 와 있었다. 커다란 트렁크와 소파 사이의 카펫 바닥에 모로 누운 채 둘둘 말린 재킷을 베고 잠들어 있었다. 재킷 외에는 옷도 벗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운동화도 한 짝은 그대로 신고 있었다. 트로이는 그를 깨우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얇은 담요만 덮어 주었다. 뭔가 이상해서 자세히 봤더니 머리 색깔이 바뀌어 있었다.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었는데 제대로 된 미용사의 손을 거친 것이 아니고 꼭 페인트를 뒤집어쓴 것 같았다. 재킷과 카펫 바닥 위에도 붉은 얼룩이 점점이 묻어 있었다. 공연용 스프레이를 뿌린 후 머리를 감지 않은 건가 싶었다.




 30분 쯤 후 미샤가 일어났다. 기계적으로 스트레칭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가 소파에 앉아 자료를 뒤지고 있는 트로이를 뒤늦게 발견하고 반가워했다. 눈에 띄게 좋아하는 표정이라 트로이는 웃었다.




 “ 그렇게 반가워하는 얼굴은 처음 봐. ”




 “ 자고 일어났을 때 네가 옆에서 책을 보고 있으면 좋아. ”




 “ 왜? ”




 “ 좋은데 이유가 필요해? ”




 미샤가 트로이의 무릎에 쌓여 있는 책과 논문 뭉치들을 흥미롭게 내려다보았다. 그는 언제나 트로이의 공부에 관심이 많았지만 문학 이론서나 논문을 직접 읽지는 않았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너무 어려워, 네가 얘기해주는 게 더 좋아’ 라는 말을 주문처럼 사용해 트로이가 그것들을 설명해주도록 만들었다. 아마 이콘 복원가나 딤카 아르부조프, 그 외 수많은 지인들에게서도 그런 식으로 다른 분야의 지식을 얻어낼 것이다.




 잠시 후 미샤는 그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를 한 후 샤워를 해야겠다며 옷을 벗기 시작했다. 트로이가 머리를 어루만지자 생각났다는 듯 외쳤다.




 “ 아, 손대지 마. 빨간 거 묻을 거야! ”




 “ 벌써 묻었어. 이게 뭐야? 염색약이야? ”




 “ 페인트. 다행히 유성은 아니야. ”




 “ 왜 머리에 빨간 페인트로 물을 들였어? ”




 “ 로마 호텔에서 나오는데 공산주의 반대자가 달려들어서 끼얹었어. ”




 “ 너한테? 하고많은 단원들 중에 왜 하필이면 널? ”




 “ 차라리 나였으면 좋았게. 니나를 노린 거였어. 오토바이로 칠 뻔 했어. 상상이 돼? 니나한테 그런 짓을 하다니! ”




 미샤는 소름이 끼치는 듯 몸을 떨었다. 정부에게 칼을 맞고 앙숙 무용수와 치고받고 싸워서 어깨가 반쯤 내려앉고도 자기 몸에는 별 신경도 쓰지 않는 주제에 크류코바가 페인트를 뒤집어쓸 뻔 했다고 분노하는 미샤를 보니 좀 우스웠다. 규정된 남성성에 대해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는 애였지만 어릴 때부터 받은 교육이 너무 뿌리 깊었기 때문인지 미샤는 여자들에 대해서는 언제나 깍듯했고 소위 기사도에 가까운 태도를 지켰다. 항상 아웅다웅하면서도 지나이다가 원하는 것은 전부 들어주곤 했다.




 과격한 이탈리아 민주주의자 청년은 오토바이에 ‘소련 공산당을 추방하라’로 추정되는 글귀가 적힌 깃발을 매달고 호텔 앞으로 득달같이 달려왔다. 애초부터 공격 대상은 니나 크류코바였는데 그건 전날 뉴스에서 키로프 발레단의 공연을 다루면서 인민예술가이자 대스타인 그녀와의 인터뷰를 짧게 내보냈기 때문이었다. 크류코바는 마할린과 이야기를 나누며 나오고 있었고 미샤는 아사예프와 함께 바로 뒤에 있었다. 그 이탈리아 청년이 선동적인 구호를 외치며 오토바이를 크류코바 쪽으로 곧장 몰고 왔을 때 미샤가 잽싸게 그녀를 낚아채 사고를 면했다. 공격자는 분노로 으르렁거리며 미리 준비해 온 빨간 페인트를 한 통 가득 퍼부었는데 크류코바를 감싸고 넘어진 미샤와 급하게 그를 부축하려고 했던 마할린이 그 희생자가 되었다.




 “ 그래서 그자는 잡혀갔어? ”




 “ 호텔 경비원들이 끌고 간 것 같아. ”




 “ 너 안 다쳤어? ”




 “ 범퍼에 살짝 들이받혔어. 멍만 좀 들고 괜찮아. ”




 미샤가 바지를 내리고 오른쪽 허벅지를 보여주었다. 시퍼렇게 퍼져 있는 멍을 보고 트로이가 한숨을 쉬었다.




 “ 오토바이에 받히고서 한다는 말이 멍만 들고 괜찮다고? 내일 병원에 꼭 가라. ”




 “ 괜찮아, 가벼운 타박상이야. 니나가 받혔으면 뼈가 박살났을 거야. 완전히 정면이었거든. 나쁜 자식. ”




 “ 그래, 니나는 페인트 세례에서 무사했어? ”




 “ 다행히! ”




 뿌듯한 듯 활짝 웃는 그 얼굴을 보니 더 이상 화도 낼 수가 없었다. 트로이는 대체 왜 보통 사람에게는 평생 한두 번 생길까 말까 한 나쁜 일들이 자기 앞에 있는 애에게는 그렇게 연이어 일어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 그래도 머리에만 묻었네. ”




 “ 아냐, 온몸에 다 뒤집어썼어. 진짜 빨갱이가 따로 없었어. 그 인간 목표가 반쯤 달성된 거지. 그나마 마할린은 등짝에만 뒤집어썼고. 비행기 시간이 빠듯해서 씻지도 않고 공항까지 갔어. 차에서 얼굴은 좀 닦았지. 난 그냥 탑승하려고 했는데 아사예프가 욕을 하면서 날 붙잡는 거야. 그 꼴로 어떻게 비행기를 탈거냐고. 그래서 ‘왜요, 적위군 같잖아요.’ 라고 했다가 더 욕먹었어. ”




 “ 그럼 감독한테 그런 말을 하고도 욕을 안 먹을 줄 알았어? ”




 “ 이상하군, 서방 제국주의자의 공격에 저항한 진짜 공산주의 애국자로 표창이라도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럼 내 서류도 좀 나아질 텐데. ”




 “ 그런 걸로 나아질 거였으면 애초에 뉴욕에 보내줬겠지. 그래도 옷은 갈아입었네. ”




 “ 트렁크를 부쳐버려서 옷이 없었어. 그래서 아사예프가 로마 공항에서 한 벌 사줬어. 그 인간 화장실까지 따라 들어와서 내가 얼굴을 씻는지 안 씻는지 감시했어. 머리도 감으라고 닦달했는데 탑승 시간이 다 돼서 그것까진 못했어. ” 




 “ 용케 비행기 화장실로 끌고 가지는 않았네. ”




 “ 그러려는 낌새가 보였어. 자기 옆자리에 끌어다 앉히는 거야! 타자마자 자는 척 했지. 비행기 화장실은 너무 좁단 말야. 물도 잘 안 나오고. ”




 트로이는 말썽쟁이 수석무용수를 챙겨야 하는 아사예프가 안됐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밀려나왔지만 꾹 참았다. 미샤가 옷을 다 벗고 돌아섰다. 뒷목덜미와 팔꿈치와 손목 뒤에도 빨간 얼룩이 잔뜩 묻어 있었다.




 “ 너 왼쪽에 아직 운동화 신고 있어. ”




 “ 아, 어쩐지 불편하더라니. ”




 “ 얼마나 피곤했으면 신발도 다 안 벗고 바닥에서 잤어? ”




 “ 공항에 내려서 약을 좀 잘못 먹었어. 노란 건 한 알만 먹어야 했는데. 집에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겠어. ”




 한동안 끊었던 진통제를 다시 먹은 것을 보니 오토바이에 들이받힌 게 아프긴 했던 모양이었다. 트로이는 욕조에 그를 밀어넣고 물을 틀었다. 온수는 나오지 않았지만 더운 여름이었기 때문에 미샤가 레닌그라드 수도국을 향해 퍼붓는 현란한 비난을 들을 수 없다는 게 좀 안타까웠다.




 “ 놔둬, 내가 씻을 수 있어. ”




 “ 뒤통수는 잘 안 지워질걸. 두피까지 빨갛게 물들었어. ”




 “ 적위군 맞네. ”




 트로이는 어린 시절 길에서 주운 흙투성이 강아지를 씻겼을 때와 비슷한 집중력을 발휘해 미샤를 씻겼다. 머리에서 붉은 물이 끝도 없이 줄줄 흘러내렸다. 뒷목과 팔꿈치, 손목 등 노출된 부위 외에도 생각지도 않았던 곳 여기저기에 페인트 얼룩이 스며들어 있었다. 심지어 눈썹과 속눈썹에서도 붉은 물이 흘러내렸다. 욕조는 금세 온통 새빨갛게 변했다. 눈에 들어간 비누 거품을 손등으로 문질러 닦아내며 미샤가 무심하게 혼잣말을 했다.



 “ 피 같아. 유라가 그랬지, 앞으로는 더운 물을 채워놓고 하라고. 잘 드는 칼을 고르라고 했지, 안 그러면 고생만 하고 병신처럼 깨어날 거라고. ”




 “ 너 지금 뭐라고 했어? ”




 “ 어, 근데 정말 보기 싫은걸. 욕조가 엄청 더러워. 왜 유라가 화냈는지 알 것 같아. ”





 
 트로이는 호스를 내려놓았다. 미샤의 어깨를 잡아 거칠게 자기 쪽으로 돌렸다. 왼쪽 어깨 때문에 미샤가 낮게 비명을 질렀다.



 “ 아파! ”




 “ 다시는 그런 말 하지 마. 그런 생각 하지도 마. ”




 
 미샤가 그의 손에서 어깨를 빼내려고 잠깐 몸부림쳤다. 트로이가 놔주지 않자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 농담이야, 유라는 의사잖아. ”




 “ 농담이라도 안돼. 내 말 들어, 절대 그런 말 하지 마! 한번만 더 그런 얘길 하면 가만 두지 않을 거야! 기억도 하지 마. 생각조차 하지 마. ”




 “ 무슨 얘길 하는지 모르겠어, 안드레이. ”




 트로이는 미샤가 끝까지 잡아떼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미샤는 이고리가 얘기했다는 것도, 그가 아스케로프와의 대화를 엿들었다는 것도 모를 테니까. 분노와 공포가 뒤섞여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자신이 언젠가부터 미샤의 어깨를 거세게 잡아 흔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약속해, 무조건. 그런 짓 안 할 거라고. 상상도 안 할 거라고. ”




 “ 어... 약속할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약속할게. 안드레이, 제발 그만해. 멀미가 나려고 해. "



 미샤가 그의 팔에 코와 뺨을 비볐다. 심하게 놀랐는지 목소리가 갈라져 나왔다. 트로이는 흔드는 것을 멈췄지만 어깨를 놔주지는 않았다. 미샤가 온몸에 소름이 돋는 듯 부르르 떨면서 속삭였다.




 “ 그만해, 안드레이... 네가 화내면 정말 무서워. ”




 “ 설마. 넌 사람들이 화낸다고 무서워한 적이 없어. ”




 “ 네가 화내는 건 무서워. 이제 그만해. 뭐든 약속할게. ”




 트로이는 미샤를 놔주었다. 욕조 전체가 새빨간 얼룩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는 몸서리를 치며 호스로 물을 끼얹었다. 미샤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스펀지로 박박 문지른 후 다시 물을 부었다. 마침내 더 이상 붉은 물이 흘러나오지 않게 되었을 때 그는 미샤에게 타월을 건네주었다. 미샤는 욕조에서 나오지도 않고 타일 벽에 바짝 기대선 채 머리와 몸을 오랫동안 닦았다. 젖어서 뒤엉킨 속눈썹 아래로 동그래진 눈을 치켜뜨면서 이따금 트로이를 쳐다보았다. 정말 겁에 질린 것 같았다. 까맣게 팽창된 눈동자 아래로 커다란 물방울들이 고여 뺨을 타고 목덜미로 툭툭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트로이는 잘못 본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젖은 머리에서 떨어지는 물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문을 열고 나갔다. 옷장을 뒤져 미샤의 옷을 가지고 다시 욕실로 들어갔다. 미샤는 아직도 벽에 기댄 채 욕조 안에 서 있었다. 손등으로 눈과 뺨을 누르고 있었다. 이제 가장할 수 없을 만큼 끊임없이 물방울이 흘러 떨어지고 있었다. 꽉 깨문 입술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트로이는 여전히 그게 머리에서 떨어지는 물이라고 착각하기로 하며 옷을 내밀었다.



 “ 빨리 입고 나와, 찬물로 씻었잖아. ”




 미샤가 고개를 돌린 채 옷을 받아 입었다. 티셔츠 위로 다시 물방울이 떨어지며 둥글게 얼룩이 생기기 시작했다.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된 트로이가 욕조로 들어가 그를 데리고 나왔다. 허리를 끌어당겨 안으며 머리를 쓸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타월로 닦아냈는지 물기가 별로 없었다.



 “ 미안해, 미셰츠카. ”




 “ 이제 화 안내? ”




 “ 화가 났던 게 아냐. 그냥 놀랐던 거야. 이제 그러지 않을게. ”




 “ 아니, 화났었지. 소리, 소리도 지르고. ”




 미샤가 몸을 떨었다. 얼굴과 셔츠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트로이는 그가 모르핀에 취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자신의 앞에서 그렇게 우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 미안해.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 그랬어. 내가 잘못 생각했어. ”




 “ 그래, 잘못 생각한 거야. 뭔지는 모르지만. ”




 
 그 와중에도 미샤는 아무 것도 모른다는 듯 고집스럽게 잡아뗐다. 트로이는 더 이상 그를 추궁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 애가 우는 순간만큼 불행하고 비참한 느낌이 드는 때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타일 벽에 머리를 들이받아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는 미샤를 데리고 침실로 갔다. 조금이라도 어색함을 감추기 위해 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리고 셔츠의 젖은 부위도 말려주었다. 그는 미샤가 의식적으로 손목 안쪽을 등 뒤로 감추는 것을 보았지만 모르는 척 했다. 그 애의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부어오르고 있는 것도 모르는 척 했다. 드라이어를 껐을 때 미샤가 침대에 누우면서 목쉰 음성으로 말했다.



 “ 책 읽어, 안드레이. ”




 “ 무슨 책? ”




 “ 아무 거나. 내가 잠드는 동안 책 읽고 있어. 논문이라도. ”




 “ 자고 일어났을 때 읽고 있는 게 좋다면서. ”




 “ 둘 다 같아. ”




 트로이가 지루한 이론서와 논문집을 가지고 와 침대에 앉자 미샤가 그의 무릎 위로 머리를 디밀었다. 졸음 때문인지 몸이 벌써 따스해지고 있었다. 하긴 언제나 쉽게 뜨거워지는 몸을 가진 애였다. 트로이는 별 말 없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10여분 쯤 지났을 때 미샤가 무겁게 잠에 취한 목소리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 우리 아버지도 그랬지. 자고 일어나면 책을 읽고 있었어. 뭐든 많이 읽었어. 어떨 때는 날 무릎에 뉘어 재우면서도 책을 읽었지. 자장가를 부르면서도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놀라웠어. 존경스러웠다고 해야 하나. ”




 “ 무슨 노래를 불러주셨는데? ”




 “ 소련 군가. 봉쇄 시절 전방에 계셨거든. ”




 “ 군인으로 키우고 싶으셨나보네. ”




 “ 글쎄, 한 번도 못 물어봤어. 내가 어떤 사람이 됐으면 좋겠느냐는 얘기, 한 번도. ”




 “ 넌 뭐가 되고 싶었는데? ”




 “ 우주 비행사. 가가린. 당연하잖아. ”




 그 말을 제대로 끝내기도 전에 미샤의 머리가 시트 위로 툭 떨어졌다. 눈이 가로로 긴 선을 그리며 감겨 있었다. 트로이는 한동안 그 자리에 앉아 계속해서 이론서와 논문집을 읽었다. 가끔 소련 군가 중 아는 노래가 있는지 기억해보려고 애썼다. 하지만 생각나는 거라곤 피오네르 행진곡 뿐이었다. 그것도 후렴구 밖에 기억나지 않았다.




...









중간에 트로이가 '이고리가 얘기한 것'에 대해 떠올리는 장면이 있는데, 그 이야기는 전에 따로 발췌한 적이 있다. 아래 링크.


http://tveye.tistory.com/3825 표절에 대해, 춤추는 푸쉬킨에 대해 트로이와 이고리가 나눈 대화




맨 위 사진부터 오늘 포스팅에 올린 사진은 모두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청동기사상에서 예브게니의 광란 장면 추는 중. 촬영은 alex gouliaev.









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Posted by liontamer





아주 오랜만에 글을 발췌해 본다. 새로 쓴 글은 아니고, 몇년 전 썼던 미샤의 수용소 이야기 중반부의 한 파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2부 3장.




이 파트의 앞부분 일부는 전에 조금 발췌해 올렸던 적이 있다. 수용소에서 약물 교화를 받다가 쇼크로 사경을 헤매게 된 미샤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의 후원자 중 하나였던 정치가 게오르기 벨스키가 또 다른 후원자이자 일종의 정적인 게르만 스비제르스키와 만나게 된다.




전에 발췌했던 부분은 스비제르스키가 약속 장소에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벨스키의 상념을 묘사한 앞부분이었다.

그 발췌 링크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6282

(여우와 호랑이와 추기경, 물과 돌의 도시에 잡힌 아이)




전에 앞부분 올렸을 때 기재했던 간단한 설명 메모가 있어 여기에 조금 더 줄여서 다시 올려본다.




... 2부는 공산당 유력 간부이자 미샤의 후원자이고 결국은 그를 빼내 자신의 고향인 가브릴로프의 극장으로 보내는 게오르기 벨스키가 심리적 화자로 등장한다. 벨스키의 회상에서 등장하는 또다른 인물인 드미트리 마로조프 역시 미샤의 오랜 후원자이며 노회한 정치인이다. 이 사람이 1인칭 화자로 등장하는 소설이 내가 몇년 전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기로 마음먹고 미샤를 소환했던 그 단편이다. 그 단편도 종종 발췌한 적이 있다. 
 
 
 
포스팅 제목의 여우와 호랑이와 추기경은 내가 미샤의 주요 후원자인 이 정치인 셋에게 붙인 별명이다. 순서대로 벨스키, 스비제르스키, 마로조프이다. 이 별명들은 소설 속에서도 소련 인민들과 공산당 정치판에서 회자되는 것으로 설정했다. 본편 패러디 외전인 서무의 슬픔 시리즈에서도 가브릴로프 kgb국장인 스페호프는 툭하면 스비제르스키를 호랑이라고 부른다 ..




이번에는 2부 3장 전체를 올려본다. 그러다 보니 전에 올렸던 벨스키의 상념 부분이 조금 겹치는데, 별 상관은 없다. 사실 그 부분이 있어야 뒷이야기도 잘 연결이 된다.



이 수용소 경장편은 미샤가 수용소에서 직접적으로 약물교화를 겪는 1부, 모스크바 클리닉으로 옮겨진 미샤를 면회하는 벨스키의 이야기와, 벨스키와 스비제르스키의 비밀대화를 묘사한 2부, 그리고 미샤를 면회하러 간 일린의 이야기를 그린 3부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 발췌한 2부 3장은 중반부에 해당한다. 여기서 나는 미샤가 체포된 여러가지 이유 중 일반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에 대해, 그리고 재판 경과와 그의 가브릴로프 유배에 대한 배경에 대해 썼다.



이 수용소 이야기는 A4 200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 경장편이지만 구조와 내용상 여러가지 시점과 조금씩 다른 문체로 썼다. 이 2부 3장까지는 프라하에서 썼다. 특히 이 벨스키와 스비제르스키의 대화는 주로 카페 에벨에 앉아서 썼었다. 1부나 2부의 1, 2장, 3부가 상당히 고통스러운 작업이었다면 이 2부 3장은 쓰기 즐거운 파트였다. 아마 미샤가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내가 이런 대화를 쓰는 것을 즐기는 편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사악한 크레믈린 아저씨 게르만 스비제르스키에 대해 쓰는 것 자체는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그렇다고 내가 그 인간 사촌은 정말 아닙니다 ㅠㅠ)



스비제르스키가 '추기경', '노인네' 라고 칭하는 인물은 미샤의 후원자인 레닌그라드 정치인 드미트리 마로조프이다. 나는 미샤를 불러와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이 사람과 미샤가 비행기에서 나누는 대화들과 이 사람의 기억들로 구성된 단편 Frost를 썼었다. 그 단편도 일부를 여러번 발췌한 적이 있는데 맨 아래 링크를 달아보겠다.



루뱐카는 전에도 여러번 설명한 적 있지만 KGB의 별명이다. 게르만 스비제르스키는 KGB 독일 방첩지부를 지휘했던 경력이 있고 소설에서 묘사되는 현재에도 여전히 KGB의 숨은 실세로 군림하고 있다.



스비제르스키의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크라베츠, 제믈랴코프, 뉴욕 사건 등에 대해서는 예전에 전문의 약 7~80% 정도를 올렸던 Dolls에서 좀더 자세한 경위가 나온다. 그 소설 링크들도 맨 아래 달아보겠다.  



게르만 스비제르스키에 대해서는 본편보다는 본편을 위한 데이터 구축용 half 소설에서 많이 발췌했었다. 그 링크들도 생각나는 거 몇개만 맨 아래에.... (뭐야, 링크만 붙이다 끝나겠어)



맨 위 사진은 마린스키 연습실의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글만 올리면 좀 휑해서 :)




..





*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벨스키는 단 한 번도 게르만 스비제르스키와 허물없는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었다. 스비제르스키는 그에게 편하게 말을 놓았지만 벨스키는 여전히 존대어를 고수했다. 나이 차이 때문은 아니었다. 스비제르스키는 그보다 기껏해야 서너 살 위였으니까. 그보다는 스비제르스키가 정계에 비교적 늦게 진출한 그에 비해 한참 선배 정치인이라는 이유가 더 그럴 듯 했다. 게르만 스비제르스키는 젊은 시절부터 KGB 해외 지부에서 잔뼈가 굵었고 그때부터 오랫동안 탄탄한 경력을 쌓아왔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스비제르스키는 오랫동안 드미트리 마로조프의 반대파에 속해 있었고 스타일도 매우 달랐다. 현장 요원 출신인 스비제르스키는 무자비하고 공격적인 인물로 유명했고 정보력과 매수, 숙청을 주무기로 삼았다. 그의 뒤에는 모스크바 노멘클라투라 세력과 KGB가 버티고 있었는데 정계에서는 스비제르스키가 서기장의 큰 약점을 쥐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그에 비해 개혁파이자 교묘하고 비밀스러운 음모 추진의 대가로서 추기경이란 별명까지 얻은 마로조프는 원한다면 언제든 정치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고 레닌그라드 대신 모스크바를 자기 것으로 만들 수도 있었지만 안개 속의 실권자로 남아 있는 편을 선호했다. 대신 그 레닌그라드 추기경은 벨스키를 모스크바로 보냈고 짧은 기간 내에 그를 상층부로 진입시켜 놓았다. 
 
 


 일반적인 예상에 따르면 게르만 스비제르스키는 벨스키가 정치국에 진입하기도 전에 그를 짓밟고 매장시키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어야 했다. 어쨌든 벨스키는 가장 위협적인 정적의 후계자인데다 놀랄 만큼 빠르게 세력을 구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비제르스키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1976년에는 꽤 중요한 행사였던 크레믈린 여름 축제의 조직위원장을 맡은 후 벨스키를 위원으로 추천하기까지 했다. 사람들이 놀라서 이유를 물었을 때 스비제르스키는 벨스키가 중앙위원들 중 극장에 대한 조예가 가장 깊은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틀에 박힌 대답을 했다. 물론 그 묘사에 더 들어맞는 인물은 드미트리 마로조프였지만 벨스키 역시 부모가 극장 출신이었으므로 틀린 말은 아니었다. 게르만 스비제르스키 역시 그쪽으로는 전문가 수준의 지식과 열정을 자랑하는 인물이었는데 특히 발레를 좋아해서 70년대 초부터는 모스크바 콩쿠르를 조직해 직접 후원하고 있었다. 
 


 
 벨스키는 당시 스비제르스키가 자신을 끌어들인 이유를 적어도 두 가지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 그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스비제르스키는 마로조프에 대한 증오와는 별개로 벨스키에게는 뚜렷한 적대감을 내세우지 않았고 실제로 지금까지 크게 부딪친 적도 없었다. 벨스키 역시 그를 진짜 적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게르만 스비제르스키가 정말로 누군가를 파멸시키려고 마음을 먹는다면 살아남을 상대는 거의 없었다. 몇 년 전 드미트리 마로조프가 정치국에서 서기국으로 옮겼을 때 정계에서는 마침내 스비제르스키가 오랜 라이벌을 몰아내고 승리를 거뒀다는 얘기가 오갔다.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마로조프에게는 자신만의 계산이 있었다. 벨스키는 마로조프가 자리를 옮겼을 때 스비제르스키가 전혀 기뻐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같은 모스크바 의원이었고 문화예술 정책과 관련된 각종 위원회들에도 함께 관여하고 있었기 때문에 벨스키는 정치국 회의를 제외하고서도 스비제르스키와 얼굴을 맞댈 일이 잦았다. 미샤가 볼쇼이에 있었던 1977년에는 극장에서 더 자주 마주치곤 했다. 당시 이반 노비코프는 미샤를 볼쇼이로 데려오기 위해 벨스키와 스비제르스키에게 동시에 로비를 진행했으므로 별로 놀랄만한 일도 아니었다. 
 


 
 미샤에게는 벨스키나 스비제르스키 외에도 공공연한 지지와 후원을 내세우는 고위직 인사들이 이미 여럿 있었는데 모스크바로 옮겨오자 그들의 수는 더 늘어났다. 레닌그라드에서와 마찬가지로 볼쇼이에서도 미샤 야스민의 열광적 팬들은 순식간에 불어났는데 전통적인 발레 애호가들과 잘생긴 무용수에게 넋을 놓는 아가씨들 외에도 교양인으로 자처하는 노멘클라투라들의 비중이 갈수록 커졌다.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무용수에 대한 그들의 열광에는 분명 유행에 따르는 부르주아 아가씨들 같은 측면도 있었지만 그래도 그건 무엇보다도 재능 때문이었다. 예술에 대한 조예가 깊지 않은 사람들이라 해도 지금 무대 위에 있는 젊은 청년이 다른 무용수들과는 확연하게 구별된다는 것, 그 춤에서는 도저히 눈을 뗄 수 없다는 것, 똑같은 옷을 입히고 똑같은 분장을 시켜서 수백 명 사이에 세워놓아도 단숨에 그를 찍어낼 수 있으리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재능이 전부는 아니었다. 한때 벨스키는 마로조프가 왜 그렇게 오랫동안 그를 후원했는지, 그 많은 애인들 중 왜 하필이면 스캔들을 몰고 올 가능성이 가장 큰 상대를 그렇게 아끼는지 의문했었다. 그가 아는 마로조프는 결코 감상적인 인물이 아니었고 무대 위의 예술가와 현실 속의 젊은 사내아이를 동일시할 만큼 얄팍한 교양의 소유자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벨스키는 전에도 미샤의 무대를 수차례 본 적이 있었고 그 재능에 감탄했지만 이후 크레믈린 축제 개막 리셉션에서 그를 직접 만났을 때에야 왜 그 냉철하고 비밀스러운 드미트리 마로조프가 그 무용수에게 깊은 애정을 품고 있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게오르기 벨스키는 단 한 번도 도착자들의 욕망이 작용하는 방식을 제대로 이해해본 적이 없었다. 그는 지극히 정상적인 남자였고 여자들과의 접촉이 어려웠던 군 시절에도, 혹독했던 비행 훈련 시절에도 결코 남자들에게 성적 충동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사단 내에 비밀스러운 관계를 맺고 있는 동료들이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챘을 때도 그는 밀고하거나 소문을 퍼뜨리지는 않았지만 그게 매우 비정상적인 행위이며 일종의 질병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랬기 때문에 그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며 정치적 롤 모델인 드미트리 마로조프가 여자들뿐만 아니라 몇몇 남자 애인들을 거느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웬만해서는 놀라는 일이 없는 그조차도 조금 충격을 받았다. 게르만 스비제르스키 같은 경우는 물론 달랐다. 스비제르스키는 무자비한 학살자라는 이미지 외에도 난잡하고 폭력적이며 가학적인 바람둥이라는 평판이 워낙 파다했기 때문이다. 그는 은사의 성적 취향에 대해 아무런 도덕적 판단을 하지 않으려고 애썼고 아마도 그런 도착적 욕망에 사로잡히는 사람들의 경우 적어도 둘 중 하나는 태어날 때부터 남성성이 결핍된 존재, 잘못된 육체를 입고 태어났을 뿐 실지로는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지닌 존재일 거라고 결론을 내렸다. 물론 벨스키가 아는 마로조프는 결코 그런 인물이 아니었으므로 그 결론은 상대 애인들을 향한 것이 되었다. 
 
 


 그는 리셉션 테이블에서 미샤 야스민을 만났을 때 그 결론을 폐기했다. 적어도 미샤에게는 그 판단이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아무런 노력 없이도 타인을 매료시키고 끊임없이 자극을 가하는 부류의 사람들이 있었다. 그 자극의 종류는 매우 다양했고 어떤 경우에는 부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도 있었지만 정계에서 제대로 출세하기 위해서는 그런 타고난 힘이 필요했다. 마로조프와 스비제르스키, 물론 벨스키에게도 그런 힘이 있었다. 그리고 종류는 달랐지만 미샤에게도 그런 힘이 있었다. 상대방을 순식간에 사로잡고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힘. 그 젊은 무용수에게서 발산되는 성적 자력이 너무 강렬해서 벨스키는 왜 그가 그렇게 많은 팬들을 몰고 다니는지 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5년이 지난 지금도 벨스키는 미샤가 왜 그렇게 주변 사람들에게 강력한 반응을 불러일으키는지 정확히 규정하기 어려웠다. 사람들은 그를 격렬하게 원하거나 격렬하게 미워했다. 중간은 없었다. 그게 다양하게 뒤섞인 혈통에서만 나올 수 있는 외모의 아름다움 때문인지, 아주 강인하고 단단하면서도 때로는 사춘기 소년 같고 때로는 양성적으로 느껴지는 그 무용수의 육체 때문인지, 혹은 언제나 정면을 똑바로 바라보는 그 찌르는 듯한 시선과 결코 타인 앞에서 겁먹거나 물러서지 않는 태도 때문인지 똑바로 가늠하기가 힘들었다. 단 한 가지만은 분명했다. 미샤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심신을 산란하게 만들었는데 완벽하게 정상이며 성적 도착과는 거리가 먼 벨스키도 그 자력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애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적이 거의 없고 미샤 야스민의 경우라면 정식 후원 입장조차 밝힌 적이 없는 드미트리 마로조프는 딱 한 번, 벨스키와 대규모 예술행사 추진 관련 회의를 진행하다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 야스민? 걘 불로 만들어진 애야. 가슴을 갈라보면 불과 바람 밖에 없을 걸. 그런데 레닌그라드에 꽉 잡혀 있어. 물과 돌의 도시에. ”
 
 


 벨스키는 오랫동안 그 마지막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한 달 전 미샤가 파리에서 그런 논란을 일으키고도 순순히 소환되어 재판에 회부되기 전까지는. 그때 그는 충분히 남을 수도 있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실패했다면 선례에 따라 요원들이 그를 죽였을 수도 있으니까. 실지로 파리 측 보안위원회 책임자 겐나디 마슬로프는 모스크바에서 허가만 내려온다면 기꺼이 사살 명령을 내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유럽 예술계와 그 잘난 서방 언론들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때 파리에는 드미트리 마로조프가 있었다. 아마 결코 그를 살해하게 내버려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당국이 마지막 순간 방침을 바꿔 미샤를 파리에 보내도록 배후에서 힘을 쓴 장본인이었으니까.
 


 
 한밤중에 사라졌을 때 미샤는 디나 로쉬의 도움을 받아 곧장 프랑스 정부에 망명 신청을 할 수도 있었다. 프랑스가 싫었다면 미국이나 영국 대사관으로 갈 수도 있었다. 파리에는 그를 위해 모든 위험과 어려움을 무릅쓸 사람들이, 그것도 디나 로쉬를 필두로 한 예술인들뿐만 아니라 상당히 힘 있는 인사들이 많이 있었다.
 


 
 미샤는 춤과 무대 외에는 아무 것도 모르는 일반적인 무용수들과는 달랐다. 상당히 똑똑한데다 순발력이 좋은 애였다. 영어와 프랑스어 양쪽으로 꽤 수월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고 다년간의 투어와 협업, 페스티벌 등을 통해 친해진 미국과 유럽 각국 지인들이 있었다. 냉전 분위기가 완화되었던 시절 외국어라고는 단 한 마디도 모르고 바깥에 아는 사람이라고는 이전에 망명한 친척이나 유태계 서클 외에는 아무도 없는 사람들도 우후죽순처럼 이민 신청을 했었던 것을 떠올려보면 미샤는 서방 세계에 남아도 전혀 어려움을 겪을 타입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 재능. 아마 각국 최고의 극장들에서 붉은 카펫을 깔아놓고 돈다발을 안기며 그를 서로 끌어가려고 경쟁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남지 않았다.




 
 
 감시를 따돌리고 디나 로쉬의 아파트로 사라졌던 그날 밤 요원들은 결국 그의 행방을 찾아내지 못했다. 새벽이 다 되어갈 무렵 겐나디 마슬로프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감시 요원들에게 징계를 내렸고 행여 그 건방진 놈이 정말 망명이라도 한다면 일주일 이내에 최정예 요원들을 파견해 가장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암살해주겠다고 펄펄 뛰었다. 파리든 런던이든 뉴욕이든, 심지어 도쿄나 홍콩으로 도망친다 해도 눈 깜짝할 사이에 찾아내 팔다리를 자르고 두 눈을 도려낸 후 살가죽을 벗겨버리겠다고 이를 갈았다. 막상 미샤가 이른 아침이 되어 제 발로 호텔까지 돌아왔을 때 마슬로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것이 아니라 더욱 분노했다. 아마 당의 허가를 받아 합법적으로 그 배반자를 죽여 버릴 수 있는 기회를 영영 놓치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격렬한 사랑과 격렬한 증오. 겐나디 마슬로프는 물론 후자에 속했다.



 벨스키는 마슬로프를 비롯한 강경파들이 어리석게 대응했다고 생각했다. 미샤에게는 이미 비슷한 전적이 많았다. 그때도 그는 몇 번이고 사라져버릴 수 있었지만 언제나 돌아왔다. 돌아온 그를 호텔 방에 가두고 당일로 다가온 공연에 출입 금지시킨 것도 멍청한 조치였다. 그 화제의 공연이 예술감독 없이 올라갔는데, 그것도 국제 예술계로부터 그토록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인물이 자기 작품을 지휘할 수 없게 되었는데 언론이 가만히 있을 리가 만무했다. 그래도 그때까지는 상황이 그렇게 엉망은 아니었다. 미샤를 파리에서 소환한 후 비공개 재판에 회부했을 때부터 모든 것이 돌이킬 수 없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스비제르스키는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다. 그 철저하고 계산적인 인물에게는 드문 일이었다. 보좌관과 비서는 눈에 띄지 않았고 경호원들도 바깥쪽 홀에 배치되어 있었다. 벨스키도 자기 경호원들을 홀에 남겨두고 들어갔다. KGB 요직 출신답게 스비제르스키는 언제나 도청을 비롯한 보안 문제에 각별히 관심을 기울였기 때문에 그 카페의 작은 방은 완벽하게 깨끗할 것이 분명했다. 물론 그 ‘완벽‘이라는 것은 관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벨스키가 테이블에 앉았을 때 스비제르스키가 인사도 없이 불쑥 말했다.



 “ 당신이 해결해야겠어. 난 내일 회의 안 들어가니까. ”



 “ 발의하신 분이 들어가지 않으면 누가 진행한다는 건지. ”



 “ 돔브로프스키가 할 거야. 파리 대사관 경력이 있으니까. 크라베츠는 제믈랴코프를 밀겠지만 그놈이야 당신이 맡을 수 있겠지. ”



 “ 왜 빠지려고 하시는지 모르겠군요. 그 친구를 모스크바 센터로 옮긴 장본인에다 내일 회의 소집도 주도하신 분이. ”



 “ 내 손으로 루뱐카에 찬물을 끼얹을 수는 없지 않겠나. 아무리 그 병신들이 천치 같은 짓을 저질렀다지만 내일 회의에서 발언하는 건 또 다른 문제지. 더 이상 개입하면 역효과야. ”



 “ 루뱐카가 진짜 문제는 아닐 텐데요. 의원님은 지금은 보안위원회 직접 관할이 아니니까. 죄수와의 가까운 관계 때문에 발언 취지를 의심받을 수는 있겠군요. 제믈랴코프가 그런 식으로 접근하려고 하겠죠. ”




 스비제르스키는 화도 내지 않았다. 매처럼 날카로운 눈매에 차가운 웃음을 잠깐 흘리며 대꾸했을 뿐이었다.



 “ 당신 지금 날 떠보고 있는 건가? 그 전에 레닌그라드에 가서 그 노인네에게 왜 내일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지 물어보지 그래. ”



 물론 벨스키는 그 도발에 넘어가지 않았다. 그는 스비제르스키가 아직도 미샤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마로조프의 신경을 긁기 위해서라고 믿어 왔다. 그 가학적인 카사노바는 어린 애인들을 좋아했고 항상 상대들을 갈아치웠기 때문이다. 벨스키는 애초부터 마로조프가 아니었다면 게르만 스비제르스키는 미샤를 손대지도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폭군 같은 인물이라면 훨씬 고분고분하고 사랑스러운 상대를 골랐을 것이 분명했다. 미샤 야스민은 물론 그런 성격과는 거리가 멀었다. 



 “ 제믈랴코프야 별 문제되지 않을 겁니다. 크라베츠는 물러서지 않을 거고. ”



 “ 물론 그렇겠지, 이게 다 그 얼간이 작품이니까. 그놈은 애초부터 문화나 예술이란 단어가 붙은 것들은 전부 싫어했어. 할 수만 있다면 볼쇼이건 키로프건 전부 탱크로 밀어버리고 레닌 동상이나 세워댔을 걸. 트레치야코프와 므하트에 들어가는 예산이 아깝다고 전부 폐쇄하고 싶어 하는 놈이야. 시대착오적인 병신 같으니. ”



 “ 크라베츠는 예술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아예 관심이 없는 부류죠. 그건 서로 다릅니다. 그래서 좀 의외였죠, 왜 걜 그렇게 없애고 싶어서 안달이었는지. 그 비공개 재판부터 시작해서 프시후슈카까지 전부 크라베츠가 주도했잖아요. 7년형이라니. 게다가 약물 교화. 뭘 얼마나 대단한 배반 행위를 했다고. 콜리마가 아직도 남아 있었으면 거기 처박았을지도 모르겠군요. ”



 “ 그 재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



 “ 글쎄요, 게르만 알렉세예비치, 당신이 아는 것만큼만 알고 있겠죠. 우리 둘 다 거기 들어가지 않았으니까. ”



 “ 아니, 난 당신보다는 더 알지. 그쪽은 항상 그럴걸. ”




 스비제르스키는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잠깐 침묵했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어서 왼쪽의 갈색 눈 밖에 보이지 않았다. 유리 안구를 박아 넣은 듯 움직임이 없는 눈동자였지만 안쪽 깊은 곳에서 얼음 같은 분노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 프시후슈카는 제믈랴코프가 밀었지. 7년 때리게 만든 것도 그놈이고. 어차피 그 정도 썩고 나오면 머리가 돌아버리지 않더라도 몸이 굳어서 춤 같은 건 완전히 끝장이니까. 크라베츠는 그런 식으로 생각할 머리도 없어. 그놈은 단순해. 무조건 죽이고 싶어 했으니까. 그놈 구미대로 돌아갔으면 재판 당일 밤에 끌고 가서 총살했을 걸. 덮어씌울 혐의야 수도 없이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 ”



 “ 그자가 그랬던 게 당신 때문인가요, 아니면 드미트리 알렉산드로비치 때문인가요. ”



 “ 흠, 둘 다겠지. 요즘 그 얼간이가 아프가니스탄 때문에 기고만장해져 있으니까. 당신의 그 추기경이 걜 파리로 보냈잖아. 진짜 문제가 시작됐던 뉴욕에도. 그걸로 옭아매고 싶었겠지. ”



 “ 그럼 당신은? ”



 “ 나야 유명하지 않나? 모스크바에서 나만큼 걜 대놓고 후원한 사람이 또 어디 있다고. 발 뺀 척 하고 있는 당신도 물론 그놈 수첩에 적혀 있겠지. 멍청한 놈, 그 과신이 얼마나 갈지 두고 보면 알겠지. 어차피 이번 건 마무리되면 그놈도 버티기 힘들 걸. ”



 “ 그래도 총살시키려고 했다니 어이가 없군요. 즉결 처형이라면 스파이나 테러 죄목을 씌워야 했을 텐데. 크라베츠가 아무리 당신들을 끌어내리고 싶어 했다 해도 그건 너무 무모한데요. ”



 “ 악연이 있거든, 그 얼간이와 우리 깜찍한 꼬마 사이에. ”




 이미 20대 중반인데다 이제 자격을 박탈당하긴 했지만 연방을 대표하는 공훈예술가였던 인물에게 그런 호칭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물론 벨스키는 꼬투리를 잡지 않았다. 어쨌든 스비제르스키는 마로조프와 마찬가지로 미샤를 소년 시절부터 알아왔던 사이였다.




 “ 무슨 악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죽이려고 한 걸 보니 꽤 앙심을 품은 모양이군요. ”



 “ 뉴욕에서 스파이 짓 시키려고 했는데 걔가 거부했거든. ”



 “ 지난 2월에요? ”



 “ 아니, 77년에. 기억 안나나? 볼쇼이 오고 얼마 안돼서 뉴욕에 갔었잖아. ”



 “ 그때 기껏 3일 정도 머물렀던 것 같은데. 훈련도 받지 않은 아마추어가 대체 뭘 할 수 있다고. ”



 “ 아, 할 수 있는 게 있었지. 국무성의 고위직 인사 하나를 포섭하고 있었거든. 예쁜 사내애들을 좋아하는 취향이었지. 미제 자본주의자는 자기 욕망에 아주 충실해. 우리에게 그걸 숨기지도 않았어. 조건을 한 대여섯 가지는 걸었는데 그 중에 죽었다 깨나도 미국에서는 못 가져볼 볼쇼이 무용수도 들어있었던 거지. 대놓고 걜 찍었어, 이름까지 박았으니까. 아니면 왜 걔한테 그렇게 빨리 뉴욕행 허가를 내줬겠나, 키로프에 있는 동안 번번이 그쪽 투어는 금지 당했었는데. 그런 출신 성분에 그보다 더 지저분한 서류를 가진 앨 몇 달 만에 금세 뉴욕으로 보내준 게 볼쇼이 이름값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면 당신 아직 배워야 할 게 많은데. ”



 “ 윌리엄 모튼 얘기인 것 같군요. 그때 크라베츠가 뉴욕에서 그 미사일 프로젝트 추진하다 실패했죠. 그때까진 보안위원회 쪽에 있었으니까. 당신과도 관계가 나쁘지 않았죠. ”



 “ 난 분명히 그자에게 충고해줬다네. 그 말썽꾸러기를 그쪽으로 굴릴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말라고. 절대로 말 안 들을 거라고 말야. 어찌나 머리가 나쁜지 내 말을 안 믿더군. 내가 사심 때문에 그러는 거라고 굳게 믿었지. 대가리에 똥만 들어찬 병신 같으니. ”



 “ 물론 미하일이 말을 안 들었군요. ”



 “ 당연히 안 들었지. 크라베츠 면전에서 자기한테 한 번만 더 그런 명령을 내리면 그 양키 놈 물건을 물어뜯어서 잘라버릴 거라고 대들었다던데. 그 예쁜 입에서 어찌나 지저분한 욕지거리가 쏟아져 나왔는지 크라베츠가 꼭지가 돌아서 걜 몇 대 두들겨 팼지. 두 시간 뒤에 공연이 있어서 제대로 패지도 못했지만. ”



 “ 강제로 보낼 배짱은 없었나보군요. ”



 “ 당신은 정말 미셴카를 아직도 잘 모르는군. 걘 정말 자기가 말한 그대로 했을걸. 크라베츠는 얼간이 천치지만 그 자식이 대드는 걸 보고 그 정도는 깨달았던 거지. 그래서 그때부터 무시무시하게 앙심을 품은 거야. 자기가 멍청해서 작전을 말아먹어놓고 그 책임을 걔한테 돌린 거지. 병신 같은 놈, 어차피 모튼은 안 될 카드였어. 걜 수십 번 안겨줬어도, 모튼이 기밀을 내줬어도 그 닭대가리로는 아무 것도 제대로 못 해냈을 거야. ”


 

 “ 크라베츠는 사람을 제대로 다룰 줄 몰라요. 아마 미하일도 그래서 더 발끈했겠죠. ”



 “ 글쎄. 걘 누가 명령하든 말 안 들었을 걸. 내가 시도 안 해본 줄 알아? 그전에 이미 런던에서 비슷한 경우에 써먹어보려고 했어. 다짜고짜 칼질부터 해댔지. ”



 “ 당신을 찌르려고 했다고요? ”



 “ 설마. 아무리 야수 같은 꼬마라도 내게 그런 짓은 못하지. 하긴 감히 내가 보는 앞에서 자기 가슴에 칼을 쑤셔 넣으려고 했으니까 더 용서가 안 될 일이지만. 발레 무대 따윈 아무 것도 아니야, 그 조그만 것이 얼마나 드라마틱하게 굴 수 있는지 상상도 못할 걸.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지. ”



 “ 자해하려고 했던 것 말인가요? ”



 “ 아니, 내 명령에 복종하지 않은 게. ”   




 
 벨스키는 잠시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도자기 잔을 집어 들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는 커피보다는 차를 선호했고 이렇게 늦은 오후에는 둘 다 입에 대지 않았다. 어쨌든 커피는 훌륭했다. 게르만 스비제르스키가 어떤 인간이든, 그의 취향만은 언제나 최상이었다. 그런 면에서는 드미트리 마로조프와 비슷했다. '같은 나무에서 자란 두 개의 열매죠.' 이전에 모스크바에서 어느 외교 행사에 불려갔을 때 미샤가 그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맥락은 기억나지 않았지만 미샤가 벨스키와 함께 있을 때 그 두 사람에 대해 언급했던 것은 그때가 유일했다.



 “ 그 사진. ”



 잔을 내려놓으면서 벨스키가 불쑥 말했다. 스비제르스키는 표정이 변하지도 않았다. 그 말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 해결하라고 등을 떠미시니 움직이기는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럼 솔직하게 얘기해 주시죠. 당신 작품이라고 생각되는데. ”



 스비제르스키는 코웃음을 쳤다.



 “ 크라베츠야 그렇게 믿고 있겠지. 당신은 아니잖아. 누가 그랬는지는 잘 알고 있을 텐데. ”



 “ 글쎄요, 그건 걜 레닌그라드 센터에서 모스크바로 이송할 때 찍혔어요. 당신이 바로 그 자리에 있었는데 그런 사진을 찍어서 유출할 배짱이 있는 자가 과연 있기나 할지 모르겠군요. ”



 “ 왜, 당신이 그렇게 했다고 인정은 못하나? ”



 “ 전 그럴 만한 위인이 못 됩니다. 어떻게 감히 게르만 알렉세예비치 당신 앞에서. ”



 “ 당신은 그럴 만한 위인이 못 되는 게 아니라 그런 스타일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이지. 그걸 보면 그 노인네와는 닮지 않았어. ”




 스비제르스키의 갈색과 푸른색 양쪽 눈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반쯤은 부드럽게까지 느껴지는 표정이었는데 벨스키는 그 눈빛을 볼 때마다 베를린과 런던에서 암살 명령을 내리던 순간도 저랬을 거라고 생각하곤 했다.




 “ 모르는 척 구는 건 그만 두시지. 추기경이 한 짓이잖아. 재판 정보 흘린 것도, 파리 쪽 계속 쑤셔댄 것도 전부. 딱 그 작자 스타일이지. 절대 앞으로 나서지 않아. 자기 손을 더럽히는 일도 없지. 당신의 드미트리 알렉산드로비치께서 최근 20년 동안 없앤 놈들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 난 비교도 안돼. 그런데도 피칠갑을 하고 온갖 욕을 먹는 건 전부 이쪽이지. 참 존경스럽단 말이야. ”



 “ 그분은 그런 일에 개입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파리에서 돌아온 후 완전히 손을 뗐어요. ”



 “ 누군들 좋아하겠나. 그런 일이라고 했지. 그게 누구인지가 중요하지. 그 작자가 손을 떼? 마누라와 자식들이라면 몰라도 그놈에게선 절대 손 못 뗄 걸. 그 작자가 10년 동안 그 조그만 귀염둥이를 얼마나 역겹게 끼고 돌았는지 모르나? 그리첸코가 벌써 2월에 그걸로 엮어서 두들겨보려고 했었지. 분수를 모르고 나대다가 크라스노다르로 쫓겨났지만. ”




 벨스키는 스비제르스키가 내뱉는 문장들에서 주어를 마로조프 대신 화자 자신으로 바꿔도 무방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게르만 스비제르스키가 미샤를 자신의 정부로 만든 것은 마로조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을지도 몰랐다. 어쨌든 그로서는 결코 관여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었다.



 “ 하여튼 사진 잘 찍었던데. 서방 부르주아들 심금을 울리다 못해 갈갈이 찢어놓을 정도로. 모마나 퐁피두에서 소장하고 싶을 거야, 추기경에게 그거 찍은 놈 미국으로 보내라고 해. 퓰리처라도 안겨줄지 누가 아나. 난 개인적으로 그 사진 별로 마음에 안 들지만. 그 뻔한 피에타 구도라니, 완전히 숨넘어간 것처럼. 뭐 일부러 그렇게 찍었겠지, 반체제 예술가에 인권 탄압이 합쳐지면 껌벅 죽는 그 위선자들 발칵 뒤집어놓으려고. ”



 “ 그렇지 않아도 벌써 뉴욕에서는 그걸로 기습 전시를 열었죠. 사진에 판화, 비디오 아트를 섞어서. 피에타 버전으로 팸플릿 찍어낸 것도 있었고. 하긴 우리 대사관들에도 그 팸플릿들 수도 없이 투척됐으니 잘 아시겠군요. 구도가 마음에 안 드신다니 유감이지만. 하필 들어서 옮길 때 찍혔더군요. ”



 “ 구도가 마음에 안 드는 게 아냐. 그 자식이 진짜 죽은 것처럼 찍혀서 그렇지. 실제로 보면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어. 좀 궁금하긴 한데, 나중에 그 사진 보면 그 녀석이 어떻게 반응할지. 뭐 뻔하지, 화내고 삐치겠지. 또 칼질이나 안 하면 다행이지. ”



 “ 그런 비참한 상태에 빠진 걸 몰래 찍어 배포해서? ”



 “ 예쁜 구석이 하나도 없게 찍혔으니까. 무대에 올라가는 놈들 다 똑같은 거 모르나? ”



 “ 2월부터 올라가지 않았죠. ”



 “ 올라가게 될 거야. ”



 “ 글쎄요. 회복되기나 할지 모르겠군요. 최악의 경우는 그 친구가 죽는 거죠. 그럼 아주 불쾌한 상황이 벌어지겠죠. 미국 놈들은 말할 것도 없고. ”





 
 벨스키는 파리와 런던 측과 진행되다 이 사건을 빌미로 중단된 몇 가지 비밀 협상에 대해 굳이 언급하지는 않았다. 스비제르스키는 그 이상으로 잘 알고 있을 터였다.




 “ 죽지는 않을 거야. ”



 “ 아직 깨어나지 못한 걸로 아는데. 거의 일주일째 의식이 없는데 어떻게 그리 확신하시는지. ”



 “ 해독제고 뭐고 전부 중단시켰거든. 놔두면 일어날 거야. 질긴 놈이라서. ”



 “ 부작용 일으키는 체질인 건 어떻게 아셨는지 모르겠군요. 그라도프 보고서에도 그런 내용은 없던데. 아니, 애초부터 왜 루뱐카 심문실에 들여보냈던 건지도 모르겠고. 그때 어린애였잖아요, 열일곱 살이었나. ”



 “ 일종의 예방책이었던 거야. 이런 일에 대한. ”



 “ 그럼 별 소용이 없었던 셈이군요. ”



 “ 아니, 적어도 7~8년은 막았으니 효과가 아예 없지는 않았지. 당신은 걔가 약물을 얼마나 무서워했는지 모를걸. 진짜 웃기는 놈이야. 칼을 쑤셔 넣고 총알을 박아 넣는다 해도 눈 하나 깜짝 안할 놈이 그 주사는 끔찍하게 두려워했어. 자기 힘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게 무서웠던 거겠지. 그러니 제믈랴코프는 크라베츠에 비하면 머리가 잘 돌아가는 놈이야. 제대로 된 처벌을 때린 거니까. ”



 “ 그라도프에게 걔 버릇을 고쳐주게 했던 게 당신이었나요? ”



 “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는데. ”



 “ 해독제에 부작용 일으키는 것까지 알고 계시니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요. ”



 “ 내가 그라도프에게 걜 보내지 않았을 수도 있지. 손봐주라는 명령 따위 내리지 않았을 수도. 사실 그라도프가 해독제를 썼을 때는 큰 문제가 없었어. 카첸카도 딱 두 시간 분량만 계산해서 놨고 다른 것과 섞지도 않았거든. 약효가 꽤 오래 갔다는 것 빼고는 모두 완벽했지. 그 친구는 다른 건 몰라도 그쪽으로는 진짜 프로였어. 어쩌면 내가 그 건방진 꼬마를 따로 불러서 그걸 다시 썼을지도 모르지. 그 조그만 게 일반적인 애들과는 완전히 다르게 반응한다는 걸 알았을지도 모르고. ”



 “ 그 ‘완전히 다르게‘ 란 건 어떤 반응이었죠? ”



 “ 일어나는 데 다른 애들보다 두세 배는 더 오래 걸렸지. 깨어났을 때도 정신은 계속 오락가락하고 몸은 아예 못 가눴어. 그때도 해독제 맞고 쇼크 일으켰지. 그 망할 놈의 라브로프가 그걸 계속 쓰지만 않았어도 그 정도로 엉망이 되지는 않았을 거야. ”



 “ 무용수로서의 재능을 아끼셨던 걸로 아는데 왜 그렇게 대하셨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그때 몸이 망가질 수도 있었을 텐데. ”



 “ 그런 체질인 걸 알았다면 아마 그렇게 안 했겠지. 하긴, 알았어도 달라질 건 없었을지도 모르겠군. 걘 정말 재미있는 애거든. 그렇게 빨리 쇼크를 일으켰던 건 아마 샴페인에 탔기 때문이었을 거야. 라브로프도 알콜 계열 약물을 섞었더군, 그래서 그 꼴이 된 거야. 그때 샴페인 한 잔으로도 완전히 맛이 갔었으니까. 손끝 하나 움직이지 못했지. 울다가 화내다가 부탁하다가 소리 지르고, 또 울었다가 화내고 기절하고. 그래도 계속 반항했지. 어디서 그런 성깔이 나오는지. 나중에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주제에 극장까지 기어가서 리허설에 들어가던데. 다음날인가 무대에도 올라갔어. 조그만 게 그렇게 깜찍한 근성을 보여주는데 내버려둔다는 게 더 이상하지 않나. ”




 벨스키는 치밀어 오르는 혐오를 숨기지도 않은 채 불쑥 말했다.




 “ 너무 많은 얘길 해주시는군요. 지금 얘기 절반만 알려져도 아주 곤경에 처하실 텐데 절 너무 믿는 것 아닌지. ”



 “ 내가 당신을 믿는다고? 설마. ”




 스비제르스키의 눈에 다시 그 부드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이번에는 입술 한쪽이 함께 치켜 올라갔다.




 “ 추기경의 사진과 내 샴페인. 둘 다 같은 거야. 뭐 당신이 마침내 개심해서 그 노인네 등에 칼이라도 꽂는다면야 얘긴 달라지겠지만. 게다가 그 사진을 제외하더라도, 뉴욕 쪽 시위 배후에 당신도 한 발 들여놓고 있다는 것쯤은 알아. 그러니 당신에 대한 내 신뢰를 너무 맹신하지 않는 게 좋을 걸. ”



 “ 누가 당신을 무턱대고 믿겠습니까, 그러다가 그리첸코 꼴이 나라고. 조만간 크라베츠도 같은 배를 탈 것 같은데. ”



 스비제르스키는 이제 웃지도 않았다. 믿을 수 없게도 아직까지 김이 오르고 있는 뜨거운 커피 쪽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조그만 잔에 위스키를 따라 벨스키에게는 권하지도 않고 훌쩍 마셨다.




 “ 자, 어떻게 하겠나. 돔브로프스키는 아직도 추방 카드를 포기 못하더군. 멍청한 놈. 지금 상황에서 추방하면 그건 진짜 영웅을 만들어주는 꼴이지. 뭐 죽어버리는 것보다야 상황이 나을 수도 있겠지만. 살아 있는 영웅보다 더 무서운 건 순교자 나부랭이니까. ”



 “ 차라리 파리에서 망명을 했으면 서로 편했겠죠. 그때까진 배반자에 미친놈이라고 몰아붙일 수 있었으니까. ”



 “ 아, 역시 당신은 그 노인네와 한통속이야. 차라리 망명? 벌써 몇 놈을 그렇게 보내줬는데. 게다가 걘 그놈들과 또 달라. ”



 “ 다를 게 또 뭐가 있다고요. 솔제니친이나 브로드스키도 내쫓은 판에. ”



 “ 다르지, 우리 꼬마는 작가 나부랭이가 아니잖아. 무대에 올라가는 놈이지.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나, 카메라가 아주 예뻐할 걸. 게다가 춤추는 놈 치곤 너무 똑똑해서 탈이야. 미국 놈들이 얼마나 좋아하면서 자기들 프로파간다에 내세우겠나. 자본주의자들에겐 잘난 얼굴, 잘빠진 몸매면 전부 끝나. 아, 하나 더 있군. 섹스라면 사족을 못 쓰지. 2월에 그 녀석이 뉴욕에서 올렸던 공연이 왜 그렇게 이슈가 됐겠어. 그런 놈을 망명하게 내버려두는 건 멍청한 짓이야. 양키들 체제 선전의 귀염둥이가 될 걸. ”



 “ 정말 그렇게 믿는 건 아니시겠죠. 어느 쪽이든 프로파간다에 집어넣으면 도망칠 성격인데. ”



 “ 본인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관계없어. 우리도 썼잖아, 이 행사 저 행사 많이도 끌고 다녔지. ”




 벨스키는 시계를 힐끗 보았고 반쯤 마신 커피 잔에 손을 뻗으려다 그만두었다. 왜 스비제르스키의 잔에서는 아직도 김이 오르고 있는데 자신의 커피는 미지근하게 식어버렸는지는 수수께끼에 가까웠다. 아마 게르만 스비제르스키에게는 상대방을 미세하게 깔아뭉개는 수십 수백 가지의 방법이 있을 터였다. '그래봐야 10년. 더는 못 갈 걸.'  벨스키는 평온한 마음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 이제 가봐야겠군요. 제믈랴코프가 좀 떠들게 내버려둘 겁니다. 어차피 이제 안 먹힐 게 뻔해요. 그 사진 이후 상황이 많이 바뀌었으니까요. 의원들 사이에서도 좀 너무했다는 분위기고. 예술가란 놈들이 정신 나간 짓거리 하는 게 하루 이틀이 아닌데 그렇게 유망한 애를 그 정도로 망가뜨릴 필요가 있냐는 거죠. 어떻게 보면 걔한테는 사진 공개된 게 행운이죠, 강경파 내에도 동정표가 모였으니까. 쿨리마코프야 무조건 풀어주자고 하겠지만 그 양반이야 물러터진데다 옛날부터 너무 열광적인 걔 팬이었으니 설득력이 없겠죠. ”



 “ 물론이지. 게다가 풀어줘 봤자 키로프에선 절대 안 받아줘. 발레단 명부에서도 완전히 삭제됐어, 무용수든 안무가 쪽이든 전부. 다닐로프가 지금 얼마나 전전긍긍하고 있는지 아나. 극장 애들 전부에게서 그놈과 반체제 불온사상에 대한 대화를 나눈 적도 없고 전복적인 행동은 더더욱 한 적 없다는 서약서까지 받았지. 뭐 다닐로프가 받아주고 싶다고 애원을 해도 돌려보낼 일은 없을 테지만. 절대 안 되지. 우리 꼴이 뭐가 되라고. ”



 “ 뭐 이미 체면이야 구겨질 대로 구겨졌죠. ”




 
 타이의 주름을 바로잡으며 벨스키가 말을 이었다.



 “ 내년이 가브릴로프 300주년이에요. 극장은 100주년이고. 4월에 맞춰 새 건물 짓고 있지요. 행사 크게 진행할 겁니다. 먀흐킨에겐 그럴만한 능력이 없으니 새 예술 감독이 필요하겠죠.  ”



 “ 아, 당신 고향 말이지. 그 촌구석. 하긴 당신 덕에 요즘 환골탈태하기 시작했다지. 볼쇼이나 키로프도 성에 안 차서 자꾸 딴 짓을 하던 놈을 그 시골에 처박아 놓으면 견딜 수나 있을지 모르겠군. 뭐 난 반대 안 해. 당신이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 하여튼 내일 해결하면 그놈한테도 가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곧 깨어나겠지. ”



 “ 직접 가시지 않고요? 그 프시후슈카에서 끌어내셨으면서. ”



 “ 내가 그랬다는 걸 알면 다시 칼질이나 해대겠지. 그 성깔이 어디 가겠나. 하긴 한동안 그 손에 뭘 제대로 쥘 수나 있을지 모르겠군. 난 일주일 쯤 모스크바 비울 예정이야. 잘 알고 있을 텐데. ”



 “ 그 베를린 건 때문이겠죠. 보안위원회 쪽은 이제 손 떼신 것처럼 행동하시더니. 역시 급한 일이 터지니 그쪽에서도 전문가를 필요로 하나보군요. ”




 
 “ 다 알면서 아무 것도 모르는 양 신사적으로 구는 게 당신 특기지. 하긴, 그래서 내가 당신을 좋아하지. ”




 벨스키는 그 색깔이 다른 두 눈에서 조롱의 기색을 읽으려고 했지만 게르만 스비제르스키의 매처럼 날카로운 얼굴은 아주 침착하고 무감각한 가면을 씌워놓은 것처럼 변해 있었다. 그 역시 선호하는 표정이기도 했다.




 그는 간단한 인사 후 방을 나왔다. 나가는 길에 카페 여주인에게 커피의 비밀에 대해 묻고 싶은 충동이 살짝 일었지만 물론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





프시후슈카는 정신교화 수용소의 속어이다.




이 소설을 쓸 때 (참 쓰잘데없이) 각주를 몇개 달았었는데 스비제르스키가 언급하는 '트레치야코프', '므하트', '브로드스키'에 대한 것도 있어 옮겨놓는다. 다 아는 건데 뭣하러! 라고 하신다면 흐흑 죄송합니다.



트레치야코프 : Государственная Третьяковская Галерея
  - 국립 트레치야코프 미술관
  - 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미술관과 더불어 러시아의 대표적인 미술관. 모스크바의 상인 트레치야코프가 소장품들을 전시하기 위해 만든 미술관으로 1918년 국유화되었으며 11세기~ 20세기 초의 13만점 이상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 므하트 : МХАТ
  - 모스크바 예술극장(Московский Художественный Академический Театр)의 약자.
  -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극장으로 1898년 스타니슬라프스키와 네미로비치 단첸코에 의해 창립되었으며 체호프와 고리키를 비롯해 리얼리즘을 지향하는 현대극들을 주요 레퍼토리로 하고 있다.



* 브로드스키
  - 이오시프 브로드스키(1940~ 1996)
  - 소련 출신 시인. 영어식 이름은 조지프 브로드스키. 사회 기생충이라는 죄목으로 체포된 후 1972년 소련에서 추방되었고, 1980년에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198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




그리고 참고로 맨 위에서 언급했던 본편과 데이터 구축용 소설들의 링크들 몇개 줄줄이. dolls 빼고는 전부 토막토막이라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거나 완결되는 글들은 아니다. 하지만 조각조각 읽어도 큰 문제 없음. 그래도 각각의 소설 내에서는 가급적 시간 순서로 링크를 늘어놓았다.




Dolls


01. 에벨리나 http://tveye.tistory.com/6960
02. 미샤 http://tveye.tistory.com/6964
03. 일린 http://tveye.tistory.com/6969
04. 에벨 http://tveye.tistory.com/6972




Frost (모스크바행 비행기 안의 드미트리 마로조프와 미샤)


마지막 동작이 완성되지 않은 춤, 운하를 건너는 미샤  http://tveye.tistory.com/4485
그가 읽었던 불가코프의 문장, 비행기에서, 거장과 마르가리타  http://tveye.tistory.com/4572
타협과 질서의 또다른 이름 http://tveye.tistory.com/6018
미네르바 조각상, 깊은 연못 http://tveye.tistory.com/5650
미샤의 신입 시절, 싸움의 이유, 붉은 장미와 하얀 눈  http://tveye.tistory.com/5469




수용소 장편(이 발췌문이 속한 글)



수용소, 심문자들, 유령들, 인체발화, 다시 세 개의 메모(1부) http://tveye.tistory.com/4748 
체제의 이름, 비행사, 천사 이름 붙은 도시(2부 2장) http://tveye.tistory.com/5589


<3부 : 스타니슬라프 일린과의 면회>
모든 것이 잘못되어 있을때, 수용소 면회실에서의 조우 http://tveye.tistory.com/4521
푸에테와 이반 왕자와 불새 http://tveye.tistory.com/3613
농담에 약한 주인공, 타협, 장식품 애완견 샴페인 캐비아 http://tveye.tistory.com/4468
견딜 수 있을만한 압력, 눈을 돌리고 넘어갈 수 있을만한 더러움 http://tveye.tistory.com/4341




별장의 미샤와 스비제르스키 (데이터 구축용 half)



춤, 레닌그라드 아이 http://tveye.tistory.com/4620
온천수, 주치의 http://tveye.tistory.com/6317
베를린, 적과 아군 http://tveye.tistory.com/4693 
새벽, 연습실의 미샤 http://tveye.tistory.com/6138




트로이와 미샤의 이야기에서


그라도프의 고문 - 사제 없는 고해,심문관의 독백, 혼자 다니는 사람 http://tveye.tistory.com/5348

(이건 스비제르스키와 벨스키가 '그라도프'의 고문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이 있어서. 좀처럼 속을 드러내지 않는 미샤가 트로이에게 그라도프로부터 당한 고문에 대해 토로하는 장면이다)




...






<마지막으로, 짧은 메모>





나는 몇달 째 글을 쓰지 못했다. 생활도, 일도, 몸과 마음도 많이 지쳐 있어서 그럴 수도 있다. 혹은, 에너지가 모자라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새 업무를 맡고 나서는 전보다 더욱 쉽게 지친다. 마음 속으로는 언제나 글에 대해 생각한다. 그러나 생각과 정말로 쓰는 것 사이에는 아주 깊고 또 아주 얕은 간극이 존재한다.



어제 이 수용소 이야기를 비롯해 본편들을 좀 추려 읽었다. 내가 꽤 긴 이 파트를 오늘 전문 발췌하고 또 연관된 예전 글들 링크도 줄줄이 올린 것은 아마도 그럼으로써 자신을 돌아보고 다시 글을 쓰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 들어서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른다. 나에게는 이러한 행위가 유의미하다. 마치 이 폴더가 자신을 돌아보고 글쓰기에 대해 생각하고 이따금 방문자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통로가 되는 것처럼.




..




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Posted by lionta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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