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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8. 5. 22:25

면회 - 발광 페인트 토마토 수프 about writing2017. 8. 5. 22:25

 

 

 

 

 

며칠 전 이 폴더에 글쓰기와 시점에 대한 메모를 올린 적이 있다. 몇년 전 쓴 미샤의 수용소 단편에 대한 글쓰기 메모와 일기였다. 제목은 '1인칭 시점을 선택하지 않았던 이유'. 링크는 http://tveye.tistory.com/6836

 

 

그 수용소 단편은 총 3부로 이루어져 있었다. 수용소 간수가 심리적 화자로 등장하는 3인칭의 1부, 미샤의 후원자였던 공산당 고위간부 게오르기 벨스키가 심리적 화자로 등장하는 3인칭의 2부, 그리고 미샤의 절친한 벗 스타니슬라프 일린의 1인칭으로 전개된 3부인데 각 파트별로 꽤 여러 토막을 이 폴더에 발췌해 올린 적이 있다.

 

 

오늘 발췌하는 부분은 2부. 게오르기 벨스키가 모스크바 비밀클리닉에 입원한 미샤를 후원하러 가서 나누는 대화의 일부이다. 이 파트 바로 앞부분을 전에 발췌한 적이 있다. 여기 발췌문 맨 앞 미샤와 벨스키가 재판에 대해 나누는 이야기 몇 문단은 그때 발췌문 맨뒤와 겹치는데, 그걸 잘라버리면 너무 흐름이 끊겨서 그냥 살려두었다.

 

 

 

이 폴더에야 거의 항상 글을 토막토막 잘라 올리고 있으니 이 부분만 독립적으로 읽어도 크게 문제는 없지만 그래도 앞의 상황이 궁금하시다면 http://tveye.tistory.com/6068 (모스크바 요양소, 재판)를 먼저 읽고 이 파트를 읽으면 된다.

 

 

..

 

 

 

게오르기 이바노비치 벨스키는 앞에서 언급한대로 이 소설의 배경인 1970년대~80년대 초반의 소련 공산당 고위 간부이다.

 

파나예바는 모스크바 비밀클리닉에서 미샤를 담당하고 있는 주치의이다.

 

글루크, 슈스코프는 미샤가 1부에서 갇혀 있었던 수용소의 원장과 정신교화 책임자이다.

 

게르만 알렉세예비치 스비제르스키는 역시 미샤의 오랜 후원자인 공산당 고위 당 간부이자 옛 KGB 고위직 출신이다. 이전에 jewels에서 미샤를 파티에 불러낸 인물이기도 하고 이 본편 우주에서 미샤와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드미트리 알렉산드로비치 마로조프 역시 미샤의 오랜 후원자이자 애인인 당 간부이다. 스비제르스키는 모스크바 의원이고 마로조프는 레닌그라드 의원이다. 그는 이 2부의 심리적 화자인 게오르기 벨스키를 정치적으로 발굴한 대부이기도 하다.

 

 

아사예프는 미샤가 춤췄던 레닌그라드 키로프 극장의 발레단 예술감독, 지나는 미샤의 발레학교 동기이자 발레리나 파트너이다. (지나와 말썽쟁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그 두둥실 지나 ㅋㅋ) 울리얀 세레브랴코프와 옥사나 셰먀코바는 극장 동료 무용수들이다.

 

 

...

 

 

위의 사진은 alex gouliaev가 찍은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의 '젊은이와 죽음' 화보.

 

 

..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 왜 오셨어요, 게오르기 이바노비치? ”

 

“ 파리 때문에. 그 외 다른 문제도. ”

 

“ 파리? 모스크바라고 하셨잖아요. ”

 

 

벨스키는 언제까지 미샤와 이런 식으로 대화를 주고받아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엉망으로 뒤엉켜 있는 머릿속에 간단하게 정보들을 밀어 넣기로 했다.

 

 

“ 여기 오기 전에. 글루크가 있는 수용소에 가기 전에. 파리에 갔었잖아. 그 니진스키 트리뷰트 때문에. 그 전에는 뉴욕에 갔었고. 자네 그 파리에서 도망쳤었잖아. 그래서 문제가 생겼지. 돌아와서 재판 받았잖아, 그래서 그 수용소로 보낸 거고. ”

 

 

미샤가 오른손을 뻗어 허공을 두어 차례 휘저었다. 눈에는 여전히 초점이 없었다. 기억을 되살리려는 듯 고개를 뒤로 젖히며 가볍게 흔들자 거무스름한 멍들로 뒤덮인 목덜미가 드러났다. 맞아서 생긴 상처 같지는 않았다. 그곳을 맞았다면 쇄골이 부러졌을 터였다.

 

 

“ 도망치지 않았어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러 갔었을 뿐이에요. ”

 

 

갑작스럽게 미샤가 아주 또렷하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그 비공개 재판에서도 아마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아무도 그를 변호하려고 나서지 않았기 때문에 미샤는 직접 변론을 했다. 극장 동료들 몇몇이 유리한 증언을 해주려고 자원했지만 모두 자격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참석을 금지 당했다. 벨스키는 그 재판의 일지와 보고서를 훑어보았지만 중간 쯤 읽다가 그만두었다. 미샤의 변론 대부분에는 붉은 줄이 그어져 있었고 그나마 끝까지 이어지지도 않았다. 재판관이 그의 발언을 중단시킨 후 휴정을 선언했고 30분 만에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벨스키는 그런 종류의 재판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 아, 그랬을 거라고 생각해. 정말 도망친 거였다면 지금 여기 있지도 않았겠지. 그래도 기억이 되살아난 것 같군. 자네 소환됐을 때 파리에서 시끌시끌했던 건 생각나나? 호텔 앞부터 공항까지 피켓 시위자들이 몰렸었지. 기자들도. 자네 가고 나서 그 시위가 좀 커졌거든. 게다가 이상한 오해가 생겼지. 헛소문이 퍼져서 상황이 좋지 않았어. ”

 

 

“ 무슨 소문이요? ”

 

 

“ 뻔하잖아. 자넬 시베리아 강제노동수용소에 처박았다는 얘기. 벌써 루뱐카에서 총살했다는 얘기. 제국주의자들 입맛에 맞는 얘기들. ”

 

 

“ 그게 제국주의자들 입맛에 맞는 얘기예요? ”

 

 

 

미샤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몸을 가누기가 힘든 듯 점점 어깨가 비스듬하게 기울어지고 있었다. 볼품없이 들쭉날쭉 잘린 검은 머리칼이 한 움큼 이마 위로 흘러내려왔다.

 

 

 

“ 그 얼간이가 이상한 소리를 했는데... 누굴 소환한다고. 하지만 걘 아무 것도 몰라요. 절 좋아한 적도 없었어요. 그러니까 걘 놔주세요. 그 여자 정말 아무 것도 몰라요. ”

 

 

“ 누구 얘길 하는 거지? 그 여자가 누구야? 얼간이는 누구고? ”

 

 

“ 아, 소환 같은 건 없었군요. 어차피 허풍이라고 생각했었어요. 진짜 역겨운 놈이었어. ”

 

 

벨스키는 그가 글루크나 슈스코프 중 한 명을 언급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파나예바가 정해준 10분은 이미 흘러가버렸고 미샤와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결론부터 말해주기로 했다.

 

 

“ 자네 석방될 수도 있어, 회복되면. ”

 

 

미샤는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았다. 거의 무관심한 표정으로 오른손 손가락들을 오므렸다 폈다 하며 왼팔을 들어 올리려고 애쓰고 있었다. 손목이 3센티미터 쯤 올라갔다가 무겁게 툭 떨어지자 짜증도 내지 않고 계속해서 그 무익한 시도를 반복했다.

 

 

“ 왜, 믿지 않아? 내 말인데도? ”

 

 

“ 믿어요. 의원님이 제게 거짓말을 할 이유가 어디 있어요. ”

 

 

“ 그런데 별로 관심이 없나? 수용소가 좋아? 자네 7년형 받았잖아. 다시 돌아가고 싶어? 그 약물 치료 다시 받고 싶을 리가 없잖아. ”

 

 

“ 전 선언문 안 읽을 거예요. 인터뷰도. ”

 

 

미샤가 툭 끊어지듯 거친 음성을 내뱉더니 무겁게 처져 있던 어깨와 허리를 억지로 다시 세웠다. 이마와 목에 파란 핏줄이 돋아 오르며 아랫입술이 덜덜 떨렸다. 벨스키는 파나예바의 경고를 어기고 그의 가슴에 손을 얹어 가볍게 뒤로 밀었다. 미샤는 저항하고 싶은 눈치였지만 벨스키가 조금 힘을 실어 누르자 다시 베개에 몸을 완전히 기댔다.

 

 

인터뷰 할 필요 없어. 그리고 선언문 수준도 아냐. 몇 줄만 읽으면 끝나. ”

 

 

“ 당신들 다 똑같아. ”

 

 

미샤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더니 고개를 돌려 기침을 했다. 베개에 피가 튀었다. 가슴에서 짐승들이 내는 듯 낮게 끓어오르는 소리가 났다. 이제 기침은 하지 않았지만 오른손으로 목을 감싸 누른 채 다시 한 번 피를 토했다. 베개에 쏟아진 피는 그리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발광 페인트처럼 새빨간 색이라 벨스키는 파나예바를 불러야 할지 망설였다. 하지만 지금 파나예바를 부른다면 그녀는 면담을 완전히 중지시킬 것이 분명했다. 그럴 수는 없었다.

 

 

벨스키는 테이블에 놓여 있는 조그만 타월을 미샤에게 건네주었다. 병실에 있는 물품들은 모두 소독을 마쳤을 테니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미샤가 타월로 입과 턱에 흘러내린 피를 닦는 동안 그는 아주 부드럽게 말했다.

 

 

“ 어쩔 수 없잖아. 최소한의 명분은 있어야지. 나나 스비제르스키도, 아니, 드미트리 알렉산드로비치라도 마찬가지야. 서기장이라 해도 그건 어쩔 수 없어. ”

 

 

“ 무슨 명분이요. 거짓말해서 풀려나라고요? 아니면 창녀짓해서? 다른 이름들도 얘기하시지 그래요. ”

 

 

미샤가 몸을 떨었다. 벨스키는 그가 그렇게 감정을 표출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폭발적 열기와는 달리 사석에서의 미하일 야스민은 아주 침착하고 서늘한 인물이었다. 훨씬 어렸을 때도 그랬다. 하긴 그는 미샤가 자기 몸을 가누지 못하는 것도 본 적이 없었다.

 

 

 

“ 자네 지금 아파서 제대로 생각이 안 되고 있어. 그냥 내 제안대로 해. 원한다면 문구도 자네가 써. 싫으면 내가 써서 보여줄 테니 고쳐도 좋아. ”

 

“ 정치국 위원님은 바쁘실 텐데... ”

 

 

벨스키는 온건한 개혁파 의원이었지만 나이 차이가 두 배 가까이 나는 애에게서 그런 비아냥거리는 말을 듣고도 가만히 있을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전혀 화를 내지 않았다. 미샤가 구겨진 타월 위로 다시 피를 뱉은 후 몸을 심하게 떨면서 완전히 옆으로 누웠기 때문이다. 수척한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려 있었다.

 

 

“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지, 많이 아프잖아. 자네 정말 죽을 뻔 했어. 스비제르스키 의원이 들르지 않았다면 아마 죽었을 거야. 난 자네가 죽는 걸 보고 싶지 않아. 이렇게 망가지는 것도. 내가 왜 여기까지 직접 왔겠어. 내가 자네 아꼈던 거 몰라? 3분만 자존심 버려. 그러면 여기서 나갈 수 있어. ”

 

 

“ 지금 보내주실 수 있어요? 리허설에 가야 해요. ”

 

 

 

벨스키는 그를 뚫어지게 내려다보았다. 미샤는 오른쪽으로 몸을 튼 채 창문과 벽 사이의 어딘가를 바라보면서 완전히 달라진 어조로 간청하듯 속삭였다.

 

 

“ 제발 보내주세요. 다시 올 테니까. 이 방으로 다시 오면 되잖아요. 지금은 안돼요. 저한테 약속하셨잖아요, 말 잘 들으면 다시는 그 약 안 먹일 거라고. 주사도 안 놓을 거라고 하셨잖아요. 게르만 알렉세예비치, 제발 놔주세요. 너무 아파요. 내일, 내일 다시 올게요. ”

 

 

“ 정신 좀 차려, 난 그 사람이 아니야. 아무래도 파나예바를 불러야겠군. ”

 

 

미샤가 오른손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다. 손이 타들어가는 듯 뜨거웠지만 여섯 살짜리 어린애처럼 미약해서 슬쩍 움직여도 털어낼 수 있을 정도였다.

 

 

“ 더 이상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이해가 안 가. 난 말을 들었는데. 시키는 건 다 했는데. 당신 말은 다 들었어, 하나 빼고. 내가 그랬잖아. 당 이름으로 창녀 짓 하는 건 못한다고. 이제 상관없어. 그거 계속 놔도, 가둬도, 못 움직이게 해도. 그냥 죽여주면 좋을 텐데 당신 절대 그런 짓은 안 해. 자꾸 날 막아. 이제 그만 가. ”

 

 

게오르기 벨스키는 군 출신이었고 레닌그라드 국립대학 동문 서클과 그 도시의 실권자인 드미트리 마로조프를 통해 정치계에 들어온 인물이었다. 그 냉철한 마로조프가 그를 실질적 후계자로 점찍고 모스크바 권력의 중심지까지 단숨에 밀어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벨스키가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데 있었다. 정치적으로는 점진적 개혁파에 속했고 결코 정적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거나 모함과 숙청이라는 자연스러운 무기를 대놓고 쓴 적도 없는 온건한 인물이었지만 그에게 상처를 입히거나 충격을 가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었다. 마로조프는 벨스키를 정치국으로 입성시켰고 놀랍게도 그의 오랜 정적이었던 게르만 스비제르스키조차도 거기에 방해 공작을 펼치지 않았다. 스비제르스키는 사석에서 벨스키에게 ‘당신 뱃속은 쇠망치로 두들겨 패도 충격을 전부 흡수해버릴 쿠션들로 꽉 차 있다니까’ 라고 노골적인 농담을 건네기까지 했다. 그만큼 그를 놀라게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 게오르기 벨스키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어서 자기 앞에 누워 있는 젊은 죄수, 한때 그가 열렬하게 후원했던 무용수를 한동안 물끄러미 내려다보고만 있었다. 그에게는 드문 일이었다.

 

 

 

미샤가 다시 기침을 했다. 숨을 한 번 내쉴 때마다 반 숟갈 가량의 피가 밀려나왔다. 괴로운 듯 베개에 이마를 부딪쳐댔다. 벨스키는 그의 머리를 가볍게 감싸 진정시키려고 했다. 그러자 미샤가 오른손을 들어 벨스키의 손목을 쳐냈다.

 

 

“ 만지지 마. 제발 내 몸에 손대지 마. 나 좀 놔둬. ”

 

 

벨스키는 더 이상 면담을 계속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을 열고 파나예바를 부르자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던 그녀가 곧장 들어왔다. 파나예바는 미샤를 보더니 벨스키에게 책망하는 시선을 던졌다.

 

 

“ 심문하면 안 된다고 말씀드렸는데... ”

 

 

“ 잠깐 얘기를 나눴을 뿐이야, 소장이 너무 낙관적으로 얘기했던 것 아닌가 모르겠군. 전혀 회복이 안된 것 같은데. ”

 

 

“ 의원님께서 그 면담을 고집하지 않으셨으면 훨씬 나았을 거예요. 10분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그 이상은 집중을 못 해요. ”

 

 

파나예바가 미샤의 자세를 바꿔주고 출혈이 멎도록 조치를 취하는 동안 벨스키는 병실에서 나가는 대신 창가에 선 채 생각에 잠겼다. 주로 자신의 스케줄을 한 번 더 비울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었지만 미샤가 파나예바의 손길은 순순히 받아들인다는 사실에 대해 화를 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뒤섞였다. 어쨌든 그는 5년 이상 미샤를 알았고 가장 강력한 후원자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올가 파나예바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몇 마디 말을 걸었다. 벨스키가 서 있는 자리에서는 내용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미샤의 대답은 잘 들렸다. 체포되기 이전처럼 또렷하고 정확한 발음으로 말했기 때문이다.

 

 

“ 아니, 그건 부다페스트에서였어요. 아사예프가 저와 지나의 호흡을 점검해보고 싶어서 투어 무대에 먼저 올라가게 했죠. 키로프 첫 무대는 12월이었어요. 74년. 폴랴코바가 테라스 장면에서 배경을 바꿨는데 아사예프가 무대가 죽어 보인다고 화를 냈어요. 그 사람 그때 공연 직전까지 계속 화만 냈죠. 진짜 이유는 저와 지나가 금발로 염색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집시 로맨스를 출 작정이냐고 한 시간 동안 설교를 늘어놓았어요. 지나가 빨간 머리 줄리엣이 뭐가 문제냐고 발끈하더니 저에게 아사예프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집시 분장을 하고 추자고 했어요. 걔는 화를 내면 무섭기 때문에 잠깐 집시 의상까지 입어봤는데 그걸 보고 지나가 포기했어요. ”

 

 

 

파나예바가 웃음 섞인 목소리로 다시 뭐라고 속삭이자 미샤가 대꾸했다.

 

 

 

“ 아, 다른 건 다 됐는데 피부색을 바꿔야 했어요. 집시처럼 보이려면 진한 파우더가 필요했는데 마침 다 떨어졌거든요. 그러고 있는데 아사예프가 들어와서 기겁을 하더니 염색 얘길 더 이상 안 했어요. 그래서 원래대로 췄죠. 이후에도 그거 출 때 금발로 물들인 적 없었어요, 단 한 번도. ”

 

 

‘ 로미오와 줄리엣에 대해 얘기하고 있군. ’

 

 

 

벨스키는 잠시 매혹된 채 파나예바와 미샤 쪽에 시선을 던졌다. 자신이 췄던 작품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미샤는 완전히 정상처럼 얘기했다. 파나예바가 백조의 호수에 대해 묻자 미샤는 니나 크류코바와 췄던 첫 무대나 크레믈린, 해외 투어 무대가 아니라 헝가리 춤을 추고 들어간 발레리나가 떨어뜨렸던 머리장식을 밟고 미끄러질 뻔 했던 무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뒤엉킨 머릿속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최고의 찬사를 받은 무대가 아니라 실수를 할 뻔 했던 무대라는 것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벨스키는 미샤가 얘기하는 공연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옥사나 셰먀코바가 고의적으로 장식을 떨어뜨렸다는 소문이 무용계에 파다하게 퍼졌기 때문이다. 당시 셰먀코바는 미샤의 오랜 반대파였던 울리얀 세레브랴코프의 연인이었고 그 서클에서는 끊임없이 각종 방법을 동원해 그를 괴롭히고 있었으므로 꽤 신빙성 있는 소문이었다. 실제로 미샤는 이듬해 볼쇼이로 옮겼는데 벨스키는 세레브랴코프 서클이 그를 조금만 더 심하게 볶아댔으면 더 빨리 옮겨오지 않았을까 하고 아쉬워하기까지 했다.

 

 

벨스키는 자신도 모르게 파나예바가 지젤이나 라 바야데르에 대해 물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미샤 야스민의 알브레히트나 솔로르를 따라갈 무용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무수한 팬들이 미샤의 무게 없는 도약과 고속 회전, 화려한 테크닉에 푹 빠졌지만 벨스키는 항상 그의 진정한 강점은 드라마 배우로서 타고난 연기력과 음악에 대한 완벽한 감각에 있다고 생각해 왔다. 서방 관객들과 전문가들이 그 젊은 무용수 앞에서 넋을 놓았던 것도 당연했다. 그자들이 어디에서 그런 춤을 볼 수 있었겠는가. 볼쇼이나 키로프에서도 그렇게 춤추는 무용수는 없었다. 그런 재능은 유일무이했다. 누구도 토를 달 수 없는 온전한 재능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재능이, 그 완벽했던 육체가 부서지고 찢어진 채 반쯤 마비되어 있었고 무용수답지 않게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명료한 이성은 으깬 토마토 수프처럼 뒤섞여 있었다.

 

 

 

... 

 

 

 

 

이 면회의 후반부 대화를 일부 발췌한 적이 있다. 링크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5589 (체제의 이름, 비행사, 천사 이름 붙은 도시)

 

 

이 링크에 발췌된 이야기에는 이 단편의 다른 파트들에 대한 링크들도 좀 붙어 있다.

 

 

..

 

 

이 발췌문에 붙인 제목은 그냥 충동적으로 여기 나오는 단어들을 조합했음. 원래 이 단편은 1부 1~3장, 2부 1~3장, 3부 1~3장으로만 되어 있어 이런 소제목 같은 건 없기 때문에 여기 발췌해 올릴 때 내 맘대로 대충 붙이고 있다. 주인공이 피 토하고 정신 흐릿해진 상태이니 뭐 어울리는 듯... (미샤 : 뭐 임마 ㅠㅠ)  

 

 

..

 

 

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
Posted by liontamer

 

 

전에 올린 사진도 두어 장 있다만.

마음의 위안을 위해 무용수 화보 몇 장.

 

루돌프 누레예프.

내가 아주 좋아하는 사진이다. 몇년 전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한동안 이 사진을 월페이퍼에 깔아놓고 오랫동안 바라보곤 했다.

 

 

루돌프 누레예프.

 

 

 

블라지미르 말라호프.

사진사는 캡션에 나와 있듯 nina alovert

 

 

 

디아나 비슈뇨바

 

 

 

이제부터는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2013년 베네피스 공연 때 파리 오페라 극장의 도로테 질베르가 니키야를 맡아서 라 바야데르의 망령의 왕국을 함께 췄다. 도로테 질베르야 괜찮은 무용수지만 확실히 라 바야데르의 니키야는 마린스키 발레리나들이 훨씬 어울렸다. 테료쉬키나가 아쉬웠다.

질베르와 리허설 중 찍힌 사진. 허리가 아팠는지 밴드를 대고 있네..

 

 

댄스 오픈 페스티벌.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와 함께 흑조 2인무 추는 중,

사진은 jack devant

 

 

 

로미오와 줄리엣. 디아나 비슈뇨바와 함께.

얼굴은 거의 안 보이지만 몸짓만으로도 정말 간절하고 애절한 느낌이 그대로 배어나오는 사진이라 좋아한다.

 

 

 

전에 올린 적 있다. 롤랑 프티의 젊은이와 죽음 화보 중 하나.

사진사는 alex gouliaev

매우 좋아하는 화보이다.

내가 이 사람을 무용수로서 다시 평가하게 된 계기가 된 작품이다. 몇년 전 마린스키에서 슈클랴로프가 춘 이 작품 보고 돌아오는 길 내내 공연이 너무 좋아서 몸이 떨렸다. 그런 기분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
Posted by liontamer

 

 

모처럼의 휴일도 다 가고.. 힘을 내기 위해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의 화보 몇 장 올려본다.

먼저 젊은이와 죽음. 상대역은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

 

 

 

역시 젊은이와 죽음.

사진사는 Irina Tuminene

 

 

 

이건 얼마전 유리 스메칼로프가 안무했던 Infinita Frida.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프리다 칼로에 대한 발레이다. 초연은 멕시코에서 했고 최근 페테르부르크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에서 공연. 역시 사진사는 Irina Tuminene.

 

슈클랴로프는 트로츠키 역을 맡았다. 초연에서는 블라지미르 말라호프가 트로츠키를 췄고 페테르부르크 공연에서는 슈클랴로프가 췄다고 한다. 스메칼로프의 말에 따르면 드라마틱한 연기력을 요하는 배역이라 말라호프의 빈 자리를 슈클랴로프로 캐스팅했다고 함.

 

 

 

백조의 호수.

상대역은 빅토리야 테료쉬키나.

 

 

 

로미오와 줄리엣. 상대역은 디아나 비슈뇨바.

 

뒷모습만 나왔지만 좋아하는 캡처 화보이고 실지로 이 2인무에서 이 장면도 좋아한다. 슈클랴로프는 바닥 없는 사랑에 빠진 연인 역에 굉장히 잘 어울린다. 간절함과 애끓는 사랑이 그대로 배어나는 포옹이다.

 

 

 

그리고 이 세 장은 내가 라 바야데르 필름에서 캡처한 것 :) 니키야가 죽고 나서 회한에 몸부림치며 아편 피우다 환각에 빠져들고 있는 솔로르 :) 이 장면 음악도 좋고 몸부림치는 솔로르-슈클랴로프를 보는 것도 좋다. 이 사람이 추는 라 바야데르 무대는 이번 7월까지 치면 세번 봤는데 솔로르 역에 참 잘 어울린다.

 

그건 그렇고.. 원래 솔로르가 이렇게 아편을 피우는 것은 망령의 왕국 씬을 위한 준비과정에 지나지 않는데... 이때 몸부림치며 괴로워하는 슈클랴로프 솔로르는 너무나 근사한 나머지... 무대를 보면서도 '그냥 계속 아편만 피우고 있지... 망령 안 나와도 되는데...' 이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

 

 

 

 

 

 

:
Posted by liontamer
2015. 8. 16. 22:47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화보 몇 장 dance2015. 8. 16. 22:47

 

 

월요병을 달래는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화보 몇 장

 

장미의 정령 리허설 중인 슈클랴로프와 크리스티나 샤프란.

출처는 vladimir shklyarov의 instagram. 사진사는 (아마도) svetlana avvakum.

이 사람이 추는 장미의 정령이 굉장히 궁금한데 영상이라도 좀 봤으면 좋겠다..

 

 

 

역시 출처는 vladimir shklyarov의 instagram. 사진사는 svetlana avvakum.

유리 스메칼로프가 안무한 지하왕국의 오르페우스 중. 님프들에게 살해당하기 직전의 오르페우스. 공포와 고통이 뒤섞여 일그러진 표정 연기도 좋았고 이때의 감정선과 춤도 좋았다. 이 사람은 역시 드라마틱한 게 어울린다.

 

 

 

이건 2013년. 자신의 베네피스 갈라 공연을 위해 도로테 질베르와 라 바야데르 망령의 왕국 리허설 중. (그래서 스카프가...)

별로 화질 좋지 않은 영상으로 이 무대 둘의 춤을 봤는데 슈클랴로프는 괜찮았고 질베르는 여독이 안 풀렸던 건지 모르겠지만 생각보다는 니키야가 별로였다. 그냥 테료쉬키나랑 췄으면 더 근사했을 것 같다만... 그래도 일부러 파리에서 스타 발레리나를 데려와 같이 춘 거라서 나름대로 의미도 있고 보러 간 사람들도 좋았을지도... 둘이 같이 추니까 예쁘기는 했다만...

 

 

 

이건 작년 라 바야데르. 아마 내가 갔을 때 본 무대인 것 같다.

사진사는 philippe jordan.

감자티 역의 아나스타시야 마트비옌코와 함께 2막 그랑 파 추는 중.

(저 때 나는 앞자리에 앉아 저 흰색 의상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있었음...)

 

 

 

역시 philippe jordan이 찍은 사진. 위와 같은 라 바야데르. 3막. 테료쉬키나와 아다지오 추는 중.

다음 사진과 이어짐. 발레리나를 열심히 돌려주는 것은 남자 무용수의 숙명(ㅠㅠ)

 

 

사진사는 philippe jordan. 열심히 돌려주고 있음~~~ 잘한다 발로쟈~~

 

 

 

이건 jack devant의 사진.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의 올해 베네피스 갈라 공연에서 마지막 무대(앙코르 빼고)인 파키타를 같이 췄다.

 

 

jack devant 사진 한 장 더. 파키타에서 남성 솔로 마치고 짠~ 하고 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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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5. 2. 17. 05:09

곱사등이 망아지 보고 옴, 정말 예쁘다 :) dance2015. 2. 17. 05:09

 

 

피곤해서.. 리뷰는 나중에 따로.

 

두번째로 본 건데 확실히 최고의 캐스팅으로 보니 느낌도 확 다르고... 역시 슈클랴로프는 명불허전의 귀염둥이 바보 이반, 알리나 소모바도 이 배역으로 황금 마스크를 받은만큼 정말 잘 어울렸다. 둘다 너무 예뻤다.

 

슈클랴로프의 너무나 사랑스럽고 생기 넘치는 바보 이반을 보자 연말부터 쌓여있던 업무 스트레스와 우울증, 묵은 체증이 싹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어제의 레베제프 쇼크 포함 ㅋㅋ 이것이 진정한 꽃돌이, 춤도 되고 연기도 되는 미남자의 클래스!!!

 

 

신관 맨 앞자리 가운데 앉아서.. 그의 미모와 에너지, 넘치는 유머와 유연한 춤사위를 실컷 감상 :) 신관에서는 커튼 콜을 많이 반복하지 않기 때문에(다들 제발 나와달라고 소리를 질러댔지만 ㅜㅜ) 막상 찍은 사진은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까이서 찍었다. 나중에 리뷰 올릴 때 나머지 사진들 올려보겠다.

 

우리 꽃돌이 브라보와 박수 엄청 받음 :)

 

 

받은 꽃다발을 소모바에게 바치며 뽀뽀 중 :) 좋겠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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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5. 2. 9. 21:01

Happy Birthday, Vladimir! + 득남 축하 :) dance2015. 2. 9. 21:01

 

 

2015년 2월 9일은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의 30번째 생일이다.

 

생일 축하한다, 발로쟈!!

 

마냥 어려보였는데 벌써 30살이 되었구나. 외모는 아직도 로미오에 어울리는 동안이다만..

 

내가 맨 처음 이 사람을 무대에서 봤던 게 2006년 지젤 무대였다. 그때도 원래 예브게니 이반첸코가 알브레히트 역이라는 공지를 보고 갔던 건데 갑자기 이 사람으로 대체되어 막 실망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땐 이 사람도 진짜 풋풋하고 어렸는데 :)

 

앞으로도 오래오래 무대에 올라와 주기를. 부상 없이 건강하게, 한층 더 무용수로서도 배우로서도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너 이번 곱사등이 망아지 꼭 나와야 돼 ㅠ 배역 바뀌면 안돼 ㅠㅠ

조만간 귀여운 아기 탄생 소식도 들려올 것 같은데 가정 생활도 행복하길 :)

 

그래서 생일 기념 슈클랴로프 사진 몇 장 :)

 

 

 

 

사진은 Alex Gouliaev

 

 

역시 사진은 Alex Gouliaev. 파트너는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 리허설 중.

 

 

사진사는 계속 Alex Gouliaev. 백조의 호수.

 

 

이 사진도 Alex Gouliaev. 곱사등이 망아지의 바보 이반.

 

 

이건 Mark Olich의 사진. 백조의 호수.

 

 

 

역시 이건 Mark Olich의 사진. 백조의 호수.

 

생일 축하해, 발로쟈 :)

 

** 저녁에 추가

마린스키 트윗 소식. 그저께 슈클랴로프와 쉬린키나 부부 사이에서 아들이 태어났다고 한다 :) 이름은 알렉세이.

축하해요~

엄마도 아빠도 이쁘니 아기는 엄청나게 귀여울 듯!!

 

 

사진 출처는 vladimir shklyarov의 instagram.

이쁜 부부라니까..

다시 한번 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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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사진 찍은 사람은 Tomas Kolisch

장미의 정령. 빅토리야 크라스노쿠츠카야와 함께.

나도 이 사람이 춘 장미의 정령 보고 싶다고요 ㅠㅠ 외모도 그렇고 도약도 좋은 무용수니 상당히 어울리는 배역일 듯 싶다. 사진으로 봐도 근사하고...

워싱턴 투어에서 크리스티나 샤프란과 춘 무대는 꽤 호평을 받았다. 장미의 정령 특유의 공기 같고 부드럽고 사랑스럽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잘 포착한데다, 슈클랴로프의 우아한 팔동작이 근사했다는 평이었다. 나중에 원문 평들 스크랩해보겠다. 지금은 트윗과 브 콘탁테로만 갈무리해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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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병을 달래는 마린스키 무용수 화보 몇 장.

 

말이 필요없는 최고의 발레리나, 울리야나 로파트키나로 시작.

마린스키 브 콘탁테 페이지에서 얻어온 사진. 캡션이 달려 있긴 한데 노어라서.. 2013년 3월의 제13회 마린스키 국제 발레 페스티벌 때, '한여름밤의 꿈' 무대 화보이다. 사진사는 Gene Schiavone.

 

 

 

그리고 아름다운 디아나 비슈네바. 분장실 사진 두 컷.

이건 비슈네바의 페이스북에서 얻은 것 같은데 긴가민가..

난 분장실이나 연습실의 무용수들 사진들을 매우 좋아한다.

 

 

 

 

이제부터는 사심 가득한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화보 몇 장 :)

이건 최근 뉴욕 투어. 백조의 호수 추는 중.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와 함께.

아무리 봐도 지그프리드가 백조들보다 더 예쁜 건 반칙이지만.. 어쨌든 눈호강!!

사진사는 Jack Vartoogian.

 

 

 

역시 Jack Vartoogian의 사진 한 컷 더.

테료쉬키나 오데트를 안고 있는 슈클랴로프 지그프리드..

 

잘못했어, 오데트야.. 나 용서해줘 ㅠㅠ 나는 많이 예쁘니까 좀 용서해줘 ㅠㅠ 나처럼 예쁜 왕자 어디 가서 구하기 쉽지 않아... 저 영국 가봐, 왕세자가 66살이야..

 

 

 

테료쉬키나 오데트를 떡하니 허벅지에 올려놓고 포즈 잡는 슈클랴로프 지그프리드.

 

이걸 잘해야 진짜 마린스키 지그프리드임!!! 이거 못하면 좀 빈정 상함.. 이거랑 로트바르트 날개 멋있게 뜯는 거.. 게스트 무용수가 마린스키 와서 지그프리드 출 때마다 유심히 보는데 확실히 이 두 개가 좀 약함 ㅋㅋ 슈클랴로프는 물론 잘한다 :)

 

 

뉴욕 투어 갔을 때. 백조 리허설 중인 슈클랴로프와 빅토리야 테료쉬키나.

사진은 Natalie Keyssar.

역시 리허설 사진들은 날 끌어당기는 뭔가가 있다.

 

 

마지막은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와 함께 춘 젊은이와 죽음.

사진은 Alex Gouliayev.

전에도 쓴 적 있지만 내가 슈클랴로프를 무용수로서 재평가하게 된 무대였다. 그전까지는 귀엽고 반듯하고 예쁜 무용수였다면 이 무대를 직접 본 후 배우로서의 그의 역량을 평가하게 되었음.

얘가 추는 이 무대 다시 한번 바로 앞에서 보고 싶다. 원체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하고. 롤랑 프티의 모든 작품들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이 작품만은 매우 좋아한다.

태그의 '젊은이와 죽음'을 클릭하면 전에 이 발레에 대해 올렸던 포스팅, 사진, 영상들을 볼 수 있다. 덧붙여 writing 폴더에 발췌했던 미샤와 이 작품에 대한 짧은 대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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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도 많고 머리도 아프고 힘든 아침이라, 조금이라도 에너지를 충전해 보고자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화보 두 장

둘다 Svetlana Avvakum이 찍은 사진.

이건 라 바야데르의 솔로르.

사진만 봐도 표정과 손끝에서 발산되는 풍부한 감정에 말려들 것 같다. (예뻐서인가 ㅠ)

저 의상은 정말 최고 :)

이 사람은 무대 화보 보면 손가락에 저렇게 밴드를 감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반지 감추는 건가 싶기도 하고...

 

 

역시 Svetlana Avvakum의 사진.

웨인 맥그리거의 infra 추는 중. 이 무대 좋았었다. 다시 보고 싶다.

스코릭과 춘 2인무는 약간 삐걱대는 느낌이었지만(춤을 못 춰서는 아니었다. 다만 슈클랴로프는 스코릭보다는 다른 파트너들과 더 케미스트리가 좋았다) 이 사람의 1인무는 가슴을 울리는 힘이 있었다.

(핫팬츠 입고 나와서 좋았다는 건 덤... 이날 혼자 보러 가서 다행이다. 료샤와 같이 갔으면 또 엄청 놀려먹었을 것이다. 타이츠에 핫팬츠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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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일 바리쉬니코프.

 

이 사람은 내가 러시아어를 전공하게 된 이유(http://tveye.tistory.com/2389, http://tveye.tistory.com/1606) 중 하나이다.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돌아온 탕자.

사진은 Alex Gouliaev.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웨인 맥그리거 안무의 infra에서.

사진은 svetlana avvakum. (Светлана Аввакум)

 

이 작품은 정말 좋다... 다시 무대에서 보고 싶다. 가끔 로열발레단의 영상을 돌려보는데 음악도 너무 좋고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전체적 정서 모두 나를 사로잡는다. 지난번 마린스키에서 이 작품 보는데 아무런 사전 지식도 기대치도 없이 오로지 슈클랴로프 보러 갔다가 정말 감동받았다.

 

슈클랴로프는 이때 옐레나 옙세예바와 추다가 파이널의 유명한 2인무는 옥사나 스코릭과 췄다. 스코릭 말고 다른 파트너였다면 더 좋았을 것 같긴 하다. 개인적으로는 그 2인무 직전에 이 사람이 혼자 출 때가 더 좋았다.

 

 

 

그리고 이건 발레 101. 금요일에 국립발레단에서 올린 무대(http://tveye.tistory.com/3255) 보니 생각나서.

 

캡처 사진인 듯 화질은 안 좋지만...

이 사람이 추는 발레 101 무대 직접 보고 싶다. 영상(http://tveye.tistory.com/2122)만 봐도 유머와 생기와 귀여움의 대폭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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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비 오는 일요일 밤... 기분도 꿀꿀하고 두드러기 때문에 우울해서 마음의 위안을 위해 마린스키 무용수들 화보들 올려본다.. (라고 적고 내가 좋아하는 남자 무용수 2명-예브게니 이반첸코,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사진이라고 읽는다^^ 물론 다른 사진도 있긴 하지만)

 

위의 사진은 마린스키 브 콘탁트 페이지에 올라왔던 사진 :)

 

 

이건 작년 마린스키 국제 발레 페스티벌 화보. 출처와 사진사 이름이 캡션으로 적혀 있다. 지젤.

 

 

 

예브게니 이반첸코. 백조의 호수.

 

이제 나이가 많아서 도약이 좀 딸리긴 하지만 그래도 이 사진에선 꽤 높이 뛴 것 같다 :) 하긴 이 분은 젊은 시절에도 훌륭한 체격의 왕자님 타입에 안정적 파트너로서의 요건을 갖춘 포즈가 멋진 무용수였지 점프나 피루엣 등 화려한 테크닉에 입벌리고 감탄하는 무용수는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내 첫사랑 무용수~ 그래서 뭘 해도 다 용서가 됨...)

 

 

이것도 작년 마린스키 발레 페스티벌. 백조의 호수.

올가 예시나, 예브게니 이반첸코.

 

 

위에 이어 같은 무용수들.

 

 

 

이제부터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

 

예브게니야 오브라초바와 함께. 돈키호테.

 

슈클랴로프는 테크닉이 좋긴 하지만 파트너를 붙잡아주는 기술이 좀 약하다(ㅠㅠ) 이게 체격이 작아서 그런 건지, 원체 에너지가 넘쳐서 통통 튀어나가려고 하는 애라서 그런 건지 모르겠다만. 자기는 춤에서 제일 중요한 게 듀엣이라 생각하고 발레리나를 받쳐주는 게 우선책무라고 생각한다는데 슬프게도 가끔 삐끗삐끗하는 게 보인다... 그래서 난 얘가 아다지오 추는 것보다 화려한 솔로를 추거나 아예 로미오와 줄리엣, 신데렐라 등등 모던이 가미된 발레, 아니면 드라마틱한 연기를 하는 편이 더 좋다.

 

근데 또 아내인 쉬린키나와는 듀엣도 잘 추고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걸 보니.. 역시 얘는 사랑하는 여자랑 춰야 하나. 아니면 자그마한 체격의 파트너들과 출 때 안정감 있는 건가. 예브게니야 오브라초바도 그렇고 아내인 쉬린키나도 그렇고 자그마한데다 날씬한 애들이라..

 

** 새벽에 추가 : 유튜브에 얘가 테료쉬키나와 어제 춘 돈키호테 클립이 올라와서 받아 봤다. 중간중간 주요 장면들이 들어 있는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1막의 바질 솔로와 3막 자살쇼가 빠져서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좋았다. 마음의 위안이 됐다 :) 내일쯤 영상 링크 올려보겠다.

 

 

이건 최근 끝난 댄스 오픈 페스티벌에서 Mr.브이라지쩰노스찌(표현력 최고상...이라고 번역해야 하나) 받았을 때. 테료쉬키나와 차이코프스키 파 드 두를 췄다. 이때 그랑프리는 안나 쯔이간쉬나가 받았다. 페테르부르크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수상함. 심사평과 기사 읽으면서 재미있었다. '삶에 대한 기쁨으로 넘치는 생기발랄한 슈클랴로프'라는 묘사 때문에... 그게 무슨 뜻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무대 위에서 환하게 웃는 건 무용수에겐 큰 강점이다.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웃음이 아니라 무대와 관객석까지 환하게 불을 밝히는 것 같은 웃음 얘기다. 이 사람에겐 그런 강점이 있어서 심지어 단순하고 재미없는 춤을 출 때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뉴스에서 얘가 이 상 받고 수상 소감 말하는 걸 좀 봤는데 그때도 재미있었다. "세상에는 수많은 슈클랴로프들이 있지만 슈클랴-로-프는 저 하나 뿐이에요~" 라고 :) (이건 노어를 알아야 재미있는데, 노어는 우다레니예-강세-에 따라 발음이 달라진다. 보통은 저 성에는 강세가 앞에 있는 모양인데 이 사람은 끝의 'o'에 있다.

 

 

이건 테료쉬키나와 이번 댄스 오픈 페스티벌에서 췄던 차이코프스키 파 드 두. 이전에 췄던 클립은 보니까 옛날보다 삐끗거렸는데 이번엔 그때보다 잘 췄던 거겠지??

 

 

 

이건 아마도 에튀드. 불쌍하게 옆모습만 나온 왼쪽 남자 무용수는 아마도 레오니드 사라파노프인 듯. 발레리나는 올레샤 노비코바. 사진사는 캡션에 있는대로 Gene Schiavone.

 

 

이것은 바로 지난 4월 3일 마린스키에서 초연되었던 애쉬튼의 발레 '실비아'. 지난 달에 저거 보러 러시아 갔던 거나 마찬가지 ㅠㅠ 리아노보스티 신문사의 사진.

 

주제넘게 아르테미스 여신의 님프인 실비아를 향해 사랑에 빠져버린 목동 아민타 역. 이미 사랑을 호소하다 테료쉬키나 실비아에게 화살 맞고 바닥에 엎드려 있음 ㅠㅠ

 

1막 내내 저렇게 엎드렸다가 누웠다가 뒹굴다가 ㅠㅠ 그래서 이 1막은 그냥 저 사람이 누워 있는 자태만 구경하다 끝났다 ㅠㅠ 그러나 저 사람이 저렇게 헐벗고 등장했기 때문에 나름대로 가슴 설레고 말았다... (동행한 친구의 구박을 한바가지 받음)

 

그래도 그렇지, 저런 애가 사랑을 고백하면 횡재했다고 생각하며 고마워하며 받아줄 것이지 저 실비아는 어째서 화살을 쏘는 거야! (전형적인 팬심의 사례 ㅠㅠ)

 

 

 

이것도 작년 마린스키 발레 페스티벌. 발란신의 jewels 중 루비.

올레샤 노비코바,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나름대로 자신있는 레퍼토리인지 작년 자기 베네피스 공연에도 넣긴 했는데... 아마 미국인들은 이 사람이 추는 발란신 보면 싫어할 것 같다. 전통적인 페테르부르크 발레 학교에서 트레이닝을 받은 사람이라 플롯이나 납득할만한 스토리가 있어야 제대로 춤을 출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발란신 작품조차도 머리 속에서 어떤 이야기를 생각해낸다고 했다. 그런데 사실 발란신 작품은 좀 다르지 않나... 예전에 파루흐 루지마토프나 다른 마린스키 무용수들도 발란신을 열심히 추긴 했지만 '저건 조금...' 이란 평을 들었다. 이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러시아 냄새가 폴폴 나는 페트루슈카나 다른 고전발레들을 ABT 같은 다른 동네에서 추면 뭔가 이상하듯이.

 

 

작년 마린스키 발레 페스티벌. 라 바야데르.

도로시 질베르(불어 발음 이거 맞나 ㅠㅠ)와 함께. 이것도 베네피스 공연. 이때 발란신의 루비, 라 바야데르의 망령의 왕국, 그리고 젊은이와 죽음 췄다.

 

그래, 솔로르 의상은 저렇게 탑을 입혀야지! 배를 다 가리는 착 달라붙는 상의가 웬말이냐 ㅠㅠ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와 함께. 백조의 호수.

 

난 항상 발레리나를 한 손으로 번쩍 드는 게 제일 어렵고 저 무릎 위에 세우기는 별로 안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으나.. 저게 꽤 어려운가보다. 또 생각해보니 균형 잡기가 아주 어려울 것 같기도 하다. 지난 4월 6일 마린스키에서 백조의 호수를 봤는데 그때 지그프리드를 춘 게 볼쇼이 솔리스트인 데니스 로지킨이었다. 근데 이 사람은 옥사나 스코릭의 오데트를 무릎 위에 올려놓지 못하고 말았다 ㅠㅠ

 

로지킨, 왜 그랬어요.. 당신보다 자그마한 저 사람도 저렇게 오데트를 척척 무릎에 올려놓는데 ㅠㅠ 엄밀히 말하면 무릎이 아니라 허벅지에 올려놓기라고 해야 하나...

 

근데 고전 발레를 보다 보면 누가 나오든 항상 조마조마하다.. 피겨 스케이팅 보는 것처럼.. 저러다 발레리나를 떨어뜨리면 어떡하지.. 점프하다 헛디디면 우째... 등등... :) 옛날에 미하일로프스키에서 잠자는 미녀인지 백조인지 하여튼 공연 보다가 주역 발레리나가 엉덩방아 찧는 걸 본 이래 항상 그 공포가 스멀거린다!!

 

 

이건 작년 신데렐라. 왼편에는 게르기예프. 이건 유튜브에 영상도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한번 보세요. 비슈네바의 신데렐라는 사랑스럽고 백팩에 구두 넣고 헤매는 슈클랴로프의 왕자는 귀여움의 극치 :)

 

 

 

이제부터는 alex gouliaev의 사진들.

 

지젤. 아내인 쉬린키나와 함께. 이 사람은 원체 드라마틱한 표현력이 좋아서 알브레히트에 잘 어울린다.

 

 

 

이건 잠자는 미녀.

 

 

이건 곱사등이 망아지. 알리나 소모바와 함께.

 

 

이것도 곱사등이 망아지~

 

 

 

그리고 이건 젊은이와 죽음. 그로테스크하긴 하지만 좋아하는 사진. 이 사람은 절망과 고통으로 일그러진 표정 연기도 잘한다. 사실 내가 이 사람에게 진짜로 반하게 된 계기가 된 것도 바로 이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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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