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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스키 발레'에 해당되는 글 212

  1. 2017.10.09 10.8 일요일 밤 : 마지막 날, 불새, 마린스키 추억, 글, 논리력 증강 레냐, 다샤, 마음은 산란 (2)
  2. 2017.10.06 공중키스, 토끼와 레냐 우리 둘 사랑 영원히 ㅋㅋ (8)
  3. 2017.10.05 10.4 수요일 밤 : 장소특정적 향기들, Le Parc(프렐조카주) 짧은 메모, 날씨 엉엉 (4)
  4. 2017.10.04 10.3 화요일 밤 : 꿈, 마린스키 신관, 야로슬라브나(바르나바 안무) 짧은 메모, 이상한 데서 예리한 료샤 (4)
  5. 2017.08.27 여름 블라디보스톡 시내 + 마린스키 분관 사진 몇 장 (8)
  6. 2017.08.06 블라디보스톡 공연 떠올리며, 슈클랴로프 화보와 사인으로 2집 장식 + 티타임 (6)
  7. 2017.07.31 슈클랴로프 커튼 콜 :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 아주 짧은 메모 + 좀 아쉬운 오시포바 + 꽃 (2)
  8. 2017.07.30 극장과 꽃의 기억 (4)
  9. 2017.07.30 잰더 패리쉬 마린스키 프린시펄 승급 관련 쓸모없는 투덜투덜 (4)
  10. 2017.07.24 슈클랴로프 Ne me quitte pas 커튼콜 사진 몇 장 (4)
  11. 2017.07.23 슈클랴로프 '고팍' 커튼 콜 + 발레101 화보 (2)
  12. 2017.07.22 슈클랴로프 곱사등이 망아지 커튼 콜 사진 몇장 더(+ 샤키로바에게 꽃 바침) (4)
  13. 2017.07.21 슈클랴로프 블라디보스톡 공연 커튼콜 사진 몇 장 (4)
  14. 2017.01.08 일요일 밤 발레 화보 몇 장 (10)
  15. 2016.12.13 12.11 일요일 : 로모노소프 도자기 박물관, 마린스키 돈키호테 짧은 메모(커튼콜 두장) (6)
  16. 2016.12.12 마린스키 다녀옴 (4)
  17. 2016.12.08 마린스키 '석화'(Stone flower) 커튼콜 사진 몇장(티모페예프, 옙세예바 등) (8)
  18. 2016.12.08 12.7 수요일 밤 : 꿈, 에르미타주, 운수 좋게 무료입장, 마린스키 '석화' 보고 옴(아주 짧은 메모) (2)
  19. 2016.11.05 미샤의 신입 시절, 싸움의 이유, 붉은 장미와 하얀 눈 (44)
  20. 2016.11.03 무용수들(비슈뇨바, 레베제프, 츄진, 슈클랴로프, 쉬린키나) (4)
  21. 2016.10.09 최근 슈클랴로프 공연 사진 몇장(황금노예, 장미의 정령, 지젤) (8)
  22. 2016.08.27 휘황한 마린스키 극장과 램프들, 카페, 슈클랴로프 지젤 보러 갔던 날 (8)
  23. 2016.07.11 발레 청동기사상 - 슈클랴로프의 예브게니 광란 장면(유튜브 링크) (8)
  24. 2016.07.03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화보 몇 장 (2)
  25. 2016.07.01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커튼 콜(지젤, 청동기사상) 사진 몇장 더





일주일이 금세 지나갔다. 이제 내일 돌아가는 비행기를 탄다. 모스크바에서 경유해서 화요일에 도착하고 수요일 새벽 기차로 본사에 내려간다. 그런데 금요일에 다시 서울 출장이 있을 것 같다. 이런 상황이면 사실 수목금 서울에서 근무하는 게 좋겠지만... 현실은 나는 이제 새로 발령받은 부서로 출근해야 하므로 그럴 수가 없다. 아마 수요일에 새벽 기차 타고 비몽사몽 출근하자마자 새로운 일들 때문에 정신이 쏙 빠질 것 같다.



오늘도 낮 12시 공연이 있었다. 오늘 공연은 스트라빈스키 음악, 포킨 오리지널 안무를 안드리스 리에파가 재연한 '불새'였다. 이 발레에 대해서는 예전에 여러번 쓴 적이 있고, 또 내가 미샤라는 인물을 만들어낸 계기가 된 작품이기도 했으므로 자세히 쓰지는 않겠다. 전에도 무대에서 여러번 본 작품이다. 오늘은 낮공연이라 저녁에 비해서는 캐스트가 좀 가벼웠지만 사실 이 발레는 춤 자체보다는 무대미술과 음악이 더 강력한 작품이라 큰 영향은 없었다. 다시 보니 반가웠다.



(커튼콜 사진 한장. 사이드에서 줌 당겨 찍어서 이게 최선, 그래도 의상이 화려하니 이번에 본 공연들 중 그나마 사람 얼굴들 조금 나옴 ㅠㅠ)



공연 보는 내내 음악과 리브레토를 따라가며 내 마음속에서 오래전에 미샤를 통해 재안무한 작품을 박자와 장면에 맞게 대입해보았다. 사실 이 공연 보러올 때면 자주 그렇게 한다. 본편에서 미샤가 이 발레를 자신의 표현양태로 재안무했고 그로 인해 스캔들을 일으키기도 하고 당에서도 더 이상 봐주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미샤라는 인물을 만들어내기 전부터 불새 민화와 이 발레는 나에게 여러가지 글의 소재가 되었었다.



공연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글에 대해 생각하고, 한편으로는 무대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고, 또 한편으로는 돌아가는 것, 회사에 대해 생각했다. 그러니 제대로 공연을 즐긴 것이 아닌 것 같다.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계속해서 회사 생각이 났다. 새로 발령받은 부서, 거기서 해야 할 일에 대해, 그리고 그보다도 '회사' 자체에 대해 이런저런 잡생각이 들었다. 난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은 상태인 것 같다. 아니, 분노 자체는 이제 잦아들었는데 여전히 지쳐 있고 '정말 이제 너무 지겹고 역겹다' 상태가 되어 있는 것 같다.



료샤랑 레냐도 같이 공연을 보았다. 둘 다 이 발레는 처음이었다. 아이들이 많이 보러 오는 발레이기도 하고, 또 무대 미술이 화려한데다 불사의 마법사 카쉐이와 악당괴물들이 줄줄이 등장하고 조명도 번쩍번쩍 빛나기 때문에 료샤도 안 졸았다. 레냐는 내 손을 꼭 쥐고 엄청 재밌게 봤다. 베누아르 칸막이 좌석이었는데 좀 사이드였기 때문에 레냐의 눈에 오페라 글라스를 대어 주자 엄청 좋아했다.










마린스키 구관이었다. 나의 추억의 극장이다. 여기 오면 오랜 옛날 쥬인과 함께 두 손 꼭 잡고 추위에 종종거리며 극장 와서 공연보던 추억이 떠오른다... 여기 들어서면 옛날의 추억과 함께, 극장 안의 동선과 무대 여기저기를 살펴보게 된다. 나는 이 극장과 공연, 페테르부르크에 대한 사랑, 그외 몇가지 때문에 오래 전에 미샤를 만들어냈다. 실재하지 않지만 나의 마음과 꿈 속에서는 너무도 생생하게 존재하는 그 아이는 오랜 옛날, 이 극장 여기저기를 돌아다녔을 것이다. 그리고 저 무대에 올라갔을 것이다.



..



공연을 보고 나오니 또 비가 내리고 있었다. 오늘 날씨는 아주 궂었다. 비는 오다 안 오다 했지만 하여튼 어제 산책을 한 것이 참 다행이었다.



나는 판탄카 근처의 이즈다니야 서점에서 책을 좀 사고 싶었다. 료샤가 차로 데리고 가 주었다. 근처 쩨레목에서 셋이 블린을 먹었다. 우리 모두 블린을 좋아한다. 블린을 먹은 후 옆의 홍차 가게에서 다즐링 새로운 품종을 시향하고 100그램 사보았다. 쥬인 주려고 커피를 사볼까 했으나 작년에 여기서 '제 친구는 견과류 향을 좋아해요' 라고 했다가 헤이즐넛 커피를 추천받아 사갔던 쓰디쓴 기억이 있어서 관두었다.





이즈다니야 서점에 가서 책을 두어권 샀다. 여기는 작년에 슈클랴로프님 화보집 사러 와서 알게 된 곳인데 아늑하고 참 예쁘다.  그리고는 돔 끄니기 서점에도 가서 책을 두어권 더 샀다.


..



하루가 금방 흘러갔다. 레냐는 저녁에 엄마에게 돌아가야 하고 내일은 등교해야 하므로 나와 헤어져야 했다. 레냐는 결국 울음보를 터뜨렸다. 많이 컸지만 그래도 여전히 울보다. 오늘따라 나에게 '쥬쥬, 안 가면 좋겠어. 회사 싫어. 한국 싫어. 그냥 나랑 있어' 하면서 열심히 설득을 했다. 전에는 그냥 '으앙 가지 마' 했는데 지금은 나름대로 논리를 펼친다.



1. 한국은 북한 때문에 위험하다. 2. 회사 때문에 쥬쥬가 자꾸 아프고 힘들다. 3. 쥬쥬는 회사보다 여기를 더 좋아한다. 4. 그러니까 여기서 나랑 있어야 한다. 5. 여기서 회사 다니면 된다!



흐흑. 5번이 불가능하단다 얘야 ㅜㅜ



레냐는 서러워했다. 내가 왔는데 비만 왔다면서 같이 분수도 보러 못 갔고 배도 못 탔다고 엉엉 울었다. 어흑... 그러더니 심지어 '엉엉 쥬쥬는 슈클랴로프 좋아하는데 모처럼 여기까지 왔는데 슈클랴로프도 안 나왔어, 독일에서 공연했대. 쥬쥬 불쌍해. 마린스키 갔는데 쥬쥬가 좋아하는 슈클랴로프가 안 나왔어' 라고 하해와 같은 아량을 베풀어주기까지 한다!! 너 슈클랴로프 밉다며 ㅋㅋㅋ 그러고는 날씨가 춥고 비가 와서 쥬쥬가 좋아하는 마로제노예(아이스크림)도 못 먹었다며 또 서러워한다...



그래서 나는 레냐 손을 잡고 가게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마침 내가 옛날부터 좋아하던 다샤 아이스크림이 있었다. 내가 하겐다즈보다 더 좋아하는 땅콩 박힌 초콜릿 코팅 아이스크림... 다시 먹어도 하겐다즈보다 맛있다. 레냐랑 같이 다샤를 먹으면서 금방 또 올 거니까 울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다. 레냐는 내가 아이스크림을 먹자 좋아했다. '옛날옛날에 레냐가 태어나기 전에 내가 여기 학교에 연수왔을때, 쥬인이랑 나랑 수퍼에서 이거 사서 먹었단다' 라고 하면 막 좋아한다. 쥬인과 토끼의 옛날 이야기를 듣는 게 좋다고 한다.





(쥬인과 내가 좋아했던 아이스크림, 다샤)




나와 레냐가 다샤를 먹는 동안 료샤는 길거리 미용실 간판에 붙어 있는 머리 기르고 수염난 남자 사진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자기가 저런 스타일을 원한 건데 왜 몰라주었느냐고 슬퍼하기에 내가 '저 남자도 지저분해 보여! 안 어울려! 저 남자보다야 수염깎은 네가 훨 낫다!' 하고 말해주니 갑자기 '역시 그렇지? 하긴 나는 멋있지' 하며 기분을 풀었다 ㅋㅋ



(바로 이 광고판의 저 남자 사진! 료샤 수염도 저렇게 지저분했다! 이 남자보단 수염 깎은 료샤가 낫다! 이건 립서비스 아니다!)



..



레냐와 뽀뽀를 하고 꼬옥 안아주고 헤어졌다. 료샤는 내일 체크아웃할때 들르겠다고 했다.



나는 방에 돌아와서 가방을 대충 꾸렸다. 좀 남았지만 나머지는 내일 아침에 쑤셔넣으려고 한다. 그리고 배가 고파져서 로비 카페에 내려가 생선수프 우하를 먹었다. 여기 우하가 생각보다 무척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전혀 짜지 않아서 좋았다. 몸이 따뜻해졌다.



...



내일은 10시 쯤 체크아웃하고 밖에서 좀 시간을 보내다 1시에 공항으로 출발, 4시 비행기를 타고 모스크바로 날아가 저녁 8시 즈음에 인천행 비행기를 탈 예정이다.



마음이 산란하다. 뭐 돌아갈 때 되면 이럴 거라는 거야 알고 있었지. 그래도 작년 겨울보단 덜 심란하잖아 ㅠㅠ



이번에는 정말 간 곳도 별로 없고 생각보다 산 것도 별로 없다. 여기 와서 처음으로 박물관이나 미술관 아무 곳에도 안 들렀다. 브루벨과 금발의 가브리엘이 그립긴 하지만... 다음에 와서 다시 봐야지. 이번엔 날씨가 너무 안 좋았다. 하지만 도시에 대한 사랑은 변함없고, 오히려 더욱 두터워진 느낌이다.



아이고 남은 가방 싸기 귀찮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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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어제 마린스키에서 앙줄랭 프렐조카주의 Le Parc를 보고 나서 료샤의 반응.



몸매 좋은 남녀 무용수가 펄럭거리는 하얀 셔츠랑 속옷만 입고 나와서 애무하고 키스하는 춤을 추니까 졸음이 당연히 달아났겠지 ㅋㅋ



공중키스 유명한 장면 대충 그려봤는데 역시 또 아이패드 공간 계산 못하고 대충 그렸다가 발레리나(크리스티나 샤프란) 두 발은 잘렸음 ㅋㅋ






이렇게 토끼와 약혼자 9세 레냐가 재회를 하였습니다 ㅋㅋ





지 아빠와 확연히 다른 레냐의 반응!!! 이것이 사랑이다!!! 레냐는 레드 립이 좋다고 한다! 심지어 빨간 입술자국 내달라고까지 한다! (근데 9살짜리가 빨간 입술자국 내달라는 건 좀 이상한 거 아니야???)





흐흑... 레냐는 언제나 내 편이다... (슈클랴로프 보러 블라디보스톡 갔을 때만 빼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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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오늘도 추웠고... 비가 왔다. 엉엉... 보통 아무리 겨울에 와도 햇빛 쨍 하는 날이 며칠 있었는데 이번엔 아주 제대로 걸렸다. 하긴 올 때도 10월이 제일 날씨 안 좋을 때니까 잘못하면 정말 비만 오겠다 싶긴 했었지.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ㅠㅠ



오늘까지는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이다. 아침에 진통제도 먹었는데 이상하게 효과가 없었다. 나는 부스코판보다 타이레놀이 더 잘 듣는 편인 것 같다 ㅠㅠ 두통까지 같이 겹쳐서 그런가보다. 결국 오후에 타이레놀을 두알 주워먹었다.



근처 빵집인 부셰에 가서 연어 오믈렛과 크루아상으로 아점을 먹었다. 무척 맛있었다. 올때마다 들르는 곳이다. 고스찌 바로 근처에 있고. 여기는 특히 주민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료샤도 여기 빵을 좋아한다.



날씨가 너무 안 좋아서 슬퍼졌다. 수도원 가고 싶었지만 계속 날씨가 안 좋고 빗방울까지 흩뿌리니 방도가 없다. 근처 서점에 가서 귀여운 엽서와 자석 따위를 좀 사고, 쭉 걸어서 돔 끄니기에 갔다. 항상 들르는 극장 서적 코너에 가니 누레예프에 대한 새 전기가 나와 있어서 그걸 샀다. 누레예프 전기야 여러권 읽었고 또 워낙 많이 나왔지만 러시아 사람이 쓴 거라서 우파랑 레닌그라드 시절에 대한 좀더 자세한 얘기가 있나 싶어서.









힘들고 머리가 너무 아파서 조금 더 걸어가 그랜드 호텔 유럽에 갔다. 문지기 아저씨 계시면 인사해야지 했는데 그분이 안 계셨다. 쉬는 날인가... 메조닌 카페에 갔다. 나는 이 카페보다는 아스토리야의 로툰다를 더 좋아하지만(차도 그렇고 디저트도 그렇고 분위기도 그렇고 아스토리야 쪽이 더 좋다) 그래도 소파가 편하다.



아스토리야와 그랜드 호텔 유럽은 둘다 특유의 냄새가 있다. 전자는 욕실 어메니티에서 나는 화이트 머스크 향이다. 일반적인 화이트 머스크보다 좀더 부드럽고 은은해서 혹시 페라가모에서 이 향수를 시판하고 있다면 사고 싶다. (여기는 페라가모 어메니티를 쓴다)



그랜드 호텔 유럽의 향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호텔에서 조향해서 방향제와 향수로 쓰고 있는 '그랜드 호텔 유럽' 향이다. 이건 조금 아저씨 스킨 향이 나는데 나쁘지 않다. 여기서 묵으면 체크아웃할때 10밀리짜리 미니어처를 선물해주는데 화정 집 화장실에 놔뒀다. 두번째 향은 역시 욕실 어메니티에서 나는 향인데 이건 아스토리야보다 조금 더 비누 냄새와 시트러스 냄새가 섞여 있다. 여기서 쓰는 어메니티는 elemis이다. (철자가 맞는지 갑자기 헷갈리네) 유럽 호텔에 마지막으로 묵은 게 벌써 2년도 더 되긴 했지만(요즘은 좀처럼 저렴하게 나오지를 않아서ㅠㅠ) 그래도 페테르부르크 올때마다 여기 들르곤 한다. 카페나 바에 가기도 하고 급할때 로비 화장실에도 간다(ㅋㅋ) 로비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핸드로션을 바르면 딱 그 향기가 난다. 비누와 시트러스가 섞인 냄새. 그러면 갑자기 '아, 여기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아스토리야의 화이트 머스크향이 더 좋긴 하지만 그랜드 호텔 유럽의 향기만큼 강력하지는 않다.







메조닌 카페에 가서 다즐링과 에클레어를 시켜놓고 늘어져 있었다. 너무 피곤했다. 스케치를 몇장 그렸다. 누레예프 책을 조금 훑어보다가 좀 졸았다. 나중에 료샤가 왔다. 오자마자 내가 반쪽밖에 안 먹었던 에클레어를 한입에 홀랑 해치웠다 -_- 그리고는 빨리 볶음너구리와 맥심을 또 내놓으라고 난리 ㅠㅠ 그래서 호텔로 돌아왔다. (볶음너구리 네개 가져왔는데 그때 하나만 끓여준 후 나머지를 쥐어주지 않았었다 ㅋㅋ)



료샤에겐 볶음너구리 끓여주고 나는 조그만 유부우동 컵라면을 먹었다. 맥심을 타 먹이고 나는 수퍼에서 산 모르스를 마셨다. 그리고 극장에 갔다. 오늘도 마린스키 신관이었다.



앙줄랭 프렐조카주의 Le Parc를 보았다. 무대에서 꼭 한번 보고프던 작품이었다. 영상으로만 봤기 때문이다. 원체 마지막 듀엣이 유명한 터라 전체 작품은 몰라도 '아 그 공중키스' 하며 끄덕이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료샤는 어제의 악몽(야로슬라브나 -심지어 3막, 2시간 40분!- 보다가 꿈나라로...)에 괴로워하며 '나 오늘은 보지 말까?' 라고 약한 모습을 보였다. '오늘은 너도 맘에 들 거야. 야하거든' 이라고 말해주자 료샤가 눈을 반짝이며 '그래?' 하고 좋아했다. 사내놈 -_-



티켓을 끊고 나서 한참 후에야 배역이 공지되었다. 오늘 주역은 티무르 아스케로프와 크리스티나 샤프란이었다. 티무르 아스케로프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무용수라 툴툴댔다. 슈클랴로프님이야 뮌헨에 가 있지만... 세르게예프가 춰주길 바랬다고... 아니면 귀여운 티모페예프라도... 그 다음날 배역은 올레샤 노비코바와 잰더 패리쉬였다. 배역 안 나왔을 때 원래 오늘 거랑 내일 것 중 뭐 끊을까 하다가 앞에 하는 쪽이 더 괜찮은 배역이겠지 싶어서 끊었던 건데...



공지된 배역을 보고 정말로 진지하게 다음날 거로 바꿀까 했었는데 잘 생각해보니 커플 케미스트리는 아스케로프 샤프란 쪽이 나을 것 같고, 게다가 나는 티무르 아스케로프가 프린시펄 승급했을때도 기가 막혔지만 잰더 패리쉬는 더더욱 그랬으므로... 그래, 욕망이 들끓는 작품이라면 뻣뻣한 나무토막 패리쉬보단 차라리 느끼한 티무르 아스케로프가 낫다 싶었다. 미안해요 노비코바.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난 슈클랴로프님과 노비코바의 이 작품 듀엣 영상을 보았을때도 큰 감흥이 없었고 '둘이 엄청 노력한다' 는 생각만 들었던 터라... 나에게 노비코바는 별로 섹시한 느낌이 들지가 않아서 그냥 표 안 바꿈. (나 노비코바 무척 좋아하는데 ㅠㅠ)



첨엔 배역 발표 전이라 혹시나 세르게예프를 비롯해 볼만한 무용수가 나오려나 싶어 앞줄 끊었었는데... 하여튼 그래서 앞줄에서 봤다. 이번에 끊은 발레 표들 중 젤 앞줄이다. 슈클랴로프님이 가버려서 이제 악착같이 앞줄 끊는 짓은 별로 안 하고 있음 ㅠㅠ



작품에 대한 전체적인 느낌은, 영상보다는 확실히 무대가 낫다. 하지만 나를 확 사로잡는 매력은 덜했다. 그리고 이건 딱 프랑스 안무가에게서 나올법한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이 작품이 나왔을때인 90년대에 봤다면 확 끌렸을지도 모르겠다. 90년대에 나왔던 육체와 욕망을 다룬 작품들에서는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에이즈 시대에 대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나는 그 시기와 그 주제에 많이 끌렸었고 사실 미샤를 처음으로 떠올리고 글을 구상했던 때 그는 바로 그런 시기에 발레단을 운영하고 안무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아직도 이 녀석은 80년대 초의 시골 가브릴로프에 갇혀 있어 ㅠㅠ) 하여튼 그 시기에 나온 작품들 중 내가 많이 좋아하는 건 의외로 나초 두아토의 Remanso이다. 서정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소품이다. (심지어 내가 두아토 안무작 중 유일하게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Le Parc는 물론 다르다. 그리고 뛰어난 작품이다. 시선을 빼앗기도 하거니와 유머도 넘친다. 마지막의 에로틱한 듀엣은 무대로 보니 좋았다. 걱정했던 티무르 아스케로프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잰더 패리쉬보다는 더 나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샤프란은 너무 기다란 거 빼고는 역할에 어울리는 편이었다.



하지만 다 보고 나니 '슈클랴로프나 비슈뇨바가 추지 않는 한 다시 보지는 않을 것 같아'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작품 보는 내내 남성적 시선이 좀 불편하게 느껴졌다. 욕망에 눈뜨는 여성이 마지막 장면에서는 주체적으로 욕망을 탐험하게 된다는 주제를 표방하고 있긴 한다만 전반적인 안무도 그렇고 배경도 그렇고 어딘가 내내 피상적이고 남성 중심적이란 생각이 들어 아쉬웠다. 영상을 볼 때보다 무대를 보니 더 그런 느낌이었다.



료샤는 정말 안 졸았다. 이게 막간 휴식 없이 1시간 40분 지속된다는 사실에 그는 고뇌하였고 1장에서는 좀 지루해 했으나 본격적으로 남녀들이 유혹을 펼치는 2장부터는 재밌게 보았다. 마지막의 에로틱 듀엣에 대해선 살짝 설명만 해주었는데 그걸 보기 위해 그는 열심히 기다렸다(뭐 대부분의 관객들이 그렇고) 유명한 공중키스(여자가 남자의 목에 두 팔을 감은 채 격렬하게 입을 맞추고 둘은 빙글빙글 풍차처럼 돈다. 이때 남자 무용수의 손은 여자를 받쳐주지 않는다. 여자는 남자의 목에 팔을 감고 오로지 키스만으로 허공에 수평으로 뜬 채 빙그르르 돈다. 이거 볼때마다 '남자 목이랑 허리 뿌러지겠다... 여자 복근 엄청 생기겠다' 이런 생각이 든다 ㅋㅋ



료샤도 공중키스 씬에서 입을 벌리고 보더니 끝나고 나오면서 '우와 저 남자 좀 짱이다. 역시 키도 있고 덩치도 있어서 그런지 네가 좋아하는 얼굴만 예쁜 슈클랴로프 따위보다 훨씬 힘도 세고 남자답구나. 그래서 여자를 목에 매달고 막 도는구나~' 하고 감탄했다. 발끈해서 나는 '뭐야! 슈클랴로프도 저거 췄어! 똑같은 거 췄다고! 목에 매달고 돌았다고!' 하고 외쳐주었다. 료샤는 '쳇... 걔가 추면 이입 안될거 같음' 이런다. 근데... 사실 이게 료샤 말이 좀 맞는게... 나는 슈클랴로프가 이 바람둥이 유혹자를 추는 게 정말 이입이 안됐다. 아무리 바람둥이 연기를 해도 누나들에게 휘둘리는 청순한 로미오처럼 보여서... ㅋㅋㅋ



커튼콜 사진 두어 장. 몇장 안 찍었다. 앞줄 오른쪽 사이드 자리였다. 그래서 무대가 비스듬하게 찍혔다. 대충대충 찍어서..... 이때 료샤는 또 '거봐 슈클랴로프 아니니까 앞줄인데도 사진 안 찍네' 하고 놀렸음. 야! 그것이 팬심이란 말이야!!! 바보멍충이!!!! (얼마나 놀림받을지 뻔히 알기에 블라디보스톡에서 볼뽀뽀받은 얘긴 절대 안 해주고 있음 ㅋㅋ)










...



날씨가 안 좋아서 너무 슬프다고 하자 료샤가 '이런 곳에서 평생 사는 사람들도 있는데 너무한 거 아니야?' 라고 한다... '그래도 너네는 백야 있잖아 ㅠㅠ 우리는 여름 완전 수증기 찜통이야' 라고 하자 '맞아 우리는 여름 좋아' 라고 또 납득한다. 하지만 곧이어 '너네는 볶음너구리랑 맥심 아무 때나 먹을 수 있잖아' 라고 함 ㅋㅋ



내일은 드디어 레냐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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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차 때문에 새벽에 제대로 깨어났고 한참 뒤척였다. 잠이 너무 안 왔다. 호르몬 주기와도 겹쳐서 그런 거였다. 진통제를 주워먹고 8시쯤 다시 잤고 10시 반쯤 깨어나 계속 누워 있었다. 아침에 새로 잠들었을 때 아주 생생하고 복잡하고 또 감정적으로 격렬한 꿈을 꾸었다. 심지어 동료가 안 좋은 일을 당하는 꿈에 자신의 흐느낌 소리를 들으며 깨어났다. 꿈에 나온 회사 동료가 걱정되어 톡까지 보냈다. 꿈자리 안 좋으니 조심하라고.... 울 엄마는 내가 이런 말 하면 할머니 같이 군다고 하시지만 그래도 이따금 꿈이 맞을 때가 있단 말이야 ㅠㅠ



바깥 날씨는 아주 꾸무룩했다. 어제까진 예보에서 분명 오늘 기온은 낮아도 구름은 약하고 해가 난다 해서 수도원에 갈까 했었지만 그날이 시작되어 몸 상태도 나쁘고 또 원체 흐려서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것 같았기에(저녁에 비온다고 예보는 되어 있었다) 다 포기했다. 1시 넘어서 기어나갔다.





(이 꾸무룩한 날씨 ㅠㅠ)

(맨 위 오페라 글라스 사진이랑 왜이리 느낌이 다르냐면... 그 사진은 dslr로 찍은 것이기 때문...

극장 갈때만 카메라 들고 갔다. 어제랑 오늘 몸이 힘들어서 그냥 폰으로만 찍었더니 찍은 사진도 별로 없고 화질도 그냥저냥...)




...




호텔에서 10분 거리의 발샤야 모르스카야 거리에 있는 본치 카페에 가보았다. 여기는 페테르부르크 알파벳이라는 일러스트 북을 그린 소피야 콜로프스카야가 멋지게 그려놓고 추천했던 곳이다. 예전에 간판은 자주 봤는데 들어가보진 않았었다. 내가 러시아에서 기대하는 카페와는 다르게 너무 현대적이라서 ㅋㅋ 점원은 너무 시크해서 친절한 느낌이 없었지만 카페 자체는 좋았고 특히 창가에 앉아 글쓰기가 편한 곳이라 왜 콜로프스카야가 여기를 좋아하는지 알것 같았다. 앉아서 아침에 꾼 꿈 이야기를 약 5장 정도 자세히 적었다. 나중에 단편 같은 걸로 쓸 수 있을만큼 상징과 글감이 넘쳐나는 꿈이었다.



본치 카페에서 스메타나 곁들인 아주 얇은 블린 석장과 생강차를 먹었다. 탄수화물을 좀 먹었더니 정신이 좀 들었다. 생각해보니 어제 저녁도 서양배로 때웠다... 카페에서 나와 건너편 말라야 모르스카야 거리에 있는 일본라멘집인 야루멘에 갔는데 가라아게 카레 시켰다가 너무 맛없어서 피보고(차라리 오뚜기 3분 카레가 낫겠어!!!) 계산서 갖다달라 했는데도 너무 한나절이라 결국 나가면서 카운터에서 직접 계산하고 팁은 안 줬다.



방에 돌아와 좀 쉬면서 디카페인 차 우려서 도착했던 날 호텔에서 준 초콜릿 상자를 열어 두 알 곁들여 먹었다. 그리고는 화장을 좀 고치고 6시 즈음 호텔을 나섰다.




...






(다시 와서 반가운 마린스키 신관의 깃털 막과 스와롭스키 크리스탈 장식들)




오늘은 마린스키 신관에서 블라지미르 바르나바가 여름 백야축제 개막작으로 안무했던 3막 발레인 '야로슬라브나, 일식'을 끊어두었다. 바르나바는 슈클랴로프랑 스메칼로프의 절친인 젊은 안무가인데 모던 발레를 안무한다. 예전에 이 사람 단품을 몇개 봤고 최근 호평을 들었던 '글리나'(clay)도 무대에서 봤는데 별로 내 취향은 아니었다. 볼까말까 하다가 이번 여행 기간엔 발레 레퍼토리 체가 딱히 풍성하지 않아서 그냥 보기로 했다. (흑, 도착 전날 슈클랴로프님이 노비코바와 로미오와 줄리엣을 췄지 엉엉... 진작 말해줬으면 휴가를 앞당겼을 거 아니니 엉엉)



하여튼 이 공연은 혼자 볼 생각이었는데 내가 오늘이랑 내일 다 발레 본다니까 료샤가 자기도 따라왔다. 나는 분명히 경고했다. 이 안무가는 현대발레 안무가이다. 그나마도 네가 (나 덕분에 알게 된) 백조의 호수나 돈키호테, 라 바야데르 같은 발레와는 다를 것이다. 재미없고 뭔 말인지 모를 수도 있다... 등등... 그러나 료샤는 '이고리 원정기 얘기잖아! 그거 우리는 유치원 때부터 배운단 말이야! 너보단 내가 더 잘 알아!' 하면서 잘난척하며 따라온 것이다. 아아... 나는 분명 경고했어!



료샤는 1막 내내 졸았고 2막에선 좀 좋아했고(왜냐면 중간에 약간 야할듯 말듯한 장면이 나와서) 3막에선 또 졸았다 ㅠㅠ 나도 1막은 좀 지루했고 2막이 제일 재미있었고 3막은 그냥 그랬다. 주인공인 이고리 대공과 그의 아내 야로슬라브나가 나오는 장면들이 별로 매력적이지 못해서.... 역설적으로 2막은 얘들보다는 적군들의 샤먼 의식과 괴기스러운 마법의 초원이 나와서 더 볼만했음.



이 발레는 70년대 소련에서 안무된 작품을 바탕으로 바르나바가 재안무한 것이다. 내용은 러시아 역사에서 유명한 이고리 대공의 원정기와 그의 아내 야로슬라브나의 비가를 재구성한 것인데 영웅 서사시라기보다는 인간(특히 한 남성) 내부의 야망과 정복욕, 그리고 헛된 파괴와 비극을 다루고 있다. 보면 딱 러시아 현대 발레 느낌이 난다. 보리스 티셴코의 음악도 딱 소련 작곡가 스타일이다. 그런데... 슬프게도 별로 내 취향이 아니었음. 보고 있자니 음악과 무대 미술에 안무가 먹히는 느낌이었다.



바르나바는 물론 열심히 했고 내가 좋아하는 스메칼로프가 주역인 이고리 대공을 춰서 근사해보이긴 했지만 작품 자체는 탁월하지 않았다. 오케스트라와 합창이 줄곧 어우러졌고 장엄하고 웅장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자아냈지만 가장 중요한 춤과 주인공들의 드라마가 약해서 아쉬웠다. 바르나바는 주인공 내면의 투쟁과 거대한 비극을 다루고 싶었다고 인터뷰했지만 내게 그건 피상적으로 남아서 아쉬웠다. 팔다리 길쭉길쭉하고 키크고 체격 좋은 스메칼로프는 육체적으로도 그렇고 춤도 그렇고 이고리 대공 역에 딱 맞았고 잘 추기도 했지만 슬프게도 그게 다였다. 아무리 무용수가 뛰어나도 작품 자체가 그 정도라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나마도 스메칼로프가 나올때는 군대들도 나오고 전투도 나와서 좀 나았는데 야로슬라브나가 나타나 느릿느릿하게 온몸을 꼬고 비틀며 독백하고 고통에 몸부림칠때면 '언제 들어가니 ㅠㅠ' 하는 생각이 들어버리니 작품 타이틀로 등장한 배역이 이래버리면 이미 낭패... (물론 이건 전적으로 내 개인적 취향이다. 생각해보니 나는 사랑의 전설에서 메흐메네 바누가 몸을 꼬며 고뇌하는 장면도 안 좋아했음 ㅋㅋ 그러나 이 작품에 비하면 그리고로비치의 메흐메네 바누는 엄청나게 탁월하다!)







(그래도 커튼콜 사진 두 장. 이번엔 맨앞줄이 아니고 3층 앞줄을 끊어서 오케스트라 핏 앞까지 뛰어나가지 않았음.

사진도 대충... 스메칼로프는 붉은 칠 검댕 칠을 해서 얼굴도 제대로 안 나옴 ㅠㅠ)



...



하여튼 나는 안 졸았고 그래도 열심히 보았다. 료샤는 실컷 졸고 나서는 나에게 '너 뭔말인지나 알아들었냐? 노어로 계속 노래부르던데 그거 다 이고리 원정기 얘기인데!' 하고 오히려 나에게 쿠사리를 준다.



'내용이야 대충 다 알아들었다, 나도 대학 시절 이고리 원정기 노어로 읽었다'고 하자 그는 '헉 그거 옛날 노어로 되어 있는데 어케 읽었어?' 하고 깜딱 놀랐다. 전체는 번역본으로 읽었고 노어로는 발췌 텍스트만 읽고 시험봤는데 머리 쥐나는 줄 알았고 수업시간엔 졸았고 그때도 야로슬라브나의 비가 읽으며 '으악 머리야' 했다고 말해주자 료샤는 킥킥 웃었다. 졸았다고 쿠사리들을까봐 먼저 공격하는 이놈...



나오니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그래서 료샤가 쫓아온 것에 감사했다(차를 가져왔으니까 ㅋㅋ) 차 안에서 료샤는 '오늘 나온 놈도 좋아하지 않았어? 얼굴 보니 전에 너랑 딴거 볼때 나왔던 놈 같아. 그때도 네가 사진 찍지 않았어?' 하고 물었다.



나 : 응, 유리 스메칼로프도 좋아해. 되게 옛날에 에이프만 발레단 무용수로 있으면서 내한공연했을 때부터 좋아했어. 


료샤 : 흥, 그래도 그 슈클랴로프 놈보다는 안 좋아하지.


나 : 그건 그렇지만... 왜!


료샤 : 그러니까 1야루스(3층)를 끊었지. 슈클랴로프 녀석이 나왔음 이렇게 지루한 발레라도 분명 맨앞줄 가운데 끊어서 가산 탕진했겠지!


나 : 우와 예리하다!!!!



내가 그날 때문에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 진통제를 털어넣고 있자니 료샤가 혀를 찼다. 도대체 몸이 괜찮을 때는 언제냐고 묻는다 -_- 야! 우리 나라는 10월 초에 5도까지 내려가진 않는단 말이다 ㅠㅠ 그리고 사내놈이 뭘 알아! 네가 일생에 한번이라도 여자처럼 피를 흘려보았느냐!!!! 흑흑...



하여튼 그래서 료샤는 나를 데려다주고는 자라고 하고 가버렸다. 맥심 한 잔쯤은 타줄 용의가 있었는데 나보고 얼굴이 너무 창백하다고 하며 자라고 한다. 그럼 피가 줄줄 나오는데 얼굴에 홍조가 돌겠냐 ㅠㅠ 나는 사실 저녁을 안 먹어서 배고파서 이놈이 괜찮다고 하면 뭐라도 테이크아웃해서 들어오려 했는데... 이놈이 나보고 아파보인다고 매우 걱정을 하며 '어서 자야 한다'고 난리를 쳐서 착한 친구답게 말을 들었다.



그리고는 방에 와서 배고파서 과일접시에 남아 있던 파란 사과를 반쪽 먹었다. 무지 시고 맛없어 흐흑.. 그래서 미니 초콜릿도 한개 먹었다.



으앙.... 나 아직 청동기사상도, 푸쉬킨 동상도 안 보러 갔다. 뻬쩨르 와서 이런 건 처음이다... 흑, 제발 내일은 날씨가 좋았으면... 그리고 아픈 것도 가셨으면 ㅠㅠ

(그런데 찻잔은 샀다... 이게 뭐냐 ㅋㅋ)



..



모두 풍성한 한가위 보내세요. 보름달도 보실 수 있길!

(여기 날씨를 보니 올해도 난 보름달 보긴 틀렸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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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보스톡에 다녀온지 한달 반 정도가 지났는데 벌써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짧은 일정이기도 했고 주로 슈클랴로프 공연 보느라 별로 돌아다닌 데도 없고 사진도 많이 안 찍었다.



폰 사진들 정리하다 그때 찍은 것들 몇장 추려 올려본다. 위의 몇장은 엄청 덥고 뜨거웠던 날 시내 나갔을 때 찍은 거리 구석구석들. 아래 몇장은 블라디보스톡 마린스키 프리모르스키 분관.
















이건 슈클랴로프님 곱사등이 망아지 보러 간 날, 극장 카페에서 주문해 먹었던 케익. 슬프게도 맛은 별로였다.







리플렛. 맨위에 진하게 적혀 있는 그분의 이름 :)








봐도봐도 멋있는 그분~








공연 다 보고 나와서, 극장 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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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체 더워서 2집 tv 곁에 있던 액자의 사진을 바꾸었다. 원래 슈클랴로프와 비슈뇨바의 신데렐라 흑백 화보였는데 더우니까 곱사등이 망아지에서 슈클랴로프의 바보 이반이 깊은 바다로 들어가 반지 찾아오는 씬으로 바꿈. 내가 좋아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보면 시원하게 느껴진다.






차 마실 땐 창가 테이블로 잠시 이동 :) 더위 쫓는 중. 이번 블라디보스톡에서 사인받아온 프로그램도 같이.







더우니까 시원한 파란색의 비류자(터키석) 찻잔. 진짜 터키석으로 된 게 아니고 그냥 이름이...




















이건 2년 전에 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신관에서 곱사등이 망아지 파이널 막 내릴 때 내가 직접 찍은 사진. 이때는 파트너가 알리나 소모바였음.









아아 일요일이 다 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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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8일 블라디보스톡 마린스키 극장에서 열린 An evening with Vladimir Shklyarov 공연. '발레 101', '고팍', '날 버리지 마'에 이어 휴식시간 후 프레드릭 애쉬튼의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공연. 파트너는 나탈리야 오시포바.



나는 슈클랴로프의 아르망을 2년 전 마린스키에서 보았는데 그때도 무척 좋았지만 이번 공연도 참 좋았다. 춤이 좀 더 원숙해졌고 예전보다 '로미오'보다 '아르망'에 더 가까웠다. 아름답고 정열적이고 격렬했다.



다만 마르그리트 역의 나탈리야 오시포바는... 뭐랄까, 그냥 내가 오시포바가 딱히 취향에 안 맞는 무용수라 그런지도 모르겠는데 '아름다워야 할만큼 아름답지가' 않았다. 이게 외모에 대한 얘기는 아니다. 예전에 슈클랴로프와 춘 빅토리야 테료쉬키나 역시 흔히 말하는 '미인' 무용수는 아니지만 처연한 마르그리트였는데 오시포바는 마르그리트 배역의 춤도 꽤 잘 추고 드라마틱한 연기도 열심히 하는데도 불구하고 어쩐지 '마르그리트 역을 연기하는 오시포바'란 느낌이 들었다. 하긴 생각해보면 그녀는 지젤을 출 때도 '처절한 지젤을 연기하는 오시포바' 느낌이긴 했다.



그리고... 사실 맨처음 마르그리트가 입고 나오는 어깨를 드러낸 드레스는 오시포바랑은 좀 안 어울렸다 ㅠㅠ 그 드레스는 우아하면서도 고혹적이고 화려한, 그리고 산전수전 다 겪은 화류계와 사교계의 여왕에게 어울리는 의상인데 오시포바가 입자 '뭔가 우아하지 않다...' 란 느낌이 들어서 살짝 아쉬웠다.



뭐 오시포바가 우아한 스타일의 무용수는 아니니까... 그래도 설정상 마르그리트의 원숙한 아름다움 앞에 모두가 조아려야 하는데 처음 파티 장면을 보면 '안 예쁜데 다들 조아린다...' 란 생각이 들고, 새파란 프록코트 차림 아르망 역의 슈클랴로프가 나타나 공작새처럼 춤을 추기 시작하면 '진짜 예쁜 애는 여기 있네, 얘한테 다들 조아려야겠네...' 하는 생각이 절로 드니 이것은 팬심도 물론 있었겠지만... 그만큼 오시포바가 좀 눈에 안 찼다. 오시포바 팬들 죄송합니다. 저는 테료쉬키나 마르그리트가 더 나았어요. 그래도 보금자리 장면과 마지막 죽음 장면에선 오시포바도 특유의 파워풀하고 드라마틱한 연기력으로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여튼 커튼 콜 사진 몇 장. 이때도 맨앞 가운데 앉긴 했는데 플래쉬 안 터뜨렸더니 다 번져서 건진 사진 거의 없음 ㅠㅠ 그래도 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는 관객들이 박수치면 나중에 따로 하늘색 커튼 앞으로 나와주기 때문에 그때 사진 많이 건지는데 여기는 그런게 없고 그냥 무대 위의 모습만 찍어야 해서... 솜씨없고 렌즈 나쁜 나는 그냥 망했음.



맨 위 사진은 흔들렸지만... 내가 바친 꽃을 안고 있어서 :) 저 꽃다발 중 새빨간 장미다발이 내가 바친 것이다~~



아래 커튼 콜 사진 몇 장 더. 화질은 기대하지 마세요 ㅠㅠ













와아 꽃다발 드리는 시간~~










꾸벅~~


저 새빨간 장미 꽃다발이 내가 바친 것 :)





하지만... 바가노바와 마린스키에서 트레이닝받은 기사도 넘치는 슈클랴로프님은 언제나처럼... 자기가 받은 꽃다발을 파트너 발레리나에게 바치고 ㅠㅠ 흐흑..



으앙 오시포바 좋겠당! 뽀뽀도 받고 :)


(실제로 둘이 절친한 사이이다. 사실 오시포바는 한두달 전에 로열발레단에서 처음으로 이 역으로 데뷔했는데 그때 원래 연인인 세르게이 폴루닌과 추기로 했다가 공연 직전에 폴루닌이 갑자기 부상당하는 바람에 부랴부랴 연락해 슈클랴로프가 급하게 날아와 아르망을 춰주었다.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자체가 지금 로열발레단과 마린스키 정도에서만 공연하고 있어 이 배역을 출 수 있는 무용수들이 귀하고 특히 오시포바는 그때가 첫 무대라서 호흡이 맞는 파트너가 필요했는데 슈클랴로프가 선뜻 가서 춰준 것이다. 그래서 이번 슈클랴로프 무대에 오시포바가 보은으로 와서 춰준 것도 조금 있긴 한듯. 훈훈~~~ 기자간담회할 때랑 사인회할때도 둘이 꽤나 친하게 조잘거리며 얘기 나눴다)





그래도 내 꽃 오시포바에게 준 건 조금살짝 아깝긴 해 ㅎㅎㅎ








빼먹지 않는 손등 키스~~~





오시포바도 웃음 가득 :)))








마지막은 다시... 멋있게 절하시는 슈클랴로프님으로...



아흑... 공연 볼 땐 너무 좋았는데 지금은 다시 시골에서 일하고 있어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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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30 19:49

극장과 꽃의 기억 2017 vladivostok2017.07.30 19:49

 

 

 

 

어느새 블라디보스톡에 다녀온지 열흘이 넘게 지났다. 원체 짧은 일정이라 그야말로 정말 공연만 본 거나 다름없는 여행이었다. 목표 자체가 그거였으니 만족한다. 좋아하는 무용수가 주역으로 나오는 두시간짜리 발레를 보고, 다음날은 그의 기자간담회에 갔다가 얘기나누고 화보에 사인받고, 그 다음날은 그의 이브닝 특별 무대를 본 후 또 사인을 받고 얘길 나누었으니 복 터진 여행이었음.

 

 

프리모르스키 마린스키 극장 근처에 숙소를 잡아서 시내 구경은 하루밖에 못 나간데다 숙소 있는 동네는 원체 구식이고 또 갈데가 없어서 이번 블라디보스톡 여행은 딱 두개로 요약할 수 있다. 극장과 꽃.

 

 

위의 사진은 7.18 이브닝 무대 후 사인회 때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와 나탈리야 오시포바가 사인해준 프로그램. 이때 사진 두 장에 더 사인을 받았다. 슈클랴로프는 그때 내가 보여준 황금신상 사진에 깜짝 놀라 '이거 어디서 났어요?' 라고 되묻고는 언젠지 기억도 안난다며 진짜 오래전이라고 막 웃었다. 즐거운 기억이다. 그보다 더 근사한 기억은 그의 무대 자체였고. 나는 극장에서 그의 무대를 그래도 꽤 많이 본 편이지만 이번 무대는 손에 꼽힐만큼 좋았다.

 

 

 

 

역시 극장. 블라디보스톡의 프리모르스키 마린스키 분관 한쪽에 진열되어 있던 지젤 1막 의상. 시골 처녀 지젤이 이 옷 입고 종종종 등장해 (사기꾼) 알브레히트와 손잡고 춤을 추고 꽃을 따며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꽃점을 치고... 흑흑 생각하니 또 불쌍한 지젤... 울컥!!

 

 

 

 

이건 18일 슈클랴로프 공연 때. 1막에선 소품 세개를 췄고 두번째 막에선 마르그리트와 아르망을 췄다. 누레예프와 폰테인을 위해 프레드릭 애쉬튼이 안무해준 이 작품은 리스트의 피아노곡 라이브에 맞춰 펼쳐진다. 그래서 피아니스트가 나와 두다다다당 하고 연주~ 나는 피아노도 리스트도 그닥 좋아하지 않지만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이 작품엔 꽤 잘 어울린다. 누레예프도 과잉의 무용수였고 리스트도 과잉의 화려한 음악가이니.... 어쩐지 잘 어울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슈클랴로프는 두다당거리는 건반 멜로디에 맞춰 격렬한 아르망을 보여주었다.

 

 

 

블라디보스톡 가서 공연만 보러 다녔으니 극장은 알겠는데 꽃은 뭐냐고 하신다면..

 

 

블라디보스톡은 마을 여기저기 들꽃이 많았다. 특히 주거지에 가면 무성하게 들꽃들이 자라나 있었고 종류도 여러가지여서 그거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이건 18일에 버스 잘못 타서 내렸을 때 돌아다녔던 동네에서 찍은 들꽃 사진. 아파트 건물 주변에 만발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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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얘기는 어제(7.29) 밤 메모에 포함되어 있었는데 무용 얘기라서 이 부분만 들어내서 dance 폴더로 옮김.

 

... 잰더 패리쉬 별로 안 좋아해서 사진은 안 올립니다 ㅠㅠ

 

 

그저께인가 어제 영국 출신 남성 무용수 잰더 패리쉬가 마린스키 프린시펄로 승급했다는 소식이 올라왔다. 좀 황당했다. 흠... 하긴 지난번 티무르 아스케로프도 프린시펄로 만들었으니... 하지만 패리쉬의 무대를 여러 차례 본 나로서는 참 별로라는 생각이 든다. 뻣뻣하고 재미없고 매력없는 무용수인데.... 뭐 비율이야 좋지....

 

 

하지만 요즘 마린스키는 참... 울리야나 로파트키나 은퇴하는 것도 슬픈데... 물론 가뜩이나 남자 프린시펄들이 좀 모자라는데다 이반첸코나 코르순체프, 콜브 셋다 나이가 많고... 그중 제일 중심을 이루고 있었던 슈클랴로프는 바이에른으로 가버려서 마린스키에는 가끔 나올 뿐이고, 김기민씨는 한동안 부상 때문에 쉬다가 이제야 다시 나오기 시작하고... (티무르 아스케로프 얘긴 하기도 싫다)... 그러니 프린시펄 승급이 하나쯤 필요하긴 했겠지만...

 

 

이 인간들아!! 안드레이 예르마코프 있잖아아아아!!!! 알렉산드르 세르게예프도!!! 세르게예프가 너무 성격배우라 프린시펄이랑 안 맞는다 치자... 그래도 예르마코프 있잖아아아아!!! 잰더 패리쉬라니 너무하잖소!!!! 아 정말 별로야!!!!!

 

 

이제 마린스키 남성 프린시펄 라인업 중 내가 가급적 무대를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둘이나 있네... 티무르 아스케로프에 이어 잰더 패리쉬까지 -_-

 

아아... 슈클랴로프님이 독일로 떠나서 가뜩이나 빈곤하고 심심해져 버린 왕자/영웅/드라마틱한 연인 프린시펄 라인업에 이제 뻣뻣한 영국남자 잰더 패리쉬까지 가세했구나... 한숨 중...



 

**

 

 

추가 : 어제 이 소식에 좀 화딱지나서였는지 심지어 잰더 패리쉬인데(Parish) 잰더 패리스라고 계속 쓰고 있었네. 이름 다 고쳤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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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클랴로프 이브닝 공연. 7월 18일 블라디보스톡 마린스키 분관.


세번째 레퍼토리였던 Ne me quitte pas (날 버리지 마). 유리 스메칼로프가 작년에 이 사람을 위해 안무해준 작품이다. 커튼 콜.



이날 이 공연 특히 아주 좋았음. 작년 이맘때 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에서 봤을 때보다 이번 무대가 더욱 절절하고 심금을 울렸다.



하얀 의상 때문에 빛이 너무 번져서 내가 찍은 커튼 콜 사진은 건지고 건진게 이것들 뿐이다 흐흐흑.....





















이 작품까지 보여준 후 1막이 끝났다. 막간 후 마르그리트와 아르망을 공연했기 때문에 1막 마친 후 앞에 나왔던 다른 무용수들도 같이 나와서 인사를 했다 :)



..



내가 찍은 사진 화질이 너무 안 좋으니... 마린스키 블라디보스톡 분관 측에서 찍어서 올린 사진 세 장 추가.











왼편 여인이 노래를 부른 소프라노 성악가. (이 작품은 여성 소프라노가 무대 왼편에서 ne me quitte pas 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 슈클랴로프가 무대를 가로지르며 춤을 춘다) 오른편 좀 잘렸지만... 이 작품의 안무가이자 슈클랴로프의 절친한 친구인 유리 스메칼로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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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8일 화요일, An evening with Vladimir Shklyarov 공연. 이 사람은 여기서 발레 101, 고팍, 날 버리지 마, 마르그리트와 아르망을 추었고 중간중간에 마린스키 동료들의 잠자는 미녀 그랑 파, 돈키호테 그랑 파, 러시안 댄스 갈라가 들어갔다. 그도 그럴 것이 혼자서 연속으로 네개의 넘버를 쭈루룩 소화하는 건 육체적으로 너무 어렵기도 하고, 의상도 갈아입어야 하고 집중도 해야 하니까.



발레 101은 흰 셔츠에 검은 숏팬츠 차림이라 빛이 너무 번져서 커튼 콜 사진 한장도 못 건지고, 고팍도 건진 거 이거 한장이다. 그나마도 흐리게 나옴 ㅠㅠ 흐흑.....



고팍 정말 끝내줬다. 이거야말로 도약이 훌륭한 남자 무용수를 위한 테크닉 뽐내기용이기 때문이다. 사람들 환호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게다가 흰 루바슈카에 펄럭이는 빨간 바지의 슈클랴로프는 정말이지 근사하게 공중을 훨훨 날아다녔다. 전에 찍은 고팍 화보를 보면 굉장히 소년 같았는데 이때 무대에서는 제대로 된 성숙하고 강인한 남자의 춤을 보여주었다.






그나마 하나 더 건진 것. 이건 더 흔들렸어 흐흑...







그래서 마린스키 블라디보스톡 분관 측에서 제공한 화보 한장 추가. 저렇게 계속 폴짝폴짝 뛰고 날아오르시는데 어찌 환호하지 않으리오.






아쉬우니까 역시 마린스키 블라디보스톡 쪽에서 제공한 발레 101 무대 사진 한 장 더. 영상으로 볼때도 즐거웠지만 정말이지 무대는 더 끝내줬다. 이 사람의 유머가 얼마나 빛을 발하는지 :) 발레 101은 테크닉 위주의 소품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무용수로서의 자신감과 무대 장악력과 여유가 필요한 작품이다. 다른 무용수들의 무대를 몇번 보았는데 그런 여유와 유머와 자신감을 드러내는 게 사실 그리 쉽지 않다. 스텝 하나하나를 클리어하기에 바쁜 것이다. 이 사람은 그런 면에서는 도가 텄다!!!! 그리고 댄서의 육체 하나와 스피커, 마네킹(이건 스포일러인가)만 있으면 되니 무대 준비하기도 쉽고 이 사람의 매력이 팡팡 터지는 작품이라 해외 투어 때 종종 선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발로쟈, 당신은 최고에요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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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흔들리고 번져서... 곱사등이 망아지 커튼 콜 사진들 중 그나마 슈클랴로프님의 얼굴을 좀 알아볼만하게 나온 사진들은 이제 이게 전부... 크흑... 이럴 줄 알았으면 사진 찍지 말고 그분의 미모나 그냥 집중해서 보며 박수나 더 쳐주고 브라보나 더 외쳐줄 것을 ㅠ




미녀 여왕 역의 레나타 샤키로바랑 손 잡고 인사 중. 샤키로바는 마냥 신났음 :))











자리에 앉아서 줌 당겨 찍었더니 구도가 기울어짐.













자기가 받은 꽃다발을 파트너인 샤키로바에게 바치려는 발로쟈.






몽땅 다 샤키로바에게 바침...



너 근데 작년인가 재작년에 라 바야데르 췄을 땐 파트너인 마트비옌코 말고 망령 중 하나로 나온 아내 쉬린키나한테 꽃다발 다 바쳤지!!!!! (파트너의 기사도보다 아내에 대한 사랑이 우선하는 사랑꾼 ㅋㅋㅋ)










슈클랴로프 옆에서 빙긋 웃고 있는 스메칼로프 표정이 너무 우습다.



시종장 역의 스메칼로프는 엄청나게 귀엽고 매력적이었다. 이 시종장 배역을 추는 건 이고르 콜브, 이슬롬 바이무라도프 무대도 전부 직접 봤지만 역시 나는 스메칼로프 시종장이 딱 취향이다. 특히 슈클랴로프 이바누슈카랑 스메칼로프 시종장의 케미가 좋다.





아아. 볼때마다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발레야... 근데 맨첨에 막심 쥬진이 이바누슈카 춘 무대로 봤을 땐 이만큼 임팩트가 없었던 걸 떠올려본다면 역시 이것은 슈클랴로프의 매력 때문일지도... 이바누슈카 역에 너무 잘 어울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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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분명히 맨앞줄 앉아서 찍었는데 ㅠㅠ 이번 사진 다 망했다 흐흑.... 조명이 오케스트라 핏 바로 아래에서 올라오면서 다 번져버렸음. 그래서 건진 사진이 별로 없다. 너무 아깝다. 이번 곱사등이 망아지랑 이브닝 특별무대의 슈클랴로프님은 정말 미의 결정체였거늘...




하여튼.. 흔들렸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건진 사진 몇 장 올려봄.



곱사등이 망아지 커튼 콜. 절친인 유리 스메칼로프랑 같이 :)






아름다운 여왕님 역은 레나타 샤키로바. 나는 이미 알리나 소모바의 여왕을 보아 버렸기에 솔직히 좀 비교가 많이 되긴 했다. 샤키로바는 아직 연륜이 부족하고 상체가 좀 구부정하고 뻣뻣한 편이라 생기발랄하긴 한데 아무리 봐도 여왕님이라기보단 그냥 말괄량이 아가씨 같은 느낌이었음.






꽃 받으신 발로쟈... 그러나 저 꽃다발도 역시 파트너인 샤키로바에게 넙죽 다 바쳤음 :)







이건 화요일,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이브닝 공연. 세번째 레퍼토리였던 '날 버리지 마' 커튼 콜. 스메칼로프 안무의 소품인데 이 작품 꽤 좋다. 개인적으론 작년에 무대로 봤을 때보다 이번 무대가 더 좋았다. 훨씬 우아하고 원숙하고 절절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 작품 출때 이 사람의 육체의 유연함과 드라마틱한 표현력이 정말 극에 달한다.






이건 이날의 하이라이트 공연인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끝나고. 파트너는 나탈리야 오시포바. 오시포바의 마르그리트는후반부가 더 좋았다. 그리고 임팩트 있긴 했지만 나에겐 작년에 본 테료쉬키나 버전 마르그리트가 더 처연하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나에게 오시포바는 너무 힘차고 과잉의 무용수로 느껴지나보다. 볼때마다 그런 느낌이 드니.... 어쩐지 허리가 끊어져라 기침을 하며 나뒹굴어도 맘만 먹으면 슈클랴로프든 누구든 한주먹으로 해치울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도 돈다발 뿌리는 슈클랴로프의 박력은 장난 아니었음) 아니면 오시포바가 모스크바 스타일 무용수라 그럴지도 모르겠음. 아무래도 나는 모스크바보단 페테르부르크 스타일 무용수들을 더 좋아하는 편이라.



하얀 타이츠와 검은 프록코트 의상의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는 미의 결정체 중 결정체!!!






사인회할 때. 잘 보면 슈클랴로프가 펜을 쥔 손 아래에 황금신상 사진이 있다. 저 사진 보여주자 슈클랴로프가 '우와 이거 어디서 났어요?' 하고 물었었다.



저 록시땅 쇼핑백은 내 앞에 있던 일본 여성 팬이 주고 간 선물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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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들이 좀 더 있긴 한데 다들 화질이 별로임. 흐흑... 주말에 좀더 뒤져보고 건질만한 거 있음 더 올려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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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08 19:43

일요일 밤 발레 화보 몇 장 dance2017.01.08 19:43



블라지미르 말라호프, 나디아 사이다코바. "레다와 백조"

어제인가가 말라호프 생일이었다고 함.

말라호프는 내가 좋아했던 무용수인데 춤 자체보다는 육체적 특성과 매력이 넘쳐서 좋아했다.






나의 첫사랑 무용수. 예브게니 이반첸코.


적지 않은 나이에도 여전히 마린스키 최고의 파트너이자 왕자님이다. 이 사람이 언젠가 떠나면 사실 딱 그런 역할에 어울리는 '왕자 파트너'가 마린스키에서도 귀해지니 참 아쉽다.






빅토리야 테료쉬키나,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라이몬다.

흑, 발로쟈.. 마린스키에도 자주 와주렴


송년 밤 공연과 1.2 공연으로 마린스키 호두까기 나왔는데 나도 이 사람 마린스키 무대 다시 무지 보고팠다..





소년의 꿈이 이루어짐.

바이에른. 얼마전 드디어 어린시절 꿈인 스파르타쿠스로 데뷔한 슈클랴로프. 사실 이 사람 신체조건이 별로 마초나 근육질 검투사 같지 않아서 마린스키에서도 스파르타쿠스는 못 얻었고 나 역시 '노예 반란자보단 포로 왕자 같아' 란 생각이었지만 공연을 본 관객들 평은 꽤 좋았다. 훌륭한 춤과 연기였다고 함.


아아 나도 보고파 발로쟈 흑.. 짧은 영상 클립 두어개밖에 못봄. 뮌헨 관객들이여, 제발 마린스키 팬들처럼 영상 좀 올려다오 ㅠㅠ


오히려 크라수스 역할의 폴루닌이 폼만 잡고 참 별로였다는데.. 뭐 폴루닌이야 원래 poser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별로 기대 없었고 그냥 크라수스 스타일로 으쓱대는 건 어울릴듯. 연기랑 춤은 슈클랴로프가 다 하면 되지 뭐 ㅠㅠ


(근데 난 저 최후 사진을 봐도.. 슈클랴로프의 숨진 스파르타쿠스는 반란노예라기보단 고결하게 희생된 포로 왕자처럼 보여.. 다 외모 탓이다. 수염 안 깎고 나와도 그러네)



​​




흠잡을 데 없이 멋져보이는 이 스파르타쿠스 화보의 주인공은 안드리스 리에파. 옛날에 참 멋있었는데 확실히 무용수들도 나이들고 무대를 떠나고 감독이나 안무 쪽으로 가면 살이 붙는다. 그래서 요즘 리에파 모습이 담긴 사진 보면 세월이 좀 무상하다는 느낌도 든다.






이건 미하일로프스키 극장의 라 실피드. 왼편 제임스 역은 연기는 별로지만 외모와 포즈가 뛰어난 빅토르 레베제프. 이제 연기 좀 늘었으려나 ㅠㅠ (잊을수 없어 너의 그 나무토막 같던 솔로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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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공연 보고 늦게 들어와 뻗어서 메모를 정리하지 못했다. 그래서 오늘 간단히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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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낮엔 도시 좀 외곽의 오부호브스코이 오보로느이에 있는 로모노소프 도자기 박물관에 다녀왔다.


좀 고생하며 갔지만 간 보람이 있었으니 도자기들의 화려하고 우아한 자태 앞에서 나는 넋을 잃고... 이것도 저것도 다 갖고 싶어 진열장을 깨고 싶었고.. 역시 돈과 노동력을 마구 부리고 착취했던 제국주의 시대의 도자기가 아름답고 화려할수밖에 없구나, 소련 시절 나온 디자인들은 괴롭구나(그래도 소련 것들도 또 보다보니 은근 매력 있음. 하긴 코발트넷도 소련 시절 디자인임)








샵에서 파산할뻔 했지만 꾹꾹 참고 찻잔 두개와 꽃병 하나만 샀다. 싹쓸이해오고팠다. 게다가 이미 전시실의 고색창연하고 어마어마한 황실 사용 도자기들을 보자 이제 샵에 있는 찻잔도 눈에 안 들어올 지경!!


아 나 이 박물관에 취직하고프다!! (그리고는 밤마다 몰래 찻잔 꺼내 차 우려 마시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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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선 옷 갈아입고 료샤와 마린스키 근처의 The Repa에 저녁 먹으러 갔다. 이곳 빵과 양배추 수프가 은근히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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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나서 돈키호테 보러 갔다. 어제 배역은 바질- 안드레이 예르마코프, 키트리-옐레나 옙세예바, 투우사- 콘스탄틴 즈베레프 등이었다. 원래 키트리 역이 옥사나 스코릭이었는데 아픈 건지 옙세예바로 교체됨. 나는 키트리라면 스코릭보다 옙세예바가 더 마음에 드는 타입이라 오히려 더 좋았다.






예르마코프 바질은 반은 좋고 반은 아쉬움. 나는 예르마코프와 즈베레프를 둘다 무용수로서 꽤 좋아한다만, 예르마코프는 의외로 희극 연기도 괜찮고 파트너링이야 원래 좋았지만..



아무래도 바질이란 역 자체가 좀더 민첩하고 새처럼 날아다니는 무용수가 더 어울리다보니 키큰 예르마코프는 어딘가 자꾸 투우사였음 더 좋았겠단 생각이 들었다. 결혼식 솔로에서도 점프나 주테가 살짝 아쉬웠다. 그래도 예르마코프가 추는거 봐서 좋긴 했다.



즈베레프 투우사는 매우 멋졌으나 옥의 티는 의외로 망토 간지나게 돌리는게 좀 약했다!!!! 이 사람 스메칼로프 발레들에서도 그렇고 여기저기서 툭하면 망토 늘어뜨리고 나오는데 어째서인거냐 ㅠㅠ 차라리 3막 선술집에서 망토 없이 추는게 더 어울렸다. 어깻짓을 좀더 하며 좀더 거들먹거려도 좋았을텐데 :)



옙세예바 키트리는 이따금 피루엣이나 테크닉에서 삐끗할 땐 있어도 타고난 키트리 연기를 잘해서 보기 좋았다. 딱 키트리 느낌이란 게 있는데 다소 과장돼 보이지만 그게 정말 잘 어울려서 최근 무대에서 본 키트리들 중 가장 맘에 들었다. 슬며시 옛날 타치야나 체레호바 생각이 좀 났다, 테크닉보단 외모적으로 그런 느낌이 많이 들었다.


다른 무용수들과 공연 리뷰는 나중에 따로.. (언제 ㅠㅠ)




마린스키 돈키호테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 극장 레퍼토리 중 하나라 보고 나면 행복해진다. 이것으로 이번 페테르부르크의 짧은 일정에 포함된 공연 끝.. 발레 두개랑 연주회 하나 뿐이라 무척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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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돌아와 완전히 뻗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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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2 18:53

마린스키 다녀옴 2016 petersburg2016.12.12 18:53



어제 마린스키에서 돈키호테 보고 늦게 돌아와 뻗었다. 공연은 물론 좋았다. 정오 가까이 되어 일어나 이제 뭐 먹으러 나가려는 길이다.

한국에 곧 돌아가게 된다. 심란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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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연결 사정이 안 좋아서... 선명도 보정은 안된다만 오늘 마린스키 석화 커튼콜 사진 찍은 거 몇장 먼저.

(엽님~ 사진이라도 먼저 보세요~)


이건 1막 끝나고 잠깐 인사할때. 내 자리가 파르테르 제일 끝열 구석이라 줌 당겨도 이게 전부..



그래도 다 끝나고 커튼콜할 땐 또 열심히 앞으로 나갔습니다(ㅋㅋ)


카테리나 역의 옐레나 옙세예바.



귀여운 알렉세이 티모페예프. 살짝 슈클랴로프 닮아서 귀여운 동안이긴 한데.. 슈클랴로프의 우아한 왕자다움과 프린시펄다운 기품은 아직 없다 ㅠㅠ 그래선지 내가 젤 좋아했던 이 사람 배역은 해적의 란켄뎀이었어 ㅠㅠ


그래도 저 의상 잘 어울리고 귀여웠음.



산의 여왕 역 예카테리나 체브이키나. 이 역이 사실 사랑의 전설에서 메흐메네 바누 역과 좀 비슷한데... 요즘 이 아가씨를 많이 밀어주는데(키크고 체격 조건이 좋아서 그런가) 난 별로 안 좋아한다... 아직 몸이 덜 유연하고 딱딱하고 좀 무거워뵌다... 접때 지젤에서 미르타 출때도 별로 맘에 안 들었음... 이 역은 딱 빅토리야 테료쉬키나 맞춤이었음(어제 초연에서 췄던 듯. 이 사람이야 메흐메네 바누가 트레이드마크 중 하나니 이 역도 잘 어울렸겠지)


꽃 받고서.

근데 티모페예프는 파트너에게 꽃을 바치지 않았어...


세베리얀 역의 알렉산드르 세르게예프.. 저 분장 때문에 세르게예프 맞나 하고 한참 오페라 글라스로 살펴봤었음.. 흑, 내가 좋아하는 무용수인데 분장 때매 얼굴도 거의 못 알아볼지경에... 춤도 재미없고.. 내 개인적 느낌으론 이 좋은 무용수인 세르게예프가 낭비되었음 흑흑... (뭐 이 사람이야 나름 잘 췄는데 그냥 난 이 발레랑 이 캐릭터가 맘에 안 들었던 거야. 어제 춘 스메칼로프 버전 봤어도 그랬을거야ㅠㅠ)



손등 뽀뽀 중인 티모페예프, 옙세예바.


리뷰는 조만간 따로,,, 엄청 짧은 메모는 앞 포스팅(http://tveye.tistory.com/5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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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너무너무 피곤해서 자정 전에 뻗었고 새벽에 몇번 깨긴 했지만 그래도 8시간 넘게 잤다. 꿈이 좀 정신사납긴 했다. 동생, 쥬인도 나오고, 회사사람들도 나오고... 나중엔 초현실적인 귀신 같은 것도 나왔다(숄을 두른 아주머니의 몸이지만 목이 없고 그 몸 위로 머리 대신 기도하는 모양의 손이 떠 있었음!) 오늘 에르미타주에서 달리 특별전을 보려는 계시였나?


..




아침에 기어내려가 조식을 먹었다. 아아... 바깥에는 눈발이 흩날리고 있었고 매우 흐렸다... 날씨는 아주 별로였다. 고로 이런 날씨에는 박물관에 가야 한다 ㅠㅠ


언제나처럼 러시아 박물관(루스끼 무제이) 갈까 하다가 호텔에서 그래도 가까워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의 에르미타주에 간만에 가자 싶었다. 최근 2~3년 동안은 안 갔었다.


싸락눈 맞으며 얼어붙은 눈과 진창을 밟으며 뒤뚱뒤뚱(많이 껴입고 양말도 두개 신어서ㅠㅠ) 걸어서 에르미타주에 갔는데~ 행운이었다. 오늘이 에르미타주 설립기념일인 듯!!! 첨엔 러시아인만 공짜인가 했으나 모두가 공짜! 티켓 사면서 돈 냈더니 공짜라는 거였다. 아니 이게 웬 떡이냐! 원래 외국인 요금은 더 비싼데~!!! 살다 보니 이런 일이!!!!


그래서 신나게 들어갔고 무거운 코트와 목도리, 장갑, 우산, 카메라, 화장품 파우치 따위를 모두 코트 보관소에 맡기고 전시 보러 올라갔다. 내가 항상 보러가는 3층 전시(인상주의, 마티스, 루오, 피카소 등등... 인상주의는 별로 안 좋아한다만 같이 있음)는 잠시 제너럴 스태프 빌딩으로 옮겨갔다고 했는데 피곤해서 오늘 그리로는 안갔다.


대신 그 3층에서 살바도르 달리와 초현실주의 특별전시를 하고 있어 매우 좋아하며 안내원 여럿에게 길을 물어 그 전시실에 갔다(에르미타주가 원래 미로 같아서 위로 올라가는 계단 찾기가 참 힘들다) 그런데 아쉽게도 달리 그림은 대여섯점, 조각 두어점 뿐이고 나머지는 초현실파 다른 화가들 그림이었음... 뭔가 사기당한 기분... 달리는 사춘기 때 좋아했던 화가인데 아직 마음이 남아 있긴 했으나... 그림 넘 조금 왔음 흑... 뭐야!


그래도 공짜니까...


오늘은 특별전시가 여럿 있었다. 각국 동전의 역사 전시도 있었는데 이것도 재밌었고, 러시아 왕궁 인테리어 특별전도 있었다. 물론 나는 이게 재밌었다.. 샹들리에, 가구, 램프, 의상 등등(ㅜㅜ)


에르미타주는 자주 왔던 곳이라서 2층의 서양미술 메인 전시들은 대충 지나갔다. 루벤스, 푸생 등 좋아하던 화가 그림 좀 다시 보고... 마지막으로 가장 좋아하는 전시실인 렘브란트 방에 갔다... 오랜만이에요, 렘브란트. 오랜만이에요, 하만, 다나에, 이삭, 십자가에서 내려오는 예수님, 그리고 돌아온 탕자 안아주는 아버지.


다 보고 뮤지엄 샵에 들렀다가 카페에서 까르또슈까 한개와 그린필드 티백 담가주는 홍차 한잔으로 에너지 보충하고 나왔다. 이미 오후였고 해가 지고 있었다. 그런데!!! 정문까지 줄이 늘어서 있었다. 무료입장이라 그런거였다! 낮에 일찍 가서 줄 안섰던 거였음. 오오 다행...


..



진창을 밟으며 호텔로 돌아왔다. 저녁 마린스키 공연까지는 시간이 약간 있어서 좀 쉬고 컵우동으로 대충 저녁 먹었다.


추워서 기모스타킹 두개 껴신고 울스커트와 니트 스웨터, 패딩 차림으로 버스 타고 마린스키에 갔다.







마린스키에서는 어제 유리 그리고로비치 90주년 + 프로코피예프 120주년 기념으로 석화(돌로 만든 꽃, 까멘느이 쯔베똑)를 오랜만에 다시 올렸다. 그리고로비치도 어제는 나왔던 모양... 어제가 프리미어였고 오늘은 둘쨰날이었는데 난 갑자기 오게 돼서 첫날 공연은 아니고 둘째날 표 있는 걸 득템했다. 사실 며칠 후의 라 실피드 볼까 하다가 무대에서 본 적 없는 석화를 택했는데... 크게 기대는 하지 않고 갔다.  


석화 리뷰는 내일이나 모레쯤 따로 올려보겠다. 그냥 간단한 인상은...


음, 역시 난 유리 그리고로비치 안무는 취향에 맞지 않아. 어쩐지 내겐 공허하고 단조롭고 지루하게 느껴진다. 동작들은 격렬하고 아크로바틱한 경우에도 그냥 도식적으로 느껴지고... 시대적 영향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나는 그리고로비치 취향이 아니다. 예외는 백조의 호수 정도인데 그것도 무대 미술과 로트바르트(내가 좋아하는 캐릭터)의 역할 확장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리고 백조의 호수는 유일무이한 차이코프스키 음악이라는 엄청난 무기가 있지)


그리고 사랑의 전설과 석화는 여러 모로 비슷한 느낌이었다. 좀 성격 다른 형제나 자매 같았음.


그래도 주인공인 석공 다닐라를 내가 귀여워하는 알렉세이 티모페예프가 춰서 반가웠다. 연인 카테리나는 옐레나 옙세에바, 산의 여왕은 예카테리나 체브이키나, 악당 세베리얀은 알렉산드르 세르게예프. 그러나.. 슬프게도 이 발레는 내용 자체가 단조롭고 인물들도 너무 전형적이라... 인물들이 별로 매력적이지 않아 아쉬웠음. 뭐 그래도 하얀 루바슈카에 파란 바지로 러시아식 의상 입고 팔짝거리는 티모페예프는 귀여웠다...(슬프지만 우아한 맛은 없음...)


** 커튼콜 사진 몇장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5639


..


(정류장 걸어가며 폰으로 찍은 마린스키 구관과 신관 야경)



..


만원버스 타고 돌아왔다. 해가 빨리 지니 캄캄한데다 기온이 좀 오르자 눈이 막 녹으면서 진창과 얼음밭으로 변해서 밤중에 운하 따라 걸어오기는 위험해서.


씻고 정리했더니 어느덧 자정이 다 되었다. 박물관과 극장에 다녀왔더니 꽤 피곤하다... 이 메모만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내일도 눈이 온다고 예보가 나왔는데... 눈아 오지 마라 흐흑... 길이 너무 진창이야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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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이 about writing 폴더에 트로이의 관점에서 기술된 미샤의 첫 시즌과 그의 돈키호테 무대 데뷔, 폐렴으로 인한 입원 등에 대한 에피소드를 발췌한 적이 있다. 아래 이야기는 같은 사건에 대한 미샤의 오랜 후원자이자 애인인 고위직 당 간부 드미트리 마로조프의 회상이다.

 

물론 트로이와 마로조프는 서로 다른 곳에 존재하고 또 다른 식으로 미샤와 관계를 맺고 있으며 다른 방식으로 이 해프닝을 마주한다. 트로이가 아는 것을 마로조프는 모르고 마로조프가 아는 것을 트로이는 모른다. 미샤는 당사자이므로 모든 것을 알고 있지만 언제나처럼 모든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이 다 그럴테지만.

 

시간적 배경은 1974년 4월. 미샤가 키로프 극장에 들어간지 반년이 조금 넘은 시기이다. 그는 이미 해적의 알리와 지젤의 알브레히트로 공전의 성공을 거두고 이른바 원더키드로 관객들과 평론가들을 사로잡기 시작했을 무렵이다. 키로프 발레단의 유명 무용수들은 소련 각 도시를 도는 국내 투어를 떠나고 미샤도 거기 합류한다. 아래 이야기는 투어에서 돌아온 미샤를 레닌그라드 근방의 도로에서 자기 고급차에 태워주는 드미트리 마로조프의 회상으로 시작한다.

 

세레브랴코프와 마할린은 모두 가상의 인물이다. 세레브랴코프와 미샤의 악연에 대해서는 몇번 발췌한 적이 있다.

니나 크류코바 역시 가상의 인물로 당시 키로프 극장의 톱스타 프리마 발레리나이다. 옛날로 따지면 나탈리야 두딘스카야나 갈리나 울라노바, 요즘으로 따지면 스베틀라나 자하로바나 울리야나 로파트키나, 디아나 비슈뇨바처럼 극장을 대표하는 발레리나인데 소련 시절이라 지금의 자하로바나 로파트키나보다 위상이 더 높았다.

율리야 야스미나는 미샤의 어머니이다.

 

 

맨 위 사진은 마린스키 극장 무대에 드리워진 막. 아래 사진은 차이코프스키 파 드 두를 추는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를 백스테이지에서 찍은 것. 돈키호테 사진들은 전에 많이 올려서.

 

 

..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 다리 좀 뻗어도 되나요? 누워도 되면 더 좋겠는데... ”

 

 

 그건 미샤의 키로프 첫 시즌 봄이었다. 그때 그는 키예프와 사라토프를 거쳐 페름까지 이어진 3주 동안의 국내 투어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나는 레닌그라드 진입로에서 미샤를 태웠다. 커다란 가방을 들고 버스에서 내린 그 아이의 옷은 먼지투성이에 온통 구겨져 있었다. 투어 도중에 독감에라도 걸렸는지 연신 기침을 하고 있었다. 발레학교 시절부터 그 아이는 대놓고 자존심을 세우며 내가 보낸 차를 타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 날만은 예외였다. 물론 그는 내 대답을 듣지도 않고 넓고 푹신한 뒷좌석에 몸을 눕히더니 두 다리를 쭉 뻗고 두 손으로 무릎을 이리저리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 꽤 지쳤나보군. ”

 

 “ 3주 내내 버스로 끌려 다녔거든요. 엔진이 세 번 고장나고 타이어가 네 번 터졌어요. 페름에선 공연 30분 전까지도 그 고물 버스 안에 처박혀 있어야 했죠. ”

 

 “ 어쩌겠나, 인민예술가 정도 되면 대우가 좀 나아지겠지. ”

 

 

 건방진 꼬마는 코웃음을 치려고 했지만 꼴사납게 밀려오는 기침 때문에 때를 놓쳤다. 충혈된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머리는 이미 까치집처럼 헝클어져 있었고 뺨은 열에 들떠 사과처럼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왼쪽 광대뼈 언저리는 파랗게 멍이 들어 부풀어 있었다.

 

 간신히 기침이 멎었을 때 나는 그에게 손수건을 주었다. 미샤는 눈과 코를 닦은 후 손수건을 아무렇게나 내팽개쳤다.

 

 

 “ 그 버스 안에는 인민예술가 한 명에 공훈예술가 두 명이 있었다고요. ”

 

 “ 그럼 불평하지 말아야지. ”

 

 

 더워서 벗어놓았던 캐시미어 스웨터를 그 아이의 목과 가슴 위로 덮어준 후 나는 광대뼈의 상처에 대해 물었다. 이미 반쯤 졸고 있었던 미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참 후 차에서 내릴 때가 되었을 때에야 내키지 않는 어조로 대꾸했다.

 

 

 “ 존경하는 인민예술가께서 남겨주신 흔적입니다. ”

 

 “ 이런 짓을 할 만한 건 세레브랴코프인 것 같은데. ”

 

 “ 그깟 공훈예술가 따윈 그럴 배짱이 없죠. ”

 

 

 싸움을 건 쪽은 세레브랴코프였다. 단순한 선배들의 위계 잡기일 수도 있었고 들어온지 일 년도 되지 않아 주역을 독차지하다시피 한 경쟁 상대에 대한 질투일 수도 있었다. 미샤는 선배 무용수의 도발에 모욕적인 발언으로 맞섰고 과히 우아하지 못한 싸움이 벌어졌다. 그들을 떼어놓은 건 대선배인 알렉세이 마할린이었다.

 

 

 “ 마할린이 자넬 쳤다고? 그 온순한 친구가? ”

 

 “ 발레단에 온순한 인간 같은 건 없어요. ”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 어쨌든 불평하지 말아야겠군. 인민예술가에게 맞은 거라면. ”

 

 “ 불평 같은 건 안 해요. 별로 아프지 않았거든요. ”

 

 

 그날 밤 미샤는 스몰니의 내 아파트에 머물렀다. 다음날 아침 돌아갈 때는 내 스웨터를 입고 갔다. 모자까지 받아 썼다. 아마 외투를 줬다면 그것도 망설임 없이 입고 갔을 것이다.

 

 잠시 후 나는 산책을 하려고 나왔다가 현관에서 몇 발짝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그 아이를 발견했다. 이른 봄이었지만 변덕스러운 레닌그라드 날씨답게 새벽부터 폭설이 쏟아졌기 때문에 미샤는 발목까지 차오른 눈 위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미끄러져 넘어진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새하얀 눈 위로 새빨간 핏방울이 루비처럼 점점이 흩뿌려져 있었다. 페름에서 싸움이 붙었을 때 마할린은 그 아이의 코와 광대뼈 사이를 가격했던 것이다. 요행히 코뼈가 부러지거나 내려앉지는 않았다. 심지어 콧등이 부어오르지도 않았다. 그저 눈 위에 앉아 코피를 펑펑 흘리고 있었을 뿐이었다.

 

 

 “ 이런데도 아프지 않았다고? ”

 

 “ 아프지는 않아요. 숨쉬기가 불편할 뿐이지. ”

 

 

 그나마 얼굴이 망가지지 않았으니 다행이었다. 물론 알렉세이 마할린에게는 더욱 더. 며칠 동안 나는 그 작자를 고별 공연도 없이 은퇴시키고 말겠다는 충동에 시달렸다.

 

 

 나는 오전 연습에 가야 한다고 우기는 미샤를 기사의 차에 태워 병원으로 보냈다. 간단한 치료로 끝날 줄 알았지만 검사가 이어졌고 병원에서는 그 자리에서 미샤를 입원시켰다. 마할린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코 때문이 아니라 폐렴 때문이었다.

 

 이틀 째 되던 날 그는 간호사에게는 말도 하지 않고 병실에서 기어나가 리허설과 정례 수업에 참석하고 그 다음날 밤에는 예정대로 무대에 올라가 춤을 췄다. 돈키호테였고 파트너는 니나 크류코바였다. 그녀는 미샤의 표현대로라면 ‘존경하는 인민예술가’였고 오랫동안 세레브랴코프의 파트너였다.

 

 

 무용계에서는 한동안 크류코바가 미샤를 낙점한 것에 대해 떠들어댔지만 그날 돈키호테 공연에서 그녀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아직도 그날 밤 관객들의 환호와 충격 어린 열광을 기억한다. 그랑 파이널의 코다 무렵에는 천둥처럼 울려대는 갈채와 신음 소리, 숨이 멎는 듯한 비명들 때문에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전혀 분간할 수가 없었다. 미샤가 솔로를 마쳤을 때 무대로 날아든 꽃들 때문에 크류코바는 하마터면 균형을 잃고 넘어질 뻔 했다. 커튼콜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나는 자리에서 먼저 일어나야 했다.

 

 

 극장 밖은 꽃다발과 편지와 선물을 한 아름 안고 진창으로 부츠를 더럽히며 줄지어 있는 팬들로 가득했다. 주차장 한켠에는 얇은 봄 코트를 입고 머리를 스카프로 감싼 율리야 야스미나가 그 열광적인 남녀들을 힐끗거리며 서 있었다. 아들을 보러 온 모양이었다. 나는 그녀를 서류의 사진으로밖에 본 적이 없었지만 흐릿한 가로등 램프 불빛 아래에서도 금세 알아볼 수 있었다. 창백한 얼굴과 빛나는 검은 눈, 길고 미끈한 목과 호리호리한 실루엣, 초조함과 행복감이 뒤섞인 표정.

 

 

 그날 밤 팬들도 율리야도 그를 만나지 못했다. 투우사를 췄던 동료가 분장실에 갔다가 고열로 의식을 잃은 채 바닥에 뒹굴고 있는 미샤를 발견했다. 그 고집쟁이는 40도까지 열이 치솟는 것도 모르고 춤을 추러 올라갔던 것이다. 혼비백산한 다닐로프가 자기 차로 그를 병원에 싣고 갔다고 들었다.

 

 

 나는 다음날 병원에서 율리야를 보았다. 그녀는 내가 누구인지 몰랐고 나도 굳이 인사를 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복도에 선 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담배를 감싸고 있는 긴 손가락 사이로 결혼반지가 반짝이고 있었다. 잠시 나는 그녀에게 세르게이 야스민에 대해 묻고 싶었지만 침묵했다. 그녀가 과거 속에서 살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니 어쩌면 그건 미샤가 얘기하는 어둠이었을지도 모른다.

 

 

 미샤는 폐렴으로 입원해 있던 열흘 동안 일곱 번 병원을 빠져나가 연습과 수업에 참석했고 심지어 지젤 무대에도 예정대로 올라갔다. 단 한 번도 너그럽다는 평을 들어본 적이 없는 크류코바는 자신의 스포트라이트를 빼앗아간 어린 파트너를 질투하기는커녕 지젤을 비롯해 이후 백조의 호수까지 같이 췄다. 광대뼈의 멍은 얼마 가지 않아 사라졌고 콧대는 멀쩡했다.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나는 그에게 대체 왜 세레브랴코프의 도발에 화를 내며 싸움으로 맞섰느냐고 물었다. 고분고분하거나 얌전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상대에게 언성을 높이거나 화를 내는 적이 거의 없는 애였으니까.

 

 

 “ 제가 배역을 얻으려고 니나와 잤다고 몰아붙여서요. 정말로 화가 났던 건 아니에요. 화를 내야 정상인 상황이라 그랬던 거죠. ”

 

 

 나는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그에게 정말 크류코바와 잤느냐고 물었다.

 

 

 “ 파트너와 자면 신뢰가 깨져요. 그런 식으로 춤추고 싶지는 않아요. ”

 

 “ 신뢰 대신 다른 게 생길 수도 있지. 이를테면 사랑이라든가. 키로프에도 커플 무용수들 여럿 있지 않나. ”

 

 “ 전 사랑으로 춤추는 인간이 아니에요. ”

 

 

...

 

 

 

폐렴에 걸린 미샤가 병실을 빠져나가 돈키호테 무대에 올라갔다가 쓰러져 도로 실려간 이야기와 세레브랴코프와의 싸움 얘기는 트로이의 이야기에 다른 식으로 좀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 얘기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3594 (미샤의 첫 번째 시즌, 돈키호테, 축구팀과 군대처럼 등)

 

여기 발췌한 에피소드의 일인칭 화자인 드미트리 마로조프와 미샤의 이야기는 전에 두어군데 다른 내용을 발췌한 적이 있다. 사실 나는 몇년 전 다시 글을 쓰고 미샤를 되살려내면서 바로 이 이야기를 쓰는 것으로 시작했었다. 그래서 이 단편은 내겐 좀 특별하다.

 

전에 발췌했던 마로조프의 이야기들은 아래 :


마지막 동작이 완성되지 않은 춤, 운하를 건너는 미샤 : http://tveye.tistory.com/4485 

그가 읽었던 불가코프의 문장, 비행기에서, 거장과 마르가리타 :  http://tveye.tistory.com/4572

 

..

 

 

 

마린스키 극장(소련 시절 키로프 극장)

 

 

 

난 사실 여기 발췌한 저 소설을 쓸때 이런 이미지로 시작했다. 그건 아주 붉은 장미와 하얀 눈이었다.

하얀 눈 위에 쏟아진 붉은 피에 대해 쓸때도 마찬가지였고 저 단편 전체를 쓰는 내내 나는 장미에 대해 생각했다. 장미와 눈. 그래서 원래 이 단편의 에피그라프를 장미나 눈에 대한 시로 할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그렇게는 하지 않았다.

아쉽게도 하얀 눈 위에 핀 빨간 장미 사진은 찍어본 적이 없어서... 이번 페테르부르크 갔을때 찍었던 이삭 광장의 붉은 장미 사진으로... :)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미하일 바리쉬니코프. 사진은 nina alovert.

 

 

돈키호테를 추는 파루흐 루지마토프. 사진은 nina alovert.

 

 

..

 

 

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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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아름다운 무용수들 화보 몇 장.

 

디아나 비슈뇨바.

 

 

빅토르 레베제프. 미하일로프스키 극장 프린시펄.

이 사람은 아름다운 외모로 나를 매혹시켰으나.. 막상 무대를 보러 갔을땐 발연기로 나를 매우 실망시켰던 전적이 있다(흐흑...)

그래도 그때 그 무대(라 바야데르)에서 니키야를 췄던 보론초바가 망령의 왕국에서 갑자기 부상당해 막판에 대타로 나왔던 아나스타시야 소볼레바와 러시아 방송의 '볼쇼이 발레'(big ballet)에 출연하더니만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골인함. 내가 그때 뭔가 그 계기가 된 무대를 본 건가 ㅋ

(근데 그 라 바야데르 무대는 한마디로 재앙이었음 ㅠㅠ 레베제프의 발연기 솔로르. 얼굴만 예쁘고 춤은 딸리는 보론초바-심지어 막판 부상, 엉망인 군무, 막판에 대타로 나와 휘청거리던 소볼레바 ㅠㅠ)

그래도 이 라 실피드 복장 입고 부츠 신고 포즈 취하고 있는 레베제프는 근사해보여서 (또 외모에 혹해서) 한컷.

사진 출처는 victor levedev의 instagram.

 

사진은 Jack Devant.

세묜 츄진.

 

빠질 수 없는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 사진 몇 장.

발레 101.

 

머리를 말끔하게 빗어넘겨도 마냥 근사하심

 

최근 아내인 마리야 쉬린키나와 함께 바이에른 무대에 올랐던 지젤.

사진은 Jack Devant.

 

 

 

지젤 커튼콜. 역시 마리야 쉬린키나와 함께.

사진은 Jack Devant.

 

6월에 마린스키에서 이 사람의 알브레히트를 10년만에 다시 봤다. 이 사람은 정말 타고난 알브레히트였다. 로미오가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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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마린스키 시즌 오프닝의 포킨 작품 공연과 바이에른 발레단의 지젤 공연에서의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화보 몇장.

출처는 거의 vladimir shklyarov instagram과 그의 팬페이지.

먼저 마린스키 시즌 오프닝. 포킨의 밤에서 그는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와 함께 세헤라자데를 췄다. 아아, 나도 이 사람의 황금노예를 보고 싶다. 이 사람도 예전에 비해 훨씬 원숙해져서 이젠 덜 소년같고 '진짜' 황금노예 느낌이 날 것 같은 기대가 든다.

 

사진은 alex gouliaev

 

 

역시 세헤라자데의 황금노예. 사진은 alex gouliaev

 

 

조바이다 역 테료쉬키나와 함께.

사진은 alex gouliaev

 

사진은 alex gouliaev

 

 

사진은 victor nikanorov

예전 이 공연 영상을 보면 팜므파탈 센 언니 테료쉬키나의 조바이다에게 질질 끌려다니는 소년 노예같았는데 이번 무대 사진들을 보니 슈클랴로프가 많이 성숙해진 느낌이라 궁금하다...

 

]

 

 

이건 장미의 정령.

 

정말 이 사람이 추는 장미의 정령을 무대에서 보고프다. 이 역이 쉬워보여도 사실 남자 무용수가 이 역을 근사하게 추는게 정말 쉽지 않고 잘못하면 꽃달린 빨간내복 입고 춤추는 근육질 남자로 보이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장미의 정령은 블라지미르 말라호프의 정령이었는데, 물론 루지마토프의 정령도 좋지만 말라호프가 좀더 육체적으로 어울렸다. 그런데 슈클랴로프가 정령을 춘 영상을 보니 이 사람은 또 다른 의미로 잘 어울렸었다.

 

이 사람이 추는 황금노예와 장미의 정령, 이반왕자 등 포킨 스페셜 패키지를 보고싶다(근데 쇼피니아나는 췄어도 이반 왕자는 안 췄지...)

 

사진은 alex gouliaev

 

 

 

 

사진은 alex gouliaev

 

사진은 victor nikanorov

 

사진은 alex gouliaev

 

 

 

사진은 victor nikanorov

 

 

 

이건 바이에른 발레단의 지젤.

7년만에 스베틀라나 자하로바와 다시 지젤 무대에 오른 슈클랴로프. 바이에른의 지젤은 알브레히트 의상이 꽤 다르다. 머리도 훨씬 단정하게 빗었네... 그런데 바이에른 버전 지젤의 알브레히트는 외모가 좀 지그프리드와 비슷... 역시 의상 때문인가.

 

 

 

공연 끝나고 백스테이지에서 스베틀라나 자하로바와 다정하게 사진 찍은 발로쟈. 7년만이라 반가웠다고 한다. 출처는 이 사람 instagram

 

 

사진은 캡션대로 jack devant

이것도 지젤. 이건 슈클랴로프와 그의 아내 마리야 쉬린키나. 둘의 바이에른 데뷔 무대. 가운데는 이고르 젤렌스키... 아아, 젤렌스키 많이 나이먹으셨네..

그건 그렇고 나는 예전 영상이나 심지어 실제 무대 볼때도 젤렌스키가 그렇게 크다고 생각 안했는데 작년인가 재작년 마린스키에서 젤렌스키 전시할때 저 사람이 입었던 솔로르 의상 보고 생각보다 커서 깜짝 놀랐었다. 근데 이 사진 보니 젤렌스키 정말 크네. 아무리 슈클랴로프가 180이 안되는 걸로 추정된다지만.. (괜찮아 발로쟈 넌 예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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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4일. 이날 운좋게 매진됐던 표를 득템하여 마린스키 구관에서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와 아나스타시야 마트비옌코가 춘 지젤을 보러 갔었다. 근 10년 전 슈클랴로프의 첫 무대를 본 게 바로 지젤이었는데 감회가 새로웠다.

 

그날 찍었던 휘황하고 아름다운 마린스키 극장 샹들리에와 램프, 그리고 내부 사진 몇 장.

 

세상에 극장은 많다. 아름답고 호화스런 극장들도, 현대적이고 세련된 극장들도. 그러나 그 많은 극장들 중 나의 첫 극장이자 내 마음을 가장 사로잡았던 극장, 여전히 내 마음 속에서는 가장 사랑하는 극장은 바로 이곳, 마린스키 극장이다. 신관도 좋지만 역시 구관이 가장 매혹적이다. 리노베이션을 한다 해도 제발 저 전통적인 아름다움은 해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신관과는 달리 마린스키 구관에는 여기저기 카페가 숨어 있다. 처음 가는 사람들이야 다들 2층 벨에타쥐 쪽에 있는 카페로 몰리지만 공연 많이 보러 온 사람들은 보통 2야루스(4층) 양쪽 윙에 딸려 있는 조그만 카페를 선호한다. 나도 마찬가지여서 입장 가능한 시간에 딱 맞춰가서(공연 시작 1시간 전부터 가능) 프로그램을 산 후 잽싸게 2야루스 쪽 카페로 달려간다. 나는 좀더 편안한 레프트 윙 쪽을 선호하는 편이다. 바로 여기... 층계와 복도 사이의 조그만 귀퉁이에 카페가 있다. 테이블이 몇개 없기 때문에 빨리 가야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이 자리에 오는 사람들은 거의가 러시아 관객들. 특히 비싼 표 대신 4~5층(2야루스, 3야루스) 표 끊어서 자주 보러 오는 진짜 애호가들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내가 료샤를 여기 데려가기도 했음 ㅋㅋ)

 

작년에 마린스키 숍에서 사서 잘 쓰고 있는 오페라 글라스와 이 날의 지젤 프로그램.

 

 

 

 

이 날은 빨리 가서 제일 좋아하는 층계 옆 테이블 득템... 옆으로는 기다란 층계가 있고 거대하고 화려한 거울이 있어서 저 계단 올라오는 여인들마다 모두 저 거울 앞에서 매무새를 고치고 미모를 뽐낸다.

 

 

 

내가 좋아하는 이곳의 티라미수 :)

 

 

 

옆으로는 이렇게 층계가 보이고...

마린스키의 색깔인 푸른색... (볼쇼이는 붉은색이다. 이건 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의 색채이기도 하다)

 

 

 

 

 

나도 러시아풍으로 꾸미고 갔음 :) 목걸이와 브로치.

 

 

 

이때 내가 득템한 자리는 1층 칸막이 좌석인 베누아르. 시작 전 첫번째나 두번째 벨이 울린 후 직원 할머니가 오셔서 열쇠로 저 칸막이 문을 하나하나 열어주면 그때 들어갈 수 있다.

 

 

복도의 램프들.

 

 

 

샹들리에.

 

오래된 극장들의 샹들리에들은 굉장히 아름답다. 마린스키 샹들리에도 예외는 아닌데, 전에 마린스키 페이지에서는 연중행사로 저 샹들리에 내려서 청소하는 영상을 보여주기도 해서 무척 재미있었다.

 

 

 

 

좌석 칸막이 위의 램프.

 

 

 

 

 

 

 

 

 

이날 파루흐 루지마토프 사진 몇장과 테미르카노프의 호두까기 인형 지휘 cd 득템. 그런데 저 비닐봉지가 더 가슴 설렘. 항상 그렇다. 그래서 여기서 받아온 비닐 봉지는 하나도 안 버리고 차곡차곡 모아놨음 :)

 

 

그냥 이걸로 끝내면 아쉬우니 이날 춤춘 아나스타시야 마트비옌코와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커튼 콜 사진도 한 장.

슈클랴로프의 알브레히트는 명불허전...

(이때 찍은 사진 몇장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4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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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안오는 새벽. 유튜브에 지난 6.15 슈클랴로프가 춘 청동기마상 중 3막 클라이막스인 광란씬이 올라와서 유튜브 링크 걸어본다. 홍수로 연인 파라샤를 잃은 후 그녀의 환영 속에서 미쳐가는 예브게니의 춤인데 실제 무대 봤을때 다들 숨도 못쉬고 봤다. 중간에 브라보를 할수도 없었다.


예브게니 역은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연인 파라샤는 빅토리야 테료쉬키나. 안무는 유리 스메칼로프. 원작은 푸쉬킨의 청동기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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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03 17:08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화보 몇 장 dance2016.07.03 17:08

 

자리 비운 동안 넷에 올라온 슈클랴로프 화보들 몇 장.

나도 저렇게 잘 찍고 싶다 ㅠㅠ 흰 옷 입어 번져버린 커튼 콜 사진들이 눈앞에 어른어른..

 

최근 글린카 극장에서 고팍과 발레101을 춘 슈클랴로프. 먼저 고팍.

아아, 루바슈카와 빨간 바지 입고 고팍 추는 슈클랴로프를 보고 싶다!!! 얼마나 훨훨 날아다닐 것인가. 얼마나 경쾌하고 생기 넘칠 것인가...

 

 

저 헐렁한 루바슈카와 빨간 바지를 보니 너무 귀엽다.. 애 아빠 맞느냐..

 

 

발레 101.

7월에 도쿄에 와서 에튀드와 이 발레101을 춘다는데 이제 나는 파산이라 도저히 도쿄까지는 못 가겠네..

이 사람이 추는 발레 101 진짜 무대에서 보고프다. 영상만 봐도 유머와 생기가 철철 넘치는데..

 

 

 

 

이건 스메칼로프의 '녜 빠끼다이 미냐"(나를 버리지 마)

사진은 Jack Devant

아아, 내가 이번에 가서 찍은 커튼 콜 사진은 흰옷 입은 유령으로 나왔건만..

좋은 작품이었다... 조금만 더 길었으면 싶을 정도로...

어떤 면에서는 스메칼로프의 초기 안무작이자 역시 슈클랴로프가 나왔던(그땐 오브라초바와 췄지) parting의 보다 원숙하고 고통스러운 버전 같은 느낌도 드는 작품이었다. 아마 둘다 이별을 주제로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해적의 알리를 춘 슈클랴로프

아무리 봐도 콘라드가 지켜줘야 할 것 같은 예쁜 알리...

 

 

악, 그렇게 웃으면 관객들 다 쓰러진다...

 

 

얼마전 아내 마리야 쉬린키나와 함께 춘 라 바야데르. 사진은 캡션대로 elena lekhova

 

 

이 사진 보니 다시 이 사람의 라 바야데르 무대를 보고 싶다. 이 사람은 1막부터 3막까지 점점 사람을 휘어잡는 솔로르로 변해간다. 그러니까, 1막은 좀 철딱서니 없지만 사랑스러운 연인, 2막은 안절부절 못하는 비겁한 배반자, 3막은 참회와 회한으로 몸부림치는 알브레히트 같은 남자인데 이 사람의 연기와 춤은 3막에서 가장 빛을 발하곤 한다.

 

3막에서 이 사람이 스카프를 휘날리며 무대로 뛰어나와 선회하고 망령들의 그림자 앞에서 니키야를 향해 뛰어오를 때면 간혹 숨을 죽이게 된다. 그만큼 사람을 매료시킨다. 2막 결혼식의 화려한 2인무보다는 이 3막의 2인무와 솔로가 훨씬 잘 어울린다.

 

 

청동기사상.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와 함께

 

최근 내가 본 공연들 중 가장 마음을 사로잡는 연기와 춤과 무대였다.. 비단 슈클랴로프 뿐만 아니고 스메칼로프와 무대 미술, 음악의 승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는 분명 광란의 예브게니를 혼신을 바쳐 연기해낸 이 사람이 있었다. 아직도 3막에서 이 사람이 테료쉬키나의 환영을 보며 허우적거리고 미쳐 웃고 청동기사상을 향해 손가락질하던 모습이 아른거린다. 당신은 좋은 무용수이고 동시에 좋은 배우예요.

 

 

 

백조의 호수.

사진은 natalya knyazeva

만일 내가 오데트인데 지그프리드가 저런 표정으로 달려와 '오데트야 미안해 오딜한테 깜박 속아버렸어...' 라고 하면 나는 용서해줄 것 같아... ㅠㅠ

 

잠자는 미녀. 테료쉬키나와 함께.

사진은 두 장 모두 karina edwards

내가 딱히 좋아하는 작품은 아니지만 이 사람은 데지레 왕자 역에 맞춤이나 다름없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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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여독도 안 풀리고 정신이 없어서 이번에 가서 본 8개 공연의 리뷰는 언제 쓸지 모르겠다. 안 쓸지도 ㅠㅠ

 

슈클랴로프 무대를 운좋게 4번 봤다. 돈키호테, 청동기사상, 날 버리지 마, 그리고 지젤이었다. 러시아에 있는 동안 틈틈이 커튼콜 사진 몇장과 짧은 메모는 올렸었는데... 오늘은 지젤과 청동기사상 커튼콜 사진 몇장 더 올려본다. 그나마 지젤은 의상 덕을 봤는데 청동기사상은 흰 의상과 조명 때문에 제대로 사진을 못 건짐 ㅠㅠ 내가 보러 간 날 방송 녹화했는데 청동기사상 제발 방영하거나 dvd 나와줬으면 좋겠다..

 

사진 속 지젤의 파트너는 아나스타시야 마트비옌코. 청동기사상은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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