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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마린스키 극장 구관. 이날은 안드레이 예르마코프와 옐레나 옙세예바가 바질과 키트리를 춘 돈키호테를 보러 갔었다. 공연 시작하기 전, 차 한 잔 마시고 2층 홀로 가서 전시 구경. 내가 사랑하는 극장인 마린스키는 내게 미로처럼 좁게 이어지는 복도와 칸막이 좌석들, 푸른 빌로드 좌석과 복도에 기다랗게 늘어선채 샴페인 잔과 연어샌드위치를 들고 있는 사람들, 오페라 글라스, 어깨를 드러낸 드레스 차림의 아름다운 여인들, 정반대로 운동화에 배낭을 메고 아무때나 플래쉬를 터뜨리는 관광객들 등등의 이미지로 가득하다. 그리고 물론 샹들리에. 아름답고 우아하고 근사한 샹들리에들. 이제 마린스키 신관도 꽤나 마음에 드는 극장이 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구관이 갖는 광채와 아우라는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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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들리에와 홀 사진 하나로는 아쉬우니... 카페 사진도 두 장. 전에 몇번 소개한 적 있는 마린스키 구관 사이드 윙의 2야루스(4층)에 있는 작은 카페이다. 마린스키 구관은 복도마다 미로처럼 조그만 카페(..라고 해봤자 작은 카운터와 복도에 놓여진 테이블 몇개가 전부)가 있는데 여기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자리라서 항상 공연 시작하기 한시간 전에 빨리 입장해 이 카페부터 간다. (한시간 전부터 입장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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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4일. 이날 운좋게 매진됐던 표를 득템하여 마린스키 구관에서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와 아나스타시야 마트비옌코가 춘 지젤을 보러 갔었다. 근 10년 전 슈클랴로프의 첫 무대를 본 게 바로 지젤이었는데 감회가 새로웠다.

 

그날 찍었던 휘황하고 아름다운 마린스키 극장 샹들리에와 램프, 그리고 내부 사진 몇 장.

 

세상에 극장은 많다. 아름답고 호화스런 극장들도, 현대적이고 세련된 극장들도. 그러나 그 많은 극장들 중 나의 첫 극장이자 내 마음을 가장 사로잡았던 극장, 여전히 내 마음 속에서는 가장 사랑하는 극장은 바로 이곳, 마린스키 극장이다. 신관도 좋지만 역시 구관이 가장 매혹적이다. 리노베이션을 한다 해도 제발 저 전통적인 아름다움은 해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신관과는 달리 마린스키 구관에는 여기저기 카페가 숨어 있다. 처음 가는 사람들이야 다들 2층 벨에타쥐 쪽에 있는 카페로 몰리지만 공연 많이 보러 온 사람들은 보통 2야루스(4층) 양쪽 윙에 딸려 있는 조그만 카페를 선호한다. 나도 마찬가지여서 입장 가능한 시간에 딱 맞춰가서(공연 시작 1시간 전부터 가능) 프로그램을 산 후 잽싸게 2야루스 쪽 카페로 달려간다. 나는 좀더 편안한 레프트 윙 쪽을 선호하는 편이다. 바로 여기... 층계와 복도 사이의 조그만 귀퉁이에 카페가 있다. 테이블이 몇개 없기 때문에 빨리 가야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이 자리에 오는 사람들은 거의가 러시아 관객들. 특히 비싼 표 대신 4~5층(2야루스, 3야루스) 표 끊어서 자주 보러 오는 진짜 애호가들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내가 료샤를 여기 데려가기도 했음 ㅋㅋ)

 

작년에 마린스키 숍에서 사서 잘 쓰고 있는 오페라 글라스와 이 날의 지젤 프로그램.

 

 

 

 

이 날은 빨리 가서 제일 좋아하는 층계 옆 테이블 득템... 옆으로는 기다란 층계가 있고 거대하고 화려한 거울이 있어서 저 계단 올라오는 여인들마다 모두 저 거울 앞에서 매무새를 고치고 미모를 뽐낸다.

 

 

 

내가 좋아하는 이곳의 티라미수 :)

 

 

 

옆으로는 이렇게 층계가 보이고...

마린스키의 색깔인 푸른색... (볼쇼이는 붉은색이다. 이건 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의 색채이기도 하다)

 

 

 

 

 

나도 러시아풍으로 꾸미고 갔음 :) 목걸이와 브로치.

 

 

 

이때 내가 득템한 자리는 1층 칸막이 좌석인 베누아르. 시작 전 첫번째나 두번째 벨이 울린 후 직원 할머니가 오셔서 열쇠로 저 칸막이 문을 하나하나 열어주면 그때 들어갈 수 있다.

 

 

복도의 램프들.

 

 

 

샹들리에.

 

오래된 극장들의 샹들리에들은 굉장히 아름답다. 마린스키 샹들리에도 예외는 아닌데, 전에 마린스키 페이지에서는 연중행사로 저 샹들리에 내려서 청소하는 영상을 보여주기도 해서 무척 재미있었다.

 

 

 

 

좌석 칸막이 위의 램프.

 

 

 

 

 

 

 

 

 

이날 파루흐 루지마토프 사진 몇장과 테미르카노프의 호두까기 인형 지휘 cd 득템. 그런데 저 비닐봉지가 더 가슴 설렘. 항상 그렇다. 그래서 여기서 받아온 비닐 봉지는 하나도 안 버리고 차곡차곡 모아놨음 :)

 

 

그냥 이걸로 끝내면 아쉬우니 이날 춤춘 아나스타시야 마트비옌코와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커튼 콜 사진도 한 장.

슈클랴로프의 알브레히트는 명불허전...

(이때 찍은 사진 몇장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4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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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모이카 운하)

 

 

늦잠 자고 싶었지만 9시 알람을 맞췄다. 그 이유는 우체국 소포 문제를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_- 오전까지 머문 숙소가 중앙우체국 근처라 소포를 부치려면 오늘 오전밖에 시간이 없었다. 그리고 어제 가방을 싸보니 무게보다도 부피 때문에 그 망할 소포를 부쳐야 했다. 여름이고 홍차랑 책 몇권 외엔 별로 산 것도 없는데 왜 가방이 터져나가는 것일까 허헝,,,

 

10시 반쯤 중앙우체국에 다시 갔다. 어제의 그 마귀할멈 대신 다른 창구로 가서 물어봤는데 거기도 제2의 마귀할멈이 앉아 있었다. 딸론칙을 가져오라며 화를 냈다. 대체 딸론칙이 무엇인가 한참 고민했는데(보통 종이쪽지, 버스표 등을 가리킨다) 알고보니 번호표였다. 러시아도 그동안 기술발전이 물론 있었고... 번호표를 뽑아오면 스크린에 몇번 창구로 가라고 뜨는 것이다. 중앙우체국이라 워낙 크고 창구가 많으니 그런 거였다. 흠, 몰랐던 내 잘못도 있구나. 그건 그렇다치고 엄청 신경질냄. 손님도 하나도 없었는데!

 

번호표 기계로 갔는데 뭔가 엄청 복잡했다. 소포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었는데 나는 저렴한 소포를 부치고 싶었으나 도대체 몇번을 눌러야 하는지 알수가 없었다. 마침 내앞에서 번호표 뽑는 나이든 아저씨가 계셔서 물어보니 너무나 친절하게 '이건 비싼거고 저건 싼건데 어떤걸로 할거니?' 라고 물어봐줘서 '싼거요~' 했더니 그럼 이 메뉴를 누르라고 알려주심. 아저씨 복받으실 거에요 흐흑... 그래, 시민들은 친절한데 관료들만 불친절한 것이야 허헝...

 

하여튼 우여곡절 끝에 창구에 번호가 떠서 상자를 가져갔더니 새로운 마귀할멈 3이 막 화를 냈다, 왜 상자를 봉해왔냐는 것이다. 원래 여기는 소포 포장을 할때 안의 내용물을 모두 검사한다. (예전엔 CD 같은 건 반출 못했는데 아마 지금도 그러려나..) 그래서 '어제 다 검사해서 저쪽 창구 아주머니가 봉해준 거에요. 근데 쉬는 시간이라 다 놀아서 난 시간이 없어 오늘 다시 온 거에요' 라고 설명하고 다행히 어제 상자 포장해준 아줌마가 한쪽에 있어서 그분이 '응, 그거 어제 내가 다 봤어' 라고 확인해 주었다(유일하게 약간 친절했던, 마귀할멈 아닌 사람이었음 ㅠㅠ)

 

그리하여 1700루블을 내고(3만원 정도) 선박 운송을 선택하여 망할 소포를 부쳐버리니 살 것 같았다. 기껏 4킬로 더 쑤셔넣고 오버차지 내지 그랬냐고 하신다면... 가방에 자리가 없었습니다 ㅠㅠ 그리고 근력 따위 없는 나에게 4킬로 추가란 엄청난 짐!!!

 

 

 

(보기에는 아주 웅장하고 아름다운 중앙우체국. 그러나 오랜 옛날부터 나에게는 고생과 원망의 장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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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를 해결한 후 방에 돌아와 가방을 마저 싸고 체크아웃을 했다. 2시 반 택시 예약을 한 후 이제야 가벼운 맘으로 부셰에 가서 오믈렛 아점을 먹었다. 맛있어서 기분이 나아졌다

 

오늘도 엄청나게 날씨가 좋았고 하늘이 파랬고 햇살은 따가울 지경이었다. 진짜 눈부셨다. 돔 끄니기에나 갈까 하고 쭈욱 걸어올라갔다. 원래 목표는 돔 끄니기에서 책을 한권 사서 카잔 성당 분수 앞 벤치에서 아이스크림 먹으며 책 읽는 거였다. (내가 좋아하는 코스라서 옛날에 미샤를 초창기에 등장시켰던 illuminated wall 에서도 미샤는 처음에 카잔 성당 앞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근데 잠깐 와이파이 연결이 필요해서 유럽호텔 로비로 가서 폰을 좀 봤다.

 

그리고는 카톨릭 성당에 들러 다시 초를 켜고 기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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돔 끄니기에 가서 새 지도를 샀다. 구글이나 앱이 있어도 나는 아날로그라 옛날부터 보던 종이 지도가 편한데 한 2~3년 쓴 지도가 너무 헐어서 찢어지고 말았다. 새 지도를 산 후 글쓰기에 필요해서 7~80년대 레닌그라드 시절 도시 현황과 거리 이름 등이 기재된 책이 필요하다고 점원에게 물었으나 원하는 답을 얻지 못했다. 그래서 책장을 뒤져 페테르부르크 거리 이름 유래에 대한 책을 샀다. 이건 제정시대부터 지금까지를 다 아우르는 거라 사실 내가 원하는 건 아닌데 ㅠㅠ 나중에 구글링으로 찾는 게 빠르겠다.

 

(이게 오늘 산 책과 지도 두 종)

 

 

별거 안 했는데도 카잔 성당 분수 앞 벤치에 앉아 책 읽을 시간이 없어졌다. 호텔까지 걸어내려가는 시간이 있으니(버스는 밀림) 그냥 가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돔 끄니기 앞 아이스크림 수레에서 에스키모 플롬비르 초콜릿 아이스크림 바를 사서 먹으면서 혼잡한 네프스키 대로와 말라야 모르스카야 거리 대신 모이카 운하를 따라 안쪽으로 걸어갔다. 햇살이 눈부셔서 운하의 수면이 타들어가는 듯했다.

 

 

 

붉은 다리와 푸른 다리를 건너 호텔로 돌아왔다. 택시를 타고 네번째 호텔(하루 묵었었으므로 실제로는 3개째의 호텔)로 와서 체크인을 했다. 근데 저번보다 방이 안 좋네... 하긴 급하게 방을 예약했고 제일 저렴한 방으로 했으니... 그때보다 좁고 침대도 트윈을 두개 붙여놓은 것이다. 그리고 지난번 방은 거리를 내다보고 있었는데 이번 방은 안쪽 마당인 중정 방향이네. 그래도 뭐...

 

이 호텔은 그래도 프린트를 공짜로 할수 있어서 오늘 지젤 티켓과 새로 끊은 항공권 이티켓을 프린트했다. 그리고는 피곤해서 좀 늘어져 있다가 컵라면 대충 먹고 원피스로 갈아입은 후 마린스키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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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공연이 이곳에서 머무는 3주 동안의 마지막 공연이다. 원래 매진이었는데 우연히 표가 몇개 나와서 급히 득템했던 것으로, 바로 슈클랴로프가 알브레히트를 추는 지젤이었다. 오오...

 

공연은... 사실 내가 지젤을 진짜 좋아하는데 이번 공연은 작품 자체보다는 슈클랴로프 보느라 넋을 놓아서 ㅠㅠ 지젤 보면서 안 울었던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아나스타시야 마트비옌코가 지젤로 나와서 좀 이입이 덜 되기도 했다만...

 

슈클랴로프의 알브레히트는 완벽했다... 이 남자의 타고난 기품과 동정심을 자아내는 눈빛과 애절한 춤. 10년 전 그의 알브레히트가 생각났다. 이반첸코 대신 나와서 '저거 누구야!' 하고 짜증냈던 걸 떠올리니 참 놀랍기도 하고 어쩐지 감개무량 ㅋ

 

사진은 따로 올려보겠다. 리뷰도 따로 써보겠다. 근데 이걸로 총 8개의 공연을 봤는데 제대로 리뷰 쓴 건 거의 없네 어헝...

(커튼 콜 사진과 또 짧은 메모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4835)

 

내 자리가 간신히 득템한것까진 좋은데 1층 베누아르 완전 사이드의 게다가 2열이었다. 앞사람 머리에 너무 가리고 왼쪽 무대는 잘 안보여서 진짜 괴로웠다. 슈클랴로프가 출땐 반쯤 엉거주춤하게 서서 봤다(내 뒤에는 사람이 없어 다행...) 나중엔 꼭 기합받는 듯.. 허벅지 쥐나는 줄 알았다. 흐흑... 내 앞에 앉은 사람들 다 키 크고 머리 컸어 엉엉...

 

샵에서 파루흐 루지마토프의 희귀한 옛 사진 세장(아마 베자르 작품 췄을 때인듯)과 테미르카노프가 지휘한 호두까기 CD를 샀다. 그리고 내친김에 CD 파는 아저씨에게 레인골드 글리에르의 청동기사상 음악 있느냐 물었다. 이번 마린스키에서 올린 그 발레. 아저씨는 안타까워하며 다른 작품들만 있다고 했다. 그 음악 정확한 제목이 뭐냐 물으니 청동기사상 맞다고 한다. 하긴 발레음악으로 만든 곡이니... 네프스키의 다른 샵에 한번 가보라 한다. 그 음악 구하고픈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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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클랴로프의 우아하고 애절한 알브레히트 춤과 사랑스러운 커튼 콜 인사 때문에, 그리고 마린스키 구관의 지젤이라는 것 때문에, 또 마지막 공연이란 생각 때문에 좀 감정적으로 고양되어 나왔는데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그럼 그렇지! 이럴줄 알고 우산 가져왔다!!!!! 요 며칠 너무 날씨가 좋았어!

 

근데 진짜 엽님 운 좋으셨습니다~ 가시자마자 비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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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쓰고 호텔까지 15분 정도 걸어야했다. 오다가 수퍼에 들러 자두 세알과 체리 300그램, 새로 나와서 궁금해진 구운 고기맛 감자칩(ㅋㅋ), 물 1.5리터를 샀다. 방에 와서는 배고파서 체리와 감자칩을 조금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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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이제 4일 남았어...

 

돌아가고 싶지 않아...

 

우울함이 다시 되살아나는 듯하다...

 

그래도 슈클랴로프의 알브레히트는 아름다웠다. 외모 얘기가 아니고(외모도 뭐 예쁘지만) 그의 춤과 표현력, 무대 자체가 아름다웠고 때로는 그런 아름다움이 마음을 뒤흔들고 감동시키고 또 위안과 평온을 주기도 한다. 그러니까, 도스토예프스키 말이 맞다. 때로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하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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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7월에 갔을 때는 머무는 일정이 짧아서 공연을 4개밖에 못 봤는데(4개도 많이 빡빡했다), 모두 마린스키에서 봤다. 그중 3개는 신관에서 봤고 오리지널 마린스키 극장에서는 슈클랴로프의 라 바야데르 하나밖에 못 봐서 아쉬웠다. 물론 공연 보는 거야 신관 쪽이 더 편하지만 그래도 구 극장의 아우라는 대체 불가능한 것이라서..

 

도착한 바로 다음날 라 바야데르 공연이 있어서 아직 시차 적응이 안 돼 피곤한 몸으로 마린스키에 갔다. 한시간 전부터 입장 가능해서 딱 맞춰서 갔다. 카페에 가려고 :) 카페에 사람들이 많아서 자리 잡으려면 빨리 가야 하기 때문이다.

 

전에 한번 쓴 적이 있는데, 구 극장은 미로처럼 되어 있어서 여기저기 복도에 카페들이 난립해 있는데 사실 카페라기보다는 그냥 카운터가 있고 복도에 의자와 테이블이 있는 수준이다. (근데 이게 또 매력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2야루스(4층) 왼편(앗 갑자기 헷갈리네.. 아마 왼편 맞을듯) 복도 귀퉁이에 있는 카페이다.

 

 

 

여기.

 

늦게 오면 저렇게 입식 테이블에서 먹어야 하고...

 

 

계단을 올라오면 바로 보인다. 이 카페는 전에도 포스팅한 적 있다.

 

 

 

나는 일찍 가서 자리가 있었으므로 차 한 잔과 티라미수 주문.

근데 지난번까진 구 극장은 티백은 그린필드, 티라미수도 컵에 직접 퍼담아 줬는데 이번에 가니 신관이랑 똑같게 바뀌어서 차도 다망, 티라미수도 저렇게 정형화된 모습으로 나온다.. 차야 그린필드보다 다망이 더 좋지만.. 티라미수는 지난번처럼 퍼주는 게 더 좋은데..

 

찻잔 뒤로 보이는 건 슈클랴로프와 마트비옌코, 옙세예바 등 이날의 배역이 적힌 프로그램. 전까진 30루블이었는데 이번에 가니 이것도 50루블로 올랐다!! 이게 백야축제 때만 50루블로 오른 건지 아니면 이제부턴 내내 50루블인 건지 모르겠네 ㅠㅠ

 

 

 

지난 2월에 왔을 때 질렀던 오페라 글라스 가지고 옴. 슈클랴로프 미모를 조금 더 잘 감상해보겠다는 몸부림!!

 

 

 

카페 옆으로는 이렇게 복도로 통하는 아치가 있고, 조그만 가르제로브(코트 보관소)도 있고.. 옛날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취와 아름다움이다.

 

 

 

카운터에는 이렇게... 케익과 음료수들, 샌드위치들이 늘어서 있다. 이땐 아직 공연 시작까지 시간이 꽤 남아서 한적하지만 곧 여기도 바글바글..

 

 

 

차도 다 마시고 케익도 다 먹었으니 이제 일어나려는 중..

 

 

 

 

 

 

 

그래서 이렇게 공연 보러 자리로 갔다. 이날 내 자리는 1층 파르테르 두번째 열이었는데 늦게 끊어서 좀 사이드였다 ㅠㅠ 그리고 두번째 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사가 없기 때문에 앞자리 사람에게 가려서 매우 괴로워서 결국 또 책깔고 앉기를 시전했음 ㅠㅠ 오케스트라 핏 바로 앞이라 지휘자 머리가 무대를 좀 가리기도 하고..

 

그래도 열심히 슈클랴로프의 아름다운 솔로르를 감상했다 :) 이때 찍은 커튼콜 사진 몇 장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3912

 

** 전에 올렸던 마린스키 극장 카페(이곳) 사진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3248

 

** 마린스키 극장 다른 카페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3686

 

** 마린스키 신관 카페 사진도 올린 줄 알았더니 현장에서 아이폰으로 올렸던 것들밖에 없네. 신관 카페 사진들도 조만간 올려보겠다. 마린스키 신관으로 검색하면 화질은 안 좋지만 폰으로 올렸던 게 몇개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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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병에 시달리는 중. 지난 2월 페테르부르크 사진 보며 위안..

이건 2월 20일. 마린스키 극장(오리지널. 구관) 카페. 보통 마린스키에 가면 2야루스 레프트 윙에 있는 카페에 가는데, 이때는 거기 사람이 꽉 차서 평소에 안 가던 쪽으로 갔다. 복도에 있는 좁은 테이블 쪽인데 여기는 의자가 없어서 서서 차 마셔야 함.

그런데 이 테이블이 놓인 복도 난간 너머로는 2층 벨에타쥐 쪽의 메인 홀이 보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괜찮았다.

 

이날은 유리 스메칼로프가 안무한 '봄의 예감'과 포킨의 '페트루슈카'를 보러 갔다.

 

물론 후자를 보러 간 거였는데, 페트루슈카는 시각적으로도 화려한 성찬이고 음악도 무척 좋다. 발레 자체는, 아마도 더 어릴 때 봤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겐 옛날부터 중요한 발레 중 하나였는데(글쓰기부터 시작해서 여러 의미로) 확실히 영상과 무대는 큰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실제 무대를 보니 페트루슈카라는 주인공에 대해 내가 갖고 있었던 오랜 느낌과 내가 부여했던 상징은 의외로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도 페트루슈카는 언제나 그런 작품이었고 내가 거기에 니진스키부터 시작해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했다.

 

봄의 예감은.. 음... 난 안무가로서의 유리 스메칼로프를 괜찮게 생각하지만 이 작품은 너무 작위적이었고 지루했다. 안무 자체도 그렇고.. 이 무대 보고 나서 느낀 건.. 콘스탄틴 즈베레프가 불쌍하다는 거였다. 왜냐하면 즈베레프는 여기서 태양신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엄청 기다랗고 무거운 금빛 천을 내내 끌고 다니고 막 휘두르며 빙빙 돌아야 하고.. 하여튼 중노동을 ㅠㅠ

 

흑흑 불쌍한 코스챠... 키 크고 풍채 좋다는 이유로 태양신이 되어 고생하고.. 최근 스메칼로프가 안무하고 슈클랴로프가 주역을 춘 저승세계의 오르페우스에서도 흉칙한 의상과 분장을 한 저승 뱃사공 카론으로 등장하고.. (즈베레프가 그 역이라는 자막을 봐서 망정이지 얼굴도 못 알아볼 지경 ㅠㅠ)

 

이 두 작품 리뷰도 아직 못 썼네. 생각해보니 2월에 가서 6개나 공연을 봤는데 제대로 리뷰 쓴 건 하나도 없고.. 그나마도 미하일로프스키에서 라 바야데르 보고 와서 빅토르 레베제프의 나무토막 연기에 분노해 쓴 게 제일 긴 거네 ㅠ (그 분노의 메모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3504)

 

 

 

이땐 아직 오페라 글라스 사기 전이라... (마지막 날 샀다 ㅠㅠ)

코트 보관소에서 빌린 오래된 오페라 글라스. 이거 빌릴 때마다 옛날에 가난한 학생 시절 마린스키 오면 이거 빌려서 윗층으로 올라가 공연 보던 생각이 난다. 메이드 인 USSR!!

 

 

테이블 너머로 아래의 메인 홀이 슬쩍 보인다.

이날은 차를 많이 마시고 가서 차 대신 사과주스랑 티라미수..

 

 

천정의 샹들리에 보너스로 한 컷.

 

아, 다시 가고 싶구나!

 

* 이 날 공연 보고 와서 남긴 짧은 메모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3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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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4. 11. 4. 19:56

마린스키 극장(구관)의 오래된 카페에서 dance2014. 11. 4. 19:56

 

 

전에 마린스키 신관 카페 사진을 올린 적이 있다. (http://tveye.tistory.com/2987)

이번에는 오리지널 마린스키 극장 카페.

 

마린스키 극장 구관은 아직 옛날 극장의 구조를 그대로 갖추고 있다. 홀의 좌석도 경사는 거의 없이 평면적으로 배치되어 있고 칸막이 내의 좌석들도 그냥 의자들 몇 개를 늘어놓은 것이 전부이다. 내부는 빌로드 카펫이 깔린 계단으로 연결되고 엘리베이터는 없다. 혹은 어딘가 있지만 내가 (아직도) 발견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관람석은 5층까지 이어지는데 미로처럼 뻗어 있어 통로를 잘못 들면 자기 자리를 찾기 어려울 때도 있다. 복도는 좁고 어둡다.

 

널찍하고 채광 잘되는 신관 카페와는 달리 마린스키 구관의 카페들은 2층 벨에타쥐 쪽 복도, 2야루스(4층) 양편 복도 등 좁은 구석에 위치해 있다. 아마 현대식 극장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처음 마린스키에 와서 막간에 카페에 갔을 때 끝없이 늘어선 줄과 너무나도 좁은 복도와 다닥다닥한 테이블들에 놀랄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맨 처음 갔던 90년대와 비교하면 페테르부르크는 정말 많이 변했지만 마린스키 구관의 이 카페 풍경은 별로 변한 것이 없다.

 

그런데 굉장히 불편하고 좁음에도 불구하고 이 구관 카페의 매력은 잊을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아마 내가 맨 처음 발레를 보았던 순간의 아름다운 기억과 저 좁은 복도와 심지어 의자도 없이 서서 먹어야 했던 테이블, 그곳에서 처음 먹었던 초콜릿 가루 뿌린 아이스크림의 기억이 결부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아이스크림은 평생 잊을 수 없을 맛이었다, 내 생애 최고의 아이스크림이었다. 첫 발레와 첫 극장의 맛이랄까.

(나의 첫 발레 : http://tveye.tistory.com/19)

 

요즘은 마린스키에 공연 보러 가면 막간에는 카페에 가지 않는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대신 일찍 간다. 공연 시작 1시간 전부터 입장 가능하기 때문에 딱 그때 가서 입장한 후 겉옷을 맡기고 프로그램을 산다. 뒷자리일 땐 오페라 글라스를 빌린다. 그리고는 카페에 간다. 내가 좋아하는 카페는 2야루스 왼편 계단 입구에 있는 카페다. 오른편에도 있는데 왼편 쪽이 케익이나 디저트류가 더 많았다. 아직 관객들로 들어차기 전의 한적함을 즐기면서 프로그램도 읽고 진한 차와 케익도 먹고 딱 좋다.

 

그러니 혹시라도 마린스키에 가게 되는 분들께서는 공연만 보지 마시고.. 여유가 있다면 조금 일찍 가셔서 오래된 극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좁은 복도 카페의 정취를 느껴보시기를. 그리고 여기 케익 맛있다.

 

 

 

이건 내 자리는 아니고, 누가 에스프레소 마시고 잔을 남겨두고 가서 찍어봄.

 

 

 

 

 

카페 모습은 이렇다. 굉장히 소박하다. 저 높은 테이블은 입식이다. 아직도 그대로네..

 

카운터에서 음료수나 차, 케익을 주문할 수 있다. 옛날에는 아이스크림을 스쿱으로 퍼줬는데 요즘은 그냥 포장된 아이스크림을 준다. 슬프구나. 그땐 스쿱으로 퍼주고 초콜릿 가루 뿌려줘서 행복했는데.

 

가운데의 조그만 아치형 입구로 들어가면 2야루스 복도로 연결된다. 저 복도로 들어가면 벤치와 코트보관소, 화장실 등이 있다.

 

 

 

 

이 날은, 라 바야데르 두번째로 보러 갔던 날. 첫날은 앞 2번째 줄에 앉았는데 이날은 베누아르(1층 칸막이 좌석) 사이드에 앉았기 때문에 슈클랴로프의 미모를 자세히 보겠다는 일념으로 오페라 글라스도 빌림 ㅎㅎ

 

저 티라미수 매우 맛있다. 우유 맛이 좀 강하고 가볍게 삭 녹아서 진하고 무거운 티라미수는 아니지만 내 입맛엔 딱 맞았다. 신관에서도 티라미수 먹었는데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기 구관 쪽이 더 맛있다.

 

 

 

여기서 홍차를 시키면 그린필드 티백인데, 신관 카페에서는 같은 가격에 다망 티백을 준다. 뭔가 이상하지만.. 그래도 더 삐까번쩍한 신관 카페보다는 구관 카페가 더 좋다. 오래된 극장의 아우라 때문일 것이다.

 

 

 

이제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

 

 

2야루스 왼쪽 방향이라는 표지판과 복도. 샹들리에.

 

 

 

파란 카펫 깔린 저 계단을 따라 올라오면 이 카페가 나온다.

 

 

 

이건 이틀 후 돈키호테 보러 왔던 날. 이날은 올레샤 노비코바와 김기민씨가 주역이었다. 이날 공연도 좋았다. 그러고보니 7월 마린스키 공연들 리뷰 쓰겠다고 해놓고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하나밖에 안 썼구나..

 

돈키호테 프로그램 펼쳐놓고 읽는 중.

 

이날은 티라미수 대신 부셰 선택. 그러나 부셰는 너무 달았다... 그냥 티라미수 시킬 것을..

 

 

 

 

다시 가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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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4. 7. 31. 22:06

마린스키 극장 신관 카페에서 dance2014. 7. 31. 22:06

 

 

 

마린스키 극장 신관 카페에서.

 

이 날은 모던 발레 공연이라 백조의 호수 같은 고전 발레 공연 때보다는 사람이 적었고 극장도 한적한 편이었다. 마린스키 극장은 구관과 신관 모두 카페의 케익이 맛있다. 90년대 후반에 맨처음 마린스키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구관 카페는 좁은 복도에 의자와 테이블을 늘어놓아서 어두컴컴하고 붐비고 정신없지만, 그래도 옛날에 거기서 먹었던 아이스크림은 잊을 수가 없다. 한 스쿱 떠주는 바닐라 아이스크림 위에 초콜릿 가루를 뿌려주었는데 지금껏 그토록 맛있었던 아이스크림은 거의 없다. (하긴 내 기억 속 제일 맛있는 아이스크림들은 모두 러시아에서 먹은 것들이었음) 지금은 구관 카페에서도 아이스크림은 조그만 통에 든 걸로 팔아서 그때의 그 느낌이 사라져 슬프지만..

 

저 티라미수는 정말 맛있다. 우유맛이 강하긴 하지만 크림치즈가 부드럽고 가벼우며 삭 녹는다. 정말 맛있다. 구관 카페에서 먹어보고 신관에 와서 또 발견하고 또 먹었다.

 

다만 확실히 신관이 더 럭셔리한 스타일이라.. 같은 카페에 같은 가격이라도 구관 카페는 홍차 시키면 러시아산 그린필드 티백인데 여기는 프랑스 고급 티백 담가줌..

 

그래도 역시 구관 카페가 '극장' 카페 같은 느낌은 더 있다. 여기는 '공연장' 카페 같고.

 

나중에 구관 카페도 올려보겠다.

(추가 : 구관 카페 http://tveye.tistory.com/3248)

 

아래 종이는 저 날 공연 프로그램. 이때 봤던 것은 라트만스키 안무의 콘체르토 DSCH, 그리고 웨인 맥그리거 안무의 Infra.

 

전자는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와 알렉산드르 세르게예프, 바실리 트카첸코가 주역, 그리고 후자는 열 두명 정도의 무용수들이 비슷한 비중으로 나오는데 그중 알리나 소모바, 옥사나 스코릭,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가 가장 임팩트 있는 역. 전자는 내 취향에는 어긋나서 좀 산만했고.. 후자의 '인프라'가 정말 좋았다. 무용도 음악도 모두 좋았다. 그리고 소모바와 슈클랴로프의 춤과 연기가 특히 좋았다. 기대 안하고 슈클랴로프 때문에 보러 간 거였는데 울컥했다... 나중에 리뷰 올려야지. 언제 다 올리지 ㅜ.ㅜ

 

 

 

신관 카페는 이렇게 널찍하다.

 

 

 

저 테이블로 가서 샴페인이나 부체르브로드(오픈 샌드위치), 케익이나 빵 등을 고르면 된다. 차나 커피를 마시려면 안쪽의 카운터로 가면 된다. 나는 일찍 입장해서 아직 사람이 거의 없다..

 

 

 

테이블 맞은편으로 극장과 나선 계단, 홀이 보인다.

 

 

 

내가 앉은 자리 맞은편의 통창문으로는 오리지널 마린스키 극장이 보인다. 바로 저거야말로 '진짜' 극장! 워낙 찬란한 날씨라 탈색된 듯 보인다. 조그만 운하를 사이에 두고 구관과 신관이 나란히 서 있다. 신관이 좀 뜬금없는 모양새인데다 워낙 육중해서 페테르부르크를 사랑하는 '구식' 시민들은 항상 '저 신관이 극장 광장을 망쳐놨다!'고 툴툴거린단다. (마린스키 있는 광장 이름이 찌아뜨랄나야 쁠로샤지, 즉 극장 광장이다)

 

그러나 조만간 저 구 극장은 수리에 들어간다고 하니.. 좋든 싫든 이 신관에서 모든 공연을 소화하게 될듯.. 수리까지는 좋은데 제발 오리지널 극장의 아름다움이나 구조, 색깔 등등을 절대 바꾸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앞사람 머리에 안 가리게 좌석 배열만 좀 어떻게 해주고 화장실만 깔끔하고 널찍하게 해주면 좋겠는데.. 그 외는 좀 불편하고 어두컴컴해도 옛날 극장의 정취와 아우라로 다 견딜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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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