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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6월,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의 데뷔 15주년 기념공연이었던 로미오와 줄리엣 3막 파이널 영상 클립. 아내인 마리야 쉬린키나와 함께 췄다. 기념공연이라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출연했는데 티볼트는 유리 스메칼로프, 머큐시오는 김기민님이 췄다 :) 발췌한 클립은 3막 파이널이라 마샤와 발로쟈 위주로만 나온다만.

 

 

어제 자기 전에 이 영상 다시 보다 눈물이 뚝뚝... 흐흑, 나 사실 이 발레는 볼때마다 운다. 그것도 슈클랴로프님의 로미오라면 더더욱. 쉬린키나의 줄리엣도 정말 가슴을 찢는 것 같고.

 

 

나만 가슴 찢어질 수 없어서(ㅋㅋ) 영상 올려봄. 최고의 로미오.

 

아래 사진은 저 날 공연 화보 + 리허설 화보.

 

 

 

 

 

이 기념공연에 대한 마린스키 홍보 영상 클립을 전에 올린 적 있다. 여기 : https://tveye.tistory.com/9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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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지난 주말 유니버설 발레단의 춘향 무대에서 이몽룡을 근사하게 추고 팬서비스도 너무나 다정하게 해주고 가신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님에 대한 반응도 뜨겁고, 또 내 블로그에도 이분을 검색해 들어오시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음 :)

 

짧은 영상 클립 하나 올려본다. 아마 마린스키 발레 좋아하시는 분들은 작년에 봤을 것이다. 작년에 데뷔 15주년을 맞았던 발로쟈가 기념 공연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을 췄는데(줄리엣은 물론 이 사람의 아내 마리야 쉬린키나), 이 클립은 마린스키에서 그 기념 공연 홍보 영상으로 올린 것이다. 이 사람이 췄던 대표적인 배역 이미지들과 연습하는 장면,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 신데렐라, 라 바야데르, 곱사등이 망아지 등 몇몇 영상들이 섞여 있다. 

 

작년에 이 공연 보러 가고팠지만 너무 바빠서 못 가고 대신 가을에 가서 페트루슈카를 봤고 올해 여름에는 라 바야데르를 본 후 블라디보스톡에서 이분의 스페셜 갈라 무대를 봤다. 그래도 이 공연 못 간게 너무 아쉬웠음. 대신 이 15주년 공연 기념 화보 리플렛만 사왔다. 이번 춘향 사인회 때 거기 사인받아서 좋았음. 

 

영상 클립 출처는 Mariinsky.ru와 @mariinsky 입니다~

 

 

 

 

영상 클립만 올리면 아쉬우니 화보도 한장 추가. 최고의 로미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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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8. 7. 8. 12:58

일요일 이른 오후 차 마시는 중 tasty and happy2018. 7. 8. 12:58





이른 아침 기차로 2집 내려왔다. 청소하고 아침먹고 평소보다 좀 이른 애프터눈 티 마시고 있음. 수면부족 상태라 차 마신 후 낮잠 자려고 한다.



오늘은 아기자기한 폴란드 수탉 찻잔으로 기분전환. 찻잔에 맞춰 폴란드 접시. 이거 수탉접시도 있는데 화정에 두고 와서 세트가 맞춰지지 않네. 하긴 난 별로 세트에 연연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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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간만에 꽃돌이님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화보 세 장.



로미오와 줄리엣. 디아나 비슈뇨바와 함께.





아내인 마리야 쉬린키나와 함께 사랑의 전설 리허설 중. 정말이지 둘이 같이 있으니 사랑스러움이 두배가 되는 다정하고 이쁜 커플이었음 :) 발로쟈와 마샤 둘다 무지 친절하고 상냥했다!!!!



지난번 유니버설 발레 갈라 공연 첫날, 끝나고 기다리다 만났을때 '마샤랑 당신이랑 셋이 사진 찍어도 돼요?' 라고 묻자 '그럼요 그럼요' 하더니 저쪽에서 노보셀로프랑 얘기 중이던 아내에게 '마셴카~ 일루와 같이 사진 찍어~' 하고 부르던 발로쟈. 목소리에서 사랑이 퐁퐁 느껴졌음. 마셴카라는 애칭을 얼마나 다정하게 부르는지 :) 마샤 좋겠다~~~





이건 최근 바이에른에서 데뷔했던 존 크랑코의 오네긴. 나는 이 사람이 오네긴보단 렌스키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지만(뭐 사실 내가 렌스키를 좋아하고 오네긴을 싫어하기 때문이지 ㅋ) 화보도 그렇고 짧은 영상 클립도 그렇고 역시 이 사람은 탁월한 무용수일 뿐만 아니라 원체 드라마틱한 배우이기 때문에 엄청 멋있는 오네긴이었다!!!!!



아악 이런 오네긴이라면! 내가 타치야나라면 이 사람의 오네긴 앞에서 나는 편지 따위 조각조각 찢지 않을 것이야! 늙은 장군 남편 따위, 명예 따위 내팽개치고 '오오 오네긴님 드디어 이제서야 나의 매력에 빠지셨군요~' 하며 기뻐 날뛰며 와락 안길 것이야!!!! (이렇게 푸쉬킨의 명작을 난도질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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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오늘도 유니버설 발레단 갈라, 슈클랴로프님 부부의 무대 보고 이제 지하철 타고 귀가하는 중.



오늘도 남아서 인사하고팠지만 몸이 넘 피곤하기도 하고 사실 오늘 또 기다리고 있으려니 쫌 부끄러워서(ㅋㅋ) 꽃만 따로 창구 통해 전달해드렸음.



오늘 무대도 좋았다. 유니버설 무용수들도 오늘 좀더 몸이 풀린 느낌이었다. 마지막의 화이트 슬립은 공연시간 때문인지 어제 보여주었던 인트로 영상 파트를 삭제했다.



발로쟈의 발레 101은 볼때마다 정말 즐겁다. 무대를 너무나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가지고 논다. 그리고 그와 마샤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너무나 섬세하고 사랑스럽고 청순해서 봐도봐도 물리지 않는다. (팬심 대폭발 중 ㅋㅋ)



극장에서 블로그 이웃님과 막간에 조우해서 엄청 반가웠다. (참으로 놀라운 공통점! 많이 뵙진 않았으나 여태 내가 블로그 통해 만난 여자분들은 하나같이 이뿌시다!!! 신기방기!!!!)



성공한 팬이 되신 걸 축하드려요, 우리 내일 뵈어요!!!







앞으로 가서 찍긴 했지만 화질은 매우 엉망 ㅜㅜ



흐흑 낼이 벌써 마지막 공연이야 우엉엉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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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이번에 페테르부르크에 가서 공연을 여러 차례 봤다. 마린스키에서 5회, 미하일로프스키에서 2회, 알렉산드린스키에서 에이프만 발레까지 총 8번을 봤는데 아주 좋았던 것도 있고 그럭저럭이었던 공연도 있었다.

 

극장에 가면 종종 나는 쓰고 있는 글에 대해 생각하거나 인물들에 대해 생각한다. 특히 마린스키에 가면 더 그렇다. 내가 데리고 쓰는 주인공이 그곳 출신이기 때문이다. 근 10년만에 에이프만의 공연을 보았을 때는 내가 왜 이 인물을 만들어내게 되었는지 오랜 옛날로 되돌아간 듯한 기분도 들었다.

 

발췌한 부분은 3년 전에 쓴 장편의 중반부이다. 배경은 1974년에서 1975년 초. 주인공 미샤가 키로프 극장에 입단해서 두번째 시즌을 맞이했을 때이다. 이 부분에서 그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로미오, 그리고 곱사등이 망아지의 이바누슈카를 춘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라브로프스키 버전. 여기의 곱사등이 망아지는 요즘 마린스키에 올라가는 라트만스키 버전이 아니고 나의 본편 우주에서 당시 키로프 예술감독(허구의 인물) 보리스 아사예프가 새롭게 안무한 버전이다. 둘다 내가 좋아하는 작품이고 배역도 마찬가지인데 여기서 미샤는 조금 다른 식으로 춤춘다.

 

하지만 이 글을 쓸때 나는 춤에 대해서만 쓰지는 않았다. 언제나 그렇듯 이 글의 진짜 화자는 트로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샤가 정장에 샴페인을 엎지르는 얘기도 나왔다. 그 얘기는 아래...

 

 

(... 글에 언급되는 보리스 아사예프는 키로프 예술감독, 다닐로프는 행정감독이다. 물론 이것은 내가 허구로 만들어낸 극장 구조와 인물들이다)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두번째로 맞이한 가을 시즌에서 미샤는 지나이다와 짝을 이루어 춤추기 시작했다. 그에게는 더 이상 크류코바나 다른 인민예술가 파트너가 필요하지 않았다. 관객들은 그 젊은 무용수가 무대 위에 꼼짝도 않고 두 시간 동안 앉아 있기만 해도 극장에 찾아올 기세였다. 그와 지나이다는 첫해에 미처 추지 못했던 주요 레퍼토리들의 배역을 거의 모두 섭렵했다. 키로프 무대에서 채 보여주지 못한 것들 중 몇 가지는 연방과 해외 투어에서 췄다.

 

 발레단의 예술감독인 보리스 아사예프는 미샤에게서 몸을 새로운 방식으로 사용하는 능력과 음악에 대한 타고난 감각을 발견했다. 혹독한 교육과 훈련으로 다져져 고전 발레의 테크닉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무용수였지만 미샤 야스민에게는 끊임없이 새로운 움직임을 추구하고 전통적 방식을 훌쩍 뛰어넘으려는 성향이 있었다. 그건 자칫 잘못하면 천박하고 지저분한 스타일로 전락할 수도 있었지만 미샤는 휘파람을 불 듯 가볍고 우아하게 그런 시도를 계속했고 대부분 성공했다. 관객들은 그가 뭔가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그렇다고 키로프의 전통을 박살내며 야만인처럼 무대를 더럽히고 있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다.

 

 전통주의자에 가까운 아사예프는 미샤의 그런 특질 때문에 분노에 사로잡힐 때도 많았지만 보통은 매료되거나 고민에 빠졌다. 당에서 박아 넣은 밋밋한 예술감독이라는 세간의 평가와는 달리 그는 나름대로의 심미안을 갖추고 있었고 재능에 대한 감별력도 뛰어났다. 아사예프는 미샤와 새 배역을 놓고 리허설을 할 때마다 그의 새로운 해석과 놀라운 움직임에 감탄을 해야 할지 아니면 그 반항적이며 타협하지 않으려 드는 태도를 들어 역을 빼앗아버려야 할지 골치를 썩여야 했다.

 

 울리얀 세레브랴코프를 축으로 한 남성 무용수들 다수는 그런 미샤를 미워했다. 그건 순식간에 톱스타가 된 후배에 대한 질시 뿐만은 아니었다. 미샤는 선천적으로 집단에 포함되거나 질서에 순응하는 것을 견디지 못했다. 바깥에서는 예의도 제법 지키고 차분한 편이었지만 춤과 관련된 일에서는 연공서열이나 소모적인 명령 따위를 경멸하고 무시하기 일쑤였다. 새 시즌에도 선배들과 미샤 사이에는 일촉즉발의 험악한 분위기가 여러 번 생겨났다. 미샤는 별 말을 하지 않았지만 트로이는 꽤 친해진 발레단 코디네이터 타마라로부터 가끔 그런 이야기들을 전해 들었고 걱정에 사로잡히곤 했다.

 

 여자 파트너들은 미샤에게 별로 불만을 갖지 않았다. 존재감이 강력해서 어디서나 훌쩍 튀어버리는 경향은 있었지만 미샤는 기본이 잘 되어 있는 파트너였고 상대를 안정적으로 받쳐주면서 움직임이나 포즈를 아름답게 뽑아내 주는 기량이 탁월했다. 미샤와 춤을 췄던 여자 무용수들은 한결같이 그의 음악적 감각과 무대 장악력에 대해 얘기했고 다시 파트너가 되고 싶어했다. 그는 자신의 존재감으로 상대를 압살하기보다는 파트너를 그 경이로움 속으로 함께 데려갈 때가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떠나갈 듯한 갈채와 기록적인 커튼콜 앞에서 무심할 수 있는 무용수들은 별로 없었다.

 

 

 12월 중순에 그는 지나이다와 로미오와 줄리엣을 췄다. 부다페스트에서 춘 이래 두 번째였지만 레닌그라드에서는 처음이었다. 발레단에서 가장 젊고 아름다운 커플인데다 로미오와 줄리엣이란 배역의 상징성 때문에 공연 당일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다들 미샤 야스민과 지나이다 세도바의 테라스 장면을 보고 싶어 몸이 달았다.

 

 그 날은 극장과 관련된 기념행사가 있었기 때문에 당 중앙위원들과 정부 관료들이 좋은 자리를 모두 차지했고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은 극장 바깥에 모여 발을 동동 굴렀다. 대담한 몇몇은 몰래 칸막이 자리로 숨어들기도 했다. 방송사에서도 취재를 왔고 렌필름에서도 무대를 녹화하러 왔다.

 

 후끈 달아오른 관객들의 기대와는 달리 극장 내부와 몇몇 전문가들로부터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둘 다 사랑스럽고 달콤한 연인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었고 가냘프고 섬세하다기보다는 역동적이고 드라마틱한 스타일의 배우들이었기 때문이다. 아사예프는 한때 미샤와 지나이다에게 부드러운 이미지를 위해 금발로 염색할 것을 제안하기까지 했지만 둘 다 거부했다. 트로이는 세레브랴코프가 스페이싱 리허설을 마치고 내려오던 지나이다에게 기껏해야 머큐시오에나 어울리는 파트너를 얻어서 참 안됐다고 비아냥거렸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타마라는 두 손을 마구 휘저으며 과장된 어조로 외쳤다.

 

 

 “ 오오, 난 지나가 울어버릴 줄 알았어, 트로이! 울리얀은 본성이 못된 건 아니지만 원하기만 하면 엄청 기분 나쁘게 말할 수 있거든. 그 사람 독설 때문에 신입 남자애들도 여럿 우는 거 봤어. ”

 

 “ 그런데? ”

 

 “ 와, 지나가 그렇게 성깔 있는 앤 줄 상상도 못했지. 눈을 똑바로 뜨면서 나이 값 못하는 선배와 추느니 머큐시오 따위와 추는 게 백배 낫다고 쏘아붙이던데. 너도 그때 지나를 봤어야 해. 눈이 이글거리는 게 미샤랑 똑같았어. 무섭기는 걔보다 훨씬 무서웠지. 역시 빨간 머리는 달라. 둘이 정말 딱 어울려. ”

 

 

 그래서 트로이는 성깔 넘치는 반항아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게 되리라고 생각하며 극장에 갔다. 촬영에 여념이 없는 이고리 옆에 앉아 타냐와 갈랴, 료카와 함께 공연을 봤다. 갈랴는 우리 로미오가 진짜 로미오를 추는 걸 어떻게 보지 않을 수가 있느냐며 아기도 어머니에게 맡기고는 새 옷을 차려입고 왔다. 그들 모두 미샤가 발레학교 시절 췄던 짧은 2인무를 떠올리며 감개무량해 하고 있었다.

 

 

 이고리가 막이 드리워져 있는 무대를 향해 카메라를 길게 빼며 말했다.

 

 

 “ 이봐, 저 앞자리에 쿨리마코프가 앉아 있어. 스비제르스키도. ”

 

 “ 그래, 돔브로프스키와 불리첸코도 같이 들어가더라. 아까 기념식 했잖아. 오늘 다닐로프 완전 긴장 타겠는데. 높으신 분들이 대체 몇 명이야. ”

 

 “ 더 장난 아닌 거 얘기해줄까? 마로조프도 왔어. 그 드미트리 마로조프. ”

 

 “ 그 도살자? 추기경? 젠장, 우리 저쪽 줄에 폭탄이라도 하나 던져버리자, 구국영웅이 되는 거야! ”

 

 “ 안되지, 우리 로미오가 다치잖아. 폭탄은 커튼 콜 끝난 다음이야. ”

 

 

 그때 오케스트라 연주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주변에 앉아 있던 관객들이 그들에게 쉿 하며 따가운 눈총을 보냈다.

 

 

 안드레이 트로이츠키는 현대 영문학을 전공했지만 셰익스피어를 좋아했다. 그리고 로미오와 줄리엣에 대해서는 언제나 보석 같은 언어로 교묘하게 치장된 섬세한 포르노라고 생각했다. 그는 대학 초년생 시절 셰익스피어 연구회 친구들과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에 그 발레를 보러 갔었다. 발레는 떠들썩하고 장황한 음악과 호화스런 볼거리로 가득 차 있었지만 셰익스피어의 에로틱한 언어를 형상화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곧 기억에서 지워버렸다.

 

 미샤는 로미오 역을 준비하면서 트로이에게 그 희곡의 영어 낭송 테이프를 구해달라고 했었다. 그리고 한 달 동안 밤마다 그 대사를 들으며 잤다. 트로이는 그가 프로코피예프의 음악보다도 그 영어 테이프를 더 많이 들은 건 아닌지 궁금했다.

 

 

 미샤와 지나이다가 테라스에 등장해 춤을 추기 시작했을 때 극장 안은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우려와는 달리 그들은 전혀 타타르 전사나 그루지야 미녀처럼 춤추지 않았다. 그건 정말로 사춘기 연인들의 춤이었다. 미샤와 지나이다는 첫 번째 아다지오를 청순하고 조심스러운 아이들처럼 시작했다. 하지만 순수함과 건전함으로 표백된 피오네르 소년소녀들의 춤은 아니었다. 음악이 고조됨에 따라 그들은 성에 눈뜨는 사춘기 연인들의 경이와 탐색을 거의 짐승과도 같은 예민한 감각으로 점점 생생하게 형상화해냈다. 그건 셰익스피어의 언어와 마찬가지로 섬세하게 정련된 우아한 포르노였다.

 

 트로이는 미샤가 어떻게 섹스를 무대 위로 가지고 올라와 저토록 소년답고 사랑스러운 방식으로 천연덕스럽게 춤출 수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 어떤 관객들과 전문가들도 그 무대를 외설적이라고 비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트로이는 알았다. 관객들 대부분도 알았을 것이다. 미샤와 지나이다는 어린 연인들의 섹스와 욕망을 얘기하고 있었다. 중앙위원회 간부들과 문화예술계 인사들 앞에서 당과 소비에트의 명예를 드높이는 키로프 극장의 스타 커플이 섹스를 형상화한 춤을 추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웠다. 젊은 연인들의 풋풋하고 애처로운 사랑과 이제껏 겪어보지 못했던 성의 쾌락에 대한 노골적이며 호기심 넘치는 탐색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며 미샤와 지나이다는 관객들을 유사 오르가즘으로 몰고 갔다.

 

 

 침실에서 미샤는 대담하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애인이었다. 당과 사회의 지탄을 받는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고 있다는 죄책감이나 두려움 따위는 찾아볼 수도 없었다. 소심하고 폐쇄적인 안드레이 트로이츠키는 그에 비하면 경험이 일천한 풋내기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사랑을 나누는 도중, 드문 순간이면 트로이는 그에게서 길 잃은 아이처럼 쓸쓸하고 순진한 모습을 보았다. 경이로움과 공포. 그리고 무대 위의 로미오에게도 그 모습이 있었다. 그 모습은 드라마틱하게 극대화되었고 관객들을 무방비 상태로 만들었다. 사랑에 빠뜨렸다. 미샤의 로미오와 지나이다의 줄리엣이 종말을 맞았을 때 관객들은 진심으로 슬퍼하며 자기 첫사랑이 죽은 것처럼 눈물을 쏟았다. 아사예프의 선택이 성공했던 것이다. 세레브랴코프조차도 더 이상 미샤를 머큐시오 역에나 어울리는 풋내기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였다.

 

 

 이고리와 영화사 동료들이 촬영한 필름은 연말에 국영채널에서 방영되었다. 미샤는 호두까기인형을 추지는 못했지만 대신 아사예프가 야심차게 리메이크한 ‘곱사등이 망아지’의 새해 초연에서 이바누슈카를 췄다. 파트너인 공주 역을 춘 것은 지나이다가 아니라 코펠리아 역으로 유명했던 옥사나 셰먀코바였다. 그 공연에서 미샤는 드라마와 비극 뿐만이 아니라 희극도 잘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돈키호테를 췄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는 관객들을 웃게 만드는 방법을 알았다. 그건 축복받은 재능이었다.

 

 

 이바누슈카를 출 때 미샤는 머리색을 금발로 물들였다. 아사예프는 자기가 제안했을 때는 무시해놓고 왜 이제 와서 그런 짓을 하느냐고 짜증을 냈지만 미샤에게는 자기 나름대로의 배역 해석 방법이 있었고 감독에게 구구절절 설명하려 들지도 않았다. 트로이가 강의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미샤는 욕조에 앉아서 직접 머리칼을 자르고 블론드로 염색을 시도하고 있었다. 트로이는 뒷머리에 약을 바르는 것을 도와주었다.

 

 

 “ 이거 너무 밝은 거 아냐? ”

 

 “ 아주 밝아야 해. 색이 빠지려면 한참 기다려야 할 거야. ”

 

 

 미샤는 참을성 있게 탈색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색을 덧입혀서 아주 엷고 밝은 꿀 색깔을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그 와중에 뒷목덜미에 잠깐 두드러기가 일어나서 트로이는 얼음을 가져와야 했다. 미샤는 따끔거리는 것도 개의치 않고 눈썹까지 물을 들였다.

 

 

 “ 그냥 스프레이로 물들이면 안돼? 분장사한테 해달라고 하면 되잖아. ”

 

 “ 머리가 너무 까매서 스프레이는 잘 안 들어, 분장사도 포기했어. ”

 

 

 미샤는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에도 몇 주 정도 머리색을 되돌리지 않고 다녔다. 키로프에서 새로 제작하는 화보집 촬영 작가가 블론드의 이바누슈카 사진을 넣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엷은 꿀 빛깔의 머리와 금빛 눈썹의 미샤는 완전히 낯선 존재로 보였다. 트로이는 길게 흐트러진 검은 머리의 미샤가 더 좋다고 생각했지만 학생처럼 짧은 금발 머리로 열쇠를 따고 들어와 현관에서부터 수트 재킷과 드레스 셔츠와 타이를 벗어 내팽개치는 미샤를 볼 때마다 갈랴의 집에서 처음 봤을 때와 마찬가지로 제어하기 힘들만큼 격한 욕망을 느꼈다.

 

 

 미샤는 정장을 싫어했지만 연초부터 각종 행사에 불려 다니느라 어쩔 수가 없었다. 그가 정장이 없다는 거짓말을 하며 고집을 부리자 다닐로프는 새해 선물로 그에게 새 수트를 한 벌 떠안긴 후 무조건 입고 나오라고 엄포를 놨다. 미샤는 당 지역위원회 서기가 주최한 파티에서 고의로 자기 옷에 샴페인을 엎지르고는 다음날 비슷한 행사에 전혀 얌전하지 않은 스웨이드 재킷을 입고 나갔다. 화가 난 다닐로프는 타마라를 시켜서 서로 다른 디자인의 수트를 세 벌이나 사오게 한 후 옷들을 말 그대로 미샤의 얼굴에 냅다 집어던졌다.

 

 

 “ 그래서, 또 샴페인을 엎질러야 하는 거야? 아니면 와인? ”

 

내 급료에서 제할 줄 알았는데 공금으로 지출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그냥 입기로 했어. 스타일은 후졌지만 소비에트에서 무려 공금으로 하사하신 거니까. ”

 

 

 패션에 대해 잘 모르는 트로이는 그 정장들의 스타일이 어디가 어떻게 후졌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가 알 수 있는 거라곤 짧은 금발을 하고 나타나 재킷과 드레스 셔츠와 넥타이를 기록적인 속도로 벗어던지는 미샤의 앞에서 도저히 태연하게 견딜 수 없다는 것 뿐이었다. 그는 사춘기 줄리엣처럼 몸이 달았고 가끔은 침실이나 소파까지 가지도 못했다.

 

 

 마침내 그는 미샤에게 머리색을 되돌리라고 종용했다. 화보 촬영도 다 끝났으므로 미샤는 순순히 검은 머리로 돌아왔는데 그때서야 트로이는 머리색이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계속해서 사랑에 빠져 있을 뿐이었다. 충족되지 않는 갈망으로 불타고 있을 뿐이었다. 검은 머리의 미샤 야스민과 갈색 머리의 미샤 야스민, 금빛 머리의 미샤 야스민, 심지어 붉은 머리와 푸른 머리, 자주색 머리의 미샤 야스민조차도 모두 그의 곁에 존재하는 동시에 다른 무수한 남자들의 곁에 존재할 것이다. 그 무수한 남자들에게도 미지의 이름이 주어져 있고 미지의 욕망이 타오르고 있을 것이다. 트로이는 그 사실을 오랫동안 무시하려고 노력했다.

 

 

 

..

 

 

 

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예전에 미샤가 키로프에 데뷔해 해적의 알리와 지젤의 알브레히트를 추는 장면을 발췌한 적이 있다. 그 글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3128

 

 

 

 

그냥 지나가면 아쉬우니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의 로미오와 곱사등이 망아지의 이바누슈카 사진 몇 장. 사진은 alex gouliaev.

 

 

 

 

 

상대역은 디아나 비슈뇨바

 

 

 

이것부터 세장은 상대역이 알리나 소모바

 

 

 

 

 

마지막은 곱사등이 망아지에서 이바누슈카를 추는 슈클랴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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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4월 29일, 러시아 문화채널에서 방영한 '짜르스까야 로자' 주제였다.

짜르스까야 로자 링크는 여기 : http://tvkultura.ru/anons/show/brand_id/20874/episode_id/1293248/

이 클립을 따온 유튜브 링크는 여기 : https://www.youtube.com/watch?v=sZuaFcSjfbs

 

발레 파트너이자 실생활에서도 부부로 살아가는 슈클랴로프와 쉬린키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짜르스까야 로자는 러시아 문화채널에서 꽤 오랫동안 방영해온 프로그램으로 극장 관련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이따금 유튜브나 영상 찾아서 보는데 재미있다.

 

러시아어를 아는 분들은 더 재미있을 거고, 못 알아듣는 분들도 그냥 영상만 봐도 최근 이 둘이 춘 로미오와 줄리엣 무대가 좀 나오기 때문에 재밌을 것이다. 그리고 보너스로 이 둘의 한살짜리 아들인 알렉세이 사진이 몇장 나온다.

 

주된 얘기는... 슈클랴로프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역이 로미오이며 가장 사랑하는 줄리엣은 '당연히' 아내 마샤 쉬린키나라는 것. 보자마자 불꽃이 튀었느니 어쨌느니.. 그리고 듀엣으로 함께 춤을 추는 것에 대해, 부부로서 리허설의 어려움과 장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쉬린키나는 자신이 보통 더 양보하는 편이지만 슈클랴로프가 남자로서 양보하는 지점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둘이 출땐 슈클랴로프가 다른 발레리나와 출때보다 훨씬 더 이것저것 요구하는 게 많지만 쉬린키나는 그만큼 서로를 이해하기 때문에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함. 그리고 슈클랴로프가 항상 입에 달고 사는 그 말 '마샤는 내 영웅이에요' 다시 반복 :) 둘이 정말 깨가 쏟아짐.

 

하여튼 그러다가... 슈클랴로프와 쉬린키나는 아들 알렉세이에 대해 얘기하고.. 슈클랴로프는 자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이라고 답한다. 발레나 무대는 두번째라고 함. 이 사람은 항상 그랬다(여기서 미묘한 뉘앙스를 풍김... 그래서 바이에른 가는 거냐 엉엉 ㅠㅠ)

 

둘이 서로 사랑하고 행복해하는 모습 보는 것도 좋고... 로미오와 줄리엣 둘이 추는 것도 좋고(도쿄에서 슈클랴로프 부상당하는 바람에 이 사람 대신 스쵸핀이 쉬린키나와 췄지 ㅠㅠ) 귀여운 아들내미 알렉세이 사진 몇장 더 본 것도 좋긴 한데..

 

... 발로쟈, 이 사랑꾼 ㅠㅠ 흑흑, 다 좋은데 그냥 마린스키 남아달라고요 ㅠㅠ

 

... 그리고... 발로쟈 이 녀석아, 너 옛날에 예브게니야 오브라초바랑 사귈때 이런 비슷한 컨셉으로 방송 나왔잖아!! 둘이 어떻게 사귀게 됐고 어쩌고저쩌고...!!! 그때도 눈에서 사랑이 뚝뚝 떨어지더니만... 그 프로그램도 이 짜르스까야 로자였는지 아니면 다른 거였는지 기억이 잘 안 나네... 예전엔 대체 왜 오브라초바랑 헤어지고 쉬린키나랑 결혼하게 되었을까 아깝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또 둘이 아끼고 사랑하는 게 예뻐보인다. 오브라초바도 자기 야망이 있었을 거고 볼쇼이에서 잘 나가고 있으니 윈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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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발레 예약 클립 마지막은 마린스키의 로미오와 줄리엣 발코니 2인무. 사심을 들어내더라도 역시 최고의 로미오 중 하나인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그리고 줄리엣은 빅토리야 테료쉬키나.

 

이 사람이 로미오를 춘 디뷔디는 디아나 비슈뇨바와 춘 버전으로 나왔고 사실 내가 보기에도 테료쉬키나보다는 비슈뇨바나 쉬린키나가 줄리엣에 더 어울리긴 했지만.. 그래도 테료쉬키나와 슈클랴로프의 로미오와 줄리엣 페어 영상은 자주 볼 기회가 없는 편이니 올려본다. 몇년 전, 아마도 갈라 공연이었던 것 같다. 러시아 문화채널 방영 필름이다. 발코니 2인무만 춘다. 꽤 예전 영상이라 슈클랴로프도 소년 티가 많이 남아 있다. (테료쉬키나가 워낙 성숙한 스타일이다 보니.. 누님 줄리엣을 모시는 어린 로미오 같은 느낌이 조금...)

 

태그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클릭하면 이전에 올린 영상 클립들이 꽤 있다. 주로 비슈뇨바와 슈클랴로프 페어 영상들이다.

 

이것으로 이번주 발레 예약 포스팅은 끝.. 나중에 또 생각나면 하나씩 올려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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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 5. 22:09

로미오와 줄리엣 재밌는 짤방 dance2016. 1. 5. 22:09

오늘의 유일한 즐거움





인스타그램 돌다가 발견한 로미오와 줄리엣 짤방 :)


아아.. 근데 왜 100% 동감이 되지ㅎㅎ 슈클랴로프 로미오와 비슈뇨바 줄리엣이니 저 말이 그냥 진실이 돼 버려서인 거라고 결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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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오사카 공연 때 포스터인 듯.

 

 

부상으로 못 나온 슈클랴로프가 아쉬워서.. 사진이라도 몇 장.. 디아나 비슈뇨바와 함께.

사진은 gene schiavone

 

 

 

리허설 중인 슈클랴로프와 비슈뇨바. 아래 사진들도 비슈뇨바와 함께.

 

 

 

사진은 irina tuminene

 

 

사진은 irina tuminene

 

...

 

 

지난 월요일, 11월 30일에 도쿄문화회관에서 본 마린스키 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 막간마다 쓴 메모이다.

개인적으로 무척 심란한 상태에서 본 공연이라 제대로 된 리뷰라기보다는 그냥 토막토막 느낌들의 나열이다.

 

이 날 출연진은

줄리엣 : 마리야 쉬린키나

로미오 : 필립 스쵸핀

머큐시오 : 알렉산드르 세르게예프

티볼트 : 유리 스메칼로프

파리스 : 콘스탄틴 즈베레프.

 

사실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의 로미오를 보기 위해 갔던 도쿄였지만.. 인생이 슬프게도 슈클랴로프는 토요일 사랑의 전설 무대에서 부상을 당해 이 공연에 못 나왔다. 마린스키 스케줄을 보니 12월 5일 돈키호테에서도 빠졌다.. 흐흑, 제발 빨리 나으렴.

그래서 슈클랴로프 대신 필립 스쵸핀이 대타로 투입되었다... 너무너무 아쉬웠지만 그래도 그거 빼곤 좋은 공연이었다. 스쵸핀도 춤이 나쁘지는 않았고...

 아래부터는 공연장에서 막간마다 쓴 메모이다.

 

..




저팬 아츠 쪽도 꽤나 불친절하다. 슈클랴로프가 부상으로 못나오고 스쵸핀이 나온다는 얘기는 표 보여주고 입장하는 혼잡한 입구에 딱 하나 그나마도 손으로 휘갈긴 종이 한장 붙어 있는게 전부였다.. 흐흑, 마지막 먼지같던 희망도 사라짐. 일어 까막눈인데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가타가나 표기는 그림 생긴거마저 외우게 돼버렸음 엉엉...



막간마다 메모 쓰는 중.




슈클랴로프 안 나오는게 너무 슬프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발레이다. 1막은 좀 길고 장면 전환이 많아 번잡하지만 그래도 허세넘치는 기사들의 춤과 붉은 커튼 내려오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만남, 둘의 테라스 듀엣이 있다.



라브로프스키 버전 로미오와 줄리엣은 보통 로미오에게 많이 집중해 보는편이지만 슈클랴로프가 안 나온 관계로 스쵸핀보단 쉬린키나의 줄리엣에 집중해 보게 되었다. 스쵸핀은 점프나 테크닉은 괜찮은데 확실히 슈클랴로프의 드라마틱함, 사랑에 빠져 활활 타오르는 연인의 느낌이 덜하고 몸짓이나 표정의 디테일이 약하다. 하긴 최고의 로미오와 비교해 뭐하리 ㅠ




쉬린키나는 청순한 외모 탓인지 생각보다 줄리엣에 어울렸다. 3막의 비극을 어떻게 소화할지는 모르겠지만 1막의 사랑에 빠진 줄리엣엔 잘 어울렸다. 아아, 나는 부부의 춤을 보고팠단 말이다..



그래도 티볼트를 스메칼로프가 춰서 매우 멋있다. 이제 2막 시작하려는 중.

 



2막.



라브로프스키 버전 로미오와 줄리엣은 항상 내게 친구들과 마을 사람들 춤이 좀 불만이라.. 그래도 주역들의 춤이 좋고 감정선이 살아 있어 좋다.




2막은 보다가 두번이나 눈물이 났다. 원래 좋아하던 결혼식 씬도 오랜만에 무대로 보니 가슴 아프고 감동적이었고.. 아아, 티볼트 ㅠㅠ



고백하자면 난 이 발레에서 언제나 티볼트를 좋아했다(역시 악역을 좋아해ㅠ). 마린스키 외에도 다양한 버전 로미오..에서도 거의 항상 티볼트는 내 관심의 대상이었다.



우아하고 날렵한 세르게예프의 살짝 퀴어 캠프 느낌 도는 머큐시오에 대비되어 곰처럼 달려드는 활화산 같은 티볼트!! 워낙 일리야 쿠즈네초프의 티볼트가 독보적이지만 스메칼로프의 티볼트는 게다가 섹시하기 그지없고..



머큐시오 죽은 후 머뭇거리며 로미오에게 다가가는 티볼트답지 않은 섬세한 디테일마저 잠깐 보여준 스메칼로프의 티볼트가 쿵 하고 쓰러지는데 내 가슴이 미어지고... 캐풀렛 부인이 머리 풀고 울부짖으며 복수 다짐하는 장면에서 나도 울고 ㅠㅠ(나 로미오 팬 맞니ㅠ)




역시 칼싸움과 분노와 피비린내, 죽음과 사랑이 난무하는데 가슴이 들끓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ㅠㅠ 슈클랴로프의 로미오였다면 정말 얼마나 좋았을까.. 그래도 2막이 1막보다 더 좋아서 이제 3막 기다리는 중이다. 요즘 감정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그런지 프로코피예프 음악만 들어도 가슴이 벅차고 눈물이 나온다 ㅠㅠ 티볼트 엉엉.. 3막 보기가 두렵다 ㅠㅠ 생각만 해도 슬프다..




2막 끝나고 커튼 앞으로 스메칼로프와 세르게예프가 나란히 나와 인사해서 귀여웠다 :)

 




3막.



3막은 보는 내내 가슴이 북받쳤고 눈물이 났다. 침실과 이별 장면, 로미오의 절망과 두 연인의 죽음 모두 너무나 좋아하는 장면이었는데 정말 슬펐다.



무엇보다 이번에 볼때는 내 심적인 문제 때문인지 줄리엣의 고뇌와 부모님과의 충돌, 약을 먹고 가사 상태에 빠지는 장면에 너무 이입해서 눈물이 많이 났다. 그러니까... 어제 내겐 이런 느낌이었다. 로미오는 이상과 꿈, 결혼을 강요하는 아버지와 어머니, 파리스는 현실. 그 사이에서 충돌이 발생하고 줄리엣은 괴로워하고 결국 이상을 따라가려하지만 패배하고 죽는..




물론 내가 지금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 괴로워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전엔 이런 느낌을 가져본적이 없었다. 줄리엣이 신부에게 가서 약을 받을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지금 성당으로 가고 있어... 아직 약을 받아 마실지말지 결정을 못하고 있을 뿐이야.



어쨌든 내 개인적 마음은 그랬고..





전반적으로 좋은 공연이었다. 도쿄문화회관 무대가 작아서 발레의 규모가 그대로 구현되지 못한 점이 아쉬웠지만(기사들의 춤도 무용수가 적었다) 그래도 좋았다. 프로코피예프 음악과 셰익스피어, 마린스키. 무엇이 아쉬우랴. (딱 하나.. 최고의 로미오 슈클랴로프 ㅠㅠ)



쉬린키나를 재평가하게 되었다. 쇼피니아나, 오로라나 지젤 등은 아쉬웠지만 사랑의 전설의 쉬린, 줄리엣처럼 청순하고 공기 같은 역할은 몸에 맞는 옷 같았다.



팔동작은 여전히 좀 아쉬웠고 동작 하나하나가 너무 하느작대기만 하고 절제와 우아함, 간결함과 강약 조절이 부족하지만(테료쉬키나나 로파트키나가 고전을 출때 그 움직임은 이 강약이 살아 있다) 줄리엣처럼 드라마틱하고 사랑스럽고 청순한 소녀 역은 잘 소화했다. 게다가 '줄리엣답게' 예뻤다. 그녀가 슈클랴로프와 추는 사랑의 듀엣을 봤어야 하는데.. 사랑의 전설에서도 둘의 춤은 좋았다.




스쵸핀은 점프나 테크닉 등은 좋았고 나름대로 열심히 해서 호감가는 로미오였다. 목과 어깨, 팔을 쓰는 동작이 좀더 우아했으면 좋았을테지만 자꾸 슈클랴로프와 비교하지 말자ㅠㅠ




슈클랴로프에게는 타고난 기품이나 우아함이 있는데 그게 일반적 왕자역에도 물론 필수지만 로미오나 페르하드 같은 역에는 마지막 붓질을 해주는 느낌이라.. 흑, 기승전 아쉬운 슈클랴로프의 부상...




다 보고 나니 그래도 잘 와서 잘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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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의 휴일도 다 가고.. 힘을 내기 위해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의 화보 몇 장 올려본다.

먼저 젊은이와 죽음. 상대역은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

 

 

 

역시 젊은이와 죽음.

사진사는 Irina Tuminene

 

 

 

이건 얼마전 유리 스메칼로프가 안무했던 Infinita Frida.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프리다 칼로에 대한 발레이다. 초연은 멕시코에서 했고 최근 페테르부르크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에서 공연. 역시 사진사는 Irina Tuminene.

 

슈클랴로프는 트로츠키 역을 맡았다. 초연에서는 블라지미르 말라호프가 트로츠키를 췄고 페테르부르크 공연에서는 슈클랴로프가 췄다고 한다. 스메칼로프의 말에 따르면 드라마틱한 연기력을 요하는 배역이라 말라호프의 빈 자리를 슈클랴로프로 캐스팅했다고 함.

 

 

 

백조의 호수.

상대역은 빅토리야 테료쉬키나.

 

 

 

로미오와 줄리엣. 상대역은 디아나 비슈뇨바.

 

뒷모습만 나왔지만 좋아하는 캡처 화보이고 실지로 이 2인무에서 이 장면도 좋아한다. 슈클랴로프는 바닥 없는 사랑에 빠진 연인 역에 굉장히 잘 어울린다. 간절함과 애끓는 사랑이 그대로 배어나는 포옹이다.

 

 

 

그리고 이 세 장은 내가 라 바야데르 필름에서 캡처한 것 :) 니키야가 죽고 나서 회한에 몸부림치며 아편 피우다 환각에 빠져들고 있는 솔로르 :) 이 장면 음악도 좋고 몸부림치는 솔로르-슈클랴로프를 보는 것도 좋다. 이 사람이 추는 라 바야데르 무대는 이번 7월까지 치면 세번 봤는데 솔로르 역에 참 잘 어울린다.

 

그건 그렇고.. 원래 솔로르가 이렇게 아편을 피우는 것은 망령의 왕국 씬을 위한 준비과정에 지나지 않는데... 이때 몸부림치며 괴로워하는 슈클랴로프 솔로르는 너무나 근사한 나머지... 무대를 보면서도 '그냥 계속 아편만 피우고 있지... 망령 안 나와도 되는데...' 이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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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eo and Juliet, Mariinsky Ballet, Royal Opera House"

 

 

 

 

 

 

http://www.theartsdesk.com/dance/romeo-and-juliet-mariinsky-ballet-royal-opera-house

 

어제 런던 코벤트 가든에서 공연된 마린스키 로미오와 줄리엣에 대한 아트데스크의 리뷰 링크.

비슈네바와 슈클랴로프에 대한 내용 발췌 :

 

she is completely Juliet, and though her dancing is gorgeous, that pliant body sheer sighing perfection in line after line, you only notice it intermittently, when it would be right for Juliet to be beautiful.

 

Generally those times are when she’s in the arms of her Romeo, the boyish, handsome, tremendously likeable Vladimir Shklyarov. For all he is capable of both glorious leaps and extremely refined elegancies, Shklyarov too is the kind of dancer who inhabits a role (or at least, this role) completely. His tender, adoring style of partnering is exactly right for Romeo; it is one of the production’s best moments when the curtain rises on Shklyarov’s back while he gazes reverently at a drowsy, ecstatic Vishneva in lying in bed.

 

When they are inhabiting Romeo and Juliet’s desperate passion, neither Vishneva nor Shklyarov spare themselves the occasional turned-in foot, or dial their speed down so as to land softly and neatly; they are unstoppable as a tidal surge. Shklyarov hurls himself down the steps of Juliet’s mausoleum with bruising, injury-courting force; Vishneva runs so fast that she leaves mostly just an impression of black cloak, airily suspended in her wake like the inky calling card of some vanishing sea creature. You can’t fail to respond to performances this convinced and convincing; when Romeo and Juliet die, it may be with overbaked gestures, but Vishneva and Shklyarov had earned the prickings of tears in my eyes.

 

.. 아아 나도 보고 싶다 ㅠ

 

이 아쉬움을 귀가 후 둘의 로미오와 줄리엣 영상으로나마 달래야지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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