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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1. 14. 19:54

에르미타주, 돌아온 탕자 앞에서 2017-19 petersburg2019. 11. 14. 19:54





에르미타주에 왔다(즉 오늘도 날씨가 안 좋다)


힘드니까 좋아하는 전시실만 골라서 돌았다. 에르미타주에서 가장 좋아하는 그림.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 이 그림은 볼때마다 눈물이 난다. 그림 앞에 앉아 한동안 쉬었다.






오늘은 렘브란트 전시실을 비롯해 2층 일부만 돈 후 내려와 카페에 앉아 잠시 차 마시며 쉬는 중이다. 곧 코트 찾아 입고 나가려고 한다.



료샤가 '오늘은 어디 가?' 해서 '에르미타주' 라고 하자 '윽!!!!' 하는 답이 옴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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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어제 너무너무 피곤해서 자정 전에 뻗었고 새벽에 몇번 깨긴 했지만 그래도 8시간 넘게 잤다. 꿈이 좀 정신사납긴 했다. 동생, 쥬인도 나오고, 회사사람들도 나오고... 나중엔 초현실적인 귀신 같은 것도 나왔다(숄을 두른 아주머니의 몸이지만 목이 없고 그 몸 위로 머리 대신 기도하는 모양의 손이 떠 있었음!) 오늘 에르미타주에서 달리 특별전을 보려는 계시였나?


..




아침에 기어내려가 조식을 먹었다. 아아... 바깥에는 눈발이 흩날리고 있었고 매우 흐렸다... 날씨는 아주 별로였다. 고로 이런 날씨에는 박물관에 가야 한다 ㅠㅠ


언제나처럼 러시아 박물관(루스끼 무제이) 갈까 하다가 호텔에서 그래도 가까워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의 에르미타주에 간만에 가자 싶었다. 최근 2~3년 동안은 안 갔었다.


싸락눈 맞으며 얼어붙은 눈과 진창을 밟으며 뒤뚱뒤뚱(많이 껴입고 양말도 두개 신어서ㅠㅠ) 걸어서 에르미타주에 갔는데~ 행운이었다. 오늘이 에르미타주 설립기념일인 듯!!! 첨엔 러시아인만 공짜인가 했으나 모두가 공짜! 티켓 사면서 돈 냈더니 공짜라는 거였다. 아니 이게 웬 떡이냐! 원래 외국인 요금은 더 비싼데~!!! 살다 보니 이런 일이!!!!


그래서 신나게 들어갔고 무거운 코트와 목도리, 장갑, 우산, 카메라, 화장품 파우치 따위를 모두 코트 보관소에 맡기고 전시 보러 올라갔다. 내가 항상 보러가는 3층 전시(인상주의, 마티스, 루오, 피카소 등등... 인상주의는 별로 안 좋아한다만 같이 있음)는 잠시 제너럴 스태프 빌딩으로 옮겨갔다고 했는데 피곤해서 오늘 그리로는 안갔다.


대신 그 3층에서 살바도르 달리와 초현실주의 특별전시를 하고 있어 매우 좋아하며 안내원 여럿에게 길을 물어 그 전시실에 갔다(에르미타주가 원래 미로 같아서 위로 올라가는 계단 찾기가 참 힘들다) 그런데 아쉽게도 달리 그림은 대여섯점, 조각 두어점 뿐이고 나머지는 초현실파 다른 화가들 그림이었음... 뭔가 사기당한 기분... 달리는 사춘기 때 좋아했던 화가인데 아직 마음이 남아 있긴 했으나... 그림 넘 조금 왔음 흑... 뭐야!


그래도 공짜니까...


오늘은 특별전시가 여럿 있었다. 각국 동전의 역사 전시도 있었는데 이것도 재밌었고, 러시아 왕궁 인테리어 특별전도 있었다. 물론 나는 이게 재밌었다.. 샹들리에, 가구, 램프, 의상 등등(ㅜㅜ)


에르미타주는 자주 왔던 곳이라서 2층의 서양미술 메인 전시들은 대충 지나갔다. 루벤스, 푸생 등 좋아하던 화가 그림 좀 다시 보고... 마지막으로 가장 좋아하는 전시실인 렘브란트 방에 갔다... 오랜만이에요, 렘브란트. 오랜만이에요, 하만, 다나에, 이삭, 십자가에서 내려오는 예수님, 그리고 돌아온 탕자 안아주는 아버지.


다 보고 뮤지엄 샵에 들렀다가 카페에서 까르또슈까 한개와 그린필드 티백 담가주는 홍차 한잔으로 에너지 보충하고 나왔다. 이미 오후였고 해가 지고 있었다. 그런데!!! 정문까지 줄이 늘어서 있었다. 무료입장이라 그런거였다! 낮에 일찍 가서 줄 안섰던 거였음. 오오 다행...


..



진창을 밟으며 호텔로 돌아왔다. 저녁 마린스키 공연까지는 시간이 약간 있어서 좀 쉬고 컵우동으로 대충 저녁 먹었다.


추워서 기모스타킹 두개 껴신고 울스커트와 니트 스웨터, 패딩 차림으로 버스 타고 마린스키에 갔다.







마린스키에서는 어제 유리 그리고로비치 90주년 + 프로코피예프 120주년 기념으로 석화(돌로 만든 꽃, 까멘느이 쯔베똑)를 오랜만에 다시 올렸다. 그리고로비치도 어제는 나왔던 모양... 어제가 프리미어였고 오늘은 둘쨰날이었는데 난 갑자기 오게 돼서 첫날 공연은 아니고 둘째날 표 있는 걸 득템했다. 사실 며칠 후의 라 실피드 볼까 하다가 무대에서 본 적 없는 석화를 택했는데... 크게 기대는 하지 않고 갔다.  


석화 리뷰는 내일이나 모레쯤 따로 올려보겠다. 그냥 간단한 인상은...


음, 역시 난 유리 그리고로비치 안무는 취향에 맞지 않아. 어쩐지 내겐 공허하고 단조롭고 지루하게 느껴진다. 동작들은 격렬하고 아크로바틱한 경우에도 그냥 도식적으로 느껴지고... 시대적 영향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나는 그리고로비치 취향이 아니다. 예외는 백조의 호수 정도인데 그것도 무대 미술과 로트바르트(내가 좋아하는 캐릭터)의 역할 확장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리고 백조의 호수는 유일무이한 차이코프스키 음악이라는 엄청난 무기가 있지)


그리고 사랑의 전설과 석화는 여러 모로 비슷한 느낌이었다. 좀 성격 다른 형제나 자매 같았음.


그래도 주인공인 석공 다닐라를 내가 귀여워하는 알렉세이 티모페예프가 춰서 반가웠다. 연인 카테리나는 옐레나 옙세에바, 산의 여왕은 예카테리나 체브이키나, 악당 세베리얀은 알렉산드르 세르게예프. 그러나.. 슬프게도 이 발레는 내용 자체가 단조롭고 인물들도 너무 전형적이라... 인물들이 별로 매력적이지 않아 아쉬웠음. 뭐 그래도 하얀 루바슈카에 파란 바지로 러시아식 의상 입고 팔짝거리는 티모페예프는 귀여웠다...(슬프지만 우아한 맛은 없음...)


** 커튼콜 사진 몇장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5639


..


(정류장 걸어가며 폰으로 찍은 마린스키 구관과 신관 야경)



..


만원버스 타고 돌아왔다. 해가 빨리 지니 캄캄한데다 기온이 좀 오르자 눈이 막 녹으면서 진창과 얼음밭으로 변해서 밤중에 운하 따라 걸어오기는 위험해서.


씻고 정리했더니 어느덧 자정이 다 되었다. 박물관과 극장에 다녀왔더니 꽤 피곤하다... 이 메모만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내일도 눈이 온다고 예보가 나왔는데... 눈아 오지 마라 흐흑... 길이 너무 진창이야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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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12. 7. 22:06

렘브란트, 반짝이는 것들 2016 petersburg2016. 12. 7. 22:06




세시간쯤 전시 보고 녹초가 되어 에르미타주 카페에서 차 한 잔 마시는 중.

거의 2-3년만에 다시 왔다. 요즘은 러시아 박물관에 더 자주 가서..

오랜만에 렘브란트 봐서 반가웠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세 그림, 하만이 자신의 운명을 깨닫다, 십자가에서 내려온 그리스도, 돌아온 탕자. 그리고 하나 덧붙이면 다나에.

렘브란트 중 내가 진짜 좋아하는 그림은 다 여기 있다, 네덜란드가 아니고.





그리고..

아아 난 반짝이고 화려한 거라면 다 좋지 ㅠㅠ 저 샹들리에, 사모바르, 앤틱 책상 갖고파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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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3. 11. 2. 15:21

그리운 에르미타주 russia2013. 11. 2. 15:21

 

 

이번에 갔을 때는 에르미타주를 떠나는 날 오전에 들렀다.

전시실 말고 홀과 창문 사진 몇 장.

원래 겨울 궁전이었기 때문에 내부가 무척 화려하다.

 

 

에르미타주는 워낙 크고 넓기 때문에 전시실과 복도들을 따라 걷다 보면 이렇게 창 너머로 네바 강과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등 바깥 풍경들을 볼 수 있다. 이 날은 날씨가 흐려서 좀 우중충하게 나오긴 했지만..

박물관 안이라 조그만 똑딱이를 썼더니 더 그럴지도..

 

 

예전에 페테르부르크에서 지낼 때 에르미타주 왔다가 이쪽 창가에 서서 바깥의 저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첨탑 구경하고 있는데 누가 말을 건 적이 있다. 멋있는 미중년의 영국 아저씨였는데 내게 도스토예프스키가 저기 갇혀 있었다는 걸 아느냐고 물었다. 아저씨, 도씨는 저의 (문학적) 첫사랑이라니까요! (http://tveye.tistory.com/10)

그래서 페트라셰프스키 사건을 비롯해 죽음의 집의 기록 등 도씨에 대한 몇몇 가지 이야기를 나누다 점심을 같이 먹은 적이 있다. 그때 명함도 받았는데 돌아와서는 연락하는 걸 잊고 흐지부지됐다.

다시 저 창가에 서자 그때 생각이 갑자기 떠올랐다. 그 아저씬 잘 지내고 있으려나, 이름이 윌리엄이었나 해리였나 가물가물. (분명 영국 왕자 이름 중 하나였다는 것만 기억나고 둘 중 뭐였는지는 모르겠다!)

 

 

 

렘브란트 전시실 너머에서 찍은 사진. 내가 에르미타주에서 제일 좋아하는 그림 중 하나인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 그림이 보인다. 저 그림 볼 때마다 눈물이 핑..

에르미타주 갈 때마다 두근거리는 그림이 두 점 있는데 하나는 저 돌아온 탕자, 나머지 하나는 마티스의 '춤'이다. 그런데 나이를 먹고 내가 변해갈 수록 마티스의 '춤'에 대한 옛 설레임은 조금씩 퇴색되어가는 반면 렘브란트의 저 그림은 볼 때마다 가슴이 터질 것 같다.

 

(마티스의 춤에 대한 글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8)

(돌아온 탕자 이미지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150)

 

 

천정의 아름다운 장식 문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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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A. P. 로셴코, 아브라함의 이삭 번제


렘브란트, 아브라함의 이삭 번제


굳이 기독교 신자가 아니라 해도, 아들 이삭을 번제로 바치려고 했던 아브라함의 이야기는 친숙한 내용이죠


개인적으로는 후자의 그림을 매우 좋아해서, 에르미타주 박물관의 렘브란트 전시실에 가면 오랫동안 저 앞에 서 있곤 했어요. 저 그림 근처에 돌아온 탕자 그림이 있었죠. 대각선 맞은편에는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하만이 자신의 운명을 깨닫다'가 있었고, 전시실 맨 앞에는 황금비를 맞고 있는 '다나에'가 있었구요. 그 전시실이 참 그립네요. 저는 네덜란드 국립박물관의 렘브란트 전시실보다 에르미타주의 렘브란트 전시실이 더 좋았어요.

로셴코의 카인 그림은 아래를 클릭
http://tveye.tistory.com/156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 하만, 십자가에서 내려오는 예수 등 다른 그림들은 아래를 클릭
http://tveye.tistory.com/257
http://tveye.tistory.com/150
http://tveye.tistory.com/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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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08. 2. 22. 23:08

렘브란트, 돌아온 탕자 arts2008. 2. 22.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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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 돌아온 탕자


에르미타주 박물관은 언제나 관광객들로 우글거리는데 특히 필수로 들르는 코스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조그만 그림 두점을 거쳐 렘브란트 전시실로 가는 길입니다. 에르미타주의 렘브란트 전시실은 다나에, 이삭의 번제, 십자가에서 내려오는 예수, 돌아온 탕자 등 훌륭한 그림들로 꽉 차 있어요. 그래서 거의 항상 관람객들로 붐벼요.

훌륭한 그림들이 다 그렇지만 특히 렘브란트는 빛을 너무나 미세하고 섬세하게 다루기 때문에 원작과 이미지 파일이나 도록 사이의 간극이 커요. 이 그림도 원본으로 보면 훨씬 밝고 부드럽고 섬세하답니다

렘브란트 전시실에서 제일 붐비는 것은 바로 다나에. 하지만 저는 지난번 포스팅했듯 '하만이 자신의 운명을 깨닫다'와 바로 이 그림을 가장 좋아했어요

돌아온 탕자입니다. 성서에 나오는 얘기죠. 발란신도 이 주제로 발레를 안무했고,..

이 그림은 매우 개인적으로 다가오곤 했어요. 항상 이 그림 앞에 서면 한국에 계신 아부지 생각이 어찌나 많이 나는지.. 눈물이 핑 돌곤 했죠. 제겐 매우 소중한 그림이에요.

렘브란트의 '하만이 자신의 운명을 깨닫다'는 아래를 클릭
http://tveye.tistory.com/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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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07. 11. 18. 00:21

하만이 자신의 운명을 깨닫다 : 렘브란트 arts2007. 11. 18.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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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 '하만이 자신의 운명을 깨닫다' / 에르미타주 박물관

에르미타주의 렘브란트 전시실은 언제나 관람객으로 우글우글,
특히 '다나에'와 '돌아온 탕자' 앞은 발디딜 틈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그림 앞은 상대적으로 관람객이 적은 편이다 (다행이다^^)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그림. 구약성서의 에스더서 등장인물인 하만이 자신의 파멸을 깨닫는 순간을 포착하고 있다. 맨처음에는 강렬한 붉은빛에 끌리고 서서히 하만의 얼굴에 떠오른 파멸의 비극과 고통, 무거운 절망의 표정에 끌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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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