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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장미'에 해당되는 글 2

  1. 2018.04.02 월요일 오후에 (집에서) 차를 마시면 참 좋다
  2. 2017.06.13 모든 장미가 시들지만 12





휴가를 내고 쉬었던 월요일. 그래서 오후에 집에서 여유롭게 차를 마실 수 있었다. 간만에 오늘 미세먼지 농도도 좀 낮아져서 환기를 시킬 수 있었다. 대신 꽤 더웠다. 집안 온도가 27도까지 올라갔고 빨래 널었더니 습해져서 에어컨도 잠깐 돌려야 했다. 제대로 된 봄과 가을은 점점 사라져버리는 추세인가보다 ㅠㅠ









이 장미는 카탈레나라는 품종인데 이쁘긴 하지만 너무 금방 시들어버리는 단점이 있다. 애초에 꽃잎이 너무 많고 구겨진 스타일이라 한번 시들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꽃잎이 우수수 떨어진다 ㅠㅠ 그래서 오늘 이렇게 마지막으로 이쁜 자태를 보인 후 사라지심.








저렇게 꽃잎이 후두둑 후두둑 ㅠㅠ









별다방에서 봄 신메뉴 먹으면 별 두개 더 준다는 소리에 또 혹해서 샀던 팥크림 녹차 카스텔라. 그저 그렇긴 한데 그래도 어제 먹었던 올봄 러블리 케익보단 나음. 그건 너무 달았음. 차라리 이게 나았다 ㅠㅠ 하여튼 양이 많아서 반 쪼개서 먹음. 나머지 반쪽은 언제 먹지... 내일부턴 다시 출근에 야근이라 저거 먹을 시간 없는디.







졸졸졸~~~ 토끼가 차를 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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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7. 6. 13. 20:42

모든 장미가 시들지만 about writing2017. 6. 13. 20:42


멀고도 가까이, 꽃들이 죽어간다.

이 도시에 비는 내리지 않을 것이다.



...



위의 두 문장은 아주 오래전 내가 썼던 소설에 등장하는 구절이다. 그 소설의 주인공은 락 가수였는데 저 두 줄은 그가 만든 노래의 일부이다. (그러니까 엄밀히 말하자면 내가 만들어낸 노래 가사이다) 소설 속에서 저 노래 가사가 전부 등장하지는 않는다.



그때도 지금도 나는 여전히 꽃을 좋아한다. 그리고 꽃이 시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좀 우습게도 저 구절을 되뇌곤 한다. 자기가 만든 구절을 자기가 되뇌고 있는 걸 보면 참 유치하다.









장미를 좋아한다. 믿기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장미는 다른 꽃들보다 오래 꽂아놓을 수 있다. 겉의 꽃잎부터 시들기 때문이다. 며칠이 지나면 바깥쪽부터 힘없이 벌어지면서 툭 떨어지기도 하고 시들어 살며시 오그라들기도 한다. 장미를 꽂아둔 날들이면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꽃병의 물을 갈아준다. 그리고 시든 겉꽃잎 몇장을 딴다. 일하고 돌아와서도 마찬가지이다. 제일 먼저 하는 것은 꽃병의 물을 갈아주는 것. 그리고 다시, 시든 겉꽃잎을 살며시 따주는 것.



그래서 날이 갈수록 장미는 작아지고 날씬해지고 마침내 아주 가늘고 춥고 외롭게 변한다. 커다랗고 화려하고 두툼한 아름다움을 벗어버리고 아주 조그맣고 조용하고 쓸쓸한 안쪽 꽃잎들만 남는다. 마지막 남은 순간의 장미는 더 작고 더 둥글어서 때로는 조그만 열매처럼 보인다.



나의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볼때 언제나 붉은 장미보다는 흰 장미가 오래 갔다. 붉은 장미는 한꺼번에 진다. 아주 작고 외롭게 끝까지 버티지는 않는다. 혹은, 내가 그것을 참지 못하고 어느 정도 꽃잎이 떨어지면 과감하게 버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흰 장미가 가장 오래 남는다. 노란 장미도 좀 오래 가고 분홍 장미도 붉은 장미보다는 오래 간다. 그러나 흰 장미가 가장 오래 남는다. 아마도 흰색이기 때문에, 그래서 겉꽃잎이 한장 한장 떨어져 나가고 몇장 남지 않아도 그 아름다움의 변화에 있어 진폭이 별로 크지 않아서일지도 모른다.



지난주 목요일에 사왔던 노란 장미는 신품종이었다. 한 송이에 천원이었다. 고전적인 흰 장미는 한 송이 2천원. 노란 장미 한 송이는 빨리 져버렸고 나머지 한 송이는 아직 저렇게 버티고 있다. 겉꽃잎의 절반이 이제 사라졌다. 대부분은 한쪽 귀퉁이에 생긴 얼룩 때문이었다. 나는 꽃집 주인에게 좀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꽃을 들고 와서 집에서 잘 보니 이미 그때부터 얼룩이 있었다. 흰 장미도 밖에서 두겹까지는 얼룩이 군데군데 있었다.



흰 장미는 얼룩진 두겹의 꽃잎을 떼어내 버렸다. 그 후부터는 얼룩이 거의 생기지 않았다. 저 장미의 꽃잎은 두껍고 견고한 편이다. 그리고 작약을 닮은 이 신품종 노란 장미는 얼룩이 전염병처럼 번진다. 아주 깊은 곳까지 겹겹이 그 얼룩이 번져 있었다. 꽃잎도 얄팍하고 빨리 시들어버린다.



이 품종의 장미는 한번 사서 꽂아둔 것으로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저 우아하고 차갑고 고집센 흰 장미는 앞으로도 종종 사게 될 것이다. 예전에도 그랬듯이.



이 동네 꽃집에서는 붉은 장미를 잘 가져다 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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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