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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2. 11. 22:46

마린스키, 나의 첫번째 극장 2017-19 petersburg2019. 2. 11. 22:46




오랜만에 마린스키 극장 사진 몇 장 올려봄. 이 사진들은 2017년 10월에 갔을 때 찍었음. 이날 봤던 건 포킨 안무, 스트라빈스키 작곡의 '불새'였다.



맨 위 사진과 맨 아래 사진은 DSLR, 나머지는 막간에 돌아다니며 폰으로 찍음. 



아름답고 또 아름다운 극장이다. 무척이나 소중한 장소이다. '극장'이라고 하면 내가 마음 속으로 제일 먼저 떠올리는 곳. 나의 첫 발레를 보았던 곳, 나의 첫 극장. 세월이 흐르고 나는 무수한 공연장들을 드나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나에게 '극장'은 마린스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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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마린스키 극장 가는 길. 2015년 2월. 겨울에 공연 보러 갈땐 추우니까 보통은 버스를 타고 간다. 이 날은 엄청 추웠지만 햇살이 좋아서 그냥 운하 따라서 극장까지 쭉 산책했었다. 공연은 아마 전날 밤과 다음날 밤 보러 갔던 듯.

 

 

꽁꽁 얼어붙은 모이카 운하. 흰눈과 얼음, 그리고 새파란 하늘. 이런 날씨엔 추워도 산책하기 좋다.

 

 

내가 생각하고 상상하고 실지로 썼던 글들 속에서 미샤가 트로이네 집에서 잘 때면 아침에 이 길을 따라 극장으로 걸어가곤 했다. 물론 소련 시절 그 극장은 마린스키가 아니라 키로프 극장이었고 이 길의 주변 풍경도 조금은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운하는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고, 살을 에는 듯 차디찬 공기와 하얗게 빛나는 수면 위 얼음, 눈이 멀도록 새파란 하늘은 변함없을 것이다.

 

 

 

 

 

 

 

 

 

 

 

 

 

 

 

 

이렇게 극장까지 걸어오는 것이다. 아름답고 또 아름다운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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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9. 2. 1. 23:44

집으로 돌아온 미샤 sketch : 지나와 말썽쟁이2019. 2. 1. 23:44


 

 

오늘 스케치는 수용소와 시골 도시 가브릴로프 유배 생활 후 레닌그라드로 돌아온 미샤. 나름대로 미샤가 기대 있는 벨벳 난간에 푸른색과 금색의 색깔을 칠해서 키로프 극장(지금의 마린스키)이라고 생각하며 그렸다만 역시나 나는 모든 걸 크로키로 휘갈기고 색도 막 칠하는 앞발이므로 쫌 대충대충.

 

 

무용수로서는 은퇴했지만 그래도 그에게 있어 진정한 집은 언제나 극장이며 그건 어떤 일이 생기든 변함이 없는 사실이다. 부정하든 그렇지 않든. 그도 알고 친구들도 알고 나도 알고 있다.

 


 

 

이건 며칠 전에 그렸던 스케치. 역시 가브릴로프 생활을 마치고 레닌그라드에 돌아온 미샤. 풀코보 공항에 내려서 차를 타고 막 레닌그라드 시내로 진입했을 때.

 

집에 돌아왔구나. 어서 와.

 

아마 미샤는 도시의 포석과 네바 강의 물결과 차디찬 바람, 스쳐가는 화강암과 청동, 반듯한 도로들, 도처의 모든 곳으로부터 그런 말을 듣고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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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밤이면 항상 잠이 잘 안 온다. 예전엔 이런 시간이라면 글을 썼다. 최근 1~2년간은 제대로 글을 쓰지 못했다. 그래도 글을 쓴다는 건 내게 여전히 가장 좋아하는 일이고 가장 소중한 일이다. 그저 지금 잠시 멈춰 있는 것 뿐이다. 에너지를 되찾고 내부의 불을 다시 켜기 위해.




잠이 잘 안와서. 몇년 전에 쓴 단편 몇문단 발췌. 예전에 about writing 폴더에 이 단편의 전반부인 1/3 정도와 그외 토막토막을 올렸던 적이 있다. 제목은 밤. Night. Ночь. 지방 소도시 시립극장 오케스트라 바이올린 연주자인 로만 코즐로프의 1인칭으로 썼다. 발췌한 부분은 거의 맨 마지막.



.. 위의 사진 두 장은 전에 페테르부르크 산책하며 찍은 것이다. 글의 배경은 페테르부르크가 아니라 시골 소도시지만 뭐 어때.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




나는 커튼을 젖히고 창 너머로 그 아이가 아파트 안뜰을 지나 무거운 정문을 밀고 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해가 져서 이미 어둑어둑했다. 어딘가에서 까마귀가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스름 속에서 그 아이는 더 이상 취한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조금씩 휘청거리며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지만 점차 시야에서 멀어지고 작아지자 그는 다시 새처럼 보였다. 유령처럼, 천사처럼. 그리고 안개처럼. 자식은 부드럽게 춤을 추며 걸었다.



미샤는 내게 주소를 묻지도 않았다. 곧장 좁은 도로를 따라 나가는 것을 보니 돌아가는 길을 잘 아는 것 같았다. 사실 그럴 리가 없을 텐데도. 하긴 헤매든 넘어지든 곧 자기 집을 찾아갈 수는 있을 것이다. 이곳은 레닌그라드가 아니라 촌동네고 검은 숲으로 들어가지만 않는다면 어느 길로 가든 30분 만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으니까.



잠시 후 그 아이는 내 눈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파란 잉크 같은 저녁 어둠만이 남았다. 극장 같은 어둠, 무대 불이 꺼진 후 깔려드는 소리 없고 부드러운 어둠이었다. 지금 생각하니 그건 그 애의 눈에 차오르던 검은 불꽃같기도 했다.



...




이 단편 전반부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4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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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