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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praha'에 해당되는 글 213

  1. 2016.09.16 새벽에 깨서 6
  2. 2016.09.16 ㅎ님을 위한 에벨 사자 찻잔 사진 4
  3. 2016.09.16 달이 안 보여 ㅠㅠ 6
  4. 2016.09.16 9.15 목요일 저녁 : 존 레넌 벽(스밀라님 생각), 오노 요코? 새로운 카피치코, 아이스 맥심이 간다~ 10
  5. 2016.09.16 한낮부터 맥주랑 굴라쉬, 알까골릭 료샤 6
  6. 2016.09.15 나를 위한 자두와 료샤를 위한 젤라또 4
  7. 2016.09.15 9.14 수요일 저녁 : 돈 찾느라 피곤, 다시 에벨, 창가 자리, 제2의 카페와 버섯치즈 팔라친키, 료샤 옴! 내 방에서 료샤는... 8
  8. 2016.09.14 오리를 부르는 방법, 좋아했던 장면 등 6
  9. 2016.09.14 9.13 화요일 밤 : 쓰기 시작, 저질체력, 마파두부, 서양배 화이트와인 아이스크림, 캄파와 카를교에 석양 보러 감, 연휴 잘 보내세요! 6
  10. 2016.09.13 야채 파스타 아점, 오후, 입술 찻잔 6
  11. 2016.09.13 근데 또 발견했거든요 6
  12. 2016.09.13 프라하 뒷골목 풍경 몇 장 4
  13. 2016.09.13 9.12 월요일 저녁 : 프라하 성, 료샤가 안 가는 이유, 레몬아이스크림, 비투스 성당과 스테인드 글라스, 성 이르지 성당, 황금소로, 쥬인을 위한 새알종, 새돌이, 나.. 16
  14. 2016.09.12 황금소로 카페에서 잠시 쉬는 중 4
  15. 2016.09.12 9.11 일요일 밤 : 게으른 하루, 더위, 빨강 시리즈, 두부2탄 2
  16. 2016.09.11 모짜렐라 토마토 팔라친키(크레페) 아점 8
  17. 2016.09.11 응답하라 아이스크림! 라진님을 위해 :) 8
  18. 2016.09.11 albaricoque님의 녹색에 응답해 저도 녹색을~ 2
  19. 2016.09.11 bravebird님을 위한 프라하의 독수리와 매 4
  20. 2016.09.11 자다 깼음. TWO. 4
  21. 2016.09.11 저녁 풍경에 옛날 영화들 잠깐 떠오름 4
  22. 2016.09.11 9.10 토요일 밤 4
  23. 2016.09.10 여기서도 쿠마와 함께 4
  24. 2016.09.10 트램 보이는 창가에 앉아 아침부터 자허토르테! 4
  25. 2016.09.10 내가 사실 이런 것에 좀 약해서 4
2016. 9. 16. 11:47

새벽에 깨서 2016 praha2016. 9. 16. 11:47

악몽 꾸고 새벽에 자다 깸. 가족에게 위해가 생길까봐 너무 두려워하고 나도 쫓기는 꿈을 꾸었다ㅠ 어제도 중간에 잠깐 악몽 꾸고 가족 걱정했는데. 명절때 나와 있어 무의식에 가책이 되나?


무섭기도 하고 몸에 열이 펄펄 나서 새벽에 일어나 잠시 웹서핑하며 마음을 가라앉히는중. 졸린데 다시 자기가 편하지 않아 좀 버티는 중이다. 서서히 나아지는 중.


술때문인가.. 어제 아점에 한잔 마신게 아직 속쓰리긴 하다. 약 먹을 땐 안마시는게 좋다고 했는데.


옛날엔 자다 가위눌리거나 악몽 꾸면 베개 들고 엄마 곁으로 가서 자고 그 이후엔 이따금 쥬인 깨웠는데. 그래서 서무 시리즈에서 왕재수가 곱등이 바퀴벌레 뱀껍질 악몽 꾸고 단추네 방에 베개 들고 가는 얘길 쓴적이 있다.


나이가 몇살이든 어디에 있든 악몽 꾸고 깨어나면 베개 들고 가고 싶은 마음은 그대로인걸 보면 아직도 어른이 안됐나보다.


뜬금없이 토리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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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9. 16. 04:33

ㅎ님을 위한 에벨 사자 찻잔 사진 2016 praha2016. 9. 16. 04:33




ㅎ님께서 궁금해하신 카페 에벨의 사자 찻잔. 어제 불켜놓고 호텔 방 안에서 찍어서 좀 번질거리게 나왔지만.. 해바라기 대신 닉네임을 택해 사온 사자 찻잔은 이렇게 생겼어요 :)




근데 이거 사자 맞겠지? 표범인가?!! 정글에는 사자가 안 사나? 아 헷갈려 ㅠㅠ 흑흑... 그냥 사자라고 믿으리라..






왼쪽 보면 코끼리도~~ 이건 코끼리 맞음 :)







ㅎ님~ 사자로 응답했사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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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9. 16. 03:53

달이 안 보여 ㅠㅠ 2016 praha2016. 9. 16. 03:53





흑.. 추석인데 달이 안 보여.. 구름 때문인가..


료샤는 보름마다 보는 달 뭐가 특별하냐 한다 ㅠㅠ 아니야 흑흑.. 이건 추석 보름달인데 안 보여 ㅠㅠ


캄파에도 가고 카를교 쪽에도 가고 페트르진 공원에도 올라가봄. 달 안 보임 으헝헝.. 내일 오후부터 비온다더니..


달 보는거 포기하고 료샤에게 윷놀이 가르쳐주고 있다. 윷을 싸들고 오신 나.. 그러니 가방이 무거웠나 ㅋㅋ 우리 전통놀이 문화전파토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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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앞선 포스팅대로 정오부터 맥주와 굴라쉬로 아점을 먹고.. 몽롱하게 좀 늘어져 있다가 오후에 다시 호텔을 나섰다. 어제 료샤랑 폰으로 검색해서 알아낸 결과! 카피치코는 미셴스카 거리에서 말테세 광장 쪽으로 옮긴 것이었다!! 내가 머무는 호텔에선 미셴스카보다 말테세 광장이 좀 더 가깝다. 걸어서 10분 거리였다.


원래는 료샤랑 오후에 카피치코에 가기로 했지만 다량의 맥주와 돼지무릎 덕에 숙취에 시달린 그는 늦잠을 잤고 미팅 시간도 좀 늦추는 바람에(불쌍한 상대방 ㅜㅜ 내가 상대방이라면 도대체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라 생각할듯) 오후 늦게나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그럼 나 혼자 갈게~ 있다가 봐~' 라고 했더니 료샤가 섭섭해했다.


료샤 : 나도 맛있는 커피 마시고 싶은데 ㅠㅠ 오늘 약속 장소는 커피 맛없어. 그래서 안 마시고 있다가 너랑 카피치코에서 마시려고 했는데 ㅠㅠ

나 : 커피 마시지 말고 와. 내가 카피치코보다 더 맛있는 커피 줄게.

료샤 : 다른 카페가 또 있어?

나 : 맥심 아이스 가져왔다!

료샤 : 아흐, 우흐, 오흐, 류블류 찌뱌!!!

(앞의 세 단어는 노어의 감탄사 ㅋㅋ 뒤의 문장은 '사랑해~'임 ㅋㅋㅋ 아재 입맛에게 맥심 아이스를 주면 뜬금없는 사랑고백을 받을 수 있음)



..



맥주와 굴라쉬 때문에 배도 덜 꺼졌고 자꾸 졸려서 좀 걸어야 할거 같았다. 그래서 뒷골목 산책을 하고 말테세 광장과 네루도바 쪽 뒷골목, 캄파 쪽을 좀 돌아다녔다. 그리고는 오랜만에 존 레넌 벽에 갔다. 여기 가면 블로그에 가끔 들러주시는 스밀라님 생각이 난다 :)












역시 오랜만에 왔더니 벽은 예전과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지난번에 왔을 땐 겨울이라 좀 황량한 느낌이었는데 오늘은 해가 찬란해서 그런지 색이 더 선명하고 강렬했다. 그때보다 오늘이 더 좋았다.

(딱 하나 맘에 안 들었던 건 담장 꼭대기 어디에 크게 욱일승천기 무늬가 그려져 있던거 -_- 페인트라도 갖고 와서 지워버리고 싶은 마음이... 평화를 노래하던 존 레넌 벽에 전범기 무늬가 웬말이야 ㅠㅠ 뭐 서양애들이야 몰라서 그랬겠지... 그래도 난 기분 안 좋았음. 그래서 벽 전체 사진은 안 올린다. 그 무늬가 나와있어서 ㅠㅠ)


나는 존 레넌 솔로보다는 비틀즈 때가 더 좋았지만... 비틀즈 노래를 들으면 중학생 시절이 생각난다.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를 처음 산 후 비틀즈 베스트 테이프를 사서 늘어지도록 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구석구석 낙서를 구경하고 문구를 읽고 좀 놀았다. 서너명이 나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역시... 나는 길 잘 가르쳐주고 사진도 잘 찍어줄 거 같은 이미지인 거야... 길 가르쳐주는 별 아래에서 태어난 토끼인 거야)


심지어 어떤 남자애들은 나에게 '오우, 스컬! 투게더! 롹 스피릿~ 오예~' 라며 락앤롤~ 포즈를 취하며 사진까지 같이 찍었다. (나 오늘 해골무늬 긴팔 티셔츠 입고 있었음 ㅋㅋ) 걔들도 영어권 애들은 아니었는데 대낮부터 병나발 불고 신났다(근데 뭐 나도 낮술 마시고 와서 ㅋㅋ) 훌리간들은 아니었고 그냥 신난 상태에서 해골옷 입은 나를 보고 동질의식을 느낀듯.... (머리 빨강노랑 물들이고 징박힌 재킷 입고 마냥 신난 애들이었음)


그리고는 '굿~ 나이스~ 아우어 오노 요코~' 하며 박수를 쳐주었다. 내가 동양 여자라서 그런거까진 알겠는데! 야! 오노 요코 못생겼잖아! (오노 요코 팬들 미안합니다 ㅠㅠ 근데 제 눈엔 안 예쁘다고요) 나 오노 요코 하나도 안 닮았는데! 차라리 '굿~ 나이스~ 아우어 래빗~' 이러든가 ㅋㅋㅋ 근데 존 레넌 벽 앞에서 오노 요코 소리 들으며 박수받은 건 뭔가 칭찬이라고 믿고 싶어서 그냥 웃고 말았다. 그리고 오노 요코 나름대로 스타일리쉬하고 멋있었으니 칭찬이라고 생각하자!


(근데 또 생각해보니 오노 요코랑 존 레넌 누드 사진들이 막 떠오르면서... 잉 -_-)



..






카피치코가 정말 있었다. 그것도 내가 몇번이나 지나쳐간 골목 귀퉁이에 있었다. 말테세 광장 한쪽... 예전에 우 말레 벨리비라는 작은 해산물 식당이 있었던 곳에... 가슴이 뛰었다. 반가웠다. 없어진 게 아니었구나... 그냥 이사간 거길 바랬는데 정말이구나... 다행이다.


전보다 좀더 좁아졌다. 그리고 전에는 안쪽 홀에 어린이용 동화책이랑 인형이 많았는데 그것도 많이 없어졌다. 그땐 젊은 여점원이 빵끗 웃으며 맞아줬는데 이번에 갔더니 처음 보는 나이든 아저씨가 문가 테이블에 어떤 손님이랑 같이 앉아 있다가 나에게 인사를 했다. 손님인가 했는데 알고보니 주인이었다. 여기 전에 자주 왔었는데 주인 첨봤다!!!


나 : 안녕하세요. 여기가 미셴스카에 있던 그 카피치코 맞아요?

주인 아저씨 : 맞아요, 그 카피치코에요.

나 : 우와.... 미셴스카 갔었는데 다른 가게가 있어서 진짜 실망했어요. 없어진 줄 알았는데 너무 반가워요. 3년 전에 자주 왔었어요.

주인 아저씨 : 올해 부활절 즈음에 그쪽 닫고 7월에 여기 새로 열었어요. 기억해서 찾아주시다니 고마워요! 전보단 좀 좁아졌죠. 그래도 손님처럼 다시 찾아와주시는 분들이 많아 기쁘답니다.

나 : 제가 무척 좋아하던 곳이에요!





아저씨가 메뉴판을 가져다주었다. 손으로 쓴게 그대로였다. 3~5코루나씩 오른 게 전부였지만 그래도 저렴했다. 역시 다즐링과 메도브닉이지!!!









카페에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괜히 맘이 짠했다. 미셴스카에 있을 때가 더 넓고 복작거렸던거 같아서. 아르바이트 점원 없이 주인 아저씨 혼자 하시나 싶기도 하고. 근데 나중에 또 막 사람들이 왔다. 여기는 주민들이 많이 찾는다. 그리고 단골이 많아서 들어오면 전에도 점원들과 그랬지만 이번에도 막 주인 아저씨랑 큰소리로 인사하고 반가워한다. 보기 좋다. 젊은 체코 아가씨 한명도 그렇게 밝게 인사하더니 내 앞쪽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워머와 포트에 나오는 잎차 다즐링. 그리고 49코루나(전엔 45코루나였지)의 저렴하지만 정말 맛있는 메도브닉. 여기 메도브닉은 그랜드 카페 오리엔트 메도브닉보다는 조금 더 포실포실하고 가루가 많지만 그래도 참 맛있다. 그 맛은 여전했다. 그리고 창 너머로 스며드는 햇살도 같았다. 행복했다.







노트북을 가지고 오지 않았기 때문에 수첩을 펼치고 글에 대한 메모를 좀 했다. 몇가지 아이디어가 더 떠올랐다... 에벨과 카피치코, 둘다 있어줘서 고마워요.



나중에 일어나서 계산을 했다. 팁과 함께. 그리고는 아저씨랑 잠깐 얘길 나누었다.


나 : 카피치코가 없어지지 않아서, 여기 있어서 너무 기뻐요!

주인 아저씨 : 저도 그래요. 없어지지 않을 거예요, 계속 있을 거예요! 지금 유럽 여행 중이신가요?

나 : 프라하만요. 있잖아요, 저 사실 카피치코가 그리워서 미셴스카 거리에 가까운 쪽으로 숙소를 잡았답니다. 그래서 미셴스카에 갔을 때 너무 슬펐어요. 새로운 곳에 전처럼 있어줘서 행복해요.

주인 아저씨 : 진짜 보람있네요. 고마워요!!! 또 오세요 꼭 또 오세요!

나 : 또 올게요 :)



근데 나중에 잠깐 방에 돌아왔을 때에야 아저씨가 내게 준 계산서를 자세히 보고 웃었다 :) 귀여운 카피치코 명함에 직접 손으로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써서 계산서를 만들어 주었다. 근데... 맨 아래에 일본말로 뭐라고 써 있었다. 히라가나였다. 히라가나는 몇글자밖에 기억이 안나는데 대충 아리가또 같긴 했다. 일어를 아는 쥬인에게 카톡을 보냈다. 뭐라고 씌어 있냐니까 아리가또 맞단다. ㅋㅋ 아마 나를 일본인으로 생각하셨나봄... 다시 가면 '저 일본인 아니에요 한국 사람이에요 그래도 고마워요~' 라고 말해주고는 '고마워요'나 '감사합니다'란 단어를 가르쳐줘야겠다 :)






..



방에 돌아와서 아이스 맥심을 챙겼다. 기다려라 친구야, 아이스 맥심이 간다 :)



저녁엔 료샤랑 같이 밥먹은 후 아이스 맥심 타주고 보름달 봐야겠다. 지금까진 맑은데... 달이 보였으면 좋겠다 :)



한국은 이미 추석이 지났겠구나... 다들 즐거운 명절 보내셨기를... 그리고 남은 연휴도 즐겁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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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어제는 료샤와 근처 펍에서 좀 늦게 저녁을 먹었다. 맥주를 사랑하며 체코 맥주라면 더욱더 사랑하는 료샤는 행복에 겨웠고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며 심지어 그 큰 돼지 무릎까지 시켜서 막 뜯어먹었다.


내가 돼지고기 알레르기 때문에 거들어줄수도 없는데 그 큰걸 시키면 어떡하느냐고 했지만 그는 '프라하에 왔으면 맥주랑 돼지 무릎!' 하면서 막무가내로 시키더니 먹고 먹고 또 먹었다. 나중에는 자기도 괴로웠는지 '돼지 무릎 이제 보기 싫어..'라고 했다. 당연하잖아 ㅠㅠ 나도 3년 전에 동생이랑 왔을 때 둘이 시켜서 먹었는데 아무리 먹어도 절반도 못 먹었었다.. 그땐 나도 돼지 알레르기 없었지 ㅜㅜ 그래서 동생과 나는 "돼지 니 무서워... 먹어도 먹어도 안 줄어 ㅠㅠ" 라고 했었음. 돼지 무릎이라고 되어 있는데 무릎만 '니 knee'라고 영어로 부르며 ㅋㅋㅋ


난 어제 저녁엔 료샤의 맥주를 딱 한모금만 뺏아 마신 후 오렌지에이드를 마셨다. 사실 술을 마시면 별로 좋지 않다. 약도 먹고 있고... 체코 맥주는 그래도 괜찮은 편이지만 맥주가 몸에 받는 것도 아니니... 그래서 참았는데 오늘 오전에 도루묵이 되었다.


늦게까지 펍에서 술마시고 돼지 무릎을 뜯어드신 료샤는 오늘 아침 열시반쯤 내 방으로 전화를 해왔다.


료샤 : 아파... 머리 아파...

나 : 퍼마시더라니 ㅠㅠ 배는 안 아프니?

료샤 : 해장이 필요해...

나 : 수프 같은 거 먹어야지...

료샤 : 콜코브나에 갈래.... 거기로 너도 와.

나 : 거기도 펍이잖아! 왜 거기에서 해장을 해!!! 나 지금 일어났어... 머리도 감아야 되고...

료샤 : 나도 지금 일어났어... 열한시 반에 콜코브나에서 만나... 나 오늘 미팅도 있는데 가기 싫어 ㅜㅜ



..



(여기가 콜코브나 올림피아 지점 내부. 정오 무렵이라 매우 한산...)



나도 괴롭게 일어나서(술을 안 마셔도 아침에 일어나는 건 항상 괴로움 ㅠㅠ)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고... 머리도 안 말리고 산발을 한 채 화장만 하고 기어나갔다. 콜코브나(kolkovna)는 여기선 나름 유명한 체코 음식점/펍 체인인데 내가 머무는 숙소에서 5분 거리에 콜코브나 올림피아 지점이 있다. 카페 사보이 옆에 있는데 난 사실 이 체인에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다. 펍에 혼자 갈 일이 그리 많지 않고 맥주를 그리 즐기지도 않으니... 료샤는 프라하 구석구석의 작은 펍들도 잘 알고 있지만 콜코브나도 큰 체인 치고는 그리 나쁘지 않다고 했다. 하여튼 나도 갔다. 조식 안 먹어서 난 배를 채워야 하는데..



료샤가 불쌍한 몰골로 앉아 있었다. 수트를 입고 있었으나 머리가 삐쭉삐쭉 솟아 있었고 눈이 부어 있었다. '그 짠 돼지 무릎을 그렇게 먹었으니 얼굴이 붓지!' 하고 놀리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그는 필스너를 한잔 들이키더니 나에게 '야, 너는 굴라쉬 먹어. 내가 시켜놨어. 여기 굴라쉬에 네가 좋아하는 브람보락(감자팬케익) 같이 나와. 어제 브람보락 먹고 싶다며' 라고 했다. 난 황당했다.



나 : 야! 나 빈속인데 아침부터! 굴라쉬는 술안주잖아! 이 동네 굴라쉬는 짜단 말야!

료샤 : 응, 그래서 너를 위해 내가 맥주도 시켰어 :) 너 좋아하는 마스터로.

나 : 으익....



(그가 나를 위해 주문한 master 세미다크 맥주...)



master는 세미다크 맥주인데 내가 좋아하긴 한다만... 졸지에 나는 빈속에 아점으로 맥주랑 굴라쉬를 먹게 되었다. 더 웃긴 것은 이놈은 필스너 한잔만 마시고는 '나 미팅 늦었어, 가야 돼... 맛있게 먹고 있다가 보자~' 하면서 나를 버리고 가버린 것이다. 뭐야 이게!



나 : 야! 너 머리 아프다며 암것도 안 먹고 가니!! 굴라쉬라도 좀 먹고 가!

료샤 : 난 해장이 필요했어~~~

나 : 그게 필스너야?

료샤 : 좀 살거 같네~

나 : 알까골릭!!!

(알코홀릭의 노어 발음 ㅋ)






그래서 난 결국 혼자 남겨져서 한낮부터 맥주와 굴라쉬를 먹으며... 그런데 역시 빈속에 먹는 맥주는 하염없이 맛있고 ㅠㅠ 굴라쉬는 역시 짰지만 그래도 프라하 다른 식당들에서 먹은 것들보다는 맛이 괜찮았다. 크네들리키랑 브람보락도 나쁘지 않았는데 양이 너무 많긴 했다....



실컷 먹고 나니 배도 부르고 머리도 좀 핑 돌고 졸렸다. 맥주는 맛있게 마시다가... 4분의 1쯤 남았을때 날파리가 빠져죽어서 그만 마시라는 계시인가보다 했다.






역시 낮술, 그것도 맥주는 쥐약이어서 졸렸고 나중엔 배도 좀 아팠다. 뭐 당연한 결과지... 잘 먹고 돌아다니다 오후 늦게 마셨으면 좀 나았을텐데... 빈속에 맥주랑 굴라쉬 먹어서 배아파서 조금 고생하고 오후에 나아졌음. 알까골릭 료샤 때문이야 ㅠㅠ



..



호텔 방에 돌아가 옷을 갈아입었고 화장실에도 갔다 -_- 나 다시는 빈속에 낮술 안먹어 흑흑....


하여튼 그러고나서는 몸은 나아졌는데 술기운에 너무 졸려서 로비에 앉아 좀 졸았다. (방은 청소하러 올라와서...) 그리고는 료샤가 생각보다 늦을 것 같아서 나는 카피치코에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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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9. 15. 02:29

나를 위한 자두와 료샤를 위한 젤라또 2016 praha2016. 9. 15. 02:29



방에 들어온 료샤가 가방에서 부스럭거리더니 비닐 봉지 하나를 불쑥 꺼냈다.



료샤 : 야, 체리는 없고 자두는 있더라. 먹어.

나 : 어마나, 나 주려고 사온 거야?

료샤 : 너 이 자두 좋아하잖아. 슬리바!(서양 자두) 오다가 과일 좌판 있길래 샀다.

나 : 오오 감동이야 ㅠㅠ 안 그래도 이거 조식 테이블에 딱 하루만 있고 그 다음엔 계속 없고... 과일가게에서 몇알만 사기 좀 그래서 못 사먹었어...

료샤 : 야! 너는 아무데나 잘 들어가서 혼자 밥도 잘 먹으면서 이깟 자두를 왜 못 사먹는거야!

나 : 가게에서 뭐 사는거 무서워서 ㅠㅠ 다 맨첨에 너네 나라 갔기 때문이야!

료샤 : ㅠㅠ 나도 할 말이 없다... 우리나라 점원들 무서웠지 ㅋㅋ



달콤한 서양 자두를 좋아하는 내 입맛을 기억해준 료샤가 고마웠다. 자두는 물이 많고 달고 맛있었다. (난 우리 나라 자두는 시어서 안 좋아하고 이 자두만 좋아함)



그리하여 나는 보답을 위해 그를 프라하에서 최고 맛있는 젤라또 집으로 인도함. 우리 호텔 1층의 젤라또 가게 :)




나는 라벤더와 블랙베리에 도전. 료샤는 바닐라를 먹어보겠다고 했다.


나 : 너 배맛 좋아하잖아, 여기 배맛 맛있던데. 아님 스트라치아텔라. 그것도 좋아하잖아, 달달한 거.

료샤 : 바닐라를 먹어봐야 이 집 수준을 알지!!


근데 나도 공감... 이것은 중국집 가서 짜장면 먹어봐야 하는 거랑 똑같은 거 아닐까 ㅋㅋ 실은 나도 바닐라 궁금했었다.


근데 내가 주문을 잘못해서 한 컵에 두가지 맛을 같이 담아줌 ㅋㅋ 그래서 조그만 컵에서 아이스크림 질질 흘리면서 둘이 같이 퍼먹음 :)


라벤더 블랙베리는 진짜로 라벤더 향과 맛이 났다! 맛은 나쁘지 않은데 역시 내게 라벤더는 화장품과 향수, 목욕용품 향이라 그런지 좀 이질적이었다. 바닐라는 맛있었다.


료샤는 나보고 '라벤더를 먹냐! 할머니냐!' 라고 했다. 흐흑... 그래놓고 내 라벤더 블랙베리 절반 먹었지!



** 밤에 추가


기쁜 소식. 카피치코 문 닫은 거 아니고 근처 다른데로 옮겼다! 펍에서 료샤랑 저녁 먹다가 카피치코 얘기했더니 료샤가 '어, 내 친구 거기 얼마전 갔었다 했는데? 네가 좋다해서 내가 소개해줘서 접때 가고는 좋다고 또 갔다던데?' 라고 하는 거였다. 그래서 막 검색해봤더니 여기 근처 딴데로 옮긴 거란다. 내일 가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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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앞서 올린대로 또 스펙터클 스릴러 + 팬심 가득한 꿈을 꾸고 비몽사몽 괴로워하다 억지로 일어나 간신히 10시 다되어 내려가 조식을 먹었다. 거의 맨 마지막에 나온 사람이 되었음.


..



오늘 료샤가 오기로 되어 있었으므로 오전에는 트램 타고 강 건너가서 카페 에벨에서 글을 쓰다 와서 오후에 이녀석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22번을 타고 나로드니 트르지다에서 내렸다. 현금을 좀 찾아야 할 것 같아서 atm 자체 수수료가 제일 싸다는 raiffeisen bank를 찾기로 했다. 신시가지 바츨라프 광장 쪽에 분명 은행들이 모여 있을 거 같아서 2GIS 앱 켜고 찾아갔다. 원래 트램 정거장 바로 옆에도 하나 있었는데 하필 그 atm이 고장나서 500미터 쯤 약간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가야 했다.


엄청 더워서 돈 뽑고 나니 이미 지치고 말았다. 걸어가도 15~20분이면 에벨에 갈 수 있었지만 피곤해서 그냥 무스텍 a라인 역에서 전철을 타고 한정거장 가서 스타로메스트카 역에서 내린 후 에벨이 있는 골목으로 갔다. 그나마 예전에 살았던 곳이라 대충 교통수단이나 길이 눈에 그려져서 가능.. 안그랬다면 무작정 걸었겠지.


스타로메스트카 역에서 에벨까지도 좀 걷긴 해야 했다. 하도 계속 더워서 바람 통하는 옷을 입어야겠다 싶어 오늘은 긴 소매이긴 하지만 그래도 원피스를 입고 나왔는데 다리는 시원했지만 위는 더웠다 ㅠㅠ 다리 아프니 원피스를 입어도 신발은 운동화!!! (흑흑, 예쁘게 차려입는 거 다 포기임)



...



정오쯤 에벨에 도착하자 완전 녹초. 웬일로 손님이 별로 없었고 그 창가 자리가 비어 있었다!!! 원래 트램까지 타고 에벨에 온건 어제 본격적으로 구상을 시작한 글을 제대로 써보려고 그런 거였는데... 그러려면 테이블이 좀 높은 자리에 앉아야 하지만... 지금 글이 문제가 아니다. 저 창가 자리가 비어있는데 어떻게 다른데 앉아!!!






앗싸! 3년 반만에 다시 창가 자리 득템... 그리웠어 에벨의 창가... ㅠㅠ


여기서 차 마시려고 조식 먹을땐 무카페인의 애플시나몬 티를 마셨었다.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티와 오늘 눈에 띈 레몬치즈케익 주문. (예전엔 애플파이나 메도브닉도 있었는데 지난주랑 오늘은 없다. 지난주에 먹었던 산딸기무스케익 맛있었는데 그것도 오늘 없었음)








차를 마시고 케익을 먹으며 그간 모아두었던 밑자료 파일을 읽고 또 추가로 생각난 내용들을 수첩에 메모했다. 확실히 창가 자리는 테이블이 너무 낮아서 제대로 글을 쓰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여기는 집중이 잘 되는 곳이고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는 곳이라 몇가지 떠오른 내용들을 수첩과 컴에 함께 메모했다. 나머지는 좀 더 테이블이 편한 곳으로 옮겨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오면서 에벨에서 파는 찻잔을 한 세트 샀다. 차를 시키면 노란 해바라기 그려진 찻잔 아니면 사자와 코끼리가 있는 정글 그림 찻잔에 주는데, 솔직히 둘다 내 취향은 아니어서 예전에도 살까말까 하고 안 샀었지만 돌아오고 나선 에벨이 너무 그리워서 그냥 찻잔 사올걸 했었다. 그래서 오늘 샀다. 돌아간 후에도 여기 생각하려고. 해바라기보단 사자! 그래도 닉네임이 있는데 사자 사야지 ㅋㅋ (위에 있는 저 찻잔이랑 같은 거다)



..




트램을 타고 헬리초바 거리에서 내려 그 julius meinl 브랜드의 u zlateho pstrosa 에 갔다. 출출해서 약간 늦은 점심도 먹어야 했고 편한 테이블이 필요했다. 여기는 와이파이가 안되는데 반면 그 덕분에 집중해 글을 쓸 수도 있다.



샌드위치는 거의가 햄이나 훈제연어가 들어있어서 포기하고 메뉴판을 보니 여기도 팔라친키(크레페)가 있었다. 근데 이 카페는 딴데보다 가격이 좀 비싼 편이다 -_- 와이파이도 안되는데... 외국 브랜드라 그런가... 좀 비싸지만 그래도 조용하고 집중이 잘되는 장소이니... 우리나라랑 비교하면 비싼 것도 아니고... 하여튼 버섯과 치즈 팔라친키를 주문했고 레모네이드나 주스는 없다고 해서 화이트 피치 티를 주문했다. 아이스티로도 가능하다고 해서 그렇게 해달랬는데 꽤 정성들여 만들어주어서 만족했다...








팔라친키는 맛있었다. 모짜렐라 치즈가 엄청 많이 들어 있었다. 난 원래 버섯과 양파 들어간 블린을 좋아하고 그게 더 좋긴 하지만 그래도 이 팔라친키도 나쁘지 않았다. 대신 위에 파프리카 가루를 너무 많이 뿌린 것 같았고 그것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간이 많이 짭짤했다...





점심 대용으로 팔라친키 해치운 후(팬케익 한장! 이라 할지 모르겠지만 이것의 칼로리는 과연... ㅋㅋ) 시원한 복숭아 아이스티를 마시면서 글을 좀 썼다. 순서와 상관없이 오늘 추가로 떠오른 내용이 포함되는 에피소드를 쓰기 시작했다. 반페이지 정도 쓰다가 료샤에게 연락이 와서 카페를 나섰다.



..



페테르부르크에서 프라하까지는 비행기로 약 두시간 정도 걸린다. 료샤는 가끔 놀러도 오지만(주로 술마시러 ㅠㅠ 맛있는 체코 맥주...) 일 때문에도 종종 드나드는 곳이다. 3년 전에 머물 때도 료샤가 출장 겸 한번 놀러온 적이 있었다. 내가 프라하에 잠시 머물 거라고 하자 '어휴 뻬쩨르에나 오지 왜 프라하야!' 하고 툴툴대더니만 뭔가 출장 일정을 맞추어서 겸사겸사 날아왔다. 착한 친구라니까.


비즈니스맨이자(ㅋㅋ) 부르주아답게 내 친구 료샤님은 차를 렌트하신 후 공항에서 일단 내가 머무는 호텔이 있는 우예즈드로 왔다. 나는 그에게 '야, 이 호텔 보면 너 기함하니까 그냥 딴데서 만나!' 라고 했지만 그는 자기 숙소도 말라 스트라나 쪽이라면서 일단 들렀다 가겠다고 했다. 오후에 무슨 미팅을 하나 잡아놔서 거기 갔다가 저녁에 볼수 있다고. 그전에 얼굴 잠깐 보고 가겠다고. '이노미.. 친구가 멀리서 왔는데 무슨 미팅이야!!! 평소엔 일 안하면서 왜 내가 오니까 일 열심히 해!' 라고 하려다 말음 ㅋㅋ



호텔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자니 료샤가 나타났다. 차 댈데 찾기 힘들다고 엄청 툴툴댔다.


나 : 야, 너는 친구를 보면 반갑다고 인사를 해야지 주차 힘들다고 툴툴대니!

료샤 : 에잇, 주차 힘들어! 친구야, 반갑구나!

나 : 차가 친구보다 우선이야 -_-



료샤는 6월말과 비교해 변한 게 없었다.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이라 좀 놀랐다.


나 : 오후 미팅 있다며 왜 그렇게 입었어?

료샤 : 방에 들러서 갈아입고 갈 거야. 양복 입고 비행기 타면 불편해!

나 : 너네 숙소 가까워?

료샤 : 너네 방에서 갈아입으려는데?

나 : 헉, 내 방? 안돼!

료샤 : 왜! 난 친군데! 친구가 방에서 옷 좀 갈아입으면 안되냐!!!!

나 : 아니, 그거야 당연히 되는데... 그게 문제가 아니고... 내 방 너 못 들어가..

료샤 : 왜 못 들어가? 남자라도 숨겨놨냐!

나 : 그게 아니고 ㅠㅠ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나는 그를 데리고 내 방으로 올라갔다. 료샤 기절초풍!!!


료샤 : 으악! 이게 방이야?

나 : 흑흑... 이제 왜 안되는지 알았겠지?

료샤 : 야! 왜 이런 방을 구했어! 멍충아!!!!!! 이게 뭐야 궁상맞게!!!

나 : 홈페이지엔 이렇게 안 나와있었어! 더블룸들은 괜찮았는데 싱글룸이 이모양이란 건 악착같이 숨겼단 말야!

료샤 : 사기당했구먼 -_- 이런 방에서 일주일이나 있었단 말이야? 방이 반쪽은 아예 내려앉았네!

나 : 다락방처럼 돼 있어서 그래... 옷 갈아입으려면 화장실 들어가서 갈아입어. 거긴 그래도 천정 높아.



료샤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 방에서 옷갈아입다가 자기 머리 박살나겠다고 했다. 내 방에 머무른 15분 동안 그는 도합 다섯번 머리를 박았다 ㅋㅋㅋ 나는 이제 좀 익숙해지고 있긴 했지만... 확실히 방에 두명이 들어오니, 그것도 키크고 덩치큰 남자가 들어오니 이 방은 그야말로 미니어처였다!!! 183센티에(본인은 185라고 우기지만 내가 보기엔 아님) 80킬로는 너끈히 나가는 료샤는 이 방에서 걸리버가 되었다 ㅠㅠ 아니면 호빗네 집에 들어온 간달프인가 ㅠㅠ



료샤 : 야! 너 지금 빨랑 짐싸!

나 : 왜!!

료샤 : 방 옮겨! 나 방 두개야!

나 : 너 왜 방 두개야?

료샤 : 금요일에 레냐도 올거란 말이야!

나 : 그럼 그 방은 금요일에 하나 더 생기는 거잖아!

료샤 : 두개짜리 방이란 말이야!

나 : 웅와, 역시 부르주아... 그래도 싫어! 나는 내가 벌어서 내가 지불한 다락방에 있을 거야 -_-

료샤 : 너 내가 덮칠까봐 그러냐!!

나 : 뭐라고 대답해야 되니 ㅠㅠ '응' 그러면 '친구를 뭘로 보냐' 그럴거고 '아니!' 그러면 '네 눈에 난 남자도 아니냐!' 그럴 거면서!

료샤 : 독심술사!!!



(이쯤에서 다시 보고 가는 나의 후진 -의자도 없는- 삼각형 방... ㅠㅠ 그래도 료샤 왔을떈 이렇게 지저분하진 않고 치워놨었음)



(저 삼각형 경사진 창문 아래 벽에 나 있는 금 확대 사진... 분명 투숙객들마다 여기 머리를 박아서 생긴 금이다! 나도 여기 몇번 박았고.. 료샤도 15분 동안 딱 이 자리에 다섯번 박음... 결국 나는 너 때문에 내 방 무너진다고 그를 내쫓았음 ㅋㅋ)




하여튼 나는 후진 방에 남기로 했고 료샤는 계속 툴툴댔지만 미팅 시간이 다 돼서 나가야 했다. 그래서 나는 이 호텔의 유일한 장점이자 비장의 무기인 젤라또 집으로 그를 인도. 아이스크림을 사주었다. 그러자 역시나 조삼모사인 내 친구는 얼굴이 금세 펴지며 '우오, 맛있다! 레냐도 좋아하겠다!' 하고 신나 했다. 아빠와 아들 둘다 아이스크림이라면 맥을 못 춘다니까.


료샤는 미팅을 하러 갔고 돌아와서 함께 근처에서 저녁 먹기로 했다. 그래서 그동안 나는 언제나처럼 호텔 야외 테라스에 나와서 오늘의 사진과 메모를 정리하는 중이다. 조금 있으면 올 것 같다. 얘는 벌써부터 맥주 마실 생각에 들떠 있음.



친구야 와줘서 고마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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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옛날부터 자타공인 개들에게 사랑받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편이다. 료샤가 키우는 고고하고 까다로운 순종 셰퍼드 네바는 그의 옛 아내에게도 끝까지 매몰차게 대한 것으로 유명했으나 나를 보자마자 발라당 드러누워 충성을 맹세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래서 길 가다가 개를 보고 눈을 맞추거나 '개야 이리 와~' 하고 부르면 개가 잘 온다. 심지어 재롱도 잘 부린다. 료샤는 나에게서 개가 좋아하는 맛있는 냄새가 나거나 개를 유혹하는 페로몬이 분비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만... 나한테서 뼈다귀 냄새가 난단 말인가!!! (-_-)



개나 고양이만큼 좋아하는 건 아니고 특히 비둘기는 박테리아 때문에 좀 무섭지만, 하여튼 새들을 보는 것도 좋다. 새들 중에는 청둥오리를 제일 좋아한다. 동동 떠가는 걸 보면 너무 귀엽다. 페테르부르크에 가면 한겨울의 꽁꽁 언 네바 강 얼음 사이로 청둥오리들이 종종종 모여있는 걸 보고 안스러워한다.



청춘 시절 가슴을 뜨겁게 불태웠던(ㅋㅋ)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홀든 콜필드가 택시기사에게 '겨울에 강이 얼면 오리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요?' 라고 묻는 장면이 있다. 그 소설엔 명장면이 참 많지만 내가 특히 좋아하는 이야기이다. 그 장면을 읽을때 난 '홀든, 이 자식... 사랑해!' 라고 외쳤다. 뭐 그때야 나도 주인공 또래의 사춘기였으니 더더욱 이입했을 수밖에. 근데 나중에 이 책 재밌게 읽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눠보니 의외로 홀든이 오리에 대해 묻는 장면에 대해 나처럼 감명받았거나 이입했거나 공감했다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곰곰 생각해보니 내가 항상 강 위의 오리, 특히 청둥오리들을 좋아했기 때문에 그랬나보다 싶기도 했다.



하여튼, 아까 석양 보러 나갔더니 블타바 강 저 멀리 청둥오리들이 동동동 떠오고 있었다. 아아, 가까이 오렴...


하지만 개와 오리는 다르다! 개는 나의 눈빛의 마력 혹은 페로몬(ㅜㅜ)으로 끌어들일 수 있지만 새는 그게 안된다. 나는 토끼라서 조류가 아니기 때문인가. 그래서 청둥오리를 부르기 위해서는 좀 치사한 방법을 쓴다.


.. 먹고 있던 아이스크림 콘 귀퉁이를 부숴서 던져줌...



" 오리야, 오리들아~ 콘 먹어~ "

(새우깡으로 갈매기 꼬시는 것도 아니고 ㅋ)





자맥질하던 오리들...





콘 부스러기 발견, 두두두...





순식간에 돌진해와 홀라당 다 주워먹음



그리곤 언제 그랬냐는 듯 도도하게 제 갈 길 가버림


칫... 그래도 개들은 나를 좋아하니까...


오리들 : 너는 서양배 화이트와인 소르베 아이스크림 먹고 우리는 기껏 콘 귀퉁이 찌꺼기 떼어주냐!!!


... 아아 그런 거였는가 ㅠㅠ



..



여튼 오리도 좋아하고 갈매기 날아가는 거 보는 것도 좋아해서 본편 쓸때 미샤가 네바 강변 거닐다가 갈매기에게 흑빵 던져주는 장면을 삽입한 적도 있다. 그때 트로이는 미샤에게 '갈매기는 물고기 먹는다!' 고 면박을 줌. 물론 미샤는 개의치 않음. (그러고보니 이 부분 아주 짧게 전에 발췌한 적 있다. 여기 : http://tveye.tistory.com/1840)



그래서 본편 패러디인 서무의 슬픔 시리즈에서도 미샤의 패러디 캐릭터인 왕재수는 강변에 가서 오리에게 빵을 준다 :) 24번째 에피소드인 시계탑 이야기였을 거다. 그건 여기 : http://tveye.tistory.com/3785


이렇게 적고 보니 다시 본편이랑 서무가 쓰고 싶네.. 오늘 새 글 윤곽 잡아놓고는... 역시 이거 하면 저게 하고 싶다니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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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오후에 카페에서 남긴 것처럼 오전엔 늦게 일어났고 조식은 근처의 cafe lounge라는 곳에서 모짜렐라 토마토 야채 파스타를 먹었다.







그리고 골목들을 좀 산책한 후 얼마 전 발굴한 저렴하고 디저트가 맛있는 카페에 가서 초콜릿 케익 곁들여 차를 마셨고 노트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건 아니어서 제목(가제)와 처음의 얼개, 그리고 가상의 목차와 아마도 쓰게 될 에피소드들의 제목들만 늘어놓았다.


가능하다면 내일부터는 어떤 에피소드이든 쓰기 시작하고 싶다. 이번 글은 쓰는 순서와 실제 목차가 많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잘 써지는 내용부터 시작하면 된다. 아이스크림 골라 먹듯 쓰면 된다.



...



4시쯤 방에 잠깐 돌아왔다. 원래는 금방 나가려고 했는데 들어오니 또 너무너무 피곤하고 다리가 아프고 몸이 무겁고 졸려왔다. 운동부족인가... 간만에 매일매일 나돌아다니고 햇빛을 쬐어서 그런가 침대만 보면 드러눕고 싶고 다리가 욱신거린다.


한시간 반쯤 침대에 누워 에어컨 쐬면서 멍때렸다. 원래는 다른 카페로 가서 글을 이어 쓰려고 했는데 에너지 방전.



..



5시 반쯤 배가 고파져서 방을 나섰다. 얼마전 발견해놓았던 중국집에 갔다. 100코루나 안되는 가격에 사천식 닭고기를 곁들여주는 밥이 있어 그거랑 산라탕이나 게살수프를 같이 먹어볼까 했는데 사진을 보니 게살수프가 너무 맛이 없어보였고 심지어 게맛살과 통조림옥수수가 들어 있었다. 말도 안돼... 게맛살을 너무 솔직하게 썰어서 둥둥 띄워놨잖아... 그걸 보고 어떻게 주문해...



그래서 그냥 마파두부랑 밥 시킴. 원래 밖에 나와서 한국음식 그리우면 항상 중국집 가서 마파두부랑 밥 시켜먹는데 돼지고기 알레르기가 생긴 후 이것도 위험해졌다. 다행히 이 집은 고기 유무를 선택할 수 있어 뺴달라 했다. 베지테리안 메뉴에 들어 있어 그런가보다... 돼지고기를 뺀 건 좋은데 그만큼 풍미는 적어지고... 굴소스 맛이 너무 많이 났다. 마파두부는 굴소스로 맛 내면 안되는데 -_-






하여튼 여기 와서 첨으로 흰밥을 먹게 되어 정신없이 먹긴 했다. 맛은 그냥저냥이었고 하나도 안 매웠지만 그래도 먹고 나니 심지어 이마에 땀방울까지 맺혔다. 뭐야, 기력이 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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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에 얹어먹었지만 마파두부가 짰기 때문에 이를 핑계로 젤라또 사먹으러 갔다. 이틀 전 이름 때문에 신기해서 찍어놓은 '서양배와 화이트와인'을 골랐다. 이건 젤라또가 아니라 소르베이다. 실은 소르베는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이지만 덥고 갈증나고 짠거 먹었으니 괜찮을 거 같아서.






신기했다. 진짜 배 맛이 났다. 그것도 많이 났다. 우리나라 배 말고 서양배 :) 화이트와인 맛은 잘 모르겠다만. 서양배를 그대로 갈아서 거기에 좀더 달콤하고 새콤하고 상큼한 맛을 가미한 느낌이었다. 소르베 특유의 샤샤샥 하고 공기처럼 스르륵 녹으며 알알이 스러지는 촉감이 전해져 왔다. 짠 거 먹고 난 후 입가심하기 좋았다. 그래도 나는 역시 부드러운 젤라또 쪽이 좀더 취향이긴 하다. 다음엔 무슨 라벤더 어쩌고 하는 걸 먹어봐야지. 신기신기...



..



배맛 소르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뒷골목을 지나 캄파 쪽으로 갔다. 머물고 있는 우예즈드 거리 뒤로 나가서 좀 걸어가면 블타바 강가의 캄파 공원과 광장, 그리고 카를 교로 갈 수가 있다. 저녁 시간이니 캄파 쪽에서 석양이나 볼까 하고.


천천히 걸었다. 전에 이 동네를 걸었을땐 겨울이었고 춥고 싸늘해서 한적했는데 지금은 사람들로 바글거렸다. 근데 나는 이런 더위보단 그때 춥고 싸늘했던 캄파가 더 맘에 들었다...


카를 교 쪽으로 드디어 올라갔다. 도착한지 일주일만에 카를 교에 옴. (별로 안 좋아해서 미루고 또 미루고 있었음) 역시 관광객들로 바글바글.


근데 석양은 확실히 말라 스트라나 쪽 카를교 입구보단 저쪽 반대편의 카를로바 골목 쪽 다리 입구에서 봐야 풍경이 근사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해지는 방향도 그렇고... 그쪽에서 봐야 프라하 성 쪽으로 해가 지고 블타바 강물 위로 석양이 드리워지는 걸 볼 수 있는데 나는 오늘 반대쪽에 있어서 역광도 그렇고 프라하 성과 미쿨라쉬 성당에 석양이 다 가려져서 안 보였음 ㅠㅠ





그래서 석양과 역광을 배경으로 드리워진 그림자 사진을... :)



..



그림자 사진만은 아쉬우니... 반대방향이라 석양 느낌은 별로 안 나지만 그래도 부드럽고 미묘한 황금빛 그림자가 드리워진 블타바 강과 구시가지 쪽 풍경도...










이후 다시 캄파 쪽으로 내려와 천천히 걸었고 페트르진 공원 쪽으로 조금 올라가서 마지막 석양을 좀 보다 방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니 8시가 다 되어 있었다. 아이고 다리 아프고 더워라...


씻은 후 피곤해서 침대에 한동안 누워 있다가 이제 사진 옮기고 메모 적는 중이다.


근데 왜이렇게 피곤한 거야. 체력고갈인가 ㅜㅜ 노화인가봐 흑흑




..



블로그 이웃님들, 연휴 잘 보내시고 풍성한 한가위 맞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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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9. 13. 22:24

야채 파스타 아점, 오후, 입술 찻잔 2016 praha2016. 9. 13. 22:24



어제 프라하 성에 다녀와서 생각보다 힘들었던 모양이다. 너무 더워서 그랬나. 다리도 너무 아프고 머리도 지끈거려서 좀 늦게까지 잤다. 조식 건너뜀. 그래도 조식을 먹어야 아침에 달걀 등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고 오렌지라도 한 알 집어오는데 오늘은 피곤했다.


늦게 일어나 머리를 감고 앞머리 잘랐다. 앞머리 자르니 속이 다 시원하네!


머리 말리지도 않고 기어나왔다. 다리가 너무 아파서 오늘은 많이 걷지도 않고 무거운 카메라도 안가지고 나오기로 했다. 대신 근처 카페에서 글이나 써야겠다는 마음에 폰과 노트북을 챙겨서 나왔다.


호텔 근처에 나름대로 유명한 '카페 라운지'라는 곳이 있어서 거기 들렀다. 조식이 유명한 곳인데(포치드 에그 등 달걀 요리가 유명하다고 함) 11시까지만 해주는 거라서 난 이미 늦었고. 대신 런치메뉴를 들춰보았다. 흠, 오늘 메인은 좀 별로인데.. 칠면조(ㅜㅜ) 스테이크, 돼지고기 커틀렛(ㅜㅜ). 멧돼지고기 요리(악... 나 멧돼지 고기 먹고 알레르기 발현됐지)... 그래도 메인 중 딱 하나 파스타가 있었다. 아마 베지테리언 메뉴인듯 했는데 모짜렐라와 토마토, 야채 조합이라 아주 무난했으므로 이것과 라즈베리에이드 주문.




이 카페는 프라하에서는 드물게 물을 공짜로 준다...


파스타가 나왔다. 오, 이것도 프라하에서는 드문 맛이다. 일단 짜지 않다! 그것만으로도 놀라움. 모짜렐라치즈는 그냥 덩어리로 넣어줘서 식감을 자극한다. 굵은 파스타면(이거 이름은 또 첨 보는 거였는데 까먹음)과 모짜렐라 덩어리, 방울토마토와 그냥 토마토, 가지, 호박, 바질이 들어 있었는데 심심하고 무자극적이라 입맛에 맞았다. 다만 난 두꺼운 파스타면을 안좋아해서(마카로니나 펜네, 푸실리보다는 스파게티나 심지어 카펠로니 면을 좋아함) 알덴테로 잘 익히긴 했지만 파스타에서 밀가루 맛이 좀 났다. 이건 내가 민감해서 그런 거고 뭐 ㅜㅜ 하여튼 프라하의 느끼하고 짭짤한 음식에 질린 분들이 먹기엔 좋다.


그러나 라즈베리에이드는 내 취향엔 너무 달았다 ㅜㅜ




아점 먹고 나와서 주변 뒷골목들을 한시간 정도 산책했다. 오늘도 덥다...


그리고는 카페인이 필요해서 며칠 전 발굴한 우 크노플리츠쿠 카페에 왔다. 여긴 신기하게 메도브닉은 없는데 대신 다른 케익 종류가 되게 많다. 오늘은 무슨 '파리' 스타일 케익 주문. 자허 토르테에 이어 역시 초콜릿 베이스인데 이것도 많이 달지 않고 맛있다. 가운데 들어있는 크림도 맛있고... 얼그레이와 초콜릿케익 합쳐서 75코루나. 여기가 제일 저렴하고 좋은 것 같다. 와이파이도 되고.




창문이 열려 있어 트램과 자동차가 포석 위를 덜컹거리며 달려가는 소리가 꽤 크게 난다. 에어컨은 없지만 바람이 들어와서 시원하다.




오늘은 이렇게 입술 그려진 거대 찻잔에 차를 주었다. 그래서 나도 입술을 찍었다 :)

(나 이런 거 너무 좋아하는 거 같아)


이제 글 좀 쓰다 나가야겠다. 아이고 다리 아파...


..



지진 소식 때문에 계속 기사 클릭해보고 아까는 부모님댁에 전화도 해보았다. 엄마는 잘 모르겠다 하시는데 아버진 계속 머리가 어지럽고 울렁거린다고 하셨다고... 무섭다 ㅠㅠ 지진도 무섭지만 대처가 전혀 안되는 나라가 더 무섭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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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9. 13. 21:45

근데 또 발견했거든요 2016 praha2016. 9. 13. 21:45




안 찍을 수가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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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9. 13. 06:45

프라하 뒷골목 풍경 몇 장 2016 praha2016. 9. 13. 06:45




자기 전에.

숙소 근처 뒷골목 산책하다 폰으로 찍은 사진 몇장.
그냥 이런 모습들도 있다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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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엄청 피곤하게 뒤척이며 잤다. 아침 9시 다되어 일어나서는 그래도 조식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세수만 하고 1층으로 내려가 스크램블드 에그와 토마토, 빵 한쪽과 삶은 브로콜리/당근 따위를 꾸역꾸역 먹었다. 오늘은 프라하 성에 가기로 했기 때문에 아침이라도 잘 먹고 가야 했다. (프라하 성 한번 갔다오면 엄청 피곤하다)


오늘도 일기예보는 30도.... 여기 와서 겉옷을 입지 않는다... 여름용 옷은 반소매 티셔츠 한장, 미니원피스 한장, 얇은 긴소매 티셔츠 두어장 정도인데 그거 돌려가며 입고 있음. 이게 뭐야 -_- 언제 트렌치코트 입고 언제 랩원피스를 입는단 말이냐~~


날씨가 좋은것까진 괜찮은데 난 사실 가을 날씨를 좋아해서 이것보다 5~6도 정도만 낮았으면 좋겠다... 다니면 해가 너무 뜨거워서 금세 지친다. 본시 토끼는 더위와 습기에 약한 짐승이라고 한다.


..



숙소 앞에서 22번 트램을 타고 프라하 성 후문 쪽에서 내렸다. 예전엔 안 그랬는데 요즘 IS 때문인지 안으로 들어갈때 간단한 보안 검색을 하고 있었다. 근데 가방 좀 보여주고 들어가는 거라 맘만 먹으면 무기 다 숨기고 들어가겠어... 특히 나같이 만만해 보이는 사람은 '흠, 누가 봐도 토끼로군' 하면서 '들어가시오~' 라고 하기 때문에... 행여 나 같은 인상의 호빗이 무장하고 있으면 어쩔라고...







오랜만에 프라하 성에 왔다. 여기는 누구랑 같이 오지 않으면 혼자서는 잘 오지 않는 곳인데 내겐 너무 관광지 느낌이 나서... 이쪽 동네에 오면 로레타나 스트라호프 수도원쪽으로 갔다가 흐라드차니 언덕길로 산책해 내려오는 편이다. 그래도 오랜만에 오기도 했고 황금소로의 도자기가게에도 들를 일이 있어서 겸사겸사 왔다. 원래는 이번주에 프라하에 오는 료샤를 꼬셔서 같이 갈까 했으나... 료샤는 나보다도 더 프라하 성을 싫어했다. 왜 그러냐고 했더니...


료샤 : 싫어! 나 옛날에 거기 황금소로에서 소매치기 당했어! 프라하 성 왕 싫어!

나 : 누가 봐도 '나 부자요' 하고 다니니까 그렇지 -_- 화려번쩍한 시계나 차고 다니고...

료샤 : 하여튼 나 프라하 성 안 가! 황금소로 안 가!


쳇, 그래서 나 혼자 갔다. 여기는 그나마 동행이 있어야 좀 재밌는데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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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쯤 도착했는데 엄청나게 더웠다!! 어찌나 태양이 뜨거운지 선크림을 바르고 온 게 아무 소용없는 듯 드러난 팔이 막 까맣게 타는 것처럼 보였다! 선크림 때문에 끈적거리는 기분이 너무 싫었다 ㅠㅠ 그리고 앞머리가 그새 길어서 자꾸 눈을 찌른다. 오늘 밤에 머리 감고 앞머리 잘라야겠어 흐흑


너무 더워서 프라하 성 들어가기 전에 가게에서 레몬 아이스크림 하나 사먹었다. 윽, 역시 호텔 아래 안젤라또의 끝내주는 젤라또를 먹다가 이걸 먹으니 별로긴 별로다... 하여튼 시큼한 맛에 대충 먹었다.



(보기엔 맛있어 보이지만 -_-)




걸어올라오면 정문으로 들어오고 트램 타고 내리면 후문으로 들어갈 수 있다. 천천히 걸어서 인포센터에 갔고 입장권을 끊었다. 성당들이나 황금소로, 박물관에 관심이 없으면 굳이 입장권 안 끊어도 된다. 전체 다 보는 건 350코루나, 프라하 성 박물관, 성 비투스 성당, 성 이르지 성당(성 조지), 황금소로에 갈 수 있는 건 250코루나이다. 나는 황금소로 정도만 가도 되는데 ㅠㅠ 전엔 황금소로는 따로 입장권 받더니만... 몇차례나 온 곳이라 굳이 250코루나짜리 티켓 사고 싶진 않았지만 끊은 김에 다시 비투스 성당 스테인드글라스를 보고 내가 프라하 성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소인 성 이르지 성당이나 봐야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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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투스 성당은 원체 거대하고 화려한 성당으로 유명한데 나는 원래 대성당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빈에서도 슈테판 대성당에 큰 감흥이 없었고 페테르부르크에서도 이삭 성당 내부를 그리 좋아하진 않았다. 아마 파리에 가도 노트르담 사원에 그리 감명받지 않을 거다. 난 항상 좀더 작고 조용한 사원에 끌렸다. 그래서 프라하 성에서도 정말 좋아하는 사원은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 돌로 지어지고 군데군데 허물어지고 균열이 간 성 이르지 사원이다. (용을 무찌르는 성 게오르기-성 조지의 사원이라 더 그런가)


어쨌든 오랜만에 비투스 성당 들어가서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와 바닥에 스며드는 빛을 보니 그건 좋았다. (창문과 스며드는 빛은 원래 좋아하니까...)


성당 내부 전경 사진 하나는 다른 사진보단 좀 큰 사이즈로 올려본다. 원체 거대한 성당이니.






스테인드 글라스란 것을 처음 만들어낸 사람에게 축복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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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서 걷다가 성 이르지 성당(성 조지 = 성 게오르기)에 들어갔다.






맨 처음 프라하에 왔던 건 십년 전 겨울이었는데 그땐 외국 여행도 거의 안 해봤고 러시아밖에 모르던 시절, 나이에 비해 참 순진하던 때였다. 그날 이르지 성당 앞 호객꾼에게서 음악회 티켓을 끊어서 저녁에 이 성당에서 열리는 연주회를 들었다. 파헬벨의 캐논과 비발디의 사계 등이었는데 오늘 가보니 곡목이 똑같음!!! 그때 연주회는 좋긴 했는데 돌로 된 옛날 성당이라 너무너무너무 추워서 얼어죽는 줄 알았던 기억만 생생하다.


하지만 여전히 이 성당은 내가 프라하에서 제일 좋아하는 사원 중 하나이다. 차갑고 싸늘하고 영적인 기운이 가득한 곳이다. 아주 오래된 돌에서 나오는 냉기와 영기가 스며 있는 곳.







(나와서는 외벽에 새겨진 성 게오르기, 용을 무찔러 이기는 용감한 조지 성인을 볼 수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성인. 흑흑 집에 있는 용감한 조지 생각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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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황금소로에 갔다. 배도 고프고 덥고 피곤하고 화장실에도 가고 싶어서 황금소로에 있는 카페에 갔다. 파니니와 자몽에이드로 간단한 점심을 먹고 조금 앉아 있다가 나왔다.



(황금소로는 내가 안 좋아해서 그런지 자신이 찍어놓은 사진 볼때마다 느낀다. 참 성의없이 찍는다.. 근데 좁아서 구도 잡기도 힘들고 관광객이 바글거려서 전체를 예쁘게 잡기 어렵다. 뭐 그냥 한마디로 말하면 맘에 안 들어서 성의없이 찍는다 ㅋ)



맨첨 황금소로에 왔을땐 추가요금을 내고 들어가야 했는데 원체 유명한 곳이라 궁금했지만 조그만 집들이 늘어선 좁은 골목을 훑어본 후 '사기 당한 거 같아!' 란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아기자기하고 예쁘긴 하지만 난 원래 폐소공포증이 있는 편이기도 하고... 카프카를 그리 좋아하지 않으니 '카프카가 여기 살며 글을 썼다!'란 감동도 별로 없고... 너무 작고 좁고 심지어 기념품가게들이 줄이어 있으니 엄청 상술이다... 이런 생각만 들었던 것이다.



근데 여기도 쥬인이랑 같이 오고 또 나중에 동생이랑 같이 오니 느낌이 달랐고 나름대로 재밌었다. 역시 동행의 유무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료샤랑 오면 좀 나을거 같았는데 바부팅이가 소매치기나 당하고 그래서 안온다 하고... ㅠㅠ 네가 같이 와야 이 골목 배경으로 나 사진을 찍어줄거 아니야 -_- 그래서 황금소로에서 찍은 내 사진 없음. (나 도저히 셀카봉 창피해서 못 가지고 다니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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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황금소로에는 내가 좋아하는 가게가 딱 두개 있는데 하나는 카프카가 살았던 집에 들어와 있는 서점이고 하나는 도자기 가게이다. 전에는 이 서점에서 프라하 카페 책이랑 체코 음식 책, 아르누보 엽서집 등을 득템했는데 오늘은 가보니 3년 전이랑 똑같은 카페 책이랑 요리책을 팔고 있어 실망...





도자기 가게는 이 골목에서 제일 예쁘다. 도자기 달걀과 새, 종이 매달린 아름다운 리스가 걸려 있고 체코 특유의 핸드페인팅으로 칠해진 파랑 하양 노랑 도자기 장식품들이 가득하다. 이 가게는 구시가지 틴광장에도 하나 있는데 첫날 갔더니 점심시간이라 문을 닫아서 허탕쳤다. 쥬인이 여기서 흰 새와 파란 달걀, 파란 종을 사다 달라 부탁했다. (우리 집엔 흰 종 두개와 흰 새가 있다) 나도 노란 달걀이 갖고 싶기도 해서 이 가게에 다시 갔다.


쥬인에게 '새알종'을 사다주겠다고 했다 ㅋㅋ 이 새 저 새, 이 알 저 알, 이 종 저 종을 다 구경했다. 친절한 남자 점원이 엄청 구경시켜줌. 특히 새를 고르는 게 어려웠다.


나 : 착하게 생긴 새가 필요해요.

점원 : 어떤게 착하게 생긴 새에요?

나 : 남 안 괴롭히고 순하게 생긴 애요

점원 : 다 착해보이는데...

나 : 아니에요! 얘 보세요. 미간이 엄청 좁고 눈이랑 부리가 붙어 있어서 싸납게 생겼어요. 옆에 있는 새를 쫄 거 같아요!!

점원 : 날렵하고 영리해보이는데...

나 : 스마트한 놈보단 착한 놈이 필요해요 ㅋㅋ


그래서 점원은 (에이 이 토끼 까다로워.. 라고 생각했겠지만 꾹 참고 방글방글 웃으며) 새들을 모두 내려주었다. 다들 좀 싸납게 생겼다... 착하게 생긴 애를 하나 발견했는데 얘는 또 눈썹이 처지고 미간이 너무 넓어서 그런지 착하다 못해 좀 띨해 보였다. 그래서 나는...


나 : 어휴, 얘는 스마트한데 사나워보이고 얘는 착해보이는데 띨해 보여요... 어쩌지...

점원 : 얘는 강아지를 좀 닮았네요

나 : 강아지 닮은 애 할래요 ㅋㅋ


그리하여 착하고 띨하고 어쩐지 강아지 닮은 새를 고름. 쥬인아, 어쩔 수 없어 ㅋㅋ 해달도 좀 닮았네... 착한 애가 더 좋지?


그리고는 나를 위해 노란 달걀 한 알과 파란 종지 한개를 샀다. 종지는 티백 홀더로 쓰려고.



(쥬인의 품으로 가게 될 새알종 ㅋ)



(이것이 바로 그 착하지만 띨해보이는 새... 해달도 닮고 강아지도 닮고 ㅋㅋ

쥬인은 이미 이놈의 이름도 정했다. '새돌이'라고 한다. 이름도 잘 어울려 새돌이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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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소로는 달리보르카 탑과 이어지고 여기로 내려오면 성벽 너머로 아름다운 프라하 전망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이 너무 바글거려서 자리를 잡기가 힘들다. 성벽 아래쪽에는 작은 구멍들(총안이라고 하나? 갑자기 이름이 생각 안나네...)이 뚫려 있어서 호빗인 나는 가끔 그 구멍 너머로도 전망을 본다. 새로운 기분이다.











프라하 전경을 구경한 후 뒷길을 통해 걸어내려갔다. 정문 쪽으로 나가면 네루도바 거리를 거쳐 카를 교가 나오고 이 뒷길로 내려가면 말로스트란스카 지하철역이 나온다. 이쪽이 좀더 한적하고 산책하는 맛이 있다. 물론 아기자기하고 예쁜 가게는 없지만... 난 네루도바 거리는 많이 다녔으니까.


엄청 덥고 다리아팠다. 말로스트란스카 지하철역 앞까지 오자 한두정거장이지만 그래도 트램을 타기로 했다. 덥고 다리 뿐질러질 거 같아서.



트램 타고 헬리초바 거리에서 내렸다. 숙소가 있는 우예즈드보다 한 정거장 전이다. 어제 허탕친 그 카페 u zlateho~ (이름 넘 길어서 그냥 이렇게 부른다)에서 메도브닉 먹으려고. 그리고 그 골목 초입에 있는 좀 앤틱한 기념품 가게가 하나 있는데 며칠 전부터 그 가게 진열창에 놓여 있던 찻잔 하나가 계속 눈에 밟혔다. 오늘 새알종을 샀으니 이제 찻잔도 사리라 하면서 그 가게에 갔고 질러버림. 296코루나였다. 15,000원이 좀 안되는 가격이었는데 굉장히 작고 귀엽고 예쁜 크리스마스 찻잔이다.


이건 너무 앙증맞아서 볶음김치와 된장국으로 개시하면 안될거 같아 ㅋㅋ (갑자기 미안해지는 중국찻잔...)







찻잔을 산 후 오늘은 문을 열고 있는 그 카페에 가서 메도브닉과 다즐링을 먹으며 지친 몸을 좀 쉬었다.



생수를 사서 호텔 방으로 돌아왔다. 잠깐 앉아서 쉰 후 노트북이랑 카메라 메모리카드 등을 가지고 로비의 야외테라스로 나왔다. 방에 의자가 없으니 이제 노트북 작업은 여기서...


근데 여기는 너무 개방되어 있고 좀 덥고 화단 옆이라 날벌레가 있어서 집중해 써야 하는 글은 못 쓰겠다 -_- 어차피 오늘은 프라하 성 다녀오느라 너무 진이 빠져서 글을 쓰긴 힘들 거 같고... 이 포스팅 올려놓고 방에 가서 씻고 뭐 좀 먹어야겠다. 그래도 오랜만에 갔더니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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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인이랑 잠깐 카톡을 하고 새알종 사진을 보여줬더니 맘에 들어해서 나도 좋았다. 근데 경주에 지진이 났다니! 5.8이라니! 서울까지 흔들리다니! 무섭다 ㅠㅠ 남쪽에 원전이랑 석유화학단지 있잖아... 지진 무서워 ㅠㅠ 지진 안 나게 해주세요... 지진 때문에 놀라신 분들 다들 맘 가라앉히시길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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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9. 12. 20:46

황금소로 카페에서 잠시 쉬는 중 2016 praha2016. 9. 12. 20:46




프라하 성에 오랜만에 왔다. 엄청 덥다. 미니 원피스 입고 올걸.. 긴 바지가 더워 ㅠㅠ 끈적해...


지치고 덥고 배고파서 황금소로 안의 카페에 와서 자몽에이드와 쇠고기체다치즈 파니니 먹는중. 역시 이건 미국인 맛이야 ㅠㅠ 그냥 모짜렐라토마토 먹을걸 어제 먹었다고 이거 시켰더니만..







황금소로 카페에서 파니니 먹자니 전에 쥬인이랑 왔을때 비와서 카페 들어가 파니니 시켰더니 엄청 오래 걸려서 둘다 열받았던 기억이.. 오늘은 3분만에 나옴 ㅋㅋ 가게가 다른 곳이긴 하다. 그땐 레인메이커 쥬인이랑 와서 비왔는데 오늘은 해가 쨍쨍


쥬인아 새알종 사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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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포스팅을 많이 해서 짧게. 사실 오늘은 한 일이 별로 없다.


피로도 누적되고 어제 그날이 시작되어 엄청 졸리고 아팠다. 일찍 잠들었다 자정 전에 깨고 두어시간 후 다시 자고, 새벽에 안대 쓰고 다시 자고... 덕분에 조식 놓치고 정오에 나가서 근처 카페에서 모짜렐라 토마토 팔리친키로 아점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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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뒷골목들을 잠시 산책했다. 햇살이 진짜 뜨거웠다. 30도라고 했다!! 9월인데! 난 여기 7월 하순에 왔을때도 추웠는데! 추워질까봐 트렌치코트와 유니클로 그 얇은 패딩도 챙겨왔는데 이게 뭐야.. 계속 반팔 아니면 얇은 긴소매 셔츠만 입어야 해..






(오늘은 뒷골목의 빨강 시리즈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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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햇살도 뜨거웠고 아직 좀 힘들어서 호텔로 돌아와 야외 테라스 파라솔 아래 테이블에 앉아 사진들 정리하고 밀린 포스팅도 좀 했다. 글을 좀 쓰려다 오늘은 머리가 좀 멍해서 미뤘다(그래서 포스팅만 잔뜩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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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 들어왔다. 저녁 먹으러 나가려다 귀찮기도 하고 밥이랑 김치 먹고파서(어제의 팟타이와 오늘의 모짜렐라 토마토 팔라친키 때문에) 근처 가게에서 두부 사다 누룽지에 즉석국 볶음김치랑 먹음.


그 훈제두부는 시리즈가 있었다! 바질, 마늘, 고추, 훈제, 오리지널!!!! 생각해보니 이들에겐 두부도 치즈 비슷할거고(치즈 코너에 있음) 치즈는 각종 맛이 있으니 흰두부는 심심해서 이렇게 여러가지로 가공하는 모양이다.







궁금해서 칠리두부, 즉 고추 두부 사옴. 고춧가루 같은게 박혀 있는데 훈제보단 물기가 훨씬 많다. 그리고 맵지 않고 짜다. 서구에선 매운것과 짠걸 구분 못하나 하는 맘도 잠시 들었다(여태 맵다는 표시된 건 거의가 안 맵고 짜기만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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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먹은 후 빨래 좀 해놓고 침대에 앉았음. 책 보고 메모 좀 하다 오늘도 일찍 자면 내일은 신체주기상 회복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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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약을 주워먹고 일찍 잤다가 밤중에 깨고, 또 약을 먹고 잠들기를 반복. 아침에 10시 넘어 일어나서 조식 시간을 놓쳤다. 호텔 조식이 별로라서 그런지 악착같이 시간 맞춰 내려가 먹지를 않게 되니 좀 아깝다.


오늘도 날이 무척 덥다. 앞으로 사흘 정도는 최고기온이 30도라 한다. 진짜 해가 쨍쨍 내리쬐는게 여름이다. 한국이랑 다를 게 없는 더위다. 그래도 그만큼 습하진 않아서 다행이라 해야 하나.


이틀 전 갔던 jlius meinl 체인 카페에 가서 아침 먹으려고 나왔는데 거기가 오늘도 문을 닫았다. 일요일이라 그런가... 이 카페는 왜 이렇게 가기가 힘드니 ㅠㅠ


그래서 근처에 있는 다른 카페에 갔다. 이름이 카페 알바. 공연히 제시카 알바 생각하며 들어감. 여기는 체코 팔라친키(크레페)와 파니니, 주스와 에스프레소 등을 파는 곳이었다. 나는 팔라친키나 크레페보다는 친척이긴 하지만 내 입맛엔 좀 더 맛있는 러시아 블린을 더 좋아하고 팔라친키 맛있게 먹은 적이 없다만... 그래도 메뉴에 보니 식사용 팔라친키가 있었다. 거의가 햄이나 훈제연어가 들어가서 다 빼고 보니(구운 연어는 먹는데 훈제연어는 안먹음) 마지막줄에 모짜렐라 치즈와 토마토, 바질페스토 들어간 팔라친키가 있었다. 좋구만, 내 입맛이야!



홍차 마시고 싶었지만 아직 호르몬 주기 때문에 아파서 최소 오늘까진 카페인 억제 중이라... 슬프지만 녹차 주문.





티백 차는 50코루나. 그래도 포트를 주니 좋다. 그리고 나야 모든 차를 스트레이트로 마시지만 설탕을 주면 기분이 괜히 좋고 심지어 여기는 꿀도 줘서 더 좋았다. 저 꿀 챙겨오고팠는데 어쩐지 가방 안에서 터질 거 같아 포기.


eilles 홍차를 보면 항상 그랜드 호텔 유럽과 프라하 시민회관 카페가 생각난다. 물론 이건 녹차지만...




이런 데 들어 있는 꿀 첨 봄. 챙겨오고팠는데!




짠~ 팔라친키 등장.


오, 여기 팔라친키는 여태 내가 먹어본 팔라친키 중 제일 나았다. 아마 달달한 게 아니고 모짜렐라, 토마토, 바질페스토가 들어있어서 그런듯. 뭘로 감싸도 맛없을 수 없는 조합 아닌가!!!!






자르면 안에 이렇게 토마토랑 모짜렐라 치즈랑 바질 페스토가 주르르~~ 파니니보다 크레페가 더 얇으니 탄수화물도 덜하고... 내 입맛엔 더 잘 맞았다. 근데 역시 좀 짰다... 여기서 조금만 더 싱거우면 딱인데!!!


그래도 무지 맛있게 잘 먹었다.




카페 알바, 기억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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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호텔 야외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사진도 정리하고 포스팅도 줄줄이 하고 있음. 오늘까진 몸이 안 좋아서 바깥 나돌아다니기가 좀 피곤해서.


앞에서 albaricoque님과 bravebird님께 응답하는 포스팅을 했는데 이번엔 항상 따뜻하고 다정한 글을 달아주시는 라진님의 아이스크림 포스팅에 대한 젤라또 응답입니다 :)


라진님께서는 회기 디저트 가게 더와요 포스팅을 하시고는 내가 허니밀크 아이스크림 궁금하다고 하자 그것을 드셔보시고 상세하게 후기를 달아주셨다!!! 그 후기는 여기 : http://lalazeen.com/51


아아, 허니밀크 아이스크림이 넘넘 먹고 싶었다. 라진님께도 감사했다. 그래서... 라진님의 아이스크림에 응답하는 젤라또입니다~


지금 묵는 호텔은 방이 후졌지만 유일하게 좋은 점은 1층에 엄청 맛있는 젤라또 가게가 있다는 것이다. 호텔 후기들도 보면 다들 '젤라또가 맛있어!' 란 말 밖에 없다 ㅋㅋ


도착한 첫날 여기서 스트라치아텔라(바닐라 초코칩) 먹고 황홀경에 취하고...


어제 저녁에도 들어오면서 한번 더 먹었다. 그게 저 위 사진.


예전에 진정 맛있는 젤라또는 공기와 아이스크림, 얼음의 질감의 조화가 중요하댔는데 여기 게 진짜 그런거 같다. 정말 맛있다!!! 나 원래 유지방 소화 잘 못 시켜서 아이스크림 잘못 먹으면 배아픈데 여기 젤라또는 오늘 세번째 먹었는데 배 안 아팠음!




가게 이름은 angelato. 우예즈드 거리에 있다.


이렇게 맨날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나는 이 호텔 투숙객이니 줄 안서고 먹게 해줘요! 라고 하고 싶지만 ㅋㅋㅋ 열심히 줄서서 먹음.




첫날 와서 먹은 스트라치아텔라... 천국을 맛봄.





텅텅..


콘이랑 컵 중 택할 수 있는데 난 먹는 속도가 느려서 콘에 먹으면 금방 녹아 흘러내리기에 컵을 택할 수 밖에 없는 운명 ㅠㅠ 콘에 먹는게 항상 더 맛있는 느낌인데 흑흑



오늘은 새로운 맛 도전~~


늦게 일어나 정오 넘어서 근처 카페에서 모짜렐라와 토마토, 바질페스토 들어있는 크레페로 아침 먹었더니 맛있긴 했는데 좀 짭짤하고 갈증났다. 그리고 오늘 30도까지 올라감...


그래서 다시 안젤라또에 가서 줄을 서고...


이것은 포피 시드와 플럼. 즉 양귀비씨와 자두!!! 신기한 이름!!! 궁금궁금!!!


러시아에 있을떄 양귀비씨 박힌 빵은 종종 먹었지만 아이스크림은 첨 보고 자두맛 아이스크림도 궁금해서 도전정신 발휘해 주문!



어머나 이것도 엄청 맛있어!!


난 쿠키앤크림 아이스크림 류를 안 좋아하는데 이것은 양귀비씨가 잔뜩 박혀 있어 오돌도돌한 게 질감은 쿠앤크랑 비슷하지만 그 맛은 훨씬 고소하고 또 쿠키가 아니다보니 퍽퍽하거나 텁텁한 맛도 전혀 없다! 달콤하고 맛있고!!! 자두 맛은 거의 안 나서 왜 플럼인가 싶긴 하지만 그래도 참 맛있었다~



조금씩 보이는 불긋불긋한 게 자두 아이스크림인가봄... 근데 바닐라에 양귀비씨 잔뜩 박힌 맛이라 고소하고 부드럽다.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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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근처 산책하다가...


얼마전 albaricoque님께서 스페인 가셨다가 예쁜 문과 문양들 사진을 찍어주셨는데

(http://albaricoque.tistory.com/97) 특히 내가 좋아하는 녹색 문 사진을 보고~~

응답하라 녹색 ㅋㅋ 그런데 내가 찍은 건 자동차...


저 반짝이는 청록색 자동차도 예뻤고...





어마나 이 자동차 바퀴는 정말 마음을 사로잡는구나..


원래 채도가 낮은 녹색을 좋아하긴 하지만 검정 차에 이 훤한 녹색 바퀴라니. 차주의 미감이 맘에 든다.



그래서 바퀴만 하나 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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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다 발견한 독수리 조각이랑 매 조각상 보고 bravebird님 생각나서 찍어놨어요 :)


이것은 독수리~




얘도 독수리처럼 생겼지만 건물에 sokol이라고 씌어 있는 걸 보니... 노어로 소콜이 매니까 체코어로도 매일 것 같아서... 독수리 아닌 매 조각상.




매 조각상 하나 더 :)

말 조각상도 발견하면 찍어놓을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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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9. 11. 07:45

자다 깼음. TWO. 2016 praha2016. 9. 11. 07:45





너무 아프고 피곤하고 졸려서 9시도 안돼 잠들었다 두어시간 후 퍼뜩 깬 후 더워서 에어컨 틀고 잠 못자고 있음. 기온이 높아서라기보단 호르몬주기 때문에 몸에서 열이 나서 그런듯. 아이고 괴로워...


계속 뒤척이다 그냥 불켜고 에어컨 켜고 잠깐 앉았음. 몸과 머리가 좀 식으면 다시 자야지.


사진은 며칠전.


공원에서 책 읽고 내려오다 발견한 계단 위의 두 남자. 적당한 거리를 둔 채 앉아 있지만 서로 아는 사이. 저 거리보다는 약간 더 친밀한 사이로 보였다. 전체적으로 풍경이 아름다워서 찍었다.





두명.

트램도 두대.

교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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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9. 11. 03:45

저녁 풍경에 옛날 영화들 잠깐 떠오름 2016 praha2016. 9. 11. 03:45




그저께 밤에 카페들 문 닫아서 툴툴거리며 걸어서 숙소 돌아오다 폰으로 찍은 트램 정류장 사진 한컷.


어둠과 황혼, 프라하 문자들, 문자들에 머리가 가려진 사람, 색감 등등 어쩐지 옛날 대학시절 보던 영화들이 좀 생각났다. 두 데이빗(린치, 크로넨버그)이라든지 코헨 형제 옛날 영화라든지... (생각해보니 다 좀 찜찜했던 영화들이군.. 역시 나는 화끈한 트레인스포팅이나 벨벳 골드마인이 취향이긴 했어 ㅎㅎ)


키에로슬로프스키도 좀 생각나는데 여기가 체코라서 아마 더 그런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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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9. 11. 03:21

9.10 토요일 밤 2016 praha2016. 9. 11. 03:21






자다깨다 했는데 아침에 계속 너무 졸리고 몸이 쑤시더니만 역시나 자로 잰 듯 그날이 찾아왔다 ㅠ 조식 포기.



숙소가 좀 편하면 그냥 뻗어서 종일 쉬고팠는데 그럴만큼 편하지도 않고 (의자 없는게 크다) 또 타월도 다 떨어져서 청소도 해달라 해야 할 지경이라 정오 좀 안되어 기어나왔다.





..








오늘은 카메라도 두고 그냥 노트북과 수첩 들고 나왔다. 앞서 포스팅한 대로 근처의 저렴하면서도 괜찮은 카페를 또 하나 발굴. 베리 티와 자허토르테 먹으며 좀 쉬었다.




..








나와서는 호텔 로비 안쪽에 있는 야외 테라스에 갔다. 여기도 날벌레가 있긴 한데 그래도 테이블 높이가 그중 낫다. 노트북 펼쳐서 글 좀 써보려 했으나 몸이 무거워선지 너무 졸렸다. 옆손님들이 보든말든 30분 넘게 엎드려 괴롭게 졸았다. 누워야 할 몸 상태 ㅠ



..






배고파서 근처의 유명한 태국 레스토랑 Noi에 갔다. 맛집에 힙한 곳이라고 프라하에선 유명한데 음식 맛이 괜찮았지만 내 눈엔 '불상만 갖다 놓으면 서양에선 다 힙해보이는 모양이야' 란 생각이 들었다 ㅋㅋ 뻬쩨르에서도 이랬으니..


사테와 스프링롤, 새우완자로 이루어진 모듬 스타터와 새우 팟타이, 생강레모네이드 시킴. 오늘 제대로 먹는 유일한 한끼인데다 팟타이가 탄수화물이니 스타터를 시킨건데..


사테가 제일 맛있었다. 나머지도 괜찮긴 했는데 팟타이는 내 입맛엔 조금 퍼진듯 했고 양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반값에 반만 주면 딱 내 정량이겠고만 ㅠㅠ 이렇게 많은 줄 알았음 팟타이만 시켰겠지..


노이는 나쁘지 않은 곳이었으나 왜 그렇게까지 유명해졌는지 사실 좀 미지수. 서양인들에겐 힙한 모양이지.



다 먹고 너무 배불러서 나와서 좀 걸어서 식료품 가게에 가서 물을 샀다. 배는 너무 부른데 태국 음식이 좀 짜서 달고 시원한게 당겨서 첫날 그 아이스크림 집 갔다. 줄이 엄청 길었다. 기다렸다가 첫날처럼 스트라치아텔라 먹었다. 딴거 먹으려다 오늘은 계속 단게 먹고파서.. 담엔 신기한 맛을 먹어봐야지. (헤이즐넛을 시식해봤는데 생각보다 너무 달았다)


방에 6시쯤 돌아와 씻고 머리 감고 침대에 털썩 주저앉음. 계속 목마르네, 음식이 짰어..


오늘은 더이상 노트북 못켬. 폰으로 오늘 메모 올리는 중. 오늘은 책 읽다 일찍 자야겠다. 방금 진통제도 다시 먹음. 아아, 난 남자가 되고 싶다ㅠㅠ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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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9. 10. 21:24

여기서도 쿠마와 함께 2016 praha2016. 9. 10. 21:24



쿠마 쿠냐 쿠먀 곰 세마리는 집 보게 놔두고 왔지만 이들은 언제나 내 마음 속에 ㅋㅋ

다이소에서 천원 주고 사온 쿠마 밴드..


프라하는 워낙 포석들이 깔린 길 위주로 되어 있어 운동화를 신어도 다리가 금방 피곤해진다. 나는 발바닥에 살이 별로 없고 발가락도 길고 뭔가 앙상한 발이라 오래 걷기가 힘들다. 그래서 조금 많이 걸으면 물집이 잘 잡힌다. 그러니 밴드와 후시딘은 없어서는 안될 길동무임 ㅠㅠ


왼발 엄지발가락이랑 약지발가락에 물집 잡혀서 밴드 꺼냄 ㅠㅠ




으악 포장지부터 귀여워!




악, 밴드는 더 귀여워.... 이걸 어떻게 발에 붙였다가 나중에 떼어서 버리지... ㅠㅠ 아까비...





어흑흑 ㅜㅜ 발 아파...


양말도 신었는데 매니큐어도 다 까지고 토끼 발 엉망





왼쪽 구두는 완전 포기. 운동화만 신고 다니는데도 별 소용이 없구만.


앙상한 토끼발을 지켜주는 쿠마 밴드!!! 쿠마야 쿠냐야 쿠먀야 너희는 언제나 내 마음 속에~


(집에 있는 곰 세마리 : 우리 방치하고 지 혼자 케익 먹고 돌아다니는 주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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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졸음을 견딜수가 없었고 온몸이 너무 아팠다. 역시나 예상대로 그날이 와서 오늘은 도저히 나돌아다닐수 없는 몸상태.


숙소 방이 좀 괜찮으면 하루종일 '방해하지 마시오' 붙이고 누워 있고픈데 삼각형 치즈케익 모양의 다락방에 의자도 없고 수건도 갈아야 해서 12시 다 되어 기어나왔다. 오늘은 주변 카페와 식당만 가기로 했음.


어제 간곳 말고 하나 더 찍어놓은 카페가 있어 여기로 왔다. 이름은 u knoflicku. 어제 거기보다 좀더 저렴하고 소박하고 좀더 체코식 디저트들.


창가에 앉았더니 트램 지나가는게 보이고 거리의 소음이 적당히 들려온다. 지역주민들도 많이 온다.






방에서 어제 조식테이블에서 챙겨온 미니패스트리 한개 미니사과 반쪽 먹고 나왔음. 여기 오픈샌드위치도 있긴 한데 나는 아침부터 이 찬연한 자태의 자허토르테를 드신다... 호르몬 주기엔 정말 단게 먹고프다. 신체의 미스터리 ㅠㅠ


게다가 의외로 이거 맛있어! 물론 비엔나 오리지널 자허만큼은 아니지만 크림도 맛있고 케익 안쪽 시트는 촉촉하다! 초콜릿은 생각보다 달지 않다!!









이런 날은 카페인 마시면 안돼서 래드 베리 티 고름. 히비스커스 티와 흡사 ㅋㅋ 그래도 로네펠트 티백인데 케익까지 도합 75코루나 나왔다. 4천원 안되는 금액이다. 여기도 좋다!








노트북도 들고 나왔다 :) 오늘은 여기랑 어제 그 카페 두군데에서 글 좀 정리해봐야겠다.


근데 너무 졸려.. 진통제도 먹었는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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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9. 10. 06:02

내가 사실 이런 것에 좀 약해서 2016 praha2016. 9. 10. 06:02







도저히 그냥 지나갈 수가 없다니까 :)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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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