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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petersburg'에 해당되는 글 233

  1. 2017.01.03 흐린 오후, 에르미타주에서 나와 눈에 덮인 궁전광장으로 6
  2. 2017.01.03 겨울 저녁, 눈 내리는 페테르부르크 거리 2
  3. 2017.01.01 그 드레스들이야 다 이뻤지만 (부제 : 료샤가 삐쳤을때 사실 나는 쪼끔..) 12
  4. 2016.12.30 한겨울 저녁 페테르부르크 거리를 걷는다 4
  5. 2016.12.29 페테르부르크 숙소와 창가 6
  6. 2016.12.28 차디찬 얼음 도시에서
  7. 2016.12.25 한겨울 저녁 페테르부르크 풍경 4
  8. 2016.12.24 메리 크리스마스 - 트리와 장식들 6
  9. 2016.12.22 한겨울, 도시 외곽 2
  10. 2016.12.21 자다 깸, 갖고팠던 소파 6
  11. 2016.12.20 위안의 푸른 어스름과 금빛 창문 4
  12. 2016.12.20 수도원 가는 길 2
  13. 2016.12.19 커피 60루블 홍차 50루블 6
  14. 2016.12.18 페테르부르크 지하철, 쥐똔, 프리모르스카야 역 8
  15. 2016.12.18 어쩐지 맥도날드 광고 같지만 4
  16. 2016.12.18 추운 나라 고양이와 비둘기 2
  17. 2016.12.16 어디에서나 다르고 아름다운 램프 불빛들 2
  18. 2016.12.16 나도 러시아에서만 이렇게 마신다 4
  19. 2016.12.15 잘 다녀왔습니다. 눈과 얼음의 도시, 오리와 사자 6
  20. 2016.12.15 도착. 집 가는 버스 기다림 4
  21. 2016.12.15 12.14 수요일 저녁 : 페테르부르크 안녕, 모스크바 공항에서 탑승 기다리는 중 6
  22. 2016.12.14 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로 날아옴 2
  23. 2016.12.14 조식 먹는 중 4
  24. 2016.12.14 북방 도시의 겨울 4
  25. 2016.12.14 12.13 화요일 밤 : 내일 돌아감, 충동적으로 왔지만, 책, 천사, 브로치, 아스토리아, 귀부인 코트 입었지만, 가방싸기 싫어, 료샤랑 이야기 10


12월. 그리 늦지 않은 오후.

이날 에르미타주 박물관에 오랜만에 가서 전시를 본 후 궁전광장에 나왔다. 아침부터 쏟아지던 눈이 광장 전체를 얄팍하게 뒤덮고 있었다. 줄지어 늘어선 창문들 너머로는 불빛이 반짝이고 있었고 두터운 외투 차림의 페테르부르크 토박이들과 몇몇 관광객들이 광장을 가로질러 천천히 걷고 있었다. 

겨울의 궁전광장은 당연하게도 관광객들보다는 토박이들이 훨씬 많다. 그러나 그 숫자조차도 여름에 비하면 무척 적다. 빛과 활기로 넘치던 광장은 어스름과 눈과 바람, 추위에 자리를 내준다. 그리고 두터운 외투 차림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검은 그림자들에게도. 

너무 춥지만 않다면, 눈보라가 몰아치지 않는다면 겨울의 궁전광장을 천천히 걷는 것 역시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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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지난 12월.

해진 후. 저녁. 아직 밤이 오기 전. 하지만 이미 북국의 도시는 어둠으로 가득했고 그 어둠 사이로 눈보라가 안개처럼 자욱하게 쇄도하고 있었다.


나는 눈을 맞으며 걸었고 잠시 버스를 탔고, 다시 걸었다. 마음 속은 차갑고 뜨겁고 산란하고 동시에 깊이를 알 수 없을만큼 어두웠다. 추웠고 동시에 더웠다. 인간의 육체를 입고 어둠 속을 걸어가며 눈을 맞는 것은 때로 마음의 상태와 아주 비슷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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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지난 12월에 페테르부르크 갔을 때 료샤가 자기 아빠 생일 파티에 혼자 가기 싫다고(무섭고 근엄한 아빠와 젊은 새엄마 나타샤의 합동공격이 무섭다고) 나에게 자꾸 아빠 집에 같이 가자고 졸라댔었다. 나 역시 료샤 아빠네 집은 불편했고 나타샤라면 더더욱 불편했다. 게다가 나이든 사업가들이 오는 파티 + 부부동반 등등이라 내가 가기에는 아무래도 좀 이상하고 불편했다. 공연히 오해받기 쉬운 자리이고...

 

게다가 나는 이틀만에 아무렇게나 짐싸서(오직 보온을 위한 옷들만 쑤셔넣고) 그냥 막 날아갔던 때라서 입고 갈 옷도 없었다. 패딩코트와 기모바지와 기모스타킹, 스웨터, 어그 부츠 뭐 그런 것만 있었다. 그런데 료샤 아빠는 부르주아 오브 부르주아 졸부고 다들 잘 차려입고 와서 부티 자랑하는 사람들일게 뻔해서 나는 료샤에게 잘 생각해봐라 불편하기도 하지만 나는 입고 갈 옷도 없지 않니 하고 핑계를 댔다.

사실은 옷도 옷이지만, 료샤의 전부인 이라도 그렇고 오지랖 넓은 젊은 새엄마 나타샤-료샤랑 나보다 어림!-도 그렇고 그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 사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상한 오해를 받고 싶지 않았다. 이라는 전남편 료샤가 나와 친한데다 아들인 레냐마저 나에게 '미래의 약혼녀' 운운하자 짜증이 났는지 나를 거의 불여우 취급한다. 대체 말이되냐!! 난 토끼 한마리라고... 쭉쭉빵빵 글래머 키큰 미녀들이 즐비한 너네 동네에서 내가 무슨 불여우여 ㅠㅠ)

 

하여튼 료샤는 그런 문제에 있어서는 이해를 잘 못하고 또 '남들이 좀 오해하면 어때 자고로 성인남녀가 함께 다니면 그런 오해받는 건 어쩔 수 없지 너랑 나랑 그런 관계 아니기만 하면 되지롱~' 하는 주의라서... 뭐 나도 기본적으로는 동의한다만 하여튼 료샤 주변인들의 입소문에 오르내리면 괜히 나만 피곤해지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료샤 아빠네는 가고프지 않았다. 그래서 옷 핑계를 대면서도 아빠 등쌀에 괴로워하는 료샤가 불쌍하고 또 평소 사내의 자존심 내세우며 안 그러던 놈이 너무 애절하게 나한테 '같이 가주라' 하고 부탁을 해대서 45% 쯤 '같이 가줄까' 하고 있던 찰나였다.

 

이 얘기를 그 날도 쓰긴 썼다만... 하여튼 그때 료샤는 이 순간 '여자사람 친구' 앞에서는 해서는 안될 말을 하고 말았다. '옷 없으면 내가 한벌 사줄게! 가다가 부띠끄 가서...' 라는 망발을 한 것이다. 순간 난 욱해서 '야! 난 유니클로 티셔츠랑 파자마 입고 방에서 쉴 거야! 내가 왜 친구가 사주는 부띠끄 쁠라찌예(드레스 -_-) 덜컥 받아입고 그 아빠네 가야 돼!' 하고 폭발하고는... 결국 료샤는 슬퍼하며(얘가 왜 화를 내지 하고 이해 못하며) 혼자 가고 나는 유니클로랑 파자마 입고 호텔 방에 앉아 차 마시며 잡지 보고 놀았었다.

 

가다가 료샤는 뒤늦게 '아, 내가 옷 사준다 해서 얘가 삐친 거구나. 여자의 존심을 건드렸구나'라는 사실을 기특하게 깨닫긴 했는데, 그 얘기를 했을때 '근데 옷 얘기 안 했어도 나 안 갔을 거 같아'란 내 대답에 이번엔 지가 삐쳤다가 다음날 서로 잘 풀었다. 이날의 이야기는 http://tveye.tistory.com/5641 에 대화를 줄줄이 쓴 적이 있다.

 

..

 

그런데... 나 사실 고백하면 그때 울컥하는 순간에도 조금살짝... 료샤가 꺼낸 단어에 조금살짝 아주잠깐 흔들렸음을 고백...

그때 료샤가 '옷 한벌 사면 되잖아. 그래그래 우리 바보츠카 가자! 거기 신상들 들어와 있는 거 같더라. 거기 진열장에 딱 너한테 어울릴만한 미니 드레스도 있었어' 라고 했기 때문이다.

 

바보츠카는 '나비'란 뜻인데 그랜드 호텔 유럽에 입점해 있는 명품 셀렉트 부띠끄이다. 물론 나야 그런 것들을 사입을 형편도 안되고 큰 관심도 없어서 지나갈때마다 진열장 구경만 하고 간다. 이쁜 옷이 종종 많이 걸려 있다. 그래서 순간 '잉, 바보츠카?' 하는 생각이 아주잠깐 들었다가 곧 '야! 내가 왜 친구한테 옷을 받아입어!'로 폭발했었음.

 

맨 위 사진이 바보츠카 매장 사진. 이름이 우리 어감으론 좀 웃기지만 ㅠㅠ

  

 

 

며칠 후 우리는 저녁에 같이 네프스키 거리를 산책하고 있었다. 마침 그랜드 호텔 유럽 근처를 지나가다 바보츠카 매장 앞에서 내가 목도리를 고쳐 매고 있는데 료샤가 날 쿡 찔렀다.

 

료샤 : 저거! 저 쁠라찌예(드레스)! 저거 너 입었으면 어울렸을 거 같았단 말이야!

나 : 무슨 쁠라찌예? 어머 이쁘다!!!!

료샤 : 쳇, 친구한테 옷 왜 받아입냐고 부르르 하더니 막상 쁠라찌예 보니까 눈 빤짝이는 것봐!

 

 

아니, 그게... 내가 원래 좀 저런 스타일을 좋아하긴 하는데... ㅋㅋ 원피스도 그렇고 복슬복슬 털도 그렇고... 아냐, 여기서 이놈에게 약점 잡힐 순 없다!!!!

 

나 : (이쁘긴 이쁘다.. 아 입어보고프다.. 하지만 속내를 들키지 말자~) 야! 저거 이쁘긴 하지만 완전 란제리 룩이잖아! 저런 걸 아무나 입니! 저렇게 헐벗은 드레스는 너네 나라에서나 입지 우리 나라 가면 평생 입을 일 없단 말임!

료샤 : 그러니까 털 달렸잖아, 저거 두르면 되잖아.

나 : 좀 속옷 같잖니!

료샤 : 예쁜데...

나 : 내가 저거 입으면 웃길 거 같지 않아?

료샤 : 몰라, 근데 좀 궁금하긴 해. 저런 거 입은 거 본적 없어서.

나 : 좀 야해보여서 자신 없다... 그리고, 이 바보야! 너 정말 저 옷 한벌 사면 내가 갈 수 있을줄 알았냐? 그래봤자 가방은 천으로 된 롱샴이고 신발은 어그부츠였단 말이야~ 저런 드레스를 입으면 구두도 갖춰 신어야 하고 핸드백도 사야 했어! 글고 기모 스타킹 대신 멋있는 실크 스타킹도 사야 했단 말이야! 바보! 사내의 한계!!!!! 

료샤 : 어 그런가... 하긴 그렇구나... 저기다 지금 그 부츠 신으면 되게 웃기겠다.

나 : 웃긴다고까지 할건 없잖앗!!!

 

 

 

볼수록 이쁘긴 했다 ㅋㅋ

 

 

그러자 료샤는 옆쪽 진열장을 가리키며(이것은 또 무려 펜디로구나)

 

료샤 : 아까 거 야해서 부담되면 이런 것도 있었단 말이다! 이건 완전 무난하구먼.

나 : 그래봤자 구두랑 핸드백 스타킹 사야 하는 건 동일!

료샤 : 이 옷은 맘에 안 드나보구나, 아까처럼 눈이 안 빤짝이네.

나 : 저 옷은 키크고 늘씬하고 마른 여자들한테 어울린다고!

료샤 : 그건 그렇지. 그래서 아까 그 슬립 같은 쁠라찌예가 딱 어울릴거 같았는데.

나 : 그 슬립 같은 드레스에 털 두르고 가서 너네 무서운 아빠랑 더 무서운 나타샤랑 더 무서운 비즈니스맨 할배할매 사이에서 보드카 받아마시고 취해 쓰러졌어야 했단 말이니?

료샤 : 에... 그건 또 그렇구나. 하여튼 뭐 그때 안 간건 잘했어.

 

 

 

그러다 또 다른 쪽 거리를 산책하다 다른 살롱에 걸려 있는 원피스 발견. 저거 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보고 있었는데 료샤가 오더니 고개를 끄덕끄덕.

 

료샤 : 그랬군. 꽃무늬 화려한 쁠라찌예였으면 갔을 수도 있겠군.

나 : 아니라고오오오!!!!!

 

.. 근데 저 원피스도 이뻤다 ㅋㅋ

 

 

사실은.. 내가 머물렀던 호텔 1층에도 멋진 살롱이 있었고 진열장에는 딱 내 취향인 화려한 물품들이 늘어서 있었다. 저 스카프랑 녹색 백이랑 파란 파우치 지갑 등등 전부 내 취향이었음. 그래서 아침에 조식 먹고 올라갈때마다 항상 눈요기하고 가곤 했다. 지금 봐도 이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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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12월 중순.

말라야 모르스카야 거리를 따라 이삭 성당과 내 숙소가 있는 이삭 광장으로 걸어가던 길.

이른 저녁이지만 이미 해는 오후에 져버려서 캄캄하다. 공기는 차디차고 바닥은 얼어붙어가는 눈으로 하얗게 뒤덮여 있다.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조심 걸어야 한다.

 

천천히 걷다보면 도시의 랜드마크이자 이정표인 황금빛 이삭 성당이 보인다.

 

 

이 건물은 앙글레테르 호텔이다. 세르게이 예세닌이 자살한 채 발견된 곳이다. 이 호텔을 끼고 왼쪽으로 돌면 내가 묵었던 호텔이 나온다. 그리고 오른편 저 너머로는 이삭 성당의 열주가 보인다. 어둠 속의 이삭 성당은 조명 때문에 어두운 황금빛으로 빛난다.

 

 

이삭 성당이 거대한 전체 모습을 드러낼때면 이미 수백번은 본 풍경임에도 불구하고 잠시 경이에 잠겨 황금빛 돔을 바라보곤 한다. 그리고 천사를.

 

아쉽게도 이삭 성당은 아직 수리 중이어서 꼭대기 돔은 보호 구조물로 가려져 있었다.

 

안녕, 이삭 성당. 안녕, 성당의 천사들. 잘 자요. 백야 때는 휘황찬란하지만 그래도 겨울의 어둠 속에서 더 아름다운 북국의 사원과 천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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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12. 29. 14:41

페테르부르크 숙소와 창가 2016 petersburg2016. 12. 29. 14:41

 

약 2주 전. 페테르부르크 떠나기 전날 밤.

돌아온 후에는 많은 일이 너무 정신없이 몰아쳐와서 언제 저곳에 있었는지 벌써 아득하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잘 다녀온 것 같다. 여러가지를 희생하며 다녀온 것이긴 하지만.

 

저때 샀던 책은 저 여섯권과 문양 색칠 책 두권이 전부였다. 저 여섯권 중 한권은 공항에서 다 읽었고 제일 얇은 도블라토프 단편집 한권은 지금 가방에 들어 있다. 저녁에 기차 타고 올라갈때 읽을 생각이다.

 

난 항상 저런 창가가 있는 집에서 살고 싶었지. 그런데 우리 나라에서는 저런 창가가 딸린 집에 살아본 적이 없어 아쉽다.

 

본의 아니게 쓰지 못하고 있는 핸드폰은 아마 최소 2주는 더 있어야 다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집에 돌아가면 오래된 아이폰 4로 교체해 쓸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돌아오고 나니 저순간, 저곳이 참 그립다. 그때도 그런 생각했었다. 돌아가면 이순간 이곳이 참 그립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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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12. 28. 13:17

차디찬 얼음 도시에서 2016 petersburg2016. 12. 28. 13:17

 

상트 페테르부르크. 12월. 얼어붙은 운하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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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12. 25. 21:13

한겨울 저녁 페테르부르크 풍경 2016 petersburg2016. 12. 25. 21:13

 

백야의 여름과는 반대로 겨울이 되면 오후 3~4시에 이미 해가 져버리는 페테르부르크.

저녁과 밤에 산책하며 찍은 사진 몇장.

이삭 광장의 니콜라이 1세 기마상 전경.

 

 

 

모이카 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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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12. 24. 21:38

메리 크리스마스 - 트리와 장식들 2016 petersburg2016. 12. 24. 21:38

 

크리스마스 이브. 그냥 넘어가기는 아쉬워서.

이번에 갔을 때 페테르부르크 거리와 숙소와 여기저기서 발견한 크리스마스 장식과 트리들 사진 여러 장. 엄밀히 말하면 러시아는 크리스마스 장식이라기보단 새해 장식이다. 여기는 1월 1일 새해(노브이 고드)를 위한 트리를 세우고 장식을 한다. 러시아 정교 성탄절은 1월이고. 하지만 페테르부르크야 관광도시이다 보니 요즘은 심지어 캐롤을 틀어놓은 곳들도 몇군데 봤다.

예쁜 트리랑 장식들 많이 봤는데 다 올리기엔 너무 많아서... 일단 열두개 정도만 올려본다. 나머지는 내일.

 

 

 

 

 

 

 

 

 

이건 가스찌니 드보르 앞의 트리.

 

 

 

 

너무 아쉬웠던 건 궁전광장의 이 거대한 트리. 내가 있을 동안에는 트리 세우는 작업 중이었다. 내가 떠난 다음날 점등식을 한다고 했다. 흐흑... 그리고 내가 떠난 다음날인가 다다음날 테미르카노프가 이 광장에서 음악회를 지휘하고...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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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22. 21:52

한겨울, 도시 외곽 2016 petersburg2016. 12. 22. 21:52

며칠 전. 페테르부르크.


로모노소프 도자기 박물관 가려고 지하철 타고 도시 외곽으로 나갔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도심을 벗어나면 여전히 소련 시절 분위기가 물씬 남아 있는 외곽이 나타난다. 이 길을 따라 쭉 걸어서 박물관에 갔는데, 이곳 풍경을 보니 어쩐지 오래전 맨첨 페테르부르크 와서 살았던 동네 생각이 나서 그 다음날 그동네에 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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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12. 21. 03:13

자다 깸, 갖고팠던 소파 2016 petersburg2016. 12. 21. 03:13



약에 취해 곤히 자다 ​​기침하느라 두시 반쯤 깨서 잠시 잠못이루고 있음. 몸을 못 가눌 정도로 기침을 하네, 등과 가슴과 배가 너무 당겨온다. 있다 출근할때 마스크 쓰고 가야겠어 ㅠㅠ

사진은 아스토리야 호텔 라운지의 소파. 아, 우리집에도 있었으면 좋겠다 저 소파랑 쿠션... 벌러덩 드러눕고프다.

다시 잠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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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20. 22:40

위안의 푸른 어스름과 금빛 창문 2016 petersburg2016. 12. 20. 22:40

페테르부르크. 궁전광장 주변 어느 건물의 창문,

이날은 흐렸고 눈발이 날렸다. 그래서 여느때보다도 더 어스름이 일찍 찾아왔다. 오후 세시 즈음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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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20. 17:12

수도원 가는 길 2016 petersburg2016. 12. 20. 17:12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 입구.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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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12. 19. 23:13

커피 60루블 홍차 50루블 2016 petersburg2016. 12. 19. 23:13




블라지미르스키 거리를 따라 눈 맞으며 걷다 발견한 카페. 커피 60, 차 50루블.. 싸다... (커피 1200원 이내)

그래! 우린 커피랑 차가 너무 비싸!!!


저때 눈이 갑자기 많이 쏟아지고 짐도 많아서 급하게 걸어 버스정류장 가고 있었는데 어쩐지 저 문구와 실내를 보니 들어가고팠다..


저기 가보러 나중에 다시 뻬쩨르 가야 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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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페테르부르크, 지하철역. 토큰(쥐똔 이라고 한다. 옛날이랑 똑같네. 가격 35루블. 내년엔 45루블로 인상 예정. 그리고 요즘은 카드 쓰는 사람이 많아져서 저 쥐똔은 조만간 폐지하려 한다고 한다. 추억의 쥐똔인데.. 페테르부르크는 트램도 보존하고 있으니 쥐똔도 계속 썼으면.. (효율성 따위 생각하지 않고 있음 ㅠ)





프리모르스카야 역. 지하철 안. 표지판.
아주 오래전 첨 러시아 갔을때 살았던 동네라 정말 자주 이 역을 다녔었다. 이번에 다시 가보니 역이 많이 깨끗해져 있었다. 방공호 대용 높고 깊고 빠른 에스컬레이터는 여전했고.
(러시아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 타고 다니다보면 울나라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 엄청 짧고 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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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12. 18. 22:20

어쩐지 맥도날드 광고 같지만 2016 petersburg2016. 12. 18. 22:20

광고는 당연히 아니고. 페테르부르크 거리에 누가 버리고 간 맥도날드 컵.

근데 이 맥도날드 컵은 녹색에 노란 무늬라 예뻤다.


(날씨 극악이던 날이라 길거리는 진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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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12. 18. 08:19

추운 나라 고양이와 비둘기 2016 petersburg2016. 12. 18. 08:19




시차 적응도 다 안되고 또 새집이라 잠자리가 바뀌어서 새벽에 깬후 두어시간 넘게 못 자고 있음. 다시 잠 청하면서.. 페테르부르크 거리에서 발견한 고양이와 비둘기.

추울텐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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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내일 다시 복직을 위해 지방 본사 동네에 내려가고 새로운 집2로 이사를 들어가기 때문에. 마음의 위안과 힘을 위해, 항상 좋아하는 램프와 불빛들 사진 몇장. 모두 이번 페테르부르크에서 찍은 사진들.

 

 

이 램프는 아직 불이 안 들어왔지만... 내가 실루엣을 좋아하는 그리보예도프 운하의 램프라서 같이 올림.

 

 

 

여기는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의 지하 카페 내려가는 계단의 작은 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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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12. 16. 14:21

나도 러시아에서만 이렇게 마신다 2016 petersburg2016. 12. 16. 14:21

 

차를 마실 때는 설탕, 레몬, 우유를 넣지 않고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취향이다.

예외가 두가지 있는데, 1. 극도로 힘들고 감기몸살 기운이 있을때 레몬과 꿀을 넣어 마심

그리고 2번이 러시아에 있을때, 너무 춥고 힘들때 설탕을 넣어 마시는 것이다. 처음 차를 마시기 시작한 게 러시아에서였는데 그땐 웬만하면 다 립톤 티백이나 더 후진 시꺼먼 티백이었고 다들 설탕을 넣어 마셨기에 나도 그렇게 마셨다. 돌아와서는 설탕 없이 마시게 되었지만 러시아에선 추우니까 설탕을 넣고 마신다. 그래서 홍차 주문하면 '당연히' 설탕을 같이 준다. 꿀을 달라고 하면 추가금액을 좀더 내지만 설탕은 그냥 준다.

 

이번에 갔을때도 너무 춥고 힘들어서 설탕을 두어번 넣어 마셨다. 뜨겁고 진한 홍차에 설탕을 녹여서 첫 모금을 마시면 그 씁쓸하고 단맛에 '러시아 와 있구나' 하는 기분이 든다.

 

사진은 페테르부르크 단골 카페 고스찌. 이때는 런치세트에 나오는 음료로 차를 선택했더니 립톤 티백이랑 찻잔을 주었다. 따로 차를 주문하면 가격이 좀 있는대신 티포트와 잎차를 준다.

 

 

여기는 각설탕 종지가 있음.

 

립톤 우려 점점 까매지고 있는 홍차에 각설탕 투하... 러시아에 왔구나 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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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다녀왔습니다.

약 8일 중 하늘 파랬던 날은 이틀 정도. 그 드문 날 저녁에 모이카 운하랑 네바 강변 거닐며 찍은 사진 몇장.

 

꽁꽁 얼어붙은 운하. 그래도 다리 밑은 안 얼어서 그쪽에 오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얘는 혼자 얼음 위에 떡하니 올라와서 폼잡고 있음.

얘 보고 내가 료샤한테 '너 닮았다!~' 라고 했음. 추워죽겠는데 얇은 비니에 청바지 입고 허세부리는 이 녀석이랑 어쩐지 허세 폼잡고 있는 것 같은 이 오리랑 닮았음.

 

그러자 내 친구(라고 쓰고 허세남이라 읽는다) 료샤는 '야! 하필 오리야! 독수리쯤은 돼야지!' 하고 다시 허세를 시전하였습니다.

 

난 청둥오리가 독수리보다 더 좋은데 :0

 

 

거의 얼어붙은 네바 강. 쿤스트카메라 박물관.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사원, 궁전 다리 풍경.

 

네바 강변 풍경. 청동사자상 멀리서.

 

그리고 청동사자상 가까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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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15. 10:35

도착. 집 가는 버스 기다림 2016 petersburg2016. 12. 15. 10:35



인천공항 도착. 화정 가는 버스 기다리는 중.

모스크바에 눈이 오고 기온이 내려가 비행기 제설작업하느라 좀 늦게 출발했다. (위의 사진은 제설하기 전 비행기 창문에 눈 쌓인 것)

그래도 비행기는 안 흔들렸고 두시간쯤 잘수 있었다.

영하 4도라는데 시원한 느낌이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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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깨서 뒤척이느라 대여섯시간 쯤 얕게 자고 조식을 먹고 나머지 가방을 꾸린 후 체크아웃을 했다. 며칠동안 숙소에 정이 들었는지 섭섭했다.


안녕, 아스토리아. 잘 쉬다 가요.


..


예약한 택시를 타고 풀코보 공항에 왔다. 료샤가 태워다 주려 했으나 오늘도 오전에 아빠가 미팅을 잡아서 거기 가야 한다고 툴툴댔다. 그래서 어젯밤 작별인사하고 오늘은 전화만 했다.


..


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 가는 국내선 아에로플롯은 하나도 연착 안하고 잘 도착. 그런데 짐을 다시 찾아 도로 부쳐야 해서 피곤했다. 모스크바에 내리자 눈이 또 펑펑 내리고 있었다.


체크인과 짐부치기를 완료한 후 패스포트 컨트롤과 검색 마치고 게이트 부근에 왔다.


모스크바 공항은 올때마다 넘 피곤하다. 그리고 여기도 새로 증축한 터미널임에도 불구 면세도 약하고 먹을데도 별로 없다. 헤매다 파스타를 먹었으나 크림소스에 파르메산 치즈까지 범벅을 해줘서 엄청 느끼했다. 반만 먹고 남김.


초콜릿과 책이나 좀 살까 했으나 시내에서 팔던 가격의 두세배 붙어 있는거 보고 포기. 공항이라 해도 그렇지.. 행여 러시아 놀러 가실 분들, 기념품은 가능하면 시내에서 사세요. 공항은 비싸니까요.


이제 탑승한다.. 비행기 안 흔들리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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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테르부르크 공항 카페에 좀 앉아 졸다가(정말 졸렸다) 국내선 타고 모스크바 도착. 모스크바가 지금 더 춥고.. 눈도 펄펄 내린다. 아 정말 모스크바랑 나랑 좀 안 맞아!!


대한항공 체크인 아직 시작 안해서 카운터 앞에서 기다리는 중. 빨리 짐 부치고프다. 전엔 돌아갈땐 페테르부르크에서 아에로플롯 타고 모스크바에서 갈아타도 짐은 인천에서 찾았는데 이번엔 짐 찾아 도로 부치라 함 아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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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14. 14:42

조식 먹는 중 2016 petersburg2016. 12. 14. 14:42



떠나는 날 아침.
일찍 깨서 뒤척이다 조식 먹으러 내려옴. 일찍 내려오니 창가 자리가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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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14. 05:39

북방 도시의 겨울 2016 petersburg2016. 12. 14. 05:39


내일 돌아가려니 참 아쉽다.

꽁꽁 언 운하랑 강, 눈밭 사진 몇장. 돌아다니기 힘들어서 역시 백야 때가 좋긴 하지만.. 그래도 겨울의 페테르부르크에는 이때만의 엄청난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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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아침에 페테르부르크를 떠난다. 9박 10일이지만 경유와 시차 때문에 이곳에서 온전히 보낸 시간은 8일이다. 떠나기 사흘 전에 충동적으로 결정하고 날아왔었다. 그간 쌓아둔 마일리지 덕에 항공권 값은 들지 않았지만 하여튼 먼 곳에 왔다 가므로 이래저래 또 유리지갑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럴 거 각오하고 온 거였으니까.


돌아가면 당분간 매우매우매우 긴축재정을 해야 한다. 올해 몇달 동안 일을 쉬었고 바깥에는 세번이나 나왔으니 유리지갑은 유리먼지가 되어 있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이번에 온 것 때문에 엄마가 굉장히 화를 내시기도 했는데 그것 때문에 사실 기분이 매우 좋지 않은 상태로 왔다. 그렇지만 회사에 돌아가기로 결정한 이상 마지막으로 충동적이고 자신을 위한 짓을 하나 하고 싶었다. 결과적으로는 온 것은 잘한 것 같다. 물론 다음주부터 다시 회사에 돌아가 출근할 것을 생각하면, 그리고 과연 어디로 발령을 받을지 모르므로 더더욱 매우매우 심란하지만 어쨌든 이곳에 잠시라도 와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오지 않았다면 더 우울하고 더 심란하고 아마 더 두려웠을 것이다.


이번에 머무는 짧은 기간 동안, 해는 더욱 짧았다. 요즘은 거의 여름 시즌에만 왔고 이런 한겨울에 왔던 건 2015년 초였던 것 같다. 그러나 그때는 그나마도 1월말이었기에 지금보다는 해가 길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날씨 운이 별로 없어서 예전만큼 돌아다니지는 못했다. 공연은 두개 봤고 그래도 박물관은 세곳 갔다. 새로운 카페와 식당은 거의 개척하지 않았다. 호텔 카페에 자주 갔고 날씨가 궂어서 가까이 있는 고스찌에 자주 갔다. 이번엔 수프 비노에 가지 못했다. 아쉽긴 한데 눈보라가 자주 쳐서 그 길 따라 걷기가 힘들었음 ㅠㅠ


..





어제 1시 반쯤 잠들었는데, 김릿을 마셨기 때문에 약을 먹지 않았었다. 충동적으로 결정하고 떠나온 터라 병원에 들렀다 오지 못해 약이 조금 모자라기도 하고, 또 약 먹을때 술마시면 안된다 해서 어젠 아침이랑 저녁에 약을 안 먹고 잤다. 원래 약을 먹기 전에도 술 마시면 자다가 깨버리곤 했었다.


하여튼 어제 8킬로 가까이 걸어서 내 기준으로는 엄청 걸었던 건데(무거운 어그부츠와 패딩, 짐, 그리고 눈보라를 맞았으니 체감 10킬로 이상 걸은 듯) 아주 피곤했지만 새벽에 두어번 깼고 두번째 깼을땐 잠이 안와서 한두시간 누워 있다가 조식 알람을 꺼버리고 다시 잤다. 아무래도 귀국 날짜도 다가오고, 귀국보다도 이제 복직 날짜가 코앞이라 그런 것 같다.


여기는 내 로망이었던 아스토리아 호텔이라, 비수기 요금으로 운좋게 묵긴 했지만 그래도 조식을 꼬박꼬박 먹어줘야 이득인 건데 머무는 동안 반타작했다. 반은 먹었고 반은 못먹었다 흐흑... 조식 카운터의 아름다운 여인이 아침에 내가 가면 이름 부르며 '외국에서 와주신 손님이 여러 날 머무르며 아침 드시러 오면 참 반가워요' 라고 했었는데... 그 이후 연이틀 조식 먹으러 안 감 ㅋ 내일 떠나는 날이니 시계 일찍 맞춰놓고 조식 먹으러 가려고 한다. 내일 아침 9시 40분 택시를 예약했다.


..




날씨가 흐렸다. 그래도 어제 펑펑 오던 눈은 그쳐 있었다. 기온은 영하 10도 가량이었지만 물론 이 동네는 바다와 강변, 늪지에 세워진 도시인데다 아스토리아 호텔과 이삭 성당은 네바 강에서 가깝기 때문에 바람이 씽씽 불어서 체감온도가 더 낮다.


오늘이 마지막 날인데 몸도 많이 피곤했고(머무는 내내 그래도 줄기차게 돌아다녔음) 짐도 싸야 했고 돌아가면 이제 숨가쁜 나날들(지방 내려감, 새로운 집2 계약과 집정리, 복직, 새로운 부서 발령, 다시 일 시작, 길 위의 인생 다시 시작)이 기다리고 있으므로 오늘은 그냥 밥먹고 기념품 가게나 잠깐 가기로 했다.


역시나 추워서 멀리 안 가고 호텔에서 걸어서 한두 정거장 거리에 있는 말라야 모르스카야의 고골에 갔다. 여기는 보르쉬가 제일 맛있지만 오늘은 항상 먹어보고팠던(그러나 좀 비싸서 안 먹었던) 생선수프 우하를 먹었다. 나는 우하를 좋아한다. 크림 넣은 핀란드식 우하보다는 맑게 끓인 러시아 우하가 더 좋다. 연어와 대구, 토마토와 감자, 양파, 셀러리가 들어 있었는데 살짝 짰지만 그래도 맛있었다. 그거랑 전에 맛있게 먹었던 수도원식 생선파이를 먹었다. 수프가 생선이니 메인은 딴걸 먹는게 좋았겠지만... 다 먹고 나니 배가 터질 거 같아서 헉헉거리며 나왔다.


..




네프스키에 있는 부크보예드 라는 서점에 갔다가 뒤늦게 '페테르부르크 알파벳'이라는 재미있는 책과 옛날에 좋아했던 알렉산드라 마리니나의 옛 추리소설 페이퍼백 두권을 샀다.


그리고 기념품 가게 두어 곳에 들렀다. 전에 샀던 목각 천사의 친구를 사고팠는데 그 이후 올때마다 실패했었다. 천사를 파는 곳이 점점 줄어들었고 그나마 파는 곳도 천사 얼굴이 너무 이목구비가 만화같고 진하고 못돼 보였다. 나는 착하고 온순한 눈빛의 천사가 좋은데...


그런데 이번에 간 곳에서 눈이 덜 크고 온화하게 생긴 천사 딱 하나를 발견. 그걸 고르자 점원 여인이 '어머나, 그거 너무 이뻐서 사실 안 팔고 제가 그냥 할까 했었어요. 걔만 얼굴이 다르거든요' 라고 웃었다. 그래서 내가 '저를 위해 남겨두셨군요~' 라고 했고 둘이 막 웃었다.


(실내에서 찍어서 색이 노랗게 나왔다만.. 원래는 더 파란색이고 더 하얗다)


집에 있는 천사는 녹색 망토, 오늘 산 천사는 푸른 망토이다. 정교 이콘에서 녹색은 원래 가브리엘, 파랑은 미카엘이니까 그렇게 부를까 한다. 물론 노어로 불러야 하니 집에 있는 애는 가브릴라, 오늘 산 애는 미하일... (그러나 둘다 여자처럼 생겼다 ㅋㅋ 집에 있는 애랑 오늘 산 애를 비교하면 얼굴은 가브리엘이 더 이쁜데... 뭐 러시아 이콘들도 보면 미카엘보다 가브리엘이 더 이쁘니까 괜찮음. 미카엘은 싸우는 애고 가브리엘은 자비의 전령이라 그런가 ㅋㅋ)


그리고 조그만 브로치를 두개 샀다. 유리지갑 가루라서 이번엔 책이고 찻잔이고 이쁜 것들이고 거의 안 샀는데... cd도 안 샀고 마린스키에서도 샵의 할머니가 찾아준 루지마토프 젊은 시절 사진들 몇장과 슈클랴로프 사진 한장 외엔 안 샀는데 막상 돌아갈 때가 되니 '돈 조금 더 찾지 뭐' 하며 자신을 위해 작고 이쁜 걸 사기로 했다.


..





오후에 방에 돌아오니 호텔에서 컴플리멘트 선물을 준비해 두었다. 테이블에 과일 접시와 아스토리아 호텔 초콜릿, 손으로 쓴 카드가 놓여 있었다. 즐겁고 기뻤지만.. 줄 거면 초장에 좀 주지... 낼 가야 하는데 이 과일이랑 초콜릿을 어떻게 다 먹니 흑흑...


예전에 그랜드 호텔 유럽에 갔을때 거기서 예상치 않은 이런 선물을 받고 무척 기뻤던 적이 있다. 거기는 도착한 날이면 웰컴 과일이 있었고 처음 갔을때는 샴페인과 케익을 주었다. (나중에 두어번 더 갔을땐 샴페인 대신 에비앙으로 바뀌어서 좀 슬펐지만 ㅋㅋ)


아스토리아도 그랜드 호텔 유럽과 비슷하게 친절하고 서비스도 좋긴 한데, 손님을 더 편안하게 해주고 뭔가 더 아늑하고 덜 어색한 건 후자인 것 같다. 비교하면, 그랜드 호텔 유럽은 내가 막 해골옷 입고 돌아다니고 카페에 편하게 내려가도 별로 위화감이 안 느껴지는데 여기는 괜히 좀더 잘 차려입어야 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렇다고 진짜로 그런 건 아닌데 그냥 내 느낌이 그렇다. (유럽 호텔 문지기 아저씨가 더 친절해서 그런지도... 여기는 문지기 젊은이들-아저씨 아님-이 인사를 해도 잘 안 받아줌 -_-) 그래도 아스토리아는 나무바닥이라 카펫 깔린 유럽호텔보다 인테리어는 더 맘에 든다. 유럽호텔의 그 꽃무늬 커튼보다는 아스토리아의 파란 줄무늬 커튼이 좀더 내 취향이긴 하다.


하여튼 아주 오랜 옛날 불가코프의 거장과 마르가리타 읽었을때부터 로망의 호텔이었으니 여기서 며칠 묵은 것 자체로 뭔가 소녀의 꿈이 또 하나 이루어졌음. (그랜드 호텔 유럽에 묵었을때 소녀의 꿈1 이루고 이번에 꿈2 이룸 ㅋㅋ)


..


짐 싸기 전에 차 한잔 마시고 싶었다. 아스토리아에서 대각선으로 좀 걸어가 길을 건너면 포시즌스가 있다. 거기 묵을 형편이야 당연 안되고... 그래도 차는 한잔 마셔보고 싶어서 한번 가볼까 싶었다. 여기야 묵고 있는 호텔이니 가벼운 옷차림으로 카페에 드나들었다만 그래도 포시즌스는 다른 호텔이니 여기 싸와서 한번밖에 못 입은 문제의 그 코트를 걸치고 나갔다(여기 오기 전날 쥬인이랑 백화점 갔다 질러버린 코트. 쥬인이 일명 '다마치까 코트'라고 부른다.


즉 귀부인 코트. ('다마'가 부인, 귀부인이고 다마치까는 지소체 애칭임) 그 이유는 이 롱코트가 로브처럼 끈을 매는 디자인에 풍성한 털이 좀 귀부인처럼 달려 있어서 ㅋ) 그러나 이 있어보이는 귀부인 코트는 복슬거리는 털이 달리긴 했지만 모자가 달려 있지 않아 머리랑 귀가 시리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다고 여기에 나의 비니를 눌러쓰자니 안 어울리고... 그래서 귀부인처럼 입기 위해 막 추위에 떨며 머리를 내놓고(ㅜㅜ) 긴 코트를 펄럭이면서 호텔을 나왔다.


근데 길을 건너려다 보니 우리 호텔 자매호텔인 앙글레테르에 붙어 있는 카페 샤스찌예의 창가 자리가 하나 비어 있었다. 이 카페는 전에도 몇번 갔는데 음식보단 차랑 디저트가 낫다. 그리고 이삭 성당이 그대로 보인다. 저 자리 비는 적이 별로 없으므로 뭔가 하늘의 계시 같아서 '귀부인이고 포시즌스고 내 팔자에 무슨 귀부인~ 나는 여기로~' 하면서 샤스찌예로 쏙 들어갔다.






그래서 샤스찌예 창가에 앉아 어스름 속의 이삭 성당을 실컷 보면서 얼그레이를 마시고 맛있는 메도빅을 먹었다. 이번에 페테르부르크 와서는 메도빅만 서너번 먹은 것 같다. 그리고 아까 서점에서 산 페테르부르크 알파벳이란 책을 좀 읽었는데 무지 재밌었다.


..




한시간 쯤 후 방에 돌아와 가방을 꾸렸다. 무게가 좀 간당간당한 것 같다. 모스크바로 국내선을 타고 가야 하니 이게 항상 딜레마임. 대한항공 직항이면 모닝캄이라 30킬로까지 괜찮은데.. 여름에 돌아갈떈 오래 머물러서 짐이 좀 무거웠다. 그나마 아에로플롯도 스카이팀이라 무게는 봐주는데 대신 가방 두개로 부쳐야 한다고 했다. 그때 가방 한개가 20킬로가 넘으면 안된다 해서 두개로 급하게 만들어 부쳤었다. 가방 하나만 부치면 23킬로 제한인데...


하여튼 입국할때랑 비교해서 다 쓴것, 선물한 것, 버린 것과 새로 산 것들을 따져보며 지금 가방을 얼추 계산해보면 23킬로가 좀 넘을거 같기도 하다. 겨울옷과 카메라, 렌즈, 노트북 등등이 있어서 그렇다. 풀코보 공항은 예전에 엄청 후졌던 시절엔 그래도 무게 재는 저울이 있었는데 좋아진 지금은 막상 저울이 없다 ㅠㅠ 일단 가방을 싸면서 책들을 에코백에 따로 집어넣었다. 내일 공항 가서 무게 재보고 23킬로 넘으면 그 책들을 잽싸게 빼서 보조가방에 쑤셔넣어 두개로 부쳐야겠다. 아이고 피곤해...


짐 싸는 게 제일 싫다. 여행 가기 위해 싸는 것도 싫은데 돌아가기 위한 짐은 당연히 더더욱 싸기 싫다 ㅠㅠ


..


짐을 다 쌌을때쯤 료샤가 왔다. 그냥 밖에 안 나가고 방에서 얘기 나누었다. 호텔에서 준 과일들이랑 초콜릿, 그리고 어제 세베르에서 사왔던 에클레어를 꺼내놓고 먹었다.


료샤는 여전히 내가 복직하는 것에 반대하고, 그냥 무슨 일이든 찾아서 러시아에 남으라는 마음이긴 하다. 하지만 오늘은 '나 더 이상 너한테 가지 말라고 안할게' 라고 했다.


내가 '왜? 설득하느라 지쳤어? 지겨워?' 하고 묻자 료샤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그만큼 힘들어하면서도 결국 돌아가는 거니까 어쨌든 뭔가가 조금은 남아 있어서 그런거라고 생각해보려고.' 라고 했다.


나는 '뭔가가 조금 남아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돌아가보는 거야. 나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는 거야' 라고 대답했고 료샤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못마땅한 눈초리로 말했다. '너 힘들게 한 사람들 아직 있잖아. 그 사람들 보기 싫잖아. 난 그거 때문에라도 네가 안 갔음 좋겠어' 라고 덧붙였다.


나는 '가지 말라고 안한다더니!' 하고 쿠사리를 준 후 '나도 그 사람들 다시 보는 게 껄끄럽고 아직 좀 두려워. 이상해, 어린애가 된 것처럼. 그렇지만 가면 또 어떻게든 지나갈거라 생각해' 라고 대답했다.


료샤는 뭐라고 더 말하고 싶은 눈치였지만 그때 내가 귤을 까다가 바닥에 떨어뜨려서 나 구박하느라 화제가 다른데로 옮아갔다.


..


료샤가 돌아간 후 나는 카메라의 사진들을 노트북에 옮겼고 이제 이 메모를 쓰고 있다. 오늘 돌아다닌 것도 거의 없고 한 일도 별로 없는데 메모는 참 길구나...


오늘은 부디 편안하게 쭈욱 잘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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