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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다시 글쓰기에 돌입하진 못했지만 감각을 되살리기 위해 전에 썼던 글들을 마구 뒤섞어가며 읽고 있다. 본편도 읽고 외전도 읽고 데이터구축용 자료들도 읽고 등등... 좀전에 뒤적였던 추리 외전 전반부의 몇 문단 발췌해봄. 이것도 쓴지 4년쯤 됐다. 가브릴로프 본편 쓰려는데 하도 잘 안돼서 '그래, 등장인물들을 데리고 패러디를 먼저 가볍게 써보면 뭔가 실마리가 풀리겠지' 하고는 그 동네 배경으로 등장인물들을 우르르 어느 별장 저택에 밀어넣고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만드는 글을 썼었다. 나름대로 코미디였는데 다 쓰고 나니 생각만큼 코미디가 아니었음 흑... 



이 추리 외전의 주인공은 다닐 베르닌과 렐랴였는데 이 외전을 서무 시리즈보다 먼저 썼다. 여기 나오는 베르닌은 본편 베르닌만큼 뺀질거리는 타입도 아니고 그렇다고 서무에 나오는 단추 베르닌만큼 답없는 불쌍한 책상물림 집사도 아니다. 고지식하긴 하지만 하여튼 탐정1이다. 그리고 렐랴도 서무의 렐랴처럼 실속없는 허당이 아니고 여기선 어엿하게 주인공격으로 행동과 추리를 이끌어나감. 탐정1은 베르닌, 탐정2는 렐랴다 :) 



발췌한 부분은 두 토막인데 앞부분은 비오는 날 새벽에 저택에서 시체를 발견한 사람들이 우르르 모여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다닐 베르닌이 앞으로 나서는 장면이고, 뒷부분은 역시 같은 씬의 좀 후반부에서 미샤가 베르닌과 얘기를 나누는 장면임. 나름대로 두 장면 모두에서 나는 코미디를 쓰고 있다 생각했는데 역시나 뭔가 쫌 안 웃김. 나 아무래도 미샤랑 유머감각이 비슷한가봄 ㅠㅠ



위의 사진은 이번 뻬쩨르 여행 가서 묵었던 첫번째 호텔의 복도랑 전화기. 이미지 하나 넣고 싶었는데 대화들로 이루어진 장면들이라 딱히 맞는건 없고. 근데 첫번째 얘기에서 베르닌이 전화 운운해서 ㅋㅋ 렐랴네 별장은 옛 귀족이 쓰던 저택이니까 저런 전화기가 있을 법함.



레베진스키, 먀흐킨(이름은 알렉산드르 콘스탄티노비치), 코즐로프는 가브릴로프 극장 사람들, 키라는 미샤의 여자친구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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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베진스키가 반론을 제기했다. 그리고는 생각난 듯 얼굴을 찌푸리며 베르닌을 노려보았다.



 “ 그건 그렇고 자네가 뭔데 살해가 어떻고 아무 데도 못 가니 마니 하는 말을 지껄이는 거지? 얘기하는 걸 보니 제일 처음 발견한 것 같은데, 그럼 병원에 연락을 했어야지. 아니면 경찰에. 완장이라도 찬 듯한 그 말투는 대체 뭐야! ”



 “ 시체를 제일 처음 발견한 건 내가 아니라 키라 모이세예브나입니다. 전 비명을 듣고 내려온 거고. 어쨌든, 병원이고 경찰이고 지금은 아무 데도 연락이 안 돼요. 폭풍우 때문에 전화가 불통이니까. 적어도 아침까지는 복구 안 될 겁니다. 그 말은, 지금 이 집안에서 수사권을 가진 사람은 나 하나뿐이라는 얘기죠. ”



 “ 기가 막혀서! 스페호프 따까리 주제에, 비서 나부랭이나 해먹고 있는 풋내기가 수사권 운운하다니! ”



 먀흐킨이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버럭 소리를 질렀다. 역시 화가 치밀어 오른 레베진스키가 거들었다.



 “ 자네 영화를 너무 많이 본 것 아닌가, 주제 파악 좀 하시지. 여기 알렉산드르 콘스탄티노비치가 계셔. 시 의원인데다 극장장이야. 여기 절반 이상이 극장 수석에 시에서 표창을 받은 사람들이고. 자네가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어! ”



 “ 시 의원이고 수석이고 아무 상관없습니다. 경찰이 올 때까지, 사인이 밝혀질 때까지 여긴 범죄 현장으로 간주됩니다. 그리고 이런 말 하고 싶지는 않지만 자초지종이 드러날 때까지는 이 집안에 있는 모두가 잠재적 용의자라고 할 수 있죠. 다시 말하지만, 다들 아무 데도 못 갑니다. ”



 먀흐킨과 레베진스키가 입을 딱 벌렸다. 시체를 살펴보던 코즐로프가 냉소적으로 중얼거렸다.



 “ 나 참, 저렇게 달변이었다니. 어젯밤엔 입이 근질거려서 어떻게 참았을까. 시체가 하나 더 나오면 의회 출마라도 하겠군. ”




..





미샤는 화를 내거나 짜증스런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웃었을 뿐이었다. 아마 키라를 안심시키기 위해서인 것 같았다. 그는 곧 웃음기 가신 얼굴로 베르닌 쪽을 보면서 물었다.



 “ 우릴 하나하나 다 심문하려고? ”



 “ 그럴 거야. ”



 “ 서기가 필요하겠는데. ”



 “ 필요 없어, 내가 직접 기록할 테니까. ”



 “ 수첩은 있어? ”




 베르닌이 고개를 들어 미샤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그제서야 미샤가 농담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 같았다. 물론 베르닌은 전혀 웃지 않았다. 렐랴는 미샤의 유머 감각은 보통 사람들과 좀 다른 것 같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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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스케치는 또 구름과자 폴폴 드시고 계신 말썽쟁이 미샤. 



이렇게 자주 그리니 마치 골초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하루에 두세개비 이상은 피우지도 못하는 주제에 허세부리고 있는 것임.




미샤 : 야 토끼! 조용히 해! 


토끼 : 뭘, 난 진실만을 말할 뿐인데. 


미샤 : 그래도 주변 사람들은 모른단 말이야! 나 담배도 잘 피우고 술도 잘 마시는 줄 알아!


토끼 : 주변 사람들이 바보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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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런 어플이 있다고 해서 깔고 해봤더니만...






모지... 할때마다 다름.. 그래도 여름 쿨 라이트가 제일 많이 나옴. 파스텔톤이 받는 편이긴 한데 그렇다고 이거랑 완전 딱 들어맞는 건 또 아닌 거 같고, 오늘 화장도 좀 핑크톤으로 하고 갔으므로 긴가민가 하다가...







아잌 이게 모야아 ㅋㅋㅋ 아까 나온 건 별로 안 나오고 갑자기 득세하는 봄 웜 브라이트! 심지어 가을 웜 딥은 모야!!!! 여름 쿨도 나오는데 이번엔 또 브라이트래 ㅋㅋ






그래서 어플은 믿을 게 못되는 것으로 결론 :) 하긴 그러니까 전문가들이 돈을 벌겠지.



평소 잘 받는 메이크업이나 옷 등 색감을 떠올려보면 웜보단 쿨톤에 조금 더 가까운 편인거 같긴 한데 어떻게 보면 코랄이 안 받는 계열의 봄웜 끝 약간이랑 여름쿨에 걸쳐 있나 싶다가.. 그냥 겨울인가 싶다가 등등등...



아이고 모른다. 그냥 나 좋아하는 검정 빨강 입고 얼굴에 받는 핑크랑 레드 바르고 다닐란다. 오랫동안 노동노예 옥토끼로 살아오며 매일 인간둔갑을 해온 결과 웬만하면 메이크업으로 대충 이것저것 소화할수 있음. 카키랑 주황 같은 것만 아님 된다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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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테르부르크. 내가 소속된 곳은 아니지만 주저없이 ‘나의 도시’라 부르는 곳. 언제나 이방인일지라도 상관없이, ‘나의 도시’. 물론 나는 나의 인물들이 이곳, 페테르부르크, 당시 이름 레닌그라드를 주저없이 ‘나의 도시’, ‘나의 세계’라고 부르는 만큼의 자격과 소속감과 일체감을 가질 수 없다. 그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나 역시 이 도시를 사랑한다.



도시를 산책하며 찍은 사진들 몇장. 전부 아이폰 6s로 찍음. 많은 부분 변화했겠지만, 이 길들은 내가 되살려낸 미샤와 안드레이/트로이가 함께 걸었을 것이다. 레닌그라드이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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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이란 게 뭔데. 소비에트 연방? 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




그는 키로프라고 하지 않고 마린스키라고 했다. 레닌그라드 대신 페테르부르크라고 얘기한 것처럼.





“ 우리 주위의 모든 것. 전부. ”




“ 레닌그라드. ”




미샤가 결론을 내리듯 단호하게 말했다. 트로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레닌그라드. ”




그는 미샤가 이 도시에 대해 품고 있는 애정의 깊이에 전율했다. 물 위에 돌로 지어진 도시, 학살과 절망의 도시, 피와 바람의 도시, 허위와 모방의 역사로 가득 찬 옛 수도, 이제는 모스크바의 광휘에 밀려나 퇴색하고 있는 도시를 향해 그런 절대적이고 강력한 사랑을 품을 수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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