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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0. 31. 23:24

네바 강 2017-19 petersburg2018. 10. 31. 23:24






네바 강. 궁전교각. 페테르부르크. 지난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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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8. 10. 31. 21:40

끄르르르륵쿠캭 sketch fragments 2018. 10. 31. 21:40





으악 정말 무지무지무지 바쁘고 정신없었어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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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8. 10. 30. 23:21

도약하는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dance2018. 10. 30. 23:21





오랜만에 슈클랴로프님 화보 한 장. 얼마 전 베네치아의 라 페니체 극장에서 열렸던 갈라 공연. 해적의 알리 추는 중.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사진은 @cositore_photographer (인스타그램)



그러고 보니 지난 9월에 뻬쩨르 갔을 때 찍은 이 사람의 페트루슈카 커튼 콜 사진도 몇장 있는데 그거 올린다는 것도 까먹었네. 하긴 조명 때문에 많이 번져서 제대로 건진 사진이 별로 없긴 했다. 맨 앞줄 가운데였는데도 흐흑..



발로쟈, 한국 또 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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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8. 10. 30. 21:21

아침부터 엉엉 sketch fragments 2018. 10. 30. 21:21





피 철철 나는데 지혈할 시간도 없어서 후시딘 잔뜩 바르고 리락쿠마 밴드 두개 붙이고 양말 신고 눈가리고 아웅 하고 급히 출근 ㅠㅠ



그래도 후시딘 덕인지 밴드 덕인지 집에 와서 보니 피는 멈췄고 껍질만 깊게 까져 있음. 뻘건 속살과 상처에 대한 묘사는 생략하기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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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8. 10. 29. 22:43

과거에서 온 아이, 카르멘 about writing2018. 10. 29. 22:43





며칠 전 오랜 옛날의 글을 한편 올리고 났더니(http://tveye.tistory.com/8536  : 내 목적지는 별들) 한번 그려보고 싶어서, 오늘 그려봄. 빨간 곱슬머리이긴 하지만 지나 아님. 지나처럼 보이는 것은 내가 똥손이라서 ㅋㅋ 잘 보면 빨간색 톤도 좀 다르고 눈색깔도 다릅니다. 



오래 전에 썼던 스타차일드 단편 시리즈의 주인공인 카르멘. 본명은 미나. 이 시리즈의 마지막 편을 썼던 것도 거의 십몇년 전이다. 그러니 내 글에 나오는 빨간머리는 얘가 지나보다 먼저였습니다. 성깔은 지나보다 훨씬 윗길이라 고딩임에도 불구하고 마약 폭력 응응 3종세트 마스터... 추근대는 남자애를 두들겨패 늑골에 금가게 만든 전력도 있음. 학교에서 불리는 별명은 펑크 폭력녀(ㅜㅜ)



딱히 넣을 폴더가 없어서 그냥 지나와 말썽쟁이 폴더에 넣음.



... 그랬다가 about writing 폴더로 다시 옮겨놓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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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이 도시의 운하는 베네치아나 암스테르담과는 다르다. 셋 중 가장 늦은 도시. 하지만 가장 문학적이고 환상적인 도시. 전자의 두 도시가 상업과 교역으로 역사 깊은 곳이었다면 페테르부르크는 한 사람의 권력자, 한 인간의 의지에서 태어난 도시, 애초에 견고한 디딤돌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늪 위에 세워진 도시, 물과 안개와 바람과 진창을 돌로 메운 도시, 인간의 의지로 세워진 도시, 그로 인해 역설적으로 비인간적인 도시, 언제나 악마와 홍수와 멸망 신화에서 자유롭지 못한 도시이다. 바닥이 존재하지 않는 도시. 




이 도시는 운하 때문에 북방의 베네치아라고 불리기도 하고 암스테르담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세 도시를 모두 쏘다녔고 운하들 사이사이를 걸어보았다. 베네치아의 좁다랗고 꼬불꼬불한 운하들은 여기서 손을 뻗으면 건너편의 건물 벽이 만져질 것만 같다. 햇살로 씻겨나간 듯 밝고 화려한 색채들. 온통 빛들. 거기에 이곳의 어둠과 추위는 없다. 암스테르담은 베네치아보다는 춥다. 운하도 훨씬 널찍널찍하다. 온통 힙한 느낌이지만 문학적인 깊이는 느껴지지 않는다. 페테르부르크의 운하는 그 두 도시와는 다르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어디에도 같은 도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이 도시에 대해 형용할 수 없는 애착과 동질감을 느낀다. 그리고 동시에, 당연하고도 두려운 이질감을. 나는 서울에 대해서도 그런 감정을 가져본 적이 없다. 인생의 극히 일부만을 보낸 도시가 그토록 강력한 마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에 경이로워지는 순간이 있다. 



아래는 내가 쓰는 글의 주인공인 미샤가 도시와 운하, 자신에 대해 하는 말 일부이다. 이전에 저 파트를 좀 발췌해서 올린 적이 있다. 페테르부르크. 소련 시절 레닌그라드. 운하. 링크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6096 



...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 세상을 다 가질 수 있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하는 건 이상한데. ”



 그는 심각하게 들리지 않도록 애쓰며 팔 안의 몸을 천천히 끌어당겼다. 땀이 식으면서 한기가 느껴졌다. 미샤의 몸에는 아직도 열기가 남아 있었다.



 “ 세상이란 게 뭔데. 소비에트 연방? 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




 
 그는 키로프라고 하지 않고 마린스키라고 했다. 레닌그라드 대신 페테르부르크라고 얘기한 것처럼.



 “ 우리 주위의 모든 것. 전부. ”



 “ 레닌그라드. ”



 미샤가 결론을 내리듯 단호하게 말했다. 트로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레닌그라드. ”



 그는 미샤가 이 도시에 대해 품고 있는 애정의 깊이에 전율했다. 물 위에 돌로 지어진 도시, 학살과 절망의 도시, 피와 바람의 도시, 허위와 모방의 역사로 가득 찬 옛 수도, 이제는 모스크바의 광휘에 밀려나 퇴색하고 있는 도시를 향해 그런 절대적이고 강력한 사랑을 품을 수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 나하고 레닌그라드는 같을지도 몰라. ”



 미샤는 트로이의 귓가에 입술을 마주 댄 채 따스한 숨결을 내쉬며 말했다.



 “ 뿌리가 없어. 돌이킬 수 없이 안이 비었어. 파이프처럼. 운하의 검은 물이 그 안으로 차올랐다가 어디론가 빠져나가. 그래서 사람들을 잡을 수가 없어. 친구를 만들기가 너무 어려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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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오늘은 바람이 정말 세게 불었다. 그나마 남쪽 지방이라 서울만큼 기온이 낮진 않았다만 여기도 곧 추워질 것 같다. 저 니트 짚업을 꺼냈다는 것은 겨울이 온다는 것을 의미함. 곰이 겨울잠 준비하듯 노동노예 옥토끼는 작업복용 니트짚업과 온수 핫팩을 주섬주섬 챙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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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0. 29. 13:42

창 너머로 보이던 사원 2017-19 petersburg2018. 10. 29. 13:42






호텔 방 창 너머로는 이삭 성당이 보였다. 아스토리야에서 방을 업그레이드해준 덕이다. 사실 이삭성당은 옆에 있는 앙글레테르 호텔 방에서 보는 전망이 더 탁 트여 있긴 하지만, 그래도 아스토리야가 좀더 좋다(그리고 더 비싸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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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8. 10. 28. 16:14

날개달린 주말 sketch fragments 2018. 10. 28. 16:14





흑흑흑 아이 회사 가기 시러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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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0. 28. 15:03

일요일 오후 tasty and happy2018. 10. 28. 15:03





오후 차 우려 마시는 중.







장미는 결국 대를 잘라내고 찻잔에 띄웠다.













다샤님이 보내주신 꿀케익 두번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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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아래 단편은 2004년 가을에 썼던 글이다. 이 폴더에 몇차례 올린 적이 있는 스타차일드 시리즈에 속한 단편이다. 시리즈는 총 27개의 에피소드와 크리스마스 등의 외전 두어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단편이 마지막 에피소드인 27편이다. 딱히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쓴 건 아니고, 저 당시에 원래 28편, 29편도 구상하고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더 이상 쓰지 못했다. 그렇다고 미완성 시리즈라고 하기엔 애초부터 완성과 결말의 개념을 갖춘 시리즈가 아니었다. 



27편의 제목은 'The Stars, My Destination' 이다. 이 근사한 제목은 유명한 sf 작가인 알프레드 베스터의 동명 소설에서 따왔다. 이 이야기 자체가 카르멘이 베스터의 이 소설책을 훑어보다 저 구절이 마음에 들어서 수첩에 베껴쓰는 것으로 시작한다. 우리 나라에는 오래 전에 '타이거, 타이거'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나왔는데 지금은 절판되었을 것 같긴 하다. 베스터의 장편소설은 이 소설과 '파괴된 사나이'가 번역되었는데 둘다 굉장히 재미있다. 둘 중에선 나는 전자를 더 좋아했다. 더 시적이고 화려해서.



27편의 주요 등장인물은 시리즈의 주인공인 카르멘(학교에서 불리는 본명은 미나. 카르멘은 친구인 커트가 지어준 이름)과 동급생인 마크, 그리고 어떤 여자아이이다. 전문을 올려본다. 이것도 이미 십몇년 전의 글이네(흐흑 시간 왜 이렇게 빨리 가는 거야...)



이 이야기는 스타차일드 시리즈의 이전 에피소드들과는 약간 성격이나 결이 다르다. 바로 앞의 26편을 쓰고서 5개월 정도의 텀을 둔 후 썼는데, 그 당시엔 워낙 계속 글을 쓰던 시절이라 이 정도 간격이면 매우 긴 것이었다. 그래서 이 에피소드를 쓰고 나서 '그 동안 뭔가가 약간 변한 것 같다' 라고 느끼기도 했었다. 



에피소드 앞에 붙어 있는 메모는 저 글을 완성한 직후 적은 아주 짧은 후기이다.



..




<2004년 9월의 메모>




정말 오랜만에 글을 한편 완성했다. 스타차일드 시리즈 27편이다.



사실 알프레드 베스터의 소설과는 내용적으로 아무런 연관도 없다. 다만 작가들의 언어가 서로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오랜 생각을 했을 뿐이다. 독자들은 그 작가가 결코 생각도 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그 글을 읽는다. 그리고, 가끔은 행동을 한다.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




The stars, my destination






Deep space is my dwelling place,
The stars, my destination.
.. Alfred Bester, The stars my destination ..






 1981년 11월.




 그날의 메뉴는 커틀릿과 감자튀김이었고 카르멘은 일찌감치 점심을 포기한 채 핼로윈의 부산물인 커다란 초콜릿 봉지와 빨간 수첩을 들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학교 옥상 한 귀퉁이에는 그녀의 비밀 장소가 있었다. 레스의 스튜디오 옥상이 목요일 밤마다 친밀한 마법을 공유하는 곳이라면 이곳은 그녀만의 장소였다. 그녀는 난간 벽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며 책을 읽거나 수첩에 글을 쓰곤 했다. 



 아주 가끔씩은 데본 펠이 올라오곤 했다. 하지만 그들 둘은 모두 야생 짐승들처럼 자신의 구역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수첩에 글을 쓰는 동안 데본은 저만치 떨어진 곳에 앉거나 누워 악마만이 짐작할 수 있는 뭔가를 하곤 했다.



 입에는 아몬드 초콜릿 바를 가득 물고 눈으로는 펼쳐든 수첩의 구절들을 읽으면서 카르멘은 계단을 올라갔다. 옥상으로 통하는 문을 열었을 때 그녀는 보라색 잉크로 휘갈겨 놓은 네 줄의 시를 읽고 있었다.



내 이름은 걸리버 포일
내 나라는 지구
내가 머무는 곳은 깊은 우주
내 목적지는 별들


Gully Foyle is my name
And Terra is my nation.
Deep space is my dwelling place,
The stars, my destination.






 그녀는 그 구절을 아침에 레스의 낡은 SF 소설책에서 발견했다. 레스와는 달리 추리나 SF 소설에 큰 관심은 없었지만 평소와 달리 일찍 일어난 데다 레스가 토스트를 굽고 있었으므로 식탁에 앉아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책을 뒤적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구절을 발견했다. 마지막 행은 카르멘의 마음을 잡아끌었고 그녀는 레스에게 소리쳐 물었다.



 “ 걸리버 포일이란 놈이 나오는 책 내용이 뭐야? ”


 “ 아, 행성과 행성 사이를 순간 이동할 수 있는 남자에 대한 얘기야. ”



 카르멘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첩을 꺼내 그 네 줄을 옮겨 적었다. 그리고 책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은 채 레스가 가져다 준 토스트를 먹기 시작했다...



 아침에 먹고 온 맛있는 토스트를 생각하자 카르멘은 학교 식당 메뉴에 부아가 치밀었다. 새로 온 요리사는 이른바 베지테리안의 적이나 다름없었다. 가을 학기부터 그들의 점심은 모두가 기름진 고기 요리 일색으로 변했다.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드디어 학비에 걸맞게 메뉴를 고급화했다고 좋아했지만 카르멘은 죽을 지경이었다.



 초코바 토막을 입 안에 전부 밀어 넣고 우물거리며 카르멘은 옥상으로 발을 내디뎠다.




*          *           *




 그녀는 오랫동안 두 팔로 무릎을 감싼 채, 난간 벽에 기대앉아 뭔가를 수첩에 적고 있는 붉은 머리 소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모두가 잘 알고 있듯 그 애의 이름은 미나였다. 학교를 떠들썩하게 했던 문제아, 헤로인 중독자, 폭력을 밥 먹듯 휘두르는 펑크 소녀. 하지만 지금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그런 일반적인 사실들이 아니라 그 애가 쉴 새 없이 초콜릿을 먹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아무리 그런 달콤한 것들을 먹어대도 결코 살이 찌지 않는 운 좋은 부류에 속한 아이가 분명했다. 



 그녀는 꽤 오랫동안 저녁을 먹지 않았다. 그리고 이틀 전부터는 점심도 거르기로 마음먹었다. 거울을 들여다보면 이전보다 조금 살이 빠진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는 마음에 드는 예쁜 옷을 입을 수가 없었고 여전히 그 누구도 그녀에게 인사를 하거나 점심을 같이 먹자고 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녀가 점심을 거르기 시작한 것은 다이어트 때문이 아니라 바로 그 사실 때문인지도 모른다.



 붉은 머리의 깡패 소녀는 하트 모양의 창백한 얼굴에 텔레비전이나 잡지에서나 볼 수 있는 짙은 검은색 마스카라와 타들어가는 듯한 붉은 립스틱을 칠하고 있었다. 날씬한 아이들만 입을 수 있는 흰색 니트 스웨터와 골반에 걸쳐진 검은색 진을 입고 여러 겹의 끈이 달린 낡은 부츠 뒷굽으로 시멘트 바닥을 탁탁 치며 수첩을 뒤적이고 있었다.



 세상은 불공평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 차 있었다. 예쁜 아이들, 날씬한 아이들, 쿨한 아이들도 그런 것들 중 하나였다. 혹은, 친구가 많은 아이들, 언제나 바쁘게 놀러 다니는 아이들도. 



 그녀가 이해할 수 있는 거라곤 수업 시간에 집중하면 시험을 잘 볼 수 있다는 것, 좋은 성적표를 받아오면 부모님이 기뻐하며 착한 딸이라고 칭찬을 해 준다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전교 1등을 도맡아 놓고 하는 아이는 그녀의 절반만큼도 노력하는 것 같지 않았고 그녀의 금발머리 여동생은 언제나 부모님의 귀염둥이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녀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뭔가에 열중하는 사람들이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너무나 열정적인 사랑에 휩싸인 연인들에 대해, 예술혼에 사로잡혀 미쳐가는 비극적인 음악가에 대해, 목숨을 걸고 빙벽을 오르는 도전자에 대해 쉴 새 없이 떠들어댔다. 하지만 과연 실제로도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뭔가에 열중한다는 것은 그저 뭔가를 좋아한다는 것을 과장되게 표현한 것이 아닐까? 뭔가에 집중한 나머지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다는 이야기는 어이없는 허풍에 지나지 않았다. 그 무엇을 한다 해도, 아무리 좋아하는 일을 한다 해도 그녀는 자신의 외모를 잊어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를 잊어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오랫동안 붉은 머리의 펑크 소녀를 지켜보았다. 미나, 그 애의 이름은 미나였다. 그녀는 미나를 알고 있었다. 이야기 한번 나눠본 적이 없고 (물론 그건 미나 뿐만이 아니라 다른 애들과도 마찬가지였지만) 옆자리 한번 앉아본 적이 없지만 알고 있었다. 



 미나는 차가운 시멘트벽에 등을 대고 고개를 숙인 채 초코바를 우물대며 끊임없이 볼펜을 놀리고 있었다. 아마도 뭔가를 쓰고 있는 것 같았다. 숙제는 아니었다. 어느 누구도 표지가 빨간 작은 수첩에 숙제를 하지는 않았다. 그럼 편지일까? 좋아하는 사람에게 쓰는 편지, 연애편지. 그녀가 겨우 한 차례 썼던 것, 하지만 남들이 보면 전혀 연애편지라고 여길 수 없는 어눌한 편지. 그녀가 단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는 것. 하긴 일반적인 편지 자체도 주고받아 본 적이 없었다. 



 그녀가 아주 가까운 곳에 앉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나는 전혀 기척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싸늘한 바람에 붉은 곱슬머리가 파도처럼 이마 아래로 흘러내리는 것조차 의식하지 못했다. 나방이 한 마리 날아와 이마와 뺨에 앉았다 떨어지기를 반복했지만 그것조차 내버려두고 있었다.



 그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먼저 말을 거는 건 어떨까 하고 생각했다.




*          *           *




 싸늘한 바람이 옥상의 시멘트 바닥을 때리고 지나갔다. 거센 바람이었고 카르멘의 무릎에 있던 초콜릿 봉지가 저만치 데구르르 굴러갔다.



 “ 에이씨. ”



 카르멘은 수첩을 덮고 봉지 쪽으로 손을 뻗었고 그때 다른 아이를 보았다. 연한 갈색 머리의 뚱뚱한 여자아이가 자신과 마찬가지로 난간의 시멘트벽에 등을 대고 앉아 있었다. 초콜릿 봉지는 그녀의 발치 가까이 굴러가 있었다. 카르멘은 그 아이가 대체 언제부터 거기 앉아 있었던 걸까 하고 의문했다. 



 “ 좀 집어줄래? ”



 그녀는 뭔가를 들킨 사람처럼 움찔하더니 봉지를 주워 주었다. 어쩐지 카르멘은 그녀가 오랫동안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르멘은 봉지를 받았고 건포도와 땅콩이 박힌 초콜릿 캔디를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



 “ 먹을래? 맛있어. ”


 “ 어... 나 단 거 안 먹거든.. ”



 여자아이는 잠시 후 어색하게 덧붙였다.



 “ 고마워. ”



 카르멘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수첩으로 시선을 돌렸다. 단어 하나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바람에 초콜릿 봉지가 굴러가지만 않았어도 그녀는 시를 끝마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바람은 이미 가 버렸고 단어도 가 버렸다. 혀끝에서 맴돌고 손끝을 간지럽히는 단어였지만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 ... 역사 퀴즈 준비는 다 했어? ”



 웅얼대는 듯한 음성으로 여자애가 물었고 혀끝에서 맴돌던 단어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억울하고 속상한 마음에 카르멘은 짜증스럽게 대꾸했다.



 “ 퀴즈 따위 알게 뭐야, 어차피 나한테는 물어보지도 않는데. 숙제나 내면 되지. ”


 “ 나, 나한테도 안 물어봐. 그래도 시험이니까 긴장되잖아. ”



 카르멘은 고개를 들어 상대방을 바라보았다. 파이처럼 희끄무레하고 넓적한 얼굴에 불분명한 이목구비, 숱이 거의 없는 눈썹 때문인지 무척이나 흐릿한 인상이었다. 두꺼운 안경에 가려진 조그만 회색 눈과 두툼한 양 볼 사이에 파묻혀 잘 보이지 않는 작은 코, 연분홍색의 얇은 입술, 그리고 카르멘 같은 아이가 두 명은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커다란 사이즈의 촌스러운 회록색 스웨터와 허벅지에 꽉 끼는 체크무늬 면바지. 분명 수업 한두 개 쯤은 같이 들었던 것 같은데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단지 성이 A로 시작하는 아이라는 것뿐이었다. 그것도 언젠가 신체검사 때 제일 앞줄에 서 있었던 것 같은 기억 때문이었다.



 “ 그럼 여기 있는 것보다 도서관에서 시험공부를 하는 게 낫지 않아? ”



 소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카르멘은 원래부터 이런 스타일의 모범생들과는 전혀 마음이 맞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대화가 끊긴 것에 아무런 아쉬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막 잃어버린 단어를 다시 혀끝으로 끌어올리고 있을 때 소녀가 다시 말했다.



 “ 근데 요즘은 왜 마크랑 안 다녀? ”


 “ 그 개자식이랑 뭐가 좋은 일이 있다고 같이 다녀. ”


 “ ... 멋진 애잖아. ”


 “ 속물이지. ”



 카르멘은 귓가에 울리는 자신의 음성이 너무나 짜증스럽고 퉁명스러운데 놀랐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데 익숙하지 않았다. 그녀는 정말로 짜증이 났다. 기름덩어리 고기 요리를 내놓는 학교 식당 때문에, 쓸데없는 소리를 늘어놓는 잘 알지도 못하는 여자애 때문에, 그리고 완전히 잃어버린 단어 때문에.



 그녀는 시계를 보았다. 점심시간은 벌써 끝나가고 있었고 그녀는 역사 수업에 들어가야 했다. 그리고 단어 하나가 없는 시는 쓰레기나 다름없었다. 그녀는 볼펜으로 시를 쫙쫙 그어버렸고 분이 풀리지 않아 종이를 부욱 뜯어냈다. 그리곤 바싹 구겨서 시멘트 바닥에 집어던졌다.



 “ 안 내려가? 점심시간 다 끝났어. ”



 여자아이는 고개를 저었다.



 “ 나 시험 안 볼 거야. ”



 그 음성은 무심하고 부드러웠다. 



 “ 그래, 맘대로 해. ” 



 카르멘은 건포도 초콜릿 캔디를 입안에 쑤셔 넣었고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계단을 내려오는 동안 카르멘은 그 여자아이가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애가 입 밖으로 낸 말은 ‘나 시험 안 볼 거야’란 말이 전부였고 카르멘은 ‘그래서, 진짜로 하고 싶은 말은 뭔데?’라고 묻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다.



 계단을 다 내려왔을 때 그녀는 마지막 남은 캔디의 포장을 뜯고 있었고 여자아이에 대해서는 전부 잊어버린 채 아침에 레스의 책에서 읽었던 구절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내가 머무는 곳은 깊은 우주, 내 목적지는 별들. 더럽게 멋진 구절이었다.




*          *           *





 역사 시간은 언제나처럼 지루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카르멘에게는 퀴즈의 질문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에겐 그게 편했다.



 치어리더 공주들은 고개를 꼿꼿이 들고 자랑스럽게 퀴즈의 답을 외쳐댔다. 그리고 마크가 마지막 질문에 답을 했을 때는 모두가 박수를 쳐댔다. 



 의도적인지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마크는 수업 벨이 울린 후에야 들어왔고 카르멘의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가을 학기가 시작된 후 카르멘은 마크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거의 없었다. 그녀가 보기에 마크는 갑작스럽게 여윈 것 같았다. 마치 자고 나서 한 뼘이 커진 사춘기 소년처럼. 하지만 그 부르주아 나치 녀석이 여위든 말든 그녀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다음 수업은 기하였고 마크는 여전히 그녀 곁에 자리를 잡았다. 삼각형을 가지고 기묘한 증명 문제를 푸는 동안 교사는 마크에게 다가와 그의 성적을 칭찬했다.



 “ 2주일 후에 수학 경시대회가 있는데 우리 학교 대표로 너와 앤더슨을 추천할 생각이야. 준비 잘 해둬라. 진학에도 도움이 될 거야. ”



 그리고 언제나처럼 교사는 카르멘을 스쳐지나갔다. 공기를 투과하듯.




*          *           *




 마침내 벨이 울렸고 아이들이 시끌시끌하게 떠들며 복도로 쏟아져 나왔다. 카르멘은 복도를 돌아 나오다 공주 무리를 이끌고 나온 금발 치어리더에게서 팔꿈치 공격을 당했고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은 날이었기 때문에 냅다 정강이를 걷어차 주었다. 싸움이 나야 할 상황이었지만 누군가가 뒤에서 그녀를 슬며시 떠밀었고 그녀는 치어리더 패거리들에게서 벗어나 하교하는 아이들의 물결 속으로 파묻혔다. 운동장으로 나와 뒤를 돌아보니 마크였고 카르멘은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 끼어들 필요는 없어. ”



 마크가 뭐라고 대꾸하려고 했을 때 근처에서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비정상적으로 날카롭고 히스테릭한 비명 소리였다.



 마치 커다란 블랙홀에 빨려들듯 아이들이 와르르 몰려들기 시작했고 카르멘은 다시 파도에 떠밀렸다. 그리고 시멘트 보도 위에 사지를 뻗고 누워 있는 여자아이를 보았다.



 성이 A로 시작하는 아이.



 소녀는 타원을 그리며 퍼져나가는 피 웅덩이 위에 누워 있었다. 희끄무레하던 얼굴에는 푸르스름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고 코와 입에서 끈끈한 선홍색 피가 두 줄기 흘러내리고 있었다. 엷은 갈색 머리칼에는 피와 뇌수가 엉겨 있었다. 시멘트 바닥에 정통으로 부딪쳐 두개골이 박살난 것 같았다. 두 팔과 다리는 기이하게 왼쪽으로 구부러져 있었다. 마치 꼭두각시 춤을 추다가 부러져버린 나무인형 같았다. 



 “ 옥상에서 뛰어내렸나봐.. ”


 “ 누, 누구야? ”


 “ 누구지? ”


 “ 처음 보는 앤데.. ”



 시체는 작고 둥근 눈을 말없이 뜬 채 허공을 바라보며 누워 있었다. 금발머리 치어리더가 비명을 지르며 기절해 넘어졌고 곁에 있던 남학생 하나가 재빨리 그녀를 안아들고 자리를 피했다.



 “ 대체 누구야...? ”


 “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가 있어, 너무 끔찍해.. ”


 “ 선생님을 불러.. ”


 “ 앤더슨... 앤더슨 아냐? ”


 “ 무슨 앤더슨인데? ”


 “ 몰라. ”



 카르멘은 침을 삼켰다. 입술을 깨물었다. 피가 흘러내렸다. 비명을 지르게 될까봐 두려웠다. 한번 비명을 지르기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을 것 같았다.



 “ 너무하잖아, 하필이면 수업 끝날 때 뛰어내릴게 뭐야... 30분만 참아줘도 됐잖아.. ”



 카르멘은 욕설을 퍼부으며 아이들을 밀어젖히고 시체 곁으로 달려갔다. 두 손으로 죽은 여자아이의 머리를 껴안았다. 손바닥에 뭔가 끈끈하고 기분 나쁜 점액이 엉겨들었다. 현기증이 났다. 시멘트 바닥이 핑그르르 돌며 그녀에게로 달려드는 것 같았다.



 불과 두어 시간 전까지 옥상에 같이 앉아 있던 애였다. 그들 사이에 오고간 대화라곤 서로 이어지지도 않는 몇 마디뿐이었다. 



 앤더슨. 성이 A로 시작하는 아이. 



 카르멘은 그 애의 이름을 물어본 적도 없었다. 그 애가 마지막으로 입 밖으로 낸 말은 ‘나 시험 안 볼 거야’란 말이 전부였다. 그녀는 ‘그래서, 진짜로 하고 싶은 말은 뭔데?’ 라는 물음조차 던지지 않았다. 귀찮았기 때문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짜증이 났기 때문에. 그 흔한 이름 하나 물어본 적이 없었다. 



 10여 분 후 교사들이 달려와 앤더슨의 시체로부터 그녀를 떼어냈다.




*          *           *





 정신이 들었을 때 카르멘은 낯익은 양호실 커튼 아래 누워 있었다. 이미 창밖은 캄캄했고 누군가가 목까지 담요를 덮어준 모양이었지만 한기가 느껴졌다. 지독한 악몽을 꾸고 일어난 것 같았다. 잠에서 깨어나기 전부터 그녀는 죽은 여자아이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플라스틱 컵이 그녀의 입술에 와 닿았다.



 “ 마셔, 기분이 좀 나아질 거야. ”



 뜨거운 코코아가 목구멍으로 한 모금 흘러들었고 카르멘은 고통스런 온기를 느꼈다. 그녀는 두 손으로 컵을 감싸고 천천히 코코아를 전부 마셨다.



 컵을 받아들며 마크가 말했다.



 “ 집에 데려다줄게 그만 가자. 여덟 시가 넘었어. ”



 
 카르멘은 손등으로 눈을 문질렀다. 모래가 들어간 것처럼 따끔거렸다.



 “ 걔는 어떻게 됐어? ”


 “ 앰뷸런스가 와서 병원으로 실어갔어. ”


 “ 죽었어, 그렇지? ”



 
 마크는 한동안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그녀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 너랑 잘 아는 사이였어? ”


 “ 아니. ”



 카르멘은 구토기를 삼키며 중얼거렸다.



 “ 아까 옥상에서 잠깐 얘길 했을 뿐이야. 아마 내가 걜 마지막으로 봤던 사람일 거야. "



 카르멘은 차마 ‘살아 있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가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마크를 보았다. 그리고 그의 셔츠에 묻어 있는 지저분한 피 얼룩을 보았다. 맨 처음에 카르멘은 마크가 앤더슨의 시체를 안고 온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다. 앰뷸런스가 그녀를 실어갔다고 했다. 그리고 마크가 품에 안아 옮기기엔 앤더슨은 너무나, 너무나 컸다. 아마도 그의 셔츠에 얼룩을 묻힌 것은 앤더슨이 아니라 카르멘 자신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손과 스웨터를 내려다보았고 검붉게 변색된 핏자국을 발견했다. 



 “ 이거 입어. ”



 마크가 학교 엠블럼이 찍힌 미식축구 티셔츠를 건네주었다.



 “ 너는? ”


 “ 난 됐어. 별로 안 묻었어. ”



 카르멘은 머리 위로 스웨터를 벗었고 맨살에 와 닿는 한기에 몸을 움츠리며 티셔츠를 뒤집어썼다. 토할 것 같았다. 하지만 기껏 갈아입은 옷을 더럽히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꾹 참았다.  



 마크는 그녀가 침대에서 내려오는 것을 도와주었다. 그녀는 완전히 무감각해져 있었다.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것이 누구든 상관없었다. 확실한 건 지금 상태로는 도저히 혼자 일어설 수 없다는 것, 한 발짝도 혼자 내디디고 싶지 않다는 것뿐이었다. 그게 마크라 해도 상관없었다. 그녀를 괴롭혔던 금발머리 치어리더라 해도 괜찮았다.



 그녀는 거의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 난 걔 이름도 몰랐어. ”   


 “ 타냐 앤더슨이야. ”



 카르멘은 놀란 눈으로 마크를 올려다보았다. 아무도 그 애의 이름을 모르고 있었다. 분명 뒤늦게 달려온 교사들 역시 그 애의 이름을 몰랐을 것이다. 앤더슨이라는 성 외에는. 그걸 아는 사람들도 거의 없었을 것이다.



 마크는 그녀로부터 시선을 돌리며 나직하게 뇌까렸다.



 “ 편지를 받은 적이 있어. ”


 “ 발렌타인 편지? ”



 
 카르멘은 자신이 왜 그런 것을 묻는지 알 수가 없었다.



 “ 그래, 발렌타인 편지. 별 내용은 없었어. ”



 카르멘은 잠시 마크의 조각 같은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아마 그는 교내에서 발렌타인 카드를 제일 많이 받는 남학생 중 하나일 것이다. 그에게 있어 뚱뚱하고 못생긴, 그리고 아무런 존재감도 없는 여자애의 발렌타인 카드란 아무런 의미도 없었을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그건 마크의 잘못이 아니었다. 다른 잘생긴 남자애들 역시 똑같을 것이다.



 
 “ 근데 요즘은 왜 마크랑 안 다녀? ”


 “ 그 개자식이랑 뭐가 좋은 일이 있다고 같이 다녀. ”


 “ ... 멋진 애잖아. ”


 “ 속물이지. ”



 그녀는 타냐와 나눴던 그 대화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을 마크에게 전한다는 것은 너무나 잔인하고 끔찍한 짓처럼 느껴졌다. 타냐는 마크를 좋아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죽은 것은 아니었다. 분명 그것 때문은 아닐 거라고 믿고 싶었다. 혹은 자신의 쌀쌀맞은 태도 때문도. 분명 뭔가 큰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부모로부터 혼이 났거나 어디선가 모욕을 당했을 거라고 믿고 싶었다. 아주 사소한 그 무엇 때문에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 스쳐 지나가는 몇 마디 때문에 그녀 또래의 한 소녀가 옥상에서 뛰어내릴 수 있다는 것을 믿고 싶지 않았다. 책임은 어딘가 다른 곳에 있을 거라고, 그 어떤 것으로도 그 죽음을 막을 수는 없었을 거라고 믿고 싶었다.



 
 마크가 바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



 “ 네 거야. ”


 “ 뭔데? ”



 카르멘은 손바닥 위에 있는 종이쪽지를 내려다보았다. 구겨진 종이쪽지였다. 검은 볼펜 잉크로 휘갈겨진 글자들이 보였다. 그녀가 수첩에서 뜯어냈던 종이쪽지였다.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찍찍 줄을 긋고 집어던졌던 종이쪽지.



 
 “ 어디서 났어? ”


 “ 타냐 옆에 떨어져 있었어. ”


 “ 근데 왜 들고 왔어? ”



 마크는 말문이 막힌 것 같았다. 잠시 침묵한 후 그는 어눌하게 대꾸했다.



 “ 네 글씨잖아. 네가 휘말릴까봐 그랬어. ”



 카르멘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했다. 학교 측에서는 타냐의 자살 동기를 찾기 시작할 것이다. 유서 깊은 귀족 사립학교에서 학생이 자살한 건 불명예스런 오점이 될 것이다. 자살한 소녀가 문제아로 소문난 아이의 필체가 적힌 종잇조각을 쥐고 있었다는 것이 밝혀지면 희생양을 하나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마크는 언제나처럼 그녀보다 영리했다.



 “ 그래, 고마워. ”



 처음으로 카르멘은 마크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다. 




 그녀는 천천히 쪽지를 폈다. 열 줄 정도 써 내려갔던 시는 마지막 단어에서 막혀 있었고 돌이킬 수 없게 지워져 있었다. 너무나 거칠게 줄을 북북 그어놓아서 글씨를 거의 판독할 수가 없었다. 카르멘 자신을 제외하고는 누구에게도 아무런 의미도 없는 쓰레기였다. 그러니까 결국 타냐는 이 종이쪽지를 쥐고 뛰어내린 게 아니었다. 싸늘한 11월의 바람이 옥상에서 이 종이를 불어 떨어뜨린 것일 뿐이었다. 



 그녀는 종이쪽지를 뒤집었다. 그리고 보라색 잉크로 휘갈겨진 네 줄의 시를 발견했다.



  
 마지막 두 행에는 희미한 밑줄이 쳐져 있었다.  



내 이름은 걸리버 포일
내 나라는 지구
내가 머무는 곳은 깊은 우주
내 목적지는 별들




 카르멘은 종이를 바싹 구겼다. 그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마크로부터 등을 돌리고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          *           *




 옥상은 텅 비어 있었다. 



 그녀는 마크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서 발을 내디뎠다. 계단은 가파르고 길었다. 문은 잠겨 있었지만 그녀는 오래 전부터 잠긴 문을 여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문을 열었을 때 싸늘한 바람이 불어왔고 그녀의 곱슬머리가 붕 나부꼈다. 뒤따라오던 마크가 재채기를 했다. 그녀는 마크에게 같이 가자고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자신의 뒤에 아무도 없었다면 정말 무서웠을 것이 분명했다. 마크는 양호실 어딘가에서 찾아낸 손전등을 켰다. 



 그리고 그들은 천천히 옥상 위로 올라갔다. 넓고 텅 빈 옥상. 



 담배꽁초와 초콜릿 캔디 포장지들이 몇 개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 것도. 오직 바람 외에는.



 마크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 내려가자. 벌써 학교에서 다 보고 갔을 거야. ”



 카르멘은 고개를 저었고 마크의 손에서 손전등을 빼앗았다. 그리고 뭔가에 홀린 듯 자신과 타냐가 앉아 있었던 자리를 비추었다.



 그곳에 네 줄의 시가 있었다. 울퉁불퉁한 시멘트 바닥 위에 검정색 사인펜으로 한껏 커다랗게 흘려 쓴 글자들이 저 먼 곳으로부터 밀려드는 네온 불빛과 손전등 불빛, 그리고 흐릿한 달빛 아래 거대한 형광 캔디처럼 깜박이고 있었다.


 


내 이름은 타냐 앤더슨
내 나라는 지구
내가 머무는 곳은 깊은 우주
내 목적지는 별들




 카르멘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흐릿한 은빛을 띤 달이 떠 있었다. 하지만 별은 없었다. 뉴욕의 밤하늘에서 진짜 별을 찾는 것만큼 힘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녀는 마크에게 손전등을 돌려주었고 나직하게 말했다.



 “ 내려가자. ”




*          *           *





 때로는 단어 하나가 시를 완성한다. 인간의 삶조차도 그렇다. 스쳐 지나가는 한 단어가 모든 것을 바꿔놓는다. 그건 이름도 마찬가지다. 희미하게 일렁이며 사라지는 숨결 하나만으로도 살인을 저지를 수 있을 것이다. 머나먼 곳에서 번쩍이는 네온 불빛도, 바람을 타고 흘러드는 부드러운 노랫소리도, 바닥에 패인 작은 구멍에 모여 있는 개미떼도, 구겨져 버려진 작은 종이쪽지에 휘갈겨진 몇 줄의 시도.



 타냐는 그게 어디서 온 시인지도 몰랐다. 심지어 미나가 종이를 찢는 것조차 보지 못했다. 단지 그녀는 역사 시험을 보러 가지 않겠다고 결심했을 뿐이었다. 



 미나가 내려간 후 그녀는 결국 마음을 바꿔먹었다. 시험을 보지 않는다면 분명 나쁜 점수를 받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누구에게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타냐는 무거운 몸을 일으켰고 저려오는 무릎을 잠시 주물렀다. 그리고 시멘트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종이쪽지를 보았다.



 아주 오랫동안 타냐는 보라색 잉크로 휘갈겨진 네 줄의 시를 읽었다. 마치 그 네 줄의 시가 그녀의 피부로 문신처럼 파고드는 것 같았다. 그녀의 심장 한가운데로 깊게 낙인이 새겨지는 것 같았다.



 지금껏 단 한 번도 다른 사람의 언어가 그녀를 뒤흔든 적이 없었다. 그녀 자신의 존재를 잊게 해 준 적도 없었다. 그 무엇으로도 타냐 앤더슨이라는 존재를 잊게 해 줄 수 없었다.



 타냐는 검은색 사인펜을 꺼내 그 네 줄의 시를 베껴 썼다. 시멘트 바닥은 울퉁불퉁해서 글씨를 쓰기가 힘들었다. 마지막 단어를 쓰는 순간 사인펜의 펠트 팁이 부러지며 검은 잉크가 손가락 끝에 튀었다. 



 난생 처음으로 타냐는 온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심장으로부터 전신의 혈관으로 부드럽고 달콤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타냐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어둠이 밀려오며 하늘을 따스한 검은색으로 뒤덮었고 커다랗게 반짝이는 별들이 무리를 지어 나타났다. 그녀의 발 아래에는 아무 것도, 아무 것도 없었다. 오직 부드럽고 달콤하게 불어오는 바람 뿐.



 
 타냐는 소리 내어 웃었다. 처음으로, 처음으로 그녀는 충동적인 짓을 저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자유로웠다. 그녀는 네 줄의 시로 무장하고 있었다. 그녀가 잃어버린 단어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녀는 사방을 둘러싼 별들을 보았다.



 타냐는 천천히 발을 내디뎠다. 그녀는 바람을 디디며 걷는 법을 익혔다. 이제 별들은 도처에 있었다. 그녀는 두 팔로 바람을 껴안았다. 그리고 자신의 목적지에 도착하는 순간 부드럽고 달콤한 숨결을 내쉬었다.
 





FIN
2004. 9. 29



..



아주 오래전에 쓴 글이라 다시 읽으면서 기분이 새로웠다. 




예전에 이 폴더에 스타차일드 시리즈 에피소드들 중 일부를 발췌하거나 거의 전문을 올린 경우들이 있다. 각 링크는 아래. 옴니버스 단편들이라 각각 완결성을 띠고 있다만 하여튼 순서가 있다. 쓴 순서와 거의 일치한다. 뒤로 갈수록 인물들은 성장하거나 변화한다. 두번째 링크의 스테잉 인 더 다크는 미샤가 파리에서 체포되기 직전에 보냈던 (그런데 의외로 아주 평온한) 밤을 다루고 있다. 26편인 낫 이너프는 후반부의 일부만 발췌했었다.




open up and bleed(ep.14) : http://tveye.tistory.com/7072


staying in the dark(ep.20) : http://tveye.tistory.com/5413 


Incomparble blind(ep.25) : http://tveye.tistory.com/8448


Not enough(ep.26) : http://tveye.tistory.com/4774


크리스마스 파편(데본 펠) : http://tveye.tistory.com/4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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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8. 10. 27. 16:24

아침에 잠깐 sketch fragments 2018. 10. 27. 16:24




그래서 양치도 하고 세수도 하였다 






그리곤 도로 잤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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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씨. 뒹굴대다 도로 잠들어 엄청 늦게 일어나고 쫌 느지막하게 오후 차 마시고 있음.






​​





생일 기념으로 다샤님이 보내주셨던 초콜릿 꿀케익 오늘 개봉 :) 달콤쫀득~~~!!! 고마워요!!! 프라하 기억 물씬!!










너무 피어버린 분홍장미 ㅠㅠ 다 시들고 서너송이 남은 푸른색 옥시는 대와 잎사귀 거의 다 자르고 손질, 길에서 주워온 꽃 두송이(비바람 때문에 반쯤 꺾어져 휘청대도 있어 가책없이 채집해옴) 같이 조그만 잼 유리병에 꽂았음. 그리고 단풍 잎사귀 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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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제목의 두 장소 이름 사이에서 기묘한 갭이 느껴진다만.. 도스토예프스키 거리와 블라지미르스키 대로가 교차하는 장소에는 도스토예프스키 호텔이 있고 건너편엔 블라지미르 사원이 있다. 호텔은 허름하고 우중충한 3성인데 예약 사이트엔 4성으로 되어 있다.



2년 전 여름 급하게 날아가느라 백야 성수기에 다른 방을 구하기가 어려워 그나마 네프스키 거리 근처인 여기 얻었다. 가격이 싸서.. 그리고 도스토예프스키니까 좀 상징적으로.



호텔은 싼게 비지떡이었고 방음이 안됐다. 어차피 상관없었다. 당시 너무 피폐해져서 암막커튼 치고 방안에 오후까지 틀어박혀 있었다. 조식도 안 먹곤 했다. 나중에 료샤가 와서 거의 반강제로 손목을 낚아채 끌고 나가고 뭘 먹였다.



하여튼 그 호텔 바로 옆엔 지하철역이랑 쇼핑몰이 있었다. 쇼핑몰 자체는 별로였지만 지하에 꽤 좋은 큰 수퍼가 있었고, 1층엔 브리티쉬 베이커리가 있었다. 영국 빵 따위 뭐하러 사먹어.. 했지만 하여튼 바로 옆이라 몇번 갔었다.



이번에 갔을때 잠깐 들러 차 마셨다. 소파 자리가 편하긴 한데 창가 바 테이블에 앉으면 블라지미르 사원이 보여서 거기 앉았다. 창밖에 듬직한 체구의 아주머니가 앉아 있었다.



여기 있노라면 2년 전 그 당시가 생각난다.






브리티쉬 베이커리 흥~ 했지만 러샤 디저트들도 있고 에클레어도 있고 샌드위치도 다양하고 차나 커피도 저렴해서 괜찮은 곳이다. 나는 티백 홍차와 까르또슈까를 먹었다.









창가에 앉아 사원을 보고 종소리를 들으면서.





여기 까르또슈까는 많이 달고 진해서 나한텐 좀 과하다. 다 못먹음. 쫌 초콜릿 무스 느낌이 날 정도로 달고 묵직하다. 난 그냥 소련 공산품 맛인 세베르 까르또슈까가 젤 좋다.



.. 아까 2년전 프라하 사진들을 올리고 나니(http://tveye.tistory.com/8529) 그 당시가 떠올라서 페테르부르크 사진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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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8. 10. 26. 21:25

2년 전 프라하 풍경 몇 장 2016 praha2018. 10. 26. 21:25





프라하. 2016년 9월에 3주 가량 머물던 당시 구시가지와 신시가지, 말라 스트라나를 쏘다니며 찍은 사진 몇 장. 작년엔 5월말에서 6월초에 갔었는데 휴가가 짧아서 이때만큼 실컷 쏘다니진 못했다. 하긴 예전에 두어달 살때 많이 쏘다니기야 했다만.



이 당시엔 몸과 마음이 무척 힘들 때였다. 몇달 동안 일을 쉬었다. 6월엔 도망치듯 페테르부르크로 날아갔었고, 8월에 다시 너무 피폐해져서 9월에 프라하로 갔다. (그 결과 적금 하나 깼다) 페테르부르크에서는 거의 움직이거나 숨을 쉬거나 먹기가 어려웠었다. 그래서 2년 전엔 페테르부르크보단 프라하에서 훨씬 많이 걸어다녔다. 하긴 프라하가 산책하기엔 더 편한 곳이다. 골목도 많고 길을 잃기도 좋다. 날씨도 더 낫고. 그래도 여전히 나는 페테르부르크에 더 끌리지만. 어쨌든 이 당시 프라하를 쏘다니며 생각도 많이 하고, 또 동시에 생각을 덜 하기도 했다.



아름다운 도시이다. 지낼 때보다는 떠난 후 더 생각이 나는 곳. 그리고, 카페 에벨이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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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8. 10. 25. 22:39

레트니 사드의 고양이 2017-19 petersburg2018. 10. 25. 22:39





지난 9월. 레트니 사드에서 마주친 고양이 :) 



빛도 고양이도 녹색도 모두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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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8. 10. 25. 20:50

토끼 선배의 결론 sketch fragments 2018. 10. 25. 20:50





작년에 입사한 후배들(나랑 띠동갑 이상인 애도 있는데 그래도 친하게 잘 지냄. 간만에 밥 사줌)이랑 점심 먹고 차 마시며 수다떨다가... 남자후배 하나가 지나가는 다른 남자후배 보면서 저 헤어스타일 멋있다고 해서 시작된 남자 헤어스타일 이야기...





근데 왜 결론은 이렇게 ㅠㅠ


하긴 장발이 잘 어울리는 남자는 짧은 머리도 잘 어울리긴 하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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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8. 10. 24. 22:54

잘못 내렸던 곳 2017-19 vladivostok2018. 10. 24. 22:54





블라디보스톡. 작년 여름. 숙소가 외곽이었고 처음 갔을 때라 지리를 몰라 시내 나갈때 버스 잘못 타고 잘못 내렸었다. 그래서 낯선 동네(주거지) 돌아다니고 구경하다 이 지하보도 건너서 다시 버스 타고 숙소로 돌아갔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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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8. 10. 23. 23:52

운하 2017-19 petersburg2018. 10. 23. 23:52






모이카 운하. 지난 9월.



운하 따라서 많이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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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0. 23. 21:01

꽃토끼~ sketch fragments 2018. 10. 23. 21:01





오늘은 야근을 안 했고 덕분에 귀가하면서 꽃집에 들러 꽃을 몇송이 샀다 :) 역시 생화가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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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0. 22. 19:37

다시 노동노예 복귀 중 sketch fragments 2018. 10. 22. 19:37





흑흑 나는나는 노동노예 옥토끼.. 나는나는 콩쥐... 근데 두꺼비도 황소도 없어 흐앙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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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이전에 휴일 근무했던 거 대휴 낸 월요일. 근데 늦잠 자려다 실패해서(그냥 깸) 수면 부족 상태로 끙끙대다 이렇게 아침 챙겨묵고 책 좀 읽다가 지금은 기차 타고 일터로 내려가는 중이다.










화정 집을 나설때면 좀 허전하다. 여기가 집인데.. 또 일히러 가는구나 쫌 이런 기분이다. 2집은 그래도 2년 가까이 살면서 좀 아늑하게는 만들어놓았지만 여전히 좀 기숙사 같은 기분이라서...



1시 기차 탔다. 이제 광명 지나는 중. 좀 자야겠다.



..




저녁에 추가







객실이 시끄러워서 기차에선 별로 못 잤다. 잠깐 조는 동안 슈퍼갑 전화가 두 통이나 와 있었다ㅠ 내려서 통화함. 휴가고 뭐고 다 없어 흑..



2집 돌아와 청소하고 씻고 5시 전에 이른 저녁 먹음. 디카페인 티 우려 저녁 차 마시고 있다. 원래 저녁엔 안 마시는데 오늘 하루가 아까워서... 낮 기차를 타면 하루를 그냥 버리는 느낌이다






오랜만에 꺼낸 레닌그라드 사냥꾼 찻잔 :)











아스토리야 호텔에선 저녁 침구 정돈을 해주면 베개 위에 저 조그만 알룐까 초콜릿을 올려놓는데, 알룐까 좋아해본적도 없고 애기 얼굴 넘 크게 그려져 있어 귀엽다기보단 쫌 괴기영화같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호텔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선지 저 조그만 초콜릿은 좋다. 킷캣 비슷한 타입인데 맛도 나쁘지 않다. 알룐까 다른 시리즈는 별로 안 좋아함. 맛도 없고..



하여튼 호텔방에 놓아준 저 녀석들 여러개 챙겨와서 친구들도 한두개 쥐어주고 나도 이따금 까먹다보니 이제 이거 하나 남음. 화정에도 한알. 흑.. 여행 추억 떠올리는 재미가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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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0. 21. 14:04

생일 오후는 평온하게~ tasty and happy2018. 10. 21. 14:04





내 생일인데 꼭 지 생일처럼 버티고 앉아 있는 쿠마 ㅋㅋ







꽃집 가려니 내일 또 2집 내려가야 해서 포기했는데 집 앞 장미덩쿨 아래 떨어진 꽃이 두송이 있어 주워와 좀 손질해서 유리잔에 띄워둠. 나름대로 이뿌다.







어제는 쥬인이 집까지 놀러와 축하해줌. 오늘은 따로 약속 잡진 않고 늦게까지 뒹굴대다 일어나 집에서 편하게 쉬는 중 :)



온오프라인으로 생일 축하해주신 모든 분들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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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어제의 고로호바야 거리 사진(http://tveye.tistory.com/8505)에 이어 오늘은 쉡첸코 거리 사진 몇 장.

 

 

여기는 내가 러시아에 두번째로 연수를 갔을 때 살았던 기숙사가 있는 곳이다. 첫 연수 때는 바닷가에 있는 까라블레스뜨로이쩰레이 거리의 기숙사에서 살았고(이때 쥬인과 만났음) 세월이 흘러 다시 갔을 때는 이곳 쉡첸코에 있는 기숙사에 살았다. 이쪽 기숙사 시설이 더 좋고 더 비싸다. 분명 첫 연수 시절엔 이쪽에 있는 기숙사 시설이 더 안 좋았는데 그 사이에 바뀌어 있었음.

 

 

 

 

 

이게 내가 지냈던 기숙사 건물이다 :) 여기는 나름대로 보안이 잘 되어 있었고 외부인은 들어갈 때 여권을 맡겨야 하며 밤 9시인가 10시가 되면 나가야 했다.

 

 

고로호바야 거리에 트로이를 입주시켰던 것과 마찬가지로, 나는 이 쉡첸코 거리에 갈랴와 료카의 보금자리이자 트로이네 문학 서클의 아지트가 있는 것으로 설정했다. 사실 기숙사 양옆과 맞은편에 진짜로 아파트들이 있었고 그 중 한두 집에는 가보기도 했었다.

 

 

 

 

이렇게...

 

 

쉡첸코 거리는 꽤나 조용하고 한적하다. 근처엔 널찍한 공원이 있어 산책하기도 좋고 주거 지역이다. 대신 조금만 올라가면 공동묘지가 있다(ㅜㅜ) 그래서 그쪽으로 가면 쫌 무섭다.

 

 

이 사진들은 트로이와 미샤의 장편을 쓰고 난 이듬해 여름에 뻬쩨르에 갔을 때 들러서 찍은 것이다. 사실 여기는 관광지도 아니거니와 바실리예프스키 섬에서도 꽤 안쪽으로 들어와야 하는 동네라서 맘먹고 가지 않으면 다시 가기가 어렵다. 옛 추억을 되살릴 겸, 그리고 실제로 갈랴와 료카의 아파트가 어디쯤이고 지금 풍경은 어떤지 찍어놓고 싶어서 카메라를 들고 갔었다. 여행을 가면 주로 네프스키 거리나 이삭 성당 근처의 중심지에 묵게 되므로 여기 오려면 항상 잘 안 오는 7번 버스나 무지 느린 트롤리버스인 10번을 타야 한다.

 

 

이 버스들은 궁전교각을 따라 네바 강을 건너고 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우니베르시쩻)을 거쳐 바실리예프스키 섬 안쪽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이 버스들은 쉡첸코 거리에서는 서지도 않으므로 날리치나야 거리나 가반스까야 거리에서 내려서 걸어들어와야 한다. (아니면 미니버스인 마르쉬루트카를 타야 하는데 나는 '~에서 내려주세요' 하는 게 피곤해서 웬만하면 그걸 안 타는 편임)

 

 

나는 트로이와 미샤의 장편을 바로 이 장소에서 시작했다. 소설 1부 1장에서 트로이는 이 거리의 이 아파트에서 미샤를 처음으로 만난다. 금서를 읽고 토론하는 문학 서클의 아지트, 그들이 '엄마'라고 부르곤 하는 갈랴와 그녀의 남편 료카가 이 아파트 건물에 산다. 친구들은 일주일에 한두번씩 저녁에 이곳으로 모여들고 금서나 지하출판물, 외국어 문학을 읽고 토론을 하고... 주로 술을 마시며 논다. 그러던 어느 늦가을 밤, 미샤가 우연히 알게 된 서클 멤버를 따라 이곳에 오고 트로이는 창가에 기대어 있는 그를 본다.

 

 

나는 그들이 나의 루트를 따라 걷게 했다. 그들은 쉡첸코 거리에서 말르이 대로를 따라 걸어나와 길을 건너고 날리치나야 거리의 정류장에서 트롤리 버스를 탄다. 트롤리 버스는 진눈깨비가 몰아치는 레닌그라드를 느릿느릿 횡단한다. 바실리예프스키 섬을 지나 궁전교각을 따라 네바 강을 건너고 네프스키 대로로 들어서 미샤의 기숙사 가까이 있는 알렉산드린스키 공원까지 간다. 나는 눈을 감고도 그 길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 길을 떠올리면서 글을 쓰던 순간과, 이미 글을 마치고 나서 그 길을 다시 따라 오가는 순간은 같으면서도 달랐다. 하지만 둘다 행복하고 충만한 순간이었다.

 

쉡첸코 거리의 아파트들 사진 몇 장. 여기 어딘가에 갈랴와 료카의 집이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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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8. 10. 20. 22:59

토끼네 집에 놀러온 쥬인 sketch fragments 2018. 10. 20. 22:59




쥬인아 멀리까지 와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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