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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에 해당되는 글 43

  1. 2017.10.30 북방도시에서 살아 돌아온 그 패딩 4
  2. 2017.10.29 주말 티타임 사진들 + 쿠마 4
  3. 2017.10.26 카잔 성당 돔과 푸른 하늘 4
  4. 2017.10.25 페테르부르크 3
  5. 2017.10.22 열받은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미샤 + 춤과 담배와 알콜 14
  6. 2017.10.22 새 찻잔들과 함께 한 주말 티 타임 4
  7. 2017.10.21 흰 비둘기, 청회색 비둘기, 까마귀 깃털 4
  8. 2017.10.18 낮에 잠시 4
  9. 2017.10.16 싸늘한 가을, 페테르부르크 산책 6
  10. 2017.10.15 흐린 가을 오후, 네바 강변을 따라 걸으며 4
  11. 2017.10.15 미샤의 안무 데뷔 - 루슬란과 류드밀라 20
  12. 2017.10.14 새 찻잔, 장미들과 거베라 6
  13. 2017.10.12 그리보예도프 운하의 가로등 램프들 4
  14. 2017.10.10 10월 초의 미하일로프스키 공원 4
  15. 2017.10.10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 끄아 피곤해 10
  16. 2017.10.10 귀환 4
  17. 2017.10.10 곧 탑승..
  18. 2017.10.09 뻬쩨르 마지막 날은 이렇게 보냄 2
  19. 2017.10.09 잘 쉬었다 가요 아스토리야
  20. 2017.10.09 블린, 레냐랑 같이 엉엉, 그냥 계속 있고 싶어라 4
  21. 2017.10.09 10.8 일요일 밤 : 마지막 날, 불새, 마린스키 추억, 글, 논리력 증강 레냐, 다샤, 마음은 산란 2
  22. 2017.10.08 건망증 대왕, 토끼고집 폭발, 료샤의 설움 4
  23. 2017.10.08 10.7 토요일 밤 : 사계(일리야 쥐보이 안무) 짧은 메모, 드디어 산책, 수프 비노, 많이 큰 레냐
  24. 2017.10.07 본치 카페에서 그린 스케치 몇 장 10
  25. 2017.10.07 10.6 금요일 밤 : 역시 비, 본치 카페, 비싼 걸 포기한 후, 빨간 숄, 그외, 푸쉬킨 4




바로 이 녀석.


몇년전 아울렛에서 싸게 샀는데 얇고 편하긴 했지만 얇기도 하고 깃털이 균일하지 않아서 자꾸 엉덩이 위까지 말려 올라가고 그 아래는 깃털 없이 자꾸 천만 남았다. 한마디로 없어보였다!!


그래서 이번 러시아 갈때 비상용으로 가져갔다. 10월초니 보험용으로 가져간거고 한두번 입다 버려야지 했으나 매일 비오고 바람부는 10월 뻬쩨르에서 이놈은 큰 능력을 발휘! 거의 매일 입었고 결국 고맙고 아까워서 도로 가져옴. 오늘 갑자기 추워져서 심지어 이거 입고 본사 내려옴 ㅋㅋ


사진은 뻬쩨르 떠나던 날 오전. 본치 카페. 벽의 옷걸이에 걸어놓은 패딩. 카페가 이쁘고 조명이 근사하니 덩달아 패딩마저 괜찮아보임 ㅋㅋ






본치 카페 그립다!

:
Posted by liontamer
2017. 10. 29. 20:38

주말 티타임 사진들 + 쿠마 tasty and happy2017. 10. 29. 20:38

 

 

 

이건 오늘. 일요일 오후.

 

 

 

 

 

 

 

 

 

 

 

 

 

 

 

 

 

 

 

 

 

이건 어제.

 

 

예전에 로모노소프 푸쉬킨 찻잔 사왔는데 비행기에서 금이 가버려서 그냥 모셔만 놨다. 다시 사자니 아까워서 이번에 갔을 때 그냥 마트에서 파는 저렴한 찻잔 샀음. 도자기 매우 투박. 그래도 뭐 푸쉬킨이랑 펜이랑 잘 그려져 있으니..

 

 

이 푸쉬킨 찻잔에 차 마시다가 어제 뽀글머리 미샤 그렸음 ㅋㅋ

 

 

 

 

 

 

 

 

 

 

푸쉬킨 찻잔에 마시는 기념으로 푸쉬킨이 직접 그린 그림들 모음집이랑 루슬란과 류드밀라 함께.

그리고 쿠마도 ㅇㅅㅇ

 

 

 

:
Posted by liontamer
2017. 10. 26. 23:05

카잔 성당 돔과 푸른 하늘 2017-19 petersburg2017. 10. 26. 23:05







10월. 페테르부르크.



일주일 내내 비가 왔다. 이날 잠시 하늘이 좀 보여서 열심히 걸었다. 이때도 중간중간 비가 오긴 했다.

:
Posted by liontamer
2017. 10. 25. 23:48

페테르부르크 2017-19 petersburg2017. 10. 25. 23:48




부셰.





카잔스카야 거리.








:
Posted by liontamer


 

 

오늘 발췌하는 글은 a4 3장 정도로 꽤 짧은 장면이다. 에피소드 전체가 아니라 일부이고 실질적인 사건이라기보다는 트로이와 미샤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이전에 이 장면 다음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 따로 올렸던 적이 있다. 그 링크는 글 아래에 달아보겠다.

 

 

배경은 1976년 초. 소련 레닌그라드. 지금의 상트 페테르부르크. 트로이의 작은 아파트 안이다. 예전에 여러번 등장했던 볼쇼이 안무가 스타니슬라프 일린이 키로프 극장 게스트 안무가로 초빙된 직후이다. 일린은 문화국과 윗분들이 키로프로 밀어넣은 '모스크바' 안무가이므로 키로프 윗선에서는 당연히 그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사실 일린이 온 것은 미샤와 지나이다를 위한 작품을 안무하라는 미션을 받았기 때문인데 소설에서는 자세히 묘사하진 않았다. (..사실은 미샤를 모스크바로 낚아가려는 그쪽 윗분들과 볼쇼이 측의 밑밥깔기....)

 

 

하여튼 새로운 것에 목말라 있던 미샤는 일린과 그의 작품, 그가 무용수를 대하는 태도 등에 감명을 받는다. 그래서 같이 작업을 하게 되는데 그게 그리 호락호락하진 않다.

 

 

미샤에게는 극장 내부 적들도 많은데 그 중 대표적인 인물이 울리얀 세레브랴코프 라는 남자 무용수이다. 정통 소련 무용수, 고전적이면서도 늘씬하고 근육질이고 강건한 왕자님/혁명영웅 스타일의 미남자이다. 미샤보다는 10여년 이상 선배이고 공훈예술가인데 미샤가 입단했을 때부터 그를 눈엣가시처럼 미워해 많이 괴롭혔다. (저수지에도 빠뜨리고...) 열받은 지나가 그의 여자친구인 옥사나의 허리를 비틀어 쥐어짠 적도 있음.

 

 

발췌된 부분은, 일린이 새로 안무해주는 작품인 '백야' 연습을 하다가 트로이의 집에 들른 미샤가 그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장면이다.

 

 

..

 

 

위의 화보는 아르춈 옵차렌코. 볼쇼이 무용수.

 

 

..

 

스탄카는 미샤가 일린을 부르는 애칭이다.

 

 

나타샤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소설의 여주인공이다. 여기서 일린이 안무하는 춤은 유명한 나타샤의 첫 무도회 장면이다.

 

 

고리키는 그 '막심 고리키'이다.

 

 

프로파간다 발레는 말 그대로 프로파간다 목적을 띤 발레이다. 소설도 그림도 발레도 연극도 영화도 이런 거 많았다. 소련 시절 유명한 발레들 중에도 많다.

 

 

...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미샤는 고개를 젖히며 어깨를 한쪽으로 돌렸다. 작년에 다쳤던 곳이 계속 아픈 것이 분명했다. 얼굴을 찡그리며 몇 차례 어깨를 돌리더니 손가락으로 아픈 부위를 꾹꾹 눌렀다. 트로이는 끓는 물을 채운 보온병을 스팀 타월로 둘둘 말아 그에게 건네주었다. 미샤는 티셔츠를 벗더니 어깨를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수증기 때문에 흰 살갗이 금세 빨갛게 달아올랐다.

 

 

 트로이는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 붉게 달아오른 어깨와 팔 위에 입을 맞추고 싶었다. 하지만 그때 미샤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 오늘 스탄카가 세레브랴코프를 자기 세션에 출입 금지시켰어. ”

 

 


 “ 무슨 세션? 백야에 그 작자도 나와? 그 나스첸카 첫사랑 역이야? ”

 

 “ 아니, 백야가 메인이긴 한데 45분 정도 밖에 안돼. 하루 공연 무대로는 모자라지. 짧은 거 두 개가 더 있어. 하나는 톨스토이. 전쟁과 평화지. 그건 나타샤의 독무야. 나머지 하나는 고리키의 인생을 모자이크한 프로파간다 발레고. 어쨌든 당국의 비위를 맞춰주긴 해야 하니까 스탄카가 끼워넣은 거야. 오늘 그 두 개 오디션을 봤거든. 연차와 급수에 관계없이. ”

 

 “ 백야는 너와 지나이다로 정해진 거야? ”

 

 “ 응. 오디션 없이. ”

 

 “ 세레브랴코프는 왜? ”

 

 “ 그 고리키를 추고 싶어 했으니까. 그자는 스탄카를 싫어하지만 어쨌든 포노마레바가 밀어주고 있으니까 같이 작업하는 게 이득이라고 생각했겠지. 게다가 고리키 역이라면 구미가 당겼을 거고. 얘기했잖아, 프로파간다 발레로 뜬 놈이라고. ”

 

 “ 그럼 일린에게 건방지게 굴 리가 없잖아. 왜 출입 금지당한 거야? ”

 

 “ 백야 때문에 나도 그 방에 같이 있었거든. 오디션 보러 온 세레브랴코프는 그것 때문에 꼭지가 돌았지. 난 이미 역을 받았으니까. 그 작자는 해석도 괜찮았고 춤도 꽤 잘 췄어. 아마 곱게 나갔으면 스탄카가 고리키를 줬을 거야. 근데 그 얼간이가 나가면서 내 쪽으로 왔지. ”

 

 “ 그리고? ”

 

 “ 백야 하나로는 성이 안 차느냐, 나타샤 역 때문에 온 것 같은데 굳이 오디션을 보지 않아도 역을 받을 거라고 비아냥댔지. 무도회 드레스를 입고 토슈즈를 신을 수 있을 테니 좋겠다고 하던데. 넌 그런 모습을 상상할 수가 없다고 했지만 그자는 아주 상상이 잘되는 모양이었어. ”

 

 

 미샤가 휘파람을 불었다. 별로 기분이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 재수 없게 스탄카가 그 말을 들었거든. 그래서 정색을 하면서 세레브랴코프를 내쫓았어. 앞으로 자기 세션에는 발을 들여놓지 말라고 했지. 고리키는 레냐에게 줬고. ”

 

 “ 나타샤는? ”

 

 “ 니넬한테 줬어, 아마 넌 걜 모를 거야. 작년에 들어온 애라서. 설마 스탄카가 정말 그걸 나한테 줬을 거라고 생각했어? ”

 

 “ 추고 싶지는 않았어? ”

 

 “ 글쎄, 백야 하나만으로도 머리가 터질 것 같고 드레스는 더 싫지만. 솔직히 말하면 추고 싶긴 하지. 그 작품 모스크바에서 봤었거든, 아주 재미있는 역이야. 하지만 세레브랴코프는 그런 뜻으로 한 얘기가 아니었으니까. 스탄카가 아니었다면 난 그때 화를 내야 했을지도 몰라. 그래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 ”

 

 “ 그럼 화가 나지 않았단 말야? 그렇게 비열하게 구는 놈한테? ”

 

 “ 좀 열받긴 했지. 근데 어차피 난 그놈을 볼 때마다 구역질이 나니까 크게 다를 것도 없었어. 내가 열받는 것과 대놓고 화를 내는 건 좀 다른 거야. 그런 상황에서 화를 내지 않으면 입장이 아주 이상해져. ”

 

 “ 일린이 끼어들지 않았다면 싸웠겠네. ”

 

 “ 한 대 갈겨야 했겠지. 포노마레바와 놀아나서 역을 따냈다는 것과 계집애 역을 추려고 안달이 났다는 건 완전히 다른 얘기니까. ”

 

 

 타월로 싼 보온병을 어깨 위로 굴리면서 미샤가 바닥에 벗어놓았던 코트 주머니를 한 손으로 뒤져 담배를 꺼냈다.

 

 

 “ 끊었던 거 아냐? ”

 

 “ 어차피 세 개비 이상 피우지도 못하는데 끊어봤자 무슨 소용이 있어. 알콜이랑 똑같아. ”

 

 “ 몸에서 안 받는 게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해. 건강에 좋지 않을 테니까. 춤에도 방해가 될 거야. ”

 

 


 “ 춤 자체가 비정상적으로 몸을 학대하는 거야. 발끝으로 서고 근육을 비정상적으로 잡아 늘이고 뼈가 부러질 만큼 휘어대는 거라구. 그깟 술 몇 잔, 담배 몇 개비 따위 더한다고 달라질 게 뭐가 있어. ”

 

 


 “ 춤 때문에 머리가 아프거나 필름이 끊기지는 않잖아. ”

 

 


 “ 춤도 가끔 그래. ”

 

 

 

 미샤가 보온병을 내려놓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깊게 연기를 빨아들이며 눈을 감았다. 광대뼈 아래로 뺨이 살짝 패이며 콧대가 두드러지게 솟아올랐다. 트로이는 라이터와 보온병을 한쪽으로 밀어버렸다. 그의 곁으로 다가가 미간과 콧등에 입술을 가져갔다. 미샤는 잠시 호흡을 멈췄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연기를 훅 뿜어버렸다.

 

 

 “ 미안, 간접 흡연시켜서 ”

 

 


 “ 전혀 미안한 것 같지 않은 표정인데. ”

 

 


 “ 어차피 넌 나보다 열 배쯤 더 마시잖아. ”

 

 

 트로이는 그의 손에서 담배를 빼앗았다. 카펫에 구멍이 나든 말든 개의치 않고 한 모금 밖에 피우지 않은 담배를 비벼 꺼버렸다.

 

 

 

...

 

 

 

이 다음 이야기를 전에 발췌한 적이 있다. 사실은 바로 다음은 아니고... 위의 분위기대로... 트로이와 미샤의 19금 장면이 조금 있는데 그부분 지나간 후.... 세레브랴코프와의 언쟁이 생각보다 깊이 마음속에 남아 있었던 미샤가 평소에 잘 드러내지 않았던 속내를 토로하고 자신의 춤과 교조주의, 강령에 대해 얘기하는 장면이다. 그 링크는 아래 :

 

http://tveye.tistory.com/4720 : 교조주의, 강령으로서의 예술, 세 개의 메모 :

 

 

..

 

 

울리얀 세레브랴코프와 미샤의 악연에 대해서는 전에 몇번 발췌한 적이 있다. 사실 세레브랴코프 쪽에서 일방적으로 괴롭히는 편이긴 했다만... 하여튼 페름에서의 싸움과 저수지 사건에 대한 두가지 이야기 링크를 각각 아래. 하나는 트로이와의 대화, 나머지 하나는 미샤의 후원자인 드미트리 마로조프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었던 단편에서 가져왔다. 둘다 같은 페름 투어에서 일어났던 일인데 미샤는 트로이에게는 저수지 사건만 얘기하고 마로조프에게는 치고받고 싸운 얘기만 한다.

 

http://tveye.tistory.com/3594 미샤의 첫 번째 시즌, 돈키호테, 축구팀과 군대처럼

 

http://tveye.tistory.com/5469 미샤의 신입 시절, 싸움의 이유

 

 

맨날 당하는 미샤가 답답해서... 세레브랴코프의 여자친구이자 역시 미샤의 적인 옥사나가 패악을 부리자 발끈해 그녀를 혼내주는 정의의 여자사람 친구 지나이다의 이야기도 있었음. 그건 아래

 

http://tveye.tistory.com/6176 의리 넘치는 파트너 지나이다

 

 

...

 

 

 

중력을 무시하는 듯한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화보 한 장으로 마무리.

 

..

 

 

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
Posted by liontamer
2017. 10. 22. 20:20

새 찻잔들과 함께 한 주말 티 타임 tasty and happy2017. 10. 22. 20:20

 

 

 

이번 페테르부르크 여행에서는 평소보다 찻잔을 별로 사지 않았다. 로모노소프 가게 3군데를 갔었는데 찻잔 3세트랑 접시 하나밖에 안 샀고 여기에 랜드 수퍼마켓에서 파는 저렴한 푸쉬킨 찻잔을 추가한 게 전부이다. 잘 생각해보니 7월 블라디보스톡에 갔을 때 이미 한바탕 샀기 때문일지도... 그래도 로모노소프 푸쉬킨 찻잔은 비싸니까 그냥 도자기 질 안 따지고 푸쉬킨 얼굴 그려진 것으로만 대체하자면서 1만원 안되는 금액으로 수퍼마켓에서 파는 저렴한 찻잔 사고는 스스로 기특해하였음 ㅠㅠ (사, 사실 몇년 전 로모노소프에서 예쁘고 얇은 푸쉬킨 찻잔 사왔었는데 비행기 타고 오가면서 금 가버렸음 ㅠㅠ 차마 버리지는 못하고 금간 채 찬장 안쪽에 모셔만 놓음.

 

 

하여튼, 로모노소프에서 사온 찻잔 중 조드쳬고 로시 거리 그려진 찻잔은 지난주에 2집 들고 가서 차 우려 마셨고. 이번주말에 화정 와서 나머지 찻잔 두개 개봉.

 

 

이번에 사온 찻잔 중 제일 맘에 드는 것은 이 금색 찻잔이다. 무늬는 로모노소프에서 제일 유명한 코발트넷에서 나온 건데, 원래 푸른색이 오리지널이고 얼마 전부터는 분홍색도 나온다. 이번에 갔더니 이런 금색이 새로 나와 있었다. 이름은 참으로 로맨틱하게도 '재즈'였다.(그런데 나는 재즈를 안 좋아하고...)

 

 

둥그스름한 찻잔도 있었는데 이 금색은 어쩐지 이런 각진 형태가 더 예쁜 것 같아 이것을 골라왔다. 오후 햇살에 반짝거리면 참 예쁘다. 차 우려놓으면 수색도 예쁘고. 사진보다 실제로 보는 것이 더 예쁘다. 여기 차 우려 마시니 기분이 좋아짐.

 

 

(아아 역시 반짝이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까마귀...)

 

 

 

 

 

 

 

 

 

 

 

금요일에 기차 타고 올라와 진료 받고 근처 백화점 가서 물건 사고 그 바쁜 와중에 부랴부랴 한조각 사온 몽 슈슈의 몽블랑. 사실 몽 슈슈는 언제나 도지마 롤 한조각인데... 이날따라 도지마 롤 조각이 매진이어서 이걸 사보았다. 오, 이 몽블랑 맛있었다. 나는 몽블랑을 좋아하지만 또 너무 단 건 싫어하는데 단맛도 적당했고, 아래 말차 시트 안쪽엔 심지어 팥앙금! 호불호가 갈릴테지만 나는 팥도 좋아하므로... 이 몽블랑 맛있었음 :)

 

하여튼 이 금색 찻잔에 우린 차와 몽블랑은 금요일 오후에 녹초가 되었을 때 먹었음.

 

 

 

살짝 스크래치 났다고 할인해서 팔던 접시. 이 접시도 참 예쁘다.

 

 

 

 

하지만 쿠마는 쿠무룩....

 

 

 

 

이건 저 접시 샀을 때 같이 샀던 찻잔. 뭔가 러시아 느낌이 아니라 이탈리아 느낌이 물씬물씬 나는데... 천사조각상도 그려져 있고... 화려하고..

 

 

 

 

 

 

 

요렇게 아기 천사가 그려져 있음

 

 

 

양쪽 천사가 다르게 생겼습니다.

 

 

 

 

그런데... 이 찻잔은 내가 개시한 게 아니라 료샤가 개시하였다. 페테르부르크에서 료샤 만났을 때 얘한테 여기다 맥심 모카골드 타 주었다... 우아한 로모노소프 찻잔에 맥심을 타주다니 ㅠㅠ 료샤는 찻잔이 작아서 손가락 넣기가 힘들다고 투덜투덜... 야! 개시하게 해줬더니!

 

 

 

 

 

오늘의 티타임.

 

 

어제 쥬인 만나고 들어오다 화정역 아티제에서 저 쉬폰 케익을 샀더니 점원이 좀 깨졌다며 저 녹차 마카롱을 끼워주었다. 본시 마카롱 안 좋아하지만 그래도 덤으로 받았으므로 고마워하며 가져왔는데.. 먹어보니 뭔가 좀 눅눅하고 오래된 맛도 나고 맛이 없었음 -_- 차라리 케익 가격을 깎아주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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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liontamer

 

 

 

10월 초순. 네바 강변 따라 걷다가 발견한 흰 비둘기, 청회색 비둘기, 그리고 까마귀 깃털. 순서대로 :0

 

 

 

 

 

 

저 깃털 사실 주워오고 싶었는데 박테리아 걱정에 못 주워왔음 ㅠㅠ

 

 

:
Posted by liontamer
2017. 10. 18. 13:27

낮에 잠시 tasty and happy2017. 10. 18. 13:27




오늘은 점심시간이 2시간인 날이다. 보통 이런 날은 부서에서 다같이 밥먹고 시간을 보내는데 새로 온 부서는 옆회사 구내식당에서 밥을 후다닥 먹은 후 나머지 시간엔 각자 행동을 한다. 다같이 할때도 있는데 오늘은 아닌듯.



나야 혼자 잘 놀고 잘 쉬므로 책 들고 근처 카페 왔다. 근데 졸다가 보니 어느새 30분 남았어 ㅠㅠ



책은 이번에 돔끄니기에서 사온 비정형화된 뻬쩨르 여행서 시리즈 중 하나. 이 책도 매우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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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7. 10. 16. 22:00

싸늘한 가을, 페테르부르크 산책 2017-19 petersburg2017. 10. 16. 22:00




숙소 근처의 발샤야 모르스카야 거리를 비롯해 10월초의 페테르부르크 거리 사진 몇 장. 많이 쌀쌀한데다 날씨가 안 좋고 비도 자주 와서 카메라는 극장 갈 때랑 두어번 빼고는 안 들고 다녔다. 그래서 이번 여행 사진 대부분은 폰으로 찍어서 화질은 그냥 그렇다. 그래도 아이폰 사진이 갖는 특유의 느낌이란 게 있긴 있다.



싸늘한 가을의 페테르부르크 사진 몇 장. 아이폰 6s.












이 사진은 흔들렸는데 색채가 맘에 들어서 살려두었다.












갈매기 훨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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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이번에 갔을 때 유일하게 네바 강변 따라 산책했던 날. 흐렸고 중간중간 가랑비가 내렸다. 료샤와 레냐랑 함께 산책했다. 이 날 많이 걸었다.





:
Posted by liontamer








예전에 이 폴더에 미샤와 그의 극장 동기 레냐(내 약혼자 아님), 그리고 궁전광장과 백야, 페테르부르크에 대한 단편 Illuminated wall 전문과 배경 사진들을 올린 적이 있다. (http://tveye.tistory.com/3385)



그 단편은 아주 오래 전, 페테르부르크에 대한 향수를 담아서 썼던 글인데 초창기에 내가 구상했던 미샤가 등장했다. 거기 등장하는 미샤는 지금 내가 쓰고 있는 미샤와는 많이 닮은 동시에 약간은 다른 면도 있다.



그 단편은 1975년 여름, 소련 레닌그라드(지금의 페테르부르크)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권력자의 별장에 춤추러 오라는 명령을 받은 미샤는 그것을 어기고 백야의 레닌그라드 거리를 쏘다니고 궁전광장에서 춤을 춘다. 그때 그는 동료인 레냐에게 자신이 푸쉬킨의 원작을 바탕으로 안무를 할 거라고 얘기하고 광장에서 그 춤의 일부를 보여준다. 그 작품은 푸쉬킨의 '루슬란과 류드밀라'였다. 나의 옛 단편에서 미샤는 루슬란의 적수인 악당 로그다이의 춤을 보여준다.



나는 그 이야기를 잊지 않았다. 내 마음속에서 언제나 미샤가 처음으로 안무하게 되는 발레는 그 '루슬란과 류드밀라'였다. 루슬란과 로그다이, 파를라프, 라트미르 4인의 기사들만 등장하는 40분짜리 단막 발레.



몇년 전 다시 글을 쓰고 미샤를 불러낸 후, 나는 장편 하나를 썼다. 미샤의 친구이자 애인인 트로이가 심리적 화자로 나오는 꽤 긴 소설이었는데 거기서 나는 미샤가 루슬란과 류드밀라를 안무하게 했다. 아래 발췌한 부분은 미샤가 그 작품을 안무하는 과정 일부와 작품을 실제로 무대에 올리는 장면이다. 이 소설은 발레계 인물이 아닌 트로이의 시점에서 전개되므로 안무 과정 자체에 대해서는 여기 나온 정도만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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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슬란과 류드밀라는 푸쉬킨이 불과 스무살때 썼던 근사한 작품이다. 어린 시절 러시아 동화로 읽은 분들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도 잘 읽어보면 그냥 동화는 아니다. 꽤나 멋지고 매력적인 작품이다.




안 읽으신 분들을 위해 아주 간단한 줄거리(스포일러 있습니다) : 영웅 루슬란이 아름다운 왕녀 류드밀라와 결혼식을 올린다. 그러나 결혼식장에서 수염 기른 마법사 체르노모르가 나타나 류드밀라를 납치한다. 류드밀라의 아버지는 비탄에 빠져 루슬란을 탓하고, 류드밀라를 구해오는 남자에게 그녀와 결혼하게 해주겠다고 한다. 그리하여 4명의 기사가 길을 떠난다. 주인공인 루슬란. 음침하고 파괴적인 로그다이. 좀 비겁한 파를라프. 세속적이고 선량한 라트미르. 이야기는 이 네명의 모험을 번갈아 보여주고, 동시에 마법사의 성에 갇혀버린 류드밀라의 모험도 같이 그려낸다(사실 류드밀라 얘기가 제일 재미있고 생기넘친다. 푸쉬킨은 생기 넘치는 씩씩한 아가씨 묘사를 참 잘한다) 이러저러하여 루슬란은 결국 마법사를 물리치고 류드밀라를 구해낸다. 그 와중에 루슬란을 죽이려고 달려들던 로그다이는 결투에 패해서 죽고(물귀신에게 영혼 끌려감 ㅠㅠ), 라트미르는 온갖 여색과 사치를 즐긴 끝에 도를 깨쳐서 소박한 인생을 살아가게 되고, 비겁한 파를라프는 마녀의 도움으로 막판에 루슬란을 궁지에 몰아넣고 류드밀라를 탈취하려다 결국 실패하게 된다.



미샤는 이 재미나는 이야기 전체를 어린이 발레처럼 안무하는 대신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 그가 어떻게 안무했는지는 아래 발췌본에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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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도입부에 언급되는 알렉산더 트로치는 영국 현대 작가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레딩 감옥의 발라드'는 전에 올린 적이 있다.



보리스 아사예프는 키로프 발레단 예술감독, 이반 노비코프는 볼쇼이 발레단 행정감독이다. 물론 여기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 내가 만들어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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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위 화보는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사진은 David Paitschad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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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미샤는 런던에 가기 전에 딱 한번 트로이의 집에 찾아왔다. 알렉산더 트로치의 소설과 오스카 와일드의 ‘레딩 감옥의 발라드’ 때문이었다. 트로치 소설에 대해서는 30분 정도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맨 처음 함께 읽었던 책이었기 때문에 얘기가 잘 통했다. 미샤는 레딩 감옥의 발라드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트로이에게 시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달라고 청했다. 그는 와일드 작품을 가져왔을 때는 항상 그랬다.



 “ 낭송 테이프 구해다줄까? ”




 “ 난 네가 읽어주는 게 더 좋아. ”



 미샤는 잠시 소파에 앉아 트로이가 시를 읽어주는 것을 듣다가 창가로 가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본 적이 없는 동작이었지만 아마 백야 안무의 일부일 거라고 생각하며 트로이는 계속해서 시를 읽었다.



 한참 읽다가 트로이는 입을 다물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큰 소리로 물었다.



 “ 그게 뭐야? 그게 춤이야? ”



 미샤는 그의 말이 들리지도 않는 듯 계속해서 움직였다. 전신을 너무 지독하게 경련하며 바닥에 몸을 굴리고 있어서 트로이는 순간 그가 간질 발작이라도 일으킨 것이 아닌가 하는 공포에 질렸다.



 “ 어디 아파? ”



 무릎으로 바닥을 찧어대면서 미샤가 말했다.



 “ 신경 쓰지 말고 계속 읽어. ”


 “ 그게 백야야? ”


 “ 아니, 루슬란과 류드밀라야. 그냥 읽어. ”


 “ 왜 와일드를 들으면서 푸시킨 시를 춰? ”


 “ 도움이 돼. 제발 읽어. ” 
 




 그래서 트로이는 떨리는 음성으로 계속 읽었다. 나중에는 아예 등을 돌리고 읽었다. 낭송을 끝내고 뒤를 돌아보니 미샤가 소파에 거꾸로 누워 머리를 바닥에 댄 채 손을 까딱거리고 있었다.



 “ 일린의 새 작품이야? ”




 “ 내가 만드는 거야. 좀 됐어. ”




 “ 안무를 한다고? ”




 “ 응, 5월에 올릴 거야. ”




 “ 전혀 몰랐다, 그쪽에도 관심 있는 줄은. 일린 때문에 자극받았어? ”




 “ 아니, 작년 여름에 골자는 잡았는데 계속 정신이 없어서 손 놓고 있었어. ”




 “ 지금이 제일 바쁜 거 아냐? ”




 “ 바쁘지. ”




 미샤는 바닥으로 미끄러져 내려와 다리를 길게 뻗고 스트레칭을 하기 시작했다. 셔츠가 말려 올라가며 등이 반쯤 노출되었다. 팽팽하게 당겨진 근육 사이로 척추 마디들이 가지런하게 튀어 올랐다. 트로이는 얼굴을 찌푸렸다.




 “ 뼈가 다 불거지네, 너무 무리하고 있는 거 아냐? 잘 챙겨먹고 다녀. ”




 “ 바빠서 그래. 백야 올리고 나면 나아질 거야. ”




 “ 백야에 런던도 모자라서 그 오싹한 춤까지. ”




 “ 별로 오싹하지 않아, 아까 그 부분만 좀 그래. ”




 “ 무슨 장면이었는데? ” 




 “ 비겁한 짓이 일어나는 장면. 그래서 기분 나쁘게 느껴지는 거야. ”




 “ 루슬란과 류드밀라라며? ”




 “ 아, 근데 류드밀라는 안 나올 거야. 아까 그건 파를라프의 춤이야. ”




 “ 뭐, 자고 있는 사람 칼로 찌르고 여자 뺏는 그 놈? ”




 “ 응, 기분 나쁘게 출 만하지? ”
 




 트로이는 창가로 가서 전날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사왔던 치킨 샌드위치와 며칠 동안 굴러다니고 있던 오렌지를 가져왔다.



 “ 좀 먹어라, 맛은 별로 없을 테지만. ”




 
 미샤가 샌드위치를 집어 들었다. 포장지를 벗기고 반으로 쪼갰지만 입에 가져가지는 않고 바닥에 내려놓았다.



 “ 왜, 변했어? 차가운데 놔둬서 괜찮을 텐데. ”




 “ 있다가 먹을게. ”




 “ 그럼 오렌지라도 먹어. ”




 미샤가 오렌지 껍질을 까서 먹기 시작했다. 잔소리를 듣기 싫어서 기계적으로 먹는 게 분명했지만 어쨌든 뭔가를 입에 넣고 있었으므로 트로이는 더 이상 얘기하지 않았다. 얼굴이 더 갸름해져서 얼핏 돌아보면 우물처럼 깊은 눈만 보일 지경이었다. 한동안 가위질도 하지 않았는지 길게 자라난 머리칼이 귀를 덮고 목덜미까지 흘러 내려와 있었다. 구겨진 셔츠와 낡은 청바지를 입고 바닥에 앉아 오렌지를 먹고 있는 그 야윈 모습을 보니 근육질의 클래식 무용수라기보다는 미국 음악 잡지에나 나오는 깡마른 락 가수에나 어울릴 것 같았다. 저질스럽고 별 뜻도 없는 가사로 노래하고 기타를 치고 가죽옷을 입고 그루피들과 난잡하게 뒤엉키고 타락한 자본주의 제국의 소산인 마약이나 찔러 넣는 인간들. 그러나 미샤 뿐만 아니라 그와 갈랴와 이고리, 다른 친구들도, 심지어 알리사까지도 그자들의 음반을 모았다.



 “ 일린과는 그래도 잘 맞는 것 같네. 이제 집에도 잘 들어가고. ”



 트로이는 자신이 왜 그 이름을 입에 올리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할 수만 있다면 스타니슬라프 일린을 완전히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이 비이성적인 질투에 사로잡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미샤를 볼 때마다 그 조그맣고 사근사근한 남자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 스탄카는 좋아. 얘기가 잘 통해. ”




 “ 지나가 불편해 하지 않아? ”




 “ 지나는 남자들과 잘 지내. 나하고도 사는데 뭐. ”




 “ 그 사람은 혼자 온 거야? 가족은 없어? ”



 그는 차마 ‘그 자식하고도 같이 자고 있어?’ 라고 묻지 못했다.



 미샤는 그의 소리 없는 질문을 눈치 채지 못한 듯 했다. 하긴 알아차렸어도 내색하지 않을 게 뻔했다.



 “ 혼자 왔어. 공연 날 모스크바에서 애들이 올지도 모르지만. ”




 “ 애들? 결혼했어? ”




 “ 했었지, 두 번. 애들은 첫 부인한테서 난 거고. 큰 애가 벌써 열 살인가 그럴 걸. ” 




 “ 별로 애 아버지처럼 안 보이던데. ”




 “ 뭐 자기가 키우지는 않으니까. 그래도 바가노바에서 특강해주는 거 보니까 어린애들 잘 다루던데. ”




 
 그래서 미샤가 고집을 부려도 잘 받아넘기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일린이 이성애자라는 사실에 희미한 안도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확신은 서지 않았다.



 “ 지금 안무하는 그 춤도 일린이 도와줘? ”




 
 미샤가 반쯤 먹은 오렌지를 남은 껍질에 싼 채 샌드위치 옆에 내려놓았다. 손바닥에 씨앗을 두어 개 뱉더니 바닥에 놓고 무심하게 굴렸다.



 “ 아니. 스탄카와 나는 많이 달라. ”




 “ 잘 맞는 줄 알았는데? ”




 “ 스탄카가 잘 맞춰주는 거지. 춤에 접근하는 방식은 달라. ”




 “ 일린이 감상적이라는 거야? ”



 미샤가 조금 놀란 듯 고개를 들어 그를 응시했다.



 “ 아, 예리한데. 어떤 사람은 솜사탕처럼 부드럽다고 했지. ”



 물론 트로이는 마로조프와의 대화를 엿들었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 백야 자체가 감상주의에 경도되어 있는 소설이잖아. ”




 “ 음, 스탄카가 그런 쪽을 좋아하긴 하지. 착하고 밝아, 사람을 잘 믿고 포용력도 있고. ”




 “ 그럼 왜 페트루슈카는 그렇게 만든 거야? ”




 “ 나한테 맞춰준 거지. 페트루슈카는 그 사람 원래 작업과는 색깔이 많이 달라. ”




 “ 난 네가 그렇게 우울한 걸 추는 게 싫어. ”




 미샤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하지만 말은 하지 않았다. 창백하고 야윈 얼굴이 낯설고 쓸쓸하게 보였다. 종종 그 얼굴에는 따뜻한 피와 살로 이루어진 인간이라기보다는 정교하게 세공된 짐승 조각상을 연상시키는 표정이 떠오를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그는 갓 스무 살이 된 청년이 아니라 세월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오래된 사원의 유물처럼 보였다. 트로이는 그런 순간을 목격하는 것이 두려웠다. 그건 아무리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없는 거리였기 때문이다.



 막 트로이가 오한으로 몸을 움츠렸을 때 미샤가 다가와 그의 이마 위에 입을 맞췄다. 부드럽게 머리를 쓸면서 뺨을 비볐다. 
 


 “ 런던 갔다 와서 봐. ”



 미샤가 외투를 껴입고 혹한의 거리로 나간 후 트로이는 천천히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거실 바닥에는 반쯤 먹은 오렌지, 두 개의 매끄러운 씨앗, 그리고 반으로 쪼갠 채 입도 대지 않은 샌드위치가 놓여 있었다. 소파 팔걸이에는 미샤가 잊고 간 흰색 울 스카프가 걸쳐져 있었다. 그는 차나 커피도 없이 샌드위치를 모두 먹어치우고 남은 오렌지 반쪽도 먹었다. 그리고 두 개의 오렌지 씨앗도 알약처럼 털어 넣은 후 씹지 않고 삼켰다.



 그날 밤 그는 그 울 스카프를 두르고 잤다. 무겁게 밀려드는 야생 꿀 냄새를 맡으면서. 꿈속에서 그는 암청색 단추가 세 개 달린 흰 스웨터 위로 짙은 녹색 목도리를 느슨하게 늘어뜨린 채 눈보라와 안개 속을 걷고 있는 미샤 야스민을 보았다.




 ...




 5월에 미샤는 안무가로 데뷔했다. 일린이 총연출을 맡아 세 개의 모던 발레 작품을 소개한 ‘새로운 발레의 밤’에서 마지막 순서로 ‘루슬란과 류드밀라’를 올렸다. 막이 올라가기 직전까지 강력한 후원자들이나 팬들조차도 미샤가 안무를 시도하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품고 있었다. 뛰어난 무용수와 뛰어난 안무가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기 때문이다.



 안전한 데뷔 방법은 유명한 원작을 간단하게 손봐 재안무한다거나 짧고 서정적인 음악을 써서 무용수의 움직임에 초점을 맞춘 가벼운 소품을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미샤 야스민은 4명의 젊은 무용수를 기용해 팽팽한 플롯의 40분짜리 드라마를 만들었다. 가벼운 음악 대신 보로딘과 무소르그스키를 사용했고 순수한 움직임 자체를 위한 동작은 전혀 쓰지 않았다. 무용수들의 모든 움직임은 철저하게 주제와 플롯에 따라 흘러갔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미샤의 첫 안무작이 일린의 스타일과 비슷할 것이라고 내다보았지만 막상 무대에 올라온 작품은 완급 조절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도 없다는 듯 40분 내내 격정적으로 내달렸다. 그 작품은 잘 짜인 연극처럼 시종일관 관객들의 감정을 철사처럼 죄어대며 흥분 상태로 몰아갔다. 그 무대에서 부드러운 로맨스나 우아한 감상주의는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지만 미샤는 젊은 안무가가 빠지기 쉬운 무모하고 비논리적인 실험주의도 피해갔다. 독설가인 루바노프스카야조차 ‘매우 성공적인 데뷔작’이라는 표제와 함께 미샤가 소위 ‘새로운 춤’이란 이름으로 자행되는 무의미한 연출가의 자기 독백에 매몰되지 않고 제대로 된 이야기를 알맞은 형식으로 풀어냈다고 평가했다.



 미샤는 푸시킨의 그 유명한 서사시 전체를 다루지 않았다. 수염 기른 마법사 체르노모르도, 동굴의 은자와 황야의 거대한 머리도, 마녀 나이나도 등장하지 않았다. 가장 아이러니컬한 사실은 제목과는 달리 미샤의 작품에 류드밀라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미샤는 오직 네 명의 기사들만을 골랐다. 루슬란, 로그다이, 라트미르, 파를라프. 납치된 류드밀라를 찾아 떠난 경쟁자들. 주인공은 여전히 루슬란이었고 그의 존재는 작품 전체의 축을 이루고 있었지만 미샤는 4명의 인물들에게 동등한 무게를 부여했다. 격정적인 2인무와 4인무, 독무를 통해 발레는 그 인물들에게 내재된 감정의 본질을 그렸다. 전형적인 영웅 주인공인 루슬란의 용기와 고결함, 파멸로 치닫게 될 로그다이의 증오와 분노, 환락에서 벗어나 소박한 삶을 택하는 라트미르의 중용과 우정, 그리고 언제나 도망치면서 기회를 노리는 파를라프의 비겁함과 공포.



 그건 자칫하면 매우 작위적이고 추상적인 묘사로 끝나버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미샤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 무대를 보면서 트로이는 왜 미샤가 자신은 일린에게 의지하지 않는다고 그토록 단호하게 얘기했는지 알 것 같았다. 미샤에게는 추상적인 개념과 감정을 매우 구체적으로 형상화해내는 능력이 있었다. 오랫동안 트로이는 미샤의 그 능력이 자신의 육체와 움직임에 한정된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 날 루슬란과 류드밀라를 보면서 트로이는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샤는 인간 내부로부터 실질적인 움직임을 끄집어내고 형식을 부여할 줄 알았다. 그건 창작자의 능력이었다. 관객들은 리브레토가 적힌 팸플릿을 읽지 않고도 루슬란과 로그다이, 라트미르와 파를라프가 왜 그런 식으로 움직이는지, 그들이 표출하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이해했다. 그건 논리적이고 계산적이라기보다는 직관적으로 날아오는 메시지들이었다.



 미샤는 루슬란을 추지 않았다. 고전적이며 우아한 레오니드 핀스키에게 그 역을 주었다. 2년 선배이자 성격 연기에 능한 안톤 볼로호프에게 까다로운 파를라프 역을 맡겼고 약간 수도사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잘생긴 이오시프 본다렌코에게 라트미르를 추게 했다. 미샤 자신은 로그다이를 췄다. 트로이는 그 어둡고 파괴적인 배역이 미샤에게 매우 잘 어울린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가 무대 위에서 죽거나 고통을 당하는 역을 출 때마다 관객들이 그토록 강력한 열광에 빠져드는 것이 싫었다. 루슬란과의 격투에서 살해당하는 그 검은 기사의 최후가 너무나 냉혹하고 처참해서 트로이는 가슴 깊이 공포를 느꼈다. 그 두려움이 지나치게 실질적이고 불쾌하게 와 닿았기 때문에 며칠 후 미샤를 만났을 때 왜 너는 항상 무대에서 죽는 역을 고르느냐고 묻기까지 했다.




 “ 그런 역은 몇 개 없는데... 고전 레퍼토리는 아사예프가 맡기는 거고. ”




 “ 네가 안무한 것도 그랬잖아. 로그다이를 췄잖아. ”




 “ 음, 난 사실 파를라프를 출까 했어. 근데 아사예프가 루슬란을 추든가 로그다이를 추지 않으면 무대에 올려주지 않겠다고 협박했어. 루슬란은 레냐에게 주기로 약속했었거든. ”




 “ 넌 파를라프를 추기엔 너무 눈에 띄어, 어울리지도 않고. 관객들도 이입이 잘 안됐을 걸, 등 뒤에서 칼을 꽂는 겁쟁이 야스민은. ”




 “ 언제나 비겁한 자가 끝까지 살아남아. ”



 미샤는 예의 플라스틱 케이스에서 하얀 알약을 꺼내 삼킨 후 덧붙였다.



 “ 하긴 로그다이를 제일 먼저 안무하긴 했어. 가장 쉬웠고. 제일 어려웠던 건 라트미르였어. 이오시프가 아니었으면 스탄카에게 춰달라고 했을지도 몰라. 이젠 나무토막처럼 뻣뻣해져서 어려웠겠지만. ”




 발레는 다채로운 감정들을 호소력 있게 표출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흘러갔다. 종반부에서 로그다이는 살해당해 어두운 강물 속으로 사라지고 라트미르는 우정의 키스와 함께 루슬란과 작별했다. 주인공 루슬란은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류드밀라에 대한 사랑으로 무장한 채 환희에 차 퇴장하고 어둠이 가득한 무대 위에는 슬금슬금 기어나와 주변을 배회하는 파를라프만이 남았다.



 미샤가 류드밀라를 등장시키지 않은 것은 일린이 나스첸카의 첫사랑을 생략했을 때와는 달리 매우 영리한 선택이라는 평을 받았다. 루바노프스카야는 예의 그 평론에서 무대에 등장하지 않는 류드밀라의 존재야말로 작품 전체를 끌고 가는 보이지 않는 힘이라고 썼다. 그녀는 보통 미샤에게 적대적인 입장이었으므로 공연이 정말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었다. 세레브랴코프는 믿었던 루바노프스카야의 호의적 평에 당황했다. 그녀가 유일하게 지적한 것은 미샤가 데뷔작을 통해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는 욕구에 사로잡혀 가끔 과격한 연출을 선보였다는 것뿐이었다.



 관객들은 그 작품에 매료되었다. 젊은 무용수의 첫 안무작에는 과분할 정도로 열정적인 호응이 쏟아졌다. 꽤 많은 사람들이 보리스 아사예프에게 루슬란과 류드밀라를 계속해서 키로프 무대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편지를 썼다. 아사예프는 그 반응에 흡족해하며 6월말 백야 축제에 그 작품을 다시 올리기로 결정했다. 이반 노비코프는 그리고로비치와 함께 오직 그 공연을 보기 위해 5월에 다시 레닌그라드에 들렀는데, 아사예프를 구슬려 크레믈린 축제와 볼쇼이 무대에서 각각 한 번씩 루슬란을 올리기로 했다. 볼쇼이에서 밀어 넣은 일린 때문에 자존심이 상했던 보리스 아사예프로서는 ‘우리 골칫거리’가 ‘우리 자랑거리’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그는 미샤에게 괜찮은 작품을 하나 더 안무한다면 다음 시즌 무대에 올려주겠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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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발췌본은 사실 두가지 장에서 각각 가져왔다. 앞부분의 트로이와 미샤의 대화, 그리고 뒷부분의 미샤의 데뷔 이야기 사이에는 미샤의 런던 공연과 알리사의 이야기, 그리고 일린이 미샤와 지나를 위해 안무해준 백야에 대한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 여기서는 루슬란과 류드밀라에 대한 이야기만 발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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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샤의 루슬란과 류드밀라 안무에 대해서는 전에 세가지 정도의 이야기를 올린 적이 있다.



http://tveye.tistory.com/3385 : 빛나는 벽(illuminated wall) 전문.



http://tveye.tistory.com/5589 : 벨스키와의 면회
(여기서 미샤가 '그 순진하고 무해한 루슬란'이라고 말하는 것이 바로 이 작품이다)



http://tveye.tistory.com/6138  : 별장의 스비제르스키와 미샤.
(게르만 스비제르스키가 미샤의 수첩을 훔쳐본 후 그의 춤연습을 보면서 루슬란과 류드밀라에 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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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와 미샤의 대화에 등장하는 '페트루슈카'는 일린이 미샤의 영국 무대를 위해 안무해준 솔로이다. 포킨의 원작을 각색해 꼭두각시 인형 페트루슈카의 독백 장면만 재안무한 작품인데 물론 이것도 내가 만든 버전임. 미샤가 일린과 함께 이 작품을 연습하는 장면과, 영국에서 이 공연을 보고 알리사가 소회를 밝히는 장면을 각각 발췌한 적이 있다. 링크는 아래.


http://tveye.tistory.com/6544 페트루슈카를 연습하는 미샤와 일린


http://tveye.tistory.com/5178 알리사의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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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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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7. 10. 14. 23:19

새 찻잔, 장미들과 거베라 tasty and happy2017. 10. 14. 23:19





2집에서 쉬면서 보낸 토요일. 오후에 차 우려 마셨다. 이번 뻬쩨르 가서는 찻잔을 그리 많이 사지 않았음. 로모노소프 샵은 세군데 갔었는데 그 중 두군데에서만 샀고 찻잔은 세개밖에 안 샀다. 거기에 접시 하나, 그리고 랜드 수퍼마켓에서 푸쉬킨 그려진 저렴한 찻잔 하나 더.



이 찻잔은 조드쳬고 로시 거리가 그려진 찻잔이다. 원래 이런 풍경화 스타일 찻잔이나 접시는 취향이 아니라서 안 사는 편인데, 이 거리에는 바가노바 아카데미가 있기 때문에 기념으로 샀다. 이 거리는 가로와 세로 폭이 똑같다는 특징이 있다. 그림에서 왼편에 있는 건물에 바가노바 아카데미가 있다. 옛 황실 아카데미. 소련 들어와서부터는 바가노바 아카데미. 이 거리를 따라 알렉산드린스키 공원으로 나오면 알렉산드린스키 극장도 있고 극장예술 박물관도 있다. 니진스키도 누레예프도 바리쉬니코프도, 그리고 지금 내가 좋아하는 슈클랴로프도, 디아나 비슈뇨바도 다 이 학교를 나왔다. 내가 쓰는 글의 주인공인 미샤도 여기 나온 것으로 설정하고 있어서 페테르부르크 갈때마다 이 거리와 주변을 산책하곤 한다.





왼편과 오른편에는 뮤즈가 그려져 있는데 양쪽 뮤즈가 생김새가 다르다. 귀찮아서 한쪽만 찍었는데, 다른 한쪽의 뮤즈는 긴 머리를 펄럭이고 있다.





받침접시. 위에는 조드쳬고 로시 거리 이름이, 아래에는 상트 페테르부르크라는 도시 이름이 적혀 있다.








어제 퇴근하면서 타르트 가게에 들렀는데 좋아하는 타르트가 다 떨어지고 없었다 ㅠㅠ 할수없이 근처 투썸에서 티라미수를 사왔음. 너무 달아서 반만 먹고 반은 도로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내일 나머지 먹어야겠다. 흑흑 타르트 ㅠㅠ






어제 귀가하면서 꽃집에 들러서 샀던 흰 장미 한 송이.





그리고 분홍색 거베라. 송이가 작은 미니 거베라이다. 조그만 건 첨 봐서 사보았다. 역광 때문에 어둡게 나왔는데 실제 색깔은 아래 사진에 더 가깝다.








미니 거베라 반 단(5송이)과 흰 장미 한 송이를 사자 주인 언니가 빨간 장미 두 송이를 덤으로 주었다. 거의 시들어가서 그냥 팔기는 어려운 상태라 하루이틀이라도 꽃 보라고 끼워주는 것이다. 나는 빨간 장미를 좋아하므로 기뻤다.











돔 끄니기에서 사온 페테르부르크 여행서 두권. 얘들도 비정형화된 페테르부르크 여행서 시리즈이다.





마지막은 꽃과 꽃돌이 슈클랴로프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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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그리보예도프 운하를 가로지르는 교각 양쪽에 자리잡고 있는 근사한 가로등 램프. 이 다리에서 사진을 찍으면 '전형적인 페테르부르크 관광엽서' 구도로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을 찍을 수 있다. 나는 이 램프 가로등들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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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7. 10. 10. 22:16

10월 초의 미하일로프스키 공원 2017-19 petersburg2017. 10. 10. 22:16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 맞은편에 있는 공원. 루스끼 무제이(러시아 박물관)와 연결되어 있다. 정원의 아름다운 대문 너머로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 일부가 보이고 있다.

 

 

유일하게 제대로 산책했던 날. 사실 이 날도 이 공원 걷는 도중 또 가랑비 내렸었음,

 

 

 

 

 

 

 

 

 

 

 

 

 

기둥과 울타리가 매우 아름답다. 관광객들이 즐비한 곳이기도 하다. 겨울이면 관광객이 사라지고 이 풍경이 매우 운치있어진다. 추워서 걷기는 좀 힘들지만. 페테르부르크의 아름다운 풍경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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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스케치와 맨 아래 달걀 스케치는 모스크바에서 인천 오는 뱅기 안에서 그렸음.

 

 

 

 

아아아아아 ㅜㅜ

 

 

 

 

나 지금 이 상태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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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0. 10. 13:32

귀환 2017-19 petersburg2017. 10. 10. 13:32





잘 도착해서 화정 집 옴. 잠을 못 자서 너무 피곤하다. 가방은 나중에 풀고 일단 잠시 눈붙이려고 누웠다. 내일 새벽 기차로 내려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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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0. 10. 02:22

곧 탑승.. 2017-19 petersburg2017. 10. 10. 02:22





지금은 모스크바 공항이다. 얼마 안 있으면 탑승한다. 비행기 안 흔들리게 해주세요..







빗속에 잠긴 페테르부르크. 차 창밖으로 찍었다.


짧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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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체크아웃하고 료샤와 본치 카페에 가서 쉬었다. 맘에 드는 카페 하나 더 발굴해서 좋다.



.. 오늘도 비가 주룩주룩.. 심지어 많이 내림!






그리하여 나는 이 패딩을 버리지 않고 입고 왔다. 지금 뻬쩨르 공항 카페에 앉아 모스크바행 뱅기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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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0. 9. 17:07

잘 쉬었다 가요 아스토리야 2017-19 petersburg2017. 10. 9. 17:07




체크아웃하고 짐 맡기고 근처 부셰에 아침 먹으러 왔다.. 잘 쉬다 가요 아스토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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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샤랑 레냐랑 쩨레목에 가서 블린을 먹었다. 우리 모두 블린을 좋아한다.





엉엉... 으엉엉엉...







이 스케치에서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빗방울임 ㅋㅋ



아아아아 휴가가 다 끝났어 흐흑... 내일 돌아가야 한다 엉엉어엉어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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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이 금세 지나갔다. 이제 내일 돌아가는 비행기를 탄다. 모스크바에서 경유해서 화요일에 도착하고 수요일 새벽 기차로 본사에 내려간다. 그런데 금요일에 다시 서울 출장이 있을 것 같다. 이런 상황이면 사실 수목금 서울에서 근무하는 게 좋겠지만... 현실은 나는 이제 새로 발령받은 부서로 출근해야 하므로 그럴 수가 없다. 아마 수요일에 새벽 기차 타고 비몽사몽 출근하자마자 새로운 일들 때문에 정신이 쏙 빠질 것 같다.



오늘도 낮 12시 공연이 있었다. 오늘 공연은 스트라빈스키 음악, 포킨 오리지널 안무를 안드리스 리에파가 재연한 '불새'였다. 이 발레에 대해서는 예전에 여러번 쓴 적이 있고, 또 내가 미샤라는 인물을 만들어낸 계기가 된 작품이기도 했으므로 자세히 쓰지는 않겠다. 전에도 무대에서 여러번 본 작품이다. 오늘은 낮공연이라 저녁에 비해서는 캐스트가 좀 가벼웠지만 사실 이 발레는 춤 자체보다는 무대미술과 음악이 더 강력한 작품이라 큰 영향은 없었다. 다시 보니 반가웠다.



(커튼콜 사진 한장. 사이드에서 줌 당겨 찍어서 이게 최선, 그래도 의상이 화려하니 이번에 본 공연들 중 그나마 사람 얼굴들 조금 나옴 ㅠㅠ)



공연 보는 내내 음악과 리브레토를 따라가며 내 마음속에서 오래전에 미샤를 통해 재안무한 작품을 박자와 장면에 맞게 대입해보았다. 사실 이 공연 보러올 때면 자주 그렇게 한다. 본편에서 미샤가 이 발레를 자신의 표현양태로 재안무했고 그로 인해 스캔들을 일으키기도 하고 당에서도 더 이상 봐주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미샤라는 인물을 만들어내기 전부터 불새 민화와 이 발레는 나에게 여러가지 글의 소재가 되었었다.



공연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글에 대해 생각하고, 한편으로는 무대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고, 또 한편으로는 돌아가는 것, 회사에 대해 생각했다. 그러니 제대로 공연을 즐긴 것이 아닌 것 같다.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계속해서 회사 생각이 났다. 새로 발령받은 부서, 거기서 해야 할 일에 대해, 그리고 그보다도 '회사' 자체에 대해 이런저런 잡생각이 들었다. 난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은 상태인 것 같다. 아니, 분노 자체는 이제 잦아들었는데 여전히 지쳐 있고 '정말 이제 너무 지겹고 역겹다' 상태가 되어 있는 것 같다.



료샤랑 레냐도 같이 공연을 보았다. 둘 다 이 발레는 처음이었다. 아이들이 많이 보러 오는 발레이기도 하고, 또 무대 미술이 화려한데다 불사의 마법사 카쉐이와 악당괴물들이 줄줄이 등장하고 조명도 번쩍번쩍 빛나기 때문에 료샤도 안 졸았다. 레냐는 내 손을 꼭 쥐고 엄청 재밌게 봤다. 베누아르 칸막이 좌석이었는데 좀 사이드였기 때문에 레냐의 눈에 오페라 글라스를 대어 주자 엄청 좋아했다.










마린스키 구관이었다. 나의 추억의 극장이다. 여기 오면 오랜 옛날 쥬인과 함께 두 손 꼭 잡고 추위에 종종거리며 극장 와서 공연보던 추억이 떠오른다... 여기 들어서면 옛날의 추억과 함께, 극장 안의 동선과 무대 여기저기를 살펴보게 된다. 나는 이 극장과 공연, 페테르부르크에 대한 사랑, 그외 몇가지 때문에 오래 전에 미샤를 만들어냈다. 실재하지 않지만 나의 마음과 꿈 속에서는 너무도 생생하게 존재하는 그 아이는 오랜 옛날, 이 극장 여기저기를 돌아다녔을 것이다. 그리고 저 무대에 올라갔을 것이다.



..



공연을 보고 나오니 또 비가 내리고 있었다. 오늘 날씨는 아주 궂었다. 비는 오다 안 오다 했지만 하여튼 어제 산책을 한 것이 참 다행이었다.



나는 판탄카 근처의 이즈다니야 서점에서 책을 좀 사고 싶었다. 료샤가 차로 데리고 가 주었다. 근처 쩨레목에서 셋이 블린을 먹었다. 우리 모두 블린을 좋아한다. 블린을 먹은 후 옆의 홍차 가게에서 다즐링 새로운 품종을 시향하고 100그램 사보았다. 쥬인 주려고 커피를 사볼까 했으나 작년에 여기서 '제 친구는 견과류 향을 좋아해요' 라고 했다가 헤이즐넛 커피를 추천받아 사갔던 쓰디쓴 기억이 있어서 관두었다.





이즈다니야 서점에 가서 책을 두어권 샀다. 여기는 작년에 슈클랴로프님 화보집 사러 와서 알게 된 곳인데 아늑하고 참 예쁘다.  그리고는 돔 끄니기 서점에도 가서 책을 두어권 더 샀다.


..



하루가 금방 흘러갔다. 레냐는 저녁에 엄마에게 돌아가야 하고 내일은 등교해야 하므로 나와 헤어져야 했다. 레냐는 결국 울음보를 터뜨렸다. 많이 컸지만 그래도 여전히 울보다. 오늘따라 나에게 '쥬쥬, 안 가면 좋겠어. 회사 싫어. 한국 싫어. 그냥 나랑 있어' 하면서 열심히 설득을 했다. 전에는 그냥 '으앙 가지 마' 했는데 지금은 나름대로 논리를 펼친다.



1. 한국은 북한 때문에 위험하다. 2. 회사 때문에 쥬쥬가 자꾸 아프고 힘들다. 3. 쥬쥬는 회사보다 여기를 더 좋아한다. 4. 그러니까 여기서 나랑 있어야 한다. 5. 여기서 회사 다니면 된다!



흐흑. 5번이 불가능하단다 얘야 ㅜㅜ



레냐는 서러워했다. 내가 왔는데 비만 왔다면서 같이 분수도 보러 못 갔고 배도 못 탔다고 엉엉 울었다. 어흑... 그러더니 심지어 '엉엉 쥬쥬는 슈클랴로프 좋아하는데 모처럼 여기까지 왔는데 슈클랴로프도 안 나왔어, 독일에서 공연했대. 쥬쥬 불쌍해. 마린스키 갔는데 쥬쥬가 좋아하는 슈클랴로프가 안 나왔어' 라고 하해와 같은 아량을 베풀어주기까지 한다!! 너 슈클랴로프 밉다며 ㅋㅋㅋ 그러고는 날씨가 춥고 비가 와서 쥬쥬가 좋아하는 마로제노예(아이스크림)도 못 먹었다며 또 서러워한다...



그래서 나는 레냐 손을 잡고 가게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마침 내가 옛날부터 좋아하던 다샤 아이스크림이 있었다. 내가 하겐다즈보다 더 좋아하는 땅콩 박힌 초콜릿 코팅 아이스크림... 다시 먹어도 하겐다즈보다 맛있다. 레냐랑 같이 다샤를 먹으면서 금방 또 올 거니까 울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다. 레냐는 내가 아이스크림을 먹자 좋아했다. '옛날옛날에 레냐가 태어나기 전에 내가 여기 학교에 연수왔을때, 쥬인이랑 나랑 수퍼에서 이거 사서 먹었단다' 라고 하면 막 좋아한다. 쥬인과 토끼의 옛날 이야기를 듣는 게 좋다고 한다.





(쥬인과 내가 좋아했던 아이스크림, 다샤)




나와 레냐가 다샤를 먹는 동안 료샤는 길거리 미용실 간판에 붙어 있는 머리 기르고 수염난 남자 사진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자기가 저런 스타일을 원한 건데 왜 몰라주었느냐고 슬퍼하기에 내가 '저 남자도 지저분해 보여! 안 어울려! 저 남자보다야 수염깎은 네가 훨 낫다!' 하고 말해주니 갑자기 '역시 그렇지? 하긴 나는 멋있지' 하며 기분을 풀었다 ㅋㅋ



(바로 이 광고판의 저 남자 사진! 료샤 수염도 저렇게 지저분했다! 이 남자보단 수염 깎은 료샤가 낫다! 이건 립서비스 아니다!)



..



레냐와 뽀뽀를 하고 꼬옥 안아주고 헤어졌다. 료샤는 내일 체크아웃할때 들르겠다고 했다.



나는 방에 돌아와서 가방을 대충 꾸렸다. 좀 남았지만 나머지는 내일 아침에 쑤셔넣으려고 한다. 그리고 배가 고파져서 로비 카페에 내려가 생선수프 우하를 먹었다. 여기 우하가 생각보다 무척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전혀 짜지 않아서 좋았다. 몸이 따뜻해졌다.



...



내일은 10시 쯤 체크아웃하고 밖에서 좀 시간을 보내다 1시에 공항으로 출발, 4시 비행기를 타고 모스크바로 날아가 저녁 8시 즈음에 인천행 비행기를 탈 예정이다.



마음이 산란하다. 뭐 돌아갈 때 되면 이럴 거라는 거야 알고 있었지. 그래도 작년 겨울보단 덜 심란하잖아 ㅠㅠ



이번에는 정말 간 곳도 별로 없고 생각보다 산 것도 별로 없다. 여기 와서 처음으로 박물관이나 미술관 아무 곳에도 안 들렀다. 브루벨과 금발의 가브리엘이 그립긴 하지만... 다음에 와서 다시 봐야지. 이번엔 날씨가 너무 안 좋았다. 하지만 도시에 대한 사랑은 변함없고, 오히려 더욱 두터워진 느낌이다.



아이고 남은 가방 싸기 귀찮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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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낮. 마린스키 신관에 발레 공연 보러 감. 공연 시작 전에 2층 카페에서 차 마시고 과일 먹음.






그런데... 막간에 깨달음... 나 서두르느라 코트보관소 안 가고 곧장 카페 가서 차 마시고... 그리고는 그 자리에 패딩 놔두고 왔었음!!!



으앙 건망증 대왕...



그래도 패딩 찾아서 다행...






흐흐흑... 미안해 레냐야 미안해 친구야 ㅠㅠ






하여튼 나는 첫날 얘기한 후 더 이상 말 안했다. 지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놔뒀는데 레냐가 저렇게 직언을 하는 바람에 료샤는 오늘 아침에 수염을 밀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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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 내일 하루만 더 지내고 나면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야 한다. 생각하니 괴롭구나.



낮 열두시 마린스키 신관 발레 공연 티켓을 끊어두었었다. 료샤와 레냐도 갈까 했었는데 이것도 현대 발레이고 또 레냐가 보기에는 너무 플롯이 없어서(사실 레냐보다 료샤가 걱정 ㅋ) 그냥 나 혼자 보러 가기로 했다. 대신 내일 낮 공연은 불새니까 레냐도 볼만해서 같이 가기로 함.



아침에 보니 파란 하늘이 손톱만큼 보였다.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지만 실낱같은 희망을 품었다.



극장에 갔는데 하늘이 보이기 시작해서 부디부디 공연 끝나고 나와서도 날씨가 개어 있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다. 제바아아알... 네바 강변 한번이라도 걷게 해주세요오오... 아직 청동기사상도 보러 못 갔다고요...



오늘 공연은 마린스키 무용수이자 젊은 안무가인 일리야 쥐보이가 안무한 현대발레 '사계'(THE FOUR SEOSONS)였다. 작년 여름에 젊은 안무가 워크숍 공연에서 쥐보이가 Seasons란 제목으로 이 발레의 초안을 올린 적이 있었다. 그때는 2~30분 정도였던 것 같다. 당시에도 막스 리히터의 음악과 쥐보이의 안무가 잘 어우러져서 느낌이 괜찮았었다. 극장에서도 그렇게 여겼는지 2막짜리 발레로 전곡을 써서 안무하게 해주었고 몇달 전 초연을 했었다.




내가 리히터를 좋아하기도 하거니와, 쥐보이의 안무도 우아하고 감성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와서 본 세가지 공연 중 오늘 공연이 제일 맘에 들었다. 그러니까, 프렐조카주의 Le Parc보다는 쥐보이의 이 작품이 좀더 내 취향이었다. 물론 주역을 춘 무용수가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이기도 했지만. 하여튼 오늘 공연은 꽤 좋았다.

(커튼콜 사진은 다 번져서 안 올린다... ㅠㅠ 3층 앞줄에 앉아서 너무 멀기도 했고 조명이 너무 밝았다 ㅠㅠ)



..



공연을 보고 나왔는데... 빗방울이 약간씩 떨어지고 있었다. 흐흑... 료샤랑 레냐가 기다리고 있었다. 차를 타고 호텔 앞으로 왔는데 그때 다시 개면서 하늘이 보였다. 나는 '아아... 하늘이 보여, 제발 네바 강변을 산책하자' 라고 징징거렸다.



우리는 해군성 공원을 지나 청동기사상 쪽으로 갔다.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지만 저 멀리에는 파란하늘도 좀 보였다. 표트르에게 인사한 후 길을 건너 네바 강변을 따라 거닐었다. 아아... 그래도 네바 강변 걷긴 하는구나 엉엉... 석양 보는 거라면 더 좋겠지만 엉엉 이게 어디야...










네바 강변을 쭉 따라 걷다가 에르미타주 쪽으로 틀었다. 궁전광장으로 가니 오늘이 바이커 축제일이었다. 그래서 광장에 수많은 오토바이들 집결. 가죽점퍼의 라이더들 우글우글. 내가 또 이런 걸 좋아해서(ㅋㅋ) 넋놓고 그 해골과 가죽 패션과 멋있는 오토바이들을 보고 있는데 료샤가 '야!' 하면서 날 확 잡아끌었다. 사람 많은데 들어가면 밟힌다고 ㅋㅋ 레냐는 '쥬쥬가 좋아하는 해골 옷이 많아!' 하고 소리를 쳤다 ㅋㅋ



..



그런데... 아틀라스 발을 만지며 소원을 빌고 막 내려오는 순간부터 빗방울이... 아니야 아니야... 나는 이 사실을 필사적으로 부정하고 싶었지만 비가 오기 시작했다..



(비와서 카메라 집어넣고 폰으로 찍음. 우중충해진 거리 ㅜㅜ)




료샤의 차는 호텔 앞에 세워두었으므로 그리로 가야 했다. 그러나 나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또 금방 그치지 않을까? 우리 그리보예도프 운하 따라 조금만 걸으면 안될까?' 하고 불쌍하게 부탁했다. 료샤는 툴툴댔지만 레냐는 '그래그래!' 하고 내 손을 잡아끌었다.




우산 쓰고 그리보예도프 운하 쪽을 따라 걸어가는데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 앞에서 비가 또 그쳤음. 그래서 우리는 미하일로프스키 정원을 좀 산책했고 다시 운하를 따라 나왔다. 나온 김에 좀더 걸어서 카잔 성당 쪽을 지나서 수프 비노에 갔다. 여기는 전에 bravebird님이 소개해주셔서 알게 된 곳인데 목소리가 다정하고 매력적인 알렉세이가 있는 곳이다. 료샤랑은 안 갔었다. (알렉세이 얘기하면 또 쿠사리 줄 게 뻔해서 ㅋ) 하지만 레냐랑 료샤도 배가 고프다 했고 나는 극장에서 먹은 빵 한조각 파인애플 몇조각이 전부라 정말 배가 고팠다. 수프 비노는 음식이 맛있고...



알렉세이가 있을까 궁금해하며 쭉 걸어서 수프 비노에 갔다. 그런데 슬프게도 알렉세이가 없었고 모르는 남자가 있었다. 생각해보니 전에도 알렉세이는 주말에는 근무를 안했던 것 같음 ㅠㅠ 알렉세이 말고도 안면 있는 점원이 두엇 있긴 한데 오늘 가게 보던 남자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아는 얼굴이었음 알렉세이에게 안부 전해달라고 하고팠는데 ㅠㅠ





하여튼 배고프고 너무 지쳐서 생강 레모네이드랑 치킨 수프랑 해산물파스타를 주문했다. 료샤는 핀란드식 우하(크림이 들어가는 생선수프. bravebird님이 여기 핀란드 우하를 좋아하심. 내 입맛엔 조금 짠 편이라 나는 치킨수프가 더 좋았다), 탕수치킨 비슷한게 곁들여진 볶음밥을 시켰고 레냐는 버섯파스타를 시켰다. 수프는 나랑 나눠먹었다. 이곳의 치킨 수프는 긴 쌀이 가득 들어 있고 무척 따뜻해서 꼭 닭곰탕에 밥 말아먹는 기분이라 몸이 따뜻해진다. 작년 여름에 너무 힘들때 여기서 그 수프 먹고 감동받은 기억이 있다.... 그때 음식을 별로 못 먹던 때였는데...



료샤도 레냐도 음식이 맛있고 분위기도 좋다고 했다. 료샤는 보통 이렇게 조그만 카페 같은 음식점엔 잘 오지 않는다(여기는 테이블이 5개 뿐이고 아주 작다) 사실 덩치 큰 료샤가 앉기에는 의자도 좀 좁은 편이었지만 음식이 맛있고 음악도 좋다면서 의외로 좋아했다. 다 먹은 후 레냐를 위해 치즈케익을 시켜주었다. 작년에 먹었을때 맛있었던 기억이 나서. 레냐는 무척 좋아했다.


..



나와서 걸어나오다 카잔 성당 앞 벤치에 앉아 잠시 쉬었다. 분수를 보면서. 오래전 미샤가 등장하는 illuminated wall 단편은 이 장소를 배경으로 시작되어 궁전광장의 원주 아래에서 끝난다. 레냐는 작년에 내가 이 분수 앞 벤치에 앉아 그 단편 이야기를 해준걸 기억하고 있었다. 벤치에 앉는데 레냐가 '쥬쥬가 쓴 글에서 미샤랑 레냐-자기랑 이름 똑같아서 잘 기억함-가 여기서 만났어 그치. 레냐가 여기서 아이스크림 먹었어 그치?' 하고 갑자기 떠올려서 반갑고 귀여웠다.





(그 단편에서 화자인 레냐는 이 벤치 중 하나- 잘 보면 오른쪽의 분홍색 옷 입은 분 앉아 있는 저 벤치-에 앉아 책 읽고 있는 미샤와 마주친다)





분수를 보고 있는데 아까 궁전광장에 모여 있던 바이커들이 우르르 몰려 지나갔다. 네프스키 대로를 꽉 채웠고 차들이 다 멈췄다.



우리는 엘리세예프스키 상점에 가서 과자들과 케익 구경을 했다. 뭘 사지는 않았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호텔 쪽으로 돌아왔다. 료샤는 항상 차를 가지고 다니므로 버스를 타는 일이 거의 없다. 심지어 버스 요금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있어 나랑 레냐가 '바보!' 하고 소리쳤다. (버스 요금이 작년 겨울보다 더 올라서 지금은 40루블임)



호텔 로비에서 잠시 쉬었다. 나는 석양을 보고팠지만 흐려서 실패했다. 대신 황혼녘의 모이카 운하를 좀 거닐었다. 중간에 레냐가 다리 아프다고 했다. 나도 다리가 아팠다. 오늘 많이 걸었다. 나 때문에 어린 레냐가 많이 걸어서 미안해졌다. 안아주고 싶었지만 이제 레냐는 내가 안기에는 너무 크고 무겁다. 곧 나만큼 커질 것이다. 료샤는 예전같으면 레냐를 안아주거나 업어주었겠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이제 다 큰 소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레냐도 이제 '아빠, 다리 아파 업어줘'라고 떼를 쓰지 않는다. 그냥 '다리 아프다, 좀만 쉬었으면' 이라고 말한다. 레냐는 많이 컸다...



내가 '레냐야 미안해. 내가 오랜만에 뻬쩨르 와서 산책하고 싶었는데 너무 많이 걸었나봐. 다리 많이 아프지?' 라고 묻자 레냐는 '나는 금방 안 아파져! 나는 건강해!' 하고 소리치더니 갑자기 '쥬쥬가 집에 안 갔으면 좋겠어. 그러면 맨날 이렇게 같이 걸을 수 있는데. 그러면 하루에 이렇게 많이 안 걸어도 되는데' 라고 한다. 레냐는 빵긋빵긋 웃으며 그렇게 말했는데 나는 갑자기 그 말에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꾹 참았다.






..




우리는 방에 돌아왔다. 레냐는 많이 걸어서 피곤했는지 침대로 기어올라가 살풋 잠이 들었고 나는 료샤와 소파에 앉아(방 업그레이드해준 거 다시 생각해도 참 좋다 ㅋㅋ) 얘기를 좀 나누었다. 감자칩과 하리보 젤리를 깔아놓고 석류 주스를 마셨다. 료샤는 맥주 마시고 싶어했지만 레냐 태우고 운전해야 하므로 나와 주스 나눠마셨다. 그는 몹시도 맥주를 마시고 싶어했다. 그래서 '에이. 여기 방 하나 잡아서 자고 갈까' 하고 정말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는 정말 방을 잡았다. 아니... 여기는 무려 아스토리야 호텔인데... 운전 안하고 맥주 마시고프다는 이유로 즉석에서 방 잡아서 자고 갈 수 있는 부르주아 녀석이 부럽구나... 나는 여기 묵어보려고 환불도 안되는 가장 저렴한 요금 간신히 찾아서 그나마도 큰맘먹고 예약한 거였는데...



료샤는 나보고 오늘 얼마나 걸었는지 확인해보라고 했다. 앱을 보니 8.8킬로나 걸었다. 많이 걸었다. 나는 극장도 갔었기 때문에 료샤랑 레냐보다 더 많이 걸었던 것이다. 료샤는 나에게 몸살날지도 모르니 자라고 했다.



우리는 좀더 이야기를 나누었다. 료샤는 레냐를 살살 깨웠다. 레냐가 집에 가기 싫다고 막 울려는데(이럴땐 아직 아기 같음 ㅋㅋ) 료샤가 아래층에서 자고 갈거라고 하자 '쥬쥬도?' 하고 빵끗 웃는다 ㅋㅋ 아니야 레냐야. 나는 여기서 자고 너는 아빠랑 다른 방에서 자는 거야 ㅋㅋㅋ



료샤랑 레냐는 아래층에 자러 가고 나는 씻고 나와 오늘의 메모를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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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에 본치 카페에 앉아서 그렸던 스케치 세 장.



먼저 본치 카페 창가 풍경. 창문에 붙어 있는 곰돌이 보며 따라서 그렸더니 곰돌이가 못생겨졌다 ㅋㅋㅋ








으음... 이 머리는 슈클랴로프님이나 베컴 같은 남자들만 소화할 수 있는 것으로 결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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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으앙 벌써 금요일도 다 갔어... 주말 지나고 나면 돌아가야 한다 엉엉... 그런데 아직 햇빛을 못 봤어 엉엉 오늘도 하루종일 비가 왔어 으아아앙 ㅠㅠ



뭐 어쩌겠는가... 10월 초에 왔으니... 할 수 없지 ㅠㅠ 하여튼 그래서 오늘 사진도 전부 폰으로 찍었다. 비오고 무거워서 카메라 못 갖고 다닌다 엉엉....



어제 비오는 거리를 쏘다니며 수도원이랑 묘지랑 수퍼마켓 등등 돌아다니고 밤에 김릿 한잔 마신 결과 무지무지 피곤해서 엄청 늦게 일어났다. 아침 일찍 깨서 뒹굴다 도로 잠들어서 11시 넘어서 일어났음.



오늘도 종일 비가 왔다. 오늘이 어제보다 더 심했다... 주말에도 비가 온다고 한다. 떠나는 날까지 비오면 참 아쉬울 것 같구나.



한시 다 되어 방을 나섰다. 남은 날은 별로 없는데 계속 비가 오니 산책도 하기 어렵고... 아직 네바 강변 쏘다니지도 못했다. 춥고 비오고... 차라리 눈이 오면 패딩과 모자로 무장하고 눈맞으면서 걸을 수가 있는데 비가 오면 우산을 써야 하니 더욱 걷기가 힘들다. 그래서 겨울보다 오히려 지금 같은 계절이 산책하기는 더 힘들다. 난방도 어중간하고. 예전에 여기서 머물렀을 때도 10월이 제일 힘든 시즌이었다.



무척 배가 고팠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종일 비올 것 같아서 오늘은 그냥 고스찌에서 런치 먹고 본치 카페에 가서 글이나 써야겠다 마음먹었다. 페테르부르크 한두번 와본 것도 아니니 이번 여행에서는 박물관이고 뭐고 다 포기. 바실리 섬에도 안 간다. 멀리 안 가기로 했다. 주변만 좀 돌아다니고 글이나 쓰고 공연 보고 료샤랑 레냐랑 좀 놀다 가는 걸로 족하다... (사실은 부족하지만 ㅜㅜ 어쩔 수 없지)



고스찌에 갔다. 런치 메뉴는 일주일 동안 동일하다. 월요일에 왔었으니까 그때랑 같다. 다만 메인만 비프 스트로가노프 대신 치킨커틀렛으로 바꾸었다. 여기서 말하는 커틀렛은 다진 고기를 구워주는 것이다. 따뜻한 수프를 먹고 치킨완자 커틀렛을 먹으니 몸이 좀 풀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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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은 후 건너편 발샤야 모르스카야 거리의 본치 카페로 갔다. 아쉽게도 테이블 두 개 붙은 창가 자리는 예약이 되어 있어서 테이블 하나짜리에 앉았다. 그래서 노트북 펼치기가 조금 좁았기 때문에 주로 아이패드에 스케치를 했고 글은 열줄 정도 썼다. 이 카페는 아늑하거나 우아한 맛은 없어서 '내 카페다' 하는 느낌은 아닌데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 작업하기에는 괜찮은 곳이다.





(오른쪽 옆에 좀 나온 게 내 패딩임 흐흑... 패딩 입고 다녀 엉엉... 그나마도 이거 가져온 게 다행임. 깃털도 많이 빠지고 별로 안 예뻐서 여기서 대충 입고 버리려고 가져온 건데 안 가져왔음 큰일날뻔했다... 줄창 입고 다님... 안 예쁘지만 살고 봐야 한다... 근데 또 열심히 입고 다니다 보니 '버리기 아까운데 도로 가지고 가야겠다...'하고 측은지심 발동 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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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치에서 차 마시고 생 오노레 라는 초콜릿치즈무스 케익을 먹으며 스케치를 하고 글을 좀 쓰다가 나왔다. 와서 짐을 풀고 보니 챙겨온 옷이 전부 칙칙한 검정, 다크 그린, 카키색 뿐이었다. 원체 정신없이 대충대충 싸와서 그렇다. 날씨도 추우니 암거나 가져가서 껴입자고 생각했었고... 추우면 자라 같은 데 가서 사입지 뭐 했다. (여기 자라가 우리 나라 자라보다 싸다!) 좀 걸어서 자라에 가보았다. 네프스키에 꽤 큰 자라 매장이 있다. 근데 별로 맘에 드는 옷이 없었다. 화려한 러시아풍 꽃무늬 블라우스가 하나 맘에 들었는데 가격이 6~7만원 정도였다. 입어볼까 하다가 너무 얇아서 사봤자 비실용적이란 생각에 포기했다.



그리고는 그 옆에 있는 렌에뚜알 이라는 화장품가게(올리브영이랑 비슷한 곳인데 좀더 고급브랜드들이 많다)에 들어갔다. 묵고 있는 호텔에서 쓰는 페라가모의 그 향수가 있나 궁금해서 그 라인은 국내에는 들어와 있지 않았다. 여기에도 없었다. 있어도 비싸서 덜컥 지르기 힘들었을 것 같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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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와서는 이것저것 많이 사지 않았다. 실은 사고픈 아이템이 하나 있는데 그게 꽤 비쌀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살까말까 망설이고 있었지만 꼭 갖고 싶은 것으로 러시아 전통숄에 모피후드가 달린 놈이다. 예전에 기념품가게에서 발견했을때도 예뻐서 꼭 갖고팠지만 그때도 비싸서 안 샀었다. 대신 그냥 숄을 샀었다. 사진에서 많이들 보았을테지만 러시아 미녀들이나 할머니 아주머니 아가들이 머리에 마트료슈카처럼 두르고 있는 그 화려한 꽃무늬 숄이다. 이것은 만드는 곳의 이름을 따서 '빠블로보빠사드스꼬이 쁠라똑' 이라고 한다. 크기도 다양하고 질과 무늬에 따라 가격도 많이 다르다. 무늬가 화려하고 섬세할수록 당연히 비싸진다.



내 기억에 보송보송 검정색이나 흰색 털이 복슬복슬한 후드가 달린 숄이 있었다. 나는 본시 조금 추우면 머리에 뭔가를 뒤집어쓰고 다니므로 겨울에는 항상 후드 달린 코트를 입거나 따로 모자를 쓴다. 그러니 후드 달린 숄이 있으면(그러니까 케이프 같은 것이지...) 실용적으로 잘 두르고 다닐테니 비싸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전에 그 예쁜 숄을 보았던 기념품 가게에 갔다. 가는 내내 비가 왔다. 그 가게는 그랜드 호텔 유럽 근처에 있다. 이탈리얀스카야 거리에 있으니 꽤 걸어가야 한다. 전에 그 가게에서 숄도 사고 이쁜 마트료슈카도 사고 내가 좋아하는 목각천사도 샀었다(두 천사 중 첫번째인 녹색망토 가브리엘을 여기서 샀었다) 모피 달린 숄을 발견했는데... 잘 보니 이게 후드가 아니고 그냥 숄 가장자리를 모피로 쫙 둘러 놓은 거였다. 후드 달린 케이프 형태의 숄은 없었던 거였다.



그래도 모피 달린 숄을 사면 이쁘겠다 싶었는데 가격을 보고 곧 포기하였다 ㅠㅠ 젤 싼 게 우리돈으로 30만원이 넘어서... 그 돈을 주고 털달린 숄을 살 수는 없어 ㅠㅠ



대신 호텔 근방의 발샤야 모르스카야 거리에 있는 빠블로보빠사드스꼬이 쁠라똑 샵에 갔다. 여기는 이 숄들만 모아놓고 파는 샵이고 기념품 가게보다 훨씬 저렴하다(원래 기념품 가게는 바가지임) 정품이고 종류도 많으니 여기서 사면 되는 건데 여기에는 털 달린 게 없었기 때문에 굳이 비싼 기념품 가게까지 갔던 것이다. 하여튼 이 샵에 갔고 친절한 주인아주머니의 도움으로 이것저것 둘러본 후 맘에 들고 어울리는 밝은 빨간색의 커다란 숄을 샀다. 전에 기념품가게에서 샀던 숄도 아주 예쁜데 그건 파란색이라서... 빨간 숄 갖고파서. (그때 쥬인에게 빨간 숄 사다주고 나는 파란 숄을 샀었다. 그때는 내 머리색이 오렌지색에 가까운 밝은 갈색이라 그 파란 숄이 빨간색보다 더 잘 어울렸었음)



아주머니에게 '빨강이랑 까망 같이 있는 건 없나요?' 하고 물었더니 아예 빨간 배경이나 아예 까만 배경에 무늬 있는 것만 있고 빨강까망이 어우러진 커다란 건 없다고 했다. 둘러보니 까만색도 잘 어울렸지만 비도 오고 꿀꿀하고 나는 요즘 열받는 일이 많으므로 빨간 숄을 택했다. 아주머니는 내게 빨간색이 더 잘 받는다며 '벌써 명절 준비하니? 어디 가려고?' 하고 웃었다. 여기서 말하는 명절-쁘라즈닉-은 새해이다 ㅋㅋ 새해 파티 가려고 화려한 숄을 사려는 거냔 뜻이다. 숄은 5만원을 약간 넘는 가격이었다. 울로 되어 있고 정품이고 무척 예쁘다. 모피 달린 30만원짜리 숄은 못 샀지만 빨갛고 화려한 숄을 사서 기분이 좋아졌다.



(호텔 방 조명 때문에 좀 노랗게 나왔다만... 실제 색깔은 좀더 밝은 빨강이다. 침대 위에 펼쳐놓으니 담요처럼 크다. 머리도 감싸야 하고 케이프처럼 둘러야 하니 큰 걸 사서 그렇다 ㅋㅋ 내 경우엔 큰 숄이 더 실용적이었다. 하도 머리에 뒤집어써서 그런가 ㅋㅋ)



근처에 있는 부끄보예드 서점에 가서 첫날 찍어두었던 해골과 장미가 그려진 폰케이스도 샀다. 그러니까... 값비쌀 게 틀림없는 털달린 숄을 사기 위해 딴 거 안 사고 있었는데 그게 너무 비싸서 포기하게 되었으니 딴것들 사자~ 이 모드가 된 것이다 ㅠㅠ 역시 조삼모사... 그래도 이것들 다 합쳐도 그 털달린 숄보다 훨씬 싸니까! 하면서 무한정당화 중...



그리고 비싼 모피숄 팔던 기념품 가게 옆에 있는 앤틱 가게 구경갔다가 맘에 드는 소련 시절 물건들 무지 많이 발견했지만 꾹 참고... 80년 모스크바 올림픽 마스코트인 곰돌이 미슈카 조그만 도자기 인형 하나 샀음. 어릴때 각국 올림픽 포스터들 볼때마다 '이상해.. 소련 나쁜 나라인데 마스코트는 제일 귀여워... 저 곰둥이 귀여워..' 했던 기억이 난다 ㅋㅋ



(요 녀석 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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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자질구레한 쇼핑을 하며 돌아다니는 내내 비가 주룩주룩주룩 계속 왔음. 기념품가게는 예술광장에 면해 있으므로... 드디어 광장에 가서 푸쉬킨 영접. 미안해요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이번엔 너무 늦게 와서 ㅠㅠ 비와서 그랬어요...








오늘도 여전히 비오나 안오나 손을 들고 계신 푸쉬킨님. 비 주룩주룩 흑흑... (그래도 비둘기들은 언제나 그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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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때문에 축축한데다 노트북이랑 아이패드 넣고 다녀서 무거운 가방 때문에 어깨가 무지 아파져서 호텔로 돌아왔다. 씻고 좀 쉬고 있자니 료샤가 레냐랑 같이 왔다. 같이 료샤네 집에 왔다. 위의 글은 료샤 기다리면서 호텔 방에서 쓴 것이다. 지금은 료샤네 집이다. 셰퍼드 네바가 나를 무척이나 반겨주었다. 레냐도 료샤도 나에게 빨간 숄이 잘 어울리고 예쁘다고 해서 기분이 좋아졌다 :) 레냐는 좀전에 잠들었다. 잊어버릴까봐 오늘 메모 올려둔다. 스케치랑 본편 발췌글도 방에서 기다릴 때 써두었는데 지금 같이 올려야겠다.



내일은 셋이 마린스키 낮 공연을 보러 가기로 했다.



비만 그치면 얼마나 좋을까 ㅠㅠ 하지만 다 가질 수는 없다! 빨간 숄이랑 곰돌이 미슈카 인형이랑 해골 폰케이스, 그리고 친구랑 레냐가 있으니 행복한 하루이다. (회사도 안 가고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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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