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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테르부르크. 고로호바야 거리. 모이카 운하를 끼고 있다. 쭉 걸어가면 양쪽으로 각각 해군성 공원과 사도바야 거리/센나야 광장이 나온다. 중간에 발샤야 모르스카야 거리와 말라야 모르스카야 거리가 교차된다.



여기는 글을 쓸때 주요 인물 중 하나인 트로이의 집이 있는 곳으로 상정해서 자주 나오는 동네이다. 여기서 운하 따라 걸어가면 마린스키(레닌그라드 당시엔 키로프) 극장까지 2-30여분 걸린다. 내 걸음으로 그런 거니까 다리 길고 발빠른 미샤 같은 애는 훨씬 금방 오갈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극장 바로 근처로 이사한 후에도 트로이네 집에서 자주 자고 가긴 했지만.



트로이를 이 동네에 살게 한 이유는 좀 싱겁게도, 예전에 내가 출장왔을때(페테르부르크엔 맨날 개인적으로 왔는데 딱 한번 무슨 정책연구조사 출장을 온 적 있음) 이 거리의 어느 낡은 아파트에 있는 민박에 묵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위치도 그렇고, 아파트들과 이 도시 특유의 안뜰(드보르)도 그렇고 잘 어울리는 장소라 그냥 여기 살게 만들었음.



사실 트로이랑 미샤가 젤 처음 만나는 곳(문학 서클 친구들의 아지트)인 갈랴와 료카의 아파트는 내가 예전에 지냈던 기숙사가 있는 쉡첸코 거리에 있다. 여기는 네바 강을 건너 바실리예스키 섬으로 들어가야 있다. 실제로 기숙사 근처에 있는 아파트를 모델로 했음.



그래서 글 다시 쓰기 시작할 무렵인 2012년부터 몇년 동안은 뻬쩨르 갈때면 고로호바야나 쉡첸코 거리를 비롯해 바가노바 아카데미가 있는 조드쳬고 로시 거리, 마린스키 극장, 그외 여러 동네를 많이 걸었고 사진도 많이 찍고 그랬다.



특히 트로이 나오는 소설의 주요 장소들 여럿은 내가 정말 살았거나 머물렀던 곳들, 잠시라도 다녔던 학교 등 개인적 기억이 서린 곳들을 골라서 썼기 때문에 내밀한 즐거움도 있었다. 물론 소련 시절 레닌그라드와 지금의 페테르부르크는 많이 다르지만. 도시가 갖는 어떤 특성 자체, 영혼 자체는 존속하기 마련이다.

 

* 추가 : 쉡첸코 거리에 대한 얘기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8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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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