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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글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글을 쓴 건 거의 몇달 전이었고 그나마도 가벼운 서무 시리즈가 마지막이었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중심과 정점이 필요하다. 그런데 최근 몇달 동안 내겐 그럴 기력도 집중력도 생겨나지 않았다.

 

러시아로 날아가면서 나는 오래되고 무거운 넷북을 챙겼다. 아마도 조금 쉬면 글을 좀 쓸 수 있을 거야 라고 생각하고서. 하지만 나는 그곳에서 한줄도 쓰지 않았다.

 

돌아와서도 며칠 동안은 이런저런 밀려 있던 일을 보고 며칠은 몸살과 피로로 드러눕고 며칠은 또 우울해하느라 전혀 쓰지 않았다. 머릿속이 백지가 된 기분과 비슷했다.

 

2~3일 전부터 몇가지 파편들이 떠돌아다녔다. 그리고 어제 불현듯 생각했다.

 

지금 내겐 완전한 허구의 세계로 돌아가 그것을 축조하고 재구성하고 확장해나갈 기력이 돌아오지 않았어. 그러니까 원래 쓰던 본편 우주는 지금은 안돼. 거기 연연하면 안돼. 써야 하는 순간, 쓸 수 있는 순간 써야 해. 그건 그때가 되면 내게 올 거야. 십몇년 만에 그 우주가 내게 다시 왔듯이.

 

그리고 이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완전한 허구가 아닌 절반만 허구로 들어가서 그것을 재구성하는 작업이 지금 내겐 더 용이할 거야. 그리고 그게 지금 내게 필요한 일이고 자기 치유의 방식일지도 몰라.

 

어제까지는 저 생각에 기반해 1개의 안을 떠올렸다. 그리 가벼운 방식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어쨌든 소설적 인물들과 어떤 야망, 어떤 형식과 구조에 대한 갈망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오늘, 엽님을 만나기 전에 다른 일로 좀 일찍 나갔다가 시간이 남아서 서촌의 혼잡한 이디야 카페에 앉아 수첩을 꺼내면서 다른 생각이 또 떠올랐다.

 

아니, 지금 나는 더 가벼워야 해. 난 스치듯 써야 하고 떠들듯 써야 해.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가벼워야 해. 최근의 기억들과 사건들과 장소와 소재들의 파편들.

나는 수프를 떠먹고 아이스크림을 먹듯이 써야 해.

 

그래서 1안과 2안을 간단하게 적었다. 1안을 포기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그건 어쩌면 내가 가브릴로프 본편에서 쓰고자 하는 구조와 중첩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가 항상 그런 형식에 이끌리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2안을 선택하고 거기에 1안의 최소한의 아이디어를 집어넣을 것이다.

 

그것은 치유의 과정이 될 것이다. 아마도.

 

 

 

 

 

그리고 시작이든 끝이든 중간이든, 그 과정 속에서는 종소리가 등장할 것이다. 사원의 종이.

 

..

 

 

이제 메모를 쓰는 단계인데 다시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 회사로 돌아가기 전에 제대로 쓰기 시작했으면 좋겠다...

 

수호천사. 용감한 성 게오르기. 제게 용기와 힘을 주세요.

 

 

..

 

 

 

그런데...

 

맨날맨날 지방의 집2에 가 있기나 하고 어느날 갑자기 가방 싸서 올라오더니만 다음날 비행기 타고 휙 떠나서 3주만에 돌아온 토끼... 그리고는 딸기도 안 주고 갑자기 한 집안에 곰이 세마리가 되어 귀여운 건 자기 하나로만 족하다 믿었던 쿠마에겐 하늘이 무너지는 나날이었는데..

 

이 망할 토끼가 갑자기 또 무슨 글을 쓰겠다고 이러는가, 또 나를 방치하려는가... 하고 분노한 쿠마...

 

 

 

 

홱 돌아누우심..

 

쿠마야 잉잉... 삐치지 마. 사랑해 헝겊눈 곰팅아 ㅋㅋ

 

..

 

 

11일 밤에 추가.

 

오늘은 뭔가 기운이 없어서 그런지 생각을 펼치지 못했다. 그냥 어떤어떤 내용들을 밑자료 구축을 위해 좀 긁어놔야겠다 하는 정도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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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