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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회 끝나고 귀가 중. 짧은 메모. 나야 클래식에 대한 전문적인 귀가 없으니 그냥 가벼운 느낌만.

하딩은 날렵하고 귀여웠다.

무소르그스키와 스트라빈스키를 해석하는 런던의 감수성이 궁금했다. 전자는 무난했고 후자는 유려했다.

사실 페트루슈카 들으러 간 거였다. 국내에선 단독 작품으로 연주되는 적도 별로 없고 그렇다고 발레가 무대에 올라오기도 어려우니..

스트라빈스키 곡은 가끔 들으면 좋지만 그리 편한 건 아닌데 그래도 난 그의 발레곡들을 좋아하는 편이고 특히 페트루슈카를 좋아한다. 춤도 음악도 브누와의 무대 미술도 모두. 작품 자체는 아니지만 니진스키와의 연계와 상징성도.

쉽지는 않은 곡이다. 하긴 이젠 그렇게 혁명적이거나 난해한 작품이라 할 수 없겠지만 20세기 초에는 그랬다. 불협화음으로 가득찬 곡이고 발레 뤼스가 이 작품 공연을 앞두고 연습할때 오케스트라가 이따위 곡은 도저히 연주할 수 없다고 저항하기도 했고. 디아길레프는 스트라빈스키의 천재성을 추어주며 그들을 나무랐고 결국 잘 진행됐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사실 디아길레프야 내심 즐겼겠지. 관객을 놀라게 하고 논란을 일으키는 것을 좋아했으니까. 스트라빈스키의 경우도 이후 봄의 제전 땐 극장을 발칵 뒤집는 스캔들이 또 일어났으니까. 하긴 그땐 니진스키의 안무가 더 큰 이유였을테지만.

어쨌든 그래서인지 유명세 때문인지 스트라빈스키 곡이 연주회 레퍼토리로 올라오는 경우는 대부분 봄의 제전이나 소품이었던 것 같다. 내게도 페트루슈카는 독립적 작품이라기보단 춤곡이다.

하딩과 런던 심포니의 연주는 유려하고 섬세하며 매끄러웠다. 사실 난 좀더 거칠고 툭툭 긁히고 충돌이 세고 더 구슬픈 페트루슈카에 더 익숙한 편이지만 오늘 연주도 나름대로 듣기 좋았다.

계속되는 커튼콜과 3곡의 앵콜.

마지막 앵콜 직전 피곤하기도 하고 갈 길이 멀어서 일어나려다 앉았는데 갔으면 엄청 후회할 뻔 했다. 스타워즈 테마를 연주해줬던 것이다. 도입부 나올때도 설마? 하고 있다가 깜짝 놀라고 이후 밀려오는 감동 :) 오래된 스타워즈 팬에겐 진짜 기분좋은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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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